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진 津


 송진은 소나무의 진이다 → 솔풀은 소나무 끈끈물이다

 고무나무의 진으로 고무를 만든다 → 고무나무 끈끈물로 고무를 만든다

 담뱃대에 진이 가득 찼다 → 담뱃대에 끈끈물이 가득 찼다

 그 일로 진을 빼다 → 그 일로 기운을 빼다 / 그 일로 힘을 빼다

 진이 빠졌다 → 기운이 빠졌다 / 힘이 빠졌다


  ‘진(津)’은 “1. 풀이나 나무의 껍질 따위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 2. 김이나 연기 또는 눅눅한 기운이 서려서 생기는 끈끈한 물질”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힘·기운’을 가리키는 자리에 으레 끼어듭니다. 끈끈한 물을 가리킬 적에는 그대로 ‘진’을 쓰거나 ‘풀’을 쓸 수 있고, ‘끈끈물’이라 할 만합니다. 힘이나 기운을 가리킨다면, 말 그대로 ‘힘·기운’이라 하면 됩니다. 2018.7.3.불.ㅅㄴㄹ



진이 다 빠질 때까지

→ 기운이 다 빠질 때까지

→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어쨌든 노르웨이로 가자》(카트리나 데이비스/서민아 옮김, 필로소픽, 2015) 160쪽


나도 진이 빠진 터라 힘없이 건배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느라 허겁지겁

→ 나도 힘이 빠진 터라 가까스로 건배하고, 고픈 배를 달래느라 허겁지겁

→ 나도 기운이 빠진 터라 겨우 잔을 부딪히고, 고픈 배를 달래느라 허겁지겁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케이, 모요사, 2016) 126쪽


진이 빠진 사람은 당당히 진이 빠진 채로 있고 싶다

→ 기운 빠진 사람은 당차게 기운 빠진 채로 있고 싶다

→ 힘이 빠진 사람은 그저 힘이 빠진 채로 있고 싶다

《요코 씨의 말 1》(사노 요코·기타무라 유카/김수현 옮김, 민음사, 2018) 4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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