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고칠 길’을 생각한다



  사회에서는 으레 ‘불치병’을 말하고, ‘난치병’을 말한다. 이 말을 듣는 분도 이 말대로 따라간다. 온누리에는 ‘불치병·난치병’이 있다고들 입을 모은다. 이런 말이 내 눈앞이나 귀에 흘러들 적마다 곰곰이 걸러서 생각하기로 한다. 먼저 말뜻부터 쉽게 고친다. 불치병이란 ‘못 고치는 병’일 테고, 난치병이란 ‘고치기 어려운 병’일 테지. 그런데 못 고친다거나 고치기 어렵다는 말은 누가 할까? 아픈 사람이 이런 말을 할까? 아니면 아픈 사람을 다스리거나 달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할까? 바로 병원이나 약국 같은 데에서 일하는 사람, 그리고 의사하고 약사 같은 사람들 말을 전문가 처방으로 여기며 이를 퍼뜨리는 사람, 이들이 바로 못 고치거나 고치기 어려운 병이 있다고 말한다. 나로서는 그저 한 가지를 말할 수 있을 뿐인데, 못 고친다고 여기기에 못 고치고, 고치기 어렵다고 여기기에 고치기 어렵구나 싶다. 왜냐하면 의사나 약사 아닌 다른 사람 가운데 바로 그런 병을 고치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그런 병을 떨쳐내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람이 있으니까. 몇 달 뒤에 죽는다는 말을 들은 사람 가운데, 참말로 몇 달 뒤에 죽는 사람이 있지만, 외려 열 해나 스무 해를 매우 튼튼하게 살아내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 마음에 어떤 생각을 받아들여서 담느냐에 따라서 삶을 스스로 가른다. ‘어떻게 저런 훌륭한 글을 써요?’ 하고 묻는 사람으로서는 ‘저런 글’이나 ‘저런 훌륭한 글’은 도무지 쓸 수 없다. 저런 글이 훌륭한 글이든 놀라운 글이든 ‘저런 글도 있구나’라든지 ‘저 사람은 저런 글을 저렇게 쓰네’ 하고 여기는 마음이라면, 저런 글쯤 누구나 ‘저렇게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글이나 새롭게 놀라운 글이나 새롭게 훌륭한 글을 쓴다. ‘글쓰기 힘들지 않나요?’라 묻는 사람한테는 글쓰기가 힘들다. 마라톤이 힘들다고 여기는 사람한테는 마라톤이 힘든데, 마라톤 아닌 100미터 달리기도 매한가지이다. 밥 한 그릇 짓기라든지 된장국 끓이기도 늘 같다. 스스로 즐겁게 지으려고 생각하면 뚝딱 한 그릇을 짓는다. ‘나로서는 도무지 못할 일’이라든지 ‘나는 손재주가 모자라서 어려워’ 하는 생각을 마음에 심으면, 대단히 쉬운 일조차 못하고 만다. 그래서, 이를테면, 그네를 못 노는 어른이 있고, 가위바위보를 늘 진다는 어른이 있으며, 공깃돌이나 줄넘기를 못하는 어른이 있다. 재주가 없어서라기보다 스스로 울타리를 세웠고, 이 울타리를 날마다 더욱 단단히 쌓고 올리니, 나중에는 참말로 아무것도 못한다. 다시 말하지만, 못 고칠 길이란 없고, 어려운 길도 없다. 스스로 안 하거나 안 가는 길이기에 자꾸 핑계를 붙이고 토를 달면서 고개를 돌린다. 2018.7.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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