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6.28.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글, 문학과지성사, 1992.5.8.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2년에 비로소 책에 눈을 떴다. 다만 처음으로 책에 눈을 제대로 떴다 싶을 무렵일 뿐, 책을 슬기롭게 보는 눈은 그때부터 조금씩 가다듬자고 여겼다.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을 1992년에 만나서 읽었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때에는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을까? 2018년에 이르러 이 시집을 읽으니 이야기도 줄거리도 살갗으로 와닿지 못할 뿐 아니라, 시에 쓰는 말이 좀 따분하다. 요새는 시에 한자를 부러 넣는 이가 많이 줄었는데 1992년 무렵까지만 해도 한자로 장난하듯 말을 꾸미는 이가 참 많았다. 가만히 보면 요새는 시에 알파벳을 부러 넣으며 꾸미는 이가 무척 많다. 한자이든 영어이든 쓰고 싶다면 얼마든지 써도 된다. 다만 시를 쓰는 바탕이 되는 말이 한국말이라면, 한국말이라고 하는 그릇을 시인 스스로 더 넓고 깊게 두고두고 바라보고 가꾸는 길을 노래처럼 들려줄 수 있을 적에 이야기랑 줄거리가 찬찬히 녹아들어서 빛나리라 본다. 시도 여느 글하고 같다. 모두 삶에서 우러나온다. 시인 스스로 살아가는 길이 시에 고스란히 흐른다. 글쓰기나 시쓰기를 배울 까닭이 없이, 시인으로서 제 삶을 담으면 모두 시가 된다. 새삼스럽지만, 도시 물맛은 시골 물맛에 댈 수 없이 밍밍하다. 수돗물이 맛없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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