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6.18.


《멜랑콜리》

채상우 글, 최측의농간, 2018.6.7.



한국말사전에 안 나오는 영어 ‘멜랑콜리’인데 문학을 하거나 지식이 있다는 이들이 곧잘 씁니다. 영어사전은 이 낱말을 ‘우울’로 풀이하고, 한자말 ‘우울’은 ‘슬픔’을 가리켜요. 곰곰이 따지면 ‘슬픔’이라 하면 되고 “눈물 글썽”이라 할 만해요. 시집 《멜랑콜리》를 읽으면서 시인을 감싸는 슬픔을, 눈물 글썽을, 아픔을, 알 수 없는 쓸쓸함을, 허전하면서 축 처지는 하루를 떠올려 봅니다. 저로서는 이제껏 살며 이렇게 처지는 날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군대에서조차 중대장이 겨누는 소총 구멍을 바라보면서 처음에는 ‘아, 이렇게 의문사 한 사람이 또 태어나는구나’ 하고 얼핏 두렵게 여겼지만, 이내 어쩐지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가만히 보면, 저는 남이 시키려는 대로 따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걸어갈 길을 보았습니다. 졸업장도 자격증도 권력도 돈도 이름값도 모두 손사래치며 살았어요. 이런 길을 걸으니 처지거나 슬플 일이란 없이 날마다 바빴어요. 모두 손수 지어서 살아야 하니 아침저녁으로 늘 신나게 땀흘려야 했어요. 다만 시집 《멜랑콜리》를 읽는 동안 글쓴이가 걸어야 했던 그 마을 그 자리 그 터전 그 숨결 그 바람이 글쓴이한테 얼마나 따분하면서 쓸쓸했을까 하고 느껴 보았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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