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6.17.


《신기한 스쿨버스 29》

조애너 콜 글·브루스 디건 그림/이강환 옮김, 비룡소, 2003.10.24.



유월로 접어든 뒤 하루도 느긋하게 쉰 날이 없다. 여러 고장으로 강의를 다녀오기도 했고, 새 전남교육감하고 고흥군수를 뽑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고, 배움마실로 일본 오사카를 네 식구가 함께 다녀오고 나서는, 곧장 선거를 맞이하고, 집안청소를 하고, 텅 비운 냉장고에 새 반찬을 해서 채우고 …… 모처럼 드러누워 《신기한 스쿨버스》를 펴 본다. 어느 책을 읽을까 어림하다가 스물아홉째 화산 이야기를 집는다. 그런데 옮김 말씨가 첫 줄부터 끝 줄까지 대단히 엉성하다. 어쩜 이 재미나고 아기자기한 “신기한 스쿨버스” 꾸러미를 이 따위로 망가뜨릴 수 있을까? 혀를 끌끌 차면서 볼펜을 쥐면서 얄궂은 말씨를 한참 고치다가, 몸이 고단해서 볼펜도 책도 내려놓고 눈을 가만히 감는다. 작은 출판사라면 어렵겠지만 큰 출판사라면 ‘말을 말답게 손질하는 일꾼하고 부서’를 두어야지 싶다. 맞춤법하고 띄어쓰기만 볼 노릇이 아니라, 책마다 눈높이를 헤아려 다섯 살 일곱 살 열 살 열두 살 열다섯 살 스무 살 서른 살 ……에 걸맞게 한국말로 슬기로우면서 곱게 가다듬어 주어야지 싶다. 과학 지식하고 동떨어진 대목에서 일본 말씨나 번역 말씨 찌끄러기를 걷어내지 못하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