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책



  한자말 ‘차선책’을 좋아하지도 않으나, 이런 말을 안 쓰기도 합니다. 한자말이라서 안 쓴다기보다 ‘다음으로 좋은 길’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거든요. 언제나 스스로 ‘가장 좋은 길’을 가려고 합니다. 해 보다가 안 되니 다른 길이라든지 다음 길을 찾는다고도 하는데, 저는 버금자리를 굳이 살피고 싶지 않습니다. 둘째로 좋거나 셋째로 좋은 길이 아닌, 언제나 첫째로 좋은 길을 가려고 해요. 그런데 둘레에서 으레 묻지요. 그대가 아무리 첫째로 좋은 길을 가려고 하더라도 바로 그 첫쨋길이 막히면 어찌하겠느냐고, 어쩔 수 없이 둘쨋길이나 셋쨋길을 가야 하지 않느냐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둘쨋길로도 셋쨋길로도 가지 않습니다. 첫쨋길을 곧이곧대로 갑니다. 그리고 그 첫쨋길이 사라지거나 막혔으면 ‘그 다음으로 좋은 길’이 아닌, 제 앞에 놓인 길 가운데 ‘가장 좋을 만한 길’을 헤아립니다. ‘첫째가 없으니 다음으로 좋은’ 길이 아닌 ‘언제나 저 스스로 가장 좋을’ 길을 헤아리지요. 그리고 이런 길이 둘째도 셋째도 아니면, 그저 우거진 풀밭길을 새롭게 헤치려고 합니다. 새로 길을 내고 싶습니다. 제가 골라서 손에 쥐는 책은 늘 ‘제 마음에 가장 드는 책’이어야 합니다. 이럭저럭 좋다 싶은 책은 굳이 손에 쥘 마음이 없어요. 저는 시간 죽이기나 시간 때우기를 하려고 책을 읽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는 기쁨을 누리려고 손에 책을 쥐고, 이 책으로 기꺼이 넉넉히 아름답게 삶을 배워서 사랑을 알고 싶습니다. ‘버금책’이 아닌 ‘으뜸책’을 읽습니다. 2018.6.15.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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