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만만한 만화방 1
김소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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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35


《반달》

 김소희

 만만한책방

 2018.5.25.



  국민학교 6학년 무렵 갑자기 아버지 일이 무너진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살던 집에서 나와야 했고, 빛 한 줄기 없는 술집 한켠 퀴퀴하고 조그마한 헛간을 집으로 삼아서 한 해를 지냈다고 해요. 여느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 누나랑 오순도순 지낼 적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어둠을 처음으로 마주한 아이는 이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야 할까요? 그런데 이 아이만 가시밭길을 걷지 않습니다. 적잖은 동무가 모진 가시밭길을 걸어요. 이때에 이 아이는 동무를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요? 《반달》은 만화지기 스스로 겪은 어릴 적 삶을 수수하게 비추어 보입니다. 길지 않더라도 굵직히 아로새긴 어린 날 느끼고 보고 생각하고 울던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줍니다. 이 만화를 그린 분은 1987년에 국민학교 6학년이었구나 싶고, 저도 이해에 6학년이었습니다. 그무렵 어울려 놀던 기찻길 옆, 옐로우하우스 건넛길, 유리공장 옆, 식품공장 옆, 연탄공장 옆, 시외버스역 맞은쪽, 항구 옆, 고속도로 옆, 공단 한복판, 화학공장 옆, 쪽방골목 한복판, 술집거리 한복판 들에 살던 동무랑 동생을 하나하나 그려 봅니다. 다들 참 씩씩하게 착하게 푼더분하게 어깨동무했습니다. ㅅㄴㄹ



“뭐야, 나 보러 왔냐?” “응! 괜찮아?” “어휴∼ 괜찮을 리가 있냐∼. 맨날 빚쟁이는 찾아오고, 엄마 아빤 지방으로 숨었는데, 돈도 별로 안 주고 가서 아∼주 심란해! 거기 계단 조심해. 어두워.” 숙희네는 지하로 내려가서 또 지하로 내려가는 깊은 곳에 있었다. 불행의 지하실 같은 게 있어서 내가 이쯤에 있다면, 숙희는 나보다 조금 더 아래, 더 컴컴한 불행의 지하실에 있는 느낌이었다. (98∼9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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