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6.11.


《말은 말이 없다》

박찬원 글·사진, 고려원북스, 2018.5.24.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이제부터 즐겁게 반찬을 해야지. 일본마실을 하기 앞서 냉장고를 비웠으니, 하루에 한두 가지씩 새롭게 반찬을 해 놓을 생각이다. 작은아이하고 함께 시골버스에 오른다. 우리는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길에서도 여러 가지를 마주하면서 삶을 배운다. 크게 지어 놓은 건물이 있는 학교에서만 배울 일이란 없다. 짜맞춘 때에 따라서 교과목을 익히도록 하기보다는, 스스로 삶때를 헤아려 스스로 익히기를 바란다. 버스길에서 《말은 말이 없다》를 편다. 제주에서 제주말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사람들이 어떤 말을 주고받으면서 삶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곰곰이 새기자는 뜻이 흐른다. 말은 말이 없다고 하는데, 말한테 낱말이나 말씨가 없다기보다는, 말은 사람하고 다른 결이나 숨으로 이야기를 하지 싶다. 목소리를 터뜨릴 적에만 이루는 말이 아닌, 눈빛으로도 몸짓으로도 얼마든지 말을 터뜨릴 수 있고, 마음으로도 조용히 말이 흐를 수 있다. 얌전하면서 부드럽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란 짐승을 사귈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 더 많은 말마디보다는 더 넓게 마음을 펴면서 따사로이 하루를 지을 만하리라 본다. 말은 군말·겹말·덧말이 될 수 있지만, 새말·꿈말·사랑말·슬기말·숲말도 될 수 있다. 사진이 아늑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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