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값



  신 한 켤레 값은 얼마이면 알맞춤할까요? 우리는 어떤 신을 발에 꿰면서 신값을 얼마나 치를까요? 지난날에는 발에 신을 꿰고 다닌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으레 맨발로 살았습니다. 논일이나 밭일을 할 적이든, 마당이나 고샅을 거닐 적이든 굳이 짚신을 꿰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맨발이기에 홀가분하고, 맨발로 다니며 거리끼지 않습니다. 풀밭이나 흙바닥은 딱딱하지 않으니 맨발을 반기고, 우리 몸은 맨발로 온누리를 누비면서 튼튼했어요. 오늘날 서울은 맨발로 다니기에 매우 나쁩니다. 길바닥이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너무 매끌거리거나 딱딱합니다. 풀 한 포기나 흙 한 줌이 없는 곳이라면 맨발로 다닐 만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쓰레기도 많이 뒹굴어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시골도 맨발로 다니기에 참 나쁩니다. 어디이고 농약을 뿌려대고 비료를 퍼부으니, 이런 데에서는 맨발로 다니다가는 큰일이 납니다. 발이고 손이고 얼굴이고 꽁꽁 싸매야 합니다. 더 헤아리면 서울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갖은 화학물질 때문에 살을 다 가리고 살아야겠지요. 이러면서 발에 어떤 신을 꿸까요? 몸을 가꾸거나 북돋우는 신을 꿸까요, 아니면 석유에서 뽑은 플라스틱 섬유로 공장에서 척척 찍은 신을 꿸까요? 이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값싸게 플라스틱 섬유 신을 꿴다고 하는 일이 참말로 값쌀까요? 더구나 요즈음 플라스틱 섬유 신은 값이 참말로 싸기나 할까요? 풀에서 얻은 실로 삼은 신이나 나무를 깎은 신이야말로 값싸지 않을가요? 플라스틱 섬유로 찍은 신이 다 낡거나 해지면 어디로 가나요? 썩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삶터를 망가뜨리는 쓰레기를 값비싸게 장만하는데 정작 값비싼 줄도 모르는 채 발을 괴롭히다가, 이 플라스틱 쓰레기덩이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이러면서 돈도 줄줄이 흘리고 마는 삶은 아닌가요? 아이들한테는 어떤 신을 신기나요? 어른으로서 우리는 어떤 신삼기를 배우고 어떤 걸음을 걸어야 슬기로울까요? 2018.6.8.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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