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의 한 해
토마스 뮐러 지음, 한윤진 옮김 / 한솔수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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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06


북유럽 제비는 남아프리카로 가는구나
― 제비의 한 해
 토마스 뮐러/한윤진 옮김
 한솔수북, 2017.3.25.


4월 중순이면 완연한 봄 향기가 물씬 풍기지요. 벌써 며칠 전부터 제비떼가 겨울철 서식지로 돌아왔어요. 제비들은 고향 집을 반갑게 둘러보며, 그사이 어디 바뀐 건 없는지 꼼꼼히 살펴요. (4쪽)


  우리 식구가 사는 터전이 전남 고흥이기 때문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이른봄부터 여름 끝자락까지 제비를 아주 흔하게 만납니다. 우리 마을 시골집에서도 만나고, 들판에서도 만나며, 읍내에서도 만나요. 아이들한테 시골집 제비란 늘 보며 어울리는 이웃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제비를 늘 만나는 이웃으로 곁에 둘까요? 예전에는 이 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만나는 이웃이던 제비였을 텐데, 이제 우리 곁에는 어떤 새가 머물면서 노래를 베풀까요?


이제 제비 부부는 배고픈 아기 새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느라 몹시 바쁘답니다. 파리, 모기, 나비, 진딧물 같은 곤충들을 잡아 부지런히 아기 새들에게 먹입니다. (9쪽)

제비 부부는 이제 두 번째 알을 낳으려고 또다시 바쁘게 움직이네요. 그러는 사이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여름은 또 그렇게 훌쩍 흘러 어느새 늦여름이 되었지요. (14쪽)


  그림책 《제비의 한 해》(토마스 뮐러/한윤진 옮김, 한솔수북, 2017)를 봄이 무르익는 철에 새롭게 읽어 봅니다. 이 그림책에는 한국 제비가 나오지 않습니다. 북유럽 제비가 나와요. 북유럽 제비가 새봄에 북유럽으로 찾아온 뒤, 여름이 저물 즈음 들이며 바다이며 못이며 사막을 가로질러 남아프리카로 날아가는 길을 그림으로 곱게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은 2012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에는 2017년에 나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제비는 한국하고 중국 사이를, 때로는 한국 중국 일본 사이를 오가는 철새입니다. 그런데 제비는 한국 둘레뿐 아니라 북유럽하고 남아프리카 사이를 오간다고 해요. 이뿐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하고 남미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지요.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서 먼먼 곳으로 나들이를 다닌다면, 제비는 철에 맞추어 오직 제 날개힘을 믿고 그야말로 먼먼 길을 나들이를 한다고 할 만해요. 대단하지요.


제비들은 여름 내내 맛있는 곤충을 배부르게 먹고, 영양분을 몸속에 잘 쌓아 두었어요. 매우 오래 걸리고 힘든 여행이다 보니 이동 중에는 몸속에 쌓아 둔 영양분을 꺼내 쓴답니다. (18쪽)

제비들은 이 모든 어려움에도 마음속 나침반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요. 제비떼는 하늘의 별자리, 지구의 자기장 그리고 산, 호수와 같은 지형 또는 풍차, 공장 굴뚝 등을 보며 방향을 찾아요. (21쪽)


  북유럽 제비 이야기를 다룬 《제비의 한 해》를 읽으면, 북유럽하고 남아프리카 사이를 가로지르는 제비하고, 한국하고 중국 사이를 가로지르는 제비하고, 한살이가 엇비슷합니다. 제비는 한 해에 알을 두 번 까요. 첫봄에 한 번, 늦봄에 한 번.

  그리고 제비는 한국에서든 북유럽에서든 온갖 날벌레하고 풀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제비가 있기에 우리 터전은 한결 싱그럽거나 정갈하다고 할 만합니다. 사람을 괴롭힌다고 할 만한 벌레를 잔뜩 잡아먹고, 우리 보금자리에 함께 깃들면서 아침저녁으로 즐겁게 노래를 베풉니다. 더욱이 제비는 새벽하고 저녁에 시계 구실까지 합니다. 새벽에는 얼른 일어나라고 노래합니다. 저녁에는 이제 하루를 마무리하고 쉬라고 노래해 주지요.


남아프리카는 수많은 제비들이 모이는 겨울철 서식지예요. 온통 푸른 풀과 나무로 가득한 이곳이 바로 제비의 두 번째 고향이랍니다. 어린 제비에게는 모든 장면이 새롭고 낯설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이 시기 북유럽에서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날로 추워져 제비의 먹잇감을 찾을 수 없답니다. (27쪽)


  이제 봄이 지나면 여름입니다. 여름에는 고장마다 새 일꾼을 뽑는 잔치가 있습니다. 앞으로 고장 일꾼으로서 슬기롭고 아름답게 일할 사람을 뽑을 텐데요, 우리 식구가 사는 고장뿐 아니라 이웃 고장에서도 제비를 아낄 줄 아는 정책을 선보이면 좋으리라 꿈꾸어 봅니다. 이를테면 ‘제비쌀’을 선보이거나 ‘제비잔치’를 할 만합니다.

  메뚜기쌀이나 개구리쌀이나 나비쌀이 있어요. 지자체마다 그 고장에서 흙이며 물을 깨끗이 돌본다는 뜻으로 메뚜기나 개구리나 나비를 내세우곤 해요. 그런데 뜻밖에도 제비를 내세우는 고장은 아직 없습니다. 옛이야기 흥부전에도 나오는 우리한테 살가운 이웃인 제비요, 제비가 잡아먹는 벌레가 엄청나게 많은데, 정작 이 어여쁜 제비를 아끼려는 몸짓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난날 새마을운동은 제비집 때문에 처마 밑에 똥이 차서 더럽다며 제비집 허물기를 부추겼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도 제비집을 마냥 싫어하는 분이 있어요. 시골마다 농약을 없애어 들을 아낄 수 있다면, 함평 같은 고장에서 나비잔치를 하듯이, 제비가 돌아오는 이른봄에 ‘제비맞이잔치’를 꾀할 만하고, 제비가 떠나는 늦여름에 ‘제비배웅잔치’를 꾀할 만합니다. 새를 좋아해서 일부러 먼길을 나서는 분이 있고, 새를 보려고 나라밖으로 마실을 다니는 분이 있어요.

  제비란 살뜰한 이웃이기도 하면서, 우리 터전이 얼마나 깨끗한가를 알려주는 길잡이 구실도 합니다. 꼭 선거를 앞두어서라기보다, 봄이 흐드러지는 이맘때에, 짙푸르게 피어나며 다가올 여름에, 이웃님 제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빕니다. 2018.5.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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