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2.
《조선 영화의 길》
나운규 글, 가갸날, 2018.4.20.
말린 담배잎을 장만하러 읍내로 나간다. 아이들이 줄줄이 따라나선다. 나는 《조선 영화의 길》을 챙겨서 시골버스를 탄다. 낮 두 시 버스를 탔기 때문인지 이웃 면소재지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많이 탄다. 읍내에서도 길에 아이들이 많다. 나운규 님이 남긴 글하고 말을 모두 책 하나로 꾸렸다고 하는데 얼마 안 된다. 영화를 찍느라 일이 많으셨을 테니 글이나 말을 남기기 수월하지 않았으리라. 얼추 백 해쯤 묵은 글이라 할 텐데 오늘날 읽어도 그리 낯설지 않다. 함경도 사투리로 영화를 찍으려 했으나 함경말을 못 알아들을 사람이 많을 듯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말을 썼다는데, 이렇게 하고 보니 ‘함경도를 바탕으로 영화를 찍는 맛’을 살리지 못해 섭섭하다고 밝히기도 한다. 문득 〈지슬〉이란 영화가 떠오른다. 제주말로 영화를 찍어 서울말로 글씨를 붙였다고 하는 영화. 고장마다 말이 다르면서 삶이 다르고, 살림이 다르면서 말이 다른데, 어느덧 고장말은 제 빛이나 결을 잃는다. 그나저나 일제강점기에 영화를 찍기 너무 어렵고 고달팠다는 이야기를 첫 줄부터 끝 줄까지 읽으며 한숨이 폭 나온다. 오늘 우리 삶터는 어떠할까? 오늘 우리는 할 말을 얼마나 홀가분하게 펼 만할까? 옛날만 한 가위질은 없는 오늘날 어떤 영화가 흐르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