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22.


《조선견문기》

H.N.알렌 글/신복룡 옮김, 박영사, 1979.5.20.



1999년에 새로 나온 《조선견문기》는 1979년에 한국말로 나온 적 있는데, 이에 앞서 한국말로 더 나온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1900년대 첫무렵 이야기를 해묵은 글로 읽는다고 할 테지만, 1979년 박영사 손바닥책이 이쁘장하면서 반가워 고맙다. 자전거를 처음 본 사람들 모습, 다듬이질을 하다가 쉬는 모습, 구렁이가 몸을 사리든 말든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모습, 가래를 써서 논일을 하는 모습 들을 참 단출하면서 정갈히 잘 담았지 싶다. 그리고 꽤 많은 이들이 고양이를 안 좋아했다는 대목을 새삼스레 읽는다.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까닭이 있네. 옛집에는 으레 구렁이가 함께 살았으니 딱히 ‘쥐잡이 고양이’를 둘 일이 없었구나 싶다. 더구나 온갖 새가 사람 곁에 잔뜩 살았으니, 구렁이에 새가 쥐를 냉큼 잡아서 치워 주었겠지. 그러나 《조선견문기》를 오늘날 젊은이가 읽기는 매우 어려우리라 본다. 우리 삶이나 살림이 대단히 바뀌었으니까. 한글로 적힌 책이라 해서 한국사람이 누구나 잘 읽을 만하지 않다. 이 책 하나를 읽으려면 적어도 몇 만에 이르는 책을 먼저 읽거나 우리 오랜 삶자국을 미리 살필 수 있어야지 싶다. 그러지 않는다면 거의 겉훑기로 그치거나 너무 어렵다고 여기거나 때로는 엉뚱히 읽을 만하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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