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38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1
낱말책(사전)을 제대로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낱말책은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낱말을 담는 책일 수 있으나, 이런 얼거리라 하더라도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말’이 무엇인가를 먼저 짚을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냥 말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말을 하려면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생각을 하지 않고도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면 버릇입니다. 버릇이란 길든 몸짓이니, 생각을 안 했어도 바로 튀어나오는 말이라면 ‘말버릇’이면서 ‘말짓’입니다. 이를테면 넘어지거나 부딪힐 적에 튀어나오는 소리란 그때에 그러한 소리가 나도록 길든 버릇이면서 말짓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봐요. 나라마다 ‘부딪혀서 아프며 내는 소리’가 다 다릅니다. 나라마다 몸에 새기거나 깃든 말짓이나 말버릇이 다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는 바로 말이란 무엇인가를 환하게 알려주지요. 모든 말은, 삶자리에서 우러나옵니다.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말’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겪거나 하거나 보거나 느끼는 ‘거의 모든 하루’라 할 만하고, 우리 삶이 낱낱이 말로 드러난다고 할 만하며, 낱말책은 ‘말로 옮긴 삶을 담은 그릇’이라는 뜻이지요.
나라마다 말이 다른 까닭을 살피면 쉽습니다. 나라마다 삶이 달라 말이 다릅니다. 한 나라에서도 고장마다 삶이 다르기에 고장마다 말이 다르지요. 고장말이나 사투리입니다. 아기하고 어른도 살아온 나날이나 결이나 살림이 다르니, 서로 쓰는 말, 또는 쓸 수 있는 말이 달라요.
더 살아낸 사람이 더 쓸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더 살아내지 못한 사람은 더 쓸 수 없는 말이 있습니다. 낱말책에 실린 낱말을 달달 외운들 이 낱말을 제자리에 제대로 쓰기란 어렵습니다. 삶이 없이 말이 있지 못하거든요. 먼저 스스로 삶을 누리거나 겪으면 이 삶을 비추는 말에 우리 몸에 스미고, 우리 몸은 이 삶을 헤아리면서 머리에서 알맞게 낱말이 흐르는 사이, 우리 마음은 이 낱말을 고이 엮어 이야기로 터뜨립니다. 낱말책이 낱말책다우려면 삶을 삶다이 보는 눈으로 엮어야 합니다. 2018.3.3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