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주간의 길고 긴 중간고사 시험이 끝났습니다.  

4년 만에 복학해서 치루는 정기고사인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전공과목을 시험친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며칠간 밤잠을 미루면서까지 공부를 

했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시험이 어렵지 않아서 중간고사 점수는 무난히 잘 나왔을거라고 

저 스스로 짐작해봅니다. ^^;;     

총 6과목을 시험쳤는데 지금 점수가 공개된  두 과목이 현재 성적순위가 A+, A 정도에 

위치하고 있고,  나머지 과목들은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내용으로 많이 출제되어서  

나름 잘 친거 같구요,,  ^^ 

아무래도 기말고사 때 성적이 잘 나오느냐에 따라서 이번 학기 시험이 

대박이냐 쪽박이냐 판가름 날거 같네요. 

 

 

이제 시험도 끝났겠다 오랜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시험기간 때 전공책을 뜯어먹다시피(?) 읽어서 공부해서그런지 활자가 눈에 안 들어오네요,,-_- 

활자 읽는 행위 자체가 질리는 느낌도 들게 되구요,,  

 

  

 

 

 

 

 

 

 

 

얼른 8기 신간평가단 도서 리뷰에다가 독서모임 도서 리뷰까지 써야되는데 말이죠,,  

게다가 하필이면  하루하루 기능이 혼미한 채 기능을 연명하고 있던 저희 집 컴퓨터가  

드디어 사망하게 됨으로써  설상가상으로 리뷰를 학교 도서관 컴퓨터에서  

써야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어요,, -_-;; 

(현재 제가 접속하고 있는 곳은 학교 도서관 컴퓨터랍니다. ㅎㅎ;; ) 

 

아무래도 컴퓨터가 고치거나 아니면 새로 사는대로 요 며칠간동안은 본의 아니게  

알라딘 반 잠수를 타야할거 같네요,, ^^;;  

하지만 저에게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기에 자주 서재에 들려서 흔적 남길께요 ㅎㅎ 

 

  

그리고 어느새 벌써 5월달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나왔어요,, 

벌써 5월달이 성큼 다가왔네요,,  

 

그 전에는 독서모임을 위해서 두 권의 책을 읽어야하는데 이번 달에는 

책 세 권을 읽어야해요..   왜냐하면  ,,,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제인 에어>가 두 권짜리이기 때문이에요 ^^;; 

살짝 아쉬운게 개인적으로 지루하게 읽었던 <유토피아>가 선정되어서 또 읽어야한다는 

사실에 쪼금은 불만은 가졌지만,,   그래도 <제인 에어>가 선정되어서 조금은 위안을 

삼아봅니다.   

 

사실은 시험 끝나고 제일 읽고 싶었던 책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였거든요,, 

요즘 동명원작의 영화도 개봉된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로맨스 소설의 고전을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이 소설이 외로움으로 얼룩진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는 위안의 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그리고 5월달 선정도서 역시 저희 집에 소장된 책들이라서  

이번에도 Book Sharing을 하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유토피아>랑 <제인에어> 두 권 역시 소장하고 있거든요,, ^^;; 

  

요즘 화제가 되는 고전이 <제인에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북 셰어링은 댓글을 먼저 남겨주신 2분 에게 나눠드리고 싶어요.  

거기에다가 원서본까지 딸려 있는 세트로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유토피아>를 포함해서 총 4권을 받게 되는 셈이네요, ^^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저의 북 셰어링은 특정 출판사 홍보를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그냥 특정 출판사 독서모임 일원일뿐이며 공교롭게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을 받게 되어서 

친분이 있는 알라디너분들과 함께 책을 공유하고 싶어서 한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 

 

그리고 앞에서는 2분만 선물한다고 언급했지만,, 

저의 기분 정도(?)가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서 2분 이상도 선물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알라딘 적립금이 많이 모은지라 아낌없이 팍팍 선물해드리고 싶네요,, ^^  

 

 

댓글 등록 기간은  

4월 29일 0시 까지입니다.  물론 댓글은 공개든 비공개든 아무 상관 없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구요,,  저는 이제 다른 알라디너분들의 서재에 들르러 가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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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4-28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손들었습니다! ^^
<제인에어>와 <유토피아>를 모두 주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랫부분이 조금 이해가 안되어서요.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제인에어>를 받고싶습니다.

cyrus 2011-04-28 16:37   좋아요 0 | URL
제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남긴거 같네요.
<유토피아>와 <제인에어> 중에서 한 권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에요.
<유토피아>가 <제인에어>보다많이 읽혀지지 않은 책이라서 댓글 신청하신 분들의 취향을 고려해서 그렇게 쓴 것이랍니다. ^^;; 감은빛님처럼 오해를 하실 분들이 생길거 같아서 문제의 내용은 삭제해야겠어요 ㅎㅎ;;

어쨌든 감은빛님 먼저 댓글 다셨으니 <유토피아>랑 <제인에어> 원서본 세트 드릴께요. 님의 성함이랑 주소 비댓으로 남기시거나 쪽지로 보내주세요^^

2011-04-29 0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쉽싸리 2011-04-28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늦었다. 농담입니다. 안주셔도 되요.

이야, 시험 점수가 너무 좋아요.
즐공하시는 나날.... 한편 부러워요.

cyrus 2011-04-29 00:17   좋아요 0 | URL
아직 점수도 안나온 과목도 있는데 나머지 과목 점수가 잘 나와야할텐데 말이죠.
^^;;

stella.K 2011-04-2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에어가 3권으로 나왔네요.
근데 시루스님은 두권이라구요?
제인에어 까마득한 초등학교 시절에 읽어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전 이미 시루스님 선물 받기도 했으니 더 욕심내면 미워할 것 같아요.ㅋ

시험 잘 보셨다니 좋으시겠어요.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아 늘 보기가 좋습니다.
즐공하시고, 열독하시길...^^




stella.K 2011-04-28 21:31   좋아요 0 | URL
아, 근데 시루스님, 늦게나마 염체불구하고 받고 싶다고 손들고 싶어졌어요!
지금 자세히 보니 기분 따라서 두 명 이상에도 할 수 있다고 하셔서
너무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면 시루스님 실망하실 것 같아요.ㅋㅋ
진짜 읽고 싶구요.^^

cyrus 2011-04-29 00:23   좋아요 0 | URL
원래 두권인데 알고보니 요즘 영화개봉에 맞춰서 펭귄 영문판이 딸려있는
세트도 팔더군요. 스텔라님도 비댓이나 쪽지로 성함, 주소,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4-2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오랜만이예요.
왠지 cyrus님은 시험을 아주 잘 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지적이시잖아요..ㅎㅎ
어쨌든, 오랜만의 즐거운 휴식이 되시길 바랄께요.^^

cyrus 2011-04-29 00:26   좋아요 0 | URL
현맘님, 잘 지내고계시죠? ^^
요즘 꿀맛같은 나날을 보내고있어요. 며칠간 놀다가 또 레포트 준비해야하지만요-_-

2011-04-28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4-2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여기서 시험은 잘보셨어요? 이런거 물으면 안되겠지요 ^^
푹쉬시고 자주 소식전해주세요 ㅎㅎㅎ

cyrus 2011-04-29 17:48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
일단 4년만에 쳐보는 정기고사치고는 잘 쳤답니다. 기말 때는 더 잘해야겠죠? ^^

2011-04-2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4-30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시험 잘 치르셨군요. 그간 자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열심히 살고 계셨다니 좀 기분이 좋아지려고 합니다.(읭? ㅎ)

오랜만에 등장하셔서 책 선물도 주시고,, ㅎ 중간고사도 끝나고 봄이 한창인데 좀 여유롭게 즐거운 시간 되셨음 합니다 ~

cyrus 2011-04-30 22:3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도 잘 지내고계신가요? ^^
오늘 내일 날씨가 좋지 않아서 마음대로 밖에 나갈수도 없고
집에는 컴이 안되서 하루하루가 지루하네요 ^^;
스마트폰으로 댓글쓰기가 불편하구요 ㅠㅠ
내일 비 그치고나면 최악의 황사 온다고 하네요.
외출하실 때 황사조심하세요

blanca 2011-04-2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축하드리고요. 그래서 오늘 우리집앞에 그렇게 대학생들이 바글바글했군요 ㅋㅋㅋ 그들에 섞여 콩불을 먹으며 젊은 척을 했더랬죠. 저도 <유토피아> 정말 엎드려 자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cyrus 2011-04-30 22:33   좋아요 0 | URL
원래 이 기간이 시험 끝나는 때라서 그런가봐요.
지금쯤이면 한창 밤새도록 놀고 있어야하는데 날씾가 따라주지 않으니 원망스럽네요 -_-

마녀고양이 2011-04-2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늦었당.. 나두 제인에어랑 유토피아 없는뎅. ㅎㅎ
시험 잘 치셨다구요!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 신간 평가단과 독서 모임을 또 하구요.
으아........ 대단하당~ ^^

바쁜 사이러스님, 건강 챙기면서 하늘도 보면서 하세요.

cyrus 2011-04-30 22:37   좋아요 0 | URL
ㅎㅎ 신간평가단은 이번 기수는 안하구요,, 독서모임은 활동중이랍니다 ^^ 마고님처럼 올 A플러스 받야하는데 말이죠ㅎㅎ

2011-05-02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2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1-05-03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이 어여쁜 짓을 하고 계시는군요. 후훗.
그나저나 오랜만에 우리 보겠어요.
나 유토피아 발제자인데 사이러스님 글 읽고 아 정말!!!!!!!!!
짜증나! 싶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제 운명이려니 하고 ㅋ


cyrus 2011-05-03 21:03   좋아요 0 | URL
ㅎㅎ 꼭 참석해야되겠는걸요. 지민맘님의 발제, 무척 기대됩니다. ^^

루쉰P 2011-05-1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뿔싸!!! 완전 늦었네용. ㅋㅋ 그래도 시험의 용자로 복귀하셨다니 축하드려요. 더욱이 알라딘 서재에 이달의 당선작으로 뽑히신 것도 완전 축하, 제가 뽑아드린 것은 아니지만 시험 끝나고 선물 드린 것 같아 왠지 흐뭇해요. ㅋㅋ

cyrus 2011-05-11 22:10   좋아요 0 | URL
아직 기말고사 남았어요, 기말 때 정말 잘해야되겠죠 ^^;;
루쉰님도 당선작으로 뽑히신거 축하드립니다. 이번 달에는 친분이 있는
분들이 많이 당선되셔서 저도 흐뭇하고 기분이 좋네요 ^^

루쉰P 2011-05-13 13:05   좋아요 0 | URL
헤헤 부끄럽네요. ^^;; 저랑 아는 분이 두 분이나 계셔서 좋더라구요. 기말이라 역시 인생도 시험도 끝이 없어요. 기말고사 오시기 전에 리뷰 하나 써 주세요. 시험 공부 들어가시면 못 읽으니까요. ㅋㅋ
 
<사유의 악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곡(Overture):  시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사, 작곡 그리고 연주)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그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듣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듣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이해하는 것,
내 생각과 그대의 이해 사이에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 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시도], <상상력 사전> 열린책들, p 5 -

 

 

 

  1악장: 로렌스 스턴 <신사 트리스트럼 샌디의 삶과 견해>   

     

 


로렌스 스턴 (1713~1768)
 

 

세계문학사상 가장 기이한 작품이라고 불리는 <신사 트리스트럼 샌디의 삷과 견해>(우리나라에서는 문지의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에서 ' 트리스트럼 샌디 ' 라는 이름으로 국역되어 출간되었다)을 쓴 영국의 작가 로렌스 스턴.  영국의 평범한 신사였던 그는 이 유명한 소설을 집필했을 당시 폐결핵을 앓고 있었으며 건강이 악화되어 몹시 고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턴은 소설의 첫 1권을 쓰기 시작한 1759년부터 1767년까지 총 8년동안 제9권까지 집필, 출판하였다.  이듬해 작가가 사망하게 되어 이 소설은 9권까지 마무리된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지만 후대의 문학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트리스트럼 샌디> 못지 않게 기존의 소설 형식의 틀을 거부한 내용으로 독자들 사이에서는 난해함으로 가득찬 악명 높은 소설인 <율리시즈>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백년 전에 이미 ' 의식의 흐름 ' 방식을 시도한 로렌스 스턴 덕분이다.  

스턴은 <트리스트럼 샌디> 출판 당시 영국의 수상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윌리엄 피트 에게 진심어린 존경(?)이 담긴 헌정사를 썼는데 집필하는 동안 폐결핵이 선사한 신체적 고통을 웃음의 해학으로 승화시키는 스턴의 낙천주의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이 헌정하는 작품에 대해 이처럼 절망을 느끼는 가엾은 헌정자도 없을 것이니, 그 까닭을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을 이 나라 한 귀퉁이 외딴 초가집에서, 병약한 육신과 질병과 그 외 인생의 해악을 웃음으로 이겨보려 애쓰며 저술했기 때문인데, 우리가 미소를 짓거나, - 더욱이 소리내어 웃을 때마다, 보잘것없는 삶의 단편에 무엇인가 더한다는 강한 신념 때문입니다.  

- <트리스트럼 샌디 1> [진심으로 존경하는 피트 경께] 로렌스 스턴, 문학과지성사, p 11 -

  

스턴은 서문격인 헌정사에서 영국의 수상 각하가자신이 쓴 소설을 읽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큰 영광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소설의 평가에 대해서 은근히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 의식의 흐름 ' 기법을 사용하는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을 읽었겠지만 윌리엄 피트가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을 관심있게 읽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니, 안 읽었을 수도 있겠다. 

앞에서 언급한 ' 세계문학사상 가장 기이한 작품 ' 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벗어난 독특한 내용과 서술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탈선을 거듭할 정도라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파악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내용 도중에 또 다시 피트 경에게 보내는 작가의 서문이 나오는가 하면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등 풍자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어려운 단어와 문장까지 사용하고 있어서 아무리 수많은 각주을 달고 있어도 소설의 형식을 거부한 이 소설을 국내 독자들이 읽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변주 : 평범한 대학생 cyrus의 일상과 <사유의 악보>에 대한 견해  

인간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나 어떤 고통을 겪게 되었을 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피하거나 벗어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트리스트럼 샌디> 단 한 편의 작품을 통해서 로렌스 스턴이 집필기간 동안 느꼈을 폐결핵의 고통을 말끔히 날릴 수 있었다.  <팡세>를 남긴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사상가인 블레즈 파스칼은 불의의 마차 사고를 겪게 되어 심하게 다치게 되었는데 한동안은 사고에 대한 후유증과 불면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파스칼은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 연구, 훗날 자신의 수학적 업적 중의 하나가 된 사이클로이드(직선 위로 원을 굴렸을 때 원 위의 정점이 그리는 곡선) 연구를 통해서 후유증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유명한 인물의 일화 이외에도 인간에는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근심과 고통 혹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방법으로는 독서 또는 그냥 무심하게 잠드는 것이다.  그나마 독서는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안정제 역할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 그리고 감정의 카타르시스을 느끼게 해주는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어서 왠만하면 독서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곧 다가올 시험에 대한 부담감에다가 상당한 분량의 내용을 요구하는 레포트 준비 때문에 이번 달은 거의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학교 가서 수업 받고 도서관에 가서 전공 책으로 공부하는, 이 반복적인 패턴의 일상이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복학할 때부터 예상했던 것이었지만 바쁜 학업 때문에 알라딘 블로그 활동도 뜸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읽어야 할 책은 많아지는 반면에 아이러니하게도 대학교 전공책 네 다섯 권을 하루 종일 내내 보고 있으니 누런 황사가 내 마음 소을 덮인 것마냥 답답함이 느껴질 때도 많다.   그리고 이번 달에도 독서모임에 참석할 수 없어서(이번 달만해도 벌써 세 번째이다) 아쉬움을 억지로 삼켜내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하루 일상 중에서 편안함을 느껴보는 시간은 학교 갈 때 또는 집으로 돌아갈 때 타게 되는 버스 안에서이다.  버스를 타는 동안에는 책을 읽다거나 혹은 잠깐의 낮잠이라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책 읽는다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버스 안에서 책 한 권 읽게 되면 30분 이상을 못 넘긴다.  그 이후로는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지게 되며 바로 수면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어쩌면 버스 안에서 책 읽는 시간보다는 앉아서 잠 자는, 아니 꾸벅꾸벅 졸았는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요즘 버스 안에서 읽었던 책이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라면 . . .  

과연 이 책을 버스 안에서 졸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읽을 수 있는 독자가 있을 것인가,,, ?  

나는 지금까지 버스 안에서 네 번 정도 <사유의 악보>를 읽었는데 20분도 못 넘긴채 잠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읽을 작정이다.  

이 책을 통해서 과연 인간의 사유라는 행위의 당위성에 대해서 한번쯤은 의문을 가져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 난해한 글 덕분에 그동안 나의 머리속에 맴돌고 있었던 ' 사유해야 한다 ' 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벗어날 수 있었다.  들뢰즈가 무슨 말 하는지, 박상륭의 소설이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그것들은 중요하지가 않다.  난해하기 짝이 없는 불협화음의 텍스트를 읽음으로써 지금까지 살면서 스트레스가 남기고 간 인생의 노곤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버스를 타면서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깊은 수면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요즘 든든한 수면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참 좋다.      

만성 불면증에 시달렸던 카이저링크 백작을 위한 수면제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면 나의 수면제는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이다.  

 

   

 

 * * * * * * * * *  ' 기형과 잡종의 조각난 ' 사유의 악보  * * * * * * * * *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는 질 들뢰즈, 루이 알튀세르, 조르주 바타유 등과 선뜻 다가서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은 사상가들의 사유가 종합 선물 세트처럼 담아내고 있어서 읽기 힘든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서문 아니 서곡에서 ' 기형과 잡종의 조각난 육체들 ' 이라고 자신의 글을 정의한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 기형과 잡종의 조각난 ' 그의 독특한 사유 방식이 일반 독자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을 뿐이다.  일정한 줄거리 형식이 없으며 밑도 끝도 없는 내용 전개로 이루어진 기형적인 소설인 <트리스트럼 샌디>를 처음 읽는 독자가 느끼게 되는 반응처럼 말이다. 

<트리스트럼 샌디>와 <율리시즈>를 만나게 되면 독자는 이 소설의 줄거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결말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소설 읽기에 대한 통상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처럼 <사유의 악보>는 저자가 자신만의 사유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건지 또는 사유의 결과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문하는 방식을 요구하게 되는, 평소대로 인문학 도서를 읽는 것처럼 오목조목 따져 가면서 읽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읽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악보처럼 등장하고 있는 포스트구조주의의 사상가들의 광범위하게 축적된 사유의 결과물를 이해하면 불협화음의 악보를 한층 더 이해할 수 있으며 더욱이 들뢰즈나 바타유와 같은 난해한 사상들을 파편적으로나마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면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질 거 같은 악보에 깊숙이 묻혀져 있는 아름다운 화음(?)의 소리를 찾는 의외의 성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곡에서 저자는 자신의 악보는 결코 음악이 아니며 단지 독자들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표기의 형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아예 자신의 의도를 배반하고 마음껏 해석하기를 강력히 권하고 있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순전히 독자들의 선택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독자는 자신만의 독서, 즉 사유의 악보를 연주함으로써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사유 방식의 가능성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 

 

     

 

 

  2악장:  절대로 연주되어질 수 없는 것 :  

           칸딘스키와 존 스텀프의 악보 그리고 <사유의 악보>  

 

 


바실리 칸딘스키 <상호의 화음> 1942년   

  

러시아의 추상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예술에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회화를 음악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표현의 사유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첫째는 분명하게 나타나는 단순한 형태에 종속되는 단순한 구성으로, 나는 이를 선율적 구성이라 부른다.  둘째는 복합화된 구성으로서, 이는 ......  주요 형태에 여러 형태들이 종속된 구성이다.  ......  이 복합화된 구성을 나는 교향악적 구성이라 부른다. 

- 칸딘스키 <예술에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중에서,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1> p 39 재인용 -

 

그가 남긴 추상화는 교향악적이고도 역동적인 추상표현을 관철한 뒤 점차 기하학적 형태로 배열되는 것이 특징인데 칸딘스키는 자신이 그린 그림 아니 회화의 악보에서 음악의 선율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점, 선, 면 라는 회화의 세 가지 요소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자신의 그림에서 음악을 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칸딘스키의 친절한(?) 부연 설명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각기 각색의 알록달록한 무수한 원형들 그리고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로 가득한 그의 그림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이 화가가 도대체 무엇을 그리고자 했는지 의문을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캔버스를 오랫동안 뚫어져라 쳐다봤자 결국에는 추상화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칸딘스키의 추상화는 일반적인 그림처럼 형태와 색채로 이루어진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 위한 의도로 그려진 것이 아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추상화를 통해서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형태 배열이 만들어낸 선율적 구성의 아름다움을 예술화하여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그것도 귀로 듣는 것이 아닌 눈으로!  

칸딘스키가 회화를 음악에 접근했다면, 최정우는 사유의 텍스트를 음악에 접근하고 있다.

이론, 예술, 철학 등 다양한 사유의 형태들이 조합하여 만들어낸 ' 사유의 악보 ' 역시 칸딘스키의 그림처럼 사유를 하나의 ' 음악 ' 으로 둔갑한 ' 예술화 ' 한 하나의 형태다.  비록 저자는 독자들에게 기형적인 형태 배열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서 일말의 참고사항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독자들은 사유의 텍스트를 장난감 블록을 조립하듯이 접붙임과 해체를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사유의 텍스트에서의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

 


 

존 스텀프 <요정의 아리아와 죽음의 왈츠> 악보 일부

 

그리고 운이 좋으면(책을 읽게 된 독자가 저자가 말하고 있는 ' 소수의 독자 ' 중의 한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기형적인 텍스트에 매료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나온 <사유의 악보> 표지 이미지는 존 스텀프의 <요정의 아리아와 죽음의 왈츠> 악보 중 일부에서 따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 죽음의 왈츠 ' 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무시무시한 이름 덕분에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이 곡을 연주를 하게 되면 죽게 된다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괴담으로 전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곡은 작곡가 존 스텀프가 친구들과 자신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일뿐 악마가 만든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존 스텀프의 <죽음의 왈츠>는 단순히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연주되는 왈츠풍의 ' 음악 ' 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악보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텀프가 만든 악보는 절대로 연주되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가 무슨 의도로 이런 기괴한 악보를 만들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존 스텀프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음표로 이루어진 악보 자체를 ' 형태 ' 의 이미지로 변환시키는 새로운 구상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 형태 ' 의 악보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스텀프의 친구들은 기존의 상식의 틀을 거부함에서 나오는 독특한 재미를 느꼈겠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악마가 만든 저주 받은 음악의 악보라고 생각하면서 벌벌 떨어야만 했다. 

이렇듯, 어떻게 접근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악보의 형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탄생물들이 나오는 것이다.  <사유의 악보> 역시 읽는 독자들마다 각기 다른 해석들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3악장: 또 다시 <사유의 악보>에 대한 견해   

 

시대는 폭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가 획득해가고 있는 것은 불충분한 폭발뿐이다. 혁명은 계획 단계에서 제거되거나, 아니며 너무 일찍 성공한다.  격정은 순식간에 고갈되어 버린다.  

- 헨리 밀러 <북회귀선> 문학세계사, p 22 -

 

창조적인 행위를 통해서 독자들은 사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지게 된다.  사유하는 행위는 단순히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이성적이면서도 강압적인 방식이 아닌 우리 스스로 현상에 대한 질문을 구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는 능동적인 방식인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식의 명제는 참된 진리로 이루어져있을지 몰라도, 그 명제들로 이루어진 지식 체계 전체는 무의미한 내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버트런트 러셀은 오직 ' 참 ' (True)으로 이루어진 확실성의 세계의 토대를 찾기 위해서 시도를 했지만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갔지 않은가.  다만 러셀은 복잡해져가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성적으로 사고(思考)할 것을 권하였다.  여기서 사고는 결국에는 사유인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해서 분명하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기에 어느 대상과 현상 또는 그러한 것들의 측면을 지각(知覺)의 작용에 직접 의존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해야 한다.  

<사유의 악보>, 이 책이야말로 그전까지 절대불변의 진리만 찾아 헤매던 기존의 사유 방식에서 탈피하여 ' 혁명 ' 처럼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능동적인 사유 방식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좀 과한 비유일수도 있지만 이 책의 등장은  ' 사유의 혁명 ' 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저자가 겨냥하고 있는 독자들은 ' 소수 ' 로 한정되어 있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은 항상 소수의 힘에 의해서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헨리 밀러의 말처럼 새로운 시대를 찾기 위한 혁명에 대한 격한 갈망과 요구 그리고 열정은 너무 뜨겁다보면 한순간에 식어버릴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단순히 ' 알라디너 ' 가 쓴 책이라는 단순한 호기심적 관심이 아닌 새로운 사유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으로 읽혀지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이 전염병처럼 창궐하기를 소망하듯이 이 책이 그동안 위기론으로 암울하기만했던 우리나라 인문학의 판도를 확 뒤집어질 수 있는 진짜 제대로 된 사유의 ' 혁명 ' 이 되기를 소망한다.

   

  

 

  종곡(finale):  트리스트럼 샌디 Ver. 의 헌정사   

 

 람혼님. 

 " 주제, 내용, 형식의 3대 요소가 좀 특이하긴 하지만, 저는 이것을 감히 서평이라고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그러니 람혼님의 발 앞에, 정중함과 겸손함으로 바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기를 간청드리는 바이며. -  당신께서 여가가 있으실 때.  -  람혼님, 기회가 있다면, 또한, 선의를 위해 - 이대로 받아주시기를 소원하는 바입니다.   

 

신간도서평가 활동을 통해서  

람혼님의 음악을 공짜로(?) 듣게 되는 영광을 누리는 

참으로 보잘것없는 독자, 

cyrus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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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1-04-1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리뷰라니요.... 전 책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이 어인 일일까요?..ㅡ.ㅡ
전체적으로 읽기에 만만한 책은 아닌가보네요..
아 근데 리뷰는 근사해요..^^

cyrus 2011-04-11 15:4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아직 안 받았어요. 지난주에 운 좋게도 도서관에
이 책을 발견해서 읽고 있었던거 뿐이랍니다. ^^;;
책이 언제 올까요? ㅎㅎ

책 구성이 하나의 음악처럼 여러 개의 악장과 몇 곡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내용도 들뢰즈, 에드워드 사이드, 바타유,
박상륭, 탈근대성 등 다양한 주제가 정말 기형적이라고 할만큼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

맥거핀 2011-04-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가 스스로 택스트를 해체, 재조립하고 보아야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책에 참 어울리는 리뷰네요.^^ 그 사유의 악보를 보고, 어떤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내는지는 읽는이에게 달려있겠지요. 좋은 음악 잘 들었습니다. (근데, 저도 책은 못 받았음..짤린거임?-_-)

cyrus 2011-04-11 15:56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이 책 못 받았어요. 위의 꽃도둑님 답글에서도
밝혔지만 도서관에 대출해서 읽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요즘 시험 공부 기간이라서 책 읽고 서평 쓸
시간이 없어서 다른 평가단원분들보다 먼저 얼른 읽고 서평 올리게
되었네요.. ^^;;

책의 서문(서곡)에서 저자는 자신의 텍스트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사유할 것을
권하고 있더라구요. 물론 저도 아직 이 책의 80% 정도는 이해를
못했지만 계속 읽다보니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발견도 하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구요. 특히 ' 나르시스트를 구별하기 위한 자기진단법 ' 이라는
내용을 강추합니다. 자서전 읽기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사유 방식이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

굿바이 2011-04-1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이런 독특하고 훌륭한 리뷰를 이리 빨리 올리시다니요^^
'기형과 잡종의 조각난'이라는 표현은 많은 것들을 설명할 수 있거나, 절대로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다,라고 읽히기도 하네요. 아직 책을 읽지 않아서 그저 넘겨짚었지만 말이죠.

재미있고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1-04-13 00:22   좋아요 0 | URL
얼른 책이 와야할텐데 말이죠,, 직접 읽어보시면 또 다른 사유의 방식을
찾으실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내용이 쉽지 않으니 읽기 전에 마음
단단히 먹어야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1-04-12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하면 한니발이 생각난다는~
저도 이 책 끼고 앉았는데 말이죠, 끼고만 앉았어요.
이 책 갈피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칸딘스키...제법 잘 어울리는걸요~^^



cyrus 2011-04-13 00:24   좋아요 0 | URL
한니발이라면 살인마 나오는 영화를 말하는거죠?
제가 이 유명한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거든요,, ^^;;
무리해서 읽아나가기보다는 생각나는대로 관심 있는 부분부터
읽어나가는 것이 좋을거 같습니다 ^^

starover 2011-04-1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직접 작사한 노래가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cyrus 2011-04-13 00:26   좋아요 0 | URL
아,, 일부러 작사 작곡 연주라고 적은거였는데,, 이프리트님에게
오해를 주고 말았네요.

<사유의 악보> 제목 속에 있는 ' 악보 ' 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책 내용 속 비평문들의 부제가 한 장의 악보처럼 '~ 악장 ' , ' 변주 ' 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쓴 서평도 일부러 책의 구성방식을
패러디한거랍니다. 그래서 일부러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용문을
작사, 작곡, 연주라고 적은겁니다. 사실 저 인용문은
이번에 나온 <상상력 사전> 첫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죠. ^^

starover 2011-04-22 19:5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rainmaker_1201 2011-04-1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는 아마 이렇게 정성스러운, 그리고 일종의 '수면독서(!)'에 기반한 리뷰는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약간 (먼저) 읽고 있는데, 어쩌면 최정우씨는 인문학이라는 시대의 코드 대신 그 자리에 '사유'라는 들뢰즈적 의미를 도입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ㅎ

cyrus 2011-04-15 00:3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yjk7228님^^

이 책,, 사실 읽기에 좀 어려운 면이 있었지만 님이 언급하신
들뢰즈적 의미의 사유라는 의미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면
읽어볼만한 인문학 책인거 같습니다. ^^

람혼 2011-04-1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소중한 서평은 저자인 저에게 너무나 과분한 음악, 또 다른 축복의 악보가 아닐까 합니다. 소중하고 세심하게 잘 읽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cyrus님! ^^ 분석적인 서평이라기보다는 저의 악보를 변주하신 또 다른 악보 같이 느껴져서 말 그대로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cyrus 2011-04-20 08: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람혼님, 요즘 시험기간이라 바빠서 답변이 늦었네요 ^^;;
저야말로 람호님의 악보 덕분에 의미 있는 독서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람혼님의 다음 글도 기대가 됩니다. ^^

람혼 2011-05-03 16:4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다음 책도 결연한 의지로 치열하게 써보겠습니다. 함께 파이팅! ^^

루쉰P 2011-04-1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독자에게 강력하게 마음껏 사유할 것을 권유하는 철학책이라고 하니 마음에 와 닿네요. 게다가 버스에서 불철주야 독서에 매진하며 수면제 역할을 하는 이 책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도 마음에 팍팍 와 닿네요.

독서나 잠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신다니 저와 비슷하신 듯, 파스칼처럼 고통을 공부나 연구로 이겨내기에는 연약한 갈대와 같은 인간이라서 힘들고, 저도 독서를 통한 광기 어린 스트레스를 풀고 있죠. 푸훗.

암튼 좋은 리뷰 덕분에 많이 느끼고 가요. 시험 잘 보내세요. 학교의 용자가 되세요!

cyrus 2011-04-20 08:05   좋아요 0 | URL
시험이 끝나면 잠 제대로 푹 잤으면 좋겠네요, 밤 새면서 책은 읽을
수 있는데 공부만큼은 정말 밤 새가면서 하는게 힘드네요 ^^:;

아이리시스 2011-04-1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잘 지내신 거예요? 아직 중간고사 전이죠? 이건 너무 어려워서 읽기가 힘들어요. 책이 어려워 보이니까 리뷰도 어려워 보여서 겁먹었어요. 위에 람혼님이 저자이신 거구나. 저도 트리스트럼 샌디는 대학 때부터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퍼낸 출판사가 여전히 대산 뿐인 거예요? 역시 시루스님 부지런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아요. 봄날 맘껏 즐기시고 중간고사도 완전 화이팅!^^

cyrus 2011-04-20 08:09   좋아요 0 | URL
이번주부터 시험기간이에요, 지금까지 시험친게 고작 한 과목뿐이에요,,-_-;;
아이리시스님도 잘 지내고 계시는거죠? ^^ 저도 처음에는 읽기 전부터
두려움을 가졌었는데 편안한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읽어보시면 어렵지
않아요,, ^^;;

아이리시스님 댓글 보고나니 힘이 마구마구 솟네요, 남은 시험기간동안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4-2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밤을 같이 지새던 동지로서, 오랜만이라 안부 인사 차 들렸어요~
시험 완전 대박 나세요~^^

cyrus 2011-04-28 14:44   좋아요 0 | URL
이틀전에 시험이 끝났어요. 열심히 한만큼 시험이 잘 쳤어요,, 아직
중간시험 성적도 나오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ㅎㅎ;;
 
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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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자는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오로지 고통을 통해서 배운다.  

- 아이스퀼로스 <오레스테이아> 중에서 -  

  

 

    

  니체, 생애 마지막 10년  

한 중년의 남자가 마부로부터 가혹하게 채찍을 맞는 말을 끌어안고 광장 한가운데서 오열하고 있었다. 마부의 눈초리도, 웅성거리는 군중도 그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친구들에 의해 정신병 요양소로 옮겨진다.  

정신병 요양소로 가게 된 그 중년 남자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였다. " 신은 죽었다 " 고 외친 남자는 이렇게 속세로부터 멀어져 갔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통해서 신에 의지했던 인간이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주인공, 즉 ' 위버멘쉬 ' (Uebermensch)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 위버멘쉬 ' 는 가치의 창조자로서 풍부하고 강력한 생(生)을 실현할 수 있는 ' 힘에의 의지 ' 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그가 살았던 19세기에 신을 부정한다는 것은 곧 자살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니체는 ' 신 ' 이라는 하나의 관념적인 존재를 부정하는 시도를 해내게 된다.  니체에게서 신의 존재 부정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의지를 앗아가버린 모든 억압과 우상도 부정하는 것이다. 니체의 이 같은 선언은 인간의 개별적 주체성을 근간으로 한 20세기 실존철학의 전범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니체는 생애 마지막 10년은 자신을 둘러싼 두려움과 허무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했다.  평생을 질병에 시달렸고, 정신분열증에 걸려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 없는 삶을 살았다.  10대 때부터 지독한 편두통을 호소했으며 왕성한 저작활동을 하던 3, 40대에는 극심한 조울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거대한 세계를 이해하고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철학이나 과학에 의존한다. 그러나 근원적인 지식의 토대를 파고든 철학자나 과학자들은 때로 정신적인 부작용에 시달리곤 하였다.    

 

 

 

  러셀은 왜 미쳐버렸는가?  

현대 수학의 금자탑이라고 불리고 있는 <수학원리>를 집필한 논리학자 버트런드 러셀 역시 정신분열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버트런드 러셀의 치열했던 지적 여정을 만화로 소개하고 있는 <로지코믹스>의 서론에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 왜 유독 논리학자는 정신병에 잘 걸릴까? ” 

앞에서 언급한 니체를 ' 논리학자 ' 로 규정되는 것은 얼토당토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 논리학 ' 이라는 학문 자체를 '철학 ' 과 비교해서 따져놓고 본다면  판단이나 개념의 내용이 진리인 것 같은 인식을 얻기 위한 사고의 경로나 그 형태를 이성적으로 연구한다는 점은 철학과 논리학은 서로 유사하다.  무엇보다도 논리학은 애초부터 철학에서 떨어져나온 한 핏줄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로부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서 논리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의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으며 그 후로 뛰어난 철학자들은 자신의 철학적 인식을 올바른 것으로 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적 논리학 대신 모두 제각기의 입장에서 특징있는 인식론적 논리학을 설정하였다.  

어쨌든 논리학자들이 보여주는 광기에 대한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생각할 줄 아는 논리학자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 논리학자 ' 에 대한 인식과 정반대라서 흥미롭다.     

특히 ' 러셀 ' 이라고 하면 대중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손꼽히고 있다.  <수학 원리>를 31살에 쓴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이며 평생에 걸쳐 감옥도 두려워하지 않고 1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등을 반대한 반전 평화운동가이자 사회학자였다.  그런 그가 정신분열증의 고통에 남몰래 시달려야만 했던 것일까?    

 

   

 

  ' 확실성 ' 이라는 이상과 모순된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

러셀은 논리학을 통해 완전무결한 수학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평생을 바치게 된다. 처음에는 수학을 통해 확실한 토대를 찾으려 했던 러셀의 지적 욕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따분한 계산에만 열중하는 수학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그 당시의 수학에 만족하지 못한 러셀은 본격적으로 철학에 열중하게 되고, 자신은 수학자가 아닌 논리학자라는 자각을 갖게 된다. 

러셀에게 논리학자라는 자각을 심어준 결정적인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라이프니츠였다.    

 

유클리드와의 첫 만남은 내 안에 씨가 뿌려진 것과 같았고 ,,,  라이프니츠의 꿈에 대해서 듣는 것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았다.  

- <로지코믹스> p 100 -

 

어린시절 러셀은 세상의 확실성을 부여하고 증명해줄 수 있는 학문을 유클리드의 기하학이라고 반견하게 되지만 점차적으로 수학의 확실성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되면서부터 라이프니츠의 논리학에 심취하게 된다.   라이프니츠는 러셀보다 수백년 전부터 이미 철학에 확고한 토대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서 탐구하였다.    

러셀에게 라이프니츠의 만남은 유년시절의 유클리드의 만남 못지 않게 자신의 지적 영역을 한층 더 확장될 수 있었던 전환점이 되었다.  젊은 니체가 헌책방에서 우연히 쇼펜하우어의 책을 발견하게 되면서 ' 생(生)의 의지 ' 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부여되는,  예전부터 확신하고 지배하고 있었던 가치와 신념을 자신 스스로 타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러셀은 수학을 연구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 곤경 ' 을 처하게 되는데 마음 속 깊이 품은 목표, 즉 세계에 대한 확실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예전부터 확고히 서 있는 토대의 기본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적의 여정 속에는  ' 정신적인 ' 위험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러셀이 활동하던 당시 ' 무한 ' 이라는 개념은 수많은 수학자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러셀은 수학에서 위치하고 있는 무한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지만 무한이라는 개념 역시 수학의 허약한 내면으로 대표되는 하나의 ' 관념 ' 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로지코믹스> p 143 

러셀의 꿈 속에서 ' 수학의 왕 ' 가우스가 나타나  

무한의 수학적인 토대를 무너뜨렸다고 꾸짖고 있다.
 

 

 


 

<로지코믹스> p 144,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은 오랫동안 확고히 세워져 있었던 하나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가 러셀의 꿈 속에 나타나는 장면은 관념적인 존재를 부정하려는 러셀이 겪게 되는 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전부터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상의 믿음, 가치 등이 한순간에 변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 예측불가능한 변화의 시류 속에 자신이 직접 동참하고 주도하는 것 역시 쉽지가 않은 일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이 학계로부터 제대로 인정받기까지 이 두 사람은 생전에 종교적인 핍박에 시달려야 했으며 니체 역시 신을 부정한다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종교로부터 배척과 오해를 받아야만 했다.  러셀 역시 당시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학문적 신념의 틀을 깨부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 스스로도 그런 시도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내면 속에 존재하고 있던 ' 정신적인 '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나서야 화이트헤드와의 기나긴 공동 연구를 통해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수학원리>를 완성하게 된다.  러셀은 평생 바치게 될 학문적 시도의 본격적인 첫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일생 동안 천착해 온 무결점의 수학 원리는 끝내 도출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확실성의 진리에 이르는 왕도는 없다

학문의 가장 완벽한 기초, 토대를 찾기 위해서 수년동안에 걸쳐 오로지 수와 식, 기호로 가득찬 공식을 집착했던 러셀의 입장에서는 확실성의 토대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미제의 결론에 대해서 탐탁치 않게 여겼을 것이다.  영원하며 절대적인 확실성으로 이루어진 진리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러셀에게 오랜 논리학 연구를 통해서 남게 된 것은 정신적인 후유증, 그것이 바로 ' 확실하게 증명하고자 했던 ' 완벽한 실체에 대한 증명이 도출되지 못함에 대한 허무와 회의감뿐이었다.  그런 정신적인 공허감과 회의감 때문에 논리학자들은 정신분열증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러셀뿐만 아니라 확실한 토대의 논리를 추구하기 위해 시도했던 수학자, 논리학자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프레게칸토어는 미쳐버렸고, 괴델은 우울증에 걸렸다. 그리고 러셀의 제자였던 비트겐슈타인은 자살하고 만다.    

그러나 이들 논리학자들의 광기를 향해서 손가락질할 이유가 없으며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게 된 논리학의 토대에 대해서 쓸모 없는 연구에 불과한 실패라고 규정할 수도 없다.  우리는 논리학자들의 말 못하는 고통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런 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다나오스의 딸들> 1904년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다나오스의 딸들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결혼 첫날밤에 남편의 목을 베었다. 

그래서 그들은 신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서 지옥에서   

구멍 뚫린 물통에다 물을 부어 채워야 하는 벌을 받게 되었다. 

 

논리학자들의 고통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다나오스의 딸들처럼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 토대를 이루는 체계에 토대가 없는 ' 아이러니한 상황을 견디면서 혹은 절대로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신 스스로 논리학의 광기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자처하였다. 

러셀은 ' 인간사에서의 논리의 역할 ' 이라는 강연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강연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 진리에 이르는 왕도는 없다. "  

그리고 논리학에 완벽한 확실성에 도달할 수 없다면 오늘날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한 세상에서도 완벽한 확실성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결국에는 확실성의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수많은 현실의 딜레마에 마주하게 되는 우리 인간들이 요구되어지는 것은 최소한 두 세번,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사에서 논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이기도 하다.

이성적으로 여러번 판단하고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의 행동은 수많은 고민 끝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 행동하는 자는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 라고 말한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아이스퀼로스의 격언처럼 우리는 사유를 통한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을 이해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창조적인 생의 의지이다.  

러셀과 수많은 논리학자들이 겪어야했던 고통과 비교하면 우리가 그동안 고수하고 있었던 삶의 가치와 신념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느끼게 되는 고통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결국 러셀은 확실성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토대를 찾기 위해서 스스로 ' 행동 ' 했으며 이를 위해서 ' 광기 ' 라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창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통으로부터의 위대한 구원이며, 삶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하는 자가 되려면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고, 많은 변신이 필요하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펭귄클래식코리아, p 159 -  


러셀이 추구했던 논리학의 토대 구축은 확실성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창조하기 위한 무모하면서도 감히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지성사에서 영원히 남게 될 도전이었다.  어떻게 보면 러셀이야말로 니체가 수백년 안에 등장할 것이라고 예언한 그 ' 위버멘쉬 ' , 자기 손으로 자기가 믿고 있던 가치를 스스로 극복할 줄 아는 초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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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4-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마녀고양이님 밑 댓글을 보고 한 번 들어와 봤는데 너무 재밌게 읽고 가네요. 니체도 그렇고 미쳐버린 사람들에게 유독 관심이 많은데 인간의 사유 끝에 결국 해결하지 못해 그런 광기 속으로 간다는 사실이 참 납득이 가네요. 독서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확실성이란 것을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광기로 간다는 말은 참 무섭네요. 자주 자주 들려서 많이 읽고 배우고 가겠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

cyrus 2011-04-05 07: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루쉰님 ^^

노이에자이트님 서재에서 종종 보곤 했었는데 저야말로 아직 많이
배울게 많답니다. ^^;; 저도 님 서재 자주 들리겠습니다.

루쉰P 2011-04-05 13:00   좋아요 0 | URL
하하^^ 너무 겸손하시네요. 전 이렇게 꽉꽉 차 있는 리뷰를 너무나 좋아해요. 정말 생각하시며 리뷰를 쓰신다고 느껴요. 아! 전 언제쯤 그렇게 책과 나를 몰아일체로 만들 수 있을 지 고민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4-0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역시나 생각거리가 많은 좋은 리뷰네요.
제가 한때 "세상에 정답이다, 누군가 이것은 정답이니 이 길로 가야한다'고 납득할만한 진리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소원한 적이 있었어요. 정말 절실했죠. 아마 러셀이나 니체 모두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우리는 다들 생의 의미를 찾는 방랑자가 아닐까요?

로지테라피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 역시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자살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답니다. 그러나 그는 1980년대 후반에 자살하고 말아요. 나치 수용소에서 힘들게 살아남고서 말이예요. 저는 요즘 들어 실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답니다.

cyrus 2011-04-05 07:54   좋아요 0 | URL
프리모 레비라는 소설가 역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는데 끝내
자살했다죠,, 예전에 <죽음의 수용소에서>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실존에 대한 고민,, 쉽지 않은거 같아요. ^^;;

루쉰P 2011-04-05 12:59   좋아요 0 | URL
빅터 프랭클도 자살했군요. 프리모 레비의 경우 다 늙어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했는데 그 끔직한 상황을 이겨내고 죽은 것은 서경식 교수의 책을 읽은 저로서는 수용소보다 더 끔직한 것이 현실의 사람들 이었다는 점인 것 같은데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네요. 암튼 실존의 고민은 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blanca 2011-04-0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지코믹스가 만화였던 거예요! 어마나. 그리고 저 러셀이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것도 몰랐네요. 너무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군요. 니체는 참 개인적으로 불우한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cyrus 2011-04-06 09:18   좋아요 0 | URL
러셀의 사상과 무한론에 대한 소개의 내용은 좀 어려웠지만 그래도
만화라서 철학적인 내용을 소개한 도서치고는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좀 약간 과장한 감도 있었지만 정신분열증이라기보다는
정신이 불안정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

2011-04-07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8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undcake 2021-11-2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터 프랭클 자살하지 않았습니다.휴

poundcake 2021-11-24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로지테라피도 아니고 로고테라피입니다. 혹시나 제가 다른 사람을 말하고 있다면 죄송합니다.
 

 

  

  #1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강의들 중에서 <행정통계학>이라는 과목이 있다.  지난달에 <행정통계학> 강의 첫 시간에 대한 페이퍼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단 ' 통계 ' 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과목의 내용은 쉽지가 않다.   다행히 수학 과목처럼 계산하는 일은 없고 간단히 컴퓨터를 통해서 통계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하면 별거 아니다.  하지만 통계학을 처음 접한 학생, 거기에다가 컴맹에게는 여간 쉽지 않은 강의이기도 하다.    

통계분석을 하거나 표를 만들 때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중에 SPSS라는 것이 있다. <행정통계학> 강의 때 실습 학습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근까지 Ver. 18까지 나왔으며 간단히 입력하기만 하면 통계분석뿐만 아니라 표도 만들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SPSS는 엑셀의 기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SPSS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사용하게 되었는데 수업시간에 바로바로 교수님 말씀을 듣고 이해하자니 프로그램 사용 방식을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이 강의 시간에는 교재도 없어서 난감하기만 하다.   이 프로그램 역시 엑셀처럼 다양한 도구들이 많아서 상황에 맞게 잘 써야지 제대로 된 통계분석을 할 수 있다. 만약에 단추 버튼 하나라도 잘못 눌렀다거나 숫자 한 개라도 잘못 입력했다가는 통계분석 결과가 ' 뻥 ' 날 수 있다.  즉, 오류가 나온다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중간고사 때 SPSS 실습 시험을 치루게 되었는데  하는 수 없이 SPSS 프로그램 관련 전공 책으로 따로 공부하기로 하였다.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전공 책을 구하기 위해서 어제, 집에서 먼 학교 도서관에 찾아가게 되었다. 

최신형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만큼 SPSS Ver. 18에 대한 전공 책을 구해야했다.  무엇보다도 대학교 도서관이기 때문에 최신형 버전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도서관에 와보니 SPSS Ver. 18에 대한 책을 한 권이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SPSS 관련 책들은 다 옛날 버전이었다.  대부분 Ver. 10이 많았고 그나마 최신 버전이 6년 전 쯤에 출간되었던 Ver. 14 프로그램에 대한 책이었다.  

 

  

 

 #2

최근에 뉴스에서 우리나라 대학교 도서관의 장서 보유에 대한 썩 좋지 않은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다.   

서울의 어느 시립대 도서관이던데 수업 시간에 지정된 전공 도서가 단 한 권도 소장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전공 도서 같은 경우에는 시대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매 년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개정판이 나오기 마련인데 대학 도서관에 들어오는 최신판 전공 도서의 수는 극히 적은 반면에 예전에 나온 구판 도서의 수는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최신판 전공 도서를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책 한 권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가에 먼지 쌓인 채 남아 있는 구판 도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지방대 학교 도서관의 장서 수준과 도서 구입 예산 비용이 수도권 대학교 도서관보다 낮다는 점이다.

뉴스에서 듣던 대학교 도서관의 실태를 눈 앞에서, 그것도 지방대인 우리 학교에서 보게 되다니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한 번은 우연히 과학도서가 소장되어 있는 ' 과학기술자료실 ' 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 서가 구석 쪽에는 생물학, 생명공학 관련 책들이 꽂혀 있다.  그런데 유독 생명공학 관련 전공 도서가 꽂혀 있는 서가는 텅텅 비어 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 위치에 서가가 있다보니 그럴 수 있겠지만 생명공학 분야가 요즘 대두되는 학문인만큼 시대의 변화와 유행에 걸맞는 최신 정보를 담고 있는 도서가 없는 도서관은 과연 대학생들을 위한 도서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3

하지만 더 심각한 사실은 올바른 교양을 습득하기 위한 학문의 장인 도서관이 오늘날에는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장소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 도서관 ' 이라는 공간은 그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의 공간이 아닌 취업을 하기 위한 스펙쌓기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심각한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이 토익이나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다 보니 독서의 중요성이 잊혀지게 된다. 

대학 도서관의 장서 수는 학문 경쟁력을 위한 기초 체력과 같은 것인데 열악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학술 정보가 국력이라는 원칙에 따라 도서관의 양과 질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거둬 들인 수많은 등록금만으로도 충분히 도서관 장서를 늘릴 수 있는 예산에 투입할 수 있는데도 그 쌓아 두었던 등록금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많던 도서관의 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형성하기 위한 교양과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책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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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4-0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도대체 그 등록금들은 어디다가 쌓아두는지 원..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혹시 원하는 책이 있다고 해도, 워낙 수가 적어서 거의 항상 대여중이라 볼 수가 없지요. (예전에 어떤 얌체 학생들은 장기대여를 못하니까, 필요한 책을 도서관 자기만 아는 구석에 꽂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보는 방법도 쓰더군요.)
흠..SPSS..많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의 애증의 프로그램..;;

cyrus 2011-04-03 10:1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예전에 간혹 그런 수법을 쓰곤 했었어요,, ^^;;
그래서 나중에 숨겨 놓은 책을 빌려가곤 했지요.
교수님 말씀으로는 SPSS 기능만 잘 익혀두면 쉽다던데,,
아무래도 전 컴맹이라서 그런지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는데도 쉽지 않네요 ^^;;

마녀고양이 2011-04-0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제가 다닐 때 생각해도... ^^
요즘은 등록금도 엄청나던데, 몽땅 어디갔을까요?
SPSS, 끄응, 그거 저도 공부해야 하는뎅.
그냥 엑셀로 안 되겠니? 하고 묻고 싶어요.. 그거라면 매크로도 좀 쓰는뎅. ㅎㅎ

cyrus 2011-04-03 10:14   좋아요 0 | URL
마고님, 한번은 제가 다니는 학교에 지난 주 금요일에 총학생회 출범식
이랑 새내기문화제라는 것을 했었는데,, 그 날 출연한 특별가수들만 해도
몇 명인지 모르겠어요,, 한편으로는 학교 축제하는 줄 알았어요,,
작년에 등록금 문제와 결부시켜서 학교 축제 때 가수 출연 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총학생회하는데 굳이 가수들을 초청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 가수들을 초청하기 위한 비용에도 학생들의
등록금이 포함되어 있을텐데 말이죠.


저도 액셀이라면 할 수 있는데, SPSS는 아직,,, ^^;;

비로그인 2011-04-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대학 다닐때 SPSS 힘들게 공부해서 그때 공부하던 자료 막 챙겨왔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앞으로는 쓸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요인분석,, 또 뭐가 있더라 기억도 잘 안나네요~

아주 가끔 졸업증 들고 도서관 들릴 때가 있는데 열람실에는 거의 취업을 위한 책들이, 휴게실에서는 얘기들로 가득하더라고요. 다들 똑똑하고 당차 보이기는 한데, 시대에 따른 것이겠지만 여유가 없는 것 같아서 한편 안타까운 눈으로 보게 되네요.

cyrus 2011-04-03 22:59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SPSS를 알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군요, 저는 SPSS가
단순히 통계분석 전문가들이 애용하는(?) 프로그램인줄 알았거든요^^;;
요인분석,, 다음 주 강의시간 때 배워요,, -_-;;

저희 도서관 같은 경우에는 아예 대놓고 취업 준비를 위한 책을 따로
비치해놓은 서가코너도 있어요, 취업 준비를 위한 책도 읽으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수많은 장서가 소장되어 있는 도서관에는 이보다 더 좋은 책들이
많이 있는데 말이죠. 저도 젊은 세대들에게 독서의 여유마저 사라지고 있다는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4-0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신서적을 신속히 구비하는 것과 함께 오랜된 책들도 보관할 공간을 확보해야겠습니다.공간이 모자라다며 도서관마다 명저들을 내버리는데 아까운 책들이 정말 많더군요.

cyrus 2011-04-03 23:00   좋아요 0 | URL
가끔 헌책방에 들리게 되면 도서관에서 소장되었던 책들도 종종 보곤해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오래된 책들들도 보관할 수 있는 공간 확보도 도서관 예산 설정
기준에 중요한 사항인거 같습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4-0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해요. 대학 도서관은 책 찾아보는 사람보다 각종 시험 공부하는 사람이 더 많고..
가끔 들르지만, 최신 서적들도 베스트셀러 위주일 때는
대학풍경이 아쉽기만 해요.

cyrus 2011-04-03 23:2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현맘님처럼 공감은 하지만,, 제가 도서관에 시험 공부하는
요즘 젊은이들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 그래도
가끔은 도서관에 비치되는 책들에게도 눈길을 주려고 합니다 ^^
 

 

  

  야한 여자, 야한 일기  

 

 

 

 

 

 

 

   

   

주말에 레포트 준비로 인해서 지난 주 토요일에 있었던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말았다.  독서모임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읽었는데 말이다.  

등교나 귀가할 때는 항상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1시간 20분 남짓 걸린다. 그 정도의 시간의 양이라면 버스 안에서 책 50~100페이지 정도는 넉넉히 읽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자투리 시간이다.   독서모임을 앞두는 날에는 그 시간에 독서모임 선정 도서를 재독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번 독서모임 선정도서였던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은 버스 안에서 읽기가 난감하였다.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책 표지가 강렬한 인상을 줄 정도로 독특하다.  학교 가는 버스에서는 눈치 볼 것 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스쿨버스를 탈 때는 읽기가 조금은 곤란하였다.  내가 타는 스쿨버스는 항상 학생들이 가득찬 만원버스다.   

가끔은 내 옆좌석에 여학생도 앉을 때도 있는데 여학생이 내 옆에서 앉아있을 때에는 선뜻 책을 펼치기가 곤란하였다.   물론 그리 잘 생기지 않는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 여자는 없겠지만 만약에 옆에 앉은 여학생이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여인이 떡하지 그려진 표지의 책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남학생을 보게 된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나,,,? 

 

한 번은 또 이런 일이 있었다.  

평소에 친한 대학동기랑 함께 도서관에서 과제물을 출력하고 있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강의시간에 제출하게 될 과제물을 내가 컴퓨터로 확인하고 있는 사이에 동기가 무심코 내 가방을 뒤져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가방 안에 들어있었던 것은 책 두 권이었는데 한 권은 전공 교재였으며 나머지 한 권은 바로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이었다.    

동기가 <헨리와 준>의 표지를 보자마자 하는 말 ,,, 

  "  너 요즘 외로워서 야한 소설이나 읽고 있냐,, ㅋㅋ" 

독서모임 때문에 읽고 있는 책인데 동기의 장난기 어린 말을 듣자마자 당황스러웠다.  나는 절대로 ' 야한 소설 ' 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였다.    다행히도 이 친구가 책이랑 사이가 친하지 않아서유명한 소설이라고 대충 얼버무림으로써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남학생 동기라서 캠퍼스 인생 최대의 위기(?)를 피할 수는 있었다.   만약에 여자 동기나 여 후배가 본다면 평생 야한 소설 읽는 놈 혹은 선배로 제대로 낙인 찍혔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은 ' 야한 소설 ' 이 아니다.  ' 야하게 쓴 일기 ' 일뿐이다.   

 

 

 

  헨리 밀러와 아나이스 닌 그리고 준 밀러

 

 

 

 

 

 

  

 

* 국내에서 번역된 이 두 권의 <북회귀선>은 같은 출판사(문학세계사)라는에서 번역되었는데 왼쪽에 녹색 표지는 1991년에 출간되었으며 오른쪽은 <북회귀선> 출간 70주년을 맞아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어 새롭게 출간된 완전 번역판이라고 한다.

 

노골적인 성묘사로 저작이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작가 헨리 밀러. 한때 그의 연인이었던 아나이스 닌의 작품이 그렇듯. 작품 세계처럼 그들의 사랑도 에로틱하고 기묘했다.  겉보기에 둘은 보석과 돌멩이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아나이스 닌은 아름답고 부유한 숙녀였고, 헨리는 그야말로 ‘ 땡전 한 푼 없는 ’ 무명의 작가 지망생에 불과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아나이스 닌은 에로스를 강조하는 영국 소설가 D.H.로렌스에 대한 연구서를 저술하며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했다.  헨리는 아나이스 닌이 원하는, 집필한 소설이 너무 외설스러워 그 누구도 출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은지 4개월 만에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1년 동안 이들은 이후 자신들의 작품으로 승화될 성애에 몰두했다.  헨리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악명 높은 소설인 <북회귀선>(Tropic of Cancer, 1934)을 완성할 수 있었으며 아나이스 닌 또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소설가 헨리 밀러와 그의 아내 준 그리고 아나이스 닌의 삼각관계를 그린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Henry & June> 

국내에 개봉되었을 당시에는 헨리 밀러의 소설 제목을 의식해서  

<북회귀선>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 

헨리 밀러의 소설 내용과는 무관하다.  

  

 

이들의 관계는 헨리의 두 번째 아내 준 밀러가 등장으로 복잡해진다. 성적 에너지가 넘쳐나는 직업댄서 준과 아나이스 닌은 잠시 관계를 맺는다. 이 희한한 삼각관계는 한참 후에 공개된 아나이스닌의 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그린 내용을 영화화한 것이 바로 <헨리와 준>(Henry & June)이다.      

 

 

  

  


영화 <Henry & June> 속 아나이스 닌(마리아 드 메데이로스 役)과  

준 밀러(우마 서먼 役)      

 

자신의 남편 휴고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아나이스 닌은 밀러와 사랑의 쾌락을 계속 누린다. 물론 아나이스 닌처럼 밀러에게도 배우자 준 밀러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이들에게 이러한 문제는 전혀 개의할 것이 못 되었다.  

국내에서 번역된 아나이스 닌의 일기는 헨리 밀러와 준 밀러와의 관계가 한창 타오를 무렵이었던 1931년부터 이듬해까지 쓴 내용이다.  그녀가 쓴 일기는 총 13권으로 출간되었는데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해준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아나이스 닌이 쾌락주의자가 된 이유

파격적이고 적나라한 성 묘사 때문에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금서 처분이 되었던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와 그의 아내 준과의 은밀한 삼각관계 거기에다가 성관계 묘사가 여러 차례 등장하고 에로틱하게 느껴지는 표현을 구사하는 그녀의 문장력까지 더해져서 <헨리와 준>을 처음 접한 독자들에게는 ' 에로틱한 책 ' 으로 먼저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순전히 독자들의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쓴 글은 아니다. 자신의 내밀한 성적 본능을 그저 충실히 표현하고 있을 뿐이며 성(性)과 관련된 그녀의 체험과 생각 뒤에는 여성으로써 가지게 되는 사랑의 감정이 반영되어 있다.  그녀가 쓴 문장 속에는 그녀의 세밀하고 섬세한 감정이 깃들어져 있다.         

 

나는 들떠 있고, 기운차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완전하게 충실하기 위해서, 비밀스럽게 다른 누군가를 만나 지금처럼 관능적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에로틱한 상상을 한다. 고독과 성찰, 글 쓰는 일은 원치 않는다.  쾌락을 원한다.   

- <헨리와 준>, 아나이스 닌, 펭귄클래식코리아, p 273 -

   

아나이스 닌은 일기에서 자신을 성적 본능에 충실하는 쾌락주의자로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딱 이 문장만을 가지고 아나이스 닌을 헨리 밀러와 그 아내를 탐하는 양성애적 색(色)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쾌락주의자라고 규정할 수 없다.  

그녀에게 섹스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욕구 충족의 행위이겠지만 이성에게 느끼게 되는 사랑의 감정은 배제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 휴고를 열정적으로는 사랑하고 있지는 않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그의 부드러운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강한 유대감 때문에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음으로써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아나이스 닌에게 헨리 밀러는 여성으로써의 성적 본능에 눈을 뜨게 해준 휴고의 성격과는 정반대인 정열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즉, 아나이스 닌은 휴고를 통해서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 를, 반대로 헨리 밀러에게는 성적 본능과 결부되는 에로스(Eros)를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준 밀러와의 동성애적 관계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린시절에 사랑의 부재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에서 기인된 것이다.  특히 그녀는 정신과 의사인 알렌디 박사에게 어린시절의 경험을 고백하게 되는데 아버지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원치 않았다.  그는 나에게 못생겼다고 말했다. 내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내가 직접 해낸 거라고 믿지 않았다.  아홉 살 때 내가 거의 죽을 뻔했을 때을 제외하고, 아버지가 나를 귀여워해 주거나 칭찬해 준 기억은 전혀 없다.   나를 때리던 모습과 차가운 푸른 눈동자로 나를 냉담하게 쳐다보던 모습만 기억이 난다.  

- <헨리와 준> 아나이스 닌, 펭귄클래식코리아, p 159 -

     

3~5세 무렵 여자 아이들이라면 겪게 될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를 아나이스는 정신적 성장에서 꼭 거쳐야할 중요한 과정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했다.  아나이스의 아버지는 어린 딸뿐만아니라 아내까지도 냉담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버지로부터 외면받게 되는 자신의 경험을 어머니의 상황과 동일시하게 된다.      

이렇듯 아나이스 닌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받아야 할 사랑의 부재가 평생 마음 속에서 자리잡게 되면서 누군가로부터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아나이스에게는 누구든 상관 없다. 오직 자신에게 사랑의 관심을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휴고든 헨리 밀러 그리고 준 밀러이든간에 말이다.  


 

  

  사랑의 부재가 만들어낸 여성들의 트라우마

과거에서 비롯된 기억 하기 싶은 경험이 트라우마(Trauma)로 작용하게 되면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그릇된 인식을 갖거나 인격적인 관계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비록 사랑을 나눈다고해도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오래 가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레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역시 아나이스 닌처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서 정신적인 상처를 안고 있는 비운의 인물이다.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에 등장하는 동명 여주인공은 음악가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귀족 집안의 양녀로 살게 되었는데 네또츠까는 여전히 아버지의 충격적인 죽음과 부재로 인한 고통에 시달린다.   결국 그런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귀족 집안의 딸로부터 동성애적 연분을 느끼게 된다.    

<고독의 우물>의 스티븐 고든은 여성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보수주의적 색채가 짙었던 19세기 말 영국 사회는 여성이라는 귀속 지위를 거부하는 그녀의 동성애적 태도를 인정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필립 경은 자신의 딸의 성적 취향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하지만 필립 경은 불운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그녀는 잠시나마 정신적인 혼란에 겪게 된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에 등장하는 한나는 앞에서 소개된 여주인공보다 비극적이다.  

과거 나치 친위대 활동에 대한 지워지지 못한 기억 때문에 하루하루를 마음 속으로 괴로움을 삼키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마이클에게 그동안 채워지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을 충족시키게 된다.   

한나는 마이클와의 섹스를 통해서 단순히 성적 쾌락을 얻으려고만 한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사랑의 관계를 가지기 전에 한나는 항상 마이클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한나의 입장에서 책을 읽어주는 마이클의 행위는 단순히 글을 깨우칠 수 있는 하나의 지식 습득 과정 이상을 넘어선 정신적인 교감이 이루어지는 사랑, 즉 한나만이 느낄 수 있는 플라토릭 러브인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한나는 나치 친위대 활동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마이클이 자신에게 읽어주는 책의 수가 늘어 가고 사랑의 감정이 더욱 깊어질수록 자신을 바라보는 마이클의 사랑에 대해서 회의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마이클에게 한나는 어른들만 알 수 있는 성의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으며 사춘기 시절에 충만한 성적 호기심과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사랑을 느낄 줄 아는 갈대이다

"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파스칼의 <팡세>에 등장하는 이 유명한 구절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광대불변한 자연 속에서는 그저 가냘픈 존재에 지나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유명한 구절은 ' 인간 ' 이라는 낱말 대신에 ' 여자의 마음 ' 을 넣어 사용하여 여자들의 표현하는 말로 시시때대로 사랑 감정의 변화가 잦아 이리저리 휘둘리는 여성들의 모습을 뜻하고 있다. 

하지만 ' 여자는 마음의 갈대 ' 라는 구절 속에는 당시 남성 중심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차별주의적 산물이기도 하다.   거기에다가  ' 바람에 흔들리는 ' 이라는 말까지 붙여주면  여성은 바람기 가득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줄 수 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바람기에 쉽게 흔들리기 쉬운 존재인데 말이다)

여성이 감정의 이끌림에 유혹받기가 쉬운 이유가 남성보다 감수성이 더 풍부하고 예민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의 유형은 여성들에게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의 이런 감정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남성은 이성이나 감정보다는 행동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아픔을 달래는 여자  
고개 숙여 우는 그 여자
이 세상에 약한 것이
여자 여자 여자
당신 내 마음 몰라요

내 진정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필요한지 몰라요
때로는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도 하지만

그래도 오로지
나만의 남자 남자 남자
행복을 꿈꾸는 여자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
그런 여자 여자 여자  

- 설운도의 노래 <여자 여자 여자> 중에서 -

   

지금까지 살면서 연애 한 번도 해보지 못해서 여자들의 어떤 특정한 감정에 대해서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내가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은 여성의 성격과 감정 그리고 이성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은 남자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이성 간의 교제를 통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된 설운도의 ' 여자 여자 여자 ' 속 노랫말이 그런 여자들의 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 전에 내 귀에는 중년 아저씨들이 즐겨 부르는 트로트로만 들었지만 지금 다시 노랫말을 곱씹어보니 은근히 낭만적이다.   

무엇보다도 이 유명한 히트곡은 부인과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 설운도 씨의 세레나데라고 한다. 부인과 심한 다툰 끝에 냉전을 유지하고 있던 시기에 설운도 씨는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하나의 노래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 곡이 바로 ' 여자 여자 여자 ' 다.  완성된 노래를 부인에게 들려주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내 생각이지만 여자는 ' 바람에 흔들려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갈대 ' 가 아닌거 같다.   

(꼭 모든 여자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여자들이 사랑하는 이성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서 이쁘게 화장도 하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처럼 언제나 자신에게 찾아올 사랑과 행복을 찾기 위해서 또는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과 관심을 어떻게든 보여주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일종의 ' 구애 '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여자는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랑을 느낄 줄 알고, 항상 사랑을 느끼고 싶어하는 갈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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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3-3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헨리와 준, 북회귀선이 전혀 같은 이야기가 아니란 말입니까?
하지만 작가는 같잖아요. 근데 영화로 상영될 땐 헨리와 준을 북회귀선으로
바꿔서 나왔다구요? 거 참 묘하네요.

근데 시루스님은 전공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런 페이퍼를 쓸 수 있는지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지하철은 몰라도 버스에선 책 못 읽겠던데 멀미할 것 같아서.참 열심이어요.
책 펴놓고 읽기가 정말 참 그랬겠어요.ㅋㅋ

cyrus 2011-03-31 10:26   좋아요 0 | URL
저는 <헨리와 준>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따로 있는줄 알았는데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국내에 <북회귀선>으로 알려진 영화가 원제는
' 헨리와 준 ' 이었더라구요,, 그리고 영화 내용으로 보아서는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이라는 전혀 다르구요,, 네이버 영화DB 정보에는
영화 원작자로 아나이스 닌으로 되어 있었어요.

아주 오래 전에 국내에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이 소개되었을 때
외설 시비로 시끄러웠는데 영화 제작사에서 이를 이용하여
영화 제목도 <북회귀선>이라고 정했을거라고 봅니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3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정말 잘해주실 것 같은데요? ㅎㅎㅎ
이론은 완벽하시니까 실전으로 돌입하실 기회가 꼭 생기시길!

cyrus 2011-03-31 10: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실전이 제일 중요하죠,, ㅠ_ㅠ
언젠가는 기회가 꼭 생기겠죠,,,? ^^;;

mira 2011-03-3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쓰시네요 저도 북회귀선 영화도 보고 헨리밀러 책도 읽었는데 야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렵더라구요 ㅎㅎ

cyrus 2011-03-31 10:2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mira-da님 ^^

요즘 세계문화사에서 나온 <북회귀선> 구판을 읽고 있는데,, 저도
님처럼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혀 야하지 않더라구요,, ^^;;

맥거핀 2011-03-30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옛날에 <섹스,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보러가자고 말했다가 변태로 몰린 것과 비슷한 케이스인 것입니까..?ㅎㅎ 표지가 참 뭔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는 하네요. 근데, 원래 표지가 저런 책치고, 실제로 센(?) 책은 별로 없는 법인데..재떨이 부인의 사랑도 명성에 비해서는 별 게 없더라구요..;;

cyrus 2011-03-31 10:25   좋아요 0 | URL
ㅎㅎ 제목은 강렬해도 막상 내용을 보게 되면 정반대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제 친구는 저 표지만 보고 어떻게 야한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

<북회귀선>이 출판 당시 외설 시비로 금서 처분을 받았다는데,,
이 소설 역시 생각보다 야하지 않았어요,, 문장이 초현실주의적이라고
해야 되나요,, ? ^^;;

blanca 2011-03-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글 읽다 보니 입가에 미소가. 자꾸 제 남동생이 생각나네요. 책 표지 여학우한테 보일까봐 제대로 못 읽으신 사연도 재미있네요. 그럼 겉표지를 한 번 싸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요^^;; <북회귀선> 한창 화제가 되어 저도 책으로 읽었나? 어렸을 때 그랬던 기억이 나요. 기대보다 덜 에로틱했던 것 같아요.^^;; 설운도의 노래까지 참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cyrus 2011-03-31 10:29   좋아요 0 | URL
제 동기가 장난쳤을 때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표지만 보고 어떻게
야한 소설이라는 걸 한 눈에 알았을까요,,? ^^;;

<북회귀선>이 악명 높은 금서라고 하기에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야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약간은 철학적인 글 같기도 하구요,, ^^

반딧불이 2011-03-31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앤 준을 좀 찾아봐야겠는걸요. 글이 날로 재미있고 풍성해지십니다.

cyrus 2011-03-31 10:31   좋아요 0 | URL
일기문이라서 읽는데 어렵지 않을겁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 일원분들 중 대부분이 여성분들이었는데 유독 여성분들은
<헨리와 준>을 공감하는 반면에 남성분들은 조금 어렵게 읽었다고
하시더라구요,, ^^

감은빛 2011-03-31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핸리와 준'이 우리나라에선 '북회귀선'이란 이름으로 개봉했었다니!
재밌는 사실을 알게되었네요.
열심히 읽었는데, 모임에 못나갔다니, 아쉬우셨겠어요.
책 뿐아니라, 영화와 다른 책들, 그리고 트로트까지 엮어서 글을 쓰시다니!
대단하셔요! ^^

cyrus 2011-03-31 10:32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는 <북회귀선>이 헨리 밀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더군요. 요즘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 기간에다가
레포트 준비 때문에 4월달 모임에 제대로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카스피 2011-03-3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뭐 저정도 표지가 야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헨리와 준이 다시 재간되었군요.저도 영화를 보고 책을 헌책방에서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아나이스 린의 책도 매우 에로틱한데 절판되었지만 헌책방에선 간간히 보이더군요^^

cyrus 2011-03-31 10: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근데 표지만 보고 야한 소설이라고 생각한 제 친구가
신기합니다. ㅎㅎ 알라딘 서지 정보에는 <작은 새>랑 <델타 오브
비너스>가 있던데,, 이 책 말고도 <에로티카>라는 이름으로 중고샵에도
팔고 있더라구요,,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델타 오브 비너스>를
찾게 되어서 읽고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내용이 에로틱하네요 ^^;;

마녀고양이 2011-03-31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여자가 가장 약한 갈대라구여? 사이러스님 한번도 제대로 안 당해봤군요?

사이러스 님께 책 겉싸개를 하나 선물해드려야 하나? 이제 밖에서 내내 읽겠네요.
그럼 가릴만한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그런데 이 페이퍼에서 인용된 책만 해도 몇권이야, 대단하세요. ^^

2011-03-31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1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1-03-3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굵은 갈대인가봐요^^; 표지를 쳐다봐주셔도 꿋꿋이 공공장소에서 진짜 야한 책을 읽고 댕기는데요ㅋㅋ 물론 양심상? 만화책은 공공장소에는 자제하는 편이예요~

cyrus 2011-04-01 09:1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pjy님 ^^

<헨리와 준>이 독서모임 선정 도서가 아니었다면 공공장소에서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야한 책이라면 혼자 집에서 읽었을거에요^^;;

꽃도둑 2011-03-3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흥미롭고 에로틱(?)하고 좋은 글입니다..^^
저도 이 영화 봤어요. 아주 감각적인 영화죠...인간의 저 밑바닥에 있는 걸 끌어올려주는..
사이러스님 페이퍼가 지금 그 역할을 조금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ㅎㅎ
갑자기 닌의 고백처럼 나도 쾌락을 원한다. 라고 말하고 싶으니 이 어인 일?
그녀의 일기가 궁금해지네요. 빠른 시간 안에 도서관으로 달려가지 싶습니다.

cyrus 2011-04-01 09:21   좋아요 0 | URL
지난 주 독서모임에는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참석하셨던 여성분들은
<헨리와 준>을 대체로 공감 있게 읽었더러구요,, 반대로 남성분들은
읽는데 어려웠다네요,, ^^;;

알로하 2011-03-3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소드가 재밌어서 웃었어요.ㅋㅋ 그래도 공공장소에서 마광수 소설을 읽는 것 보단 낫잖아요!ㅋㅋ헨리와 준이면 고전을 사랑하는 남자로 보일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ㅋ

cyrus 2011-04-01 09: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알로하님 ^^

마광수 소설 ㅎㅎ 맞아요, 사실 <헨리와 준> 읽기는 마광수 소설보다는
내용면이나 표지면에서는 별로 야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일기가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애매모호한거 같아요 ^^;;

잘잘라 2011-03-3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와 준 아나이스닌,, 막 이러다가 마지막에 운도 오라바니라니!
히야~ 엄청난 반전입니다! 하하하하
덕분에 한바탕 웃고 가요^ ^

cyrus 2011-04-01 09:27   좋아요 0 | URL
긴 글인데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

양철나무꾼 2011-04-01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운도 오빠가 젤 좋아요~^^
헨리밀러도 들어보고 아나이스 린도 들어보고...다 들어봤는데,
얘기거리는 무궁무진한데...읽어보지는 못했어요.
책은 물론 책꽂이에 고이 모셔져 있구요~^^

cyrus 2011-04-01 09:29   좋아요 0 | URL
헨리 밀러 <북회귀선>은,, 읽기 전에 미리 읽을 각오하시고 읽으셔야
할겁니다. 야한 내용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게 되면 중간에 읽다가
포기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헨리와 준>은 읽어볼만해요.
특히 여성분들이 읽어보면 좋을거 같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4-0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운도의 부인 이수진 누나! 한때 수많은 남성들을 잠못 이루게 했던 섹시스타죠.'빨간앵두' 씨리즈는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지어다!

cyrus 2011-04-01 23:41   좋아요 0 | URL
산딸기, 뽕 시리즈는 알고 있는데 빨간앵두 시리즈는 처음 들어보네요.
섹시스타에다가 제목만 봐도 영화 시리즈 장르가 무엇인지 대충 이해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