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스몰토크’에 가면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을 볼 수 있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작품인데 진품은 아니다. 종이에 복사한 복제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간결하면서도 특이하다. 『구상 8(composition Ⅷ)이다. 칸딘스키는 ‘구상’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추상화를 여러 점 그렸다. 특히 『구상 8』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누구든 알 수 없는 도형과 기호들로 채워진 칸딘스키의 그림 앞에서 난감한 심정을 한 번쯤 느꼈을 것이다. 그림 속에서 형체를 찾으려 가까이 보고 멀리 봐도, 도대체 무엇을 그린 것이며 왜 그렸는지 알아내는 데 실패했을 것이다. 그런 후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면서 내린 결론이 ‘도대체 이게 무슨 그림이야?’다.

 

전시장에 있는 그림 중 초보 관람자들을 난처하게 만들며 가장 인기 없는 회화 장르 대부분은 추상미술에 속한다. 추상미술의 정의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자연물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작가의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한 그림이다. 추상미술은 기존 정물화나 풍경화, 초상화 즉 구상화가 갖는 재현적인 요소를 거부한다. 애초부터 추상미술은 대상을 재현하거나 모방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비(非)대상 미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어떤 대상을 의도적인 왜곡으로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를 ‘비구상 미술’이라고 한다.

 

추상미술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견이 있지만, 이것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화가가 바로 칸딘스키다. 그렇다면 칸딘스키와 그의 추상미술을 이해하려면 어떤 책을 참고하면 좋을까? 이제 막 서양미술 공부에 입문(입덕)하는 독자들이 보면 좋은 책에는 어떤 책이 있는지, 필자가 직접 고르고 읽어봤다.

 

 

 

 

 

 

 

 

 

 

 

 

 

 

 

 

 

* 노르베르트 볼프 《표현주의》 (마로니에북스, 2007)

* 하요 뒤히팅 《표현주의, 어떻게 이해할까?》 (미술문화, 2007)

* 슐라미스 베어 《표현주의》 (열화당, 2003)

 

 

 

칸딘스키는 표현주의(Expressionism)의 창시자다. 그러므로 ‘표현주의’가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표현’이라는 용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표현주의의 특징을 요약하면 ‘강력한 색채’와 ‘주관적 양식’이다. 표현주의는 20세기 초 독일에서 시작된 회화 양식이다. 이때 당시 독일 미술의 중심지는 뮌헨(München)이었다. 인상주의가 유행하기 시작한 프랑스 파리에 건너갈 수 없었던 독일, 러시아 출신 화가들은 뮌헨에서 터를 잡아 새로운 미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칸딘스키도 화가가 되기 위해 독일로 건너 온 러시아 출신 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뮌헨 미술계는 젊고, 타지에서 온 화가들이 활동하기가 어려운 보수적인 분위기였다. 특히 1870년대부터 뮌헨 미술계를 주름 잡고 있었던 프란츠 폰 렌바흐(Franz von Lehnbach)는 황제나 수상과 같은 유명한 인물들의 초상화를 주로 그렸다. 뮌헨에 렌바흐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렌바흐의 그림을 보면 칙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렌바흐는 옛 거장들이 선호했던 갈색 물감 위주로 그리는 것을 고집했다. 만약 당신이 렌바흐가 그린 독일의 수상 비스마르크(Bismarck)의 초상화를 보자마자 ‘저 그림은 너무 칙칙해서 별로야. 비스마르크가 저렇게 생기 없는 모습으로 보이는 건 처음이야’라고 느꼈다면, 당신도 표현주의 미술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칸딘스키를 포함한 젊은 화가들은 생기 없고 칙칙한 렌바흐의 화풍을 좋아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은 렌바흐의 화풍을 가르치는 미술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았다. 칸딘스키는 도유망한 젊은 화가들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미술학교를 세웠다. 칸딘스키의 미술학교는 뮌헨의 미술학교와 다르게 개방적인 분위기였고, 전문 화가가 되려고 하는 여성들도 입학할 수 있었다. 칸딘스키가 가르친 제자였던 가브리엘레 뮌터(Gabriele Munter)는 훗날 그의 아내가 된다.

 

 

 

 

 

 

 

시대를 앞서 간 칸딘스키와 그의 동료 및 제자들의 작품들은 비평가들의 조롱을 받았지만, 젊은 화가들은 여전히 ‘색채만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그리하여 칸딘스키는 뮌터, 그리고 러시아 출신 화가이면서 부부로 연을 맺게 되는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Alexej von Jawlensky)마리안네 폰 베레프킨(Marrianne von Wereffkin) 등과 함께 ‘뮌헨 신미술가협회(Neue Künstler-vereiningung München, NKV)를 결성했다. 이 협회장은 칸딘스키였고, 그는 독일 전위미술의 대부가 되었다.

 

열화당 출판사의 《표현주의》, 마로니에북스 출판사의 《표현주의》, 그리고 《표현주의는 어떻게 이해할까?》, 이 세 권은 독일 표현주의 미술이 탄생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책이다. 이 중에서 필자가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은 《표현주의는 어떻게 이해할까?》이다. 이 책의 장점은 핵심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표현주의 회화에 중점을 둔 책들과 다르게 조형 미술과 건축미술에까지 영향을 준 표현주의도 소개하고 있다.

 

 

 

 

 

 

 

 

 

 

 

 

 

 

 

 

* 지벨레 엥겔스, 코르넬리아 트리슈베르거 《칸딘스키와 청기사파》 (예경, 2007)

* [절판] 토마스 다비트 《프란츠 마르크: 무지개의 색을 훔친 화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독일 표현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면, 이제 칸딘스키와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가 함께 결성한 ‘청기사파(Blaue Reiter)의 그림들에 주목해보자. ‘청기사’는 마르크와 칸딘스키가 어느 날 함께 커피를 마시다가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조어이다. 마르크는 말을 좋아했고, 칸딘스키는 기사를 좋아했다.

 

 

 

 

 

 

 

 

 

 

두 사람은 신비로운 내면의 세계를 통찰하고, 이를 색채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르크는 인간의 눈으로 동물의 마음을 읽기를 원했고, 동물이야말로 생명력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칸딘스키와 청기사파》는 청기사파의 이상을 공유한 당대 화가들의 삶과 주요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남성 화가들의 활동에 가려진 여성 화가들(가브리엘레 뮌터, 마리안네 폰 베레프킨)의 재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프란츠 마르크: 무지개의 색을 훔친 화가》는 마르크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당연히 이 책의 주인공은 마르크와 그가 좋아했던 동물들이다. 절판된 게 너무 아쉬운 책이다.

 

 

가브리엘레 뮌터가 칸딘스키의 작품들을 보관하지 않았으면, 칸딘스키와 표현주의는 현대미술의 문을 본격적으로 연 화가와 예술사조로 평가받지 못했을 것이다. 뮌터는 칸딘스키에 버림받아 실연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녀는 세계 대전의 위험 속에서도 남편과 동료 화가들의 작품을 잘 간수했다. 뮌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표현주의 및 청기사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뮌헨 시에 기증했다. 언론은 감동적인 찬사와 함께 그녀의 기부 소식을 대중에게 알렸다.

 

 

“뮌터 부인 앞에 우리 모두 모자를 벗어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칸딘스키와 청기사파》, 124쪽)

 

 

칸딘스키가 표현주의라는 새로운 미술의 시대를 열었다면, 뮌터는 그 찬란했던 시대의 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녀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현대미술을 공부할 때 막연하게 어렵다고 느꼈던 표현주의를 대충 훑고 지나갈 수 없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표현주의 미술이 많이 주목받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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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7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6-07 18:33   좋아요 0 | URL
표현주의 미술을 공부하면서 표현주의 미술 작품에 있는 색채를 다시 보게 됐어요. 특히 마르크와 가브리엘레 뮌터의 그림에 있는 색들이 정말 좋았어요. ^^
 
형태의 탄생 - 그림으로 보는 우주론, 한국어판 복간본
스기우라 고헤이 지음, 송태욱 옮김 / 안그라픽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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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우라 고헤이(杉浦康平)는 우리나라에도 개인전을 연 적이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책 디자이너다. 그는 아시아 문화권의 도상(圖像)을 주제로 한 수많은 전시 기획과 전시 활동을 해왔다. 올해 초에 재출간된 스기우라의 책 《형태의 탄생》은 그가 만든 디자인에 녹아들었던 아시아적 시각 문화와 시각 언어를 ‘형태’라는 주제로 설명한 책이다.

 

책의 부제는 ‘그림으로 보는 우주론’이다. 부제 때문인지 《형태의 탄생》이 우주과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책의 부제에 있는 우주론은 천문학의 영역에 있는 학문의 하위 분과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철학에 기반을 두어 우주 만물의 생성 원인과 구조를 설명하는 사상이다. 고대인들은 하늘과 땅(지구), 태양, 달 등 우주 만물이 인간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령스러운 대상으로 생각했다. 이를테면 일상의 밤하늘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었던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하늘과 긴밀히 결속돼 있다 생각했다. 그들에게 하늘은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였다. 달은 모양에 따라 조류를 바꿨고, 태양은 별과 함께 계절을 바꿨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한 계절을 따랐다.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비와 바람, 천둥과 같은 기상 현상에 고대인들은 울고 웃었다. 하늘이 인간의 영혼과 사회를 규정한다고 생각했던 고대인들은 하늘과의 긴밀한 관계를 자신들의 일상에 담았다. 달력, 별자리표와 책력, 신화, 의례, 춤, 무덤 등에 고대인들이 생각한 하늘이 담겼다.

 

책 제목에 있는 ‘형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형태’를 일본어로 하면 가타치(かたち)로 읽는다. 가타치는 사물의 외형을 결정하는 고정된 규범(틀)을 뜻하는 ‘가타(かた)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힘(생명력)을 뜻하는 ‘치(ち)가 합쳐진 단어다. 스기우라는 사물의 고정된 틀에 생명력이 더해지면 ‘형태’가 탄생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도상에 숨어있는 ‘생명력이 넘치는 형태’를 발굴한다. 그가 도상에서 발견한 ‘형태’에는 고대인들의 우주론과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고대인들은 ‘형태’를 통해 우주론과 세계관을 구축함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형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문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반영했다. 고대인들은 문자에 자연의 이치를 새겨 넣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기우라도 고대 아시아인들의 우주관을 반영한 디자인을 만들었다.

 

《형태의 탄생》의 장점은 풍부한 도판이다. 동양 사상, 문화, 종교에 문외한이더라도 서양 도상에 볼 수 없는 동양 도상만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도판만 골라 보면 된다. 다만 흑백 도판의 수가 천연색 도판의 수보다 적다. 책의 판형은 크지 않은 편인데도 정가가 비싸다(4만 7000원). 완전 천연색 도판으로 채워졌으면 현재 정가보다 더 비싼 금액이 나왔을 것이다. 복간판에는 구판에 없는 내용이 새로 추가되었는데, 일본 최고의 독서가 마쓰오카 세이고(松岡正剛)가 쓴 서평이 수록되어 있다.

 

한 권의 책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는 말이 있듯이 《형태의 탄생》은 광범위한 고대인들의 우주가 들어 있다. 스기우라는 자신이 만든 책을 살아 숨 쉬는 ‘작은 존재’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살아 있는 책의 표지는 ‘인간의 얼굴’이다. 그는 책이라는 틀(가타)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뿐만 아니라 생명력(치)까지도 불어넣는다. 직업적인 이유가 아니고선 밤하늘을 볼 일이 드문 오늘날 우리에겐 그만큼 우주의 원대함과 광활함을 느껴볼 기회가 적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밤하늘을 많이 보는 편도 아니고, 책도 보지 않는다. 우주가 들어 있는 책마저 보지 않는 현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생기 있는 호기심은 사라져 간다. 결국 우리 인생에 남아있는 형태는 세상을 딱딱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틀’이다. 국경 너머 바깥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관심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또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에)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혹시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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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 시공을 초월해 예술적 시각을 넓혀가는 주제별 작품 감상법
수잔 우드포드 지음, 이상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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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에베레스트(Mount Everest)에 오르려고 하는 거죠?”

 

“에베레스트가 그곳에 있으니까요(Because it is there).”

 

 

1924년 에베레스트 제3차 원정에 도전하는 조지 맬러리(George Mallory)는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주 명쾌한 답변을 했다. 이 유명한 답변은 산악인들 사이에서 회자하는 명언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요)라는 말로 알려졌다. 등산과 산 자체의 의미나 매력을 이보다 더 간결하게 표현한 말은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맬러리의 말은 산에 오르는 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당신은 왜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죠?”라고 묻는다면(실제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맬러리가 대답했던 말과 조금 비슷하게 말할 것이다. “매력 있는 이야기가 그림에 있으니까요.”

 

인간은 시각 중심의 미적 체험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끼고 또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그림을 보는(감상하는) 것은 삶의 안정감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활동이다. 인간은 이러한 오래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감성과 미적 취향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인간의 심미 활동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도대체 그림을 어떻게 봐야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대답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추상미술을 비롯한 갖가지 예술이 등장한 지금 이 시대를 생각하면 대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니다.

 

미술사가 수잔 우드포드(Susan Woodford)《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Looking at Pictures)은 “그림을 어떻게 봐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그녀는 네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첫 번째 방법은 그림이 주로 어떤 목적으로 그려졌는지 생각해 보는 것. 두 번째 방법은 그림에 반영된 시대상의 분위기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 어떻게 전해주는지 알아보는 것. 세 번째 방법은 그림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는지 살펴보는 것. 마지막 네 번째 방법은 화가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기술(technique)[주]을 구사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예술은 직관으로 이해해야 하며 감성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저자가 제시한 ‘그림 보는 법’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림을 보기 위해 도움이 되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을 모른다면 이런저런 잣대로 그림을 재단하고, 잘못 이해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자의 ‘그림 보는 법’은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명료한 것이다. 그림 감상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그 그림 속에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언급한 ‘이야기’는 그림의 형식(형태와 색채), 그림의 내용(그림에 묘사된 인물, 상황이나 사건 등)뿐만 아니라 그림 밖의 이야기(그림이 만들어진 사연, 화가의 삶)도 포함한다. 그림 속과 밖에 있는 다양한 이야기는 관람객의 감성을 자극하며 흥미와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 사람은 ‘아름다움’의 의미를 추상적으로 생각하거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정의를 도출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림을 볼 때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잘 그려진 그림이라고 해서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아름다움의 의미는 상대적이다. 사람들이 아름답다면서 칭송한 그림을 보면서 아무런 전율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 그림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실이나 모델의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그린 그림이라고 해서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과거에는 현실을 똑같이 묘사하는 것이 화가의 일차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의 화가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신만의 형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따라서 관람객은 화가가 그림을 통해 설명한 것, 즉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알기 위해 능동적으로 감상해야 한다. 이것은 ‘머리’로 그림을 감상하는 자세이다.

 

이 책의 제목에 들어 있는 ‘단숨에’라는 표현만 보고서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이해하면 오산이다. 이 책의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핵심 질문’은 독자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은 독자가 그림을 보는 것과 미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이 책의 마지막 질문이다. “좋은 그림과 위대한 그림을 구분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필요도 없다. 저자를 도발하는 것을 좋아할 정도로 호기가 넘치는 독자라면 이 질문 자체를 의심할 수 있다. “좋은 그림과 위대한 그림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은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화가’는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고, 색채의 조화에 관한 섬세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기술에 대한 강점과 한계를 안다. 그런데 ‘위대한 화가’를 설명한 저자의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자가 생각하는 ‘위대한 화가’는 ‘기적 같은 재능’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화가이다. ‘기적 같은 재능’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화가의 오랜 노력 끝에 얻은 성취를 ‘기적 같은 재능’으로 표현하는 것에 반대한다. 화가는 하늘에서 내려온 예술의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그림’과 ‘위대한 그림’을 딱 잘라 구분하면서 정의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그림이 위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은 이미 앞서 말했듯이 재미나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다. 특별한 매력이 있는 그림 속과 밖의 이야기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인 셈이다.

 

 

 

 

 

※ 글쓴이의 변: 글을 쓰다 보니 ‘감상문’이 되고 말았다.

 

 

[주] 책의 본문에는 ‘테크닉(technic)’이라고 적혀 있다. ‘테크닉’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면 ‘기술’ 또는 ‘기법’이라고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테크닉’이 아닌 ‘기술(technique)’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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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3-2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cyrus님 그림 보는 거 좋아하시는군요!!

cyrus 2019-03-27 12:49   좋아요 0 | URL
미술관에 자주 가보지 않았지만, 그림을 보면 무언가 생각할 수 있고, 마음이 편해질 수 있어서 좋아요. 종이책이 질리면 가끔 그림이 많은 미술 관련 책을 보곤 해요. ^^

레삭매냐 2019-03-2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회화의 영역까지 파고
드시다니 대단합니다 !!!

cyrus 2019-03-28 17:16   좋아요 0 | URL
인상 깊은 주제를 다룬 미술 책이 눈에 띄지 않아서 한동안 미술 책을 안 읽었어요. ^^;;

페크(pek0501) 2019-03-30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상문이든 리뷰든 써지는 대로의 글이 좋지요. 흘러가는 대로 쓰는 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cyrus 2019-04-08 06:04   좋아요 0 | URL
가끔 내가 의도한 대로 글을 쓰지 못할 때가 있어요. 글을 쓰다 보면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게 되요. 그 생각을 쫓으면서 글을 쓰면 처음에 생각했던 글의 주제와 내용이 확 달라져버려요. 그런 경우가 많아요. ^^
 
혐오와 매혹 사이 - 왜 현대미술은 불편함에 끌리는가
이문정 지음 / 동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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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똥. 정량 30g. 신선하게 보존됨. 1961년 5월에 생산됨.

 

 

 

1961년 이탈리아의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는 자신의 똥을 90개의 깡통에 담아 ‘예술가의 똥’이란 이름을 붙여 전시했다. 이 전시 작품(?)은 당시 같은 무게의 금값으로 매겨져 팔려나갔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고 싶어질 것이다. “이게 미술이냐?” 당신이 『예술가의 똥』 앞에 서 있다면 그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할까? 우선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미술을 이것저것 떠올리다가 그 작품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난처한 입장이 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는 미술 작품을 시각적 쾌락을 주는 대상으로만 생각해서 이런 지저분한 미술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알 수 없는 작품을 하물며 내 삶과 관련한 그 무엇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것, 사진을 찍어 놓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작품이다. 그래서 고전미술은 이해가 쉽다. 반면 현대미술은 그렇지 않다.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두개골(데미안 허스트), 박물관 전시실 바닥에 놓은 침대(트레이시 에민), 심지어 예술가의 똥도 미술 작품으로 인정된다. 현대미술은 눈에 보이는 형태보다 ‘의미’에 방점을 찍어 해석하고 분석하며, 관객 스스로 이해해야 하는 조형 세계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현대미술, 즉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의 한 지점을 차지하는 예술가들은 작품의 생경함 때문에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이들의 작품은 산뜻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추하고, 혐오스럽고, 엽기적이다.

 

《혐오와 매혹 사이》는 혐오와 매혹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현대미술을 집약한 책이다. 작년 말에 나온 《불편한 미술》의 개정판이다(알라딘에는 구판에 관한 정보가 없다). 비위가 약한 독자는 책을 펼치기 전에 읽을지 말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책에 실린 도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시각적 충격’을 주는 미술 작품의 도판 몇 점 있기 때문이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포르말린 수조에 동물 사체를 넣은 작품을 선보였다. 마크 퀸(Marc Quinn)은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 모은 것을 굳혀 자신의 두상을 만들었다. 안드레 세라노(Andres Serrano)는 시체 안치소에 있는 시체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거부감과 두려움. 피하고 싶지만 어쩐지 끌리는 두 갈래 길에 직면한다.

 

인간의 혐오 심리를 분석한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이론을 연구한 저자는 폭력, 죽음, 질병, 피, 배설물, 섹스, 괴물 등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소재들이 어떻게 현대미술에서 표현되는지 소개한다. 작가들이 유독 추한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름다움’으로 포장되어 있는 현실의 이면을 바라보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인간에게 있어 혐오를 유발하는 대상은 단지 아름답지 않거나 청결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어떤 대상이 적절한 자리에 있지 않으면 기성 체계나 기존 정체성에 벗어난 것이 된다. 크리스테바는 혐오를 유발하는 대상을 ‘애브젝트(abj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불쾌한 애브젝트를 피하려고 한다. 문제는 그것을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어도 우리가 죽지 않는 한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이를테면 우리는 몸을 씻을 때마다 때를 민다. 몸에서 떨어져나간 때는 목욕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소중한 몸의 일부였다. 때는 애브젝트다. 우리는 이 애브젝트를 벗겨 내서 몸을 깨끗하게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여러 번 씻어도 때는 다시 생긴다. 역설적으로 애브젝트는 우리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기호이다.

 

데미안 허스트와 안드레 세라노 등은 ‘죽음’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들은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무관심과 냉소로 끔찍한 살육을 보여주는 작품 이면에 어떤 숭고함과 비장함이 어려 있어 죽음에 대한 경고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대미술은 작가의 다양한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조형 세계이다. 이 조형 세계에는 과거 미술의 단골 인물이었던 신, 영웅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미술의 주인공은 작가와 관객이다. 그리고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것, 죽은 것, 폐기물도 미술 작품의 소재가 된다. 과거 미술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조형 세계라면, 현대미술은 관객들에게 더럽고 불편한 ‘현실’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조형 세계이다. 현대미술에서의 애브젝트는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상태이자 물체들이다.

 

이 책을 본 독자들은 엇갈린 반응이 내놓을 것이다. 어떤 독자는 ‘그래도 이걸 미술이라고 하다니. 요즘 예술가들은 미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고, 또 다른 독자는 ‘아름답지 않지만, 계속 보니 이 작품이 관객에게 무얼 전달하고 싶은지 알겠어’하면서 수긍할 것이다. 전자의 반응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름다움이 동시대 미술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사실 오늘날에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알려진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당대 사람들은 ‘추한 그림’이라고 놀리면서 비난했다. 지금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이 시간이 좀 지나지 않으면(이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으로 새롭게 인정받을지 모른다.

 

 

 

 

 

※ Trivia

 

* 103, 105쪽

허스트는 주물을 떠 백금으로 만든 해골에 1106.18캐럿에 달하는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어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빛나는 투명한 수정으로 조각된 고대 아즈텍의 두개골의 연상시킨다.

 

→ 고대 아즈테카인이 만들었다는 일명 ‘크리스탈 해골’은 영화 소재가 될 정도로 유명한 불가사의한 유물로 알려졌으나 오래 전에 ‘가짜’로 판명되었다.

 

 

* 221쪽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1819)이다.

 

→ 작품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866년에 나온 작품이다. 1819년은 쿠르베가 태어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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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21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에다가 이런 댓글 달기가 좀 웃기긴 하지만, 시루스 박사님.
2018 당연한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구요.
2018 레드스타킹 만나서 인생 이모작(??) 시작하신 것도 축하드리구요.
2018 하여간 축하드려요 ^-^

카알벨루치 2018-12-21 23:51   좋아요 0 | URL
웃긴다 쇼님 ㅋ

cyrus 2018-12-23 15:53   좋아요 1 | URL
인생 사모작입니다. 일반인 최 씨, 알라딘 cyrus, 레드스타킹, 우주지감... ㅎㅎㅎㅎㅎ syo님도 축하드립니다. 서재의 달인, 댓글왕 2관왕이네요.. ^^

2018-12-2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23 15:56   좋아요 0 | URL
깡‘똥’을 왜 90개나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많이 팔려고 만든 거겠죠? ㅎㅎㅎㅎ

2018-12-2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23 16:01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예술가의 똥>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겁니다. 가령, <예술가의 똥>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거나,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고 싶은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겠죠. 이러한 여러 가지 반응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이 지향하는 것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미술 작품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관객의 반응을 거부합니다. ^^

카알벨루치 2018-12-24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박사님, 메리 크리스마스^^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로 늘 우리에게 큰 도전 계속 주시길 바랍니다 시루스박사님 뵈면 체호프와 전쟁과평화가 생각납니다 ㅎㅎ 늘 감사해요

cyrus 2018-12-25 08:41   좋아요 1 | URL
메리 크리스마스~ 카알벨루치님처럼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서 올해도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레삭매냐 2018-12-25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탄절이네요...

저도 싸이러스님 덕분에 램프의 요정
에 안착할 수 있었네요 ㅋㅋ
아무도 찾지 않는 블록 시절에도 꾸
준히 덧글도 달아 주시구...

감사하고 메리 크리스마수입니다.

cyrus 2018-12-26 17:16   좋아요 0 | URL
레샥매냐님의 진가를 알아 봐주는 알라디너들이 늘어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레샥매냐님이 알라딘에 활동하지 않았으면 독서 욕구가 많이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

서니데이 2018-12-25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크리스마스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어제보다는 덜 춥지만 날씨가 차갑습니다.
따뜻한 성탄절 휴일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Queen)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에 대한 국내 반응이 식을 줄 모른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유명 가수의 삶을 재조명하는 구태의연한 영화일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전기 영화가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음악 모두에 초점을 맞춘 풍성한 영화였다.

 

 

 

 

 

 

 

 

 

 

 

 

 

* 『보헤미안 랩소디 O.S.T』 (Universal)

 

 

 

퀸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면 둘 중 하나다. 외국 공연장을 직접 찾는 엄청난 행운을 누렸거나, 텔레비전 또는 유튜브 화면 속 머큐리를 보며 소박한 행복을 느꼈다거나. 나도 그렇고, 대다수가 후자에 속한다. 이런 아쉬움을 <보헤미안 랩소디>가 어느 정도 달래줄 수 있다. 눈보다는 귀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연은 열창하는 라미 말렉(Rami Malek)이 아니라 영화에 울려 퍼지는 퀸의 명곡들이다.

 

 

 

 

 

 

 

 

 

 

 

 

 

 

 

 

 

* 정유석 《Queen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 (북피엔스, 2018)

* 미야시타 기쿠로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 (재승출판, 2018)

 

 

 

 

영화를 보기 전에 ‘퀸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한 《Queen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 (북피엔스)를 읽으면 좋다. 퀸 1집부터 머큐리의 유작 앨범까지 소개하고 전곡을 해설했다. 그뿐만 아니라 퀸의 이름으로 발표한 라이브 앨범,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상 등에 대한 설명도 있다. 책 속에는 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 코드가 있다.

 

퀸의 전성기 시절은 공교롭게도 금지곡 시비가 많았던 군사정권 시기와 겹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1989년까지 금지곡이었다. “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어머니, 난 사람을 죽였어요. 그 사람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등 직접적으로 살인을 묘사하는 노랫말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다. 1985년 퀸은 영국 웸블리 스타티움에서 펼쳐진 역사적인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에 등장하여 20여분동안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그해에 MBC에서 이 공연 영상 일부를 녹화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르는 장면이 통째로 편집되었다. 퀸의 대표곡이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1984년 내한 공연이 무산되기도 했다.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 (재승출판)라는 책에 퀸을 언급한 내용이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본인인데, 퀸은 일본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영국의 록밴드 퀸의 노래 중에는 후렴 부분이 일본어로 된 ‘손을 맞잡고(Let Us Cling Together)라는 노래가 있다. (108쪽)

 

 

우리나라에 금지된 퀸의 노래가 ‘보헤미안 랩소디’만 있는 게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엔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퀸의 노래를 국내에 유통하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다. ‘손을 맞잡고’는 1976년에 발매된 퀸의 정규 5집 『A Day at the Races』 마지막에 수록된 곡이다.

 

 

 

 

 

 

 

 

 

 

 

 

 

 

* 『A Day At The Races』 (2011 Remastered, Island)

 

 

 

브라이언 메이(Brian May)가 만든 곡으로, 일본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 감동하여 만든 곡이다. 이 곡은 5집의 첫 곡 ‘Tie Your Mother Down’의 전주와 이어지면서 끝난다. 그런데 5집 음반이 우리나라에 발매되었을 때 음반에 수록된 첫 곡과 마지막 곡은 삭제되었다. ‘손을 맞잡고’ 노랫말에 일본어가 있어서 왜색 노래로 분류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이 노래와 연결된 ‘Tie Your Mother Down’도 삭제되어야 했다. 사실 ‘Tie Your Mother Down’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순간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금지곡이 될 운명이었다. ‘Tie Your Mother Down’에 자신과 함께 밤새도록 놀려면 어머니는 묶어버리고, 아버지는 집에 가둬버리라는(…) 노랫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노랫말을 건전하게(?) 풀이하자면, 부모의 간섭을 무시하고 실컷 놀자는 의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랫말 중에 친구의 부모를 모욕하는 패륜 드립(Your mammy and your daddy gonna Plague me till I die: 네 부모는 내가 죽을 때까지 페스트에 걸릴 거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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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1-23 16:33   좋아요 1 | URL
퀸의 노래를 좋아하신다면 꼭 영화를 보셔야 합니다! ^^

레삭매냐 2018-11-2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려서 친구네 집에서 당시만 하더
라도 금지곡이었던 보헤미언 랩소디를
직직 긁히는 소위 빽판으로 처음 들었
었는데...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

아 이런 음악이 다 있구나 !!!

여적까지도 퀸의 음악을 즐깁니다.

cyrus 2018-11-23 16:36   좋아요 0 | URL
고딩이었을 때 퀸의 노래를 처음 알게 됐어요.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퀸의 노래를 무심코 들은 적 있었지만, 그게 퀸이 부른 노래인 줄 몰랐어요. 그 당시에는 퀸의 정규 앨범 전곡을 듣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유튜브가 있어서 얼마든지 퀸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됐어요. ^^

2018-11-23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1-23 16:39   좋아요 0 | URL
퀸의 노래 중에는 수수께끼를 떠올리게 하는 노랫말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노래들을 계속 듣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

stella.K 2018-11-23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는 정말 큰 스크린으로 봐야하는데 말야.
퀸은 한때 나도 좋아했었는데 선듯 극장으로 발 길이
닿질 않는다. 노력해 봐야겠어.ㅎ

cyrus 2018-11-23 16:41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직접 가서 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영화가 <보헤미안 랩소디>에요. 진짜 이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봐야 합니다! ^^

카알벨루치 2018-11-2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기 귀챦아하는 제가 이건 좀 보고 싶네요 과연...ㅎㅎ

cyrus 2018-11-23 16:44   좋아요 0 | URL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 영화보다 책을 더 좋아해서 영화관에 가는 일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주위 사람의 권유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퀸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영화관에 가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저는 심야 시간에 이 영화를 봤는데, 그 때 사람들이 많이 없었어요. 지금은 좋은 시간대에 좋은 좌석 예약하기가 힘들 거예요. ^^;;

설해목 2018-11-23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딩때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서 퀸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참 많이 들었던 곡들이네요.
한동안 멀리하다가 최근 영화 개봉으로 요즘 다시 듣고 있는데 역시나 명곡은 언제 들어도 감동을 받게 되네요. ^^

cyrus 2018-11-26 17:10   좋아요 0 | URL
저는 운이 좋았네요. 라디오 시대가 아니라서 팝송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퀸의 대표곡을 wma, mp3 형태로 저장한 블로그를 발견하면서 퀸의 존재감을 알았어요. ^^

카알벨루치 2018-11-2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자꾸 “Bicycle”이 듣고 싶네요...

cyrus 2018-11-26 17:12   좋아요 0 | URL
Bicycle Race. 유명한 노래는 아니지만, 뮤직비디오는 유명하죠.. ^^;;

쟝쟝 2018-11-2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금지곡이었다니..... 넘 놀랍..

cyrus 2018-11-26 17:15   좋아요 1 | URL
노랫말과 뮤직비디오가 파격적인 퀸의 노래가 생각보다 많아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Bicycle Race의 뮤직비디오는 청소년 관람 불가입니다. ^^;;

북프리쿠키 2018-11-24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랑 영화보고 .. 아내와 또 봤네요^^

cyrus 2018-11-26 17:15   좋아요 2 | URL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

oren 2018-11-2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요일 밤에 아내랑 이 영화를 ATMOS 영화관에서 보고 완전 감동먹었어요.^^
그리고, 까마득한 옛날에 Radio를 통해 그토록 자주 들었던 노래들 가운데 아주 많은 곡들이 퀸의 노래라는 사실도 새삼 알았고요.^^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도 라디오에서 퀸의 노래가 계속 나오더군요. 아마도 이 영화 때문인 듯싶어요.^^

cyrus 2018-11-26 17:25   좋아요 1 | URL
영화를 보고나서 퀸의 앨범 전곡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멜로디는 익숙한데, 제목은 모르는 퀸의 노래가 많을 것 같습니다. ^^

보물선 2018-11-2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봐도 좋았어요!

2019-06-07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6-07 18:36   좋아요 0 | URL
저도 미디어의 힘에 굴복당해서 퀸을 좋아하게 됐어요. 가끔 생각날 때마다 유튜브로 퀸 영상을 봐요. 잠이 올 때 퀸의 노래를 들으면 잠이 깨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