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은 역사 - 한국 시각장애인들의 저항과 연대
주윤정 지음 / 들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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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장애 역사(disability history)는 비장애인에게 생소한 분야이다. 장애 역사에 대한 생소함을 풀어줄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비장애인들은 장애 역사를 다룬 책이 단 한 권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보지 못한 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은 책’, 즉 미출간된 책이라는 의미로 귀결된.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도 장애 역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 성과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비장애인은 이런 자료를 접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의 눈에는 장애 역사를 정리한 책들이 보이지 않았다책이 보이지 않으니까 역사 속에 있는 장애인들의 삶마저 보지 못한다.


보이지 않은 역사는 비장애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보이지 않은 역사의 저자는 시각장애인 구술사 조사를 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에 속한 시각장애인들을 만났다안마 일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안마 맹인), 점을 보는 시각장애인(점복 맹인), 구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시각장애인(구걸 맹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맹인 공동체의 역사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저자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역사를 기록했고, 대대로 전승해왔는지를 살핀다.


시각장애인의 역사에 차별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속에 저항연대도 있다. 차별, 저항, 연대. 이 세 개의 단어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삶이 압축되어 있다어느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된 주류 역사에 사회적 약자들의 역사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사회를 재편한 근대화를 중요하게 보는 역사학자들은 장애인을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집단으로 인식했다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단어가 바로 문맹이다글자를 보지 못한 시각장애인은 글자를 모르는 문맹’이 되었. 


근대화는 계몽(enlightenment)과 궤를 같이 한다근대성이 시작되자 눈뜬 채 잠든 무지몽매한 대중을 깨워주는 시각 매체와 활자 매체(신문, 영화, 신식 문화를 소개한 인쇄물)가 보급되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시각 매체와 활자 매체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 없었다. 조선의 근대화에 앞장선 학자와 서구 선교사들은 시각장애인을 불쌍하고, 무능한 존재로 인식했다. 이때부터 시각장애인을 돕는 선교사들의 자선 활동과 조선을 통치한 일제의 시혜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을 통치한 일제의 시각장애인 보호 정책은 자신들의 문명화 사명(civilizing mission)’을 알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포섭당한 시각장애인들은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하는 존재’ 또는 근대화에 맞춰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식민화, 탈식민화, 근대화의 과정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독자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그들은 차별에 맞서 저항해왔으며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안마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몸을 줄로 묶어 다니면서 투쟁했다. 시각장애인의 구술 문화는 시각장애인 공동체를 설명해주는 집단 기억을 형성하게 했고, 공동체의 유산이 대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면서 역사가 되었다. 역사 속에 남은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은 무능한 사회적 약자가 아닌 사회 변화와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주체적 인간이다보이지 않은 역사는 주류 역사 서술 방식에 익숙한 독자와 다양하고 역동적인 장애인의 세계를 보지 못하는 비장애인의 눈을 트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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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게레멕 브로니슬라프 브로니슬라프 게레멕(Bronisław Geremek)

* 21

 

엘레나 그로스 노라 엘렌 그로스(Nora Ellen Groce)

* 71각주

 

거대한 변혁』 →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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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3-02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폭넓은 독서에 감탄합니다!
이런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cyrus 2021-03-03 11:24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입니다. 책을 만든 출판사가 나름 인지도가 높은 편인데, 독자들의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돌팔이 의학의 역사 - 엉터리 만병통치약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
리디아 강.네이트 페더슨 지음, 부희령 옮김 / 더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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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돌팔이는 아는 것이 없고 실력이 부족하다. 돌팔이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술이나 물건을 판다. 돌팔이 의사는 병도 제대로 못 고치는 주제에 의료비를 두둑이 챙겨 호의호식한다. 그리고 방송에 나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 의학을 뻔뻔스럽게 말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혼란스러웠던 작년 초에 거짓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돌팔이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이리저리 누비면서 증명되지 않은 의학 정보를 퍼뜨렸고, 어수선한 시국에 편승해 이익을 추구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불안에 떤 사람들은 비전문가가 주장한 코로나 예방법을 지나치지 못한다. 건강보조식품이 코로나19를 막아준다는 광고를 믿고 돈을 낭비하기도 한다. 바이러스 전문가나 전문의들의 의견은 뒷전이다.


그래도 대부분 사람은 엉터리 의학 정보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하지만 이들의 속마음은 혹시 모르니까 한 번 믿어볼까?’일 것이다의학의 역사가 알려주지 않은,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엉터리 의학들을 소개한 돌팔이 의학의 역사를 읽는다면 돌팔이와 사기꾼들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리디아 강(Lydia Kang)은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이다.


코난 도일(Conan Doyle)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를 읽어보면 왓슨(Watson) 박사가 실신한 사건 의뢰인에게 브랜디를 떠먹여 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당시에 브랜디는 의료계에서 가장 많은 칭송을 받았던 알코올 음료였다. 실제로 의사들은 브랜디를 각성제로 사용했다. 때때로 산고를 겪는 임부에게 브랜디를 직접 주사하기도 했다. 지금도 어떤 의사들은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부정한다. 이들은 담배회사에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다. 담배회사는 담배가 만병통치약으로 대접받던 시절을 잊지 못한 듯하다18세기 영국에서 엉덩이에 연기를 불어 넣는 담배 연기 관장이 유행했다. 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담배 연기 관장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일반인이 혼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휴대용 담배 연기 관장 세트도 있었다. 담배 연기의 효능을 믿는 사람들은 담배 연기가 몸속의 독소를 제거한다고 믿었고, 입과 항문으로 니코틴을 빨아들였다.


술과 담배는 건강을 해치는 기호품이다. 우리는 술과 담배가 치료제였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우습게도 돌팔이 의학의 역사에 소개된 것들은 한때 의사들도 믿었던 상식이었다. 무지한 의사들은 엉터리 치료법의 문제점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이들은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엉터리 치료를 시행했다. 소독법의 선구자인 영국의 외과 의사 조지프 리스터(Joseph Lister)도 환자들에게 아편 주사를 놓았다사실 브랜디와 아편 시술법은 다른 엉터리 치료술과 비교하면 조금은 봐줄 만하다. 수은과 안티몬은 각각 매독 치료제와 소화제로 사용되었다. 이 두 가지 물질을 과다 복용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난다. 1941년에 안티몬이 함유된 알코올중독 치료제가 판매되었다. 안티몬이 유해물질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알코올중독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사기꾼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상식이 뛰어나다고 자부한 독자라면 돌팔이 의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볼 것이다. 그러면서 오래 살기 위해서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겠지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인류의 욕망이 돌팔이 의학의 역사를 만들었다. 매사에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인간은 생각보다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 펄쩍 날뛰는 욕망을 힘껏 붙들어 잡다 보면, 너무 지쳐서 이성의 힘이 느슨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때 돌팔이들의 엉터리 정보는 귓속으로 들어와 마음에 침투한다돌팔이에 속았으면 그 사람들만 욕할 게 아니다. 돌팔이의 엉터리 정보를 무심코 받아들일 정도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자신에게 먼저 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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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45


 르네상스 시대의 오즈 박사[]가 보증해주는 것만으로도 구토 유도제 복용을 시도할 만하다고 당신은 생각하겠지만, 안티몬의 인기에 불이 붙은 것은 가공의 수도사가 이를 극찬했기 때문이었다.

 

[] 미국의 토크 쇼 프로그램 <The Dr. Oz Show>의 진행자 메흐멧 오즈(Mehmet Oz)의 별명이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건강 전문가로 출연했으며 <The Dr. Oz Show>가 큰 인기를 끌면서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The Dr. Oz Show>에서 소개된 의학 정보 가운데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서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2

 

 

* 79


 영화 <제임스 본드 골드핑거>[]에서 피부질식으로 죽게 되는 황금 여인의 죽음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것은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이기는 했으나, 그저 현란하기만 할 뿐 과학적 근거는 없다.

 

 

[] <007 골드핑거>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007 시리즈세 번째 작품이다. 영화 원제는 ‘Goldfinger’. 원서에 나온 영화 제목은 ‘James Bond Goldfinger’. 역자는 영화 제목을 직역해서 썼다. <007 골드핑거>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James Bond)를 연기한 배우는 작년 10월에 영면한 숀 코너리(Sean Connery).






3

 

* 163


 몇 년 동안 브랜디는 의료계에서 가장 칭송을 받는 알코올음료의 지위를 누렸다. 각성제로 간주되어 기절을 했을 때 응급조치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레이디 아라벨라[]가 당신의 멋진 등장을 보고 황홀해서 기절했던가? 브랜디 한 잔으로 정신을 차리게 하라.

 

 

[] 레이디 아라벨라(Lady Arabella)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공동 저자나 역자가 아라벨라가 어떤 인물인지 언급해줬어야 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이 작곡한 오페라 <아라벨라>에 나오는 동명 주인공의 이름이긴 한데, 오페라에 나오는 아라벨라가 저자가 말한 아라벨라를 말한 건지 알 수 없다.






4

 

 

* 179[수치의 전당 2. 해독제 편]

 

진주


 클레오파트라는 포도주를 발효시킨 식초에 크고 비싼 진주를 녹여서 마신 것으로 유명한데,[] 그 경우는 해독제로 먹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안토니우스와의 내기에서 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존심을 치명적으로 다치는 일이었을 테니까.

 

 

[] 진주를 녹인 식초를 마신 클레오파트라 이야기는 과장된 전설이다. 진주는 식초와 같은 산성에 빨리 녹지 않는다.






5

 

 

* 221~222

 

 최음제로서의 리타 베시카토리아(Lytta vesicatoria), 혹은 스페인 파리(spanish fly)라고 불리는 딱정벌레[]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수포제로 사용한 것은 몇 세기 전의 일이다. 만지지는 말고 보기만 해야 한다. 그 곤충의 몸에는 칸타리딘(cantharidin)이라는 화합물이 있어서 닿기만 해도 물집이 생긴다. 그 종은 수놈이 암놈보다 칸타리딘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

 

 

[] 해당 원문은 ‘Blister beetle’이며 가뢰를 뜻하는 단어다. 스페인 파리의 정확한 명칭은 스페인청가뢰. 가뢰는 딱정벌레목 가뢰과에 속하는 곤충이라서 딱정벌레의 일종이다.






6

 

 

* 326~328

 

 히스테리라는 용어는 19세기에 만들어졌으나, 히포크라테스는 훨씬 전에 이 증상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여성의 건강 문제는 방황하는 자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그는 섹스를 통해 여성들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성행위로 만족한 자궁은 방황을 멈추고 병도 낫는다고 한다. 임신을 한다면, 결혼을 해야만 한다. 처녀들, 과부들, 그리고 독신 여성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는 또한 섹스를 하면 여성의 산도가 넓어져 더 청결하고 건강한 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옳은 추측이었다. 최근의 연구를 살펴보면 원래 산도가 넓거나 혹은 출산 경험으로 넓어지면 월경 경련으로 인한 통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히포크라테스는 여성이 결혼해서 적극적인 성생활을 즐기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많은 의사들, 즉 로마의 갈레노스는 여성이 금욕하면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들은 모두 남성 의사들이었다.

 11세기 이탈리아에서 살레르모의 트로타[]가 등장했다. 중세 유럽 최초의 여성 의사이다. 트로타는 성과 관련된 질병을 여성 환자가 남성 의사와 상의하기에는 지나치게 사적인 부분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지적했을 것이다. 그녀는 금욕을 질병의 원인으로 보았으며, 결혼 생활의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인 성생활을 하라고 충고했다.

 

 

[] 해당 원문은 ‘Trota of Salerno’. 따라서 살레르모가 아니라 살레르노.






7

 

 

* 412

 

 11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주민들에게는 왕이 연주창에 감염된 소작농을 만져주는 관행이 의료 행위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치유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영국의 에드워드 참회왕(1000~1066)[]과 프랑스의 필립 1(1052~1108)은 연주창을 치유하는 공개적인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이 병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으리으리한 왕실 행사에 모여들었다. 왕들은 그 자리에서 병자들을 어루만졌다.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 에드워드 참회왕(Edward the Confessor)의 출생연도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학자들은 1003년에서 1005년 사이로 추정한다.






8

 

 

* 420


 1689년 윌리엄과 메리가 영국 왕좌에 오르자 왕의 손길을 호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영국에서는 카톨릭[]과 미신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개신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통치자들은 왕실의 손길에 대한 요청에 부응하지 않았다. 그 관습은 가톨릭과 결부되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 가톨릭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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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1-01-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익과 재미를 주는 글이예요~^^ 요즘 cyrus님 글이 많이 올라와서 좋네요~

cyrus 2021-01-19 08:08   좋아요 1 | URL
재미있는 글을 쓰는 건 어려워요. 유익한 글을 쓰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
 
[eBook] 열기구 조종사 - 하늘길 여행자 에어로너츠
제임스 글레이셔 / 아라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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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19031217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는 거대한 기계에 올라타 12초 동안 공중에 떴다.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그 기계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벌판 위를 날아 36m 정도 움직였다.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내면서 공중에 뜬 거대한 기계’을 지켜본 다섯 명의 구경꾼은 얼마나 신비로움을 느꼈을까. 라이트 형제는 그날에 네 번이나 날며 비상의 꿈을 만끽했다. 그들은 기계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간단하게 비행사(flyer)’라고 명명했다.


우리는 19031217일을 인류가 간절히 바라온 비상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으로 기억한다. 이 역사적인 순간이 오기 전에 하늘을 날고 싶었던 수많은 비행사의 도전과 실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하늘을 나는 기구의 선조는 기구다.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Montgolfier brothers)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현상을 보면서 기체를 이용한 비행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783년에 드디어 형제는 열기구를 만들어 하늘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그 열기구에 사람이 아닌 동물(, 오리, )이 타고 있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자크 샤를(Jacques Charles)과 기술자 니콜라스 로베르(Nicolas-Louis Robert)는 수소 기구를 제작하여 직접 탑승했고, 두 시간을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몽골피에 형제와 샤를 일행의 비행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 프랑스와 영국 각지에 기구 조종사(balloonist)가 우후죽순 나타났다. 하늘길을 연 그들은 기구를 탄 이카로스(Icarus)’였다기구에 탑승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들도 있었다.


영국의 기상학자 겸 기구 조종사인 제임스 글레이셔(James Glaisher)는 기구가 구경거리와 오락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을 우려한 사람이다. 그는 4년 동안(1862~1866) 헨리 트레이시 콕스웰(Henry Tracey Coxwell)과 함께 기구에 탑승하면서 대기의 기온과 습도를 측정했다1871년에 글레이셔는 기구 비행의 중요성을 간파한 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노력과 기구 비행을 통해 확인된 과학적 성과를 알리기 위해 두 명의 저자와 함께 Travels In The Air를 썼다. 이 책에 수록된 글레이셔가 쓴 글의 제목은 Aerial Travels Of Mr. Glasisher. 전자책 열기구 조종사는 그 글의 축약 번역본이다열기구 조종사1인 전자책 출판사 아라한의 첫 번째 책이다. 펴낸이는 정탄, 옮긴이는 정진영이다. 펴낸이와 옮긴이 이름을 확인한 장르문학 마니아라면 벌써 눈치를 챘으리라. 펴낸이와 옮긴이는 동일 인물이다. 정탄은 정진영 씨의 필명이다.


이 글의 전반부에 기구 비행의 역사(1783년부터 1835)가 나온다. 기구에 탑승한 조종사 중에 여성도 있었다. 프랑스의 기구 조종사 장 피에르 블랑샤르(Jean-Pierre Blanchard)의 아내 소피 블랑샤르(Sophie Blanchard)여성 최초의 전문 기구 조종사로 활약했다. 그러나 수소 기구에 불이 붙어 추락하는 바람에 4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녀가 죽기 십 년 전에 소피의 남편도 기구 비행 중에 큰 사고를 겪어 세상을 떠났. 글의 나머지 내용은 기구를 탄 저자의 경험담과 비행 관측 보고서다. 186259일에 저자와 콕스웰이 탄 기구는 29,000피트(8,839m) 이상의 고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두 사람은 저산소증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글레이셔는 항공술의 발전이 후대의 과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길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그의 소망은 현실이 되었다. 1931년에 기구에 탑승하여 15,785m의 고도에 올라간 스위스의 물리학자 오귀스트 피카르(Auguste Antoine Piccard)우주선(宇宙船)을 측정했다. 기구는 바람 부는 대로, 바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움직인다. 그래서 기구의 이동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없다. 하지만 연료만 있으면 얼마든지 오래 비행할 수 있다. 기구는 수송의 혁명적 발전을 이끌었다. 글라이더, 동력 비행기, 비행선과 제트기를 거쳐 우주선으로 진화하는 출발점에 하늘을 누빈 기구와 조종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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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846월에는 플뢰랑(Fleurant)[1] 배우 엘리사벳 씨블[2](Elisabeth Thible, 기록상 자유형 열기구로 비행한 최초의 여성-옮긴이)구스타브라는 대형 열기구를 타고 스웨덴 왕 앞에서 리용[3]을 출발했다. 그들은 8,500피트까지 도달했고 45분 동안 이동거리는 불과 2마일에 그쳤다.

 

 

[1] 의 오자.

 

[2] 본서에 시블이라고 표기된 것도 있다.

 

[3] 프랑스에 있는 도시 리옹(L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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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의 탄생 - 끔찍했던 외과 수술을 뒤바꾼 의사 조지프 리스터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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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이 무난하게 흘러 지나갈 줄 알았다. 낯선 지역에서 걸려온 두 통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발신자 이름이 없는 전화번호가 평범한 일상에 진동을 일으킨 신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두 통의 전화 모두 미상의 발신자가 ‘054’로 시작한 전화번호로 걸었다. ‘054’는 경북 지역번호다내가 수신을 두 번 거절하자 이번에 친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은 순간 동생의 목소리가 아닌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 받은 분은 ○○○ 씨 보호자이십니까? ○○○ 씨가 다쳐서 우리 병원에 입원했어요. 병원에 보호자 한 분이 있어야 해요.” ‘054’로 시작한 전화번호는 경북 모 지역에 위치한 대학병원 응급실 전화번호였고, 동생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발신자의 정체는 간호사였다. “○○○ 씨가 다쳐서 우리 병원에 입원했어요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는 순간 불길한 기운이 온몸에 확 퍼졌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나는 동생이 입원한 병원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 다음에 옷을 부랴부랴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병원이 있는 모 지역은 대구와 가깝지만, 이상하게도 병원에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병원으로부터 처음 연락받은 지 1시간이 지나서 응급실에 도착했다. 동생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동생의 후두부와 웃옷 등 쪽에 말라붙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핏자국은 동생이 기대 누운 침대 시트에도 남아 있었다. 사고가 나기 전에 동생은 자취방에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취기가 오른 상태에 부엌을 걷다가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부엌 바닥에 세게 부딪힌 후두부에 출혈이 일어난 것을 확인한 동생은 전화로 119를 불렀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다행히 동생은 뇌진탕과 뇌출혈이 일어날 정도로 크게 다치지 않았고, 두 바늘 꿰매면 봉합할 수 있는 경미한 상처만 생겼다



 

 



내가 음주를 줄이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결국 새해 첫날에 동생이 사고를 쳤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응급실 출입 규정이 바뀌어서 보호자 한 명만 응급실에 출입할 수 있다. 그래서 나 혼자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만약 부모님 중 한 분도 같이 갔으면 동생은 욕설 섞인 꾸중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동생을 혼내고 싶은 부모님을 대신하여 꿀밤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다친 부위가 머리라서 주먹을 내밀 수 없었다. 올해에 철 좀 들으라는 의미로 동생의 등짝에 스매싱을 시원하게 날렸다.


그렇게 어수선한 새해 첫날이 훌쩍 지났다. 침대 시트에 묻은 핏자국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동생이 퇴원한 후에 의료진들은 아주 깨끗한 침대 시트를 깔았을 것이며 지금쯤 동생이 누웠던 침대에 어느 환자가 누워 있을 것이다. 어제 핏자국이 있는 침대 시트를 보면서 가보지도 않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Age)의 병원 병동 내부가 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동생의 후두부에 난 상처를 봉합하는 외과 의사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환자의 고통을 무시한 채 수술을 강행한 빅토리아 시대의 외과 의사가 문득 생각났다내가 실제로 보지 않은 먼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린 이유가 있다. 작년 12월 초에 빅토리아 시대의 의사들 사이에 유행한 외과수술 방식을 생생하게 소개한 수술의 탄생을 읽었기 때문이다.


수술의 탄생은 수백 명의 군중이 가득한 수술실 내부를 묘사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수백 명의 군중이 가득한 수술실 내부라니.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19세기 초중반에 외과 의사들은 환자가 모르는 군중 앞에 공개 수술을 했다. 공개 수술은 외과 의사의 수술 실력을 군중에게 홍보하기 위한 일종의 메디컬 쇼(medical show)였고, 공개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치면 의사의 평판은 높아졌다외과 의사는 마치 고기를 자르듯이 톱으로 환자의 신체 부위(간단한 수술로 낫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환부가 있거나 환부에 병균이 감염되어 썩은 부위)를 잘랐다. 그 당시에 마취 수술이 나오지 않았다. 공개 수술은 군중의 오락거리가 되었고, 외과 의사와 군중에게 고통에 찬 환자의 비명은 안중에도 없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병원은 죽음의 집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여졌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외과 의사들은 자신의 손과 수술 도구를 소독하지 않았고, 말라붙은 피가 묻어 있는 수술복을 입고 다녔다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 피 묻은 수술복은 의사의 자랑스러운 표식이었다환자들로 가득한 병동 내부는 지저분했다. 의료진은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병원의 위생 관리가 엉망이어서 병동의 침대 시트에 환자들이 흘린 피와 고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환부에 병균이 감염되어 사망하기 일쑤였다.


비상식적인 외과 의사들의 수술 방식과 허술한 병원 운영 체제에 반기를 든 의사가 있으니 그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조지프 리스터(Joseph Lister). 리스터의 선배 및 동료 외과 의사들은 상처의 감염은 세균이 아니라 독소가 원인이라고 믿었다. 리스터를 포함한 일부 외과 의사들은 세균의 실체를 알고 있었으며 소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독소가 있다고 믿는 의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들은 세균 이론과 소독법을 지지하는 의사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불리한 상황 속에 리스터는 여러 차례 실험을 하면서 세균 이론을 증명했으며 소독의 효과까지 알아냈다. 그는 실험 결과를 수술에 적용했다. 하수구 정화에 사용되던 석탄산으로 환부를 소독하고, 의료진의 손과 의복, 수술도구 등 환부에 닿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살균 처리했다. 마취제와 함께 외과의학의 양대 혁명으로 불리는 무균수술은 고통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수술의 탄생은 현대의 의료 체계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근대 의학의 과도기를 다룬 역사책이다. 또 한편으로는 의사이자 과학자로 활동한 조지프 리스터 평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소독법의 선구자로만 알려진 리스터의 업적을 소개한 국내 유일의 책이다. 수술의 탄생의 저자 린지 피츠해리스(Lindsey Fitzharris)는 과학자로서 호기심과 탐구심, 어린 환자도 따뜻하게 대하는 의사로서의 사명, 종교(퀘이커교)와 의료 행위 사이에 갈등을 겪은 리스터의 인간적인 모습 등을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실제로 리스터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독자들의 눈길을 빨아들이는 저자의 글투와 역자의 좋은 번역이 만나면서 다시 태어난 리스터의 삶이 책 속에 생생하게 꿈틀댄다. 이 책의 영향 때문인지 나는 엉뚱하게도 응급실에서 19세기 영국의 병원 내부 광경과 공개 수술을 자연스레 떠올리고 말았다. 202111일에 있었던 모든 일과 그다음 날에 태어난 이 글글쓴이의 사적인 이야기가 이 한 편의 졸문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잘 쓴 서평이라고 보기 어렵다은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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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2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1-03 15:19   좋아요 1 | URL
책만 읽으면 됩니다. ^^

바람돌이 2021-01-02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생분이 많이 안다쳐서 정말 다행이예요. 에휴 정말 많이 놀라셨겠어요. 저같아도 등짝 스매싱!!

cyrus 2021-01-03 15:20   좋아요 1 | URL
저는 처음에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았을 때 동생이 밖에서 쓰러진 줄 알았어요. 어제 날씨가 추웠고, 하필이면 동생이 사는 지역에 눈이 좀 내렸거든요. 다행히 동생은 집에서 다쳤고 큰 부상은 아니었어요. ^^;;

수연 2021-01-02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거지? 새해 첫날 이래저래 놀랐겠다. 등짝 스매싱하는 사이러스님이라니 상상 불가지만 내가 모르는 모습도 많을 테니까 ^^;;; 새해 알라딘에서 자주 만나기를!!

cyrus 2021-01-03 15:23   좋아요 1 | URL
지금까지 살면서 새해 첫날에 기억 남을만한 특별한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올해 첫날에 동생이 추억을 만들어줬어요. 등짝만 때렸지 육두문자는 안 썼어요.. ^^;;

서니데이 2021-01-03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동생분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서 다행이예요.

cyrus 2021-01-03 15:30   좋아요 2 | URL
어제 서니데이님이 제가 단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달면서 이런 말씀을 했어요. 새해 첫날은 전날과 큰 차이는 없지만, 하루 사이에 큰 변화가 생기면 큰일이라고요. 사실 어제 아침부터 동생이 다친 사실을 리뷰에 언급할지 말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서니데이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1월 1일에 겪은 일은 제게 변화를 준 ‘큰 일’이었어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고, 동생 덕분에 글을 쓸 수 있었거든요. 동생이 다친 일은 개인사의 한 부분이라서 묻어두려다가 고민 끝에 리뷰를 통해 밝혔어요. 썩 유쾌하지 않았지만, 그것도 추억이니까요. ^^

서니데이 2021-01-03 15:44   좋아요 2 | URL
새해부터 갑자기 사고가 있어서 놀라셨겠지만 빨리 회복하고 좋은 일 있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psyche 2021-01-03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너무 놀라셨겠어요. 그만하기를 정말 다행이네요. 휴우.

cyrus 2021-01-03 15:35   좋아요 1 | URL
만약 동생이 술에 취해 밖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으면 호적에 동생 이름이 파였을 거예요.. ^^;; 지금 저와 가족 모두 마음에 안정을 되찾았어요.

syo 2021-01-03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이 동생 걱정하시는 말씀을 육성으로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불운한 일이었지만 액땜이라 여기시고 2021년 무탈하고 무난하시길.

cyrus 2021-01-03 15:38   좋아요 2 | URL
올해가 동생의 삼재 마지막 해라서 어머니가 동생을 많이 걱정하셔요. 저는 삼재를 안 믿는 편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성격이 예민한 어머니는 그렇지 않거든요. syo님도 무탈하세요.

붕붕툐툐 2021-01-03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페이퍼 내용과 사진이 찰떡 궁합이네용~ 꽉찬 별을 본 순간 자동으로 읽고 싶은 책장에 넣었습니다. 사적인 이야기가 섞여 최고의 서평이라 생각합니다~👍

cyrus 2021-01-04 11:45   좋아요 2 | URL
가끔 이런 형식의 글을 써보려고 해요. 경험담이나 사적인 일들을 기록하지 않으니까 나중에는 지나간 순간들이 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

이하라 2021-01-0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를 다쳤는데 봉합만 하면 될 정도였다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이후에는 올해 다 잘 풀릴 거라고 믿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동생분 상처도 빨리 아물기를 빕니다.

cyrus 2021-01-04 11:46   좋아요 0 | URL
위로의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하라님. ^^

stella.K 2021-02-2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내가 왜 이 글을 이제야 읽는지 모르겠다.
지금 동생은 어떤지 모르겠네.
정말 많이 놀랐겠다. 정초부터.
근데 사진 증말. 넘 웃겨.ㅋㅋㅋㅋㅋ
진짜 농구 경기에서 저러면 얼마나 웃길까.ㅎㅎㅎ

cyrus 2021-03-01 11:51   좋아요 0 | URL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생각해보면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어요.. ^^;;

감독이 선수 때리는 게 저 정도면 양반이에요.. ㅎㅎㅎ 과거에는 감독이 훈련 도중에 선수를 구타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겼어요. 경기 중에 작전 타임이 있으면 중계 카메라 팀이 벤치의 모습을 촬영해요. 어떤 감독은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면서 욕설을 퍼붓기도 해요. 그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돼서 TV에 나와요.. ^^;;
 
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 시대의 아이콘 평전시리즈 1
폴 콜린스 지음, 정찬형 옮김 / 역사비평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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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5점   ★★★★☆   A

 

 

 

 

발정기에 들어선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아기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소름 끼치는 소음으로 들린다. E. A. (Edgar Allan Poe)의 대표작 검은 고양이에 묘사된 고양이의 기괴한 울음소리는 살인은 저지른 주인공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마치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완전범죄를 꿈꾼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다. 1841년에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을 발표한 포는 추리 문학의 포문을 열었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은 탐정이 등장한 최초의 소설이다. 아마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포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포의 소설이 유명해지면서 오랑우탄(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과 검은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았다. 오랑우탄은 사람을 한순간에 제압해버리는 엄청난 힘을 가진 난폭한 존재로, 검은 고양이는 불길한 존재로 알려졌다. 이 둘 중에 가장 억울한 동물은 검은 고양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검은 고양이를 마녀의 반려묘로 취급했다. 유럽에 마녀재판이 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마녀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검은 고양이를 잡아들어 잔인한 방식으로 고문하면서 죽였다.

 

포의 작품들(환각 상태를 묘사하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시와 잔혹하고 기괴한 소재를 다룬 소설)을 본 독자나 비평가들은 포의 생애나 기행(奇行)을 그의 작품에 대입하여 해석한다. 한때 필자도 그런 방식으로 포의 작품들에 접근해서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해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되며 절대로 해석이 옳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평소에 온순한 성격의 인물이지만, 술만 마시면 난폭한 성격으로 변한다. 어떤 독자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애주가로 알려진 포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포는 술을 많이 마시면 평소와 다르게 말이 많아지고, 내성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정확하게 딱 들어맞는 자신의 해석에 의기양양해진 독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포는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처럼 술만 마시면 미친놈이 되며 고양이를 엄청나게 싫어한 사람일 것이다.” , 제발 이렇게 생각한 독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한다. 검은 고양이를 작가의 고양이 혐오가 반영된 불쏘시개 작품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포에 관한 평전인 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은 포와 그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책이다. 평전은 ‘작품 해설집’의 역할을 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포의 작품들(문학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은 대표작과 그 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준다(저자가 작품을 잘 설명해줘서 결말까지 언급한 부분은 조금 아쉬운 점이다).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포의 성격과 기행은 과장되었거나 잘못 알려진 경우다. 평전을 쓴 폴 콜린스(Paul Collins)는 한 작가의 작품으로 자서전(작가의 생애)의 빈칸을 메우는 방식은 작품과 자서전 모두를 오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흔히 포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불행한 천재또는 고독한 천재로 알려졌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포가 외롭게 지낸 건 맞다. 어린 시절 포는 부유한 상인의 양자가 되어 자랐다. 그러나 양아버지는 대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채권자들을 피해 다니는 포를 친자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숙모와 그녀의 딸이자 훗날 자신의 아내가 된 버지니아(Virginia)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버지니아가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포는 또 다시 술에 의존하면서 지내게 되고, 점점 피폐해져 갔다.

 

포는 시와 소설뿐만 아니라 서평, 기사, 잡문도 썼다. 그는 최고의 시를 쓰고 싶었지만, 작품성보다 수입이 따라오는 글을 써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소설이나 잡문을 써야 했다. 비록 글을 쓰면서 수중에 들어온 수입은 적었으나 암호문으로 유명한 추리소설 황금 벌레와 미국 시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까마귀(The Raven, 이 시는 갈까마귀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제의 의미에 맞는 제목은 까마귀)는 발표 당시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까마귀황금 벌레보다 더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다만 미국의 보수적인 문단은 포의 소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포는 서평과 비평을 써서 미국 문단과 기성 작가들을 비판했다. 포의 공격적인 비판은 포가 문단으로부터 배척받게 된 원인이 되었다. 포가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다라는 평가는 반은 맞다. 

 

필자가 평전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 사실은 바로 포는 고양이 집사였다는 것이다. 포에게 가족은 숙모, 버지니아 그리고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이름은 캐터리나(Catterina). 포의 반려묘 이름 철자를 잘 보시라. ‘카테리나(Caterina)가 아니다. 포의 반려묘 이름을 잘 보면 ‘t’가 하나 더 있다. 이 책에서 포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 장면이 나온다. 고양이 집사라면 다음에 나올 문장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포가 글을 쓸 때면 그가 자주 밖을 바라보곤 했던 두 개의 창들 사이에 놓인 책상을 이용했다. 그때마다 포의 애묘 캐터리나는 그의 어깨 위로 뛰어올라가 자리를 잡고 주인의 글 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134)

 

 

평전을 다 읽고 난 후에 궁금한 점이 생겼다. 캐터리나의 털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캐터리나는 검은 고양이었을까.

 

  

 

 

 

Mini 미주알고주알

 

 

* 15

할로윈 핼러윈(Halloween)

 

 

 

* 34

 

  이런 포의 특징을 타멀레인(Tamerlane)포 스스로 가장 뛰어나고 성숙한 작품이라고 자평한 시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 그 시에서 화자는 명확한 정체성과 목소리를 얻는다. 그의 박자와 운은 행과 행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나로 묶으며 점점 더 대화를 닮은 시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 시가 제목처럼 터키의 전설적인 정복자(티무르)[]의 흥망성쇠라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 밑줄 친 부분의 원문은 이렇다.

 

“The legendary Turkish conqueror.”

 

(Edgar Allan Poe: The Fever Called Living, 17)

    

 

타멀레인은 중앙아시아 일대를 지배한 군주 티무르(Timur)의 영어 이름이다. ‘Turkish’터키어’, ‘터키인을 뜻하는 단어이며 티무르는 튀르크 인(Turks) 출신이다. 하지만 그가 튀르크 인이라고 해서 그를 터키 어를 쓰는 터키 인으로 보긴 어렵다. 튀르크 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터키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무르는 몽골어와 튀르크 어가 섞인 차가타이(Chaghata)어를 썼다. 티무르를 단일 민족 출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티무르의 모계 혈통은 칭기즈 칸(Chingiz Khan)의 후손, 즉 몽골 인이다. 현재까지도 티무르의 혈통에 대한 논란이 있다. 폴 콜린스처럼 티무르를 터키의 지배자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티무르를 몽골 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단일 민족이라는 낡고 오래된 통념을 믿는 사람들은 티무르가 혼혈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 89

 

  포의 이 소설에서는 마치 제우스의 우리[]를 박차고 뛰어나온 다 자란 아테네 여신처럼 현대 추리소설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 원문

 

 The grown Athena sprung forth from Zeus.

 

(Edgar Allan Poe: The Fever Called Living, 48

 

우리는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을 말한다. 그런데 본문에 나온 제우스의 우리는 오역이다. 그리스 신화에 지혜의 여신으로 알려진 아테나(Athena)는 제우스(Zeus)의 머리에서 튀어나왔다. 아테네의 어머니는 티탄(Titan) 신족의 메티스(Metis). 제우스는 메티스에게 구애했지만, 평생 처녀로 살고 싶은 메티스는 그의 구애를 거절했다. 제우스는 강압적으로 메티스를 자신의 아내로 삼았고, 메티스는 아테나를 임신하게 됐다. 그런데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는 제우스에게 불길한 예언을 했다. 예언에 따르면 아테나는 제우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될 것이며 과거에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Kronos)를 몰아내고 신들의 제왕이 되었듯이 아테나가 제우스를 몰아낸다는 것이다. 불안한 제우스는 임신한 메티스를 삼켜 버린다. 크로노스가 자신의 자식들태어난 순서대로 헤스티아(Hestia), 데메테르(Demeter), 헤라(Hera), 하데스(Hades), 포세이돈(Poseidon)을 삼켰던 것처럼 말이다. 그 후 아테네는 제우스의 몸속에서 자랐고, 제우스는 심한 두통을 느낀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가 도끼로 제우스의 이마를 쪼개자, 다 자란 모습의 아테네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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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08 15:42   좋아요 0 | URL
무슨 소설을 공부하셨어요? 연말이라 대학원 일정이 빠듯하시겠군요. 비대면 방식으로 강의를 들으셨을 텐데 고생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