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Me)


No. 6


풍월당 - 살라 푸가

2026년 10월 3일 토요일에 첫 방문



두루미는 가와우치 아리오(川內 有緖)의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다다서재, 2023년)에서 만난 구절, ‘세계를 두루두루 보는 따뜻한 시선(205쪽)’에 영감을 얻어 만든 조어(造語)다. 


‘미’는 ‘아름다울 미(美)’와 ‘나’를 뜻하는 영어 ‘me’,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루미’는 혼자 전시회에 가서 예술 작품을 ‘두루두루 보는’ 경험, 예술을 즐기는 일상(dilettante)을 상징한다.





풍월당(風月堂)은 빌딩 숲 한가운데에 있는 음악의 정원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들러야 하는 곳이다. 2003년에 태어난 풍월당은 클래식 음반 가게였다. 음악의 정원을 가꾼 박종호 대표의 본업은 정신과 전문의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칼럼을 쓰면서 클래식 음악 마니아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의 정원은 넓어지고 풍성해졌다. 세계적인 음악의 명인(名人)들이 풍월당을 방문했다. 그들이 방문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순간, 정원에서 작은 연주회가 시작된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 ‘로젠카발리에(Rozenkavalier)’가 있다. 로젠카발리에는 ‘장미의 기사’를 뜻하는 독일어다. 장미의 기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오페라 제목이다.







올해 초에 풍월당은 더 나은 음악의 정원으로 가꾸기 위해 길게 쉬었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무렵에 풍월당은 음악 감상실 겸 자료실 ‘살라 푸가(Sala Fuga)’로 새롭게 단장했다. ‘Sala’는 이탈리아어로 방을 뜻한다. 푸가는 하나의 성부(聲部)가 음을 연주하면 다음 성부가 먼저 연주된 음을 모방하면서 이어 나가는 곡조 형태다.







‘살라 푸가’는 10월 1일부터 올해 말까지 임시 개장 형태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 기간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푸가의 방이 열리는 날은 매주 목, 금, 토요일이다. 이용 시간은 1시간이다. 풍월당 직원들이 고른 음악을 들으면서 박종호 대표가 모으고 차곡차곡 정리한 책들과 음반들(비 판매용), 클래식 음악 관련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음악의 정원에 입장하면 안내문과 《살라 푸가를 읽는 시간: 공간 곳곳에 새긴 음악과 문장들》이라는 소책자를 받는다. 이 소책자는 살라 푸가의 벽면 구조와 각각 벽면에 새겨진 문구들의 의미를 소개한다.







푸가의 방을 둘러보면서 제일 먼저 마주친 문구는 라틴어 문장 ‘Res Severa Verum Gradium’이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학파 철학자 세네카(Seneca)가 쓴 문장이다. 박종호 대표는 세네카의 문장을 ‘진정한 기쁨은 진지한 것이다’라고 풀어 썼다. 세네카가 생각하는 ‘진지함’은 어떤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오랫동안 톺아보면서 열중하는, 참된 내면 상태이다.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감상실이 따로 있다. 커튼이 드리워진 여닫이문이 달린 방이며, 내부 조명이 어슴푸레하다. 명상하듯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입장할 수 있다. 턴테이블 옆에 뜻밖의 인물 조각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화 작가로 유명한 덴마크의 소설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동상을 작게 만든 조각상이다.







푸가의 방에 들어온 방문객들에게 과자와 음료(커피, 보리차)가 제공된다. 접시와 찻잔, 커피추출기가 있는 부엌의 이름이 ‘로시니(Rossini)’다. 대식가인 이탈리아 음악가의 이름을 붙였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6년 9월, 10월의 세계문학, 추천 독자: 조약돌]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411번째 책]

* 헤르만 헤세, 이영임 옮김 《유리알 유희》 (민음사, 2011년, 전 2권)



살라 푸가는 클래식 음악 명인(박종호 대표)의 정원이자 정신이 맑아지는 천국의 정원이다. 지난달에 읽기 시작한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유리알 유희》는 천국의 정원으로 이끌어준 입장권과 같은 책이다.


《유리알 유희》의 주인공이자 ‘유희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Josef Knechts)는 어린 시절에 음악 명인을 만난다. 음악 명인은 요제프의 정신적 성장에 도움을 준 스승이다. 두 사람은 음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데, 음악 명인은 요제프에게 푸가가 어떤 곡인지 알려준다.
















* 클라이브 웅거 해밀턴, 김형수 옮김 《클래식, 바로크 시대와의 만남: 바흐 . 헨델. 비발디의 시대》 (포노, 2012년)

 

* 김현철 《내가 사랑한 몬테베르디: 작품을 통해 바라본 몬테베르디의 예술 세계》 (음악세계, 2012년)




음악 명인은 바로크 시대에 풍미했던 음악가들의 곡을 좋아한다. 푸가를 진지하게 연구하여 정교하게 만든 바흐(Johann Sebastian Bach), 영국 바로크음악을 대표하는 헨리 퍼셀(Henry Purcell), 중세 음악과 르네상스 음악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이탈리아 바로크음악의 시작을 알린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등이다.


박종호 명인의 서재에 《유리알 유희》를 포함한 헤세의 소설들이 꽂혀 있다. 명인은 책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다. 명인이 어떤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지 궁금했다.













 “명상할 때면 무언가 보았을 거야. 음악이 모습으로 나타난 거지. 마음이 내키면 그걸 그려 보게.”

 크네히트는 객실 책상 위에 종이 한 장과 연필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는 음악이 변해서 자신에게 나타났던 형상을 그려 보려고 한다.

 

(헤르만 헤세, 이영임 옮김, 《유리알 유희 1》 중에서, 102쪽)



헤세는 색깔을 가지고 노는(Spiel mit farben) 화가다. 그는 《유리알 유희》의 음악 명인처럼 음악을 형상화하고, 색깔을 입히면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이것이 헤세가 음악을 가지고 노는(Spiel mit Musik) 방식이다. 그에게 색과 음악은 놀이(유희)다.



















* 헤르만 헤세, 김윤미 옮김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북하우스, 2022년)

 

* 이신구 《헤세와 함께 음악이 흘렀다: 소나타로 읽는 헤세》 (세창미디어, 2021년)



《유리알 유희》를 읽으면서 《헤세와 함께 음악이 흘렀다》라는 책을 구매했는데, 저자는 오래전부터 헤세와 음악의 연관성을 연구해 온 독어독문학과 교수다. 《헤세와 함께 음악이 흘렀다》는 소설에 드러난 헤세의 음악 취향을 분석한 책이다. 헤세가 좋아한 음악가는 바흐,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쇼팽(Frédéric Chopin)이다. 이 세 명의 음악가는 소나타(모차르트, 쇼팽)와 푸가(바흐)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이들 곡의 공통점은 정교한 화음이다.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는 음악을 주제로 한 헤세의 글과 음악이 언급된 헤세의 문장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에도 클래식 음악 명인이 남긴 형광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 명인은 헤세의 삶을 소개한 글에도 줄을 그었다. 헤세의 문학 세계를 ‘악보 없는 음악’으로 비유한 내용에 공감했는지 분홍색 형광펜으로 문장 전체를 네모 상자에 담아서 별 모양 표시를 했다.







공간 이용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방문객이 많지 않으면 조금 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책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야 해서 다음에 또 오기로 했다. 푸가의 정원에 흐르는 음악에 흠뻑 취했는지 입장권에 내 이름이 ‘최해송’으로 잘못 적혀 있는 것을 늦게 알았다.


내 이름의 ‘해’는 ‘바다 해(海)’ 자다. 내 이름을 처음 접한 사람들 대부분은 ‘혜성’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나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이름을 말할 때 ‘바다 해’라고 강조한다. ‘해송’은 흥미로운 오자다. 노래를 뜻하는 영단어 song을 소리 내서 읽으면 ‘송’이다. 한자와 영어가 합친 ‘해송’은 ‘바다의 노래’로 풀어 쓸 수 있다. 
















* 클로드 드뷔시, 이세진 옮김 《안티 딜레당트 크로슈 씨: 프랑스 음악의 한 정신》 (포노, 2017년)

 

* 스테판 말라르메, 황현산 옮김 《시집》 (문학과지성사, 2005년)

 

* 스테판 말라르메, 김화영 옮김 《목신의 오후》 (민음사, 2016년)




바다를 소재로 한 클래식 음악 중에 드뷔시(Claude Debussy)의 <바다>라는 작품이 있다. <바다>는 고향시다. 작품 부제는 ‘관현악을 위한 3개의 교향적 스케치(소묘)’다. 드뷔시는 인상주의 음악가다. 자연을 보면서 찰나에 느끼는 인상을 그림 그리듯이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주의 음악의 특징이다. 


드뷔시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소신껏 글로 써서 발표했다. 그는 본인 스스로 딜레당트(dilettante)로 여겼다. 딜레당트는 ‘즐기다’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dilettare’에서 유래한 말이다. 딜레당트는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도 학문과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다. 드뷔시에게 음악은 ‘겸허히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그는 전문가에 속하는 음악 비평가들의 현학적인 감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감상자의 자유를 존중하며 솔직하고 성실한 ‘인상(impressions)’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다>는 드뷔시의 대표작 <목신의 오후 전주곡>, <달빛>, <아마빛 머리의 소녀>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프랑스의 시인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의 시 <목신의 오후>에 선율을 입힌 교향시다. 나른한 선율이 이 곡의 매력이다. 살라 푸가에서 듣고 싶은 곡을 신청할 수 있다면, 나는 드뷔시의 음악을 제일 먼저 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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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Me)



No. 5











<Kim Yun Shin>

장소: 국제갤러리

전시 시간: 2024년 3월 19일 ~ 2024년 4월 28일

2024년 4월 27일 토요일 오전 10시경에 만남.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서로 다른 둘이 만나면 하나가 되고, 하나는 다시 둘이 된다. 동양고전에 나올 법한 이 여덟 글자는 조각가 김윤신의 연작 제목이다. 김윤신은 1970년대부터 <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 조각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조각 작품의 재료는 오래되고 못생겨서 쓸모없는 나무다. 작가는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라서 작품을 만든다. ‘합이합일’은 작가와 조각 재료인 나무가 하나가 된 상태다. 작가는 나무를 자르고 쪼갠다. ‘분이’는 나무는 작가의 톱질에 분해되는 과정이다. ‘분일’은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다.


 

















* 후지하라 다쓰시, 박성관 옮김 《분해의 철학: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사월의책, 2022년)





합일합이 분이분일은 자연계의 모든 물질이 순환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재료를 조합하면 새로운 물건이 완성된다(합일합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건의 상태는 변하고, 물건의 품질이 떨어지면서 분해된다(분이분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분해’는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부정적인 현상이다. 모든 존재가 분해되면 갈라지고, 부서지고, 썩어가고, 파괴되고, 쓸모없는 상태가 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물이 분해되면 쓰레기가 된다. 하지만 생태학 관점에서 바라보는 분해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분해된 것은 망가진 것도, 쓸모없는 쓰레기도 아니다. 언제든지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분해돼서 남은 자연의 여분은 새로운 사물 또는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 이바지한다.


환경사를 전공한 일본의 철학자 후지하라 다쓰시(藤原辰史)는 《분해의 철학》에서 돈이 되는 사물을 만들어서 생산하는 사회를 ‘덧셈과 곱셈의 세계’로 비유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분해되고 부패해서 쓰레기가 되거나 완전히 소멸한다. 분해가 일어나는 세계는 ‘뺄셈과 나눗셈의 세계’다.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2002-789』 (2002년, 맨 왼쪽)

『합이합일 분이분일 2002-790』 (2002년)

『합이합일 분이분일 2016-3』 (2016년)

『합이합일 분이분일 1978』 (1978년, 맨 오른쪽)




후지하라 다쓰시는 부패가 ‘더 미적이고 더 역동적인 작용(《분해의 철학》 51쪽)’이라고 말한다. <합이합일 분이분일> 나무 조각 연작은 ‘생태학적 조각’이다. 작가의 나무 조각에 분해와 재생이 새겨져 있다. 못 쓰는 나무는 자연적으로 부패하거나 인간에 의해 분해돼서 생긴 부산물이다. 작가를 만난 죽은 나무 조각들은 살아있는 조각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2019-14』

2019년

 




지난달 4월에 종료된 국제갤러리의 김윤신 개인전에 톱으로 자른 나무 조각들을 쌓아 올려서 만든 목재 조각 작품과 색을 입힌 나무 조각들을 이어 붙인 작품들이 공개되었다(회화 작품도 전시되었다). 하지만 작가의 목재 조각 작품 재료에 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합이합일 분이분일 2019-14>의 재료는 폐목과 못이다. 


















* 프랜시스 마르탱, 박유형 옮김 《숲 아래서: 나무와 버섯의 조용한 동맹이 시작되는 곳》 (돌배나무, 2022년)


* 멀린 셸드레이크, 김은영 옮김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아날로그, 2021년)




나무 조각에 박힌 못은 마치 썩은 나무에 자란 버섯 또는 ‘균류(菌類)’를 연상시킨다. 버섯은 죽은 나무에 무리를 지어 자라며 죽은 나무의 영양분을 먹는다. 버섯은 균류에 속하는데, 균류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독립된 생물군(群)으로 분류한다. 균류는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 바로 ‘부패’다. 균류는 죽은 나무와 동물의 사체에 있는 영양분을 흡수한다. 분해와 부패를 일으키는 균류는 무기질과 같은 여러 화학물질을 만든다. 무기질을 만드는 균류 덕분에 흙은 비옥해지고, 새로운 식물이 흙의 영양분을 먹으면서 자란다. 균류가 없으면 지구는 사람이 버려서 썩지 않는 쓰레기와 자연이 남긴 쓰레기(썩지 않은 동물 사체와 죽은 식물)가 흘러넘치는, 아주 지저분한 별이 되고 만다. 최근에 식물학자들은 지구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나무와 버섯 또는 균류의 공생 관계를 주목한다.


김윤신의 목재 조각 작품은 ‘공(功)든 탑’이다. 하지만 목재 조각 작품 또한 시간의 흐름과 오직 무질서로 향하는 엔트로피(entropy)의 보이지 않는 힘을 피할 수 없다. 목재 조각 작품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분해되고, 파괴될 것이다(목재 조각 작품은 불에 약하다). 작품이 해체되는 과정은 작품 제목인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분이분일’에 해당한다. 가수의 운명이 가수가 직접 부른 노래 제목에 따라가듯이, 김윤신의 목재 조각 작품은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는 제목을 따라간다. 합쳐진 둘이 분해되면 하나가 되지만, 이 하나마저 분해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空). 완전히 소멸되는 상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맞이하게 될 진정한 ‘분(分)’이다. 공(空)든 탑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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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선보이는 예술 책 읽기 모임 <두루미> 뉴스 레터입니다.

무료로 읽는 특별한 글입니다.

글을 읽어 보시고 모임 참석을 결정하시면 됩니다.







[예술 책 읽기 모임 <두루미> 5월에 읽는 책]

박보나 《태도가 작품이 될 때》 (바다출판사, 2019년)










책 제목은 1969년 스위스에서 열린 전시회 제목 ‘태도가 형식이 될 때(When Attitudes become From)’에서 따온 것입니다. 스위스 출신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이 기획한 이 전시회는 당시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전시회를 보러 온 관객들과 비평가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전시장에 가면 으레 볼 수 있는 그림과 조각품이 단 한 점도 없었거든요.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예술가들의 행동이었어요. 제만이 기획한 전시회에 참가한 예술가들은 스스로 ‘작품’이 된 것이죠.

 

백남준과 친했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는 1969년 스위스 전시회에 참여한 예술가입니다. 그는 전시장 이곳저곳에 지방 덩어리를 채웠습니다. 그는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만의 예술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1965년에 보이스는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이미 선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금박을 칠하고, 죽은 토끼 사체를 안은 채 관객들 앞에서 세 시간 동안 작품을 설명했습니다. 사진으로만 남은 그의 행위예술은 <죽은 토끼에게 예술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태도가 형식이 될 때’는 틀에 박힌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면서 치켜세우는 관객과 비평가들 모두에게 반기를 든 전시회였습니다. 그동안 예술가들은 선배 예술가들의 걸작을 모사하고, 그들이 이미 시도한 표현 방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과거 예술가들이 선보인 독창적인 표현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가라면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하랄트 제만은 틀에 박힌 ‘규칙’을 거부했습니다. 그의 눈에는 새롭지 않았던 것이죠. 제만은 과감하게 규칙을 위반하는 예술가의 ‘태도’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는 단조롭고 뻔한 아름다움을 좋아하지 않고, 기존 사회질서를 비딱하게 바라보는 예술가들을 소개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땐 저자의 작품 설명에 쫓아가지 마세요. 아, 저런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읽으세요.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만의 ‘태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이런 분들’도 모임에 오시면 좋겠어요.

 


“내가 ‘예술’이라는 게 뭔지 직접 보여주마.”

 

본인 스스로 ‘나, 예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의 ‘예술’을 보여주세요. 본인이 직접 만든 예술 작품도 좋고요, 악기를 가져와서 연주해도 됩니다. 멋진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짧은 일인극을 보여줘도 좋습니다. ‘예술가로서의 나’를 마음껏 드러내 주세요.

 



“좋은 예술가가 있으면 소개해 줘.”

 

‘나만 알고 싶은 독특한 예술가’ 아니면 ‘나만 알기 아까운 독특한 예술가’를 소개해 주세요. 책에 소개되지 않은 예술가도 좋습니다. 본인은 괜찮은데 정작 다른 사람들은 어렵고 이상하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 예술가들이 있을 거예요. 익숙하지 않고, 난해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거나 비웃지 않을 테니 당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들을 자랑해 주세요.

 

독서 모임에 오는 분들의 태도가 다음 달 <두루미> 모임 분위기를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 분이라도 왔으면 좋겠어요. 모임 참석자가 두 명 이상 모이지 않으면 ‘아무 책 아무 말 대잔치’를 하겠습니다.

 

독서 모임의 주인공은 책도, 모임장이 아닙니다. 낯선 모임에 호기심을 느끼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당신이 독서 모임을 이끄는 주인공입니다. 당신의 태도가 그날의 독서 모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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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02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모임인 것 같다. 특히 아무 말 대잔치라니 부담도 없고. 근데 왜 시간하고 장소는 없노?
이러고 저러고 지간에 난 넘 멀어서 못 갈 것 같다. ㅠ

cyrus 2024-05-04 10:51   좋아요 4 | URL
모임 날짜와 장소는 정해졌어요. 여기 일정 공지해봤자 홍보 효과가 없어서 안 올렸어요. 지금 딱 한 분만 모임에 참석한다고 했어요. ^^;;

페크pek0501 2024-05-04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날짜와 장소는 써 놔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라도 보고 문의할 수 있죠.
좋은 모임이 될 것 같아요.

cyrus 2024-05-04 19:28   좋아요 0 | URL
알겠습니다. 모임 날짜와 장소를 공지하겠습니다. ^^
 





두루미(Me)



No. 4








<Thomas Ruff: d.o.pe>

장소: PKM 갤러리

전시 기간: 2024년 2월 21일 ~ 4월 13일

2024년 3월 1일 오후 12시경에 만남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 길목에 서서

예쁜 촛불로 그대를 맞으리

향그러운 꽃길로 가면 나는 나비가 되어

그대 마음에 날아가 앉으리

 

아 한 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를 위해 노래를 부르리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주단을 깔아놓은 내 마음

사뿐히 밟으며 와 주오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 산울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1978년) 노랫말 1절 -

 



나는 예술 사진(fine-art photography)을 볼 줄 모른다. 나는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아주 오래전에 예언했던 ‘미래의 문맹자’에 속한다. 미래의 문맹자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


















* 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사진의 작은 역사 외》 (도서출판 길, 2007년)

 

* [절판] 발터 벤야민, 에스터 레슬리 엮음, 김정아 옮김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위즈덤하우스, 2018년)




사진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나는 여전히 예술 사진이 낯설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면 습관처럼 그 작품에 담긴 ‘내용’을 찾으려고 한다. 나는 예술작품 앞에서 술래가 된다. 술래는 예술가가 작품을 만든 의도를 찾거나 작품 속에 있는 알레고리(allegory)를 해석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요즘은 특별한 내용이 없는 예술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예술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런 유형의 예술작품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전혀 아름답지 않고,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예술작품은 낯설면서도 어렵다. 


벤야민이 경계하는 상업 사진은 사람들에게 항상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만 반복해서 보여주기만 한다. 예술 사진의 가치를 알아본 벤야민은 사진작가들이 사진만 찍어서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진작가들에게 글을 쓰라고 조언한다. 상업 사진에 반기를 든 사진작가는 자신의 예술 사진에 대한 설명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벤야민과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진작가 토머스 루프(Thomas Ruff)는 사진을 글로 설명하는 행위를 거부한다. 사진에 붙은 설명글은 감상자가 편안하게 해석할 수 있게 깔아놓은 푹신한 매트리스다. 하지만 루프의 사진 작품에 감상자를 위한 매트리스가 없다. 루프는 ‘현실을 묘사하는 사진’이라는 익숙한 정의에 타협하지 않는 사진작가다. ‘현실을 묘사하는 사진’은 감상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내가 찍은 세상이 어때? 멋지지?” 멋짐이 흘러넘치는 사진은 감상자 앞에 매트리스를 펼친다.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감상자는 사진을 해석한다. 


루프의 사진 작품에 감상자가 보고 싶은 어떤 형상이나 내용이 없다. 오로지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루프는 컴퓨터로 합성하거나 일부러 형상을 흐리게 한 사진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현실을 찍기보다는 현실을 ‘재조작’했다.


서울 삼청동의 PKM 갤러리에 전시된 <d.o.pe> 연작은 ‘현실을 묘사하는 사진’이 아니며, 감상자를 만족시켜 주는 작품도 아니다. <d.o.pe> 연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독특하다. 루프는 벽에 거는 대형 카펫을 만드는 회사에 자신이 컴퓨터로 만든 이미지가 들어 있는 카펫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완성된 여러 장의 카펫 중에 본인이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골라서 설명글 대신에 ‘d.o.pe’라는 표제를 붙였다.








 

 

 










* [절판] 올더스 헉슬리, 권정기 옮김 《지각의 문. 천국과 지옥》 (김영사, 2017년)


* 윌리엄 블레이크, 서강목 옮김 《블레이크 시선》 (지만지, 2012년)


* [절판] 윌리엄 블레이크, 김종철 옮김 《천국과 지옥의 결혼》 (민음사, 1990년)





‘d.o.pe’는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자전적 에세이 《지각의 문》과 관련이 있다. ‘d.o.pe’는 《지각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의 약자다. 작품 제목에 두 개의 점을 빼면 마약을 뜻하는 단어(dope)가 나온다. 헉슬리는 1953년에 메스칼린(Mescaline)이라는 환각제를 복용하기 시작한다. 1963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메스칼린뿐만 아니라 LSD도 복용했다. LSD는 당시 기성세대의 문화를 거부한 히피족들이 즐겨 찾은 환각제였다. 헉슬리는 《지각의 문》과 《천국과 지옥》, 이 두 권의 책에서 환각에 빠진 상태가 되면 현실을 뛰어넘은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권의 책 제목은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에서 따왔다. 블레이크는 어린 시절에 환영(幻影)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 자신의 환각 상태를 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 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 폭력 비판을 위하여 / 초현실주의 외》 (도서출판 길, 2008년)


* 제임스 글릭, 박래선 옮김, 김상욱 감수 《카오스》 (동아시아, 2013년)


* 필립 볼, 조민웅 옮김 《자연의 패턴》 (사이언스북스, 2019년)


* [절판] 에드워드 로렌츠, 박배식 옮김 《카오스의 본질》 (파라북스, 2016년)




루프의 <d.o.pe>에 나타난 이미지는 ‘우연히 부서진 현실’이다. ‘우연히 부서진 현실’은 프랙털(fractal)이다. 프랙털은 ‘우연히 부서지다’라는 뜻의 라틴어 ‘fragere’에서 파생된 형용사 ‘fractus’에서 유래된 단어다. 수학자들은 프랙털을 ‘부분이 전체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형태’로 본다. 






토마스 루프

『d.o.pe 15』

2023년









루프가 만든 이미지는 프랙털 패턴이다. <d.o.pe>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술 사진을 옹호한 벤야민은 ‘초현실적 사진’에 회의적이다. 1929년에 쓴 <초현실주의>라는 글에서 그는 유령을 부르는 모임, 신비주의, 최면술을 선호하는 초현실주의자들을 비판한다. 루프의 초현실적 사진은 벤야민이 비판한 비현실성과 무관하다. 우리는 프랙털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주변을 자세히 보면 프랙털을 발견할 수 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에서 일부 지역을 확대하면 전체 해안선과 유사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고사리의 커다란 잎은 작은 고사리 잎과 똑같이 생겼다.






토마스 루프

『d.o.pe 10』

2022년




<d.o.pe> 연작은 익숙하면서도 아름다운 현실을 해석하게 만드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지 않은 작품이다. 루프가 갤러리 벽에 깔아놓은 것은 이상한 ‘프랙털 주단’이다. 《카오스》의 저자 제임스 글릭(James Gleick)은 프랙털을 ‘마음속에서 무한을 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프랙털 주단은 무한한 이미지의 황홀경을 느낄 줄 아는 관람자를 맞이한다. 처음에 관람자는 낯선 이미지를 주시한다. 이미지에 익숙해진 관람자는 말없이 프랙털 주단을 사뿐히 밟는다. 관람자 한 사람의 눈빛에 밟힌 프랙털 주단은 ‘예술 사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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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Me)



No. 3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

장소: 국제 갤러리 서울

전시 기간: 2024년 2월 1일 ~ 2024년 3월 3일

2024년 3월 1일 오전 11시 20분에 첫 만남





완벽(完璧)의 원래 의미는 ‘흠 없는 구슬(玉)’이다. 완벽은 고대 중국에 존재했다는 ‘화씨의 구슬’이라는 진귀한 보물에서 유래된 단어다. 완벽의 반대말은 ‘하자(瑕疵)’다. 하자는 구슬의 얼룩진 흔적을 뜻한다. 

















* 플라톤, 김유석 옮김 《티마이오스》 (아카넷, 2019년)


* 마이클 벤슨, 지웅배 옮김 《코스미그래픽: 인류가 창조한 우주의 역사》 (롤러코스터, 2024년)

 



완벽한 상태는 아름답고, 완전해야 하며 조화로운 질서에 가깝다. 일단 무조건 좋은 것이어야 한다. 플라톤(Plato)에게 완벽함이란 천상에 있는 ‘이데아(idea)’다. 그는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은 이데아를 모방한 불완전한 것들이라고 인식했다. 플라톤의 저서 《티마이오스》에 데미우르고스(demiourgos)라는 거인이 나온다. 이 거인은 우주를 창조한다. 플라톤은 데미우르고스가 만든 우주 역시 이데아를 모방한 것이라고 봤다. 그에 따르면 물질의 네 가지 원소인 물, 불, 흙, 공기는 무질서한 상태다. 데미우르고스는 네 가지 원소에 각각 정다면체 형태를 부여하면서 우주를 만든다. 플라톤은 우주가 정십이면체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플라톤 입체’라고 알려진 우주론은 예술가와 천문학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자신이 쓴 책 『우주의 신비』에서 플라톤 입체를 이용해서 행성의 공전 궤도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는 정다면체 형태로 된 우주가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세계로 이해했다.


도예가는 완벽한 도자기가 나올 때까지 계속 굽고, 마음에 안 들면 망치로 깨뜨린다. 일반인이 보면 멀쩡해 보이는 도자기를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도예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인정하자. 누구나 완벽한 것을 선호한다.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완벽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한 번쯤은 노력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별 하나를 완전한 형태로 그리려고 애쓴 적이 있다. 내 눈에는 별이 비뚤비뚤해 보여서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원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보기 좋게 동그란 원이 나오지 않으면 여러 번 그리곤 했다. 여러 번 시도해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우리 마음 한구석에 ‘실현 불가능한 벽’을 세우려고 애쓴다. 그 벽의 이름은 ‘완벽’이다.


마음속에 세우고 있는 완벽을 무너뜨리려면 결국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를 순순히 받아들여서 허무주의와 패배주의에 굴복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의 가치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실패를 경험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완벽해지기 위해 애쓰는 일을 멈추는 것이다.






김홍석

『시지프스의 돌』

2024년




김홍석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는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완전하고 완벽한 삶(또는 예술)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완벽과 조화로움과 거리가 먼 김홍석의 작품들은 성공과 실패로 명확히 나누려고 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거부한다. 









김홍석

『믿음의 오류(운석)』

2024년


『믿음의 오류(운석)』는 국제갤러리 K3 관에 따로 설치된 작품이다. K3 관에 흘러나온 음악은 『주춤거리는 행진』이었다.








김홍석

『A Star』

2011년





관람객이 김홍석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홍석은 관람객이 단번에 이해하기 쉬운 완벽한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이런 작가가 관람객의 마음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난해한 작품을 선보였다고 해서 단순히 개인전을 실패로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김홍석의 작품들은 성공과 실패라는 경계가 무의미한 ‘뒤엉킴(entanglement)’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은 ‘정상적 질서’에 가까운 완벽함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절대로 완벽할 수 없기에 실패하더라도 무언가를 계속 표현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완벽해지지 말자. 되는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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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3-1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 ‘완벽‘과 ‘하자‘ 가 그런 뜻이었다는 게 정말 너무 신기해서 놀라는 중이에요.

cyrus 2024-03-20 06:27   좋아요 0 | URL
‘완벽’과 관련된 사자성어 ‘화씨지벽’에 관한 일화는 《한비자》에 있고요, ‘하자’와 관련된 일화는 《회남자》라는 책에 있어요. ^^

페크pek0501 2024-03-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되는대로 막 살고 싶어용...

cyrus 2024-03-20 06:29   좋아요 0 | URL
사실 되는대로 살기를 안 좋게 표현하면 막 사는 거죠.. 때론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 때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