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긍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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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Nietzsche)는 스스로 디오니소스(Dionysos)의 제자라고 했다.
그리고 성자보다는 사티로스(Satyr)가 되고 싶다고 했다.

콜레트(Colette)는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사제 마이나스(Maenads)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글을 써라.”
그녀는 숙녀의 삶을 거부하고 사포(Sappho)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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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놀 - 도덕적 선입견에 대한 생각들 세창클래식 15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동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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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얼굴은 얼(정신)이 뭉쳐진 신체 부위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매일매일 성장한 얼굴에 한 사람이 생각하고 느낀 것들이 그대로 드러난다책의 얼굴도 그렇다서문독자가 맨 처음 마주하게 되는 책의 얼굴이다. 책은 자기 얼굴을 절대로 숨기지 않는다. 책이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본문의 핵심이 얼굴에 다 나타난다. 서문이 책의 얼굴이라면 본문은 책의 몸통이다대부분 글쓴이는 책을 쓸 때 서문부터 쓴다. 그런데 니체(Nietzsche)는 정반대의 순서로 책을 쓴 철학자다. 그는 본문을 먼저 썼으며 서문은 몇 년 지난 후에 썼다. 니체에게 서문은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마침표다.


아침놀: 도덕적 선입견에 대한 생각들은 니체가 1880년부터 쓰기 시작한 책이다. 이듬해에 나온 초판은 서문이 없다아침놀》은 얼굴이 없는 책으로 태어난다. 니체는 1886년에 아침놀서문을 쓴다. 초판이 나온 지 6년이 지난 뒤에 얼굴 있는 아침놀》 재판이 나온다니체는 책을 쓸 때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항상 글을 천천히 썼다. 곡을 직접 만들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 니체는 자신과 본인의 책을 느리게 연주하는 방식인 렌토(lento)’로 비유한다아침놀》은 잠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아침놀》이 음악이라면 잠언은 음표다. 니체의 짧은 글을 단번에 읽으려고 하면 글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성급하게 읽으면 엉뚱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니체는 도덕을 숭배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거부한다. 그에게 도덕은 뜨겁게 빛나야 할 인간의 삶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해로운 밤안개다. 도덕으로 흐릿해진 사회 속에서 인간은 도덕의 노예’가 된다. 도덕은 자신을 따르는 노예에게 명령한다. 생각해서는 안 되고 말도 적게 하라. 여기서는 오로지 복종만 해야 한다!”[주1] 도덕의 노예는 솔직한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누른다도덕에 짓눌린 인간의 얼굴에 나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니체는 아침놀를 쓰기 시작하는 순간 도덕과의 한판 전쟁을 선포한다.


니체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할 니체의 책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이 사람을 보라,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이다. 이 세 권의 책 또한 니체의 주저라서 아침놀니체 철학 필독서 목록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책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아침놀은 니체 철학을 이해하는 데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에 권력에의 의지(힘에의 의지)’초인(위버멘쉬)’의 의미를 설명한 잠언이 나온다니체가 아침놀》 서문을 쓰기 직전인 1885년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이미 완성된 연도다1885년과 1886년은 천천히 만들어진 니체 철학이 충분히 무르익은 시기다.


아침놀느리게 읽어야 할 책이다. 니체는 천천히 읽으라고 당부한다. 아침놀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되는 책이기도 하다. 니체는 독자에게 아침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아침놀가끔 펼쳐서 읽기 위한 책이다. [2] 니체는 서문에서 완벽한 독자와 문헌학자가 이 책을 원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부담을 갖지 말자.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니체는 논리성을 포기한 채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잠언을 썼다. 니체에 맞서는 독자는 아침놀을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읽을 수 있다. 잘못 읽는 최악의 독서를 한다고 해도 결국 스스로 읽어야 한다. 인간은 방황을 거듭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끔찍한 방황과 연습을 경험하면서 지식을 얻는다.[3]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존재. 자신이 직면하는 오류와 한계를 스스로 넘어서는 인간이야말로 니체가 아침놀에서 강조하는 초인이다.





[1] 아침놀서문, 16.

 

[2] 아침놀잠언 454, 479.

 

[3] 아침놀잠언 452, 478.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 39, 옮긴이 주 43

 

 『아침놀에서 권력에의 의지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1906년에 출간되는 유고집[4]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특히 권력으로 번역된 ‘Macht(마흐트)’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권력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턴가 근대적인 어감이 더 강하다는 이유로 흔히 으로 번역됐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나, 그것만이 진리라고 틀을 정해 버리면 문제가 된다. 니체는 후기에 들어서 주인 도덕을 노예 도덕과 비교하면서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초인은 이런 주인 도덕과 주인의식으로 충만한 존재다. 니체는 그러니까 자기 삶에 주인이 되는 그런 도덕을 요구했다.



[4] 니체의 유고집 권력에의 의지(Der Wille zur Macht) 초판은 1901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1906년에 증보판이 출간되었다. 니체의 누이 엘리자베트(Elisabeth Förster-Nietzsche)와 니체의 친구 페터 가스트(Peter Gast)니체의 유고를 임의로 엮은 책으로, 니체의 저작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 279, 잠언 192 

 




 그리고 또 예를 들어 프라피스트[주5] 수도회의 창시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 수도회의 창시자는 기독교의 금욕적 이상을 예외적인 프랑스인으로서가 아니라 바로 진정한 프랑스인으로서 정말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구현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원문]

 

 Da steht der Gründer der Trappistenklöster, er, der mit dem asketischen Ideale des Christenthums den letzten Ernst gemacht hat, nicht als eine Ausnahme unter Franzosen, sondern recht als Franzose.



[5] 트라피스트의 오자박찬국 교수가 번역한 아침놀(책세상, 2004) 206 참조.





* 340, 잠언 237 





 거의 모든 정당에는 우습기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벼이 넘길 것은 것은[6] 아닌 그런 곤경이 생겨날 수 있다.


[6] 넘길 것은 것은 것은





* 344, 잠언 240 

 




 죄 그 자체와 그 죄로 인해 발생한 나쁜 결말 따위는 셰익스피어나 아이아스, 필록테테스, 오이디푸스의 소포클레스[주7] 같은 시인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죄 자체를 연극의 지렛대로 삼는 것은 상당히 쉽겠지만, 이런 시인들은 그런 일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비극 시인도 삶에 대한 자신의 비극적 형상을 통해 삶에 등을 돌리려 한 것은 아니다!



[주7] 아이아스(Aias), 필록테테스(Philoctetes), 오이디푸스(Oedipus)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작품 제목이자 작품의 주인공이다. 홑낫표(「 」)는 작품 제목을 나타날 때 사용하는 문장 부호다. 따라서 아이아스와 필록테테스에도 홑낫표를 표시해야 한다.






* 360, 옮긴이 주 335

 




 루터는 당시 황이었던 루이 10[주8]에게 반항적이면서 교훈적 의미로 헌정했던 그리스도인의 자유(Von der Freiheit eines Christenmenschen, 1520)에서 구속의 자유라는 이념을 펼쳤다.



[주8] 루이 10(Louis X, 1289~1316)프랑스 왕이다. 1520년에 활동한 교황은 레오 10(Leo X, 1475~1521, 재위: 1513~1521).





* 558, 옮긴이 주 529

 

 콜럼버스는 1492년 아메리카를 발견한 이탈리아의 항해사다. 그는 항해를 떠나기 전에 부호들로부터 후원받을 요량으로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 주고 또 설명하기 위해 탁자 위에 달걀을 세우는 퍼포먼스를 보여 줬다고 한다. [주9]



[주9]콜럼버스의 달걀로 알려진 이 일화는 이탈리아의 역사가이자 탐험가인 지롤라모 벤조니(Girolamo Benzoni)1565년에 발표한 <History of the New World>에 언급되었다. 하지만 벤조니의 책이 나오기 15년 전에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르네상스 미술가 평전(한길사 번역본 기준으로 2)에 콜럼버스의 달걀과 비슷한 일화를 언급했다. 달걀을 세운 주인공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세운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대성당 돔의 설계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달걀을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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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탕아 2024-09-02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놀을 아직 안 읽어봤습니다. 이 번역본은 읽을 만 한가요?

cyrus 2024-09-04 22:01   좋아요 1 | URL
네, 가독성이 좋았고 옮긴이의 주석이 책세상 번역본보다 많았어요. 주석에 니체 철학을 설명한 내용이 많았어요. ^^

오후즈음 2024-09-02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어야 한다니까 뭔가 마음이 놓이네요. 구입해서 천천히 읽어 보겠습니다!

cyrus 2024-09-04 22:04   좋아요 0 | URL
<아침놀>을 천천히 읽으면 인용하기 좋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요. ^^
 
만들어진 세계사 -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엠마 메리어트 지음, 윤덕노 옮김 / 탐나는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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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역사는 원래 색이 없다. 역사가와 정치가는 역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들은 역사에 손을 갖다 댄다.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에 얼룩이 생긴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역사는 얼룩덜룩 더럽혀져 있. 지저분한 역사는 정치색을 띠고 있다짙은 정치색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정치색은 사실을 지워버린다.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낙서 쟁이다그들은 역사가 된 사람들의 얼굴에 끼적끼적 낙서한다안중근 의사는 테러리스트다.’,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 부대가 주도한 폭동이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우리가 잘 살 수 있었다. 두 대통령을 독재자로 헐뜯는 사람들은 전부 빨갱이다!’ 낙서로 뒤덮인 역사는 누렇게 녹이 슬어 있다녹은 사실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낙서 내용이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낙서 쟁이들은 자신이야말로 사실을 올바르게 기록하는 역사가라고 믿는다그들은 항상 오른손으로만 펜을 쥐면서 역사에 낙서한다오른손에서 나온 낙서는 역사에 거짓과 편견을 덧칠하는 오록(誤錄)이다낙서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오른손에 있던 펜은 성난 칼이 된다. 날카로운 칼날로 변한 펜은 낙서를 열심히 지우는 역사가들을 공격한다낙서 쟁이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정치인을 좋아한다. 낙서는 정치색과 무척 잘 어울린다. 


역사는 연약하다. 그래서 역사 속에 있는 사실은 오랫동안 살아남기 힘들다. 시간이 지날수록 역사는 물렁물렁해지고, 조그만 틈이 생긴다사실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 역사적 진실이 담긴 목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다. 역사의 증언이 기록으로 남아 있으면 다행이지만, 기록 또한 역사와 마찬가지로 항상 완벽한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다의미 있는 사건은 수많은 역사가와 호사가를 만나면서 과장되고, 각색되고, 조작된다. ‘진실로 꾸며진 사건은 역사가 된다우리가 배운 역사 대부분은 만들어진 것이다.


만들어진 세계사 정치색과 편견, 오해와 거짓으로 물들인 역사를 모아놓은 책이다역사 속 정치인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선정을 베푼 위대한 정치인 대 최악의 독재자사람들은 역사책에서 훌륭한 정치인을 만나면 그 사람의 좋은 점만 보려고 한다. 반면에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독재자를 만나면 눈에 거슬리는 미운털만 보인다


독일을 통일하여 강력한 제국으로 건설한 비스마르크(Bismarck)의 별명은 철혈 재상이다. ‘(, )’은 비스마르크가 연설 중에 언급한 단어다. 철은 무기, 피는 군대를 뜻한다. 이러한 별명으로 인해 비스마르크는 무자비한 전쟁광으로 비난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비스마르크는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적대국인 프랑스와 외교 협상을 진행했다. 그리하여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프랑스를 고립시키는 데 성공했다. 히틀러(Hitler)의 나치 정권은 비스마르크가 세운 독일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 했다. 히틀러는 자신이 제2의 비스마르크라고 선동했다한술 더 떠서 비스마르크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분명히 자신의 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치 정권은 비스마르크를 왜곡했다. 비스마르크는 반유대주의와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경계한 정치인이다.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방대하고 지루한 역사를 최대한 줄여서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러나 역사를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덧붙여지며 이 과정에서 진실이 축소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에 총을 든 카우보이가 항상 등장한다. 서부극에 나오는 악당은 은행을 털거나 이주민을 습격하는 강도단이거나 백인을 잔혹하게 죽이는 호전적인 아메리카 원주민이다서부극의 서부 개척 시대는 재미있게 만들어진 역사. 총을 소유한 카우보이는 많지 않았다. 권총이 비쌌기 때문이다. 백인이 주인공인 서부극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악역을 맡는다서부극은 미지의 땅을 개척한 백인을 찬양한다서부 시대의 백인들만 주목하는 역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비참한 처지를 은폐한다. 백인들은 도시와 철도를 만들기 위해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쫓아냈으며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았다.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는 역사를 냉소적으로 정의한다. 그의 말은 이 책의 시작을 알리는 제사(題詞)로 나온다.



역사란 당시 그곳에 없었던 사람들이 말하는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들에 대한 거짓말 모음이다.

 


역사가 거대한 모래밭이라면 진실은 진주다. 귀중한 진실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문제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하기 어렵다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시야를 넓혀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좁아진다. 여기에 진실을 차단하는 색안경까지 끼게 되면 역사의 얼룩진 부분만 도드라져 보인다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는 연약하고쉽게 변질되고거짓이 잘 섞인다. 진실 순도 100%인 완벽한 역사는 없다. 흠집이 생기기 쉬운 역사를 알아야 하는 우리 또한 완벽하지 않다그렇다고 해서 의문과 검토를 멈춘 채 역사를 그대로 지켜만 볼 수 없다역사를 방치하면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들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우리가 보는 역사는 요지경 속에 있다. 요지경 속 역사는 상당히 복잡하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진실, 좀처럼 인정하기 힘든 불편한 진실. 두 개의 진실은 떼어내기 힘들 정도로 포개져 있다. 우리는 역사의 양면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복잡한 역사를 단순하게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역사 전체가 아닌 반쪽짜리 역사만 골라서 본다. 보기 좋은 진실만 무조건 찬양하는 역사관은 반쪽 역사를 미화하는 일이다. 유독 불편한 진실만 건드려서 무조건 비난하는 역사관은 반쪽 역사를 무시하는 일이다만들어진 역사의 원래 제목은 ‘Bad History’. 역사는 나쁘지 않다. 역사는 억울하다. 진짜로 나쁜 건 역사에 편견과 거짓이라는 불순물을 섞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색을 칠하여 제 입맛에 맞는 역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다. 역사책인 척하는 그들의 책은 거짓말 모음집이다.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만들어진 세계사2013년에 나쁜 세계사: 제멋대로 조작된 역사의 숨겨진 진실(매일경제신문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두 책의 역자는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역자는 나쁜 세계사에 있는 오탈자와 오역을 고치지 않은 채 만들어진 세계사를 펴냈다.










(21) 이안 몰타이머(22) 이안 몰타이어 

→ 이언 모티머(Ian Mortimer)




* 24





종교 개혁과 종교 개혁가






* 86





 철 가면의 전설은 수많은 소설의 소재가 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알렉산더 듀마1850년에 발표한 대하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내용[주1]이다.


[원문]


 The legend of the masked prisoner has spawned countless novels and films, most famously the third instalment of Alexandre Dumas’s 1850 saga The Three Musketeers.



[1] 알렉산더 듀마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삼총사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3부작의 원제는 <달타냥 로맨스>(d’Artagnan Romances). 1부는 국내에 많이 알려진 <삼총사>(Les Trois Mousquetaires). 2<20년 후>(Vingt ans après), 3<브라즐론 자작: 10년 후>(Le Vicomte de Bragelonne Dix ans plus tard)는 번역되지 않았다.


뒤마가 쓴 철 가면1부가 아닌 3부 <브라즐론 자작>에 있는 내용이다. 3부 분량이 많아서 영문판은 3부작으로 출간되었는데, <브라즐론 자작> 3부가 바로 철 가면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 88




 

 죄수가 철 가면을 썼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은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볼테르였다. 그는 1770년과 1772년 사이에 발행된 백과전서[2]에서 죄수는 턱 아랫부분이 용수철로 고정된 철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밝혔다.


[원문]


 It was the writer and philosopher Voltaire who first claimed that the prisoner wore an iron mask ‘a movable, hinged lower jaw held in place by springs in his Questions sur l’Encyclopédie, published some time between 1770 and 1772.



[2] 백과전서(Encyclopédie)는 디드로(Denis Diderot), 달랑베르(d’Alembert), 볼테르(Voltaire),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등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편찬한 책이다. 1권은 1751년에 출간되었고, 1772년에 도판이 포함된 총 30권의 백과사전이 완성되었다. 볼테르가 철 가면을 언급한 저서는 백과전서가 아니다. 정확한 제목은 <백과사전의 질문>(Questions sur l’Encyclopédie)이다.






* 126




 

 1959년 마오쩌둥이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주고 있다면 방법이 없다. 전체 인민의 절반이 죽으면 나머지 절반은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



굶어주고 굶어죽고






* 141





 정리하자면 최초의 증기기관은 제임스 와트의 발명품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최초의 증기기관은 고대 그리스인이 만든 수증기를 이용하는 원시 장비[주3]라고도 할 수 있다.



[3] 최초의 증기기관을 만든 사람은 알렉산드리아의 헤론(Hero of Alexandria)이다. 알렉산드리아는 헤론이 태어난 곳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에 있으나 로마 제국에 속한 영토였다.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한 로마인들은 그리스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자신들을 그리스인이라고 여겼다.






* 146





로데지아 로디지아(Rhodesia)






* 159




 

포리피린 증상 포르피린 증상(porphyria)






* 177





 갈릴레오가 1613년에 출판했던 태양 흑점에 관한 서한교황 바오로 3에게 헌정된 책[4]이었다.



[4] 교황 바오로 3(Paulus III)1468년에 태어나서 1549년에 사망했다(재위 기간: 1534~1549). 태양 흑점에 관한 서한(Letters on Sunspots)이 발표된 시기에 활동한 교황은 바오로 5(Paulus V, 1550~1621, 재위 기간: 1605~1621).






* 181





매리를 여왕으로 인정했다. 메리를 여왕으로 인정했다.






* 200





패탱 원수 페탱(Pétain) 원수

구판에는 페탕으로 표기되어 있다.






* 203




 

프랑스와 미테랑 프랑수아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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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Shakespeare)1564에 태어났고, 체호프(Chekhov)1904에 숨을 거두었다. 우연하게도 올해는 두 극작가가 특별히 주목받는 해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지 460주년, 체호프가 세상을 떠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다위대한 극작가를 말할 때 셰익스피어와 체호프는 당연히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독자는 ‘4대 비극‘5대 희극에 포함된 작품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의 매력에 푹 빠진다. 연극인은 체호프의 ‘4대 장막극을 절대로 모를 수 없다.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은 대학교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희곡을 읽으면서 작품을 분석하고, 연극 대본을 읽으면서 연기 연습을 한다. 학생들은 대학별 연극영화과 지정 희곡 목록에 포함된 작품 한 편을 선택해서 독백 연기를 준비해야 한다. 셰익스피어와 체호프의 극작품들은 연극영화과 지정 희곡으로 자주 나온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경식 옮김 햄릿(문학동네, 2016)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세 번째 선정 도서]

* 안톤 체호프, 강명수 옮김 갈매기(지만지드라마, 2019)





햄릿은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많이 무대에 올랐고, 가장 많이 재창작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다. 갈매기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제일 먼저 발표된 작품이다. 갈매기는 초연 당시 반응이 매우 좋지 않았다


















* 안톤 체호프, 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시공사, 2010)

* [절판] 안톤 체호프, 전훈 옮김 숲 귀신(애플리즘, 2010)

* 안톤 체호프, 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3(연극과인간, 2002)





1889년에 체호프는 숲의 수호신(‘숲 귀신’, ‘숲의 정령)이라는 장막극을 선보였으나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이때 당시 겪은 실패는 체호프의 자존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체호프는 숲의 수호신재출간과 공연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한동안 단막극과 단편소설 집필에 주력했다. 그러다가 1895년에 갈매기를 쓰기 시작했다. 체호프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상태로 갈매기를 쓰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작품이 성공할 거라고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갈매기무척 바보 같은 이야기라면서 경멸에 찬 표현을 썼다.


체호프는 지인들 앞에서 이전에 경험한 실패에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야심 차게 집필한 갈매기를 극장에 공개했다. 체호프는 갈매기실패한 작품이 될 거라면서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극장을 찾은 체호프는 관객들에게 외면받은 갈매기를 눈앞에서 지켜봤고, 또 한 번 그의 자존심이 크게 다쳤다. 갈매기마저 실패하자 체호프는 희곡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갈매기가 초연된 지 2년 후에 체호프와 친분이 있는 연출가는 대중과 연극인들이 알아보지 못한 갈매기의 매력에 이끌렸다. 그는 체호프에게 공연을 허락하지 않으면 자신을 죽이는 일이라면서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제안했다. 다행히 갈매기재공연은 성공했다


















* 콘스딴찐 스타니슬랍스키, 강량원 옮김 나의 예술 인생: 현대 연기 시스템 완성을 향한 스타니슬랍스키의 창조의 길(책숲, 2015)

 



갈매기두 번째 공연 장소는 모스크바 예술 극장이다이 극장을 설립한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y)는 체호프의 극작품들을 연출한 전설적인 연출가다. 그는 자서전 나의 예술 인생에서 체호프의 희곡이 없으면 모스크바 예술 극장 소속 극단에서만 생기는 고유의 향기가 잃어버렸다고 회상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있어서 런던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의 전성기가 빛날 수 있었던 것처럼 체호프의 희곡은 모스크바 예술 극장의 명성을 높여주었다. 


젊은 체호프는 단편소설을 엄청 많이 쓰면서도 희곡에 향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 이 시기에 그가 열심히 공부한 극작가는 셰익스피어다. 1882년에 체호프는 모스크바의 푸시킨 극장에 공연된 셰익스피어 작품을 관람했다. 1887년에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라는 제목의 보드빌(vaudeville, 대사보다 춤과 노래가 많은 연극)을 쓰려고 준비한 적도 있다.


갈매기의 등장인물 트레플료프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배우로 활동하는 어머니 이리나는 트레플료프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트레플료프는 새로운 형식의 문학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낡은 과거의 문학을 비판하는데, 트레플료프는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리나를 과거에 벗어나지 못한 예술인으로 여긴다. 트레플료프는 소린 영지의 저택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직접 만든 연극을 공개한다. 이리나는 주류 문학에 완전히 벗어난 아들의 연극을 이해하지 못한다. 수치심을 느낀 트레플료프는 연극 공연을 중단시킨다.


이라나는 트리고린이라는 작가와 사귄다. 트레플료프는 과거의 문학에 졸졸 따라다니면서 성공한 작가이면서 어머니가 편애하는 트리고린을 싫어한다. 트레플료프는 자신의 실패한 연극에서 연기를 했던 니나를 사랑한다. 그러나 니나도 트레플료프가 만들고 싶은 문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니나는 시골이나 다름없는 소린 저택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연극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그녀의 눈빛은 가난한 백수 트레플료프가 아닌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유명한 작가 트리고린으로 향한다. 결국 트리고린으로 향한 니니의 동경은 사랑으로 변해버린다. 니나는 배우와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트리고린과 함께 소린 영지를 떠난다.


갈매기의 트레플료프는 햄릿과 비슷한 인물이다. 그는 애인과 같이 다니는 어머니를 질투한다. 트레플료프는 이리나와 트리고린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한다. 햄릿은 친부를 독살하고 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한 숙부를 덴마크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숙부와 함께 침실을 쓰는 어머니를 증오한다.


햄릿갈매기극중극이 나온다. 햄릿은 숙부의 양심을 잡아낼 방법(22)’으로 극단과 함께 <곤자고의 살인>이라는 연극을 꾸민다. 햄릿은 <곤자고의 살인>에 숙부가 친부를 죽이는 과정과 똑같은 장면을 의도적으로 넣는다. 트레플료프는 이리나와 니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연극을 직접 써서 연출까지 맡는다. 만약 공연이 중단되지 않고 잘 마무리돼서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면 그는 두 여자에게 작가가 될 만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는 동시에 사랑받았을 것이다


햄릿은 친부의 영혼을 만난 이후로 복수의 비수를 가슴속에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복수의 비수를 일찌감치 빼지 못한 바람에 어머니와 오필리아 등 여러 인물이 죽는다. 어정쩡한 복수극의 결말은 햄릿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햄릿의 복수 지연은 햄릿위대한 비극으로 유명하게 만든 주제다갈매기의 트레플료프도 복수를 과감히 실행하지 못해서 불행에 빠진 인물이다. 그는 트리고린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다면서 복수를 위한 총을 가슴 속에 품고 다닌다. 하지만 트레블료프는 복수의 총을 트리고린의 심장을 향해 쏘려는 결단력이 부족했다. 결국 운 좋게(?) 살아남은 트리고린은 니나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두 여자를 모두 빼앗긴 트레블료프는 트리고린의 심장에 박혀 있어야 할 복수의 총알 한 발을 자신의 머리 쪽으로 돌린다.


갈매기에서 니나와 함께 불행한 여성으로 묘사되는 마샤 햄릿의 오필리아에 해당한다. 마샤는 소린 영지의 햄릿트레플료프를 좋아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포기한다. 그녀는 트레플료프에 대한 사랑을 잊기 위해 메드베덴코라는 가난한 교사와 결혼한다. 메드베덴코는 마샤를 좋아하지만, 마샤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이 된 메드베덴코를 따사로운 애정 한 점 느껴지지 않는 태도로 대한다. 햄릿은 미친 척하면서 오필리아를 무척 매정하게 대한다. 오필리아는 햄릿의 매정한 태도를 진심으로 느꼈고,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물에 빠져 자살한다. 마샤는 자살하지 않지만,  그녀의 첫 대사 한 줄에서 우리는 그녀가 현실적인 삶을 이미 포기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샤는 항상 입고 다니는 검은 옷을 인생의 상복이라고 말한다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운명을 선택함으로써 불행을 자초한다


서평가 이현우햄릿갈매기를 함께 분석한 글에서 체호프의 희극(갈매기)’셰익스피어의 비극(햄릿)’보다 더 잔혹하다고 평한다.[트레플료프, 이리나, 니나, 트리고린, 이 네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갈매기를 읽는다면 트레플료프의 비극적 삶과 죽음이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하지만 갈매기에 나오는 주변 인물들 또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영지와 큰 저택의 주인 소린은 도시로 가고 싶어 하지만, 끝내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조용히 숨을 거둔다. 메드베덴코는 마샤와 그녀의 식구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편한 동거를 끝내지 못한다


암울한 회색빛 현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더 짙어진다. 칙칙한 쇠퇴의 그림자가 덮친 영지에 사는 인물들은 분위기를 밝게 해보려고 함께 먹고, 마시고, 오락을 즐긴다. 하지만 희망의 밝기를 억지로 부풀리면 불행이 사라지기는커녕 일시적으로 가려질 뿐이다. 애써 행복한 척하면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쓴웃음이 삐져나온다. 갈매기는 잔혹한 희극이라기보다는 비극의 농도가 짙은 희극이다.







[] <비극보다 더 잔혹한 희극>, 중앙선데이, 20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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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을 샀다. 책의 이름은 간부 구두. 이상한 책을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러시아 단막 소설 선집이야.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하다. 


단막(單幕)은 하나의 막을 뜻하는 연극 용어이 책을 만든 출판사는 연극과 인간이다국내외 희곡과 연극 관련 도서를 주로 출판한다간부 구두》는 희곡집이 아니다. 이 책에 희곡이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인무학 · 염무웅 함께 옮김 간부 구두》 (연극과인간, 2014)

 




간부 구두의 진짜 정체는 러시아 단편 소설 선집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푸시킨(Pushkin),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 톨스토이(Tolstoy), 막심 고리키(Maxim Gorky), 솔제니친(Solzhenitsyn)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여기서 이 책의 이상한 점이 또 있다단편 소설이 아닌 글도 있다.

















이반 끄르일로프정막래 옮김 끄르일로프 우화집》 (문학과지성사, 2006)

 

이솝천병희 옮김 이솝 우화》 (도서출판 숲, 2013)

 

라퐁텐김명수 옮김 라퐁텐 우화상상력을 깨우는 새로운 고전 읽기》 (황금부엉이, 2020)





늑대와 양 새끼(욕이 아니다. 발음하면 욕설처럼 느껴지는 양 새끼보다는 새끼 양으로 쓰는 게 좋다), 원숭이와 안경코끼리와 모씨까는 러시아의 시인 이반 크릴로프(Ivan A. Krylov)의 작품이다이 세 작품 모두 우화(寓話)’


크릴로프는 러시아 최초의 우화집을 발표한 작가다그는 처음에 이솝(Aesop) 우화집과 라퐁텐(La Fontaine) 우화집을 모방해서 썼다. 여러 권 출간된 우화집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자 크릴로프는 러시아 민중의 삶이 묻어나 있고, 러시아 당대 사회를 풍자한 우화를 썼다크릴로프 우화집은 이솝라퐁텐과 함께 ‘3대 우화집으로 거론되지만두 사람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다그렇지만 이미 오래전에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개작한 크릴로프 우화집이 몇 권 출간되었다문제는 작가 이름표기가 책마다 제각각 다르다간부 구두에는 크릴롭으로 표기되어 있다그 밖에도 크뤼로프’, ‘끄로일로프’. 끄르일로프가 있다끄르일로프 우화집은 총 9권으로 출간된 크릴로프 우화집을 완역한 책이다.

















세르게이 예세닌김성일 옮김 예세닌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단편 소설 선집에 우화뿐만 아니라 세르게이 예세닌(Sergei Yesenin)의 시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예세닌은 미국의 전설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Isadora Duncan)을 미국에서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시인의 극심한 우울증과 두 사람의 성격 차이 등의 이유로 1년도 채 안 돼 이혼했다.


















금정연 한밤의 읽기금정연의 강연 에세이》 (스위밍꿀, 2024)

 

세르게이 도블라토프김현정 옮김 수용소교도관의 수기》 (지식을만드는지식, 2020)




간부 구두의 이상한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저자명은 레오니드 안드레예프(Leonid Andreev)’그런데 책에 안드레예프의 단편소설이 없다표제작 간부 구두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Sergei Dovlatov)가 쓴 단편소설이다도블라토프는 서평가 금정연의 강연 에세이 한밤의 읽기에 언급된 작가금정연은 강연에서 국내에 번역된 도블라토프의 책이 네 권이라고 했다. 강연 이후에 나온 수용소교도관의 수기까지 포함하면 네 권이 아니라 다섯 권이다

















































※ 『반카가 수록된 단편 선집



체호프박현섭 옮김 상자 속의 사나이》 (문학동네, 2024)

 

체호프이상원 옮김 자고 싶다》 (스피리투스, 2021)

 

[개정판] 강명희 · 명정 함께 옮김 크리스마스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 (꼼지락, 2019)

 

[구판 절판] 강명희 · 명정 함께 옮김 크리스마스 이야기》 (자음과 모음, 2013)

 

체호프문석우 옮김 연극이 끝난 후청소년을 위한 체홉 단편문학선》 (써네스트, 2015)


체호프최선 옮김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귀부인체호프 단편선》 (고려대학교출판부, 2008)

 




체호프의 단편소설 바니카는 반카라는 제목으로 여러 번 번역된 작품이다반카는 고아가 된 아홉 살의 구두장이 수습공이다그는 구두장이 밑에서 힘겹게 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소년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은 시골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크리스마스 전날 밤소년은 할아버지에게 부치는 편지를 쓴다소년은 편지에 그동안 살아온 힘든 나날들을 언급하면서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구세주가 되어 달라고 호소한다. 반카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무사히 할아버지에게 잘 전달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여기서 체호프는 씁쓸한 여운이 감도는 결말을 선보인다직접 읽어보시길.


간부 구두는 시와 우화가 수록된, 이상한 러시아 단편소설 선집이다작품을 이렇게 고른 이유가 궁금하다그리고 안드레예프의 소설이 없는지도 알고 싶다간부 구두는 문학적 가치를 인정 받은 러시아 작가의 좋은 글을 모은 책이면서도 교정을 제대로 했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드는 나쁜 책이다책을 펼치자마자 오탈자가 나타난다문장도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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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1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긴한데 구매욕은 확 떨어지네. 어디서 다시 나와주면 좋겠어.

cyrus 2024-08-19 06:34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 보시는 게 좋아요. 어제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중편소설 <여행 가방>이라는 책을 샀어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인데, ‘간부 구두’는 <여행 가방> 이야기의 일부였어요. 그러니까 ‘간부 구두’는 원래 중편소설의 일부였고, 단편소설이 아닌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