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캐니 뮤즈 - 자동인형, 전자음악, AI까지 기계는 어떻게 예술을 바꾸었을까
데이비드 헤이두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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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음악은 ‘얼굴 없는 노래’다. 가수와 연주자가 없다.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은 가수의 목소리와 악기 소리를 모방한다. 심지어 새로운 형식의 음악과 목소리까지 만들 수 있다. 무심결에 AI 음악을 들으면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AI 음악이 ‘기계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얼굴 없는 노래’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감정 상태를 심리학 용어로 ‘언캐니(uncanny)’라고 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만날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불쾌감이 생긴다.







AI 음악에 가수와 연주자의 얼굴은 없지만, ‘수학자의 얼굴’은 있다. 컴퓨터가 만든 AI 음악에도 ‘인간적인 것’이 들어 있다. ‘인간적인 수학’은 음악을 사랑한다. 수학이 사랑하는 음악은 규칙적인 박자와 조화로운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적인 수학은 듣기 좋은 화음을 만드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음악을 사랑하는 수학자는 악기를 다룰 줄 모른다. 작곡을 공부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머릿속에 악기를 가지고 다닌다. 수학자의 악기는 수식(數式)이다. 수학자의 음표는 계산할 때 쓰는 수학 기호다.







음악 교과서는 음악의 3요소를 화성(harmony), 리듬, 선율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졌다. 그것은 바로 수학이다. 수학은 음악실에서 볼 수 없는 음악의 네 번째 요소이다. 《언캐니 뮤즈》는 음악과 수학, 음악과 기계 공학이 밀접한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계산적’이라고 생각했던 수학과 기계, 컴퓨터는 사실은 ‘예술적’이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나면 거부감을 느끼듯이 인간을 기계와 동일시하는 관점 도 사람들은 불편하게 느낀다. 그러나 과거의 서양 지식인들은 인간을 살아있는 기계라고 생각했다. 컴퓨터가 없었던 시대에 발명가들은 악기를 연주하는 ‘자동인형’을 구상했다. 비록 인공적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자동인형이 들려주는 음악에 ‘얼굴’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학 기술의 수준이 향상되고, 연주자 없이도 음악을 연주하는 ‘자동 피아노’가 만들어졌다. 자동 피아노의 핵심 부품은 ‘피아노 롤(piano roll)’이다. 피아노 롤은 종이에 구멍을 뚫어 악보를 기록하는 둥근 형태의 장치다. 이 장치가 없으면 자동 피아노의 건반이 움직이지 못한다.


기계를 이용한 ‘인공적인 창조성’은 예나 지금이나 대중과 예술가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자동 피아노의 연주를 들은 음악가들은 실망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진짜 음’과 악기의 형태만 흉내 낸 기계에서 나오는 ‘가짜 음’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자동 피아노의 음악을 비판한 사람들은 인간의 얼굴도, 감정도 없는 기계적인 음악에 불쾌감을 느꼈다.


모든 음악가가 기계적인 음악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틀에 박힌 음악을 만들고 싶지 않은 젊은 음악가들은 귀에 거슬리는 기계적인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새로운 음악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운 ‘수학(受學)하는 음악가’였다. 그는 자동 피아노를 위한 곡을 만들었다. 비틀스(The Beatles)는 11번째 음반 『Abbey Road』에 수록된 노래를 만들 때 신시사이저로 연주했다. 당시 신시사이저는 소수의 음악가만 아는 최첨단 ‘기계’였다. 전자음악(electronic music)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부터 대중과 음악가들은 신시사이저를 ‘악기’로 받아들였다.







대중이 이상하다면서 거부한 음악은 ‘퀴어(queer)’하다. 성소수자들은 기계음과 전자음악의 진가를 먼저 알았다. 1980년대에 유행하기 시작한 하우스(house)는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다. 초창기의 하우스는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집에서 모여 지내는 성소수자 공동체가 즐겨 듣던 음악이었다. 비주류 음악, 소음에 가까운 ‘이상한 음악’이라고 무시당한 전자음악 속에 ‘숨어 있는 얼굴’이 있다. 







앞서 말한 AI 음악에 있는 ‘수학자의 얼굴’의 정체는 AI의 개념을 정립한 앨런 튜링(Alan Turing)이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동성애가 범죄 행위였던 시대에 튜링은 화학적 거세형을 선고받았고, 2년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I가 우리의 삶을 파고들기 전에 이미 우리는 수학적 음악(mathematical music)과 얼굴 없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피아노는 크고 작은 수많은 부품이 모여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다. 수학자들이 연구한 알고리즘은 AI 기술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씨앗이다. 


20세기 초반에 나온 자동 피아노 제조사의 광고 문구는 ‘예술가의 얼굴이 없는 음악’의 등장을 예고한다.

 


 “듣기 전에는 도무지 믿을 수 없습니다. 예술가 없이도 피아노가 연주되다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63쪽)

 


AI 음악이 곳곳에 들리는 지금, 여전히 몇몇 사람은 ‘얼굴이 없는 노래’에 불만이 많다. 아마도 그들은 기계가 만든 음악과 미술 작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견해에 ‘어떻게 그럴 수 있죠?’라고 되묻을 것이다. 기계와 인간이 함께 만든 예술의 역사를 톺아 본 《언캐니 뮤즈》가 그들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번역가 노승영이 만든 책들을 읽은 

cyrus의 주석













[주1] 번역가 노승영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고,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컴퓨터공학과 AI와 관련된 책들을 번역했는데, 내가 읽은 책만 소개하자면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읽다: 복잡한 일상과 불확실한 미래를 단숨에 예측하는 만물의 공식》(반니, 2019년, 품절. 구판: 《만물의 공식: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2014년, 품절), 《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에이치비프레스, 2019년),《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AI를 움직이는 우아한 수학》(까치, 2025년) 등이 있다.


《언캐니 뮤즈》가 출간되기 한 달 전에 나온 번역서가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의 칼럼 모음집 《사고의 유희: 마음과 패턴에 관한 메타마법적 주제들》(arte, 2026년)이다. 이 책에도 튜링의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 수학과 음악의 연관성을 주제로 쓴 칼럼이 실려 있다.





* 48쪽




 

 17년 전에 출간된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주2]의 한 대목에서 검증하기도 했다.



[주2] 역자는 저자가 인용한 책들의 국역본 제목과 출판사 이름을 언급했다. 내가 역자의 책을 사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참고 문헌의 국역본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세심하고 꼼꼼한 번역’을 선호한다. 하지만 역자도 인간인지라 한국어판이 있는데도 확인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아서 왕의 궁전과 코네티컷 양키》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소설이다. 한국어판은 3종인데, 모두 절판되었다. 《아서 왕의 궁전과 코네티컷 양키》(김영선 옮김, 시공사, 2010년), 《아더 왕과 양키》(조애리 옮김, 미래사, 1995년), 《아서 왕을 만난 사나이》(이자경 옮김, 고려원, 1994년)다.






* 324쪽





Filippo Tommaso Marinetti, The Futurist Cookbook. [주3]





[주3] 미래파(미래주의) 시인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는 1932년에 <미래주의 요리 선언>(La cucina futurista, The Futurist Cookbook)을 발표했다. 미래파는 전통을 거부하고 자동차와 비행기 등 신식 기술과 진보를 찬양한 이탈리아의 급진적 예술가 집단이다. <미래주의 요리 선언>에서 마리네티는 추방해야 할 전통 요리로 ‘파스타’를 지목한다. 선언문을 같이 쓴 필리아(Fillìa)는 루이지 콜롬보(Luigi Colombo)라는 미래파 화가의 필명이다. 한국어판은 《미래주의 요리책》(이용재 옮김, 마티, 201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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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 2026-11-0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류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오표에 반영했습니다.
https://socoop.net/UncannyMuse/corrections/

Comandante 2026-11-0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플레이어 피아노의 피아노 롤로 나오는 음악(사실 이건 음반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은 들을 수 있지만,
AI에 의해서 만들어진 소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군요....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삶의 태도
장하석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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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모름지기’는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이다. ‘모름지기’의 비슷한말은 ‘당연히’다. 사람들의 입에 착 달라붙지 않고, 종이에 잘 나타나지도 않는 말은 시나브로 사라져서 ‘옛말’이 된다. ‘모름지기’는 까마아득한 옛말이다. 당연히 우리는 ‘모름지기’가 처음에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모름지기’의 말밑(어원)은 ‘모롬즉이’다. ‘모롬즉’과 접미사 ‘-이’가 합쳐진 것으로 추정된다. ‘모롬즉이’로 변하기 전의 옛말이 더 있다. ‘모로매’, ‘모로미’, ‘모름애’다. 이 옛말들의 생김새가 단어 ‘모르다’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국립국어원 관계자의 답변에 따르면 ‘모롬’은 ‘모르다’와 관련성이 없는 단어다. ‘모롬’은 속뜻을 영영 알 수 없는 옛말이다. 







국어사전을 펼치면 색다른 옛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국어사전은 옛말을 고물로 취급한다. 자주 쓸 일이 없는 옛말은 비표준어로 분류된다. 아, 옛말이여‥… 지난 시절 다시 돌아올 수 없나. 아! 옛날이여.



모름지기 공부하려면 모르는 것이 많아야 한다.



모르는 것이 많을수록 호기심은 늘어난다. 호기심은 잠깐 생기다가 사라지는 궁금증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궁구하는 마음이다. 궁구(窮究)는 어떤 대상을 속속들이 깊이 공부하는 태도다. 궁구의 의미는 신조어 ‘디깅(digging)’과 비슷하다. dig는 ‘(굴을)파다’라는 뜻이다. 디깅은 관심 분야에 깊이 파고들어 정보를 알아가는 행위다. 


모른다는 것은 무식함을 뜻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도 무식할 때가 있다. 진짜 무식한 사람은 배움을 멈춘다. 뇌를 촉촉하게 적셔줘야 할 호기심이 말라 있다. 모르는 것에 무관심하다.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이 많은 사람은 자발적으로 배운다. 퍼뜩 떠오른 궁금증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모든 게 궁금해요, 난 정말 알고 싶어요.’ 몰라서 생긴 생각의 빈틈에 호기심이 채워지면 공부가 시작된다. 꾸준히 공부하면 드문드문 구멍이 난 생각이 영글어진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은 과학을 어려워한다. 그냥 어렵다는 이유로 공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은 모르는 것과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학문이다. 과학은 이과(梨科) 전공자들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는 ‘과학 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과학을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 하는 마음’의 출발점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새롭게 배운 과학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되, 지식의 허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지식을 수집하는 사람은 지식의 정확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한 번 배운 지식은 평생 자산이 될 수 없다. 지식도 유통기한이 있으며 언젠가는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을 수집하는 사람은 자신이 습득한 지식에 생긴 구멍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식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상대방의 견해를 무시한다. 과학 하는 마음이 충만한 사람은 지식의 구멍을 파고 들어가면서(digging) 공부한다. 차분한 숙고 끝에 자신만의 가설을 제시한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겸손하다. 자신은 여전히 배우는 중이라서 가설이 틀릴 수 있다고 인식한다. 배울 점이 많은 상대방의 비판을 경청한다. 스스로 가설을 검증한다.







과학자도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 과학 지식은 영원한 진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계속 배우면서 오류를 고쳐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Markus Gabriel)는 《인간은 동물이다》[주1]라는 책에서 ‘인식적 겸손’을 강조한다. 인식적 겸손은 과학 하는 마음과 통한다. 겸손하면 견해의 문제점과 개선 가능성을 인정한다. 겸손한 과학은 가설을 검증하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으로 다듬고, 틀린 점이 발견되면 또다시 검증해서 고치는 학문이다.


‘과학 하는 마음’은 무엇이든 공부하는 태도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까이하는 지기(知己)는 ‘모르는 것들’이다. 우리가 어떤 주제에 흥미를 느껴 파고들게 되는 것은 그 주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알고 있다는 착각은 배움을 멈추게 한다. 착각이 심해지면 자기가 틀린 것을 모른다.



모름지기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모르는 게 너무 많은 cyrus의 주석








[주1] 《인간은 동물이다》의 역자는 전대호다. 장하석 교수의 책 두 권,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실재론》(김영사, 2026년)와 《물은 H2O인가?: 증거, 실재론, 다원주의》(김영사, 2021년)을 번역했다.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에서 장 교수는 ‘만물을 포괄하는 실재’, 즉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견해를 언급한다.







 “오직 세상 안에서 발견되는 것만 존재한다. 세상은 원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세상은 세상 안에서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251쪽)

 

   

 장 교수가 인용한 가브리엘의 말은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김희상 옮김, 열린책들, 2017년)에 나온다.





* 83쪽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주2]은 달 표면에 달 자국을 남기고 거기에서 흙을 채취해 오는 엄청난 업적을 이룩했다.


[주2] 칼럼에 언급되지 않은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가 한 명 더 있다. 사령선 조종사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아 달에 내리지 못한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 1930~2021)다.





* 90~91쪽




   

 현대 기술 문명의 반석이 되는 전자기학도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가 자석과 전자와 코일을 가지고 어린이가 놀이하듯 한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석은 나침반에 사용되는 것 외에는 아무 실용적 용도가 없던 물건이었다. 그러나 호기심으로 가득 찬 패러데이의 손에서 이 자석은 깊은 자연의 신비를 깨우쳐주는 도구로 거듭났다.[주3]







[주3]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이전에도 자석으로 실험한 과학자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과학자가 자석을 연구하여 ‘자기(磁氣) 철학’을 정립한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 1544~1603)다. 그의 본업은 의사다.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의 주치의였다. 길버트는 자기력(자력)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과정을 설명한 책 《자석론》(De Magente, 국역본: 《자석 이야기》, 박경 옮김, 서해문집, 1999년, 절판)에서 지구가 거대한 자석(자성체)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참고문헌: 야마모토 요시타카, 이영기 옮김, 《과학의 탄생: 자력과 중력의 발견, 그 위대한 힘의 역사》, 동아시아, 2005년, 17장 「근대적 우주상의 등장과 길버트의 ㅡ자기 철학」).





* 121쪽




   

 실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유명하지, 그 선수를 잘 관리해 돈을 버는 구단주는 유명하지 않다. 축구 팬들은 손흥민을 보고 열광할 뿐, 그가 속했던 토트넘의 구단주는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 태도가 자연스럽고 타당한 것 같다.[주4]


[주4] 축구 팬들은 구단주에 관심이 많다. 선수를 사고파는 구단주의 투자 능력이 팀의 성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축구 리그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를 챙겨 보는 팬들은 무능한 구단주를 절대로 잊지 못한다. 일례로 손흥민이 토트넘 FC 훗스퍼 소속이었을 때, 당시 구단주는 다니엘 레비(Daniel Levy)였다. 현지, 국내 토트넘 팬들은 이적 시장(선수들이 다른 팀에 이적하기 위해 협상하는 기간)에 큰돈을 써가면서 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레비를 비난했다.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 팬들은 구단주의 행보에 주목한다.





* 148쪽




   

조선 최초의 서양식 의료 기관이었던 제중원[주5]


[주5] 조선 최초의 서양식 의료 기관은 1877년 부산에 개원한 제생의원(濟生醫院)이다. 일본 정부가 설립했다. 부산대학교병원의 전신이다.


[출처: 부산대학교병원 홈페이지]

https://www.pnuh.or.kr/pnuh/hospital/history.do






* 172쪽




   

 미국과 같은 몇몇 나라를[주6]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미터법을 공통적으로 사용해 서로 편리하게 교류하고 있다.


[주6] 미터법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다.





* 192쪽




 

 베르그송은 시간은 모든 경험의 토대이며 시간을 수학적 양으로 이해하는 것은 천박하고 잘못된 일이라 주장했다. 그런데 베르그송은 시간의 본질을 형이상학적으로만 논의한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포함된 시간 개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 내용으로 1922년에 저서를 발간[주7]하기까지 했는데, 그 책을 읽어보면 아인슈타인의 최첨단 물리학 이론을 베르그송이 어느 정도 잘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주7] 책 제목은 『지속과 동시성』(Durée et Simultanéité)이다. 국역본은 출간되지 않았다. (참고문헌: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류종렬 옮김, 《깊이 읽는 베르그송》, 갈무리, 2018년)





* 249쪽

 




 나사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일 중에 크게 보도되지 않았던 이상한 작업이 있었다. 2024년 6월, 나사는 무인 우주선을 쏘아 지구에서 약 1,100만 킬로미터 거리에서 움직이고 있는 ‘디모르포스’라는 자그마한 소행성을 정확히 들이받았다. 발사한 지 무려 10개월 후였다.[주8]


[주8]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은 지구 멸망을 초래한다. 나사(NASA)는 지구 방어용 우주선을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충돌시켜 궤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다트(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이중 소행성 궤도 변경 시험)’ 계획을 진행했다. 


2021년 11월 24일에 무인 우주선이 발사됐다. 2022년 9월 26일에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충돌했다.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를 32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장 교수는 무인 우주선이 소행성에 처음 충돌한 날짜를 잘못 적었다. 검색창에 ‘디모르포스’를 입력하면 다트 계획을 소개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관련 기사: <소행성으로부터 지구 방위 실험 ‘다트’…우주선 · 소행성 충돌 흔적 첫 확인>, 동아사이언스, 2023년 7월 22일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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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유희 - 퍼즐과 역설에 관한 위대한 문제들 ㅣ Philos 시리즈 51
마틴 가드너 지음, 김영서 옮김, 김민형 해제 / arte(아르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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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는 수학(數學)을 수학(修學)한다.


학수(學修)하는 수학자는

자신이 풀지 못한 문제를

동료 수학자들이 풀어주기를 학수(鶴首)한다.


숫자와 기호가 잔뜩 적힌 수학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푸는지 몰라서 난감하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유열(流悅)하다.

그들은 문제의 해답을 찾거나 문제를 만드는 일에 희열(喜悅)하다.

숫자와 기호는 수학자들이 공책을 펼쳐 놓고 만지작거리는 장난감(toy)이다. 



수학 장난감은 수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깊이 생각하면서 문제를 느긋하게 푸는 것을 좋아한다면 누구든지 가지고 놀 수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수학을 잘못 만났다. 수학 교수들이 상아탑에 가둬놓은 수학 장난감은 학교라는 감옥으로 옮긴다. 갑갑한 공부 지옥에 갇힌 학생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수학 문제를 빨리 푸는 연습을 반복한다. 문제를 천천히 풀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상아탑과 학교에서 썩히는 수학을 구출한 수학자다. 가드너는 1956년부터 1981년까지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칼럼을 썼다. 칼럼 제목은 <수학 게임(Mathematical Games)>이다. <수학 게임>은 ‘눈으로 보는 칼럼’이 아니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 칼럼이다. 가드너는 <수학 게임>에 자신이 직접 만들었거나, 다른 사람들이 만든 수학 퀴즈와 퍼즐을 소개했다. <수학 게임>은 수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 문제를 푼 구독자는 해법을 정리한 편지를 써서 가드너에게 보냈다.







가드너는 유희 수학의 명인(名人)이다. 가드너가 태어나기 전에, 유희 수학의 명인들이 있었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은 본명으로 수학 서적을 집필한 수학자였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수학 퍼즐을 만든 유희 수학의 명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 곳곳에 수학적 개념과 수학 이론들이 숨어 있다. 가드너는 앨리스 연구의 명인으로도 유명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탐독하여 엄청난 양의 주석을 썼고, 주석이 달린《앨리스》를 출간했다. 캐럴은 언어유희의 명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다양한 형식의 언어유희가 적용된 문장들이 튀어나온다. 가드너도 칼럼을 쓰면서 종종 언어유희를 구사했다. 언어유희를 주제로 한 칼럼을 썼는데, 《수학의 유희》 3장이 된 칼럼의 주제는 ‘회문(回文)’이다. 회문은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철자가 같은 단어다.







《수학의 유희》는 가드너가 가려 뽑은 ‘최고의 칼럼’ 50편이 실린 ‘수학 게임 앨범’이다. 1990년대 초반에 가드너의 수학 칼럼들을 선별하여 편집한 두 권의 책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야기 파라독스》(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패러독스’다. 번역어는 ‘역설’이다)와 《이야기 수학 퍼즐 아하!》(초판본 제목은 《아하! 바로 그거야》였고, 제목이 바뀐 책은 개정판이다)다. 











이 책들이 나온 시기에 대학수학(修學)능력시험과 논술고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수학을 게임하듯이 즐기고 싶은 독자들이 만나야 할 가드너의 수학 칼럼 모음집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논리력과 수리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양 서적으로 둔갑했다.


책에 실린 각각의 칼럼에 ‘부록’과 ‘해답’이 덧붙여 있다. 부록이 없는 칼럼도 있다. 부록은 가드너의 칼럼을 보충하는 주석이다. 《수학의 유희》는 ‘주석 달린 <수학 게임>’이다. 부록은 칼럼에 대한 반응이 담긴 구독자의 편지나 자신의 견해에 반박한 학자들이 보낸 편지 내용이다. 가드너는 자신의 잘못된 견해를 정확하게 지적한 구독자의 편지도 공개할 정도로 오류를 자정(自淨)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가드너는 한 편의 잡문에 가까울 정도로 주석을 길게 쓴다. 한 장에 차지한 ‘부록’의 분량이 칼럼 본문보다 많은 편이다.


《수학의 유희》는 유유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해답이 궁금해서 해법 과정을 생략한 채 읽는 것은 시간에 쫓기어 수학 문제를 푸는 상황과 같다. 가드너의 수학 퍼즐을 직접 풀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틀려도 된다. 정답을 찾지 못해도 계산하는 과정을 즐겼다면 당신은 수학(數學)을 열심히 수학(受學)한 수학(數學/受學)자다. 《수학의 유희》는 독자의 계산 실력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 측정하는 수학(數學) 능력 시험 문제집이 아니다.


잡학 다식한 가드너의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몰라도 되는 무용(無用)한 지식을 너무 많이 설명한다고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가드너는 잘난이가 아니다. 그는 수학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나 지식을 공부하면서 글을 썼다. ‘찾아보기’를 제외하면 800쪽이 넘는 ‘벽돌 책’인 《수학의 유희》를 완독하지 못해도 ‘머리말’은 읽어 보길 바란다. 가드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열하면서 칼럼을 쓰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톺아보고, 새로운 지식은 배워가면서 칼럼을 썼다.






 ‘수학 게임(Mathematical Game, M. G.가 내 이니셜이기도 한 것은 우연의 일치이다)’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사반세기 동안 계속됐다. 그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나는 점점 더 많은 수학을 배웠다. 어떤 주제를 자신에게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다.

 

(머리말, 9쪽)

 


마틴 가드너는 수학(數學)을 수학(修學)한 수학자다.



Q. E. D.

Quod Erat Demonstrandum

증명 완료







Q. E. D.

Question Every Deduction

모든 추론을 의심하라




* 742~743쪽


 일각고래의 엄니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을 찌르거나 얼음에 구멍을 뚫는 데는 사용되지 않지만, 짝짓기 시즌에 일각고래가 서로 엄니를 맞부딪치는 모습이 목격되어서 성적 의식에서의 역할이 주요 목적일 수도 있다. [주1]



[주1] 2017년 캐나다에서 일각고래가 엄니로 대구를 때려서 기절시킨 다음 잡아먹는 행동이 확인되었다. 엄니에 북극 바닷물의 염분을 감지하는 최대 1,000만 개의 신경 세포가 모여 있다. 바닷물의 염분이 높아질수록 수온은 내려간다. 과학자들은 일각고래가 덜 차가운 바다로 이동하기 위해 엄니로 바닷물의 염분 변화를 감지한다고 주장한다. 


[참고 자료] Britannica, 「What Does a Narwhal Use Its Horn For?」, 2026년 7월 24일 등록. 

https://www.britannica.com/science/What-Does-a-Narwhal-Use-Its-Horn-For






* 744쪽





플로베르의 희극 『성 앙투안의 유혹』 [주2]





[주2] 희곡 형식의 소설이다. 플로베르(Flaubert)가 20대부터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그는 25년 동안 이 소설을 쓰는 데 매달렸고 세 가지 판본을 발표했다. 《성 앙투안느의 유혹》(김용은 옮김, 열린책들, 2010년) 앞표지에 ‘희곡 소설(dramatic novel)’이 표기되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단어들>



* 수학(修學), 학수(學修): 공부한다.

 

* 학수(鶴首): 학의 목,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린다.

 

* 유열(流悅)하다: 좋아해서 탐닉한다.

 

* 희열(喜悅): 기뻐서 즐거워한다.


* 유유(悠悠)히: 움직임이 한가하고 여유가 있고 느리게. (=느긋이)


* 잘난이: 잘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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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9-21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틴 가드너의 책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습니다. 마틴 가드너와 윌리엄 파운드스톤 책은 번역되어 나오는 즉시 구입해 놔야하죠!ㅎㅎ

cyrus 2026-09-21 23:10   좋아요 0 | URL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마틴 가드너의 저작 목록을 확인했는데, 참 많이도 책을 썼더라고요.. ㅎㅎㅎ 선집 형태로 나온 칼럼 모음집은 열 권 넘었어요. 그리고 G. K. 체스터턴과 로드 던세이니 같은 작가들의 작품 주석판도 썼어요. 이런 책들이 번역되면 좋겠는데, 안 될 것 같습니다.. ^^;;

카스피 2026-09-21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사진속 책 두권 다 가지고 있어요.학창시절 교과서 수학책을 보면 머리가 지끈 거렸는데 저 두 책은 넘 재미있더군요.
그나저나 이제 일반인들은 굳이 수학공부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요.인공지능이 수학의 난제들도 풀어나기나 이제 인간의 사고력은 필요 없는 시대가 오나 봅니다.

cyrus 2026-09-21 23:15   좋아요 0 | URL
최근에 수학자들이 AI가 수학 문제를 푸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AI로 정답을 빠르게 찾는 일에 익숙해지면, 계산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되고 수리력이 떨어지겠죠. ^^;;
 
수학이 사랑한 음악 - 고대부터 AI 음악까지 음악사와 기술사의 교양서
니키타 브라긴스키 지음, 박은지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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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는 두 권의 공책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풀 때 펼치는 공책에 수학자가 계산한 흔적이 빼곡하다. 또 다른 공책은 수학자의 고막에 있다. 이 공책은 수학자가 음악을 들으면 펼쳐진다. 수학자는 음악을 듣더라도 선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선율이 왜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분석한다.


수학자는 어려운 문제를 계산해서 정답을 찾는 과정을 즐거워한다. 그러나 고막에 공책이 있는 수학자는 문제를 푸는 것보다 음악을 좋아한다. 마음에 쏙 드는 음악을 만나면 정답게 듣는다. 그에게 음악은 ‘고막 친구’다. 







《수학이 사랑한 음악》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수학과 음악의 끈끈한 우정(수음지교, 數音知交)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원제는 ‘수학적 음악(mathematical music)’이다. 음악의 역사에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음악에 날개를 달아준 수학자들도 있다. 







수학을 음악으로 표현한 최초의 수학자는 피타고라스(Pythagoras)다. 그는 비율이 좋은 음악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음악에 귀가 밝은 수학자들은 수학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라이프니츠(Leibniz)와 오일러(Euler)는 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의 정신(영혼)이 무의식적으로 ‘계산’하게 되어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계산한 오일러는 듣기 좋은 음악, 즉 어울림음(협화음)을 만들 수 있는 수학 공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음악가들도 수학이 음악을 만드는 데 요긴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위법이 적용된 바흐(Bach)의 음악에는 정교하게 짜여진 수학적 질서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전통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은 어울림음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들은 고막을 긁는 불협화음도 수학적 음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수학은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수학적 음악’은 컴퓨터와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나날이 발전되는 현대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이미 수학과 음악이 한몸이었던 고대부터 시작되었다. 수학은 음악의 성장과 변신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지음(知音)이다.


《수학이 사랑한 음악》은 2023년에 번역 출간된 책이다. 초판은 양장본이며 최근에 나온 2판은 반양장본이다. 2판에 새로 추가되거나 달라진 내용은 없다. 초판에 고쳐야 할 내용이 2판에 그대로 남아 있다.







초판에 컴퓨터 음악을 만든 미국의 화학자 레너드 아이잭슨(Leonard Isaacson)의 사망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117쪽). 그는 2018년에 세상을 떠났다. 







초판이 출간된 2023년에 ‘AI 음악의 대부’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는 살아 있었다(126쪽). 2025년에 별세했다.







205쪽에 언급된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의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는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 아니다.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제4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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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괴수괴인 도해백과
고성배 지음, 백재중 그림 / 닷텍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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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지구에 살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어딘가에 괴물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괴물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에 살고 있다. 뇌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괴물을 만든다. 여기에 허풍까지 맞으면 괴물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괴물은 인간이 빚어낸 조물(彫物)이다. 인간은 괴물을 만든 조물주(造物主)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상력이 뛰어난 조물주는 징그럽거나 포악한 괴물을 두려워한다. 괴물을 피하는 우리의 모습은 자신이 직접 만든 괴물(creature)을 버리고 도망간 빅터 프랑켄슈타인(Victor Frankenstein)과 같다.


우리는 괴물을 무서워하고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흥미롭게도 닮은 구석이 있다.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에 묘사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인간처럼 말할 줄 안다(영화로 다시 태어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언어 구사 능력이 부족하다). 유대교 랍비의 명령을 따르는 골렘(Golem)은 흙으로 만든 거인이다. 이 거대한 피조물도 인간처럼 죽는다. 골렘의 이마에 ‘죽음’을 뜻하는 고대 히브리어가 적힌 양피지를 붙이면 사라진다.







괴물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된다. 영화는 괴물의 초상화다. 우리는 편안하게 난폭한 괴물을 구경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 《SF 괴수 괴인 도해 백과》는 영화에 묘사된 총 50종의 괴물들을 소개한 백‘괴’사전이다. 괴물과 오컬트를 아카이빙(archiving)하는 작가 고성배와 일러스트레이터 백재중이 합심해서 만든 책이다. 







괴물은 괴수와 괴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짐승과 식물의 습성에 가까우면 괴수, 인간과 거의 비슷하면 괴인이다. 도해(圖解)는 어떤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는 영화 속 괴물의 생김새와 습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괴물 해부도를 그렸다. 조잡하게 만든 오래된 B급 영화는 화질이 좋지 않다. 저화질을 뚫지 못한 괴물을 관찰하기가 어려워진다.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는 여백으로 남을 수 있는 불분명한 부분에 그들만의 상상력을 덧칠했다.







이 책의 묘미는 괴물과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부록이다. 저예산 B급 영화의 거장 로저 코먼(Roger Corman) 감독의 <흡혈 식물 대소동>(The Little Shop of Horrors, 1960년)에 거대한 식인 식물이 나온다. 밥 달라고 말하는 식인 식물은 초심자용 식물이다.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만 잘 지킨다면 ‘식물 집사’가 될 수 있다. 강심장은 식인 식물을 키워보자.






 

히말라야산맥에 사는 설인(雪人)을 찾아다니는 사냥꾼들을 위한 ‘설인 가면’이 있다. 설인이 눈앞에 나타나면 설인 가면을 써서 동족인 척 행동하면 된다.





 


귀염둥이 프랑켄슈타인에게 다양한 종류의 옷을 입혀주는 미니 게임도 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독자는 프랑켄슈타인을 힙하게 만들어보자.










내가 악인(惡人) 하이드(Hyde)가 된다면 얼굴이 어떻게 변할까? 약을 먹지 않아도 하이드로 변신해 보자. 단, 성격은 변하지 말 것.



이 책에 소개된 괴수 영화 절반은 어설프게 만든 B급 영화지만, 그래도 명작도 몇 편 포함되어 있다. 괴수물을 좋아하는 시네필(cinephile)은 이 책에서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색다른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나온 영화를 찾을 수 없으면, 영화가 된 원작 소설들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éliès)의 무성 영화 <달 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 1902년)은 외계인이 최초로 등장한 영화다. 원작은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김석희 옮김, 열림원, 2002년)다.












‘더 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괴물 디 오리지널>(The Thing from Another world, 1951년)의 원작은 존 W. 캠벨(John W. Campbell)의 단편 소설 『거기 누구냐?』(Who Goes There?, 1938년)다. SF 단편 선집 《SF 명예의 전당 4: 거기 누구냐?》에 수록되어 있다.








러시아에서 만든 무성 영화 <크리스마스이브>(Noch pered Rozhdestvom, 1913년)의 원작은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의 초기작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이경완 옮김, 을유문화사, 2021년) 2부에 수록된 단편 소설이다. 번역본에 있는 단편 소설 제목은 ‘성탄 전야’다.







기묘하고 이상한 책을 리뷰하는

cyrus의 주석










추천사는 연상호 감독이 썼다. 

해방촌에 있는 문학 전문 서점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가 교정에 참여했다.








* 53쪽

 

소설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대본을 썼다. [주]




[주]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고 잘못 소개했다. 도일은 영화의 원작자다. 영화와 같은 제목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 국역본 2종(이수경 옮김, 출판사: 황금가지 / 김상훈 옮김, 출판사: 행복한책읽기)이 2003년에 출간되었는데, 모두 절판되었다. 각본가는 마리온 페어팩스(Marion Fairfa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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