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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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두꺼운 책 읽기

일곱 번째 책






우리는 언제나 정보를 마신다. 정보는 우리 삶에 절대로 없으면 안 되는 제2의 공기. 우리가 마신 정보는 정체성과 가치관을 만들 데 쓴다. 생각에 잠기면 머릿속에 켜켜이 쌓인 정보가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온갖 정보를 뭉쳐서 만든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드러낸다. 말에 새겨진 정보는 타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타인은 내가 호흡한 정보를 마신다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는 뿌리처럼 질기게 뻗어 나가는 네트워크를 발아하는 씨앗이다네트워크는 이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뿌리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정보 호흡을 하고 있으며 세상의 뿌리는 쭉쭉 뻗어 나가고 있다. 거대한 네트워크 뿌리를 잡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보를 소중하게 여긴다. 그들은 정보가 많을수록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는 힘이 더 커진다고 믿는다그러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네트워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네트워크의 기능을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에 반대한다. 하라리는 반문한다. 슬기로운 인간(Homo sapiens)’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는 왜 잘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를 파괴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고 살육을 일으키는가?


하라리의 책 Nexus협력과 유대감을 좋아할 줄만 알았던 정보 네트워크가 잘못된 방향으로 비뚤게 되어버린 역사적인 사례들을 보여준다. 정보 네트워크 낙관론자는 슬기롭지 못한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가볍게 바라본다. 그때 그 시절에서만 일어난, 특수하고도 예외적인 상황으로 여긴다. 그리고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면 과거에 있었던 인류의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라리는 정보 네트워크 낙관론을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이라고 말한다. 순진한 정보관은 정보가 많을수록 좋으며 정보 네트워크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연결(Nexus)하게 해주리라고 믿는다.


정보는 때론 독이 된다. 정보에 중독된 뇌는 자만심이 가득 차서 부풀어 오른다자기 수정 능력이 부족한 정보 중독자는 잘못된 정보를 의심 없이 마신다. 독성이 강한 정보가 모여서 만들어진 네트워크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은 절대로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무오류성)고 착각한다. 무오류성은 타인의 다른 견해를 존중하지 않으며, 타인의 건전한 비판을 거부한다. 민주적인 대화와 연대를 부정하는 네트워크는 전체주의가 된다. 독일 나치즘과 소련의 스탈린주의는 잘못 비뚤어진 네트워크다. 하라리는 최악의 네트워크를 망상에 기반한 네트워크라고 표현한다.


네트워크는 정보들을 연결해서 거대한 질서를 만든다. 독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의 정보 접근을 제한한다. 하라리는 반민주적인 독재 정치 네트워크가 AI와 손을 잡는 상황을 경계한다. 독재 정치와 전체주의는 지도자 한 사람의 권한에만 집중된 네트워크다네트워크를 장악한 지도자는 자신의 무오류성을 지지하는 AI를 좋아한다재자를 위한 AI는 고의로 거짓 정보와 음모론을 퍼뜨리는 선동가요, 독재 정치를 비판하는 정적과 민주 시민을 짓밟는 정치 깡패다. AI에 복종하는 독재 정치 네트워크는 민주주의의 자정 기능이 떨어지며 건실한 토론이 불가능해진다. 20세기의 독재 정치가 인간 정치라면, 21세기의 독재 정치는 컴퓨터 정치다.


NexusAI를 슬기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높인다. AI를 맹신하는 대중과 권력자가 많아지면 정보 네트워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검은 손이 된다하라리는 본인이 직접 여러 분야를 탐사해서 발굴한 정보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적절하게 엮어서 글을 쓴다. 그의 출세작 사피엔스》(조현욱 옮김, 김영사, 2023년)를 이미 읽은 독자 대다수는 하라리의 폭넓은 지식 스펙트럼에 감탄하고 매료된다. 그러나 인기도서를 펴낸 전문가의 책은 무오류성의 책’이 아니. 한 권의 책 속에도 저자의 편견과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들어 있다. 하라리가 Nexus를 쓰기 위해 발굴하고 인용한 정보 중에 사실과 다른 것이 있다. 책 밖에 있는 다른 관점을 비추면서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 305


 《성경은 스스로 편집하거나 해석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유대교와 기독교 같은 종교들에서 실제 권력은 이른바 오류 없는 책이 아니라 유대교 랍비와 가톨릭교회 같은 인간의 기관이 가졌다. 반면 AI는 새로운 경전을 작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편집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개입은 전혀 필요 없다.



과거의 성경은 오랫동안 무오류성의 책으로 여겨졌다. 백인 남성 교황, 목사, 신부, 신학자들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고(무오류의 책을 신뢰하라.”), 성경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무오류성의 진리라고 주장했다(책을 해석하는 인간을 신뢰하라.”). 반면 종교인이 아닌 평범한 신자는 오류를 저지르는 존재이므로 성경을 해석할 권한이 없다성경을 독차지하듯이 거머쥔 남성들은 교회 안팎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신의 대리인으로 자처한 교황은 전통에 반하는 기독교 분파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기득권이 된 종교인들은 성경을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혁을 추구하는 신학과 종교인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전통에 반기를 들었다. 16세기에 시작된 여성주의 신학 교회 안의 유리 천장을 깨뜨렸다.[주1] 퀴어 신학은 성 소수자 인권 보호에 앞장선다. 성경속 문자에 근거해서 성 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해석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주2]  


비종교인은 종교를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성경》의 전통적인 해석에 도전하는 비판 신학과 해방 신학이 낯설다. AI가 나오기 한참 전에 이미 진보적인 종교인과 신학자들은 성경을 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하라리는 비종교인을 위해 종교의 기능과 성경》 편찬의 역사를 잘 요약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 압축된 종교는 전통을 지향하려는 과거의 모습에 가까운 반쪽 얼굴이다. 종교에 대한 하라리의 주장은 시대적 요청에 맞게 변화하는 종교의 새 얼굴을 보여주지 못한다.

 



* 456

 

 보수는 특정 종교나 이념에 헌신하지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이미 있는 것, 지금까지 대체로 합리적으로 작동해 온 것을 보존하는 데 헌신한다. [중략] 1980년대 미국에서 보수는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지지하고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하라리는 보수(주의)특정 종교와 이념에 헌신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기독교와 손을 잡으면서 진보적 정치 운동을 공산주의로 몰아세우고, 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극단적인 보수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하라리가 보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리숙하다. 그는 보수 우파의 한쪽 얼굴만 보고 있다1980년대 미국의 우파와 보수주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반영된 정치를 본격적으로 실행한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정부 시절(1981~1989)과 겹친다레이건의 신자유주의는 기업 중심의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이념이자, 사회주의와 노조 운동에 대항하는 정치적 무기였다. 레이건은 남부 지역에 사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위한 공약들(성평등 헌법 수정안 반대 등)을 내세운 덕분에 1984년 재선에 성공했다.[주3] 공화당을 지지한 북미 기독교 우파의 강령은 신앙, 가족, 자유였다.[주4] 1980년대 미국의 보수 우파는 민주주의가 아닌 신자유주의를 지지했으며 도덕과 가족을 중시하는 기독교에 헌신했다









[1] 테레사 포르카데스 이 빌라, 김항섭 옮김, 여성주의 신학의 선구자들(분도출판사, 2018)


[2] 월터 윙크 엮음, 한성수 옮김, 동성애와 기독교 신앙: 교회들을 위한 양심의 질문들(무지개신학연구소, 2018), 패트릭 S. 유연희 옮김죄로부터 놀라운 은혜로퀴어 그리스도를 찾아서》 (무지개신학연구소, 2020).


[주3]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어크로스, 2024), 147~148


[주4] 피에르 다르도 · 크리스티앙 라발 외 함께 씀, 정기헌 옮김,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원더박스, 2024),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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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
케네스 W. 포드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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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물리학자들은 괴롭다. 왜냐하면 양자물리학이 그들을 괴롭히니까양자물리학은 괴상한 과학이다양자물리학은 우리에게 아주 작은 세계를 보여준다. 아주 작은 세계에 아원자 입자들이 돌아다닌다아원자 입자는 원자보다 크기가 작다양자물리학은 아원자 입자들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아주 작은 입자들을 측정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롭다여전히 정체를 숨기고 있는 입자들도 있다.


과거 물리학자들은 실험과 계산만 잘하면 자연 현상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과학자들이 발견한 법칙들은 늘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보여주는 근거였다확실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물리학을 고전 물리학이라고 부른다그러나 양자물리학은 고전 물리학과 정반대로 세계는 불확실하며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특히 아원자 입자들의 세계는 고전 물리학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로 이상한 세계다확률이상야릇한 입자들의 세계에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아무리 정밀한 계산을 해도 입자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양자물리학은 고전 물리학을 거스른다. 고전 물리학이 생각하는 빛은 입자 상태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펼친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고 말한다. 빛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은 이중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드 브로이(Louis de Broglie)가 발견한 파동-입자 이중성은 양자물리학의 핵심이다빛이 입자임을 알 수 있는 증거(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파동임을 알 수 있는 증거(빛의 회절 현상과 간접 현상)가 동시에 있다. 정확성을 선호하는 고전 물리학은 서로 맞지 않는 두 가지 증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면 양자물리학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고전 물리학이 깔끔하게 감긴 실타래라면 양자물리학은 헝클어진 실뭉치. 고전 물리학 실타래는 요령(법칙)을 알면 쉽게 풀 수 있다. 그러나 제멋대로 헝클어진 양자물리학 실뭉치는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매듭을 천천히 풀어야 한다. 양자물리학은 느리게 배워야 하는 과학이다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The Quantum World: Quantum Physics for Everyone)는 양자 실뭉치를 완벽히 푸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양자 실뭉치를 풀지 않고도 가지고 노는 법을 알려준다각 (chapter)이 끝나면 독자와 학생들을 위한 복습 문제와 심화 문제가 나온다부록으로 문제 해답이 실려 있다모든 문제를 다 풀어봐야 할 의무가 없다. 관심 있는 문제 몇 개 선택해서 풀어보면서 양자물리학을 천천히 배울 수 있다.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잘 가르쳐주기로 유명한 케네스 포드(Kenneth W. Ford)도 양자물리학에 두 손을 든 과학자다그는 양자물리학을 기괴한 이론이라고 운을 떼면서도 아원자 입자들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 이론이라고 말한다사실 고전 물리학자와 양자물리학자들을 괴롭힌 건 아원자 입자들이다. 입자들이 계속 발견될수록 양자물리학은 무럭무럭 자랐다. 고전 물리학의 키를 넘어선 양자물리학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물질의 기본 입자라는 오래된 믿음을 무너뜨렸다. 고전 물리학의 편안한 그늘에 벗어난 젊은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본 입자인 원자를 쪼개기 시작했다. 그 속에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들이 있었다.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 원서2004년에 출간되었다. 번역본은 2008년에 출간되었고, 책 이름은 양자 세계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였다. 2018년에 이름과 앞모습이 바뀐 개정판이 나왔다. 올해가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 이 뜻깊은 해에 맞춰 앞모습만 바뀐 책이 다시 나왔다. 어떻게 보면 개정 2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의 겉모습만 바뀐다고 해서 개정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 번역자, 편집자는 책 속에 있는 내용 중에 잘못 알려졌거나 시간이 지나서 생명력을 잃은 상식이 있으면 고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과거의 책을 단 한 번도 교정하지 않은 채 표지만 바꾼 책은 개정판이 아니라 독자를 속이는 개판이다구판에 남아 있는 오탈자도 고치지 않고 내놓은 개정판도 대충 만든 개판이다.


원서는 2012년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가 검출한 힉스 보손 입자가 발견되기 한참 전에 나온 책이다. 원서를 번역한 김명남 번역가는 자신이 직접 쓴 서문에 원서 출간 후에 나온 2012년의 성과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 책을 딱히 고칠 데가 없이 좋은 양자 교과서라는 역자의 자화자찬은 동의할 수 없다.


2004년 원서에는 원자 번호 114’원자 번호 118’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당시에 두 원소의 실체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랜 실험과 관측을 거친 끝에 새로운 원소로 판명되면 원소에 이름이 붙여진다.



* 224




 

 실제로 몹시 무거운 원소들 가운데 원자 번호 114(아직 이름이 없다)의 수명이 약 30초 정도로 제일 길다. [중략]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 번호 118이고, 탐색은 계속되고 있다.



* 242, <도전 문제>




 

4. 이 책의 출간 이래, 새로운 원소가 발견되거나 명명된 것이 없는지 조사해 보자.

 

 


* 414, <부록>





4번 문제 해답: (아쉽게도 2008년 현재는 없다.)



이 책의 문제 중 하나는 새로운 원소가 발견되었는지를 묻는 것인데, <부록>의 해답에는 ‘2008년 현재는 없다라고 되어 있다


2012년에 원자 번호 114의 정식 명칭플레로븀(flerovium)으로 확정되었다. 원소 기호는 FI이다. 2016년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원자 번호 118번의 이름은 오가네손(Oganesson, 원소 기호: Og)이다.[주1]


‘The Amazing Randi’라는 별명을 가진 마술사로 활동한 회의주의자 제임스 랜디(James Randi)인쇄된 이야기를 접할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주2] “전문가가 그렇게 말했다.”,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전문가와 그들이 쓴 책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사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회의주의자는 책과 신문에 나온 이야기를 무조건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권위가 된 지식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해야 한다.

 


* 46





중력은 본질적으로 약하지만 언제나 인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중력은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보다 제일 약하다. 하지만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면서 생기는 힘이 아니다.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시공간을 휘거나 구부리면서 생기는 부산물이다.[주3]







포드는 2011년에 양자물리학과 관련된 책을 더 펴냈다책 이름은 <101 Quantum Questions: What You Need to Know About the World You Can’t See>번역본 이름은 양자: 101가지 질문과 답변(이덕환 옮김까치, 2015)이다전작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에 다룬 양자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 쓴 책이다








[1] 참고문헌: 오시마 켄이치, 원형원 옮김, 곽영직 감수 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Gbrain, 2020), 171, 173쪽.

 

피터 워더스, 이충호 옮김 원소의 이름: 신비한 주기율표 사전, 118개 원소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윌북, 2021), 58쪽.





 


[2] 제임스 랜디, <여전히 사이비 과학과 회의주의의 길> 중에서, 한국 스켑틱 편집부 엮음, 김보은 · 김효정 · 류운 · 박유진 · 장영재 · 하인해 옮김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 스켑틱 10주년 베스트 에세이 (바다출판사, 2025), 281쪽.






 


[3] 참고문헌: 야우싱퉁 · 스티브 네이디스, 박초월 옮김 수학의 중력: 일반상대성이론부터 양자 중력까지, 우주를 지배하는 수학의 최전선 (동녘사이언스, 2025).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2020), 149빌 브라이슨은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미치오 가쿠(加來道雄)초공간: 평행우주, 시간 왜곡, 10차원 세계로 떠나는 과학 오디세이(박병철 옮김, 김영사, 2018)를 재인용했다. 

 





<cyrus가 만든 정오표>



2018년 개정판에 있는 오탈자 1가 개정 2판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세상을 떠난 과학자들의 사망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


하인리히 로러(Heinrich Rohrer)와 존 휠러(John A. Wheeler)는 개정판이 나온 2018년 이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개정판에는 두 학자의 사망 연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 76





1058 1958





* 130





스티븐 와인버그(1933년 출생)


2021년 별세





* 198





하인리히 로러(1933년 출생)


2013년 별세




* 363




 

존 휠러(1911년 출생)


2008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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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5-05-1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티븐 와인버그가 별세했는지 모르고 있었네요. cyrus 님 꼼꼼하신 모습에 늘 감탄합니다~

cyrus 2025-05-19 06:35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학자들의 별세 소식을 한 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거든요. 그래도 착각할 수 있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요. ^^

페크pek0501 2025-05-1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양자물리학을 공부해야겠단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이 있어요. 읽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망설여지더라고요. .

cyrus 2025-05-19 06:39   좋아요 0 | URL
양자물리학 관련 책들이 아주 많아서 이 중에 몇 권 골라서 읽기가 쉽지 않아요. 좋은 책 딱 한 권 선택해서 읽었는데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책 읽기 전부터 어려워요. ^^;;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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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6월의 세계 문학





소크라테스(Socrates)지혜를 사랑한(philosophy) 말쟁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온 ‘어떤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주1] 그는 자신을 훈계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신중하게 생각했고, 행동했다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Plato)은 이 신적인 존재를 다이모니온(daimonion)’이라고 불렀다. 다이모니온은 철학 하는 수호신이다.


토머스 드 퀸시(Thomas De Quincey)아편을 사랑한 글쟁이. 치통과 위장병은 궁핍한 생활로 허약해진 드 퀸시를 괴롭혔다. 한동안 잠잠했던 병은 불쑥 튀어나와 드 퀸시의 몸과 마음을 들이쑤셨다. 아픔을 참지 못한 드 퀸시는 아편을 자주 마셨다. 드 퀸시가 살았던 19세기 영국 사회는 지금과는 다르게 아편에 관대했다. 아편은 약국에 가면 구할 수 있는 진통제였다. 하지만 아편은 야누스(Janus)의 얼굴을 가진 마약이다. 통증이 조용해지면 소란스러운 금단 증상이 생긴다. 드 퀸시는 불면에 시달렸고, 눈앞에 환영이 펼쳐졌다. 이렇듯 정신이 어지럽거나 알 수 없는 불안이 덮치면 아편을 찾았다. 드 퀸시는 아편에 절인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세상에 알리는 글을 썼다. 그 글이 바로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약칭 고백’)이다.


고백은 드 퀸시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글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괴롭힌 글이기도 하다. 드 퀸시와 알고 지낸 시인 새뮤얼 콜리지(Samuel Coleridge)도 아편 중독자였는데, 그는 아편을 미화한 고백을 비난했다. 예전부터 아편 남용의 문제점을 주장한 의사들도 고백의 비난 행렬을 멈추지 않았다. 19세기 영국 사회는 변하고 있었다. 고백이 발표된 이후부터 아편을 관대하게 바라보던 여론이 줄어들었고, 대중의 아편 남용이 사회를 좀먹는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덕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지식인들은 고백이 아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아편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드 퀸시는 고상한 비평가들의 반응에 맞서서 변론했다. 그는 아편 중독 문제의 원인을 무조건 고백탓이라고 몰아세우는 집단 심리를 비판했다.


드 퀸시는 아편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고통과 불행에 초연한 삶이다. 고통이 아예 없는 삶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편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가라앉히게 해준다. 아편의 약효가 사라지면 고통이 다시 생긴다. 드 퀸시는 가난한 부랑자로 살아온 시절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매춘부 앤(Anne)과 함께했던 가난한 시절을 그리워한다. 앤은 드 퀸시에게 선심을 베풀고, 지쳐서 거리 한가운데서 죽을 뻔한 드 퀸시를 살려주었다. 드 퀸시는 아편 중독에 관해 고백하기에 앞서 앤이 어떤 인물인지 소개한다. 앤은 드 퀸시의 은인이자, 드 퀸시에게 고통과 불행을 견디는 법을 알려준 수호신이었다.


아편쟁이생계형 글쟁이는 지금까지도 드 퀸시를 졸졸 따라다니는 명함이다. 이 명함을 치우면 철학쟁이드 퀸시를 만날 수 있다. 드 퀸시는 철학을 혼자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철학 저서를 쓰고 싶어 했다. 드 퀸시는 고백에서 종종 자신을 철학자인 것처럼 언급한다. 그는 성별, 신분, 학벌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과 어울리는 소크라테스 풍대화를 좋아한다고 했다(예비 고백, 47).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아무에게나 다가가서 먼저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의 삶, 행복을 느끼고 싶어서 아편을 마시는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는 품성. 고백》에서 드러난 드 퀸시의 삶의 자세는 플라톤이 미친 소크라테스라고 평가한[주2] 거리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를 떠올리게 한다.


드 퀸시는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 아닌 겨울이라고 했다(『아편의 고통으로 들어가는 말』, 124~125쪽). 역시 고통을 견딜 줄 아는 사람답다. 남들은 따사롭고 편안한 봄을 좋아하지만, 그는 폭설과 한파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살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Seneca)고난과 불행을 차분히 견디면서 사는 삶은 결국 우리 정신을 강인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다.[주3] 고대 그리스 · 로마 고전을 즐겨 읽은 드 퀸시는 고백에 세네카를 인용하지 않았지만, 그는 세네카처럼 살았다.

 

니체(Nietzsche)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욱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했다.[주4] 아편은 드 퀸시의 몸을 갉아 먹으면서 죽였다. 하지만 철학을 사랑하는 정신은 죽이지 못했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철학을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가? 드 퀸시는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74세에 눈을 감았다). 드 퀸시를 강하게 만든 것은 아편과 철학이다.








[1]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31d, 79~80(강철웅 옮김, 아카넷, 2020). ‘다이모니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루이-앙드레 도리옹의 소크라테스(김유석 옮김, 소요서가, 2023)을 참조할 것.

 

[2]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16<견유학파>, 518(김주일 · 김인곤 · 김재홍 · 이정호 옮김, 나남, 2021).

 

[3] 세네카, <섭리에 관하여> 4, 22~23(김남우 · 이선주 · 임성진 옮김, 세네카의 대화: 인생에 관하여, 까치, 2016).

 

[4] 니체, 우상의 황혼, <잠언과 화살>, 14~15(박찬국 옮김, 아카넷,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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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07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이 한국에도 벌써 번역되었군요.개인적으로 이책은 셜록홈즈가 왜 아편중독이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지식같은 설명으로 언틋본기억이 납니다.마약이아닌 기호식품으로써의 아편을 다룬 책이라고 들었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cyrus 2025-05-11 09:46   좋아요 0 | URL
홈스가 사건 해결을 위해 아편굴에 위장 전입한 일을 언급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인 말로는 아편을 피우러 간 게 아니라고 해명해요. <네 개의 서명>에 홈스가 단순히 심심해서 코카인을 복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의 말을 믿으면 홈스가 아편을 복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심심해서 약물을 즐기는 홈스가 아편을 그냥 지나쳤을지 위험한(?) 상상을 해보게 돼요. ^^;;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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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7월의 책





지금, 민주주의는 아프다. 기생 정체(政體)가 민주주의를 아프게 한다기생 정체는 민주제에 기생한다. 건강한 민주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인 국민의 기본권, 인권, 다원성을 보장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은 민주주의 사회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이다. 기생 정체는 민주적 영양분을 빨아 먹는다







영양분을 빼앗긴 민주주의는 시름시름 무너지면서 죽는다(Democracies Die). 민주주의를 죽이는 기생 정체의 정체(正體)는 극단주의다.







기생 정체에 흡수당한 정치는 극단주의자와 손잡는다. 극단주의자는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적으로 규정한다. 기생 정체의 규모가 작다고 얕보지 마시라. 소수의 기생 정체는 다수의 의견을 뭉개 버리는 소수의 폭군(Tyranny of the minority)’이다. 극단주의자는 자신을 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민주주의가 아플 때 내는 신음을 선명하게 들려주는 청진기와 같은 책이다. 전자의 책이 독재자를 잘못 만난 민주주의의 전조 증상들을 보여준다면, 후자의 책은 민주주의가 무너졌을 때 극단적 소수가 소수의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당은 선거에 패배하면 쓰라린 결과를 받아들이고, 민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극단주의자들의 정당은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선거에 승리한 야당을 불법 선거를 시도한 반민주적 세력으로 몰아세운다.


극단주의자와 친한 민주주의자는 표면적으로 충직한민주주의자. 그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치적 영양분을 제거하는 극단적 소수의 그릇된 행보를 묵인한다권력이 극단적 소수에 집중되어 있으면 다수 의견은 통제당한다소수의 폭군은 자신을 비판하는 정당과 여론, 민중을 폭력으로 응징한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극단적 소수와 그들을 감싸는 미국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알려준다. 이 책을 만난 독자는 극단주의에 빠진 정치적인 그들’의 속셈을 간파하면서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쉽다. 시민은 비정치인이지만, 정치적 견해를 말하면서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인 개인이다. 멀찍이 서서 극단주의적 정치인을 비판하는 일에 익숙한 정치적인 개인은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놓친다.







이데올로기 브레인은 생각이 꽉 막힌 뇌가 어떻게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는지를 보여준다경직된 뇌는 극단주의에 취약하다뇌가 딱딱한 사람은 자기 생각이 틀렸어도 바꾸지 못한다민주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우리는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지 않을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극단주의는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정치적인 개인에게도 극단주의적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고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정치적인 개인은 표면적으로 충직한민주 시민이다.


민주주의가 무너져서 극단주의자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지각색 생각을 쭉쭉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극단주의에 잡아먹히면 극단주의자로 만들어진다.






<cyrus가 만든 주석>




* 86






 정부는 정적을 겨냥해서 선택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다. 여기서 정부는 합법적으로 움직이지만 오로지 정적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당한 방식이다. 다시 말해 법을 무기로 삼는 것이다. 페루의 독재자 오스카르 베나비데스(Óscar Benavides, 1933~1939)[]는 이런 말을 남겼다. “친구에게는 모든 것을, 적에게는 법을.”



[] 베나비데스는 군인 출신 정치인으로, 두 차례(38, 42) 대통령을 지냈다. 38대 대통령 임기는 1914~1915년이다. 책에 적힌 연도는 제42대 대통령 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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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5-05-05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소수의 폭정이라는 원래 제목이 훨씬 나은 것 같네요.

cyrus 2025-05-06 13:11   좋아요 0 | URL
책 제목을 전작의 제목이 생각나게끔 만든 것 같은데, 제목이 길어서 입으로 책 제목을 말하면 틀려요.. ㅎㅎㅎ 막상 책 제목을 말하려고 하면, 생각이 안 나요... 제목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극단적 소수’뿐이에요. ^^;;

transient-guest 2025-05-05 0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이나 미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단결해서 난리를 치는 이런 시대에 뼈를 때리는 책이네요 언젠가 구해봐야죠

cyrus 2025-05-06 13:13   좋아요 1 | URL
시간이 지나면 상황에 따라 극단주의의 노선이 조금씩 달라질 거예요. 이런 비슷한 책들이 많이 나와야겠어요. ^^
 
수학의 중력 - 일반상대성이론부터 양자중력까지, 우주를 지배하는 수학의 최전선
야우싱퉁.스티브 네이디스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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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지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삶은 고통스럽다고 했다. 어떤 욕망을 충족하려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한다. 우리는 노력한 끝에 욕망 하나를 충족시키지만, 또 새로운 욕망이 나타난다욕망을 폭식하는 인간은 자기 자신마저 먹어 치운다.


에릭 와이너(Eric Weiner)는 기차 타고 철학 여행(The Socrates Express)을 한 작가다. 그는 고통스러운 삶을 잊기 위해 음악을 듣는 쇼펜하우어를 만난다쇼펜하우어는 사는 게 힘들면 예술을 즐기라고 했다. 염세주의 철학자로만 알려진 그는 로시니(Rossini)의 음악을 플루트 연주용으로 편곡했을 정도로 아주 훌륭한 플루티스트음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쇼펜하우어가 제일 행복해 보인다와이너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의지를 중력과 같다고 주장한다.[주1] 그는 의지를 의 형태로 본 것이다그러나 중력의 진정한 실체를 이해한다면 의지라는 힘을 중력과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중력은 힘이 아니니까!


우리는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중력(重力)이라고 배웠다. 중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예시가 나무에 달린 사과가 땅으로 툭 떨어지는 현상이다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묻는다면 대부분 사람은 지구의 중력이 사과를 힘껏 잡아당겼다고 대답할 것이다중력을 어렴풋이 배운 사람들은 중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엄청난 힘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중력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세지 않다.


세상 전체와 모든 물질을 구성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할 기본 상호작용(fundamental interaction)이 있다. 한때 기본 상호작용을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네 가지 힘은 강한 상호작용(강한 핵력, 강력), 약한 상호작용(약한 핵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다. 네 가지의 기본 상호작용 중에 힘의 세기가 가장 큰 것은 강한 상호작용이다. 그다음이 전자기력, 약한 상호작용, 중력 순이다. 중력이 기본 상호작용 중에 제일 약하다.


중력은 너무 약해서 관측이 쉽지 않으며 연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물리학자들은 수학의 도움을 받아 중력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물리학자들은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수식을 사용했다그런 다음에 실험이나 관측을 수행해서 수식을 검증했다. 사실 몇몇 물리학자는 수학자들과의 협업을 반기지 않거나 수학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Einstein)도 처음에 중력을 연구했을 때 수학이 자신의 연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시간이 지나서야 수학의 가치를 깨달았고 중력의 실체가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보다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다고 말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바이올리니스트연구하고 생각하는 일은 고통의 감옥이다. 풀어야 할 문제가 계속 생긴다. 음악을 즐기는 아인슈타인은 생각이 막히면 고통의 감옥에서 빠져나와 바이올린을 켰다.


수학도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처럼 어려운 문제 앞에서 쩔쩔매는 과학자들을 위로해 준다. 때로는 물리학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아이디어까지 준다수학의 중력은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화음을 내는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ensemble)을 들려준다물리학이라는 울타리에만 갇힌 과학자들은 수학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수학자들은 실험해서 결과를 확인하는 것보다 계산하면서 간결한 수식을 도출하는 연구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수학이 물리학의 발전에 여러모로 도움을 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3차원 공간에 1차원 시간을 더한 4차원 시공간을 제시했다. 4차원 시공간은 시간과 공간이 섞여 있다4차원 시공간 속 물체는 끊임없이 변하며시공간으로 이루어진 우주 또한 변한다사실 시공간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독일의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 그는 특수상대성이론을 기하학적 관점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질량이 있는 물체가 움직이면 시공간도 움직인다. 이때, 시공간은 구부리거나 휘어진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곡률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정체가 시공간 곡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 중력은 힘이 아니라 에너지의 형태에 가깝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실체를 증명하는 중력장() 방정식을 도출한다. 이 방정식이 그 유명한 ‘E=mc2’휘어진 공간비유클리드 기하학(Non-Euclidean geometry)이 주로 탐구하는 개념이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휘어진 시공간을 명쾌하게 풀어 주는 수학적 도구다.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중력의 실체와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한 수학은 천체물리학자들의 블랙홀 연구에 합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학이 만난 과학 문제 중에서 해결 불가능한 난적으로 손꼽히는 것이 양자 중력연구. 양자 중력은 양자역학으로 중력을 설명하는 물리학 분야다. 양자 중력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앙상블을 시도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이론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관계라서 현재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불협화음만 나오고 있다.


두 이론의 음이 서로 안 맞는다고 해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거대한 미지의 우주를 알아내고 싶은 지식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다. 수학을 공부해서라도 물리학의 난제를 풀려고 하는 과학자들의 의지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은 끝나지 않는다.


ensemble is possible.

     







<cyrus가 만든 주석>

 

 

  

  

[1] 에릭 와이너, 김하현 옮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어크로스, 2021), 156.




* 45, 옮긴이 각주





영국[주2]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2]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스코틀랜드 출신이다.





* 110





 

베소 미켈레 미켈레 베소(Michele Besso)



* 152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으로 둘러싸인 구는 오늘날 사건 지평선[3]이라고 부른다. 한 번 넘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지점 또는 표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 사건 지평선의 실제 형태는 구()의 표면이다. 그래서 정확한 명칭은 사건 지평면이다. 그렇지만 학계와 대중은 부정확한 이름에 익숙해서 사건 지평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참고문헌: 브라이언 콕스 · 제프 포셔, 박병철 옮김, 블랙홀: 사건 지평선 너머의 닿을 수 없는 세계, RHK,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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