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퀴어하다 -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속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온갖 퀴어함에 관하여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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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펀드에 투자한 책입니다. 







성소수자를 뜻하는 약어 LGBTQ+ Q는 

Queer 또는 Questioning의 머리글자.




퀴어(Queer)는 과거에 퀴퀴한 단어였다Queer의 원뜻은 기묘하고 괴상한이다성소수자를 기괴한 존재로 여긴 사람들이 퀴어를 쓰기 시작했다. 퀴어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싸잡아 멸시할 때 쓰는 단어로 변질되었다남성도여성도 아닌 성소수자들은 음란한 죄인으로 취급받았고퀴어는 그들의 가슴에 박힌 주홍 멸칭이 되었다시간이 지나면서 성소수자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주홍 멸칭 위에 칠했다무지개색 무늬가 아롱진 퀴어는 아기자기한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을 지닌 가지각색 성소수자들의 명칭으로 변신했다










퀘스처닝(Questioning)스스로 물음표를 만드는 성소수자.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성 정체성을 확정 짓는 마침표가 없다. 계속해서 스스로 묻는다. 비성소수자(non-sexual minority, non-queer) 태어나면서 병원에서 지정받은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이 일치한 시스젠더(cisgender)다. 시스젠더는 퀘스처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스젠더는 퀘스처닝의 삶에서 연달아 나오는 물음표 신호를 ‘404 Not Found’로 읽는다. HTTP의 오류 코드 404 Not Found서버에 파일을 찾지 못했을 때 나온다. 404는 오류(error)를 뜻하는 숫자다. 하지만 퀘스처닝은 오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의 성 정체성 탐구는 멈추지 않는다. 퀘스처닝의 물음표와 404는 새로운 성 정체성에 눈뜨게 해주는 즐거운 오류(The Gay Error)’.


균류와 버섯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Patricia Ononiwu Kaishian)은 퀘스처닝이다. /그녀는 20대에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인식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모르겠다고 말한다케이시언은 성 정체성을 탐구하러 숲에 간다. /그녀에게 숲은 푸르고 울창한 실험실이 아니다. 숲은 인간-자연, 수컷-암컷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이 없는 편안한 보금자리퀴어한 숲(queer-forest)에 사는 균류와 버섯은 케이시언을 닮은 연인이다. 곰팡이에 가까운 균류는 식물이 아니다. 균류는 광합성을 하지 못해서 다른 식물이나 동물 사체에서 나온 영양분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균류는 동물에 근접한 생물로 분류되지만, 암수 구분이 없다.


우리에게 친숙한 균류인 버섯을 먹고 자라는 달팽이와 민달팽이는 자웅동체 (Hermaphrodite). 한 몸에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 모두 가지고 있다. 성염색체와 성호르몬의 변이는 인간의 신체 발달에 영향을 준다남성과 여성 생식기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태어난다. 겉모습은 남성이지만 몸속에 자궁과 난소가 있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사람을 간성(間性, intersex)’이라고 한다.


시스젠더의 눈빛은 단조롭다. 고정된 눈빛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 있는 존재를 만나면 성별 이분법에 무조건 맞추려고 한다. 시스젠더는 마침표를 만나면 편하다. 마침표 없이 물음표만 가득한 성소수자와 대화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케이시언의 자연은 퀴어하다 오랫동안 굳어버린 시스젠더의 눈빛을 분해해서 말랑말랑한 무지개색 퀴어로 만드는 프리즘(prism)과 같은 책이다퀴어함은 불확실하고, 여러 가지가 한데 섞은,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 된 존재 방식이다. 이러니 퀴어함에 물음표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고, 확실성을 선호하는 시스젠더는 퀴어함의 모호성을 괴탄한다


물음표가 익숙한 퀴어는 상식에 어긋난 존재 방식에 호기심을 느낀다. 자신들처럼 모호하고, 간단명료하지 않은 존재를 만나면 친구나 동지가 된다. 케이시언은 잘 알려지지 않은 퀴어한 생명체들의 다중 매력에 감탄한다/그녀는 퀴어한 숲에서 느낌표를 발견한다또한 그들을 마구 대하는 연구 대상이 아닌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스승으로 여긴다.


이분법으로만 생각하려는 강박에 벗어나면 여러 개의 질문을 엮는 물음표들이 익숙해진다. 물음표를 만드는 삶은 호기심을 돋운다. 명확하지 않고, 모순적인 존재 방식을 만나면 거부하기보다는 감탄한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는 순간이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면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이 평범한 상식이 되면 마침표를 찍는다. 더 이상 물음표와 느낌표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물음표와 느낌표가 섞인 인터러뱅(interrobang)은 비표준 문장 부호다. 표준에 벗어난 퀴어, 특히 간성(intersex)과 아주 잘 어울리는 부호다. 퀴어는 명료하지 않거나 모호한 존재에 절대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물음표를 달아서 모호성의 매력을 찾는다. 모호성에 친숙한 매력을 발견하면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뀐다. 하지만 퀴어의 탐구는 계속 된다. 느낌표는 다시 물음표로 바뀐다. 퀴어는 올바르고 정상적인 상식임을 인정하는 확신의 마침표를 떼어낸다



퀴어는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모순과 모호함을 사랑한다

모호한 존재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물음표), 

흥미로운 매력을 발견하면 경탄한다(느낌표).

 


¿ 인터러뱅은 퀴어하다 ¡







서평의 원칙에 벗어난 잡문을 쓰는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 114







 두 탐사선은 태양계를 여행하면서 목성의 위성 에 화산이 있음을 밝혀냈고[주1]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질량과 복잡한 대기를 측정했다.




[원문]


 As the two probes began their journeys, they revealed volcanoes on one of Jupiter’s moons, Io, and measured the mass and complex atmosphere on one of Saturn’s, Titan.



[1] 목성의 위성 명칭이 잘못 적혀 있다. 가 아니라 이오(Io)’. 이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발견한 네 개의 위성 중 하나다. 현재까지 발견된 태양계의 모든 위성 중에서 화산이 있는 위성은 이오와 트리톤(Triton, 해왕성의 위성)이다.






* 미주, 258






Eli Clare, Exile and Pride: Disability, Queerness, and Liberation [2]







[2] 한국어판: 일라이 클레어, 전혜은 · 제이 함께 옮김 망명과 자긍심: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현실문화, 2020년).



[서평]

<내 몸을 노리는 도둑들에 저항하기>

202059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1705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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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 2026-04-1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과 지적 고맙습니다. 알려주신 부분은 정오표에 반영했으며 재쇄 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socoop.net/ForestEuphoria/corrections/
 
자연은 퀴어하다 -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속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온갖 퀴어함에 관하여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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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는 세상과 나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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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프라이 - 시대의 예술, 세기의 우정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병화 옮김 / 글항아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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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F: Thank Woolf! It’s (Roger) F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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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만든 사람들 - 아르키메데스부터 괴델까지, 수학자 50인에게서 배우는 수학의 역사와 원리
알프레드 S. 포사멘티어 외 지음, 강영옥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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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철학책 독서 모임을 만드는 독자들에게 수학책을 같이 읽자고 제안한다면, 과연 몇 명이 참석할까? 이 질문은 오래 생각해야 할 수학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0명이겠지. 그렇다면 내가 같이 읽자고 제안한 수학책의 저자가 유명한 철학자라면 철학도는 몇 명이나 참석할까? 한두 명은 나오겠지








수학책을 쓴 철학자는 수학이 없었으면 철학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그를 가리켜 거의 일상적으로 수학을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동시대 철학자 중 한 사람[주1]이라고 말한다. 이 철학자의 아버지는 수학 교사다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한 철학자는 대학교에서 첫 2년 동안 철학과 수학 공부를 같이한다. 그를 가르친 철학 스승은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 철학자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면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느낀다. 그에게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스승은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









수학책을 쓴 철학자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맞힌 철학도는 몇 명이나 될까? , 이 질문도 수학 문제가 아니다. 수학책을 쓴 철학자는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그가 쓴 수학책의 제목은 수학 예찬이다. 사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철학책이다. 왜냐하면 바디우가 이 책에서 언급된 수학자들은 철학자이기도 하니까.


바디우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수학책을 쓴 철학자들이 있었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라이프니츠(G. W. Leibniz),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등이다. 데카르트는 좌표계를 도입했다.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의 좌표계를 토대로 미적분을 만들었다. 러셀은 ‘1+1=2’를 증명하기 위해 지도 교수 화이트헤드와 함께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라는 책을 썼다








화이트헤드의 별명은 ‘20세기의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철학의 근본이 수학이라고 생각했다. 화이트헤드는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데카르트를 샤라웃(존경, 칭찬할 때 쓰는 은어)’했다. 20세기의 데카르트는 17세기의 데카르트가 침대에 누워 좌표계를 만든 그날 아침을, ‘최고의 순간으로 평가했다.[주2]


수학자는 문제를 풀어서 나온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한다. 문제를 풀었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포기하지만, 수학자는 증명을 멈추지 않는다. 난제가 절대로 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인지 증명한다. 그리고 동료 수학자의 문제 풀이 방식에도 오류가 있는지 검증한다따라서 수학은 합리적인 철학이 태어나는 데 도움을 주는 산파와 같은 학문이다.


수학을 만든 사람들50명의 수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간략하게 소개한 책이다. 50명의 수학자 명단을 살펴보면 수학을 만든 철학자들이 눈에 띈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되는 철학자탈레스(Thalēs). 그는 기하학과 관련된 진리를 증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연역법을 사용했다.


라이프니츠는 01만 사용하여 수를 표현하는 이진법을 만들었다. 그는 주역에 나오는 64()가 이진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64괘는 자연과 인간의 변화 체계를 음양의 대립과 조화로 설명하기 위해 표현한 64개의 기호다.






 



필립 K. (Philip K. Dick)높은 성의 사내2차 세계 대전에 승리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이 미국을 분할 통치하는 세계관을 그린 대체 역사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주역유럽이 나눗셈을 배우기도 전에 최고의 우주론이 집대성한 책으로 설정되어 있다. 절대로 과장된 설정이 아니다. 중국의 천문학자들은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얻은 정보를 주역과 연결하여 역법(曆法)을 만들었다.


314원주율의 근삿값 3.14(π, 파이)에서 유래된 파이의 날(파이 데이). 그리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수학의 날이기도 하다. 지렛대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는 원주율을 구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오일러는 원주율의 기호를 처음으로 쓴 수학자는 아니지만, 그가 π를 자주 사용한 덕분에 무한한 숫자로 된 원주율을 기호 하나로 간편하게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수학을 만든 사람들50명으로는 부족하다. 50인 수학자 중에 서구권 출신이 많다. 비서구권 출신 수학자는 3명(인도 출신 2명, 이란 출신 1명)이다50인 수학자 명단에 포함된 여성 수학자는 고작 6명뿐이다. 칼 세이건(Carl Sagan)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이라고 평가한[주3] 히파티아(Hypatia)가 제외되었다. 수학책을 쓴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무한을 연구한 독일의 수학자 칸토어(Georg Cantor)를 소개한 37장에서 이름만 잠깐 언급된다.


오역된 문장이 있다168에 있는 퀸 여왕이다.

 



 



 17054월 뉴턴은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칼리지를 방문 중이던 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원문]

 

 In April 1705, Newton was knighted by Queen Anne during a visit to Trinity College at Cambridge.



번역자가 잉글랜드 스튜어트 왕조의 처음이자 마지막 군주 앤 여왕(Queen Anne) 퀸 여왕으로 잘못 썼다.













184쪽의 <그림 19.1>이 이탈리아의 수학자 조반니 체바(Giovanni Ceva)의 초상화로 잘못 소개되어 있다. 옥타비오 레오니(Ottavio Leoni)1624년에 그린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의 초상화.








47의 수학자는 헝가리 출신에르되시 팔(Erdős Pál)이다. 헝가리 이름 표기 방식은 우리나라 이름 표기와 비슷하다. 성씨를 앞에 쓴다. 따라서 에르되시는 성이고 팔은 이름이다. 책에 표기된 폴 에르되시는 영어식 이름이다.








48에 나오는 미국의 수학자 허버트 하웁트만(Herbert Hauptman)1985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 책의 공동 저자는 하웁트만이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수학자라고 소개한다(419). 그러나 하웁트만보다 먼저 노벨상을 받은 수학자는 버트런드 러셀이다. 1950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3월 14일 오후 2[주4]에 시작되는 

독서 모임 <달의 궁전>에 참석하게 된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TMI] 3월 14일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과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의 생일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기일이다.





[1] 수학 예찬에서 바디우의 대담자로 나오는 질 아에리(Gilles Haeri)가 표현한 말이다. 번역본 12에 나온다.



[주2] 수학이란 무엇인가, 117



[주3] 홍승수 옮김,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2006), 58.



[4] 원주율은 ‘3.14159로 시작된다. 그래서 오후 159은 파이의 날을 기념하는 시간이다.





* 27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에서 피타고라스의 철학을 논하게 된다.[주5사람들은 플라톤이 피타고라스의 철학을 아르키타스에게 배웠을 거로 추측한다. (중략) 당대 수학 분야에서 피타고라스는 상당히 인정을 받는 중심인물로 모든 수학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도, 플라톤은 저서에서 수학을 다루는 장에서 피타고라스를 단 한 번만 언급했다.





[5] 피타고라스가 언급된 플라톤의 저서국가(7530d~531c).





* 33

 

 에우독소스의 생애에 관한 정보의 출처는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Diogenes Laërtius)의 저서[주6]. 라에르티오스는 가십을 살짝 넣은 짤막한 위인 모음집을 썼는데,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유명 철학자와 수학자들 중에 에우독소스도 있었다.







[주6] 에우독소스(Eúdoxos) 이야기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8(번역본은 2)에 나온다.





* 139


방법서설의 보충 판인 세 편의 논문 중에서는 기하학이 가장 중요하다.[주7] 이 책에서 데카르트는 유클리드 기하학과 대수학을 결합해 수학에 혁명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해석 기하학이다.







[7] 데카르트는 방법서설과 세 편의 논문 굴절광학, 기상학, 기하학을 함께 묶어 출판했다. 방법서설만 따로 번역 출판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굴절광학, 기상학, 기하학원전 번역이 되지 않았다. 홍성욱 서울대학교 교수굴절광학기하학영문 텍스트를 발췌 번역한 글은 과학 고전 선집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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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6-04-01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투르기를 여기서 보다니요. 북클럽투르기 멋지네요. 여전하신 cyrus님 보기 좋습니다!

cyrus 2026-04-07 06:4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Angela님. 잘 지내시죠? 예전에 비하면 독서량과 글 쓰는 속도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틈틈이 책 읽으면서 글을 쓰고 있답니다. ^^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
엘리자베스 코멘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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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환자여, 당신의 이름은 여성이다.” 




남성 의사들이 만든 병원 정문에 새겨진 말이다. 정문은 열려 있지만, 아픈 여성을 쏘아붙이는 말이 떡하니 문을 막고 서 있다. 말문이 막힌 아픈 여성은 병원 정문 앞에서 머뭇거린다. 들어갈까, 들어가지 말까? 그것이 문제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거린 여성은 고민 끝에 절망적인 결론을 내린다.그래, 건강하지 못한 가 문제였구나.’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진 그녀는 발길을 돌린다.


아픈 몸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여성 환자를 겁쟁이로 만든다. 언제 덮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쇠약해진 여성의 마음을 누른다. 소심한 여성 환자는 아픈 자신을 돌보는 가족들에게 미안해한다. 주부는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을 느낀다. 집안일을 혼자서 도맡은 주부는 아프면 쉬지 못한다.






병에 걸리면 안 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럴 시간이 없어요.”









아픈 여성은 부끄러움 많은나날을 보낸다. 건강하지 못해서 부끄럽고, 노폐물과 진물로 범벅이 된 병든 몸이 부끄럽고, 집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상태가 부끄럽다아픈 여성은 스스로 실격이라고 규정한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인 여성 환자는 의사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입이 얼어버린 환자는 어디가 아픈지,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한다의사는 진료실 밖에 기다리는 환자들을 신속하게 진료하고 싶어 한다. 진단하기 어려운 여성 환자를 만나면 그럴듯한 병명을 알려주고, 아픔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약을 처방한다. 여성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믿는다. 하지만 부실한 진료와 처방은 여성의 건강을 더 나쁘게 만든다. 남성 의사들은 의대생 시절에 배운 의학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 너무 오래된 교과서에 여전히 털어내지 못한 먼지가 남아 있다. 먼지의 정체는 여성의 몸과 정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견이다



여성의 몸은 연약해서 남성보다 질병에 잘 걸린다.’


여성 환자는 건강 관리에 소홀히 한다.’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크기가 작아서 정신 질환에 취약하다.’


여성의 몸은 운동할 수 없는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의학 교과서를 펼치면 나오는 먼지는 지금도 진료실에 하얗게 쌓여 있다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합쳐져서 생긴 오진(汚塵, 더러운 먼지)은 치명적인 오진(誤診)을 유발한다병원 밖으로 나온 먼지는 여성이 주도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미국의 종양내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코멘(Elizabeth Comen)은 환자를 만나면 그들의 몸 상태보다 속마음을 먼저 진찰한다. 그녀는 진료실에서 만난 유방암 환자들이 건강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수치심은 환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를 그냥 지켜볼 수만 없었던 코멘은 환자들을 괴롭힌 의학계의 먼지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어서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을 쓴다


저자는 의학 교과서에 갇힌 의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지식이 바뀌지 않은 의학 교과서는 여성 차별적인 성 관념을 재생산한다. 남성 의사들은 여성의 몸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진단을 내린다. 여성 차별적인 진단과 치료는 아픈 여성을 평생 약에 의존하게 만들거나 삶을 망가뜨린다저자는 아픈 여성을 제대로 진찰하지 못한 남성 의사들의 무능함을 고발하면서도 남성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는 것을 경계한다. 저자는 과거의 자신도 의학 교과서에 갇힌 의사였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책은 여성의 성()과 몸을 둘러싼 지식을 중시하지 않는 의학 교육계와 의료계를 되살핀다.


아픈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병원은 몸에 좋은 쓴 약이 아니라 부끄러운 여성의 마음을 더 쓰라리게 만드는 약을 처방한다. 병을 낫게 해주는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도 아픈 여성은 자신의 병든 몸 상태를 제대로 이해해 주는 의료인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아픈 여성을 친절하게 대하는 좋은 의사가 부작용이 없는 살아 있는 치료제.









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전체성과 무한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의 약함에 도움을 주는행위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아프면, 연인과 가족은 그 사람의 약해진 모습까지 사랑한다. 그러나 사랑을 듬뿍 주기 전에, 아픈 여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듬어 줘야 한다. 아플수록 점점 변하는 몸과 환자로서 살아가는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다독이고, 아픈 여자의 입에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픈 여자를 제대로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은 계속되는 통증에 지친 삶의 한가운데에 행복이 자라날 수 있게 북돋우는 상비약이다



아픈 여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잘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면 된다.







<책의 문장에 묻은 오탈자 먼지를 털어내는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 서평에 밑줄 친 문장은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 햄릿(Hamlet)에 나오는 햄릿의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1. 약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로다.” (21, 28)

병약한 환자여, 당신의 이름은 여성이다.

 


2. 살 것이냐 아니면 죽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31, 100)

들어갈까, 들어가지 말까? 그것이 문제다.

 


3. 내적 반성은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며‥… (31, 101)

아픈 몸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여성 환자를 겁쟁이로 만든다.


 




* 48~49

 

 아나이스 닌은 거울에서 또 다른 것을 보았다. 이미 그녀의 발목을 잡는 신체적 결함들, 늙어가면서 그녀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기만 하는 결점들을 본 것이다. 실제로 닌은 두 차례 미용 수술을 받았다. 그녀가 수술을 받았던 1930년대 초중반에 코 성형 수술은 꽤 드물었는데, 닌은 자기 얼굴을 조금 더 예쁘게 만들려다가 얼굴에 영구적인 흠집을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수술이 잘못되면 사람들과 관계를 완전히 끊고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겠다고 일기에 적었다.[주1] 하지만, 깨어나 거울을 본 그녀의 반응은 순수한 환희였다. 거울로 내 코를 보는 순간이 왔다, 피범벅 아래 쭉 뻗은, 그리스 코!”



[1] 에로틱한 소설을 쓴 작가 아나이스 닌(Anais Nin)의 일기 제목은 헨리와 준이다헨리는 닌의 연인이자 미국의 작가 헨리 밀러(Henry Miller)를 가리킨다저자가 인용한 일기의 문장은 헨리와 준번역본 274쪽에 나온다.







 거울 속에서 내 코를 보는 순간이 왔다

피로 얼룩졌지만 그리스인처럼 똑바로 곧은 코였다!  


(274)







* 84~85

 

 1868, 파리의 인류학자이자 외과의사인 폴 브로카는 여성에 관한 연구가 긴급한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여성 인권 운동이 유럽과 북미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는데, 이는 브로카의 관점에서 볼 때 불길한 발전이었다. 의사들과 인류학자들은 여성의 천부적 열등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어리석은 선동을 멈출 것으로 생각했다.

 브로카의 제자들은 즉시 이 대의를 이어받았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이 주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출판했던 1879년으로 시간을 빨리 되감아 보자. 현대의 역사가 스티븐 제이 굴드가 근대 과학 문헌에서 여성에 대한 가장 악랄한 공격이라고 불렀던 문헌이다.[주2]



[2]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의 여성 차별적 인류학 문헌을 비판한 내용이 나오는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의 글 제목<여성의 뇌>. 이 글은 판다의 엄지: 자연의 역사 속에 감춰진 진화의 비밀(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에 수록되어 있다.



※ 《판다의 엄지서평

[자연은 순식간에 도약한다]

201747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9264030






* 119





세계 레슬링연맹(WWF) [주3]



[3] WWF‘World Wrestling Federation’의 약자다.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옛 명칭이다. 비영리 자연보전 기관인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의 약자가 WWF. 2002년에 세계자연기금이 WWF 상표 사용 권리를 얻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WWF가 패소했다. WWF는 당해 5월에 회사명을 ‘WWE’로 바꾼다.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약자.






* 320옮긴이 각주






염즈이 염증이






* 414






쌍동이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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