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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 1 -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몸젠의 로마사 1
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김동훈.성중모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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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역사적 사실을 연구하는 역사가와 미묘하고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한 역사인가?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에 대한 탈근대적 물음은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의 역사의식과 밀접한 관계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널리 읽히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소설처럼 이야기가 있는 책으로써 일어난 일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 저자의 주관적 탐구가 많이 개입된 역사서가 있는가 하면 몸젠의 로마사 같이 사료에 충실한 역사도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볼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사실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는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 역사가 과학일 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복수의 형태로 존재해왔고 누가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취사선택 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객관성을 담보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사실 '있는 그대로 기록만 하면 된다'고 한 랑케의 말을 역으로 살펴보면 과거는 없고 남아 있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라고 한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기록이라는 객관적 사실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의미를 부여해 태어난 것이 역사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역사의 과학성과 그 역사가 이야기 되어지는 서사와 문학성의 두 가지 요소를 갖출 때만이 완성된다고 보면 넌센스일까?

 

 

역사의 가치는 과거에 국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엇을 위해 무엇을 이야기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가치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몸젠의 로마사가 갖는 의미는 분명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몸젠이 역사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두고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가에 따라 역사는 방향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역사는 과학이 아니라 담론이라고 한 니체의 말에 동의하는 것은 여기에 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헤게모니를 만들어내고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로마사 연구는 몸젠의 로마사 연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저서다. 역사서에서 한 획을 그은 연구서라고 할만한 방대한 자료와 객관적 사료 연구와 깊이 있는 인문학적 지식은 로마사를 폭넓고 심도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매력있는 책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아니 로마의 어제와 오늘은 몸젠의 로마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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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013-06-0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고 계시지요?

역사가 담론이라는 니체의 말에 저 또한 동의합니다.

이번에 리뷰를 쓴 두권 모두 알고 있던 것을 되새김질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투게더>는 요즘 제 고민과 맥이 닿아 있어서 여러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고 합니다.

덕분에... 책 외에 다른 낙을 찾기 어렵지 않을까요?

꽃님과 나의 인연이 닿아있는 신간평가단.. 다음달에 또 만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ㅎ

꽃도둑 2013-06-04 10:55   좋아요 0 | URL
그만할까 생각중이었는데..숲님 덕분에 다시?....ㅋ
하더라도 이번에는 수필이나 소설을 해볼까 싶어요,,,
안그래도 말라가는 감성,...이번 여름에는 그걸 찾고 싶네요..^^


더불어숲 2013-06-0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수필로 가지 마세요. 플리즈~
그건..그냥 감성으로 남겨둘 때 더 좋지 않을까요?
강제하지 않아도 읽게 되는 책일텐데요.ㅋ

꽃도둑 2013-06-07 09:52   좋아요 0 | URL
숲님.....플리즈~
근데...이미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같은데요?....ㅋ
연이어 해서 탈락!의 위험은 어쩌죠?
안전하게 수필로다....ㅎㅎ (인문 신청하고 떨어져도 미련없이?... 해볼까요?..)

더불어숲 2013-08-0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님!!

지금..어디에 계신지요?
어딩서 읽고 쓰고 계세요?
제 유일한 신간평가단 글친구의 존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신청하지 않았나요?

꽃도둑 2013-08-07 09:30   좋아요 0 | URL
아...꼭꼭 숨어 있던 나를 이렇게 불러주시니..마냥 숨어 있을 수도 없고,,,^^
사실 동굴 속에 꼭꼭 숨어 있었어요...마지막 도서 두 권 리뷰도 올리지 못했고....
담당자님께 변명도,,,,이유도 말하지 못해서,,,,,
그래서 신간평가단 신청도 못했어요,,ㅜ.ㅜ
메일을 열어보고서야 알았어요...너무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요..
숲님은 신간평가단 하시나요?...
저는 좀 다른데 신경 쓸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하죠뭐,,
가끔 들릴게요..
숲님과 더불어~~~~ 행복합니다..^^

더불어숲 2013-11-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님!
어서 리뷰를 쓰세요.
님이 흔적이 없는 서재가 쓸쓸해요.
이제 겨울인데, 읽고 쓰면서 기운 내셔야죠^^
 
[투게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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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식사후에 친구 여럿이서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서로 많이 먹겠다고 찻숟가락에서 밥숟가락으로 바꾸었고, 푹푹 떠가는 솜씨들이 실로 포크레인 수준들이었다. 공교롭게도 읽고 있는 책 제목이 투게더라니.. 많이 먹겠다고 으르렁대지는 않았지만 숟가락의 크기, 퍼올린 양에 대한 묵인은 쉴새없이 굴리던 눈치보기와 경쟁을 부추기고, 협력을 도모했을 것이다. 여기서 협력이라면 보다 빠른 속도로 능력껏 많이 먹겠다는 서로의 의지를 인정해주었다는 점과 그러한 과정들을 낄낄거리며 즐겼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리처드 세넷은 협력은 시선보다 목소리 실질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입으로 하는, 관념으로 구축된 정치적 사회주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부딪침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투게더]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삶을 만드는 존재인 인간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사회학적 상상력 3부작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인]에 이어 펴낸 두 번째 책인 셈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경쟁을 통해서,  종교생활을 통해서, 공동체를 꾸려 협력과 협동을 통해서 얼마든지 다양한 모습이 가능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함께'라는 단어다. 한데 어우러져 섞여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말로써 어떻게 라는 방법론이 그 뒤를 따르게 되어있다. 세넷이 주목한 것은 바로 협력이다,. 협력은 도덕적 의무나 이상적 개념이 아닌 실제적인 기술로 타인에 대한 우리의 반응 능력이다. 인간이 원래 무리지어 살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 조건이나 사회적 본성을 살펴봄으로써 협력이 얼만큼 인간 삶에 중요한 요소인지 살펴보고 있다. 1부에서는 협력의 특징인 연대와 경쟁 의례 등을 살펴봄으로써 협력의 형성을 다루었고 2부에서는 협력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요인인 불평등과 이기적인 자아의 출현과 무례한 노동 공간 등을 살펴보았고 3부에서는 협력을 강화하는 요인들인 건강한 노동현장의 모습과 혐동과 혐력의 공동체를 다루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사회를 이루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간은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었고 그 꿈을 실천으로 옮기기도 했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구두점을 찍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넷의 시야에 처음부터 포착되지 않은 자본주주의는 저만치 밀쳐두자. 세넷이 주목하고 언급한 사실들은 사회주의 실천들인 셈이다. 그것도 구호와 관념이 난무하는 정치적 사회주의가 아닌 관계 속에서 실천되어질 수 있는 사회주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정치적 좌파와 사회적 좌파가 어떻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언급한 부분에서 세넷의 분명한 의도를 읽을 수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르크스적인 정치적 좌파가 아니라 하모니라는 공동체를 세운 오웬과 같은 사회주의가 필요한 것이고, 손으로 몸으로 할 수 있는 정직한 노동과 실천들이 필요한 것임을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건강한 노동과 협력을 통한 평등하고 자유로운 공동체, 이것은 실로 너무나 이상적인 형태다.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고,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회의적인 집단 무의식 속에 빠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설사 그것이 우리 모두의 꿈이고 바람이어도 현실세계에서 온전히 실현되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투게더]를 읽으면서 어쩌면 저자는 우리 인간이 꾸지 못할 꿈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모두 함께 꾸어보자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기적인 부족주의에서 벗어나 폭넓게 아우르는 인간에 대한 이해, 상상력을 동원하여 모두의 상생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노력하다보면 더불어 사는 좋은 사회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하고 있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고개를 젖고 있을 때, 일단 부딪쳐보자고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무모해보이고.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한 사람들이 가끔 역사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 놓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이상적인 사회상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떠드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리처드 세넷도 거기에 목소리를 보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말을 우리는 무시할 수가 없다. 일단 경청해야 한다.  분명 어떤 말은 헛소리일 것이고. 어떤 말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말은 다른 누군가와 공통적으로 겹치는 접점이 있기 마련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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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013-06-0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지일보... 그것은 알고 싶다를 들으면서,
스무살부터 나를 불편하게 했던 문제를 되집어 생각했습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동시에 느꼈던 불편함.
스팩트럼상 양 극단이면서 지독하게 닮아있는 어떤 한 측면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되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장인의 기예와 협력을 통해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추론해봅니다.

꽃도둑 2013-06-04 11:07   좋아요 0 | URL
스무살부터?...일찍 눈을 뜨셨네요.
난 그 나이에 너무 철이 없었거든요...^^
나밖에 몰랐어요..
그러니 불편한 거라곤 나와 관계되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되는 일에만 영향을 받고 살았어요
사회에 눈을 돌리고 ..거기서 삐걱대는 것들을 듣기 시작하고 보기 시작한 건 글쎄요...
아주 뒤늦게 시작되었죠...
불편함을 느끼고 생각한다는 거...그거 딜레마에 빠지도록 하는 묘약이더군요..
가끔은 그런 감정들이 싫을 때도 있어요...ㅡ.ㅡ

더불어숲 2013-06-0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계에서 서성이는 삶...이죠...
 
[건축을 위한 철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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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이라니... 읽기전 작가의 변이 궁금했다. 이 책은 철학사의 흐름을 시대별로 이해하는 것이 건축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철학을 먼저 공부하고 건축물을 바라본다면  건축물들이 단순한 건물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시대마다 요구되었던 정신과  건축현상들이 압축되어 있다고 할 수있다. 자기 시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건축을 통해 이상을 표현했던 일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건축물 하나에 철학과 비전과 이상의 과도한 의미부여는 건축현상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건축물 또한 현상과 신체, 물질과 감각에 관한 문제이므로 하이데거의 짓기, 거주하기, 사고하기 안에서 작동하는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건축을 통해 철학하고, 철학을 통하여 건축해야 하는 이유 역시 감각이나 거주하고 사고하기의 출발이며 근본이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언어가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축이론은 인간 삶에 미치는 문화적 역할을 다루는 분야로 간주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건축이론은 건축 작품의 공간적, 시각적 속성과는 관계없이 주로 문화적 인공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적도 있었다.

 

 

건축물과 건물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건축물은 땅 위에 지은 구조물 중에서 지붕, 기둥, 벽이 있는 건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건물은 사람이 들어 살거나, 일을 하거나, 물건을 넣어 두기 위하여 지은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참으로 미묘하지 않은가? 건축물은 건축가가 설계해서 지은 작품이라는 것이고 건물은 공학자나 기술자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면 건축물은 질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드러난 현상, 형상에 따라 건축물이 갖는 존재론적 의미가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소리다.

 

건축을 위한 철학, 철학을 위한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각 시대마다 추구하였던 사고와 인식의 체계가 건축물에 반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근대건축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르네상스 시기부터 바로크까지, 20세기의 철학이라 할 수 있는 분석철학까지의 긴 여정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건축 이론을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해석할 때 건축물들은 물화성을 탈피해서 철학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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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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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희 선생은 서문에서 플라톤을 더 많은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난해한 직역과 지나친 의역은 피하고, 원전의 의미를 되도록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힘닿는 데까지 노력했다고 밝혀두고 있다. 그동안 박종현 선생의 역저인 [국가]의 벽을 넘지 못한 독자라면 천병희 선생의 [국가]는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반갑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 여겨진다. 마치 두텁고 무거운 근엄한 옷을 걸쳤던 [국가]를 살짝 속이 비치는 시슬루 패션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에서 시선이 간다.

 

 

플라톤의 [국가]는 소설같은 이야기 구성으로 가상인물을 등장시켜 풀어쓴 산문형태의 글이다.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 대화편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고 중기 대화편에서는 플라톤 자신의 생각을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합의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 구분이 명확하거나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문체비교를 통해서 시대를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가] 편은 중기 대화편이라는 것에는 거의 모든 학자가 동의할 만큼 많은 연구가 있었고 해석이 있었다.

 

 

국가로 번역된 폴리테이아(Politeia)는 폴리스의 정치체제만이 아니라 가치와 규범, 전통과 관습, 교육 방식을 지니고 있는 폴리스(Polis) 시민들의 삶의 방식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천병희 선생은 국가라기 보다는 정체에 가깝다는 견해를 밝혀두고 있다. 국가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주제들은 결국 올바름과 올바르지 못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들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가장 유익한 삶인지, 어떠한 삶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으로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물음과 답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윤리, 정치, 교육, 심리, 형이상학, 인식론 등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훌륭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들이다.

개인적 올바름은 폴리스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운 나라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준다. 국가는 상호간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고 구성원들은 경쟁자들이 아니라 협력자 또는 동반자로 서로애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을 추구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플라톤은 인간은 본성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살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는 영혼의 세 가지인 이성주도적인 사람,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 욕구적인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도 또한 세 가지의 즐거움에 대해서도 애기하고 있다.  다섯 종류의 사람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데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가 대입시켜 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플라톤에게 있어 이성은 참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이성의 능력은 무엇이 올바르고 좋은지를 추구하는 기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성이 도구화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은 단순히 욕구들의 조정자가 아니라 무엇이 참으로 올바르고 좋은지를 인식함으로써 다른 부분들의 욕구를 지배하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동기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권에서 글라우콘이 주장했듯 실제로 올바른 것보다 올바르게 보여지는 것이 사회질서 유지와 규범의 준수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논점과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올바름이 내적상태인(훌륭한 사람의 덕목) 그 자체에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플라톤의 논점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이러한 논점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수천년 전 인간의 사고와 인식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사실이다.

 

 

훌륭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다루는 많은 주제들은 여전히 어느 시대에서나 중요한 물음이며 그 모든 것들이 따로 떼어낼 수 없이 전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이 하는 것들이다. [국가]는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책이다. 올바름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좀 더 좋은 삶의 방식을 찾고자 노력하는 삶의 자세야말로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 중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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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013-04-2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나 과정을 배워야 한다, 천병희 선생님께서 원전을 쉽게 풀어 쓰시되 그 의미를 충분히 살렸다는 꽃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봄이 왔고, 꽃비가 내렸는데도 여전히.. 마음은 동토 같아요^^
마음은 언어화하는 능력도 점점 사라지는 듯..ㅎㅎ

꽃도둑 2013-04-26 16:19   좋아요 0 | URL
4월인데 춥네요..
몸보다 먼저 마음이 아는 일들이 참으로 많죠...
언어화 하는 능력이 점점 사라지는가요?...ㅎㅎ
아닐거에요 숲님,.. 그냥 대충해서 그럴거에요.,
마음을 다잡고 앉아 쓰자고 덤비면 자신이 가진 능력에 아마도 기절초풍??!!!
그러니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구요,,,^^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 크렌슨 &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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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두 명의 저자는 이 문제를 폭넓게 다루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세계화를 주도했던 미국은 평범한 미국인들을 시민에서 고객이라는 존재로 바꾸어 버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기업형 정부가 되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건강하게 출발했던 민주주의는 병든 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기침 소리도 제대로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화는 모든 나라에 더 높은 생활수준의 달성과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꿈을 제시하였지만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몸 바꾸기와 세계 곳곳에서 오작동을 일으켰고 자발적이고 민주주주의적인 기반위에서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 공동체의 형성은 꿈같은 일이 되었다. 민주주의 모든 꿈들은 세계화라는 물결 속에서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골골거리고 있는 셈이다.

대중은 동원되지 않는데 엘리트 간의 갈등은 격화되는 불일치를 눈여겨본 저자들은 대중의 지지는 권력의 원천이었으며 정치 지도자들은 집권 경쟁을 통해 높은 참여율을 이끌어냈던 과거 민주정치와는 다른 사태를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현상들에 주목했다.

 

 

시민의 부상과 몰락, 정당의 약화, 시민 미국 정치에서 시민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투표자 없는 선거와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의 이행은 외견상 시민 친화적으로 보이지만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 권리 소송 등 이런 장치들이 갖는 주된 효과는 기실 시민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파편화 되고 공공성이라는 기제가 무너져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개인은 점점 비빌 언덕을 잃고 외롭고 쓸쓸히 불평등의 깊은 수렁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여기서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들이 양심에 따라, 공공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에 나서주면 좋으련만 그들은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을 마다 않는다. 이익집단으로 빠르게 붙어 대변자 역할을 하곤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국가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문제들은 지역에서 제기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힘을 발휘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시민사회는 회원 없는 운동을 하고 있으니 사회운동과 그러한 이해관계를 반영하지도 확산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는 현대 사회는 제대로 된 역할과 힘을 쓸 수 없는 쓸모없는 조직만 양성하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전지구적으로 한데 엉겨 붙어 있는 문제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민주정치사회의 힘은 가벼운 것도 가뿐하게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약화되고 말았다. 축소되고 몰락하는 민주주의는 세계화 시대의 슬픈 자화상인 셈이다.

 

 

주변화된 시민, 개인으로 해체된 대중, 그렇게 유령처럼 떠돌기만 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자기 책임성과 자력갱생을 외치며 개인민주주의 파도타기를 즐길 것인가, 정치가 이익집단이 아닌 개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면, 개인이 정치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무엇을 선택하든, 무엇이 되는 분명 민주주의 그 고매한 정신은 썩어 문드러지고 끝내 는 죽고 말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사실 서늘한 기운을 담고 있다.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화려함 속에 가려진 더럽고 추한 것들의 그림자를 여지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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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013-04-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셨지요? 꽃님의 여전히 '살아' 있는걸요.ㅎㅎㅎ
3월은 바쁘고, 마음은 울적하고, 체력은 바닥을 치는 바람에,
책상에 반듯하게 자리잡고 앉아 있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의 나테함이 결국은... 여러 문제를 불러 일으키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우리.. 호흡하듯이.. 읽고 쓰는 행복한 삶, 잘 꾸려가게요.
즐거운 한주 되시구요^^

꽃도둑 2013-04-02 10:47   좋아요 0 | URL
여전히 살아있다니요...아니요..ㅡ.ㅡ
우울모드로 지내고 있는걸요..책읽기도 글도 마찬가지에요
힘을 내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되네요..
숲님도 바쁘신가봐요,.. 한번쯤은 다 내려놓고 쉬어주는 것도 좋지요..
나태함의 다른 이름~ 휴식? 으흐...아닌가요?....ㅋ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