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 AI를 움직이는 우아한 수학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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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며칠 전부터 인스타그램이 이상하다한 번 마주치면 우리 마음에 끔찍한 잔상을 남기는 잔인한 동영상이 불쑥 튀어나온다짧은 영상들(short-form)을 보여주는 플랫폼(Reels)에 들어가서 영상을 연달아 보고 나면 해로운 동영상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사람들, 고어(gore) 영화에 나온 장면, AI로 만들어진 기괴한 이미지들. 2월 마지막 날, 인스타그램은 불쾌한 영상들의 폭주를 멈추지 못했다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메타(Meta)해로운 영상들을 걸러내지 못한 알고리즘의 오류 문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늘 해로운 영상들이 또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사를 관찰하고, 수집한다. 그런 다음에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모아서 분류한다알고리즘이 모은 자료들은 모든 사람을 끌어당긴다알고리즘 덕분에 우리는 자신의 관심사와 비슷한 사람들을 금방 찾을 수 있다그런데 최근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뜻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본 적 없는 해로운 영상들을 제대로 검열하지 못한 채 보여주고 있다알고리즘은 왜 우리가 원하지 않은 정보를 아무렇게나 보여주는 오류를 일으킬까?


나는 알고리즘 전문가가 아니다. 최근에 일어난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오류의 구체적인 원인을 모른다하지만 나는 알고리즘 오류와 관련된 한 가지 진실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이 진실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 그것은 바로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는 진실이다. 완벽해 보이는 알고리즘도 때때로 틀릴 때가 있다. 모든 알고리즘 전문가도 인정하는 진실이다.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실수하고 틀리는 알고리즘에 왜 수학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우리에게 친숙한 알고리즘은 전산공학(컴퓨터 공학) 용어로 알려졌지만, 이 용어는 수학에서 시작되었다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 또는 절차를 뜻한다. 수학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중 하나가 패턴(pattern)’을 찾는 일이다패턴은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알고리즘 최근린(最近隣) 또는 NN(nearest neighbor) 알고리즘이라고 한다AI가 일하는 방식은 마치 수학자들이 자연 현상에서 패턴을 찾는 일과 같다.


수학을 모르는 AI는 패턴을 식별할 수 없다. AI는 수학을 공부한다. 컴퓨터 시스템이나 기계가 패턴을 감지하고, 분류하기 위해 수학을 학습하는 과정을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라고 한다우리에게 친숙한 컴퓨터를 포함한 대부분 기계는 수학을 학습하면서 발전했다.


매년 꾸준히 공부한 사람도 가끔 문제를 풀다가 오답을 낼 때가 있다. 틀렸으면 다시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한 번 오류를 일으킨 AI는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한다. 이때 AI는 이전에 배웠던 수학을 반복하는 학습을 하지 않는다. 배운 적이 없는 새로운 수학을 공부한다. 따라서 AI가 학습하는 수학의 종류는 다양하다.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AI가 지금까지 공부한 수학 분야들을 소개한다. 기계 학습의 필수 수학 과목은 미적분, 확률 통계, 행렬 등이다.


AI는 똑똑해지려고 수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오류와 실수를 줄이려고공부한다. 대부분 사람은 점점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AI의 등장을 두려워한다영화 속 AI는 인간을 조종하는, 냉철한 악당으로 묘사된다그러나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수준에 도달해도 또다시 실수한다기계가 왜 수학을 공부하는지 이해한다면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다. 한 번 실수하면 수학(數學)을 수학(修學, 受學)[주1]하는 AI. 수학으로 단련하는 AI는 차갑지도 않고, 기계적이지 않다.


AI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 속에 있는 편견을 알지 못한다. AI 기술자는 AI가 기계 학습을 할 때 자료의 편견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꾸준히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교정하는 AI가 아니다. 스스로 학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편견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편견을 의심하지 않고, 편견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공부하지 않으며 자신이 주장하는 오류를 고치지 않는다.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 학습하는 AI, 

정확하지 않은 가짜 정보에 갇힌 답 없는 인간


, 이제 누가 악당이지?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1] 수학(修學): 학문을 닦음

수학(受學):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음.







* 12




 

 수학자 유지니아 쳉수학은 실재일까?(Is Math Real?)라는 책[주2]에서 수학을 배우는 과정이 점진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꼬물꼬물 발을 내디디면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듯하다가 느닷없이 뒤를 돌아보고서 어느덧 높은 산에 올랐음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약간의(때로는 다량의) 지적 막막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수학에서 진전을 거두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주2] 번역본: 유지니아 쳉, 성수지 옮김, 수학, 진짜의 증명: 우리 삶의 방정식을 구하는 수학의 즐거움(드루, 2024).





* 75




 

 오차를 제곱하여 평균하는 방법은 통계 및 미적분과 관계된 또 다른 이점이 있지만, 아직은 들여다볼 때가 아니다. 목표는 이 제곱 평균 오차(Mean squared error)’[주3]를 필터의 매개변수에 대해 최소화하는 것이다.



[주3] 정확한 명칭은 평균 제곱 오차. 제곱 평균 속도(mean square velocity)’라는 과학 용어가 있지만, 평균 제곱 오차와 관련이 없다. 제곱 평균 오차라고 단 한 번이라도 적힌 교재나 문헌이 있으면 이 주석은 틀린 것이다.





* 107




 


 토머스 베이스의 탄생 연도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에는 유쾌한 아이러니가 있다. 그는 “0.8의 확률로 1701년에 태어났다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사망일은 확실하다. 1761417[주4] 영국 로열 턴브리지 웰스에서 사망했다.


[원문]




 There’s delicious irony in the uncertainty over Thomas Bayes’s year of birth. It’s been said that he was “born in 1701 with probability 0.8.” The date of his death, however, is firmly established: April 17, 1761, at Royal Tunbridge Wells in England.



[주4저자와 번역자 모두 사망 날짜를 잘못 적었다토머스 베이스(베이츠)의 사망 날짜는 47이다위키피디아(Wikipedia)‘Thomas Bayes’ 항목의 주석(Note 1)베이스의 사망 날짜가 잘못 알려진 이유가 있다.






[링크]

https://en.wikipedia.org/wiki/Thomas_Ba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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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 2025-03-03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자입니다. 오류를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오표에 반영했습니다.
http://socoop.net/WhyMachinesLearn/corrections/

cyrus 2025-03-10 06:28   좋아요 0 | URL
저의 서평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학 분야의 책을 번역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번역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공들여 번역한 책, 잘 읽었습니다.

꼬마요정 2025-03-0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도움 되는 리뷰입니다. 누가 악당일지는 바로 알겠습니다. 근데 결코 쉬운 책이 아닐텐데 cyrus 님 리뷰만 보면 읽을만 한데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뭘까요. ㅎㅎ
(땡투 드렸어용^^)

cyrus 2025-03-10 06:31   좋아요 1 | URL
책에 수식이 많이 나와요. 어려우면 수식이 나오는 내용을 넘어가셔도 됩니다. 제가 수학 전공자가 아니라서 수식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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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4점  ★★★★  A-





우로보로스(Ouroboros)는 질기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이 뱀은 자신의 꼬리를 삼킨다. 꼬리가 먹혀도 다시 돋아난다











뱀은 둥글게 말아서 돌고 돈다(Round and Round). 영원히 죽지 않는다. 우로보로스는 무한과 순환을 상징한다.


원자(Atom)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그리스어 atomos)’ 것처럼 보여도, 잘만 쪼개진다. 한 개의 원자가 분해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이 나온다. 이들은 원자보다 더 작은 아원자 입자. 세상으로 뛰쳐나온 아원자 입자들이 다시 만나면 새로운 원자가 생긴다. 만약 원자가 절대로 분해되지 않는 속성을 가진다면, 생명체는 태어날 수 없다. 분해와 재결합을 무수히 반복하는 원자의 성질은 우로보로스와 같다. 원자는 죽지 않는다(Atoms Never Die).


인간은 원자들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생명체 중 하나다. 한 사람의 몸속에 들어 있는 원자의 개수는 얼마나 될까? 전 세계 모든 사막에 있는 모래알보다 무려 10억 배나 더 많다인간이 죽으면서 나온 원자들은 또 다른 생명체를 만든다. 모든 생명체는 원자에서 태어난다그렇다면 그 많은 원자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책으로 만들어진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4년)에 출연한 칼 세이건(Carl Sagan) 우리가 우주에서 온 특별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별 먼지(star stuff)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별이 폭발해서 우주 사방으로 산산이 흩어지는 별 먼지 속에 원자가 있다.


따라서 원자의 역사를 알려면 제일 먼저 우주에서 시작한다.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큰 우주의 씨앗은 원자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의 씨앗, 생명체의 씨앗이기도 하다. 원자는 다재다능한 입자다.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는 우주와 생명체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원자의 업적들을 정리한 책이다.


수많은 물리학자, 화학자, 천문학자, 생물학자들은 태초의 씨앗을 밝히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다그들의 연구는 동시대 과학자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비난을 받았다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그리려고 했던 프랑스의 화가 쿠르베(Gustave Courbet)보이지 않는 천사를 그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명백한 사실을 알고 싶은 과학자들은 확인 불가능한 보이지 않는 원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원자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는 원자의 실체를 부정한 과학자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원자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실험기구가 없었던 그 당시로서는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Thomas S. Kuhn)은 집단적인 인식을 패러다임(paradigm)’이라고 명명했다.[주1]









벨기에의 가톨릭 성직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는 아주 작은 원시 원자(primeval atom)가 폭발하는 순간 우주가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방정식을 이용해 우주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우주는 변함없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은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의 우주 팽창설을 거부했다. 그의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주2] 르메르트가 제시한 원시 원자 개념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빅뱅(Big bang) 우주론의 원형이다.


20세기 중반에 아원자 입자들의 정체가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당사 물리학자들은 기뻐하기보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 중 일부는 여전히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원자의 속성을 믿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반복되는 실험과 정밀한 측정을 중시한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상황을 찝찝하게 여겼다. 아원자 입자들이 발견되는 상황을 지켜본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Murray Gell-Mann) 모든 물질의 기본 입자는 원자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과감한 생각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유령과 같은 입자쿼크(quark)라는 괴상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쿼크는 독일어로 헛소리를 뜻한다.


이 책은 과학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여섯 가지 편향을 소개한다. 과학자도 인간이라서 때로는 착각하고,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그러나 가설과 이론을 의심하는 과학자들의 태도를 무조건 편향으로만 볼 수 없다. 과학적인 관점에 따라 의심하는 태도는 증거가 부실한 유사과학과 독단적인 편향에 맞서 싸우는 회의주의(scientific skepticism)’.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김동광 옮김, 까치, 2021)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이었다. 15년이 지난 후에 이 기록을 깬 과학책이 빌 브라이슨(Bill Bryson)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덕환 옮김, 까치, 2020).[주3] 이 두 권의 책은 잘 만들었지만, 단점이 있다








과학책의 역사를 정리한 책을 펴낸 브라이언 클레그(Brian Clegg)에 따르면, 호킹의 책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불친절한 책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3년에 출간된 책이다. 최신 과학 정보가 반영되지 않았다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에는 기본적인 과학 개념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2023년에 나온 이 책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보다 10년은 젊다.


책 속에 사소하지만못 본 척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옥에 티가 있다.



* 28쪽





 몇 년 후에 그는 교황 피우스 7에게 자신의 이론을 영적 진리에 대한 증거로 활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원문]

 

 Years later, he would ask Pope Pius XII not to use his theory as evidence of scriptural truth.



피우스(Pius)’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교황은 총 열두 명이다. 국내 천주교인들이 많이 쓰는 표기는 비오. 비오 7(Pius VII, 1742~1823)1800년에 바티칸에 입성한 251대 교황이다. 조르주 르메트르가 살아 있었을 때 활동한 260대 교황은 비오 12(Pius XII, 1876~1958, 재위: 1939~1958).



* 55





 그는 이 기묘한 입자를, ‘quack(돌팔이)’ 또는 ‘quork(꽥꽥거림)’라는 이름을 저울질하다가 제임스 조이스피네간의 야경(Finnegan’s Wake)에 나오는 쿼크(quark)로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Wake’깨어나다 또는 밤을 새다를 뜻하는 단어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고국 아일랜드에는 장례식이 끝난 후에 지인들끼리 모여 밤새도록 고인을 추억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풍습이 있다, 소설 제목의 ‘Wake’는 아일랜드의 장례 풍습을 뜻한다. 따라서 피네간의 야경은 오역이다정확한 제목은 피네간의 경야(經夜)’야경은 밤의 경치(夜景)’ 또는 밤에 순찰하는 일(夜警)’을 뜻한다.



* 92




 

 아폴로 10호 우주 비행사들이 달 궤도를 돌았던 것이 고작 두 달 전이었다. 이제는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최초의 달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버즈 올드린(Buzz Aldrin)과 함께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 한 사람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바로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 그는 두 사람과 함께 달 표면을 밟지 못했고, 우주선 조종을 담당하는 임무를 맡았다. 콜린스는 처음으로 달의 뒷면을 본 우주 비행사(넓게 보면 인간).



* 274~275






 

 1970년대에 발간된 식물의 사생활(The Secret Life of Plants) 때문에 식물 생리학은 유사 과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식물에 거짓말 탐지기를 연결한 실험을 통해서 식물이 인간의 감정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하는 전직 CIA 수사관의 책이었다. 그의 실험은 재현할 수 없었고, 그 책은 저명한 생물학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결국 식물이 지능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모두 초심리학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언급된 이 책의 정체는 식물의 정신세계: 식물도 생각한다(황금용 · 황정민 옮김, 정신세계사, 1993). 저자는 피터 톰킨스(Peter Tompkins)크리스토퍼 버드(Christopher Bird). 두 저자는 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뉴에이지 관련 서적을 펴냈다.







피터 톰킨스는 제2차 세계 대전에 종군 기자와 미국의 첩보기관 OSS(미국 전략사무국, Office of Strategic Services) 요원으로 활동했다. OSSCIA(중앙정보국)의 전신이다. 저자는 피터 톰킨스를 전직 CIA 수사관이라고 잘못 언급했다. CIA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인 1947년에 설립되었다.





영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Attenborough)1995년에 기획한 BBC 자연 다큐멘터리 제목도 식물의 사생활(The Private Life of Plants)’이다. 식물의 탄생 및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책으로도 나왔는데, 애튼버러가 썼다. 다큐멘터리 제목과 같은 책의 번역본(과학세대 옮김, 1995년, 절판)을 펴낸 출판사가 까치. 따라서 유사 과학으로 비판받은 피터 톰킨스와 크리스토퍼 버드의 책 제목을 식물의 사생활로 번역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 토머스 S. , 김명자 · 홍성욱 옮김, 과학혁명의 구조(까치, 2013)


[2] 데이비드 보더니스, 이덕환 옮김,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까치, 2017, 절판)


[주3] 브라이언 클레그, 제효영 옮김, 책을 쓰는 과학자들: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을유문화사, 2025), 304~307쪽.






<cyrus의 정오표>



* 108





 

베르헤른 폰 브라운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성홍 성홍(猩紅熱)






* 138




 

 1940년대에 오파린은 권력에 굶주린 생물학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마르크스주의적 유전 이론으로 스탈린의 호감을 얻은 토로핌 리센코와 손을 잡았다.


토로핌 리센코 트로핌 리센코(Trofim Lys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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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1-3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루스님 글을 읽을 때마다 원문과 비교해 책의 오류들을 짚어주시는 내용이 정말 재미있어요. 근데 어쩜 이렇게 사소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인지, 볼 때 마다 신기해요.

이윤기 선생님이 옮긴 저 책, 아주 옛날에 봤던 기억이 나네요.

알라딘 서재에서 논쟁이 있었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제가 어디 강연하러 갈 때마다 약간 논란이 되는 것이 원자력 발전과 핵 발전 이라는 단어 얘기인데요. 과거 과학자들이 쪼개지지 않는 최소 단위를 원자로 생각했던 것은 당연히 맞고, 이후 핵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나중에 핵폭탄을 개발하고, 이를 한참 후에 핵 발전으로 이어가는데요. 유독 일본과 우리나라만 핵발전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이라는 단어를 국가적으로 사용합니다. 영어로도 Nuclear power plant 가 아니라 Atomic power plant 라구요. 전세계에서 원자력 발전 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쓰는 나라가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거의 없고, 과학적으로도 핵분열(nuclear fission) 현상을 원리하는 발전이라 당연히 핵발전이 맞는데, 이걸 원자력이 맞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더라구요.

cyrus 2025-02-01 09:59   좋아요 0 | URL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에 호기심이 많아요. 그 단어 하나에 꽂히면 책 읽기를 멈추고, 단어를 알아보려고 조사를 해요.. ㅎㅎㅎ

일본은 두 번이나 핵폭탄을 맞은 경험이 있잖아요. 그래서 핵무기를 뜻하는 ‘Nuclear’ 사용을 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일본 정부와 과학자들, 관료들은 국민에게 원자력 발전소의 장점을 잘 전달하고 싶어 해요. 그러려면 원자핵을 홍보하거나 설명할 때 끔찍한 과거를 불러일으키는 ‘Nuclear’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할 거예요.
 
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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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과학상자는 공예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받고 싶은 선물이다. 열려라, 과학 나라!’ 장난감을 만들고 싶은 어린 마음이 주문을 외치자, 과학상자가 열린다. 상자 속에 여러 개의 부품이 있다. 어린이는 고사리손으로 부품들을 만지작거리면서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든다. 과학상자에 들어간 어린이가 장난감을 만들면, 과학상자는 발명가와 공학자를 만든다일 년 중 과학상자가 제일 많이 열리는 달은 과학의 날이 있는 4월이다








어린 과학자와 발명가들을 만날 때마다 활짝 열어준 과학상자가 43년 만에 닫는다. 과학상자를 잠그는 날은 124일이다. 24일이 지나면 과학상자를 영원히 열 수 없다.


과학책은 종이로 된 과학상자다. 과학책으로 들어간 독자는 공학자처럼 기계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까다로운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과학책이 기계 만드는 법과 실험 과정을 독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종이 과학상자 속에 들어있는 과학은 씩씩하다. 활발한 과학은 자신을 어려워하는 독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다. 반면 오랫동안 실험실에서 지낸 과학은 소심하다. 부끄럼쟁이 과학은 독자를 만나는 일을 어려워한다. 실험실에 갇힌 과학이 유일하게 친한 사람은 자신을 정성껏 돌봐준 과학자다


실험실에서 태어난 과학은 갓난아기다. 아기 과학의 어버이는 과학자들이다. 아기 과학은 말랑말랑한 가설이다. 어수룩한 과학은 실험실 안에서 아장아장 걷기만 할 뿐 말하지 못한다과학이 어른이 되려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그리고 과학자들의 정교한 관리(검증)를 받아야 한다. 어버이 과학자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과학은 커서 고집이 센 도그마(dogma)’가 된다. 명성에 집착한 과학자는 과학을 악용한다. 이들은 자신의 실험실에서 태어난 과학이 잘못되었는데도 무조건 옳다고 주장한다. 실험실 생활을 청산한 어린 과학은 어버이의 손에 이끌려 을 만난다. 과학은 글을 만나는 순간 말하는 과학책이 된


기존 과학사의 주인공은 현미경, 망원경, 대형 강입자 충돌기와 같은 실험 기구와 과학자의 이름이 붙여진 법칙이다《책을 쓰는 과학자들: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의 주인공은 과학사의 조연을 맡은 과학이다. 이 책을 펼치면 실험 기구를 다루는 과학자가 아니라 펜을 쥔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25백여 년 동안 과학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다. 과학자는 자식 같은 과학 지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기록했다. 과학책은 초보 단계인 가설에서 시작된 과학이 어엿한 지식이 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앨범이다. 책은 지식을 보관하는 종이 상자다. 과학자들이 종이 과학상자를 만들지 않았다면, 과학은 실험실에서 조용히 지내다가 사라졌을 것이다. 종이 과학상자 안에 과학자의 이름도 들어 있다과학자는 죽어서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면 책 한 권을 써서 남겨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과학책은 과학의 역사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생애를 말해주는 산증인이 된다.




최초의 과학책은 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진 그리스, 중국, 인도, 중동 지역에서 나왔다. 과학상자 1호(책의 1장)는 파피루스와 양피지에 쓴 문서다. 비록 우리가 아는 책의 형태와 다르지만, 보존이 잘 된 과학 문헌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아랍 출신 과학자들은 잊힐 뻔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의 저서를 발굴했다. 그들은 그리스 과학자들의 저서에 드러난 부정확한 지식을 솎아냈고, 빈자리에 자신들이 발견한 과학적 사실을 채워 넣었다. 중동에서 성장한 수학과 의학은 다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과학상자 1호는 과학자들만 읽을 수 있는 기록물이었다. 중세와 르네상스 과학자들은 라틴어로 글을 썼다. 라틴어는 지식인들의 공통 언어였다. 초창기 과학상자는 대중 친화적 과학책이 아니었다하지만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대중도 읽을 수 있는 과학상자 2호(책의 2장)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1632년에 출간된 대화: 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를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로 썼다.





과학자(scientist)’라는 단어는 1834년에 만들어졌다. 1834년 이전에 활동한 과학자들은 자연철학자로 불렸다. 19세기에 대중을 위한 과학상자 3호(책의 3장)가 많이 나왔다과학상자 3호에 속하는 과학책 중에 현재 고전으로 알려진 책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과학상자 3호는 진화론 논쟁을 촉발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종의 기원이다. 소탈한 성격의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자신의 직업을 과학자라기보다 과학 전문 강연가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는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 강의를 진행했는데, 강의 주제는 촛불이 붙은 양초였다. 패러데이는 과학 강의를 요약한 촛불의 과학을 썼다.





20세기에 만들어진 과학상자 4호(책의 4장)를 열면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만날 수 있다. 이 세 가지 이론은 절대불변의 진리로 극진하게 대접받은 뉴턴(Isaac Newton)의 고전 역학과 유클리드(Euclid) 기하학을 뒤집었다과학상자 5호(책의 5장, 마지막 장)는 우리에게 친숙한 과학 스테디셀러. 칼 세이건(Carl Sagan)코스모스와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시간의 역사등이 있다.


책을 쓰는 과학자들에 언급된 대다수의 과학자는 남성이다. 저자는 여성 과학자들의 글쓰기를 허용하지 않은 과학의 불평등성을 지적한다. 그런데 출판물로 인정받은 책에 중점을 두고, 과학적 글쓰기의 역사를 살핀다면 글 쓰는 여성 과학자가 보이지 않는다. 여성 지식인들은 남자 이름으로 느껴지는 가명을 내세워 책을 썼다. 그리고 동료 지식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지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여성 과학자들의 편지, 일기, 판매 목적이 아닌 기록물 속에도 과학이 있다. 저자가 강조한 대로 글이 과학을 만들었다면,책이 아닌 글에도 주목해야 한다. 실험실이라 할 수 없는 다락방. 그곳에, 과학에 미친 여자들이 살았다. [주1]


책을 쓰는 과학자들은 단순히 과학책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과학책들의 단점과 한계까지 알려준다. 알프레트 베게너(Alfred Wegener)대륙과 해양의 기원이라는 책을 써서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지질학자들은 거대한 땅덩어리가 이동한다는 발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저자는 베게너가 대륙의 이동 속도를 과장했으며 지질학자들이 이해할 만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제임스 왓슨(James Watson)이중 나선DNA의 이중 나선 구조가 밝혀지는 과정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왓슨의 글쓰기를 칭찬하면서도 저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전하는 승리의 이야기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조만간 장난감을 만들 수 있는 과학상자가 사라지지만, 종이 과학상자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과학책은 살아 있다. 하지만 과학 지식을 저장하는 종이 과학상자도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 새로운 지식이 들어 있지 않은 종이 과학상자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유사 과학이 담긴 종이 과학상자의 유사품도 있다과학책을 객관적인 책이라고 믿는 것은 과학을 가치중립적 학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과학은 반증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학문이다. 객관성과 가치중립성을 의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학 지식의 한계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이런 과학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잘 만든 과학책은 과학을 공부하지 않은 독자를 배려할 줄 안다. 그리고 난해한 과학 지식을 최대한 쉽게 풀어 써서 알려준다. 하지만 오류로 확인된 과학 지식을 걸러내지 못할 때도 있다. 과학자들은 기존의 과학 이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해 글을 썼다글이 있어서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과학자들의 도전적인 글쓰기 덕분에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


살아있는 과학책은 과학적으로 비판하는 독자를 위해 항상 열려 있다.






 <cyrus가 쓴 주석과 정오표>







[1] 19세기 여성 문학사를 정리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함께 썼음, 박오복 옮김, 북하우스, 2022)의 책 제목을 패러디한 문장이다.





* 254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는 한 화학자가 화학 결합을 자세히 밝혀내는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서로 다른 원소가 연결되어 더 큰 구조를 이루고 화합물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1901년에 폴란드에서 태어나[주2] 노벨 화학상과 평화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역사상 네 명뿐인 노벨상 2회 수상자가 된 라이너스 폴링이 그 주인공이다.

 

[원문, 201]


 Meanwhile, on the other side of the Atlantic, an American chemist was making fundamental contributions to understanding the chemical bond, the mechanisms by which different elements link together to from larger structures and compounds. Born in Portland in 1901, Linus Pauling was one of only four people to win two Nobel Prize-in his case, in Chemistry and the Peace Prize.



[2]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Portland)에서 태어났다. 폴란드(Poland)’는 오역이다.





* 264



 해양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침묵의 봄이전에 해양 생물에 관한 저서를 두 권 썼고, 꽤 큰 성공을 거두었다. [주3]



[3] 침묵의 봄은 살충제 DDT의 위험성을 지적한 과학책으로, 환경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침묵의 봄이 레이철 카슨(Rachel Carson)의 대표작으로 많이 소개되면서 바닷속 생물을 주제로 한 카슨의 과학책이 묻히는 편이다. 침묵의 봄에만 주목한 저자는 해양 생물에 관한 저서 두 권의 제목을 언급하지 않았다.

 

카슨의 첫 번째 책은 1941년에 출간된 바닷바람을 맞으며(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2017). 1951년에 두 번째 책 우리를 둘러싼 바다(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2018)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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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1-13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유, 아쉽게 됐네. 난 과포자로 살다보니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랬다. 43년이나 됐다니. 저걸 첨 보고 읽기 시작한 어린이들이 지금은 중년이란 말이잖아? ㅋ
소개해 준 책도 재있을 거 같다. 신간이라 지금은 좀 그렇고 나중에 혹시 중고샵에 보이면 그때나 노려 보마.
잘 지내지? 책 모임 잘하고 있고. 올해도 너의 소식 기대할게. 새해 복 많이 받고, 만사형통해라!^^

cyrus 2025-01-20 06:26   좋아요 1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주는 잔업을 하는 주간이 되는 바람에 퇴근 후 책을 못 읽었고, 글도 제대로 못 썼어요.. ^^;;

마힐 2025-01-13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 상자가 아직까지 있었는지 몰랐었네요. 제가 초딩 때 (그 시절에는 국민학교 였죠) 만 해도 학교에서 과학 상자 경연 대회가 있었어요. 학급마다 선수를 뽑아서 과학상자의 부품을 가지고 비행기나 포 크레인 같은 것을 만드는 경연 대회 였었죠. 저도 참가 했다가 본선에서 탈락했었죠..ㅎㅎ
그 뒤로 까맣게 잊어었는데 cyrus님 덕에 옛날 생각이 나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 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_()_

cyrus 2025-01-20 06:29   좋아요 1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딱 일 년을 국민학교에 다녔어요. 그다음 해에 초등학교가 되었죠.. ㅎㅎㅎ 아마도 우리 세대가 과학 상자를 알고 있는 마지막 세대일 거예요. ^^

공쟝쟝 2025-02-0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서점에서 실물로 봤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읽진 않아도 소장각. 이지만 소장하기엔 주머니가 가난해서 놓고 나왔습니다! 도판들만 봐도 후덜덜 이었는데, 하지만 내용은 몰랏음!! 덕분에 ㅋㅋ 한번 더 눈도장 찍어요!
 
다 큰 사람들을 위한 수학책 - 26가지 수학 원리로 가볍게 익히는 수 감각
에디 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반반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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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3.5점  ★★★☆  B+






잘 만든 음악은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발자국이다우리는 지금도 음악인들이 남긴 발자국을 듣는다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우주인이다그는 달을 걷는 순간을 위대한 도약(giant leap)’이라고 표현했다








피부가 하얀 암스트롱이 깜깜한 우주로 올라가기 2년 전에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은 음악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1967년에 루이 암스트롱은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순간들을 표현한 노래를 불렀다입이 큰(Satchmo) 암스트롱의 목소리는 뜨겁다그의 노래에 사람들의 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열기가 있다시간이 지나도 노래를 달군 열기가 식지 않았고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곡이 되었다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뜨거운 발자국이 된 이 노래의 제목은 <What a Wonderful World>.


만약에 피타고라스(Pythagoras)가 루이 암스트롱처럼 재능이 뛰어난 음악인이었으면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 감탄하는 노래를 부르고 다녔을 것이다피타고라스는 아름다운 모든 것에 수학이 있다고 믿었다피타고라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숫자를 특별하게 여겼다지금도 여전히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수학자들이 있다호주의 수학 교사 에디 우(Eddie Woo)는 수학을 가르치는 유튜버다수학 강의 콘텐츠를 올리는 에디 유의 유튜브 채널 이름은 우튜브(Wootube)’그는 수학으로 가득한 세상이 멋진 이유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을 썼다책 제목은 <Woo’s Wonderful World of Maths>.


호주에서 태어난 수학책은 새해 첫 주에 우리나라로 왔는데, 제목이 달라졌다다 큰 사람들을 위한 수학책: 26가지 수학 원리로 가볍게 익히는 수 감각숫자와 수학 문제를 보면 질색하는 어른들을 위한 수학책이다저자는 수학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자신의 학창 시절을 술회한다그는 열아홉 살에 수학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저자는 어떻게 수학과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을까?


수학의 재미에 푹 빠진 저자는 호기롭게 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을 향해 말한다우리 모두는 수학자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학자는 문제를 푸는 과정을 찾는 사람이다그런데 저자는 수학자들의 진짜 관심사가 패턴(pattern)이라고 말한다패턴은 늘 똑같이 유지된다그래서 패턴을 바라보면 안정감이 느껴진다언뜻 보면 혼잡해 보이는 자연 속에 안정적인 패턴이 숨어 있다우리는 무지개를 만나면 알록달록한 색에 주목한다그렇지만 자연 속에 숨은 패턴을 즐겨 찾는 사람은 무지개가 왜 곡선으로 뜨는지 알고 싶어 한다구름 속에 있는 수많은 물방울이 무지개를 만든다물방울의 실제 모습은 둥그런 모양이다빛이 둥그런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면 굴절이 일어나고물방울을 통과한 빛은 여러 색으로 분산된다패턴을 좋아하는 수학자는 둥글둥글한 패턴의 물방울이 무지개를 만든다라고 설명한다들쭉날쭉한 해안선이나 눈송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계속 되풀이되는 반복적인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이러한 패턴을 프랙털(fractal)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규칙적인 형태의 패턴을 선호한다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뇌는 패턴을 탐지하는 기계. ‘수학적 본능에 충실한 사람은 패턴 찾는 일을 좋아하거나 패턴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다수학은 크게 응용수학과 순수수학으로 나뉜다응용수학은 실생활에 적용되는 수학이다금전적인 손해를 최대한 피하면서 돈을 모으고 싶으면 응용수학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응용수학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인내심이 필요한 수학 분야라면 순수수학은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수학이다순수수학은 사람들에게 문제를 풀어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순수수학은 멋쟁이다. 수학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패턴을 연구하는 수학자는 순수수학자에 가깝다그런데 똑똑한 수학자의 뇌도 종종 실수하며 오류를 일으킨다수학적 패턴의 아름다움에 너무 집착하면 증명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때로는 아름다운 수학적 진리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고 싶지 않아서 사소한 오차를 무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연 속에 숨어 있는 패턴 중 가장 유명한 황금비를 소개한다황금비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아름다움의 기준이다황금비의 근삿값 1.618이다황금비를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예시가 나선 형태의 앵무조개황금비를 연구한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예술을 대표하는 파르테논 신전이 황금비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고 주장한다수학 문제를 풀기 싫어하는 사람도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황금비의 신비한 효과를 믿는다.








테디 우 선생은 황금비가 적용된 파르테논 신전을 자신의 책에 언급하지 않았다테디 우의 책을 추천한 키스 데블린(Keith J. Devlin)은 황금비가 수학적 진실로 잘못 알려진 세태를 비판한 수학자데블린은 2006년에 발표한 <The Math Instinct>라는 책에 파르테논 신전이 황금비로 세워졌다는 증거가 없으며 실제로 건물을 측정하면 황금비의 근삿값과 다른 수치가 나온다고 했다







2014년에 방영된 ‘EBS 다큐 프라임’의 <황금 비율의 비밀>(2부작)에 키스 데블린이 출연했는데 여기서도 황금비에 대한 잘못된 통념(고대 그리스인들은 황금비를 알고 있었다.’)을 지적했다.


테디 우의 설명에 따르면 황금비는 자연이 만들어 낸 모양인 동시에 미를 추구하는 인간이 만들어 낸 모양이다(87). 하지만 대부분 수학자는 증명을 통해 황금비가 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자연은 황금비를 완벽하게 만들 수 없다황금비는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드러내는 수치가 아니다숫자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착각이 만들어 낸 수치다.


과장된 황금비의 실체를 숙지한 상태에서 이 책의 19장을 읽으면 모순을 만나게 된다. 19장의 주제는 수학적 증명이다. 테디 우는 수학적 진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234)수학적 진실로 알려진 황금비가 거짓으로 증명된 이상수학적 진실이 변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믿음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 





<cyrus가 쓴 주석>






[1] 다 큰 사람들을 위한 수학책은 반반북스 출판사가 펴낸 첫 번째 책이다출판사 이름인 반반의 의미는 때로는 흐름을 거스르고(보편을 거스를(줄 아는 정신을 뜻한다.






* 41

 

 유클리드는 고대 그리스 황금기에 육체노동을 멀리하고 여가를 즐기는 꿈같은 상류층의 삶을 살았지만유희에 빠지기보다 철학적 사유에 골몰하며 당대 그리스인들의 핵심적인 믿음 중 하나를 이론으로 체계화하는 업적을 남겼다그 믿음은 바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신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것들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는 믿음[2]이었다고대 그리스인들의 눈에 실제 세계의 나무는 이상적인 나무를 변형시킨 복제품이었고인간이 만든 건축물은 신들이 사는 성스러운 올림포스산의 신전들을 어설프게 따라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2] 그리스인들의 자연관은 플라톤(Plato) 철학의 핵심 개념인 이데아(idea)’와 관련이 있다이데아는 현실 저 너머에 있는 완벽한 원형(原形)이다현실에 있는 만물은 이데아를 모방한 것이다플라톤은 선()의 이데아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티마이오스(김유석 옮김아카넷, 2019)는 선의 이데아를 모방한 우주를 다룬 대화 편이다이 책에 언급된 데미우르고스(dēmiurgos)는 우주를 만든 신적인 존재이다.






* 251

 

 수학에서 다루는 개념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다수학 개념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인물에 의해 거듭 발견돼 온 것도 그 때문이다그중에서도 미적분의 발명은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17세기에는 미적분의 최초 발명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수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와 아이작 뉴턴이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미적분의 창시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오늘날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주3]



[주3] 수학은 서구에서 시작된 학문이 아니다수학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학문이었으며 독자적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미적분의 역사는 유럽이 아닌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미적분의 최초 발견자에 대한 논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케이트 기타가와 · 티머시 레벨 함께 씀이충호 옮김서해문집, 2024)를 참고하면 된다유럽 백인 남성 중심 수학의 역사에 오랫동안 가려진 비유럽 국가의 수학과 여성 수학자들의 업적을 주목한 책이다.





* 312





 균형 이루지 못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멸종이 불가피하므로 자연은 반드시 평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균형 → 균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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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잃어버린 여성 - 신, 물리학, 젠더 전쟁
마거릿 워트하임 지음, 최애리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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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코스모스(cosmos)는 여름 바람이 식어가는 가을에 피는 꽃이다. 코스모스는 원래 질서 또는 조화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꽃보다 과학을 떠올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스모스는 질서정연한 우주를 표현할 때 쓰는 단어가 되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덕분에 그리스가 원산지인 코스모스는 시들지 않았다(꽃 이름은 그리스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꽃의 원산지는 멕시코다). 대중이 과학과 친해지길 바란 칼 세이건은 1980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 출연했다. 브라운관을 채운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종이 위에 피어나 한송이의 책이 되었다. 세이건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코스모스의 자녀라고 말했다.[주1] 우리는 우주의 별에서 왔다. 유기물이 들어 있는 별 먼지들이 모여서 ‘창백한 푸른 코스모스(pale blue cosmos), 지구가 피어났다.[주2]


과학자들은 코스모스 우주론’을 매우 좋아한다. 코스모스 우주는 완벽할 정도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우주는 아름다운 예술과 같다. 코스모스 우주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눈여겨 본 과학자가 피타고라스(Pythagoras). 피타고라스는 모든 덕은 조화(harmonia)’이며 좋은 것도, (god)조화라고 했다.[주3] 우주에 질서를 부여한 존재는 조화로운 신이다. 피타고라스는 수()를 만물의 근원으로 이해했다. 피타고라스는 코스모스 우주가 완벽한 비율로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상상했다. 피타고라스에게 수와 수학은 신이 만들어낸 우주를 듣기 위한 보청기였다.


세이건은 중세가 시작되면서부터 서양 과학이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1,000년이나 지속된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표현한다. 이 기간에 종교는 과학을 이단 학문으로 규정하여 탄압하고 학살했다. 교황과 성직자들에 의해 쫓겨난 과학은 학문에 관심이 많은 이슬람 국가로 도피했다. 무슬림 과학자들은 이방의 나라그리스에서 온 과학을 보듬어주었다세이건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특히 종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로마가톨릭이 장악해 버린중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종교가 과학을 박해했다고 믿는다. 종교의 폐해를 고발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과학자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로마 교황청은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고 확신한 갈릴레이를 이단 심문소로 소환했다. 처형과 종신형을 겨우 피한 갈릴레이는 가택 연금 처분을 받았다종교를 비판한 18세기 계몽주의자들은 천 년 동안 죽어 있던 코스모스가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피었다고 주장했다. 계몽주의자에게 과학은 코스모스의 씨앗이라면 이성은 코스모스를 활짝 피게 해주는 거름이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과학과 종교의 갈등 관계의 관점으로 과학사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과학과 종교가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중세는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중세 지식인들의 서재에 고대 그리스 과학이 자취를 감춘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에 관심이 있는 수도사들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갈릴레이 재판 사건은 반종교주의자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갈릴레이는 가톨릭 신자였다. 그와 친분이 있는 성직자들은 과학을 배척하지 않았다. 로마가톨릭은 과학의 후원자였다. 비록 가톨릭이 선호하는 과학은 천동설(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설)이었지만, 성서의 교리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 과학 이론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가 두려워한 세력은 가톨릭이 아니라 대학교수가 된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와 추종자들은 실험과 관측을 건너뛴 채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자신들이 믿는 지식과 상반되는 견해를 무시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과학의 발전을 막은 주범은 종교가 아니라 지식의 수정을 거부한 보수적인 과학자들이었다.


과학 친화적인 종교는 코스모스 우주론을 활짝 피게 해준 거름이다. 교회는 과학의 정원이 있는 경건한 온실이었다. 가톨릭과 기독교 신자들은 과학의 정원에 마음껏 드나들었고, 성직자들은 코스모스를 소중히 보살피는 정원사가 되었다. 그러나 코스모스가 필 무렵에 여성은 온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과학과 종교는 합심하여 여성이 과학의 정원에 발을 내딛지 못하게 했다.


물리학이 잃어버린 여성: , 물리학, 젠더 전쟁과학과 종교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자란 코스모스를 보여준다. 이 책을 쓴 마거릿 워트하임(Margaret Wertheim)은 종교가 없었으면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논리적이며 객관적으로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신이 만든 코스모스 우주를 이해하고 싶어서 과학을 연구했다. ‘조화로운 신에 지나치게 심취한 피타고라스는 훗날 피타고라스학파로 알려진 비밀스러운 공동체를 이끄는 교주가 되었다. 피타고라스학파가 소멸하여 사라진 뒤에도 질서가 잡힌 자연 세계를 탐구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성경을 열심히 읽은 중세 과학자들은 신을 과학자 또는 수학자로 인식했다. ‘중세의 가을이 최고조로 무르익은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자 그리스도적인 코스모스가 만개했다. 이 시기에 활동한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는 피타고라스의 정신을 물려받은 과학자였다. 그의 천문학은 수학적 창조주인 신을 위한 학문이었다. 조화로운 우주를 좋아한 코페르니쿠스는 모든 천체의 궤도가 완벽한 원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뉴턴(Isaac Newton)은 자신의 과학이 신을 탐구하는 데 유용한 지식이 되기를 바랐다.


저자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등과 같이 종교에 협력한 과학자들을 사제(司祭)’에 비유한다. 그러면서 과학의 사제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물리학과 수학은 남성 과학자들의 텃세가 유독 심한 과학 분야이다. 저자는 가톨릭-기독교 남성 중심의 과학을 수학적 인간(Mathematical man)으로 의인화한다. 영국의 페미니스트 언어학자 데버라 캐머런(Deborah Cameron)남성 지배 사회에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 남성은 정권이나 지도부를 독점하거나 지배하고, 정치적 의사 결정에서 여성보다 더 많은 발언권을 지닌다.

 

* 남성은 여성보다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을 소유하거나 통제한다.

 

* 남성의 활동, 직업, 문화적 산물, 사상, 지식은 여성의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데버라 캐머런, 강경아 옮김, 페미니즘》, 

신사책방, 2022년, 

24~25쪽)




종교의 권위가 약해졌어도 남성 지배 사회는 건재했다. 남성 계몽주의자들도 수학적 여성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권 신장에 반대한 그들의 견해에 따르면감성에 손쉽게 지배당하는 여성은 과학을 이해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여성에 대한 수학적 남성의 편견은 절대불변의 진리가 되었고, 남성 과학자들은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워 수학적 여성의 과학적 열망을 억눌렀다. 계몽주의 사상을 지지하는 남성 과학자들은 영국 왕립학회를 설립했다. 그런데 왕립학회는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왕립학회의 초창기 회원들은 과학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독신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수학적 여성은 독신녀가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여성은 결혼하지 않으면 경제적 자원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수학적 인간’은 남성이 지배하는 가부장적 과학의 산물이다. 


오늘날의 과학은 교회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신이 만든 우주를 규명하는 일이 숙원이었던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유명해진 덕분에 물리학은 과학의 꽃이 되었다. 물리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인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을 하나로 통합해서 설명하는 만물이론(Theory of Everything, ToE)이다. 과학의 정원은 연구소와 천문대 그리고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발전소에 있다. 저자는 만물이론을 알고 싶어 하는 과학자들의 열망 속에도 우주의 신적인 원리를 이해하려는 종교적 기조가 스며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물리학자들은 만물이론 연구에 쓸 예산을 많이 받길 원한다. 저자는 과학이 대중의 실생활에 동떨어진 학문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결국 대중은 과학을 어렵고 지루한 학문으로 인식한다. 대중과의 소통이 익숙하지 않은 과학자들은 논문 쓰기에 여념이 없다. 수학적 여성들이 물리학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은 더 높아진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결과 순정이다. 하지만 코스모스 우주를 좋아하는 과학은 순수하지 않다. 객관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과학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가 정의한 과학은 지저분한 과학이다. 지저분한 과학은 종교를 포함한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 학문이다


물리학이 잃어버린 여성1995년에 출간된 책이다. 원서 제목은 피타고라스의 바지(Pythagoras’ Trousers)’.[주4] 저자는 종교와 과학계의 여성 차별이 불가분 관계임을 쉽게 설명했다. 하지만 저자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톺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성과 같은 이분법이 여성의 물리학 진출을 막는 문화적 관성이라고 지적한다(352쪽). 저자가 과학을 의인화해서 표현한 수학적 인간에는 수학적 남성수학적 여성’이 있다. 과학 연구에 참여해야 하는 수학적 여성이 생물학적 여성을 전제한다면 젠더 이분법(gender binary)의 한계를 답습하게 된다. 저자는 수학을 연구하는 여성의 역량이 남성보다 떨어진다고 보는 성차(性差)를 비판하기 위해 미국의 생물학자 앤 파우스토스털링(Anne Fausto-Sterling)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349). 파우스토스털링은 남성중심주의와 이성애주의(heterosexism)를 옹호하는 생물학을 비판한 페미니스트 생물학자다. 이성애주의는 남성과 여성이 만나고 사랑하는 것을 정상으로 규정한다. 이성애주의의 문제점은 남녀 간의 성차를 강화하고, 이성애주의의 기준으로 비정상’에 속한 동성애와 젠더퀴어(genderqueer) 차별한다. 파우스토스털링은 성차의 한계를 넘어서서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두 개의 성이 아닌 다섯 개의 성을 제안한다.[주5


수학적 남성수학적 여성만 존재하는 과학은 또 다른 차별을 만든다. 이성애주의의 잔재가 남은 과학은 젠더 이분법에 속할 수 없는 성소수자를 희미하게 만든다. 이런 과학은 성소수자를 비정상적으로 취급하는 우파 기독교의 우군이 된다과학과 종교가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조화롭고 안정적인 사회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여성과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과학과 종교는 잘못된 만남이다.





[1]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 477.

 

[2] 칼 세이건, 현정준 옮김, 창백한 푸른 점, 사이언스북스, 2001.

 

[3]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김주일, 김인곤, 김재홍, 이정호 함께 옮김,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2, 나남출판, 2021. 8권 피타고라스학파, 175.








[주4] 물리학이 잃어버린 여성1997년에 원서 이름을 그대로 옮긴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책의 부제는 여성의 시각에서 본 과학의 사회사출판사는 사이언스북스이다. 번역자는 최애리. 이번에 나온 물리학이 잃어버린 여성번역을 다시 맡았다. 물리학이 잃어버린 여성피타고라스의 바지의 구판인 셈인데, 번역자와 출판사는 구판이 출판된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주5] 티에리 오케, 변진경 옮김, 셀 수 없는 성: ‘두 개의 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오월의봄, 2021, 36.

 






※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 297, 옮긴이 각주 [닐스 보어]


 덴마크 물리학자. 특정 원자핵의 비대칭 모양과 그 이유를 규명하여 1975 노벨상 수상[주6]



[주6] 연도 오류닐스 보어(Niels Bohr)1922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 297, 옮긴이 각주 [하이젠베르크]


1933 노벨상 수상. [주7]



[주7] 연도 오류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1932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 337




 

리정다오(Tsung-Dao Lee, 1926~ ) [주8]



[주8] 올해 84일에 별세했다.





* 356

 

 SSC 사업은 본래 2억 달러 예산으로 시작되었으나, 1993년 중반에는 100억 달러로 확대되었으며, 일각에서는 사업 완료까지 130억 달러는 들리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 시점에 다다르자, 국회에서 플러그를 뽑았다. 이는 만물이론 학계로서는 커다란 좌절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꿈은 절대로 무산되지 않았다. 유럽 공동체가 자신들의 초가속기, 대형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를 지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여전히 관련 정부들은 재정 지원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LHC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훨씬 적어서 100억 파운드(150억 달러) 정도이며, SSC만큼 강력하지는 못하지만, 그것도 통일 영역에서 새로운 전망을 보여줄 희망이 있다. [주9]



[주9] 이 책이 출간된 1995년에 LHC 건설이 승인되었다. 건설비와 실험을 위한 예산 등이 포함된 LHC 프로젝트의 예상 비용은 32~64억 유로(46천억 원)였다. 그러나 비용이 늘어나면서 건설 속도가 더뎌졌다. 우여곡절 끝에 건설이 완료되었고, 2008910일에 가동하기 시작했다.





* 미주, 390





Nicolaus Cusanus, De docta ignorantia [주10]



[10]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조규홍 옮김, 박학한 무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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