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크툴루 신화 대사전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히가시 마사오 지음, 전홍식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3점  ★★★  B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와 함께 미국 공포문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작가이다러브크래프트의 에세이 공포문학의 매혹(Supernatural Horror in Literature, 1927)은 기성 문학에 가려진 공포문학 작품들을 양지로 드러나게 한 글이다이 글의 시작을 알린 첫 문장은 공포문학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된다.



* 공포문학의 매혹(홍인수 옮김, 북스피어) 중에서, 9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미지에 대한 공포다.



러브크래프트가 선호한 공포소설은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그래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속에는 초자연적인 미지의 존재 앞에서 두려워하고, 정신이 처참히 무너지는 무력한 인물들이 나온다그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친다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크툴루의 부름(The Call of Cthulhu, 1928)은 그의 작품 세계관이 드러난 작품이다크툴루는 인류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지구에 지배했던 신적 존재이다러브크래프트는 크툴루 이외에 다양한 고대의 신들을 묘사했다. 후대의 작가들은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고대의 신들을 모티프로 한 창작물을 썼고러브크래트프의 작품 세계관이 반영된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를 완성시켰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일찍 소개된 나라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감명받은 일본 작가들이 많았고, 크툴루 신화는 일본의 대중문화에 영향을 주었다크툴루 신화 대사전은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책이다이 책은 1995년에 처음 발간되었고, 현재까지 개정 5판이 나왔다. 국내에 번역된 크툴루 신화 대사전2018년에 나온 개정 5판이다.


이 사전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과 크툴루 신화 세계관에 나온 고대의 신들, 등장인물 이름, 지명, 기타 용어들을 소개하고 집대성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준 작가(공포문학의 매혹에 언급된 작가들)와 그에게 영향받은 후대의 작가들도 나온다이 책의 뒤표지에 크툴루 신화 체계와 러브크래프트 문학에 입문하는 최고의 안내서라는 문구가 있다. 냉정하게 보자면, 크툴루 신화 대사전은 입문용 도서로 적합하지 않다최고의 안내서도 아니다


국내에 생소한 서구권 작가들이 많다. 공포문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가 아니라면 그들의 이름과 작품명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전 항목의 구성 방식 아쉽다. 러브크래트트의 작품에 등장한 가상 인물과 작품에 언급된 실존 인물을 명확히 구분해서 소개해야 하는데, 가상 인물과 실존 인물이 용어라는 범주(category)로 분류되어 있다스페인의 화가 고야(Goya, 사전 14~15쪽)와 이탈리아의 화가 살바토르 로자(로사, Salvator Rosa, 사전 152쪽)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속에 잠깐 언급된 실존인물이다그런데 이 두 사람은 용어에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소설을 쓴 실존 인물은 작가라는 범주에 들어있다. 흔히 작가를 글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작가의 의미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사전의 항목 분류가 세밀하지 않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는 국내에 출간된 작품명을 번역본 제목으로 소개했으며 출판사 이름까지 밝혔다사전을 보는 독자가 번역본을 읽을 수 있도록 역자가 꼼꼼하게 번역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하지만 엄청 많은 사전 항목의 내용(항목이 몇 개인지 세어보지 않았으나 대략 500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을 한 사람이 전부 옮기다 보면 실수할 수 있고, 오역도 할 수 있다. 정체불명의 이름과 오자가 많이 보인다(사전에 있는 모든 오자와 오류를 정리한 글은 다음에 공개하겠다. 그 글의 제목은 크툴루 신화 오식 대사전’이). 오류가 많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사전은 최고의 안내서’라고 할 수 없.


그래도 크툴루 신화 대사전최악의 안내서’는 아니다사전의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부록은 읽어볼 만하다.그 후의 크툴루 신화는 크툴루 신화의 탄생 배경과 신화 창작에 기여한 작가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러브크래프트가 있는 일본 문학사는 러브크래프트가 일본 문학에 영향을 끼친 장면들을 정리한 글이다. 독자는 이 글에서 일본 문학사를 정리한 책에서 보기 힘든 일본 장르 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부록은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 요긴한 자료가 될 수 있다내 눈에는 이 사전의 배꼽이 배보다 더 크게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 음식, 죽은 음식 -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을 먹도록 설계된 동물인가
더글라스 그라함 지음, 김진영 외 옮김 / 사이몬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2점   ★★   C





나는 비건(Vegan)은 아니지만,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다. 고기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먹는다. 불에 구운 고기(삼겹살 구이)보다 끓는 물에 푹 삶은 고기(수육)를 더 좋아한다. 건강을 위해 채소와 과일을 먹는 사람이라면 산 음식, 죽은 음식에 눈길이 가게 된다. 원제는 ‘80/10/10 Diet’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과일을 많이 먹는 식단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면서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과일을 먹는 영장류(frugivore)’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진화해왔다면서다윈(Darwin)의 진화론과 충돌하는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에 가까운 입장이다. 후술하겠지만, 지적 설계론은 과학으로 보긴 어렵다과일을 주식으로 삼되, 부수적으로 채소를 먹는 식단을 권한다. 다만 저자는 다른 음식을 일절 먹지 않고, 오로지 과일만 먹는 극단적인 식단을 권장하지 않는다.


과일과 채소가 몸에 좋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당뇨를 앓는 사람이나 만성 신부전증 같은 신장질환자는 과일이나 채소 섭취도 조심스럽다. 과일 자체 당분이 높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당뇨 예방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는 과일 섭취의 해악을 강조한 견해를 반박하면서 과일은 당뇨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일은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며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내 당뇨병 가이드라인에도 당뇨병 환자에게 과일, 곡류, 채소 등을 통해 당분을 섭취하라고 권하는 내용이 있다. 다만 당분이 낮은 과일(사과, 딸기 등)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산 음식이 과일과 채소, 가열되거나 조리되지 않은 음식이라면, ‘죽은 음식은 조리된 음식과 가공 음식이다. 음식을 불로 익혀 먹으면,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제거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독성물질을 발생시킨다. 토마토 속에 들어있는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Lycopene)은 열에 강해서 가열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나 리코펜이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토마토를 가열해서 먹으면 리코펜 이외의 다른 영양소들은 파괴된다. 저자는 한두 가지의 영양소를 중점적으로 섭취하기 위한 조리 방식과 식단을 경계한다


저자가 권장한 ‘80/10/10’은 한 사람의 식단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차지하는 최적의 비율(칼로리 백분율)에 맞춘 식습관이다. , ‘80/10/10’은 탄수화물 80%, 단백질 10%, 지방 10%를 의미한다. 80%의 탄수화물은 과일을 통째로 먹어서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과 지방을 10% 이상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


나는 저자가 알려준 식단을 실천해보지 않았지만, 과일과 채소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 저자의 견해에 공감한다. 하지만 과일이 건강에 좋다는 견해를 유리하게 전달하려고 제시한 저자의 근거에 문제가 있다. 저자가 제시한 근거 중 일부는 과학적이지 않다.


이 책의 부제는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을 먹도록 설계된 동물인가이다. 저자는 과일을 먹지 않고, 조리된 음식 위주로 먹는 현대 인류의 식습관을 (자연)의 설계와도 배치될뿐더러,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론적 설계와도 동떨어져 있다(18)”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 심심찮게 설계라는 단어를 썼다.

 

 

 (자연)이 당신에게 허락한 신선한 과일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 (52)

 

 우리 인간은 태초부터 부여받은 설계도면과 수백만 년 진화해온 기본적인 소화생리를 바꾸지 않았다. (133)

  


설계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지적 설계와 유사한데, ‘과일을 먹는 영장류는 신적인 존재나 자연(범신론: 모든 자연은 곧 신이며 신은 곧 모든 자연이라고 보는 관점)이 설계한 결과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로 과일을 먹는 영장류가 신이라는 지적 설계자가 만들었다면 과일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 왜 있는 것일까그런데 저자는 과일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일 섭취의 해악을 강조한 정보(또는 거짓 뉴스)에 세뇌되었다고 비판한다



 인간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동일지역, 동종인종의 경우 나는 과일이 맞지 않는다거나 나는 태생적으로 채소를 싫어한다라는 말은 습관의 결과이자 세뇌된 편견일 뿐이라는 말이다. (132)



저자는 과일 섭취가 인간에게 이상적인 식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동일 지역에 사는 동일 인종은 과일 섭취를 좋아하며 과일을 많이 먹어서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이라면 과일을 무조건 좋아할까?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은 동일 인종인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는 너무나 다양하다. 저자가 표현한 동일 인종은 한 사람의 의미를 대단히 협소하게 만드는 단어이며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일부만 보고(과일을 섭취하고 나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믿는 저자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지지하는 영양학 전문가들의 견해, 과일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일반인들의 긍정적인 반응) 전체를 판단하는(“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과일 섭취를 선호했으며 과일을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


과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실천할 수 없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 사람들은 과일은 건강에 해롭다라는 잘못된 믿음에 세뇌된 사람이라고 봐야 할까?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을 규정하면 절대로 안 된다. 의학적으로 확인된 알레르기 유발 과일은 생각보다 많다. 사과, 딸기, 망고, 멜론, 바나나, 살구, 오렌지, 자두, 참외, 체리, 키위 등이 있다. 특히 망고, 멜론, 바나나는 열대지방에서 나는 과일이다. 그런데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과일을 먹도록 설계되어있다고 주장한다(174~177).


저자는 이 책에 잘못된 정보를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언급했다. 그는 혀 미각 지도가 과학적인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본성적으로 단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달콤한 과일을 좋아한다. 당신은 중고등학생 시절 생물시간에, 혀의 가장 앞자리에 단맛을 감지하는 미뢰가 있다는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이것은 진화론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 인간은 문화와 환경에 의해 형성된 각각의 음식문화와 관계없이 달콤한 생과일에 끌린다. (41)

 

 고지방 식단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노화를 촉진한다. 우리 인간은 지방의 맛을 느낄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혀의 맛 지도를 생물시간에 공부한 적이 있는 사람은 모두 알 수 있다. (226)

 

 

단맛은 혀의 앞쪽, 쓴맛은 혀의 뒷부분, 신맛은 혀의 옆 부분, 짠맛은 혀 가운데에서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에 만들어진 교과서에 미각을 표시한 맛 지도를 설명한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맛 지도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죽은 지식’이다. 실제로 혀의 어느 부분이든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혀의 여러 부분마다 맛을 느끼는 세포의 개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민감하게 느껴지는 맛이 있다. 산 음식, 죽은 음식은 여러모로 검증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식단을 선택할 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식단을 권장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식단인지 검토해야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20-12-1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비슷하군요. 저도 채식 위주로 먹기 시작했는데 이거 외식할 때는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는 채식 위주로, 나가서 술 마실 때는 아무거나....
개인적으로 제가 이 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는데 저자는 인간이 원래 과일만 먹고 살았다고 하던데... 그러면 겨울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합니다.

cyrus 2020-12-14 09: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먹고 마시는 우리 삶에 변수가 많이 일어나요. ㅎㅎㅎ

파트라슈 2020-12-1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값이 얼마나 비싼데요. 마트에 사과 한 알에 3,000원씩 하던데 지금은 좀 내렸지요.
과일을 탄수화물 주 공급원으로 삼는다는 주장은 어이없어 보입니다. 비싼 과일을 삼시세끼 밥대신 먹을 수도 없고 먹을 능력도 안되고 무엇보다 쌀과 김치 된장이 없는 식단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열대지방에서 생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극지방까지 진출해서 다양하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저자는 모르는 것입니까? 쌀과 밀을 대체하는 식품으로 과일은 정말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이 책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신자가 아닐런지?

cyrus 2020-12-14 21:58   좋아요 0 | URL
이 책을 현실적으로 비판한다면 파트라슈님의 의견이 제격이에요. 맞아요. 지구온난화로 환경이 변하면서 바나나 같은 과일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죠? 이러면 유통되는 과일 가격은 비싸져요. 물론 과일 가격을 오르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저자가 지적 설계론을 지지하는 기독교신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수기의 전문가들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군신화는 곰과 호랑이로부터 시작한다. 환웅(桓雄)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을 준다. 곰과 호랑이는 동굴에 들어가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지낸다. 호랑이는 환웅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실패하였고, 곰은 그 약속을 잘 지켜 여자가 되었다. 곰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웅녀(熊女)는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檀君)을 낳는다. 단군신화에서부터 전설, 민화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호랑이들은 1920년대까지만 해도 한반도 곳곳에서 살았다. 그러나 일제의 무분별한 남획과 벌목이 자행되면서 그 후 남한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되다시피 했다. 세월이 지나 호랑이는 동물원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동물이 됐다.

 

신화가 사회상의 반영이라면 그것은 사람의 행태가 보여준 보편적 현상이다. 단군신화만큼 ‘우리’라는 한민족의 마음을 상징하는 이야기도 없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가 지향하는 점은 같다. 그것은 ‘사람’이다. 우리 조상들이 지녔던 사람 생각이 이 신화 속에 그려져 있다. 곰이 겪은 고난의 과정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조상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 먹기 역겨운 쑥과 마늘, 그리고 100일이라는 삼중고를 겪는 곰의 인내심을 ‘성공한 사람’의 자세로 생각했을 것이다. 호랑이의 충동적인 야성이 아니다. 우리는 호랑이의 투쟁성보다 곰의 인내를 더 선호하는 교훈에 익숙하다. 그래서 주어진 현실을 불평하는 ‘호랑이 같은 인간’을 싫어한다.

 

김한민 작가의 그래픽 노블 《비수기의 전문가들》은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 ‘호랑이 같은 인간’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호랑이 유형의 인간을 연구하는 ‘김 아무개’로 등장한다. 그는 호랑이 유형의 인간을 ‘호모 티게르’ 또는 ‘퀭’이라고 명명하고, 20년의 추적 끝에 호모 티게르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호모 티게르는 홀연히 종적을 감춘다. 김 아무개는 호모 티게르가 직접 남긴 글들을 취합하여 독자에게 들려준다.

 

호모 티게르의 시선은 어느 것 하나 놓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쇠창살에 갇힌 장애 콘도르(condor), 싸늘한 주검이 된 동물, 그리고 항상 혼자 다니는 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호모 타게르는 길에서 만난 존재들을 관찰하면서,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호모 티게르의 글쓰기 방식은 마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수집가이자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에서 묘사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푹스(Eduard Fuchs)처럼 일상의 세속적인 것들을 모으는 수집가의 자세와 비슷하다. 호모 티게르는 자신의 눈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존재들을 눈으로 수집하고 기록한다. 그는 자신이 기록한 존재들에 대해 어떠한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타자들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것들의 존재 가치에 따라 서열을 매기거나 배제와 차별의 원리를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호모 티게르의 시선은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시선은 존재들 그 자체를 고스란히 보여주려고 한다.

 

독자가 이 그래픽 노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모 티게르의 말 걸기’를 직면해야 한다. 호모 티게르는 너무나도 익숙한 질문 하나를 툭 꺼내면서 독자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뭐 하나만 물어보자

넌 알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비수기의 전문가들》 19쪽)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혹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이런 간단한 질문은 멀쩡하게 잘 지내던 우리를 갑자기 곤란하게 만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과 글을 빨리 훑어보는 성질 급한 독자들은 이 질문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을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꽂히는 순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뭐라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그럭저럭 대충 살고 있는 자신이 하찮게 느껴진다. ‘삶의 의미’라는 프레임은 때때로 우리 마음을 괴롭힌다. “그래, 이왕이면 ‘호모 티게르’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보자”라고 생각하면서 그럴듯한 삶의 계획을 만든다. 그렇지만 어설픈 꿈은 가장 어려운 질문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변명이다. 우리 사회는 호랑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학교는 단군신화의 곰을 인간으로 변하는 데 성공한 ‘승자’로 규정하면서 가르친다. 동굴을 뛰쳐나와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는 ‘패자’의 위치로 남는다. 단순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다수의 지지를 얻은 곰(‘성공한 사람’)은 권력을 얻으면서 ‘주류’가 된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도는 호랑이/호모 티게르는 ‘비주류’ 또는 ‘약자’로 전락한다. 이러한 일상화된 분류로 존재를 서열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호모 티게르’에 대한 어떠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

 

‘곰 같은 인간’이 살기에 아주 편안한 ‘동굴’ 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하는 것이 바로 ‘어쩔 수 없다’는 태도이다. ‘각자도생’이 우선인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없다. ‘헬조선’을 탈출하고 싶다는 절망 섞인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을 뿐이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주류는 비주류를 짓밟아서라도 자기 살길을 마련한다. 비주류는 주류에 속하기 위해 경쟁하고, 죽지 않기 위해 불편한 현실에 순응한다. ‘호모 티게르의 말 걸기’, 즉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계속된 질문들은 독자들의 자아 성찰을 유도한다. 독자는 호모 티게르를 미행하면서 자신의 불행(주류 사회 밖에 겉도는 삶), 세상의 불행(호모 티케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점) 모두가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독서는 그 책 속에 간접적으로 묘사된 우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저자와 텍스트의 길을 동행하는 일이다. 《비수기의 전문가들》을 읽는다는 것은 ‘불편한 동행’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9-0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 오랜만!
한동안 안 보인 걸 보면 분명 늦은 휴가를 다녀왔으렷다!
어디를 다녀왔는공...?
암튼 다시 보니 반갑네.
어디를 가도 책은 안 빠트렸겠구만.ㅋ

cyrus 2018-09-01 13:56   좋아요 0 | URL
이번 휴가는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냈어요. 이번 주는 책방 독서모임이 있어서 낮에 책방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책 읽고, 아시안게임 중계 보면서 휴일을 즐겼어요. 시간 금방 지나가네요.. ^^;;

포스트잇 2018-09-0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이같은 인간은 ADHD를, 곰같은 인간은 신경쇠약을 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열인가....... ㅜ

cyrus 2018-09-01 17:00   좋아요 0 | URL
곰, 호랑이 유형의 인간을 정신의학 관점으로 볼 수 있겠군요. 포스트잇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곰 유형의 인간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계속 쌓기만 할 것 같습니다. 마음속의 분노를 배출하지 못해서 혼자 끙끙 앓는 성격인거죠. 사실 제가 곰 유형의 인간에 가깝습니다. ^^;;

페크(pek0501) 2018-09-0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며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 지금 떠오른 생각으로...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사람으로 살기, 라고 답하겠습니다.

cyrus 2018-09-01 17:01   좋아요 1 | URL
저도 페크님과 같은 생각을 했는데, 《비수기의 전문가들》을 읽고, 멘붕에 빠졌습니다.. ㅎㅎㅎ
 

 

 

 

이토 준지 컬렉션 12화 첫 번째 이야기

궤담(潰談: 터지는 이야기)

 

 

 

 

 

 

오기는 남미의 정글을 여행하다가 운 좋게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을 만난다. 원주민들은 오기를 반갑게 맞이했고, 그에게 특별한 선물로 을 준다. 귀국한 오기는 자신의 친구들(스기오 일행)을 초대해 남미 원주민들에게 받은 꿀을 공개한다. 그러면서 오기는 원주민들에게 들은 ‘기이한 당부’를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 이토 준지 《어둠의 목소리 궤담》 (시공사, 2008)

 

 

 

꿀을 먹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 꿀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먹어야 하며 꿀을 먹은 사실이 ‘누군가’에게 들키면 ‘재앙’이 생긴다. 그런데 오기의 친구들은 오기의 말을 무시하고 꿀을 먹는다. 친구들은 세상에 맛본 적이 없는 꿀의 맛에 푹 빠졌고, 꿀을 더 먹으려고 한다. 꿀의 맛을 잊지 못한 친구들은 다시 오기의 집에 찾아간다. 그러나 집에 오기는 보이지 않고, 친구들은 이때다 싶어 꿀에 손가락을 찍어 먹는다.

 

 

 

 

 

친구 중 한 명이 집안을 둘러보다가 벽면에 달라붙은 정체불명의 얼룩를 발견한다. 친구들은 이 얼룩의 정체가 오기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고, 찝찝한 기분을 뒤로 한 채 꿀이 든 단지를 챙기고 나온다. 오기가 없다는 사실을 안 친구들은 남은 꿀을 각자 나눠서 가져가기로 결정한다(매정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그리고 각자가 가진 꿀을 또 먹는다…‥.

 

 

 

 

 

야스민이라는 이름의 친구는 꿀을 먹다가 ‘펑’하는 소리를 내면서 순식간에 터져버린다. 야스민의 몸은 오기의 집에서 발견한 납작한 형체처럼 변한다. 사실 오기도 꿀을 먹다가 터져 죽은 것이다.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자 친구들은 멘붕에 빠지고, 이 와중에 리루코는 또다시 꿀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자 리루코도 알 수 없는 뭔가에 의해 짓이겨져서 죽는다. 스기오는 오기가 알려준 ‘기이한 당부’를 기억해낸다. 오기, 야스민, 리루코는 꿀을 먹다가 누군가에게 들켜서 끔찍한 봉변을 당한 것이다. 꿀의 맛을 알아버린 자는 꿀의 저주에 빠지게 되고, 이 저주에 벗어나려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꿀을 먹어야 한다. 과연, 남은 생존자들은 꿀의 저주를 피하면서 꿀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궤담(潰談)을 우리말로 해석하면 ‘터지는 이야기’라는 뜻이 된다. 궤담의 일본어발음이 괴담(怪談)의 일본어 발음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12화 두 번째 이야기

소문

 

 

 

 

 

 

<이토 준지 컬렉션>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이치. 그는 『소이치의 제멋대로 저주』(1화 첫 번째 이야기), 『봉제 인형』(5화 두 번째 이야기)에 이어서 세 번째로 등장한 주인공이다. 소이치는 여전히 고약한 취미를 버리지 않았다. 자기보다 잘생기고 인기 많은 동급생에 질투심을 느끼면 그를 불행에 빠뜨리는 저주를 내린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릴 만큼 비범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친구들은 소이치를 만만하게 본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6 : 소이치의 저주일기》 (시공사, 2008)

 

 

 

어느 날부터 학교에서 소이치와 관련한 소문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소이치가 착한 일을 한 사실이 미담으로 전해지고, 심지어 그가 유명한 연예인의 사촌이라는 소문까지도 퍼진다. 소문이 알려진 이후로 소이치는 인기인이 된다. 그런데 사실 이 황당한 소문들의 출처는 소이치다. ‘헛소문 제조기’ 소이치는 자신과 여학생 사키야마와 사귄다는 소문을 흘리고, 소이치의 장난을 알아차린 사키야마는 이 사실을 폭로한다. 망신살 뻗친 소이치는 부리나케 도망치고, 그 일이 있고 난 뒤 교실에 ‘기분 나쁜 모습을 한 모델’ 사진이 붙어져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패션모델』(2화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온 후치. 후치와 관련된 괴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진다. 소문에 따르면 후치가 학생들 앞에 불쑥 나타나 자신이 예쁘냐고 묻는다고 한다. 후치의 그로테스크한 외모에 깜짝 놀란 학생들은 도망치고, 후치는 도망치는 학생들을 쫓아가 잡아먹는다.

 

『소문』은 이토 준지 작품의 인기 있는 주인공 소이치와 후치가 모두 등장하는 작품이다. 소이치가 나오는 이야기가 그렇듯 『소문』도 개그성 짙은 묘사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토 준지 컬렉션>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이 토미에(9화 첫 번째 이야기 『화가』 등장인물)가 아니라서 아쉽다. 혹시 다음에 나올 2기를 위해 토미에 이야기를 작화하지 않은 것일까? 2기가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18-06-0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도 다가오고 이토 준지 만화 좀 봐야겠어요^^

cyrus 2018-06-03 21:50   좋아요 0 | URL
볼만한 재미있는 공포만화를 찾아봐야겠어요. ^^

서니데이 2018-06-03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토준지는 만화책으로 볼 때보다 애니메이션이 덜 무서운 것 같은데, 밤에 텔레비전으로 보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 많이 더웠는데, 주말 잘 보내셨나요.
cyrus님,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8-06-03 21:52   좋아요 1 | URL
원작 만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면 덜 무서워요. 다음 장면이 뭘 나올지 알고 있어서요. 오늘 지인이 선거 후보로 출마해서 선거 운동 도왔어요. 오늘 정말 더웠습니다. ^^;;

transient-guest 2018-06-0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토 준지는 정말 기괴한 작가죠.ㅎㅎ 그 일상의, 평범한 가운데 벌어지는 사건,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점이 정말 기괴합니다.ㅎ

cyrus 2018-06-07 11:31   좋아요 1 | URL
러프크래프트와 이토 준지 작품의 공통점은 기괴한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이 자신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점입니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멘붕에 빠지게 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죠.

Tempus_fugit 2018-06-10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토 준지의 만화중 소이치시리즈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소이치가 귀엽기도 하고 ^^

cyrus 2018-06-11 07:49   좋아요 1 | URL
소이치 시리즈가 이토 준지 작품 중에 덜 무섭고 개그 요소가 많아요. ^^
 

 

 

 

이토 준지 컬렉션 10화 첫 번째 이야기

글리세리드

 

 

 

 

 

『글리세리드』는 공포감보다는 비위에 거슬리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이토 준지는 ‘찐득거리는 불쾌감’을 느낀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끈적끈적한 기름 덩어리들이 비적비적 흘러나오는 집의 묘사와 기름을 먹고 사는 인물들의 모습은 작품을 보는 사람의 속을 느끼하게 한다. 역시 이토 준지는 불쾌감을 유발하는 재주가 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 (미우, 2016)

* [절판] 이토 준지 《어둠의 목소리》 (시공사, 2014)

 

 

 

유이는 고기를 파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버지고로라는 이름을 가진 오빠와 함께 사는 소녀다. 그녀가 사는 집은 어둡고 기름이 흘러넘친다. 고로는 아버지 몰래 혼자서 기름을 벌컥벌컥 마시는 히키코모리다(성이 같을 뿐 식당에 혼자서 밥 잘 먹는 이노가시라 고로[1]의 음식 취향과 정반대이다). 기름을 섭취한 영향으로 인해 아버지와 고로의 피부에 기름기가 많고, 몸에 생긴 기름 때문에 악취를 풍긴다. 고로는 몸에 묻은 기름과 얼굴에 난 여드름 때문에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외출을 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종종 동생을 괴롭히면서 화풀이를 한다. 기름에 민감해진 유이는 집안에 퍼져있는 기름의 농도(유도, 油度)[2]를 감지하는 능력이 생긴다.

 

뭐니 뭐니 해도 『글리세리드』의 하이라이트고로의 ‘여드름 짜기’ 공격이다. 결말보다 중간 장면이 더 유명한 작품이다. 고로는 자신의 얼굴에 난 여드름을 한꺼번에 짜서 유이를 괴롭히는데, 얼굴에서 기다랗게 국숫발처럼 흘러나오는 피지가 인상적이다. 아니, 인상적이라기보다는 혐오스럽다. ‘역대급 혐짤’을 말로 표현하면 묘사가 주는 불쾌감을 느낄 수 없다. ‘이토 준지 여드름’이라고 검색하면 그 문제의 장면을 볼 수 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보지 말 것!

 

 

 

 

 

 

이토 준지 컬렉션 10화 두 번째 이야기

다리

 

 

 

 

 

 

카나코는 한밤중에 할머니가 사는 마을에 향한다.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특이한 장례 풍습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망자를 땅에 매장하지 않고, 다다미에 실어 다리 밑에 흐르는 강물에 떠내려 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든 마을 사람들(아이들도 포함)이 모여서 구경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마을 사람들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망자가 다리 밑에 통과하면 성불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망자가 다리 밑에 통과하지 못하고 강물에 잠겨버리면 성불에 실패한 것이다. 카나코가 건넌 다리 위에는 성불하지 못한 채 유령이 된 마을 사람들이 서 있다. 유령들은 밤마다 할머니를 부르고, 죽음을 직감한 할머니는 손녀 카나코에게 자신이 죽으면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과연 할머니의 유언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토 준지 컬렉션 11화 첫 번째 이야기

초자연 전학생

 

 

 

 

 

 

이 이야기의 화자인 마이코는 학교 동아리 ‘초자연 동호회’ 회원이다. 초자연 동호회는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결성한 동아이다. 초자연 동호회의 리더인 히카루는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을, 동급생 키요시는 영시(靈視) 능력이 있다. 동호회 회원들은 그들이 진짜 초능력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두 사람은 속임수를 쓰고 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7 : 신음하는 배수관》 (시공사, 2008)

 

 

 

그러다가 어느 날, 전학생인 츠카노 료가 초자연 동호회에 가입한다. 료도 초자연적 현상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료가 나타날 때마다 그의 주변에 기이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초자연 동호회 회원들 앞에 ‘진짜 초능력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11화 두 번째 이야기

허수아비

 

 

 

 

 

『다리』와 조금 비슷한 작품이다. 『허수아비』에도 특이한 장례 풍습이 나온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망자를 잊지 못해 무덤에 망자의 모습과 닮은 허수아비를 세운다. 전체적으로 무섭게 느껴지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살아있는 듯한 허수아비의 표정이 섬뜩하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허수아비』를 보면서 ‘세계의 괴기 장소’ 중 하나로 언급되는 멕시코의 ‘인형의 섬’이 생각났다. ‘인형의 섬’에 가면 여기저기에 매달린 흉물스러운 인형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섬에 버려진 인형들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봐도 오싹하다. 인형의 섬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섬의 관리인이 인형을 매달았다는 설이 있다. 섬의 관리인은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지 못해 죄책감에 빠졌고, 소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인형들을 매달아 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연하게도 섬 관리인 역시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 ‘인형의 섬’ 탄생에 둘러싼 지금까지의 내용은 ‘나무위키’에 있는 것이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1] 

 

 

 

 

 

 

 

 

 

 

 

 

 

 

《고독한 미식가》(이숲, 2010, 2016)의 주인공.

 

 

[2] 이토 준지는 습도(공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된 정도)에 영감을 얻어 ‘유도(공기에 포함된 기름의 농도)’라는 가상의 용어를 만들었다.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 자작 해설 참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6-0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1 12:25   좋아요 1 | URL
제가 청소년 시절에 여드름으로 고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여드름이 나봤자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예요. 제 피부가 지성인데, 여드름이 많이 생기지 않아서 신기해요. 축복받은 피부입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18-06-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고 나서 멕시코 인형의 섬
을 검색해 보았는데... 오싹하네요 정말.

사탄의 인형에 등장하는 처키가 떠오르기도
하구요. 인형도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싶
네요.


cyrus 2018-06-01 19:21   좋아요 0 | URL
호러영화의 인기 소재가 인형이죠. 인형이 사람의 모습을 모방한 물건이라서 더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하라 2018-06-0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드름 공격을 가볍게 묘사하신 걸텐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혐오스럽네요ㅠ
그 외의 작품들은 흥미를 끄는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

cyrus 2018-06-02 17:18   좋아요 1 | URL
애니메이션의 특정 장면도 스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토 준지 특유의 공포를 직접 확인해야 묘사가 주는 공포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토 준지 만화책을 보지 않아도 검색만 하면 이토 준지의 그림을 볼 수 있어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