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대구 시장은 시민 담화문을 통해 ‘328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을 위해 모든 대구 시민에게 328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과연 자가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할. 대구의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자 집에만 있던 사람들이 슬슬 밖으로 나와 식당이나 카페에 간다. 식당과 카페도 밀폐된 공간, 사람이 밀집하기 쉬운 공간이라서 그곳도 안전지대라고 장담할 수 없다.

 

 

 

 

 

 

 

 

 

 

 

 

 

 

 

 

 

 

*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내 방 여행하는 법(유유, 2016)

*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유유, 2016)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청미래, 2011)

 

 

 

혼자 사는 사람들은 2주를 어떻게 버틸까. 그들은 나름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지루해진다. 그렇다고 다시 재미있는 것을 찾아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집도 여행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면 무슨 소리 하냐고 비웃을 게 뻔하다. 그런데 300년 전에 집, 그것도 자기 방에서 여행을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Xavier de Maistre).

 

메스트르는 결투를 벌이다가 체포되어 가택 감금형을 받았다. 그에게 주어진 가택 감금 기간은 총 42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이었다. 메스트르는 집에서 한걸음도 나갈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는 대신 자신의 방에서 값싸고 알찬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내 방 여행하는 법(유유)이라는 여행기를 썼다. 이 젊은 여행자는 가택 감금형을 받기 전에 이미 내 방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여유를 보인다. 그러면서 방 여행이 돈 한 푼 들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다. 여행을 위해 따로 옷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입는 파자마면 충분하다. 그는 방 여행을 소심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방 여행을 하면 강도를 만날 일도 없으며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도 만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메스트르가 추천한 여행 코스는 방 안에서 마음대로 누비고 다니는 것이 전부다. 처음에 탁자가 있는 곳에서 출발하여 방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방에 있는 모든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한정된 공간 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면 평범한 사물들이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계속 걸으면 지친다. 이럴 때 잠시 의자에 앉아 사색한다. 이것은 휴식이 아니다. 메스트르에게는 사색도 내 방 여행의 일부다.

 

42일간의 방 여행을 한 지 8년이 지나서 메스트르는 정든 방을 떠나 러시아로 가게 된다. 그는 러시아로 가기 전날 밤, 그것도 단 네 시간 동안 방 여행을 한다. 역시 괴짜답게 그는 창틀을 여행의 동반자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여행한다. 고요한 밤은 사색 여행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그는 밤의 어둠과 고요가 흘러가고 있는 시간의 음성을 언어로 옮겨주는 통역사라고 한다. 그래서 속편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유유)은 여행기라기보다는 명상록에 가깝다. 이 글은 메스트르가 네 시간 동안 방에 있으면서 생각한 것들에 대한 잡다한 기록이다.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여행의 기술(청미래)에 메스트르의 방 여행을 언급했다. 우리는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로 향하는 여행을 갈망한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은 메스트르의 방 여행이 야외 여행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방은 가깝고도 먼 여행 장소.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을 여행 장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은 늘 야외로 향해 있다. 야외 여행만 생각하는 우리는 너무나도 가까운 방이 멀게만 느껴진다. 누군가는 방을 여행할 수 있다는 발상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방 여행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특별함과 소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일이다.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내 방을 관찰하면 새롭게 느껴지는 사물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살면서 잊고 있었던 추억의 보물을 방에서 찾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방에서 발견한 보물이 예전에 숨겨둔 돈이라면 방 여행은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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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17 23:48   좋아요 0 | URL
요즘 산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요? 밀폐된 장소는 아니지만, 산길에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니까 아무래도 접촉 감염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

moonnight 2020-03-1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동료들이 요즘 저를 부러워하네요. 원래 틀어박혀서 책읽는 것만 좋아했으니 답답하지 않겠다며^^;

cyrus 2020-03-18 22:35   좋아요 0 | URL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재택 근무하는 사람이나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할 거예요.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의 심리테라피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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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물어보자.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나는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도 그렇다. 나는 시작하기도 전에 내 문제점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부터 먼저 한다. 마치 옷에 묻은 얼룩을 지우기 위해 물을 묻힌 손수건으로 벅벅 문지르듯이 나는 내 문제점을 얼른 찾아내서 고치려고 애쓴다. 손수건으로 세게 문지를수록 얼룩은 점점 더 번진다. 안 그래도 보기 싫은데 점점 뚜렷해지는 문제점을 보면 더 싫어진다. 여기서부터 내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니까 일에 진척이 없다.

 

내 속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비판하는 제2의 자아가 살고 있다. “넌 왜 이렇게 못해?”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왜 이러냐?” “좀 더 잘할 수 없었니?” 주변에서 괜찮아”, “잘했어라고 말해줘도 나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 내가 검열관으로 임명한 제2의 자아의 지적을 피하려고 애쓴다. 아무래도 나는 자아비판이 지나쳐서 내 장점보다는 문제점을 더 보려는 습관이 몸에 뱄다. 그래서 피곤하고 지친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책 제목이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었다. 작가는 심리학과 정신분석 이론을 공부하면서 왜 그렇게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면서 살아왔는지 살핀다. 그러면서 독학과 글쓰기를 토대로 자기혐오의 원인과 과정을 찾아내어 더는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나를 돌보는 방식을 발견한다. 작가는 심리학을 내 문제를 비춰보는 유용한 프리즘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심리학자의 분석에 의존한다. 그러나 심리학은 내면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학문이 아니다. 작가는 심리학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본인의 내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견한 힌트는 (Carl Gustav Jung)의 그림자 이론이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는 자아, 즉 인간의 어두운 면이다. 이 그림자는 자신의 일부이면서도 스스로 거부해온 콤플렉스와 정신적 외상(trauma)이다. 나를 돌보려면 내면의 그림자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하면서 만나야 한다.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그림자를 대면했다. 처음에 쓴 글의 주제는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썼고, 다음 주제는 그래도 나를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이유였다.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면서 그림자를 돌보면서 어루만져준다. 이것이 작가가 강조하는 마음 챙김이다. 그러면 그림자도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안에 있는 검열관 이 녀석의 정체는 그림자다. 나는 그림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이 책의 1장 제목은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나는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 그림자를 사랑하지 않았다.[1] 그림자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심리학은 우리의 내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림자를 따뜻하게 안아줘도 언젠가는 다시 내 포옹을 거부할 것이다. 그러면서 또다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작가는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내 안의 그림자와 상처 둘 다 없이 산다면 정말 행복한 삶일까. 그리고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의 내면은 건강할 것일까. 나는 그림자와 내면의 상처 없이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내면의 상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말로 내면의 상처를 받지 않으면서 살려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세상과 타인을 내면을 위협하는 적으로 간주하면서 극단적인 고독을 선택하는 삶은 고통스럽다.[2] 오히려 그런 삶이 내면을 병들게 한다. 결국 인간은 죽을 때까지 그림자를 안으면서 내면에 상처를 달고 살아야 한다. 상처 입은 치유자는 그림자의 괴롭힘에 무기력한 피해자가 아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내면에 상처 입은 사람도 다른 사람의 내면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상처 입은 치유자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차츰차츰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간다.

 

나로 살아간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살아야 할 시간이 아직 남았는데 벌써 남에게 인정받지 못해, 남에게 사랑받지 못해, 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자책만 할 수 없다. 그냥 그럭저럭 그런 삶이어도 괜찮다. 나를 사랑하자. 젊은 나를 위하여.[주3]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나를 인정해주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리라. ‘마음 챙김은 내 삶의 밝음을 확장하는 즐거운 놀이다. 이 즐거움으로부터 긍정적인 기운을 받는다면 내 안의 그림자까지 챙길 수 있다.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심은경은 인터뷰에서 앞으로 연기 활동에 대해 소박하면서도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저 지금처럼 즐겁게, 저 자신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 하지 않았으면 싶다. 묵묵히 내 길을 가고 싶다.”

 

 

나도 그녀의 말처럼 어떤 신경도 쓰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1]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마지막에 있는 시구를 차용했다.

 

[2] 라르스 스벤젠 외로움의 철학, 청미, 2019.

 

[주3] 잼(ZAM)의 노래 <우리 모두 사랑하자>에 나오는 노랫말(우리 모두 사랑하자. 우리의 젊은 날을 위하여)을 변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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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0-03-1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은 완벽주의자시네요~

cyrus 2020-03-15 18:19   좋아요 0 | URL
칭찬인가요, 비판인가요? ㅎㅎㅎㅎ 네, 맞아요. 제가 사소한 결졈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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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중국 선불교의 큰 스승인 임제(臨濟) 선사의 말이다. 듣기에 따라 살벌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해탈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라도 말이다. 불교는 해탈을 목표로 한다. 해탈이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속박이나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고통이 집착에서 생긴다고 한다. 욕망에 대한 집착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집착을 벗어버리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곧 극락이다. 해탈에 벗어나서 깨달은 사람은 자유를 얻은 자인 것이다. 깨달음과 자유를 위한 살생은 말 그대로 죽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극복하라는 뜻이다. 경전에 있는 기존의 지식의 틀에 의존하게 되면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 그래서 임제는 부처, 스승, 경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임제가 보기에 공경의 대상이 되는 부처, 스승, 경전은 모두 사람을 결박하는 것이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수행과 고전 공부가 비슷한 과정일 리는 없다. 그러나 기존의 지식에 벗어나 새로움을 얻으라는 건 오늘날 고전에 접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효한 얘기일 것이다. 진정한 깨달음과 자유의 경지인 해탈을 추구하는 수행자가 경전을 공부하면서 경전에 있는 지식은 옳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을 진정한 자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수행자가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이고, 고정된 지식의 틀에서 갇혀 있을 때이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고전의 가치에 매료되어 그것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고전을 많이 읽었을 정도로 똑똑하나 고전의 틀에 갇힌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이미 알려진 고전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을 미리 공부해오거나 그 내용을 A4 용지에 가득 채워서 정리해온다. 분명 부탁한 적이 없는데도 고전을 해설한 내용(일반인이 읽기 힘든 학술논문의 내용을 인용한 경우도 있다)으로 채워진 인쇄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독서 토론을 하다가 인쇄물에 없는 고전에 대한 독창적 해석이라든가 고전을 비판하는 입장이 나오면 고전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 태클을 건다. “당신의 주장은 금시초문인데요.” “제가 아는 내용과는 완전 다르군요.” 그 사람은 에둘러서 다르다고 말하지만, 고전에 대한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해석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것을 ‘틀렸’라고 생각한다. 또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고전을 읽고 해석한 사람들의 생각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나오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속으로 상대방을 깔보는 사람은 양반이다. 고전을 너무 많이 공부해서 고전과 한 몸이 되어버린 사람은 독창적인 해석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걸 가루가 될 때까지 지적하고 비난한다. 대놓고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면박을 준다. 저기요, 당신이 고전을 직접 쓴 작가예요? 흥분한 당신의 모습을 보면 작가에 빙의한 줄 알겠어요.

 

 

 

    

 

 

 

그 사람은 독서 모임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아주 다르다면서 다음 모임에 불참할 거라고 선언한다. 그래, 잘 가라. 멀리 안 나간다. 고전을 읽는 데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 다시는 모임에 나온다고 하지 않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아무튼 딱딱하게 굳은 머리를 내리치는 죽비와 같은 임제의 말은 고전에 대한 과거의 해석이 아닌 현재의 해석을 강조하는 말로 이해해도 어색하지 않다. 어제 누군가가 고전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을 모방하거나 흉내 내지 말고, ‘지금우리가 고전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뜻이다. 논어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김영민 교수의 신작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생각의 시체에 불과한 고전에 너무 사랑에 빠지면 지적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텍스트(text)생각의 무덤이라고 비유한다. 논어는 죽어서 글이 된 공자(孔子)의 생각들이 안치된 무덤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죽은 공자를 기리는 공자의 제자들이 아닌데도 논어텍스트를 곧이곧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중국 명대의 학자 왕양명(王陽明)이 말한 지행합일(知行合一)을 따르는 건 아니다. 그들이 논어를 읽으면서 주로 하는 일은 제자 앞에서 가르치려는 공자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그들은 논어에 있는 구절 몇 개를 인용하면서 그 구절을 약처럼 곱씹으면 사회의 모든 병폐를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전을 읽으면 모든 사회 문제(특히, 민주주의의 병폐)가 해결될 것이며 고전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길을 터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논어를 포함한 고전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세태를 경계한다. 고전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독자는 고전에 갇혀버려 옴짝달싹도 못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런 독자는 고전의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해석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하게 된다.

 

 

 

 

 

 

 

 

이미 알려진 논어독법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김 교수의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앞서 언급한 임제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공자를 만나면 공자를 죽여라. 공자의 제자들을 만나면 그들도 죽여라.” 여기서 말하는 공자논어를, 공자의 제자들논어를 신줏단지 모시듯이 읽는 독자들을 뜻한다. 공자와 논어는 복잡다단한 문제에 마주친 우리에게 희망적인 해법을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전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독자들이 공자를 죽일 방법은 있을까. 걱정하시 마시라. 방법이 있다. 김 교수는 논어에 드러나지 않는 공자의 속 깊은 생각들과 공자의 사상에 영향을 준 역사적 조건과 각종 담론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고전을 제대로 읽으려면 텍스트가 아닌 콘텍스트(context)를 잘 봐야 한다. 콘텍스트의 의미는 무척 다양한데, 나는 콘텍스트를 텍스트 뒤에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김 교수는 콘텍스트를 텍스트의 무덤이라고 말한다). 즉 고전을 읽을 때 우리 눈에 보이는 문자 그대로 따라 읽지 말고, 문자 속에 숨어 있는 맥락을 봐야 한다.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되, 콘텍스트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읽어야 한다.

 

공자를 죽여야 한다고 해서 공자와 논어고리타분한 사상으로 알려진 유교와 연결 지어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김 교수는 유교가 폐쇄적인 학문’, ‘전통을 답습하는 공자의 사상’, ‘동아시아 특유의 보수적인 종교로 너무 쉽게 오해받는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논어가 우리나라의 발전을 막은 폐단의 근원으로 간주하면서 읽는 것도 경계한다. 논어를 지나치게 숭배하는 것도 문제고, 너무 기피하는 것도 문제다. 논어를 대하는 두 가지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이러한 태도를 낳게 한 원인은 피차일반이다. 둘 다 논어를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공자가 정확하게 미워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미워하는 일이란 말 그대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정확하게 미워하고 비판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전을 정확하게 비판하면서 읽는 일 또한 쉽지 않다. 따라서 고전을 제대로 좋아하고, 정확하게 비판하려면 고전 텍스트를 공들여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

 

이 논어 에세이는 김 교수가 구상하고 있는 논어 프로젝트의 시작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초대장이다. 그의 프로젝트에 흥미 있는 독자라면 이 초대장을 잊지 말고 잘 간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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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1-07 19:31   좋아요 0 | URL
나쁜 의도로 책의 지식이나 문학 작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텍스트를 자유롭게 해석할 자유가 있어요. 기존에 알려진 텍스트 해석을 따르기만 하면 텍스트 읽는 재미가 반감돼요.

추풍오장원 2020-01-06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 그런 사람들이 출몰하는군요. 전 독서모임엔 참여해본적이 없어서 그런 사람이 있을줄 상상도 못했는데... 그런식의 읽기가 제일 게으르고 불성실한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20-01-07 19:35   좋아요 0 | URL
여러 독서 모임을 참석하면서 별 희한한 사람들을 만나봤어요. 독서 모임을 스터디 모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물론 독서 모임도 약간의 공부도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일반인들의 독서 모임은 스터디보다는 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로 진행해요. 그래서 텍스트의 해설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서니데이 2020-01-06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서는 서로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다는 건 좋아보이는데, 그러려면 미리 준비를 많이 해야겠네요. 저도 독서모임에 참여해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20-01-07 19:37   좋아요 1 | URL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많이 준비할 필요는 없어요. 책 다 못 읽어도 뭐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독서 모임 때 말하고 싶은 내용을 열심히 준비해도 그거 다 얘기 못해요.. ㅎㅎㅎㅎ 그냥 마음 편하게 책에 대한 느낌이라든가 인상 깊은 책의 구절 등을 말하면 돼요. ^^

페넬로페 2020-01-0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읽으며 그것이 고전이니까 저도 미리 존경과 무비판의 태도로 접할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도 고전이니깐
여지껏 살아남았잖아^^
이런 생각과 더불어 뭘 비판해야 할지 모르는 저의 식견도 아쉽구요~~
그래도 고전이 나쁘지는 않더라구요^^

cyrus 2020-01-07 19:40   좋아요 1 | URL
고전을 쓴 사람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니까 우리가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에 태클 걸지 못해요.. ㅎㅎㅎㅎ 그래서 고전을 비판적으로 읽기에 딱 좋은 텍스트에요. 읽기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읽고 나면 자유롭게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만만한 텍스트가 고전이에요. ^^

페크(pek0501) 2020-01-12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제가 ‘확신을 경계하라‘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어요. 확신의 위험성에 대해 쓴 글이에요. 버트런드 러셀에 따르면 지식인이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타당한 논거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교조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독서 모임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틀에 갇히지 말고 (남의 생각을 들어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 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군요. 고전이란 시대에 따라 또 독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음을 간과한 분인 것 같아요. 안타깝군요.

cyrus 2020-01-20 08:21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에는 정말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이듯이 다양한 방식으로 책에 접근하고 읽는 사람들이 모여요. 그래서 독서모임이 있는 날은 늘 기대가 돼요. ^^

Angela 2020-01-17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text 보다는 context 입니다.
 
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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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문이다.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죽음의 문을 통과하게 되는 상황을 준비해나간다고 하지만, 그 거대한 문이 다가설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문의 존재는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잊고 살 뿐이다.

 

일상에서 죽음을 떠올리며 산다는 것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외면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 벽이 다가오기 전에 원 없이 세상을 즐겁게 살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정리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갈 필요도 있다. 나의 죽음 이후 내 가족과 자녀 간의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경제적인 문제, 즉 유산 상속에 관한 문제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생기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슬픔과 동시에 유산 상속이라는 해결과제까지 떠안게 된다.

 

많은 이들이 유산 상속이라고 하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떠올리고, 그것이 분할되어 내게 얼마나 많이 주어질지 관심을 가진다. 아니면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된 생활의 지혜라든가 아버지와 관련된 행복한 추억과 같은 정신적인 유산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립 로스(Philip Roth)의 자서전적 에세이인 아버지의 유산을 읽으려는 독자라면 먼저 이 책의 제목에 있는 유산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책을 읽기 전에 그런 생각을 꼭 해보시라. 책의 후반부(200쪽 이후부터)유산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통념을 깨뜨리는 반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어떤 독자는 아버지의 유산서평에 내가 강조한 그 반전을 언급했던데, 서평을 쓴 독자가 의도하지 않은 스포일러가 될 만한 사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독자 서평을 안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그게 이 책이 주는 진실한 교훈을 최대한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산86세의 아버지가 뇌종양 판정을 받고 2년 뒤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유대인 이민자 출신이다. 그는 일상의 숱한 반유대주의를 헤쳐 나왔고 정년퇴임을 할 때까지 보험회사 관리 업무에 종사했다. 필립 로스는 아버지의 남은 삶을 함께하면서 아버지와 나눈 일상적인 대화부터 시작해서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직전의 모습까지 기록으로 남긴다. 아버지의 유산》에는 아버지에 대한 자식의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기존의 책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특별함이 바로 내가 앞서 언급한 이 책의 반전이다. 반전이 없었으면 아버지의 유산은 누군가의 아버지에 대한 평범한 기록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 책의 반전은 작가뿐만 아니라 그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독자들까지 불편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다. 따라서 아버지의 유산은 유산의 물질성을 먼저 떠올리는 모든 아버지의 자식들을 각성하게 만든다.

 

내가 두 번이나 강조한 책의 반전을 막상 읽어보면 누군가는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일 것이고(대부분 사람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이 책에서 로스가 언급한 유산은 우리가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이는 아주 특별한 유산의 의미를 기대했는데,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책의 반전을 보면서 두 가지 유형의 감정(내가 언급한 것 이외의 또 다른 감정을 느낀 독자가 있을 것이다) 중 하나라도 느낀 독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한 인간의 죽음이라는 문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미리 언급했듯이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산을 읽는다면 인생의 마지막 문으로 향하는 여정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버지의 유산은 종이에 남아 있는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책 한 권과 같은 인생을 촤르르 펼치다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낯설면서도 익숙한 페이지, 바로 내 아버지에 대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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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19-11-0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산하면 물질적인것만 떠오르는데, 반전이라니 그게 뭘까 기대가 되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cyrus 2019-11-02 17:44   좋아요 1 | URL
꼭 읽어보셔요. 저를 놀라게 해준 책입니다. 반전이 정말 궁금하시다면 다른 분의 리뷰를 보셔도 돼요. 그렇지만 반전이 주는 놀라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책을 읽는 게 낫습니다. ^^

붕붕툐툐 2019-11-0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저요~ 저도 정신 번쩍 들고 싶어요~ㅎㅎ

cyrus 2019-11-04 18:26   좋아요 0 | URL
책을 처음부터 읽으면 제가 느꼈던 감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어요. ^^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 땅콩문고
김겨울 지음 / 유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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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책 안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책을 권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튜브(Book + Youtube) 채널은 독서를 즐기는 독자들은 물론이고 예비 독자들까지 보게 만드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어려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거나 핵심 내용만 간추려 소개해주는 북튜버들의 영상을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북튜브 채널은 ‘겨울서점’이다. ‘겨울서점’ 채널을 운영하는 김겨울 씨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소개한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영상은 ‘낭독의 즐거움’과 ‘굿즈 리뷰’이다. ‘낭독의 즐거움’은 김겨울 씨가 책에 있는 문장을 읽어주는 코너이다. ‘굿즈 리뷰’는 말 그대로 책을 사면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을 소개하는 코너이다. 가끔은 게스트들을 초대해서 책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코너도 진행한다.

 

 

 

 

 

 

김겨울 씨는 본인의 독서 경험을 소재로 책 두 권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에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번에 나온 책에서 김겨울 씨는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버 김겨울’의 경험을 들려준다(‘유튜버 김겨울’이라고 쓴 이유는 글 마지막에 나온다). 북튜브가 되고 싶은 사람들만 이 책을 보란 법은 없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cyrus야, 북튜브가 하고 싶어?’라고 묻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말을 능숙하게 하지 못한다. 예전에 글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발음이 좋지 않고, 가끔 말을 더듬기도 한다. 특히 카메라 앞에 서서 말을 하면 말 더듬이 심해진다. 나는 단지 김겨울 씨가 이 책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궁금해서 보는 것뿐이다.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에 있는 내용 절반은 겨울서점 채널을 구독하는 분들은 다 아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유튜버 김겨울’이나 북튜브 채널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요긴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손에 딱 쥐기 편한 사륙판(이 책을 만든 유유출판사만의 출판 방식이다)으로 만들어진 책은 ‘참을 수 없는 무거운 책의 지루함’을 싫어하는 독자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북튜브 채널을 개설할 생각이 있는 독자들이 이 리뷰를 읽고 있다면 김겨울 씨의 목소리를 빌려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북튜브에 대한 강연을 꽤 많이 하고 있지만 북튜브의 미래가 어떨지는 제가 보기에도 불투명합니다. 후발주자에게도 이만큼의 기회가 돌아가려면 북튜브 시장도, 도서 시장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일단 사실만 고백합니다. 북튜버라는 직업‘만’으로는 돈을 벌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91쪽, 밑줄은 서평 작성자가 한 것임)

 

 

내가 이런 식으로 책의 핵심을 말해버리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정말로 있다면 양해를 부탁드린다. 하지만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을 위해서 책의 핵심을 반드시 언급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1인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대부분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일을 만만하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도 충분히 준비하면 1인 방송을 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 방송을 열심히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유튜버를 집에서 할 수 있는 편한 직업으로 생각할 것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하고 있다. 직접 유튜버를 해보기 전까지는.[주]

 

북튜브는 다른 유튜브의 방송 소재(게임, 먹방, 영화 등)에 비하면 주목을 많이 받기 어렵다.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영상을 만들어야 하므로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북튜브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북튜버라 하면 ‘본인이 읽는 책에 있는 문장을 읽어주기만 하는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그렇게 하다간 저작권 침해로 신고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기획 · 촬영 · 편집 모두 혼자 맡아 진행하다 보면 그만큼 콘텐츠 소재에 대한 고민도 많아진다. 북튜버를 ‘돈 벌기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면서 도전하면 큰코다친다.

 

‘유튜버 김겨울’ 씨는 북튜브 채널의 운영 비결을 소개하면서도 북튜버 활동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다. 재미를 위해 북튜버 활동을 시작한 그녀도 동영상 조회 수에 연연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유튜버는 ‘매주 숫자로 평가받는 직업’이다. 이렇다 보니 조회 수와 구독자 수를 많이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만 올리는 유튜버가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다른 분야의 유튜버들에 비해 비교적 건전하다고 알려진 북튜버라고 하지만, 몇 몇 북튜버들도 때론 도의에 어긋난 방송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들이다. 그들은 책을 광고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데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그런 북튜버의 행위는 시청자와 독자를 기만하는 일이고, 다른 북튜버들의 명예까지 흠집 내는 일이다. 그런 사람은 북튜버가 아니라 ‘북 치고 장구 치는 호객꾼’이다. 북튜버는 출판사 홍보 담당자가 아니다. 북튜버는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을 소개하는 사람이다.

 

김겨울 씨는 북튜버가 된 이후로 악플 공격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북튜버 김겨울’로 활동하면서 악플을 볼 때마다 마치 ‘인간 김겨울’이 평가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겨울 씨는 ‘인간 김겨울’과 ‘북튜버 김겨울’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또 유튜브에 ‘인간 김겨울’에 관한 사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은 ‘유튜버 김겨울’이 책 권하는 법을 소개한 책이다. ‘인간 김겨울’을 존중하는 그녀의 생각에 공감한다. 한때 나도 김겨울 씨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도 이참에 ‘블로거 cyrus’와 ‘인간 최○○’를 분리하면서 살아가야겠다. 남들이 보든 말든 책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글을 자주 써야겠다.

 

 

 

 

 

[주] 8, 90년대 헤비급을 평정한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Michael Tyson)이 한 말로 알려진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얼굴에 한방 쳐 맞기 전까지는(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을 패러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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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4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8-14 18:27   좋아요 0 | URL
1인 방송을 하려면 고화질 카메라에, 고품질의 마이크와 조명등까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네요. 저는 그렇게 못하겠어요.. ^^;;

2019-08-14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4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8-1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모 씨 유튜브에서는 노골적으로 편당 500만원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병폐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19-08-14 18:31   좋아요 0 | URL
요즘 유튜버를 장래희망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대요. 요즘 아이들은 일하면서 버는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니다. 틀린 사실은 아닌데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에 너무 매달리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