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문학 작품을 디딤돌로 삼아서 철학을 펼친 철학자다. 레비나스의 문학 작품 해석은 작가의 의도를 밝히는 분석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레비나스는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목소리에 자신의 철학적 목소리를 덧붙인다. 그래서 레비나스의 책에 언급된 문학 작품의 의미는 변하고 뒤집힌다. 정해진 해석과 교훈에 따라 문학을 흡수하는 독자들은 레비나스의 생각이 뒤섞인 문학 작품을 어려워할 수 있다. 그래서 레비나스의 책을 번역하려면 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번역자는 레비나스가 참고한 문학 작품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레비나스가 어떤 해석을 부여하면서 문학 작품을 언급했는지 정확히 밝히기 어려운 문장이 있다. 레비나스는 작품 제목을 언급하지 않고, 그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서 설명할 때도 있다. 결국 번역자는 자신만의 해설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레비나스 읽기 모임 두 번째 도서 (8~10월)]

에마뉘엘 레비나스김도형 · 문성원 · 손영창 함께 옮김

전체성과 무한외재성에 대한 에세이》 (그린비, 2018)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맥베스(민음사, 2004)




전체성과 무한에서 레비나스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비극 맥베스를 두 번 언급한다(213, 347). 그는 또 셰익스피어를 언급하는데, 이 문장은 애매모호하다.



* 399


 암시로 가득 찬 마녀들의 셰익스피어적 모임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 있다. 이것은 모든 진지함의 부재인 듯, 말의 모든 가능성의 부재인 듯, 말들의 정숙함 저편에 놓인다. 이 웃음은 양의적 이야기들의 웃음이다



번역자는 암시로 가득 찬 마녀들의 셰익스피어적 모임이라는 표현주석을 달았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경식 옮김 템페스트(문학동네, 2009)




* 옮긴이 주


 셰익스피어가 마법사를 등장인물로 내세우는 희곡으로는 폭풍(The Tempest)이 있다.

 



폭풍은 셰익스피어가 쓴 마지막 희곡이며 원래 제목인 템페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이 희곡에 나오는 마법사는 작품 주인공인 프로스페로를 가리킨다. 그런데 본문에 마녀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도 번역자는 주석에 마법사를 언급한다


마녀들이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맥베스. 반란군과의 전쟁을 승리로 끝낸 스코틀랜드 영주 맥베스는 귀환하기 위해 자신의 부관(副官) 뱅코와 함께 황야를 지나간다. 그곳에서 그는 세 명의 마녀를 만난다. 마녀들은 맥베스와 뱅코에게 예언을 들려준다. 맥베스가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지만, 뱅코는 왕이 될 수 없고, 그 후손이 왕이 된다는 예언이다예언은 미래를 암시하는 말이다. 따라서 암시로 가득 찬 마녀들템페스트의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아니라 맥베스의 세 마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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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4-10-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 구절은 당연히 맥베스를 연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cyrus 2024-10-19 08:41   좋아요 0 | URL
‘셰익스피어적 모임’이라는 표현이 상당히 낯선 데다가 본문과 주석 내용이 맞지 않아서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 없었어요.. ㅎㅎㅎ

마녀사냥에 희생당한 사람 중에 남성도 있었다고 해요. 그들은 마법사였거나 마법사로 오해를 받은 사람들이었을 거예요.
 





겨울, 113일 금요일에 쓴 금정연의 일기는 커다란 그늘이 드리워져 있으면서도 여백에서 쌀쌀한 바람이 나온다. 이 일기에 인용된 마크 트웨인(Mark Twain)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일기는 1월에 쓰였다. 그들 모두 희망적이지 않은 자신의 처지와, 그것으로 인해 처량해진 기분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추운 날씨를 언급한다
















* 금정연 매일 쓸 것뭐라도 쓸 것: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북트리거, 2024년)





금정연은 마지막으로 인용한 로버트 팰컨 스콧(Robert Falcon Scott)의 일기만이 그나마 분위기가 조금 밝은 편이라고 썼다. 로버트 스콧은 남극 탐사대를 지휘한 영국의 군인이다스콧과 노르웨이의 아문센(Roald Amundsen)은 제일 먼저 남극점에 도착하기 위해 경쟁한다. 19111214, 아문센 남극 탐사대가 역사상 처음으로 남극점을 밟았다. 35일 늦게 남극점에 도착한 스콧 탐사대는 허탈한 마음을 짊어진 채 다시 기지로 돌아간다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칠 대로 지친 스콧과 탐사대원들은 결국 기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얼음 길 한가운데서 전원 사망한다.


115일에 쓴 금정연의 일기에도 스콧이 언급된다. 115일 일요일, 금정연은 가족과 함께 눈썰매장에 가다가 교통 체증을 겪게 된다. 금정연 가족이 탄 차는 엄청난 양의 눈발이 날리는 왕복 2차선 국도 한가운데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그 순간 금정연은 스콧의 일기를 떠올린다.



 도로 옆에는 어느덧 눈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대설주의보? 대설경보? 아무튼 눈이 많이 온다고 운전을 자제하라는 긴급 재난 문자가 거듭해서 왔다. 그런데 어쩐담? 안내가 조금 늦은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로버트 팰컨 스콧의 일기를 떠올렸다. 눈이 내리는 남극에서 개썰매를 타고 달리던 스콧과 그의 대원들을, 그리고 그들의 최후를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금정연,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중에서, 171)

 


금정연은 스콧 탐사대가 개 썰매를 타고 남극에 갔다고 썼다. 사실이긴 한데, 스콧은 남극을 탐사하기 전부터 개 썰매를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개 썰매의 실용성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스콧은 개 썰매가 아닌 말 썰매와 전기 모터가 달린 썰매를 준비했는데, 스콧의 안일한 선택은 남극 탐사가 실패하게 된 요인이 된다. 말은 매서운 남극의 추위 앞에서 버티지 못했고, 전기 썰매는 얼음 길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얼음 길이 전기 썰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독자라면 스콧 탐사대가 처음부터 개 썰매를 능숙하게 탈 줄 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스콧은 스키조차 탈 줄 몰랐다. 스콧 탐사대원 중 유일하게 스키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그는 노르웨이 출신 스키 챔피언이었다(불행하게도 그는 타국 탐사대에 합류하여 같은 국적의 아문센이 이끈 남극 탐사대와 경쟁하는 상황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아문센은 스콧과 다르게 남극 탐사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스키 타는 법을 익혔으며 이누이트와 친해지면서 개 썰매를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 로버트 팔콘 스콧, 박미경 옮김 세상 끝 최악의 탐험 그리고 최고의 기록: 삶과 송두리째 바꾼 남극 탐험 500여 일의 기록(나비의활주로, 2017)

 

* [절판] 로버트 팔콘 스콧, 박미경 옮김 남극 일기: 남극의 비극적 영웅, 로버트 팔콘 스콧(세상을여는창, 2005)

 

* [절판] 라이너 K. 랑너, 배진아 옮김 남극의 대결, 아문센과 스콧: 아문센 대 스콧, 그들의 세기적 대결과 엇갈린 운명(생각의나무, 2004)





금정연이 참고한 스콧의 일기는 2005년에 남극 일기라는 단출한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마침 그 해에 송강호와 유지태가 출연한 영화 <남극 일기>가 개봉되었다. 스콧의 남극 일기는 절판된 책이었다가 2017년에 촌스러운 제목과 표지를 싹 바꾼 모습으로 재출간되었다. 역자는 바뀌지 않았다책의 저자명은 로버트 팔콘 스콧으로 되어 있다.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 탐사 원정은 유럽 강대국들이 제국주의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다른 대륙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남극의 대결, 아문센과 스콧: 아문센 대 스콧, 그들의 세기적 대결과 엇갈린 운명은 마치 어느 제국주의가 위대한지 뽐내려고 하는 국가 대항전 같은 분위기로 시작된 남극 탐사 원정의 뒷이야기와 두 탐사대의 여정을 상세하게 정리한 책이다. 당연히 이 책에 스콧의 일기가 많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스콧 탐사대원의 일기도 인용된다. 이 책에 일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스콧의 감정 상태와 그런 스콧을 바라보는 대원들의 시선이 한데 엮어져 있다.







‘1등만 기억하는 역사에 반기를 드는 역사가들은 스콧의 편에 서서, 그의 실패한 남극 탐사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한다. 물론 대부분 역사가는 군인 정신만 있으면 남극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은 스콧의 오만함을 지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문센과 너무 비교될 정도로 남극 탐사를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스콧의 지도력은 자신을 포함한 탐사대원들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치명적인 패인으로 보기도 한다. 지금도 사람들은 스콧의 두 얼굴을 바라본다. 어떤 사람은 스콧을 위대한 패자로 평가받을 만한 탐험가로 칭송한다. 한편 아문센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스콧의 부족한 능력만 집요하게 비판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스콧의 모습은 말끔하게 생겼으나 탐험가 자질이 부족한 영국 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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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헌사

 


틈만 나면 내게 금정연정지돈의 글이 재미있다고 알려준 서한용 씨에게

오늘, 이 글이 태어날 수 있게 내 옆에서 여러 번 도움을 준 

산파 서한용 씨에게.





Scene 2

루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정지돈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이 아닌: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문학동네, 2021)

 

* 장 자크 루소, 문경자 옮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문학동네, 2016)




토요일과 일요일, 나는 혼자였다. 정지돈은 산문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이 아닌>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의 첫 문장을 인용했다.



 마침내 나는 이제 이 세상에서 나 자신 말고는 형제도, 이웃도, 친구도, 교제할 사람도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사교적이고 정이 많은 내가 만장일치로 인간 사회에서 쫓겨난 것이다.

 

(장 자크 루소, 문경자 옮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첫 번째 산책중에서, 7)



마침내 나는 주말 외톨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루소처럼 만장일치로 인간 사회에서 쫓겨난 외톨이는 아니다. 나는 루소와 반대로 사교적이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사교적이지 않아서 외톨이로 지낸 시간이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홀로가 된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 오랜만에 두류도서관까지 걸어서 갔다. 걸어서 책의 세계 속으로. 루소가 산책하는 심정으로 루소의 뿔처럼 혼자서 갔다.





Scene 3

나는 왜 쉬는 날에 일기를 쓰는가

 















*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에세이(한겨레출판, 2010


이 책은 오래전에 내가 활동했던 알라딘 신간 도서 평가단선정 도서. 출판사는 홍보 목적으로 알라딘 신간 도서 평가단 정회원들에게 책을 무료로 제공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은 정회원은 정해진 기간 안에 서평을 써야 했다. 



그러게‥…? 내가 봐도 이상하. 평소에 안 쓰던 일기를 노동절에 썼고, 어린이날을 삼켜서 더욱더 빨개진 주말에 두 번째 일기를 쓰게 됐다. 이건 뭐, 주말 부부도 아니고‥…. 이런, 결혼하지 않아서 내가 주말 외톨이였구나. 부인(婦人)이 없다는 사실을 부인(否認)하지 않겠다.





Scene 4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책

















* 정지돈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 2024)


금정연 매일 쓸 것뭐라도 쓸 것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북트리거, 2024)



 

정지돈의 신작 장편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을 금요일 밤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의 겉모습이 얇다. 나는 토요일이 된 새벽에 작은 책을 다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이 빗나갔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책은, 읽고 싶은 책을 여러 권 부르게 하는 힘을 지닌 한 권의 책이다한마디로 표현하면,책 속에 책이다. 이런 책들을 너무 많이 만나는 바람에 내가 책을 많이 샀지브레이브 뉴 휴먼은 무시무시한 마력을 가진 책 속에 책이다. 소설을 읽다가 다른 책들이 내 눈앞에 한두 권씩 나타났다. 내 눈앞에 얼쩡거리는 책들을 찾기 위해 소설 읽기를 멈추고, 책 탑을 허물기 시작했다한밤중에 책 정리 시작. 책 정리는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시작하면 해야 하는 나만의 노동이다(내가 쓴 노동절 일기참조).


다행히 내가 원하던 책들을 찾았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책 탑을 다시 세워야 한다. 책 탑을 새로 쌓는 속도는 더디다. 왜냐하면 책 탑을 쌓다가 예전에 찾지 못했던 책을 만나기 때문이다.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고. 나중에 읽어야 할 책들은 되도록 내 눈에 띌 수 있는 곳에 배치한다. 이러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책 많이) 사서 고생하는 나책 많이 사서 후회하는 금정연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책장에 새 책을 둘 자리가 없어서 한참 노려보다가 그냥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왜 맨날 책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면서 또 책을 사는 걸까? 마조히스트인가?

 

(금정연매일 쓸 것뭐라도 쓸 것》 68일 일기 중에서, 93~94)

 





Scene 5

책이 없으면 서점으로

 


올해 일요일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휴일인 어린이날을 삼켰다. 그래도 일요일이 양심이 있는지 더 쉬고 싶은 우리를 위해 빨간 월요일을 뱉어냈다. 하지만 완전 공휴일이 된 일요일과 붉게 변한 월요일에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는다. 이날에 도서관이 열려 있으면 보고 싶은 책들을 빌릴 수 있을 텐데. 되도록 책을 안 사고 싶었는데. 결국 서점에 가서 책을 사기로 했다.



















* 쥘 베른, 김남주 옮김 20세기 파리(알마, 2022)

 

* [절판, No Image] 쥘 베른, 김남주 옮김 20세기 파리(한림원, 1994

※ 검색하면 역자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서점에 구매한 책은 딱 한 권이다. 휴, 정말 다행이다. 내가 산 책은 쥘 베른(Jules Verne) 사후에 발표된 소설 20세기 파리. 나는 오래전에 나온 20세기 파리를 가지고 있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대구 헌책방에서 만났다







20세기 파리는 한동안 절판된 책이었다가 2022년에 새로운 출판사를 만나서 다시 태어났다. 절판된 20세기 파리》의 번역가 김남주가 새 책의 번역을 맡았. 절판본과 새 책의 문장을 비교해 봤는데 역자가 문장을 새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22년에 출간된 20세기 파리를 구매한 이유는 이 책에 정지돈의 단편 소설 언리얼 퓨처: 22세기 서울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쥘 베른의 20세기 파리》를 패러디한 이 단편 소설의 주제는 인공 자궁과 가족 제도이다언리얼 퓨처: 22세기 서울』은 인공 자궁 기술이 허용된 미래 사회를 그린브레이브 뉴 휴먼이 나오기 전에 발표된 소설이라서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20세기 파리전자책이 있는데도 종이책을 샀다.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20세기 파리 ‘SF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레이가 말한 은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이겠지.





Scene 6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일기















 


* 강지희, 김신회, 정지돈 외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한겨레출판, 2022)








비가 내린 일요일. 집 근처 콩나물국밥 전문 식당에 가서 콩나물이 든 잔치국수부추전 먹었다. 마신 음료는 막걸리다. 





Scene 7

지돈 일기! 어때요?



53일에 쓴 금정연의 일기유튜브를 하기로 결심한 정지돈과 주고받은 대화가 나온다. 금정연은 정지돈을 위해 유튜브 이름을 지어준다.

 



지돈티비! 어때요?”

지돈 씨가 한숨인지 분노인지 모를 것을 내뱉었다.

‥…

내가 재빨리 덧붙였다.

지식이 돈이 되는 지돈티비.”

그러자 지돈 씨가 말했다.

, 그건 좋은데‥…


(금정연매일 쓸 것뭐라도 쓸 것》 5월 3일 일기 중에서, 209)

 

 

내가 쓴 일기의 다른 제목 지돈 일기지식이 돈이 되는 일기가 아니다지돈 일기는 내가 주말에 지출한 돈’을 어디에 썼는지 공개한 일기다. 혼자서 책 사고, 혼자서 밥 먹고 쓴 일. 



이 글의 주인공은 토요일에 산책한 나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산 책들이다.

 

(내가) 산책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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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06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는데? ㅎㅎ 난 알고 있었다. 너 휴일이면 일기 쓰는 거. 휴일이나돼야 너의 근황을 알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두번째 사진 서점같다. 책 좋아하는 죄지 뭐. ㅋ
근데 설마 혼자 먹었던 건 아니지? 막걸리 먹어 본지가 삼백만 년쯤된 것 같다. ㅠ

cyrus 2024-05-13 06:18   좋아요 1 | URL
그날 국수 혼자 먹은 거예요. 주말에 카페에서 책 읽거나 글을 쓰면 식사는 밖에서 해결해요. 그래야 능률을 올릴 수 있거든요. 글을 써야 한다면 밥만 먹고요, 책을 읽어야 한다면 낮술을 마셔요. 그날 몸 상태와 작업 방식에 따라 메뉴와 음료가 달라요. 글을 제대로 쓰는 날이면(이때, 집중력이 높아진 상태예요.) 식사 한 끼 거를 때가 있어요. ^^;;

서니데이 2024-05-07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어린이날 연휴 잘 보내셨나요.
이번 연휴에 금정연 작가의 신작을 선물받아서 읽었는데, 오늘 cyrus님의 글 속에서 인용된 부분을 읽으니 반갑네요. 연휴에 비가 오는 날 맛있는 음식 드셨군요. 사진만 보아도 따뜻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5-13 06:19   좋아요 0 | URL
연휴 잘 보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일보다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북깨비 2024-05-09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야말로 무서운 리뷰입니다 😭 대체 책을 몇권을 더 사고 싶게 만드나요!?

cyrus 2024-05-13 06:25   좋아요 2 | URL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 한 명만 알고 지내면 무서울 정도로 ‘책 과소비’를 하게 돼요. 그 사람이 추천한 책을 사서 읽었는데, 하필 그 책 속에 언급된 책들마저 좋아하게 되면... 어휴.. 생각만 해도 무섭네요. ㅎㅎㅎㅎ
 




Scene 1

노동절 일(work)기 시작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방에 있는 책들을 정리했다. 책 정리는 읽고 싶은 책 한 권 찾기 시작하면 해야 하는 나만의 노동(일)이다.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책 탑 하나를 조심스럽게 무너뜨리면, 바로 뒤에 우뚝 솟은 또 다른 책 탑이 나를 기다린다. 산 넘어 산이 아니라 ‘(내가) 산 책 탑 넘어 산 책 탑이다. 가까스로 원하는 책을 찾으면 다시 책 탑을 만든다. 종종 찾아야 할 책을 끝내 찾지 못하고 책 탑을 다시 만들 때도 있다. 책 찾는 것을 포기하고 분류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아무 책이나 집어서 다시 책 탑을 건설하는 일은 건설적이지 않다.





Scene 2

굴러온 책이 나의 독서 계획에 박힌 책을 뺀다

 


서평을 쓰기 위해 참고해야 할 책은 필요한 내용만 찾아서 읽는다. 그런데 참고 도서의 내용에 문제가 많으면 책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달라진다. 책이 얼마나 못 썼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끝까지 읽는다. 참고 도서가 생각보다 재미있을 때가 있다. 그러면 오늘 읽기로 정한 책은 제쳐두고 참고 도서를 읽는다굴러온 책이 나의 독서 계획에 박힌 책을 뺀다책 정리가 끝나면 오전에 서평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써야 할 글은 못 쓰고 참고 도서를 절반까지 읽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책이 흥미진진했다. 재미있게 읽은 참고 도서를 소개한 서평 한 편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결국 해야 할 일이 한 개 더 생겼다.





Scene 3

다시 한번 도서관과 친해지길 바라
















* 금정연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북트리거, 2024)

 

* 우치다 다쓰루, 박동섭 옮김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처음 듣는 이야기(유유, 2024)




4월 말부터 동네 도서관에 자주 들랑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 나온 금정연의 일기와 장서로 가득한 도서관의 부활을 바라는 우치다 다쓰루(内田樹)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를 같이 읽기 시작한 이후로 확실히 스스로 다짐했다. 책을 덜 사고, 되도록 책을 빌려서 읽자고. 금정연과 우치다 다쓰루. 이 두 사람 모두 엄청난 양의 책을 가지고 있는 활자 중독자금정연은 일기를 쓸 때 다른 작가가 쓴 일기의 문장을 따서 자신의 삶에 포갠다. 그는 다른 작가의 일기를 보면서 일상을 반추하고, 일이 진척 없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남의 일기를 보면서 위로받기도 한다나는 금정연의 일기를 보면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되었다. 일기에 적힌 두 개의 문장은 책만 보면 신용카드와 함께 말랑말랑해지는 내 마음을 때리는 죽비가 되었다.



, 음악, 영화에 빠지는 것은 쇼핑 중독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금정연, 1119일 일기 중에서, 19)


 책장에 새 책을 둘 자리가 없어서 한참 노려보다가 그냥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왜 맨날 책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면서 또 책을 사는 걸까? 마조히스트인가?

 

(금정연, 68일 일기 중에서, 93~94)



죽비가 된 문장에 두 번이나 맞고 나서야 책을 많이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도서관과 친하게 지내야겠다. 





Scene 4

나도 페미니즘을 잘 모른다

 









과학책방 담다<담담 책방>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주] 고로 실체가 없는 책방이다<담담> 책방지기가 감사하게도 나를 일일 책방지기로 소개했다. 책방에 일하지 않는, 책방에 나타나지 않는, 얼굴 없는 책방지기가 되었다내가 만든 담다가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하러 <담담>에 갔다. 오랜만에 <담담>에서 책을 읽으면서(오전에 쓰기로 한 글은 언제 쓰려고‥…?) 반 정도 남은 휴일을 알차게 보내려고 했다.
















* 박민경 《사람이 사는 미술관: 당신의 기본 권리를 짚어주는 서른 번의 인권 교양 수업》 (그래도봄, 2023)




손님이 아무도 없는 한적한 책방을 바라면서 왔는데, 책방 안에 이미 여러 사람이 모여서 앉아 있었다. 오늘이 <담담>에서 하는 인권 공부 독서 모임날이었다. 작년 10월 중순, 쉬는 날에 <담담>에 갔다가 인권 독서 모임에 합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독서 모임 선정 도서는 사람이 사는 미술관이라는 책이었다. ‘읽지 않은 책과 관련된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말을 많이 안 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해 보지만, 어느새 내 입과 머리는 말하느라 바빠진다.

















* 한우리 번역, 기획 《페미니즘 선언: 레드스타킹부터 남성거세결사단까지, 드센 년들의 목소리》 (현실문화, 2016)




이번 달 인권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는 반 페미니즘노선을 취한 젊은 저자의 책이었다. 독서 모임 참석자 모두 나이가 중년이다. 이분들은 페미니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독서 모임 선정 도서 저자의 견해를 요목조목 비판했다. 물론 지금까지 페미니즘 운동을 지켜보면서 느낀 아쉬운 점과 한계도 밝혔다. 인권 독서 모임 정규 회원인 중년 남성은 문제의 독서 모임 선정 도서와 가장 유명한 페미니즘 선언문들을 모아놓은 페미니즘 선언을 같이 가지고 왔다. 그분은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몇 권 봐도 페미니즘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다. 나도 페미니즘을 잘 모른다





Scene 5

절망

 


독서 모임이 한참 진행 중일 때 두 개의 슬픈 소식이 찾아왔다. 하나는 폴 오스터(Paul Auster)가 별세했다는 소식, 또 하나는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하라는 상사의 문자 메시지. 오늘 하루에 글 한 편 다 쓰지 못하고, 책 한 권 다 읽지 못한 것보다 더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노동 절망 일기 끝. 





[] 가상의 책방 <과학책방 담다>가 궁금한 분은 이 글(링크)을 참조하면 된다.

https://blog.aladin.co.kr/haesung/15476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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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5-0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찍 출근하라는 상사의 메시지...정말 안 반갑네요. 저도 요새 저의 책 구입에 대해 반성하고 자아비판을 하는 중입니다만, 또 사고 싶어요. 흑.

cyrus 2024-05-04 10:54   좋아요 0 | URL
예전에 한 주에 책을 열 권 이상 샀어요. 요즘은 한두 권만 사고 있어요. 요즘 보고 싶은 신간 도서가 지금 많이 나왔는데 주문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고 있어요. 이번 주에 신간 도서 세 권, 알라딘 중고 도서 두 권을 샀어요. 이 정도면 정말 적게 산 거예요. ㅎㅎㅎ

stella.K 2024-05-0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의 선비적 경향이 물씬나는 페이퍼로구만. 나는 책 사는데 내 돈 쓴적이 별로 없어. 사도 주로 중고책 위주로 사고. 우리가 책 사는 사치 정도는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술 먹고 노름질 하는 것도 아닌데 지극히 건전하잖아. 모은 책중엔 훗날 귀한 자료가 될 수도 있고. ㅋㅋ
아, 그리고 네가 당하는 고난은 책 좋아하는 사람의 숙명 같은 거지.
받아들이라구.ㅋ

cyrus 2024-05-04 10:58   좋아요 1 | URL
제 방에 책이 너무 많아서 이제 놔둘 자리가 없어요. 제가 서재 사진을 여기서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어요. 제 서재를 보면 사람 사는 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예요. 충분히 잠잘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한데, 부모님의 눈에 들어오는 건 책뿐이니 책을 많이 산 저를 한심하게 쳐다봐요. ^^;;

공쟝쟝 2024-05-0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일기 하루종일 일기 쓰기 위해 직장을 때려 치운. 맞습니다. 자랑.) 일기 중독자는 금정연의 일기를 반가워하며 담습니다. 주섬주섬ㅋㅋㅋ

cyrus 2024-05-04 10:59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일기가 금정연 씨의 일기예요. 분량이 조금만 두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
 




지난주 토요일 오후에 예술 책 읽기 모임 두루미가 처음으로 서점 <일글책>에서 진행되었다. ‘두루미의 의미는 예전에 쓴 <어두운 방, 밝은 방>이라는 제목의 갤러리 감상문에 언급한 적이 있다.


















[예술 책 읽기 모임 두루미첫 번째 선정 도서]

* 가와우치 아리오, 김영현 옮김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다다서재, 2023)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경계선을 한 걸음씩 뛰어넘으면, 우리는 새로운 시선을 획득한다. 그 결과 세계를 두루두루 보는따뜻한 시선에 아주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가와우치 아리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중에서, 205)

 


이 문장에 영감을 받아 전시회 및 갤러리 감상문을 모아놓은 카테고리 이름과 예술 책 읽기 모임을 두루미로 정했다.아름다울 미()’를 뜻하는 영어 ‘me’,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시회에 가서 예술작품을 두루두루 보는’ 개인적 경험을 한 단어로 표현한 것이 두루미두루미 첫 번째 모임 선정 도서는 당연히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은 정오에 마무리된다. ‘두루미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다. 빡빡한 일정이다. 오전 독서 모임이 끝나면 쉬거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그래도 긴 시간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사이에 나는 책방 <환상 문학>에 갔다. <환상 문학>은 알라딘 서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책방에 미리 주문한 책과 알라딘으로 주문한 책들을 받으러 두 곳을 들렀다.


두루미모임을 어떻게 진행할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책을 다시 훑어보지도 않았다. 오해하지 마시라. 모임을 잘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다. 난 평소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주말이면 책방에 가서 (책을 사고), 책방지기를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일상이 올해로 13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은 2011년 서울 종로에 진행된 펭귄 클래식고전 읽기 모임으로 시작했다. 이때 모임에서 만난 분들과의 인연이 이어져서 달의 궁전(달궁)’이라는 모임에 합류했다. 대구 독서 모임은 우주지감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으로 같은 해에 시작했다. 지금은 <일글책> 모임에 정기적으로 출석하고 있으며 달궁은 간간이 참여하고 있다.


각기 다른 특징이 있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짧게, 때로는 길게 만났다. 모임에 꾸준히 나오다가 갑자기 불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모임 진행 분위기에 불만을 느꼈다. 이들은 독서 모임이 자신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고, 끝내 불참을 결정했다. 그런 분들을 봤기에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모임 시작 전에 미리 말했다.

 


 “오늘 모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각자 하고 싶은 말하세요. 모임 다 끝나고 나서야 내 생각을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마세요.”

 


자유로운 대화 진행에 걸림돌이 될 만한 모임 발제를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독서 모임은 편안하게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한다.


모임장은 공연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연출가의 역할과 비슷하다내가 언급한 연출가는 공연작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배우의 연기와 무대 장치 등에 꼼꼼히 보고 개입하는그런 흔한 연출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예전에 희곡 전문 가게 <인스크립트>에 갔을 때책방지기이자 배우 권주영 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연출가의 역할은 뭐에요?’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봤다주영 님은 배우들이 편하게(능동적으로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자신이 지향하는 연출이라고 대답했다짧게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간 대화였지만배우에게 제대로 배우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되면 저런 연출가처럼 되어야겠다고생각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홍성광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마카롱 에디션] 프리드리히 니체, 홍성광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두루미모임 진행은 처음이 아니다. 생애 첫 독서 모임 진행은 펭귄 클래식모임에서 시작했다. 그때 읽은 책이 니체(Nietzsche)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그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내가 만든 모임 발제를 입술과 심장이 떨면서 말했던 순간은 잊지 못한다.
















* 웬다 트레바탄, 박한선 옮김 여성의 진화: , 생애사 그리고 건강(에이도스, 2017)




2019725<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모임 선정 도서는 여성의 진화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내가 추천한 과학책이었다. 모임 장소는 침산동에서 고성동으로 이전한 지 얼마 안 된 <서재를 탐하다>였다. 7월 모임을 위해 발제 세 개를 만들었지만, 그때도 발제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한 분들에게 당부했다. 완독에 쫓기지 말고, 다 못 읽더라도 각자의 관심사와 관련 있는 내용은 꼭 읽어오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자유롭게 말하기. 5년이 지났는데도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방식이 한결같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 숀 캐럴, 김영태 옮김 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 공간, 시간, 운동(바다출판사, 2024)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숀 캐럴(Sean M. Carroll)은 자신의 책 공간, 시간, 운동 서문에 자신의 꿈을 밝혔다.

 


 나의 꿈은 사람들 대부분이 현대물리학에 관해 열정적으로 자기 의견을 알리는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입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친구들과 선술집에 몰려가 무엇이 최적의 암흑물질 후보인지, 또는 무엇이 최상의 양자역학 해석인지를 놓고 떠들고 놉니다.

 

(서문, 9)



독서 모임에 늘 환영받지 못한 책과 주제가 있다. 과학, 정치, 종교다. 이런 주제는 어렵고, 지루하고, 내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기 부담스럽게 만든다. 독서 모임 선정 도서 대부분은 소설, 에세이, 또는 읽기 편안한 주제를 다룬 책들이다그리고 독서 모임을 위한 책을 추천할 때 신간보다는 이미 많이 알려진 구간 도서를 선호한다. 올해 나의 꿈은 편안하게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의 책을 읽고, 자기 의견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다내가 좋다고 생각한 책들은 편안하게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에 관한 것들이다. 편안하게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의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을 만들어서 좋은 책을 보는 나의 안목을 증명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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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2-03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을 저도 몇개 하고 있는데, 저도 같은 고민입니다. 편안하게 의견을 말하게 하자니 다른 회원이 불편해 하고...^^ 시간에 쫒기고...

두루미 이름 찾아보러 갑니다.

cyrus 2024-02-09 10:09   좋아요 0 | URL
<소모임>이라는 어플에 <일상 속의 글과 책>이라는 모임명이 있어요. 제가 그곳에 소속되어 있어요. <일상 속의 글과 책>이 책방 ‘일글책’의 뜻이고 이곳이 <두루미> 모임 장소에요. <소모임>에 모임 공지를 올리면 편해요. ^^

blanca 2024-02-0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쳐드리고 싶네요. cyrus님이라면 충분히 꿈을 이루실 수 있을 것 같아요.

cyrus 2024-02-09 10:11   좋아요 0 | URL
이제 슬슬 시작해 보려고요. 모임 진행을 하게 되면 책을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읽고, 리뷰도 잘 써지겠죠? 제가 모임을 만든거니까 모임 후기도 꼭 써야겠어요. ^^;;

꼬마요정 2024-02-0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 멋져요!! 꼭 꿈을 이루실 거예요!!
‘편안하게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 일단 먼저 이해를 해야 입이라도 떼볼텐데 말이죠.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요. 힘을 내야겠습니다!!

cyrus 2024-02-09 10:14   좋아요 1 | URL
저는 생각이 많으면 실행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독서 모임 선정 도서 한 권을 다 읽은 뒤에 모임 공지글을 바로 올리려고 해요. 저를 제외한 두 명만 모였으면 좋겠어요. ^^

서니데이 2024-02-0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에 독서모임에 참여하시나요. 독서모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편한 주제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책과 주제를 선택해서 같이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기회가 없다면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거나 선택하지 않을 내용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잘읽었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2-09 10:18   좋아요 1 | URL
네, 평일 저녁에도 독서 모임에 참석하거나 모임을 만들고 싶은데 칼퇴근 시간이 생기는 날이 잘 없는 편이라서 쉽지 않아요. 6~7시에 마치면 좋은데, 잔업을 하면 8~9시에 마치곤 해요. 그래서 주말 모임을 선호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