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15번째 선정 도서]




 


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트르, 오 게강

정기헌 옮김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원더박스

2024






 

   

2025517일 토요일

오전 10~오후 1

장소: 컬처플렉스 더숲(노원구 상계동)


 

 



<생각이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를 돌리고 

책에 불꽃을 피운 독자들>









 

서한용(진행, 발제, 참여, 간식)

김지용(서평)

이진범(발제, 참여)

보람(발제)

최해성(발제, 참여, 북클럽투르기 · 윤색)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자유란 무엇일까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합니다. 자유의 반대말결박구속입니다. 이 두 개의 단어는 우리의 삶을 더욱 비좁게 만듭니다. 결박은 자유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차꼬입니다. 구속은 자유를 가두는 감옥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유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자신이야말로 자유를 정말 정말,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하네요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어요. 자유를 괴롭히고 있는데 자유를 사랑한다는 자유주의자라? 다시 생각해 봐도 무언가 잘못되었어요. 그러나 자칭 자유주의자는 뻔뻔합니다. 오히려 자유를 괴롭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하네요. 자칭 자유주의자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야말로 자유를 짓밟는 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까지도 자유를 무시하는 적으로 몰아세웁니다


도대체 그들이 사랑하는 자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경제적 자유입니다. 자칭 자유주의자는 개인과 기업이 이익을 더 많이 얻으려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은 자칭 자유주의자는 기업의 자유를 더 좋아합니다. 그들이 말하길 기업이 잘 돌아가면 나라가 잘 돌아간다나 뭐라나. 거대한 자본주의 마당 안에서 기업이 알아서 돈을 벌면 모든 사람이 풍요로워지고 잘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자유는 누구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단어입니다. 자유의 의미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자칭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독차지하고 있어요. 그들은 자유를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믿는 자신의 태도가 자유를 괴롭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이 자유를 여러 번 떠들고 다닐수록 자유는 점점 더러워지는 단어가 됩니다. 자유는 이기적이고 건방지고, 오만한 단어가 되고 말았어요.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자칭 자유주의자를 가리켜 신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신자유주의자는 정직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방해하는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상식에 반하는 권력에 아부하지 않습니다. 반면 신자유주의자는 자신의 자유를 문제 삼는 타인을 굴복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합니다. 특히 기업과 친한 정부 앞에서는 아부를 잘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광장의 민주 시민들, 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기업의 경제 활동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조합. 신자유주의자가 보기에 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은 자유를 침해하는 세력들입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정부와 기업에 반하는 생각들을 결박하고 구속합니다. 심지어 그들이 더 이상 살아나지 못하도록 폭력을 쓰기도 합니다.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김이석 옮김 노예의 길(자유기업원, 2024)


* 밀턴 프리드먼 · 로저 프리드먼 함께 씀, 민병균 외 옮김 

선택할 자유(자유기업원, 2022)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 루트비히 폰 미제스 외, 전용덕 옮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 이론(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 [절판] 애덤 테블, 이화여대 통역 번역 연구소 옮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아산정책연구원, 2013)

 

* [절판] 이근식 신자유주의: 하이에크, 프리드먼, 뷰캐넌(기파랑에크리, 2009)




내전, 대중 혐오, 법치는 자유를 왜곡하면서까지 기업과 권력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신자유주의자들은 대체로 하이에크(Hayek)라는 경제학자의 신념을 따릅니다하이에크는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반공주의 지식인들이 모인 몽펠르랭 협회(Mont Pelerin Society)를 설립합니다. 여기에 모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비판하고, 시장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일명 오스트리아학파경제학자입니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와 노조의 기세가 오르면 자유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마저 무너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쓴 책 중 가장 유명한 노예의 길사회주의로 인해 자유가 억압받으면, 개인은 결국 노예가 된다고 경고한 책입니다. 하이에크의 자유 지상주의기업과 친한 보수주의 정치인들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유에 미친 하이에크는 민주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마저 자유를 반대하는 적대 세력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유주의적 독재 정권의 반민주적 정치를 눈감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신자유주의자와 보수 우파들은 나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자유를 위한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등을 지향하는 좌파와 사회 진보적인 운동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적이 됩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물불 안 가리는 분노와 뒤돌아볼 줄 모르는 폭력입니다.


































* 존 스튜어트 밀, 김만권 옮김 자유론(책세상, 2025)

 

* [구판 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책세상, 2018)

 

* [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여성의 종속(책세상, 2018)

 

* [절판] 이근식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기파랑에크리, 2006)

 

* 이사야 벌린, 박동천 옮김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아카넷, 2014)





저는 자유주의자, 온건 보수주의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유주의 사상가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입니다. 이 두 사람은 다른 생각과 사상을 존중했고, 자유주의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한 자유주의자였어요







밀은 시대를 앞서 나간 진보적인 자유주의자입니다. 지적인 동지인 아내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를 만나면서 여성의 평등을 옹호했습니다. 이사야 벌린은 한 사회 안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는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 문제를 오직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해결하려는 태도를 반대했습니다.


자유주의자인 저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만 쏙 빼놓고 민주주의를 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마다 늘 아쉬웠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더럽히진 자유를 원래의 올바른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면 자유 또한 민주주의 못지않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서한용 작가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극우마저 함부로 쓸 정도로 흔해졌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수록 경제적 평등에 초점을 맞춘 사회민주주의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권력에 아부하는 신자유주의는 정부와 자신들의 세력에 유리한 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들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진보적인 정당의 정치 행위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거나 이를 규제하는 행정 기관을 설치합니다. 결국 자기들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는 거죠. 보람 님은 작년 정부의 퇴행적인 계엄령과 탄핵 과정을 지켜본 이후로 헌법에 관심을 가져서 공부를 시작했다는데요, 본격적으로 대선 시간에 접어들수록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7월의 도서]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어크로스, 2024)





한 번 만들어진 헌법은 영원히 좋은 법으로 남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수의 극우 정치 세력들은 잘 만들어진 법을 정적을 공격하거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라는 책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헌법을 점진적으로 고치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합니다. 헌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은 헌법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헌법을 제대로 뜯어고쳐야 하는 일에 소극적입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쓴 미국 출신 두 명의 저자는 미국 헌법이 민주주의 세상에서 가장 수정이 힘든 헌법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고 봐요. 개헌 논의가 점점 미뤄지거나 잠잠해지면 미국처럼 개헌에 소극적인 여론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진범 님은 신자유주의자의 생각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지만, 왜 주변 사람들이 보수주의자로 살아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말했어요. 자유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개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진범 님이 만난 보수적인 사람들(우파 성향의 정치적 보수주의자가 아닌, 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은 개인의 이익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최대한 더 많이 누리기 위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타인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타인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개인의 이익을 제한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어 왔던 생각과 신념이 현실에 맞지 않거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 당황하게 되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위협하는 듯한 불안과 두려움이 클수록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타인의 의견을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반대하는 성향이 더 커집니다.






 












* 디디에 에리봉, 이상길 옮김 랭스로 되돌아가다(문학과지성사, 2021)


* 디디에 에리봉, 박정자 옮김 미셸 푸코, 1926~1984(그린비, 2012)




서한용 작가는 본인을 포함한 진보적인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보수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서 작가는 보수성을 무조건 숨겨야 하고 나쁘다고 봐야 할 성향이 아니라 내 안의 모순과 불일치를 인정할 수 있는 인생의 한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안의 모순복잡한 개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과 같아요. 이 거울이 불편하다고 해서 부술 순 없어요.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거울을 잘 들여다본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적 신념이 부딪힐 때 제대로 고민할 수 있어요. 







내 안의 모순을 탐사하는 일을 긍정한 서 작가는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Didier Eribon)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추천했어요. 이 책에서 디디에 에리봉은 동성애자로서의 성 정체성과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서의 사회적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내적 갈등을 분석합니다. 여담으로, 디디에 에리봉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평전을 쓴 저자로도 유명한데요, 내전, 대중 혐오, 법치푸코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술 분석에 바탕으로 만든 책이에요.


신자유주의자와 극우 과두제를 비판한 내전, 대중 혐오, 법치의 공동 저자들은 신자유주의에 제대로 저항하려면 이미 과거에 실행된 중도적인 대안 정치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의 진단에 따르면 자유주의가 조금이라도 가미된 좌파의 중도 정치는 좌파 정책을 지지하는 인민 계급들을 뒤돌아서게 했으며, 신자유주의에 날개 하나 더 달아준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이 바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좌파의 모습은 교차성(Intersection)에 초점을 맞춥니다. (), 인종, 민족 등 여러 정체성의 평등이 보장되면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좌파 안에서의 정체성 내전또는 계급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결집력이 약해집니다. 저자들은 기성 정당 중심의 사회운동이 아닌 소규모 사회운동 플랫폼, 협동조합, 노동조합 등이 서로 연결된 사회운동을 제안합니다. 김지용 님은 내전, 대중 혐오, 법치서평에서 저자들이 제시한 급진적인 대안 역시 한물간 실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신자유주의를 미워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싶은 좌파라면 꼭 읽어봐 할 책입니다. 그리고 참된 자유의 의미를 인지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에 경청하고 토론하는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독자들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신자유주의자는 기고만장한 상태입니다. 이 기세라면 온건한 보수주의자들도 신자유주의자가 일으킨 내전에 휘말릴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점진적인 개혁마저 시도하지 못하게 됩니다.


내 인생에 깊이 새겨진 단어 자유가 극우로 더럽혀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생각하고, 공부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에 똑바로 경청해야겠어요. 누구나 인정하는 진짜 자유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고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유주의자로 살아가고 싶어요신자유주의자들이 네가 생각하는 자유는 틀렸어!’라고 비난해도 개의치 않습니다틀렸으면 이를 인정하는 자유주의자. 나와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일이라면 익숙한 과거를 거부하고,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를 만들 수 있는 변화에 동참하는 자유주의자.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뇌는 굳어지고, 변화를 거부합니다. 생각을 멈춘 뇌는 자유와 반대되는 비상식적 상황에 침묵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를 보호해 주며 편안하게 해주는 폭신한 이불과 같은 권력에 복종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거대한 이불 속에 갇힌 자유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 낭독서 모임: 연기 실험실’ 5월의 희곡]

* 에드몽 로스탕 원작, 김태영 각색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제철소, 2024)

 

* [절판] 미셸 옹프레, 곽동준 옮김 바로크의 자유사상가들(인간사랑, 2011)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애편지를 잘 쓰는 낭만적인 시인으로 묘사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는 실제로 자유를 사랑했고, 자유를 억압한 권력을 비판하는 글을 쓴 바로크 시대의 지식인입니다







비록 창작물에서 나온 가상의 말이지만, 시라노의 연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다시 힘 있는 보호자를 찾아 그를 주인으로 섬겨야 합니까? 혼자 힘으로 날아오르는 대신 나무 둥지를 휘감아 돌며 껍질을 핥아대는 덩굴처럼 술수로 기어올라야 합니까? 재력가에게 찬미의 시구를 지어다 바쳐야 합니까? 아니면 어릿광대처럼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길 바라는 천박한 희망을 품어야 합니까? 매일 밥 먹듯 굴욕을 삼켜야 합니까? 허리를 더 유연하게 굽히는 연습을 해야 합니까? 아니, 그것도 나는 싫습니다


 나는‥… 노래하고, 꿈꾸고, 웃고, 지나가고, 혼자 있고, 자유를 즐기고, 똑바로 보는 눈과 떨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마음이 내킬 때 이 펠트 모자를 비스듬히 쓴 채 찬성 혹은 반대를 위해 싸우거나 시를 쓸 겁니다. 명예나 부를 위해 일하지 않고, 달라나 여행을 꿈꿀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어이, 친구. 참나무나 떡갈나무는 못 되더라도 

그에 빌붙어 사는 덩굴이 되진 말게!”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중에서,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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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5-1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투르기! 네가 붙인 직함인감? 암튼 꽤 괜찮게 들린다. 아무나 뭣할 것 같고 너 같이 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급료는 받나? ㅋㅋ

Comandante 2025-05-1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자유주의 통치의 무서운 점은 대다수 사람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나는 책도 많이 읽고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니 좋은 일을 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현실에 서서히 굴복하게 만들지요.
소위 3차원적 권력의 작동입니다.
시장 영역 외의 모든 영역도 하나의 이데올로기 국가기관처럼 만들면서, 충실한 복종을 저항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점, 이게 신자유주의 통치의 용서할 수 없는 점입니다.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 문학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현대문학 

2009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45분

장소: 인더가든



<4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정현정(진행), 조약돌김성현

천성은최승민, 최해성(모임 후기 엮은이)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한 이야기가 흐르거든요오에와 아들 히카리(大江光)의 관계를 조명한 책을 쓴 영국의 언론인 린즐리 캐머런(Lindslry Cameron)개인적인 체험》이 내용상 심각한 책이지만, 매우 재미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절판] 린즐리 캐머런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 (이제이북스, 2007)




소설 주인공 버드(Bird)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남편입니다. 뇌에 이상이 있는 아기를 살려야 말지 외롭게 고민하는 와중에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납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버드의 성적 욕망도 솟아오릅니다대부분 독자는 작가의 지나친 성적 묘사가 상당히 거슬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캐머런은 가차 없는 솔직함이 이 책의 눈에 띄는 매력이며 오에의 작품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구별 짓는 요소라고 말하네요.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세속> 독자 정현정 님은 이 어려운 책을 어떻게 봤을까요? 속독하면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천천히 읽으면 생각 덩어리가 많이 나오는 책이라고 말했습니다여섯 명의 <세속> 독자들은 각자 머릿속에 안고 온 소설에 관한 생각 덩어리들을 하나둘씩 꺼내보았습니다.


조약돌 님은 소설 밖에 있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버드와 아내의 관계가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한 것이죠. 결혼은 자유의 무덤이에요. 버드는 불편한 진실을 모르고 결혼한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결혼한 것일까요?
















* 이상희 인류의 진화: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 온 여정(동아시아, 2023)




약돌 님은 여행하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에 버드가 왜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습니다약돌 님이 던진 질문을 받은 천성은 님은 아주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해 주셨는데요, 최초의 인류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프리카입니다지금도 여전히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진화론자와 진화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는 학설을 지지합니다버드가 꿈꾸는 아프리카는 단순히 미지의 여행지일 수 있고요, 성은 님의 진화론적 관점이 투영된 아프리카는 진정한 나(개인)의 정체성이 시작된 집과 고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시간이 쏜 화살에 맞습니다. 현실에서 미래로 거침없이 나가는 시간의 화살. 우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가는 시간의 화살에 관통당한 채 살아갑니다. 화살 방향을 절대로 바꿀 수 없듯이 과거를 그리워해도 돌아갈 수 없어요. 버드의 아프리카는 현재보다 자유로웠던 과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최승민 님은 소설에서 반영된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 ChatGPT를 이용하면서 책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ChatGPT로 소설과 작가와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미리엄 실버버그, 강진석 · 강현정 · 서미석 옮김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 근대 일본의 대중문화(현실문화, 2014)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4년 7월의 세계 문학]

에도가와 란포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 책, 2021)


* 박경리 일본산고: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유고 산문(다산책방, 2023)




개인적인 체험에는 성적 묘사와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종종 나옵니다. 캐머런이 말한 것처럼 웃긴 장면도 있습니다. 저는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반 근대 일본에 유행하기 시작한 문화 양식 에로 그로(테스크) 난센스의 취향이 이 소설에 묻어나 있다고 느꼈어요에로 그로 난센스는 야하고, 엽기적이고, 우스운 것을 뜻합니다에로 그로 난센스가 넘치는 192, 30년대에 활동한 작가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고, 동시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가 바로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입니다.


김성현 님은 토요일 아침에 하는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의 모임장입니다(현정 님과 승민 님도 <고라니 울고> 소속 회원입니다). 성현 님은 <고라니 울고> 선정 도서로 읽었던 박경리의 산문 일본 산고의 내용 일부를 언급하면서 개인적 체험에 스며든 일본인의 인생관을 짚어주었습니다.


일본 산고토지를 쓴 작가가 쓴 일본 문화론입니다. 박경리반일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 책은 작가 사후에 나온 미발표 원고를 묶은 것입니다. 작가의 원고 속에 일본 문화에 대한 자신의 소회가 담겨 있는데요, 작가가 보고 느꼈던 일본인들은 내세관이 희박해서 유한을 잘 소화하는 민족입니다. 일본 민족 종교는 샤머니즘인데, 일본의 신은 내세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정서에 어둡고 캄캄한 허무주의가 배어 있습니다허무주의에 짓눌린 일본인들은 체념에 빠져 자살을 선택합니다. 모든 일본인이 현실적 고통에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극단적인 취향을 마음껏 즐기면서 현실의 고통을 애써 잊으려고 하죠. 저는 이 극단적인 취향’이 만든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바로 에로 그로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개인적 체험의 버드는 절망적인 현실(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과 불투명한 미래(아프리카 여행) 사이에 껴서 괴로워하는 인물입니다. 버드는 혼자만의 고통을 잊기 위해 에로스에 집착하고 있어요. 승민 님이 말씀하신 대로 성적 욕망과 에로티시즘이 가득한 히미코의 집은 버드의 유일한 도피처입니다.


개인적 체험은 히카리가 막 태어났을 때 쓴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 읽는 독자는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버드를 작가와 동일시한 독자는 아내에 무심하고, 옛 여자 친구에 매달리는 버드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개인적 체험》을 읽고 실망한 독자는 작가를 오해하게 되고, 오에 겐자부로는 한순간에 오해 겐자부로가 됩니다.
















* 헨리 나우웬, 김명희 옮김,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IVP, 2022)




현정 님은 가톨릭 사제이자 신학자인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책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신 자을 읽은 이후로, 장애를 둘러싼 편견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담19962월에 세상을 떠난 장애 청년 아담 아네트(Adam Arnett)를 가리킵니다. 헨리 나우웬은 아담의 삶을 회상하고, 아담을 만나면서 느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합니다아담이 세상을 떠난 지 7개월 후에 헨리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담의 이야기가 사라질 뻔했어요다행히 헨리와 친분이 있는 종교인들과 아담 유가족의 보살핌을 받은 유고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헨리는 장애인의 삶에 헌신하도록 당신을 자극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항상 아담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헨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누구인지 등등 종교적 질문을 하면 거기에 빛을 비춘 사람이 아담이었다고 말합니다. 헨리에게 아담은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 존재였습니다.







오에는(히카리)이 없었으면 자신은 소설가로 살아가지 못했다고 말합니다히카리는 오에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나는 당황과 혼란 속에서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를 함께 준비하며 직관적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히카리()라고 지었다. 나의 직관은 옳았다. 그 아이의 존재는 내 의식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둡고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밝혀 주었으니 말이다.

 

(빛의 음악중에서, 12)

 


개인적인 체험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없고, 애매한 소설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어둡기만 하고, 칙칙하고, 혼란스러운 소설은 아니어요. 작가와 버드를 무조건 일치시켜서 바라보는 독서는 오해 겐자부로를 만날 수 있어요. 진짜 오에 겐자부로를 제대로 만나려면 개인적인 체험만 봐서는 안 됩니다. 빛(히카리)이 성장할수록 오에의 문학은 성숙해졌습니다. 개인적인 체험》 이후에 나온 소설들을 꾸준하게, 천천히 읽으면 빛나는 오에를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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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4-28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 같은 생각입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책 중 가장 좋았습니다.

cyrus 2025-05-01 09:19   좋아요 1 | URL
소설 속 인물들은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되게 독특했어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데요... ㅎㅎㅎ 그날 독서 모임에 오신 분들이 어려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제가 추천한 책은 아니지만... ^^;;).
 









‥… 쉽지 않겠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절반 정도 읽다가 갑자기 뇌에서 탄식의 한 줄 평이 삐져나왔다개인적인 체험》은 오에의 대표작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4년 11월의 세계문학]

* 실비 제르맹, 김화영 옮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문학동네, 2006)

 




내가 기억하기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독자이자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정현정 님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11월의 세계문학 도서였던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를 힘겹게 읽었다고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을 선정한 나도 어려웠다.


개인적인 체험에 종종 비현실적인 묘사들이 나온다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주인공 버드(bird)’뇌에 혹이 달린 첫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도피형 인간이다괴로운 버드는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나고그녀와 섹스를 한다개인적인 체험을 먼저 읽은 대다수 독자는 버드와 히미코의 성관계 묘사가 장황하다고 지적했다그리고 과거에 히미코를 강간한 자신의 야만적인’ 행동을 반성하면서도 히미코에게 찾아가 정욕(情慾)을 채우는 유부남 버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독자의 반응도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박승애 옮김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현대문학, 2016)

 

*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변신: 단편 전집(솔출판사, 2017)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변신. 시골 의사(민음사, 1998)

 




오에의 단편 소설 공중 괴물 아구이(단편 선집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에 수록되어 있다)개인적인 체험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다실제로 이 두 작품은 1964년에 발표되었다. 아구이(アグイー)머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영혼이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D’라는 이름의 음악가. 소설에 묘사된 아구이의 모습이 특이하다. 아구이는 캥거루만 한 크기의 커다란 아기의 모습이고, 면으로 된 속옷만 입고 있다. D는 공중에 있던 아구이의 영혼이 가끔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구이가 보이지 않는다. 공중 괴물 아구이카프카스러운(Kafkaesque)’ 소설이다. ‘카프카스러운은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작품에서 유래된 용어.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도 황당무계하고, 불쾌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Kafkaesque’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뜻한다.


















* 볼프강 카이저, 이지혜 옮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아모르문디, 2023)




‘Kafkaesque’의 의미와 유사한 문학 용어가 그로테스크(grotesque). 그로테스크는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럽고, 괴이한 것을 뜻한다. 카프카의 소설들 역시 그로테스크하다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 아주 유명한 그로테스크한 소설이다.





















* 오에 겐자부로 & 오자키 마리코

윤상인 & 박이진 함께 옮김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문학과지성사, 2012)



* 린즐리 캐머런, 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 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이제이북스, 2007)





카프카(Kafka)’갈까마귀를 뜻하는 체코어 단어이기도 하다. 오에는 처음에 첫 아이의 이름을 가라스(からす: 까마귀)’로 정했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는 아들의 작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오에는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오에 히카리(ひかり: ). 까매질 뻔한 아이의 이름은 다행히 빛을 받으면서 환해질 수 있었다.


















오에는 도쿄대학 불문학과 출신이다. 그를 가르친 스승은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를 일본에 소개한 와타나베 가즈오(渡辺一夫)라는 불문학자다. 라블레의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가득하다. 문학청년 오에는 스승이 번역한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를 읽고,자유 검토의 정신을 처음으로 이해했다고 회상한다. 자유 검토의 정신은 학교에서 배운 상식을 자유롭게 조사하고 검토하는 태도이다. 자유 검토의 정신을 문학으로 습득한 덕분에 오에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억압하는 일본 사회제도와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론의 결정판!(오에 컬렉션 1,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남휘정 옮김

읽는 행위: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오에 컬렉션 2,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정상민 옮김 쓰는 행위: 문학 노트(오에 컬렉션 3, 21세기문화원, 2024)





그래도 몇몇 독자들은 비판적인 지식인이 소설에 야한 묘사를 많이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에는 자신의 소설 속에 성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때로는 애써 숨기거나 부정하는) 성적인 것에 대한 기괴한 열정을 소설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위가 성적인 열정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어두운 균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오에의 소설과 문학론을 주제로 한 글을 읽으면 세계문학 지도를 여러 장 만들 수 있다이 세계문학 지도만 있으면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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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4-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서 모임의 멤버는 정해져 있지 않나요?
누구나 참여 가능?

cyrus 2025-04-08 06:49   좋아요 1 | URL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 참여가 어려우면 책 리뷰를 쓰는 것도 괜찮아요. ^^

stella.K 2025-04-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쉽지 않겠어.’ ㅎㅎ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가지고 있는데 아직도 안 읽고 있다. ㅠ
그런데 오에 되게 좋은가 보다.

cyrus 2025-04-08 06:51   좋아요 0 | URL
어려운데 계속 읽고 싶은 소설이에요. 그런데 오에의 소설을 읽고 독서모임 발제를 만들면... 어려울 것 같아요.. ㅎㅎㅎ (이번 달 독서 모임 발제는 제가 만들지 않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도서 선정 투표에 총 20명이 참여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책을 고민 없이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가장 많은 득표수는 9였습니다. 9표를 받은 책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개인적인 체험를 추천한 세속 독자는 정현정 님입니다. 현정 님은 작년에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를 추천했던 분입니다. 9월 말에 진행된 <세계문학 속으로>의 표제는 당신의 에르노였습니다.[주] 각자가 읽은 에르노의 작품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속이 읽는 일본 문학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20247월의 세계문학)에 이어서 두 번째입니다.











올해는 오에 겐자부로가 태어난 지 9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인적인 체험1964년에 발표된 오에의 장편소설입니다. 장편, 중편, 단편소설들을 아우른 오에의 초기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1963년에 오에의 아들 히카리(大江光)가 태어났습니다. 히카리는 발달장애가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히카리를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오에는 수술을 통해서 히카리를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듬해에 나온 개인적인 체험장애인의 아버지로서 살아가게 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스며든 자전적 소설입니다.

 

현정 님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보여서는 안 되는) 문제로 취급되는 장애에 대해 논의해 보고 싶어서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했습니다.

















* 장 폴 사르트르, 임호경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2020)

* 장 폴 사르트르, 방곤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1999)




지난주 토요일에 개인적인 체험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 소설은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라기보다는 유럽 작가의 소설처럼 느껴졌어요. 오에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 문학 작품들을 즐겨 읽었습니다. 대학 시절 불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논문 주제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였어요. 개인적인 체험에 주인공인 버드(Bird)가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를 연상시킵니다.



















* [절판]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위즈덤하우스, 2015)

 

* 윌리엄 블레이크, 서강목 옮김 블레이크 시선(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절판] 윌리엄 블레이크, 김종철 옮김 천국과 지옥의 결혼(민음사, 1990)




버드의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집 천국과 지옥의 노래지옥의 잠언에 있는 구절을 인용합니다. 오에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블레이크의 시를 원문으로 자주 읽었다고 합니다. 블레이크는 오에의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오에의 소설을 읽기 전에 오에의 문학 강연을 모은 읽는 인간을 먼저 읽는다면 서양 문학이 녹아든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에 오에와 블레이크의 문학적 연관성을 알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오에가 199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자, 이듬해에 본격적으로 오에의 작품들이 우후죽순 국내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반일 정서가 지금보다 심했음에도 국내 작가와 지식인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핵무기 개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오에를 민주주의자로 평가했습니다. 90년대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출판사 고려원24권으로 구성된 오에 겐자부로 소설 문학 전집을 기획하여 출간했습니다. 개인적인 체험을 포함한 몇몇 작품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절판되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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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에가 됐구만. 좀 어렸잖나? 난 노벨문학상 알러지가 있는지 무조건 다 어려운 줄 알아. ㅋㅋ 지난번 채식주의자도 겨우 읽었다. 😂

cyrus 2025-03-31 22:29   좋아요 0 | URL
역시 노벨문학상 작가의 소설은 어렵네요.. ㅎㅎㅎ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흥미로워요. ^^

카스피 2025-03-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에 겐자부로 전집중 몇권이 있는데 SF경향이 있는 작품만 수집하다보니 다 모우지 못한 것이 좀 아쉽더군요.

cyrus 2025-03-31 22:30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가는 헌책방에 고려원 오에 겐자부로 전집 3권이 있어요. 두 권은 타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고, 나머지 한 권은 재출간되지 않은 작품인데, 이 한 권이 가격이 제일 비쌉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5-03-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체험, 좋았던 작품요!

cyrus 2025-03-31 22:33   좋아요 1 | URL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계속 읽고 싶어져요. 오에의 문학 취향을 알고 나니까 소설 내용을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요. ^^
 




이번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모임 일정이 한 주 앞당겨졌습니다. 금요일인 내일이 바로 모임 날인데요. 원래대로라면 모임 날은 다음 주 금요일입니다. 그런데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3월의 세계문학 도서 책상은 책상이다를 추천한 조약돌 님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날짜가 변경되었어요.

 

책상은 책상이다가 아주 얇은 책이라서 금방 다 읽었지만, 문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도서를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정말 책 한 권 고르기가 정말 어렵군요.

 

그래서 저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자님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다음 달 책은 투표로 해서 결정하자고요. 우리뿐만 아니라 모임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도 참여하는 투표로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독자님들 각자가 책 한 권을 고릅니다. 투표 이벤트를 준비하는 저를 제외한 독자들은 다른 분의 추천 도서를 모릅니다.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저는 독자분들의 추천 도서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투표 창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의 알라딘 블로그와 저의 인스타그램 계정

 

2. 오프라인 모임 앱 소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모임에 가입된 분들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3. 제가 참석하는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수레바퀴와 불꽃> 카톡 단톡방 투표

 

이 세 가지 투표 창구의 투표수를 합산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책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도서로 선정됩니다.


 

총 여섯 권의 후보 도서를 소개하겠습니다.

 




[후보 도서 1]






토머스 드 퀸시

김석희 옮김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시공사, 2010년)





[후보 도서 2]





아사이 료

민경욱 옮김 

정욕: 바른 욕망

(리드비, 2024)





[후보 도서 3]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후보 도서 4]





아서 C. 클라크

김승욱 옮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황금가지, 2017)






[후보 도서 5]





실라 헤티

구원 옮김

마더후드

(코호북스, 2024)





[후보 도서 6]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어크로스, 2024)






알라딘 블로그에는 투표 기능이 없어요. 그래서 댓글(비공개 댓글 포함)로 한 권 또는 두 권 이상의 책 제목을 남기면 됩니다. 여섯 권 모두 고르셔도 됩니다.

 

댓글 투표 기한은 3월 21일 금요일 자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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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0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흥미롭고 좋은 것 같긴한데 난 읽는다면 정욕과 마더 후드를 읽을 것 같고, 하나만 고르라면 정욕을 먼저 읽을 것 같다. 그 정욕이 그 정욕이 아니었구만. 그래서. ㅋ
난 요즘 그믐이란 곳에 가고 있는데 거기엔 벽돌책 깨기 모임이 있더라고. 이번 달엔 권보드래의 3월 1일의 밤을 읽고 있는데 700페이지 내외의 책을 읽고 있는데 그나마 이 책은 얉아서 첨 참여해봤어. 내가 이 나이에 백돌책 깰건 아니잖아. 근데 그냥 할만해. 다음 달엔 무슨 셰익스피어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데 중고책 있으면 참여해보려고. ㅋㅋ

cyrus 2025-03-20 21:58   좋아요 0 | URL
댓글이 많아야 5개 달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사람들 투표 참여가 저조하네요.. ^^;; 책 소개를 안 해서 그런 걸까요?

<정욕>과 <마더후드>에 투표한 것으로 할게요. 그런데 <정욕> 제목 때문인지 이 책을 선택한 분들이 많아요. ㅎㅎㅎ

그믐이라는 독서 모임,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 같은데, 어떤 모임인지 궁금하네요. ^^

2025-03-2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5-03-23 23:13   좋아요 1 | URL
복수 투표하기를 정말 잘했어요. 복수 투표 방식 없었으면 득표수가 더 적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