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네서점 <책방아이> 책도깨비(독서 모임)

일요 미스터리 책방



4월의 미스터리







아오사키 유고

김은모 옮김

지뢰 글리코

리드비

2025




2026426일 일요일

저녁 6~8

장소: 책방아이








대구에 ‘추리소설(미스터리 소설) 읽기 모임을 하는 서점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서점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요. 시간이 많은 주말에 서점을 만나고 싶었지만,  서점은 평일에만 열어 있어요. 그래도 주말에 서점의 문이 열릴 때가 있습니. 다만 손님을 맞이하는 서점의 모습은 아니에요. 주말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만 들어올 수 있어요매달 마지막 일요일 저녁 6시가 되면 서점은 <일요 미스터리 책방>으로 변신합니다.













주말에 드문드문 문 여는 서점의 이름은 <책방아이>(책방i, ibooks)입니다. 2017율하동의 동네 공원에서 태어났습니다서점의 얼굴이 공원의 나무들에 가려져 있어서 동네 주민이 아니면 찾기가 힘들 거예요<책방아이>동네 주민과 후원자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 서점입니다.













이곳은 평일과 주말 독서 모임을 통틀어 책도깨비라고 부릅니다. 평일 책도깨비 이름 중 하나가 <읽어서 세계 속으로>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독서 모임 이름 같죠제가 참석하고 있는 독서 모임 이름이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약칭 세속’)입니다. <읽어서 세계 속으로><세속>보다 먼저 만들어졌어요. 저는 출근하기 전에 챙겨 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KBS 2TV<걸어서 세계 속으로>입니. 평일 아침에 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재방송입니다. 독서 모임 이름을 세계 여행 방송 프로그램 이름을 변형해서 만들었는데요, <세속> 모임을 석 달 진행하고 난 후에 <읽어서 세계 속으로독서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의도치 않게 제가 <책방아이> 책도깨비 이름을 따라 하고 말았네요. 다음 모임 때 서점 대표님을 만나면 독서 모임 이름을 <세속>으로 정하게 된 계기를 밝히겠습니다.


독서 모임 있는 날이면 최대한 일찍 모임 장소에 도착하는 편이에요. 율하동은 제가 사는 동네가 아니라서 집에서 출발하여 서점에 도착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책방아이>에 일찍 도착했는데, 서점 문이 닫혀 있었어요. 남는 시간에 저녁 식사를 했고, 공원을 산책했어요. 모임 시작 30분 전에 다시 <책방아이>에 가봤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서점 주변에 한동안 헤매다가 <일요 미스터리 책방>에 꾸준히 참석하는 향기님을 만났습니다! 향기님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세속> 독자입니다. 향기님을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일요 미스터리 책방> 참석자 두 분이 오셨어요. 두 분 역시 향기님 못지않게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입니다.








아오사키 유고(青崎有吾)지뢰 글리코(地雷グリコ)탐정과 경찰이 등장하지 않으며 살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추리소설입니다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나옵니다주인공은 머리가 상당히 좋고, 상대방의 심리를 잘 읽는 영악한 여고생입니다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전부 학생들입니다조연으로 나오는 학생들 역시 주인공 못지않게 똑똑합니다









주인공 이모리야 마토인생은 게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써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하면 승부에 강한 지능적인 플레이어(player)가 됩니다마토는 수재가 모인 고등학교 학생회가 만든 변형 규칙 게임에 도전합니다.


변형 규칙 게임이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놀이에 특별한 규칙이 적용된 것을 말합니다소설 표제이자, 제일 먼저 나오는 지뢰 글리코가위바위보를 해서 제일 먼저 계단 꼭대기에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글리코 게임에 지뢰가 추가된 게임입니다. 두 명의 플레이어는 계단에 세 개의 지뢰를 설치합니다. 밟으면 폭발하는 지뢰는 아니지만, 상대편 플레이어가 설치한 지뢰를 밟으면 열 계단 내려가는 벌칙이 있습니다. 플레이어 본인이 설치한 지뢰를 밟으면 벌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편 플레이어에게 지뢰의 위치가 탄로 납니다.


작가는 추리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라이트노벨(Light novel) 공모전에 응모했습니다. 라이트노벨은 문장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과 같습니다만화에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고, 라이트노벨 속 주인공은 비범한 능력이 있거나 범상치 않은 성격의 학생입니다라이트노벨에 주인공이나 조연 인물들의 모습이 묘사된 애니메이션풍 삽화가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라이트노벨은 만화로 만들어지고, 이 만화 역시 반응이 좋으면 TV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집니다.


지뢰 글리코》에 교사를 포함한 어른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로 고등학생들만 나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과 추리물이 결합한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비웃는 숙녀(블루홀식스, 2020)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다시 비웃는 숙녀(블루홀식스, 2020)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비웃는 숙녀 두 사람(블루홀식스, 2022)




향기님은 소설에 나오는 학생들이 평범하지 않아서 이질적으로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학생회 대표들은 상대방이 사소한 행동과 몸짓만 보고, 그 사람의 심리를 간파합니다. 심리전에 능숙한 학생들은 게임에 참여하면 승부사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지배해서 자신이 좀 더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기도 합니다.









향기님은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추리 소설, 나카야마 시치리(中山七里)<비웃는 숙녀> 시리즈를 추천했습니다이 시리즈의 주인공 가모우 미치루사람들의 심리를 조종해서 나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범죄자입니다. 주인공의 악행과 주인공에게 쉽게 조종당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본 독자들의 머릿속엔 불쾌하면서도 찝찝한 뒷맛이 남습니다.


이런 유형의 추리 소설을 이야미스(イヤミス)’라고 합니다. 이야미스는 싫음’, ‘불쾌한 모양을 뜻하는 일본어 いや 와 미스터리를 합친 말입니다. 이야미스는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보다는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의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그래서 암울한 결말에 이르는 이야미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의 기분은 씁쓸해집니다.


지뢰 글리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래도 이 작품은 이야미스 소설로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 학생들은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 체계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명문고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게임을 여러 번 치러야 합니다. 교실에서 만나면 친구이지만, 시험 기간이 되면 경쟁자가 됩니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과 성적이 저조한 친구들이 서로 만나면 어색해지고, 어울리지 못합니다. 소설에서 명문고로 묘사된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부유하면서도 머리가 좋은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의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들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임을 해야 합니다.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타산적이고 추악한 자본주의의 축소판이자 약육강식의 엘리트 양성소입니다(214).
















* [절판] 나오키 산주고, 김소연 옮김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북스피어, 2011)




일본의 추리 · 미스터리 문학상들을 휩쓴 《지뢰 글리코171회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올랐습니다. 나오키상은 일본의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를 기리기 위해 1935년에 만들어진 문학상입니다. 나오키상은 대중 문학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데요, 나오키 산주고는 일본 대중 문학의 선구자입니다









추리 소설은 대중 문학에 속합니다. 나오키 산주고는 대중 문학에 과학 소설, 소년 · 소녀 소설, 탐정 소설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중 문학(문예)를 이렇게 정의를 내립니다.







 표현이 평이하고, 흥미를 중심으로 하되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또는 거기에 인생에 대한 해설과 인간 생활상의 문제를 포함하는 것.


(나오키 산주고,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중에서, 13)




지뢰 글리코나오키상을 받을 만한 문학 작품입니다. 소설에 나오키 산주고가 정의한 대중 문학의 특징들이 도드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 문학의 선구자가 살아 있다면 자신이 경험한 적이 없는, 학교와 두뇌 게임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 지뢰 글리코를 높이 평가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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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6-06-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모임 저도 가보고 싶네요. 워낙 혼자 읽는 생활이고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더욱. 저라면 마쓰모토 세이초나 요! 이런 모임 저도 가보고 싶네요. 워낙 혼자 읽는 생활이고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더욱. 저라면 마쓰모토 세이초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갖고 가겠어요.ㅎ

cyrus 2026-06-09 07:07   좋아요 1 | URL
추리 소설 읽기 모임을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어서, 본보기로 모임 분위기를 경험하려고 일요 미스터리 책방 모임에 가입하게 됐어요. 제가 가입하기 전까지 모임 회원은 세 명이었어요. 제가 추리 소설 읽기 모임을 만든다면 저 포함한 딱 세 명만 모였으면 좋겠어요. ^^

blanca 2026-06-0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오키상이 대중소설에 주는 건지 몰랐어요. 문학성이 높은 소설에 주는 줄 알았네요. ‘이야미스‘라는 장르가 있군요. 몰랐던 사실들 많이 알아 갑니다.

cyrus 2026-06-07 19:35   좋아요 0 | URL
제가 모르는 추리 소설의 하위 장르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어렸을 때 즐겨 읽은 셜록 홈스의 그늘에 벗어나야겠어요. ^^

살리에르 2026-06-0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책방이 호젓하네요. 근데 미스터리 읽기 모임은 만나서 책 읽기만 하나요? 추리 소설은 줄거리를 말하면 김이 새기 때문에 모두 다 읽고 감상평을 나누어야겠네요^^

cyrus 2026-06-13 09:37   좋아요 0 | URL
책 이야기를 하다가 책에서 벗어난 다른 주제로 대화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삼천포를 자주 빠질 정도는 아니고, 다른 주제의 대화가 재미있어요. 추리소설은 결말이 가장 중요해서 결말을 안 읽고, 모임에 참석하면 대화에 끼지 못합니다.. ^^;;
 




어떻게 읽어야 시를 좋아할 수 있을까? 시시한 질문이 아니다독자들과 친해지고 싶은 시()의 적절한 질문이다시 몇 줄 읽으면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다고 느낀 독자들에게는 시의적절한 질문이다과연 시인은 독자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5월의 세계 문학, 추천 독자: 히시마]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끝과 시작(문학과지성사, 2016)

 

* [리커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끝과 시작(문학과지성사, 2021)


[절판]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이해경 옮김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문학동네, 1997)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한다.



몰라, 정말 모르겠다.

마치 구조를 기다리며 난간에 매달리듯

무작정 그것을 꽉 붙들고 있을 뿐.

 

- 쉼보르스카, 어떤 사람들은 시를 좋아한다 부분-



자신이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거듭 생각하는 일을 포기한다그래서 어렵다고 느낀 시를 만나면 눈길을 돌린다시구절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이유로 시 읽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시를 읽어야 한다








쉼보르스카는 199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올해는 그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쉼보르스카의 시 선집 끝과 시작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시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문이 실려 있다그녀는 연설에서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독자는 호기심이 많다. “나는 이게 뭔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더 알고 싶어져.”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은 독자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시를 해석한다. 시인이 시를 쓴 의도와 완전히 달라도 된다. 독자의 독자적(獨自的) 해석은 시인도 몰랐던 시의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나게 한다.


















[그라디언트 <이 작가의 책미국 근대 문학 읽기’ 2026년 5월의 책, 추천 독자: ‘읽는 인간천성은]

* 월트 휘트먼, 허현숙 옮김 풀잎(열린책들, 2021)

 

* 월트 휘트먼, 김성훈 옮김 사람들은 사람들의 몸을 감싸안는다(파시클, 2025)

 

* 월트 휘트먼, 황유원 옮김 밤의 해변에서 혼자(읻다, 2019)



시인도 모르는 것이 많고, 호기심도 많은 사람이다쉼보르스카는 진정한 시인이라면 자기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를 되풀이해야 한다고 말한. 시인은 한 편의 시든, 한 권의 시집이든 다 쓰고 나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질문을 계속하는 시인은 생각날 때마다 시구절을 매만진다한 번 더, 그리고 여러 번 쓰고, 또 쓴다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평생 질문하고, 성찰하면서 시를 썼다. 그는 학교를 5년 다니다가 그만두고, 독서와 독학으로 지식을 쌓았다. 그래도 휘트먼은 모르는 게 많았고, 호기심이 왕성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들을 관찰했고, 자유와 ‘살아 있음을 찬양하는 시를 썼다.




 



휘트먼은 1855년에 첫 시집 풀잎을 자비로 출판했다. 초판본에 서문과 열두 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비평가의 반응은 좋지 않았으나 휘트먼은 189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풀잎7번 고쳐 쓰고 새로운 시를 추가했다. 시집의 최종 판본은 휘트먼이 사망하기 직전에 출간돼서 임종판(deathbed edi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휘트먼의 시집은 시작(詩作)의 끝이 아니라 창작을 이어가는 새로운 시작(始作)이다휘트먼은 풀잎초판 서문에 위대한 시인의 특성을 언급한다. 위대한 시인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쓴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위대한 시는 남자나 여자에게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다. 그가 결국 어떤 합당한 권위 아래 앉아 설명에 만족하며 편안해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흡족해하며 충만할 수 있다고 그 누가 상상한 적 있는가? 위대한 시인은 그런 끄트머리에 이르지 않는다. 그는 중단도, 보호받는 비만과 편안함도 가져오지 않는다. 그의 손길은 행동으로 말한다.


(《풀잎》 「서문중에서)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풀잎1855년 초판본을 참고한 번역본이다최종판 풀잎완역본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풀잎에 실린 시들을 선별해서 엮은 시 선집들은 휘트먼의 풍요로운 시 세계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쉼보르스카는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에서 그해 1월에 세상을 떠난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Joseph Brodsky)를 언급했다. 그녀는 자신이 만난 시인 중에 스스로 시인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정도로 긍지를 가진 사람은 오직 브로드스키뿐이었다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브로드스키는 524일 러시아(당시 소련)에서 태어났다. 조지프 브로드스키를 러시아어로 읽으면 이오시프 브로츠키. 그가 태어난 지 정확히 일주일이 되는 날인 531일은 휘트먼의 생일이다. 브로드스키도 휘트먼처럼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여러 번 직업을 바꾸면서 창작 활동을 했다. 소련 밖에 있는 세계 문학에 호기심을 느낀 브로드스키는 독학으로 영어와 폴란드어를 공부했했다. 그는 소련 당국의 검열을 피해 영국의 시를 번역한 지하 출판물(사미즈다트, самиздат)을 만들었다. 1964, 24세의 브로드스키는 체포되고, 사회의 해로운 기생충이라는 죄명으로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수용소 생활은 길지 않았다. 동료 문화계 인사들의 탄원으로 브로드스키는 이듬해에 석방되었다. 하지만 조국은 그가 자유롭게 문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1972년 소련 당국은 브로드스키를 청소년들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주고, 사회주의 이념에 전혀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비난하면서 추방했다. 브로드스키는 미국으로 건너가 창작 활동을 재개했다.









1986년 미국에서 발표된 하나보다 작은 생(Less Than One: Selected Essays)브로드스키의 폭넓은 문학 편력을 알 수 있는 산문집이다. 미국과 러시아 작가들의 문학에 대한 브로드스키의 견해가 담긴 책이다. 이 책으로 그 해에 브로드스키는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비평가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 for Criticism)을 받았고, 이듬해에 노벨 문학상까지 거머쥐었다.


















* 조지프 브로드스키, 이경아 옮김 베네치아의 겨울빛(뮤진트리, 2020)



브로드스키는 하나보다 작은 생에 실린 그림자 예찬이라는 글에서 오래 살아남은 시인들은 하나를 선택해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 전체를 보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다(189). 하지만 국내 독자들은 오래 살아남은 시인들’, 쉼보르스카, 휘트먼, 브로드스키의 시 작품 전체(시 전집)를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쉼보르스카와 휘트먼은 시 선집이 되었고, 브로드스키는 완전히 잊힌 상태다. 1987년 브로드스키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직후에 시 선집과  하나보다 작은 생》(설영환 옮김, 세종출판공사), 단막 희곡 대리석(이길주 옮김, 한마당)이 출간되었으나 모두 절판되었다. 브로드스키가 매년 겨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머무르면서 쓴 산문 베네치아의 겨울빛이 유일하게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브로드스키는 시와 산문(하나보다 작은 생수록)에서 휘트먼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 읽는 독자들을 치켜세웠다.

 

 





위대한 시는 위대한 독자가 있을 때 가능하다.”




위대한 독자는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이 풍부한 독자를 가리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독자는 시가 뭔지 몰라도 자기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시가 난해하다고 해서 자신의 무지함을 스스로 폄하하지 않고, 난해한 시를 쓴 시인이 형편없다고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위대한 독자의 호기심은 마르지 않는다.

















*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2014-2018 황현산의 트위터(난다, 2019)



문학 평론가 황현산 선생2014년 트위터에서 시 쓰기는 소통하기 어려운 것을 소통하려는 노력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17쪽). 시 읽기도 마찬가지다. 시 속에 소통하기 어려운 구절이 있어도 우리 독자는 조금이라도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시를 읽으면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정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위대한 독자는 정답을 잘 찾는 현자(賢者)가 아니다.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색하고 틀릴 수 있더라도 읽는 모험을 즐기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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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 문학








토베 얀손(글, 그림)

이유진 옮김

보이지 않는 아이:

아홉 가지 무민 골짜기 이야기

작가정신

2018




2026424일 금요일

저녁 8~10

장소: 인더가든




어린이날 대담 (with 히시마)

2026년 5월 5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경

장소: 뜨돈 돈까스














4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북 큐레이터]

히시마(세계 문학 도서 추천)

준욱

조약돌



[진행북클럽투르기윤색]

최해성



[사진]

김성현, 최해성






[곁두리(간식과 음료)]

인더가든

(모임이 있는 날이면 차커피 드립백을 넉넉히 챙겨오는) 김성현

  조약돌 (기다렐리 다크초콜릿)




[금요일 밤에 머무른 독자]

조약돌, 김성현, 준욱, 최해성






[어린이날 대담]

히시마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를 쓰는 사람


찰나에 흩어져서 사라지는

독자들의 대화를 그러모으고 메꾸는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대본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스쳐 가는 의미 없는 나날을

두 손 가득히 움켜쥘 순 없잖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가시 돋친 대화 속에 남겨진

너의 평범함을 외면하진 마.

 


- 김광석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1994) 노랫말 -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모국어보다 영어가 친숙했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는 차르(러시아 황제)를 무너뜨린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이 주도한 러시아 혁명을 피해 망명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두 사람은 이름이 같고, 생일도 같습니다(422). 나보코프는 롤리타를 쓰기 전까지 대학생들에게 세계 문학을 가르친 강사였습니다강연 수익이 글을 써서 번 돈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그라디언트 <이 작가의 책> ‘러시아 근대 문학 읽기’ 2025년 12월의 책, 추천 독자: ‘읽는 인간천성은]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개정판 509번째 책]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김진준 옮김 롤리타(문학동네, 2013)

 

* [절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권택영 옮김 롤리타(민음사, 1999)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김승욱 옮김 나보코프 문학 강의(문학동네, 2019)



나보코프는 문학 강의에서 다룬 소설들위대한 동화’, ‘최고의 동화라고 말했습니다(나보코프 문학 강의》 『좋은 독자와 좋은 작가, 44). 그렇다면 위대한 동화도 위대한 소설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이유는 단순해요. 동화와 소설은 문학 작품이니까요.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윤후남 옮김 안데르센 동화 전집(현대지성사, 2016)

 

* [절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김석희 옮김 즉흥시인(웅진지식하우스, 2005)



대부분 사람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을 동화 작가 또는 아동 문학가로 기억합니다. 사실 그는 동화를 쓰기 전에 시, 소설, 희곡을 썼습니다. 어린 안데르센은 아라비안나이트와 희곡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문학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수줍음이 너무 많은 소년 안데르센은 혼자 인형으로 연극을 하면서 놀았어요. 그의 장래 희망은 연극배우였습니다. 하지만 배우로서 능력은 부족했고, 특히 못생긴 외모는 안데르센을 괴롭힌 콤플렉스였습니다. 짝사랑한 여자에게 용기 있게 고백했으나 거절당했어요. 안데르센은 자신의 외모를 자책했고, 콤플렉스는 평생 그를 괴롭혔어요. 몇 편의 시를 발표했지만,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어요.


가난한 무명의 젊은 시인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고국 덴마크를 떠나 유럽을 여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데르센은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을 여행하면서 차곡차곡 글쓰기 재료를 그러모으면서 글을 썼습니다. 그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여행지는 이탈리아였습니다. 이탈리아의 자연과 소박한 민중 생활에 매료된 안데르센은 자신의 이탈리아 여행 경험을 반영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설이 바로 즉흥시인입니다. 안데르센의 모습이 투영된 젊은 시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즉흥시인안데르센에게 처음으로 명예를 가져다준 작품입니다. 독일, 영국, 러시아에서도 소개되어 독자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동화 작가로 더 많이 알려진 안데르센의 문학 인생은 소설가로 시작되었습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개정판 665번째 책]

* 토베 얀손, 안미란 옮김 여름의 책(민음사, 2019)

 

* 토베 얀손, 안미란 옮김 두 손 가벼운 여행(민음사, 2019)




무민(핀란드어: Muumi / Moomin)’ 시리즈를 만든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은 1966년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습니다안데르센의 이름을 딴 이 상은 2년마다 아동 문학가와 삽화가에게 주는 상입니다. 얀손은 어른 독자들을 위한 소설도 썼습니다여름의 책은 얀손이 쓴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늙은 예술가와 여섯 살 손녀 소피아(Sophia)가 주고받은 대화로 채워져 있어요작중 인물 소피아는 토베 얀손의 조카 모습이 반영되었습니다. 소피아 얀손은 무민 가족을 스케치북에 그리면서, 무민이 나오는 이야기를 쓴 이모를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 토베 얀손 원작 · 필리바 비들룬드(그림) · 세실리아 다비드손(각색), 이유진 옮김 《무민 가족과 보이지 않는 손님》 (어린이작가정신, 2019)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4월의 세계 문학 작품은 토베 얀손의 단편소설집 보이지 않는 아이입니다. 1962년에 발표된 무민 연작의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책 속에 표제작 보이지 않는 아이를 포함한 9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습니다


















* [개정판] 조지프 캠벨, 이윤기 옮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민음사, 2018)

 

* 조지프 캠벨, 박중서 옮김 영웅의 여정: 조지프 캠벨이 말하는 신화와 삶(갈라파고스, 2020)




4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에 모인 독자는 4명입니다. 준욱 님<세속>에 처음으로 참석한 독자입니다.


준욱 님은 책의 일곱 번째 이야기 해티패티들의 비밀에 묘사된 무민파파(Muumipappa)의 여정을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영웅의 여정(Hero’s journey)과 비교해서 읽었습니다.


캠벨은 영웅이 나오는 전 세계의 신화를 비교 분석하면서 공통적인 서사 구조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서사 구조를 크게 다섯 단계로 요약했어요. 태어남-부름-모험-역경-귀환입니다. 영웅은 태어날 땐 평민입니다. 초인적인 존재가 나타나 그에게 모험을 해야 할 이유를 알려줍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모험을 감행한 영웅은 크고 작은 역경에 부닥칩니다. 영웅은 슬기롭게 역경을 헤쳐 나가고, 결정적인 순간에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영웅은 과거와 다르게 성장한 모습으로 무사히 귀환합니캠벨은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영웅의 여정구조를 좀 더 세밀하게 나누었는데요, 19단계로 되어 있습니다.


해티패티들의 비밀에서 무민파파는 홀연히 집을 떠나 버립니다평범한 일상에 따분함을 느낀 무민파파는 우연히 해티패티들(Hattifatteners)을 보는 순간, 강렬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무민파파는 배를 타고 해티패티들이 사는 섬으로 향합니다. 고생 끝에 섬에 도착한 무민파파는 해티패티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합니다. 그리고 당장 집으로 가기로 결심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지나서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무민파파는 깨닫습니다. 집에 있을 때 진정한 자유와 모험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요.


무민파파의 모험과 영웅 여정 단계를 겹쳐서 보면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하지만 영웅 여정 서사가 있어야지만 모험담(영웅담)이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를 잘 만드는 작가는 틀에 박힌 영웅 여정 서사를 과감하게 비튼 반() 영웅담을 만들 수 있어요. 이런 이야기에 나오는 영웅을 안티히어로라고 하죠.


영웅 여정의 진정한 목표는 나 자신을 찾는 일입니다. 캠벨은 모험을 하면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면 자신만의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나를 잘 안다는 것은 내가 제대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무민파파는 거창하고 대단한 영웅은 아닙니다. 그는 평범한 영웅입니다. 평범한 영웅은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탐색하고, 즐길 줄 아는 모험가입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개정판 728번째 책]


[대구 책방 <일글책> ‘벽돌 책 읽기지정 도서 (2023)]


[대구 독서 모임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62번째 지정 도서 (2018년 5월)]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

 



약돌 님은 토베 얀손이 직접 그린 무민 골짜기지도가 흥미로웠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읽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온 수도원 평면도가 떠올렸다고 했어요.













성현 님은 무민 시리즈를 본 적이 없어서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특이한 행동과 대사들이 재미있었고, 아홉 편의 이야기가 길지 않아 부담감을 내려놓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 툴라 카르얄라이넨, 허영은 옮김 토베 얀손, 일과 사랑(문학동네, 2017)




저도 처음에 무민 이야기가 낯설었어요. 다행히 무민 연작의 창작 배경을 정리한 책이 있어요. 토베 얀손, 일과 사랑국내 유일의 토베 얀손 평전입니다. 이 책에 무민 연작을 포함한 소설들의 줄거리를 요약한 내용이 있고, 그녀가 그린 그림들과 무민 관련 삽화 및 스케치들까지 볼 수 있어요.


낯선 책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성현 님의 태도히시마 님이 무민 이야기와 동화를 추천한 의도와 맞닿아 있습니다히시마 님은 무민 이야기와 함께 안데르센 동화를 <세속> 문학 작품으로 추천한 독자입니다. 두 분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되는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에서 만난 사이입니다. 


히시마 님은 평일 저녁에 늦게 일하는 노동자라서, ‘4월의 세계 문학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저는 히시마 님의 추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공휴일인 오늘도 히시마 님은 오전에 일을 했습니다. 오늘 저녁에 히시마 님과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었고, 그분이 무민 이야기와 동화를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5월의 세계 문학]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끝과 시작(문학과지성사, 2016)

 

* [리커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끝과 시작(문학과지성사, 2021)




히시마 님은 독서 모임 참석을 위한 읽기가 숙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무조건 완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리면 독서의 재미가 줄어들어요. 히시마 님은 읽으면 지치지 않는 문학 작품이 시와 동화라고 말했습니다그래서 히시마 님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시 선집 끝과 시작‘5월의 세계 문학으로 추천했습니다


시와 동화는 독자의 마음을 느슨하게 해줍니다. 시와 동화를 만난 독자는 해석에 집착하면서 읽지 않습니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독서도 재미있습니다.








독서에 대한 히시마 님의 견해를 들으면서 휴식에 가까운 독서가 주는 희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어요. 생각하는 힘을 안 줘도 되는 책을 많이 찾아보고,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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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6-05-06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날 주간 무민 작가 책 북클럽 참 시의적절하네요. 저도 아이에게 무민 시리즈를 읽어주며 이게 왠지 영웅 서사 같은데 완벽하거나 힘이 센 영웅이 아니라 인간적인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이 돼 동화나 어린이 소설을 다시 읽으니 완전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cyrus 2026-05-07 07:10   좋아요 1 | URL
도서 추천자 없는 모임 후기를 쓰면 2% 부족한 것 같아서 기어이 어린이날에 도서 추천자와 일 대 일로 책 이야기를 했어요. 잡담에 가까운 대화였지만 즐거웠습니다. ^^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3월의 세계 문학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옮김

라스트 울프

알마

2021

 



2026년 3월 27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장소: 인더가든









3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북 큐레이터(도서 추천)]

정현정, 김성현, 조약돌



[진행북클럽투르기윤색]

최해성



[사진]

김성현, 최해성










[곁두리(간식과 음료)]

(버터떡을 만든 수제 디저트 카페) 인더가든

(모임이 있는 날이면 차, 커피 드립백을 넉넉히 챙겨오는) 김성현



[<세계 문학> 독자]

정현정, 조약돌, 김성현, 향기, 히시마, 최해성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를 쓰는 사람

독자들의 대화를 그러모으고 메꾸는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327 금요일은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1월의 세계 문학]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 2025년 12월의 책]

퍼시벌 에버렛송혜리 옮김 제임스》 (문학동네, 2025)




202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s) 소설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은 전해에 영어로 출간된 책 중 최우수 도서에 수여하는 미국의 문학상입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1월의 세계 문학 지정 도서였던 퍼시벌 에버렛(Percival Everett)제임스작년 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작이었습니다. 2022년에 발표된 에버렛의 소설 <Dr. No>는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지만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제임스는 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을 받지 못했지만, 2024년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소설 부문), 2025년 퓰리처상(소설 부문)을 받았습니다.









27일에 ‘DMZ 세계문학 페스타가 파주에서 개막했습니다. 일요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는 문학 축제입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개정판 1001번째 책]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김하은 옮김 붉은 인간의 최후: 세컨드핸드 타임, 돈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이야기장수, 2024)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 2015)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를 포함한 해외 작가들이 참석합니다.

 


















* 캐시 애커, 장한길 옮김 무의미의 제국(문학과지성사, 2025)




<서점 극장 라블레>서울에 있는 세계 문학 전문 서점입니다. 27일 저녁, 그곳에서 캐시 애커(Kathy Acker)의 소설 무의미의 제국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무의미의 제국을 우리말로 옮긴 장한길 번역가와 이 책을 추천한 박솔뫼 작가가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세계 문학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고르고 싶을 때 <서점 극장 라블레>에 자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 가면 ‘독자들이 모르는 작가들이 쓴 문학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생각보다 잘 팔리지도 않고, 소수의 문학 애호가만 찾아서 읽죠. 저는 비주류 작가들의 책, 특히 ‘19세 미만 구독 불가판정을 받은 문학 작품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지정 도서로 읽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혼자 음지에 숨어서 읽은 책을 양지의 독자들에게 권장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워크룸프레스, 2014, 사드 전집 1)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50번째 책]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워크룸프레스, 2018, 사드 전집 2)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알린과 발쿠르 혹은 철학 소설(워크룸프레스, 2025, 사드 전집 3)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53번째 책]

* D. A. F. 사드, 이형식 옮김 미덕의 불운(열린책들, 2011)

 

* D. A. F. 사드, 이충훈 옮김 규방철학(도서출판b, 2018)

 

* [절판] D. A. F. 사드, 정해수 옮김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민음사, 2011)

















* D. A. F. 사드, 김문운 옮김 소돔의 120(동서문화사, 2012)

 

* D. A. F. 사드, 김문운 옮김 악덕의 번영(동서문화사, 2011)


















* [절판] D. A. F. 사드, 역자 미상 소돔 120(고도, 2000)

 

* [절판] D. A. F. 사드, 오영주 옮김 사랑의 범죄(열림원, 2006)

 

* [절판, No Image] D. A. F. 사드, 이형식 옮김 사랑의 죄악(장원, 1993)




‘19세 미만 구독 불가문학 작품들에 ()과 폭력, 암울한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한 내용이 많고, 정상에서 벗어난 인물들이 나옵니다이들은 안정적인 사회 질서와 도덕에 반기를 들고, 더 나아가 파괴하려고 시도합니다그래서 처음 출간됐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찬사보다 많은 비난을 받고 있어요. 


















‘19세 미만 구독 불가문학 작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수의 독자는 저주받은 명작으로 치켜세우지만, 대다수 독자는 쓰레기 작품이라면서 비난을 퍼붓습니다. 독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19세 미만 구독 불가문학 작품의 최고봉은 단언 사드 후작(Marquis de Sade)의 작품일 것입니다.









성과 폭력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캐시 애커의 무의미의 제국》도 출간 당시 독자와 비평가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독자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는 문학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안목이 뛰어난 독자와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도 비주류 문학 작품들은 여전히 독서 모임 지정 도서로 주목받기가 어렵습니다. 고상한 책끼리 모여서 멋을 부리는 고전 목록에 제외되고, 읽으면 위험할 것 같은 불온 도서로 취급받으니까요그렇기 때문에, 저는 <서점 극장 라블레>무의미의 제국》 북토크가 세계 문학 애호가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327일이 특별한 날인 이유는 세계 연극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연극이 극장 무대 위에서 자라는 나무라면 희곡은 씨앗입니다연출가, 드라마투르기, 배우, 무대 제작자들은 다 같이 희곡을 읽으면서 어떻게 희곡을 무대에 표현할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연극인들은 관객들을 사로잡는 싱그러운 나무를 가꾸는 정원사입니다. 


독서 모임 후기의 첫머리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번 달에 만난 작가의 이름도 길어요. 헝가리의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입니다


올해 1월 모임 때 정현정 님이 제일 먼저 라슬로를 언급했어요. 라슬로의 책 중 가장 얇은 라스트 울프를 읽었다고 했어요그런데 도통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혼자 읽기 힘든 라스트 울프를 다 같이 읽어보자고 제안했어요사실 저도 여러 번 읽어봤는데, 줄거리를 파악하기 힘들뿐더러 요약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라고 느낄 정도로 머리 위로 물음표들만 쏙쏙 솟아올랐지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조원규 옮김 사탄탱고》 (알마, 2018)


* 조원규, 정성일, 정은수, 금정연, 고영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읽기(알마, 2026)




『라스트 울프(The Last Wolf)는 2009년에 발표된 중편 소설입니다. 번역본에 작가의 초기작인 두 편의 단편소설 헤르먼사냥터 관리인(Herman: The Game Warden)과 기교의 죽음(The Death of a Craft)이 실려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198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1985년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출세작인 사탄탱고가 나온 해이기도 합니다.









라슬로의 소설들을 읽다가 머리가 막힌다면 최근에 출간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읽기를 읽어보시면 좋습니다라슬로의 글을 만난 사탄탱고의 번역자 조원규 시인, 영화평론가 정성일, 서평가 금정연, 극작가 고영범, ‘읽기 중독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의 감상문을 모은 책입니다. 다섯 편의 감상문을 읽으면 라슬로 문학 세계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어요.








고영범 극작가는 고정된 회오리의 세계_마지막 늑대라는 글에 라스트 울프』의 줄거리를 요약했습니다. 라스트 울프전직 철학 교수인 ’, 와 대화를 나누는 바텐더가 등장합니다는 바텐더에게 스페인의 엑스트레마두라라는 곳에 마지막 늑대를 사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숨 쉴 틈이 없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읽은 고영범 극작가는 각자 자기 말만 하고,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흘러가는 대화를 나선형으로 부는 회오리로 비유했습니다.








 










* 이상, 권영민 책임 편집 이상 시 전집(민음사, 2022)

 

* 이상, 권영민 책임 편집 이상 소설 전집(민음사, 2012)




현정 님은 라슬로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이상의 시와 소설이 떠올렸다고 했어요이상이 쓴 시 중에 가장 난해하기로 유명한 오감도시제 2운동(運動)구두점과 단락 없이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져 있어요









이상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희망 없는 현실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갑니다. 암울한 식민지 조선을 벗어나지 못한 지식인들의 불안과 절망감이 스며들어 있어요. 라슬로의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라슬로가 만든 인물들은 종말이 임박한 세계 안에서 저항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 바츨라프 스밀, 강주헌 옮김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김영사, 2023)




성현 님도 라슬로의 문체에 적응하지 못해서, 이번 달에 읽기 시작한 과학책이 더 쉽게 읽혔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갑자기 가방에 있던 과학책 한 권을 불쑥 꺼내서 소개했어요! 에너지 연구 전문가이자 환경 과학자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이 쓴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나타나면서 대화가 잠깐 옆길로 샜어요. 사실 우리 모임은 문학 외에도 정치나 사회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대화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저는 독서 모임 지정 도서와 전혀 관련이 없어도 자기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불쑥 큐레이팅을 좋아해요.








 











* 클레어 키건, 홍한별 옮김 이처럼 사소한 것들(다산책방, 2023)


 

[대구 책방 <일글책> ‘북 앤 필름’ 2026년 3월 도서]

* 시그리드 누네즈, 정소영 옮김 어떻게 지내세요(엘리, 2021)




우리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분들은 저처럼 다른 독서 모임 활동도 병행합니다. 그래서 성현 님처럼 여러 권의 책을 다독하고, 각자 읽었던 다른 책들을 소개합니다. 조약돌 님라스트 울프』에 나온 일부 장면을 본인이 읽은 두 권의 소설,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시그리드 누네즈(Sigrid Nunez)어떻게 지내세요와 엮어서 설명했어요. 작가와 내용이 서로 다른 두 권의 책을 엮어서 자기만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일은 정말 멋지고, 흥미롭습니다저는 이런 형식의 큐레이팅을 최대한 정확하게 쓰고 싶은데, 문제는 제가 안 읽은 책을 접하면 그 책의 줄거리나 핵심 내용을 못 써요. AI가 한 권의 책을 아주 빠르게 요약해 주지만, 저는 아직도 손으로 종이책을 툭 건드리고 두 눈으로 문장을 만지는 일이 익숙해요이처럼 사소한 것들어떻게 지내세요》는 제가 읽지 않은 책이라서 약돌 님의 큐레이팅을 기록하지 못했어요.


다른 독자들이 추천한 책은 제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당장 만나고 싶은 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로 독서 모임 활동을 한 지 15년 되었어요. 취향과 관심사가 제각각 다른 애서가들을 만나면서 아주 잠깐 스치듯이 마주친 책들도 많았는데요, 그 책 중 몇 권은 시간이 지나서 독서 모임 지정 도서로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독서 모임 후기를 쓸 때 다른 독자가 추천한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을 기억해두고, 기록합니다.


라슬로가 묘사한 인물들은 결국 소멸에 이르게 됩니다. 현정 님은 인간 존재의 취약함을 생생하게 드러낸 이야기를 읽으면서 노화에 대해 생각했다고 합니다. 노화는 차분하게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힘(헤르먼: 사냥터 관리인, 103)’입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이상 시 전집의 얼굴(앞표지) 그림오감도시제 4입니다. 0부터 9까지 숫자가 나열된 입니다. 오감도시제 4호는 오감도에 맞먹을 정도로 난해한 이상의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일부인 진단 0:1’을 개작한 것입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진단 0:1’을 분석한 어느 수학자의 견해에 따르면, 숫자판은 위에서 아래로 한 줄씩 내려갈 때마다 1/10씩 곱해지는 등비수열입니다. 결국 이 수열은 0으로 수렴됩니다. 수학자는 이상이 만든 숫자판이 소멸하는 세상을 상징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라슬로의 소설은 모든 존재가 소멸하여 ‘0으로 향하는 이야기입니다.

소멸의 공포를 그린 라슬로의 소설이 거북하다면 읽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라슬로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진실은 언젠가는 만납니다.



(0). (One, 1). 한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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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3-30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 큐레이터라...명칭이 좋네요. 사이러스님은 꾸준히 독서토론 참여하시는 거 같습니다. 저는 귀찮아서 한동안 하지 않다가 다른 모임에 참가하면서 모임사람들의 부탁으로 3개 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역할이 여기 정확히 나와 있네요..ㅎㅎ 북 큐레이터...제가 책을 선택하고 발제하고 진행하고 보충설명하고..ㅎㅎ 첨에는 몰랐는데 되게 부담이 되더라구요. 공지하면 1시간도 되지 않아 순식간에 마감됩니다. 이런 독토는 처음이라 제가 좀 당황스러운데...참여자들 만족도가 아주 높아 계속하게 되는 동인이 되는 듯합니다.ㅎㅎ

cyrus 2026-04-07 06:40   좋아요 0 | URL
대부분 독서 모임 진행자들은 독서 모임 선정 도서를 공지할 때 간단하게 책 소개를 하고 날짜, 장소를 공지해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내가 왜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고, 함께 읽으면 좋은지 주절주절 설명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분량이 길어지면, 공지 글이 (제 눈에는) 서평과 북 큐레이팅 글처럼 돼요. 그래서 공지 글 한 편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이번 달 독서 모임 지정 도서에 관한 공지 글을 써야 하는데 시작도 못 했어요.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를 부를 땐 입술과 혀를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서둘러 부르면 발음이 아스러진다. 성(姓)을 떼고 이름만 부르자. . . .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3월의 세계 문학]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옮김 라스트 울프(알마, 2021)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조원규 옮김 사탄탱고(알마, 2018)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839번째 책]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옮김 저항의 멜랑콜리(알마, 2019)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노승영 옮김 벵크하임 남작의 귀환(알마, 2024)




라슬로가 태어난 헝가리 문학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헝가리 문학의 매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라슬로의 소설을 선택했다간 책 읽는 뇌가 헝클어진다.



















*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옮김 어느 보통 독자의 책 읽기(열린책들, 2022)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미국 소설이라는 에세이에서 외국 문학으로의 소풍은 해외여행과 닮았다고 했다









여행지에 사는 주민은 주변 풍경이 편하다. 그러나 이곳에 처음 발을 딛는 여행자는 풍경의 모든 것이 신기하다. 기분이 들뜬 여행자는 여행지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친숙하지 않은 것을 찾아다닌다.










라슬로의 소설은 헝가리 문학을 즐기기 위한 첫 여행지로 적합하지 않다라슬로가 안내하는 헝가리 문학 여행을 한다면, 불길한 종소리가 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농장 마을(사탄탱고)에 가보고 싶으신가? 사냥꾼과 도보 여행자들이 피할 정도로 위험한 원시림, 레메테 숲(Remete wood, 라스트 울프에 수록된 단편 헤르먼-사냥터 관리인)은 여행금지 구역이나 다름없다황량한 분위기가 가득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라슬로의 장황한 이야기에 친숙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그렇다면 헝가리 문학을 여행하려면 독자는 어떤 여행지에서 시작해야 할까

















* [절판] 한경민 헝가리 문학사(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04)




우리말로 번역된 헝가리 작가들의 작품 수가 적다. 여행지가 많지 않다한참 오래전에 나온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헝가리 문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은 한 권뿐인데, 12년 전에 출간되었다. 









헝가리 문학사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헝가리어를 가르치는 한경민 교수가 썼다이 책이 나왔을 때, 한 교수의 직위는 강사였다저자가 소속된 대학교 출판사가 만든 책이라서 공공도서관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절판] 한경민 엮음 《가난한 사람들》 (문학과지성사, 1999)




한 교수가 처음으로 번역한 헝가리 문학 작품은 헝가리 작가들의 단편 선집 가난한 사람들이다. 9명의 작가, 그들이 쓴 단편 소설 17편이 수록되었다한 교수가 처음으로 번역한 헝가리 문학 작품은 헝가리 작가들의 단편 선집 가난한 사람들이다. 9명의 작가, 그들이 쓴 단편 소설 17편이 수록되었다. 이 중에 모리츠 지그몬드(Moricz Zsigmond)의 단편 소설은 총 5편으로 제일 많다단편 선집의 이름으로 정해진 가난한 사람들은 모리츠의 작품이다. 코스톨라니 데죄(Kosztolányi Dezső)의 단편 소설은 4편으로 지그몬드 다음으로 많다









모리츠와 코스톨라니는 20세기 헝가리 문학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작가. 두 사람은 1910년대에 활동했다새로운 문학을 추구하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은 헝가리 국경을 훌쩍 뛰어넘어 서유럽(영국, 프랑스 등) 문학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리츠와 코스톨라니는 서쪽을 뜻하는 <뉴거트>(Nyugat)라는 문학잡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때부터 헝가리 문학은 근대에서 현대로 한 걸음 발돋움했다외르케니 이스트반(Örkény István)1950년대에 활동한 극작가다그가 쓴 단편 중 가장 유명한 일 분짜리 소설이 수록되었다내가 이 세 사람만 콕 집어서 언급한 이유는 현재 그들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688번째 책]

* 임레 케르테스, 유진일 옮김 운명(민음사, 2016)

 

* [절판] 임레 케르테스, 박종대 · 모명숙 옮김 운명(다른우리, 2002)


















* 임레 케르테스, 이상동 옮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민음사, 2022)

 

* [절판] 임레 케르테스, 정진석 옮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다른우리, 2003)

 

















* 임레 케르테스, 한경민 옮김 좌절(민음사, 2018)

 

* [절판] 임레 케르테스, 한경민 옮김 좌절(다른우리, 2003)




한 교수는 200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케르테스 임레(Kertesz Imre)의 소설 좌절을 번역했다케르테스 임레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다헝가리에 정착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Holocaust)를 피하지 못했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운명 3부작을 쓰기 시작했다의 대표작이자 운명 3부작의 시작점 운명은 노벨상의 후광을 받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래 유지했다. 좌절은 운명 3부작의 마지막 소설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명 3부작은 절판되었고, 케르테스의 다른 소설 청산(정진석 옮김, 다른우리, 2005)을 제외한 운명 3부작 모두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으로 재출간되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409번째 책]


[서재를탐하다 읽다익다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102번째 지정 도서 (2022년 3월)]


* 산도르 마라이, 김인순 옮김 열정(솔출판사, 2016)




케르테스 임레가 노벨 문학상을 받기 일 년 전에, 마라이 샨도르(Márai Sándor)의 소설 열정 유언》(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01년)이 출간되었다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인 샨도르는 독일어도 쓸 줄 알았다. 민주화와 창작의 자유를 갈망한 그는 헝가리의 사회주의 정권에 실망하여 유럽으로 망명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가 글을 쓰기 위해 늘 가슴속에 품고 있던 모국어는 독일어가 아니라 헝가리어였다열정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후로 샨도르의 장편 소설들이 출간되었으나 현재 살아남은 책은 열정 산문집 하늘과 땅》(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15년)이다.

 



















* 페퇴피 샨도르, 처코 프렌츠(그림), 한경민 옮김 용사 야노시(알마, 2024)

 

* 페퇴피 샨도르, 한경민 옮김 민족의 노래(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23)

 



이미 지나갔지만, 315일은 헝가리의 국경일이다. 1848년 헝가리 혁명을 기념하는 날이다. 19세기 초반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서유럽에서 불기 시작한 혁명의 바람은 독립을 염원하는 헝가리 사람들의 가슴에 불꽃을 피우게 했다. 헝가리 지식인과 작가들은 혁명의 필요성을 민중에게 호소했고, 함께 힘을 합쳐서 자유를 찾자고 외쳤다.

 

페퇴피 샨도르(Petőfi Sándor)315일 혁명 시위에 참여한 시인이다.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란 젊은 시인은 애국심을 고취하는 시 민족의 노래를 썼다. 315일에 처음으로 낭독된 민족의 노래는 민중 집회의 시위 구호가 되었고오늘날 헝가리 혁명의 독립선언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교수는 샨도르 탄생 200주년인 2003년에 샨도르의 시 선집 민족의 노래를 펴냈다. 이듬해에 서사시 용사 야노시를 번역 출간했다. ‘야노시(János)’는 서사시의 주인공인 양치기의 애칭이다. 야노시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험난한 모험에 뛰어든다. 용사 야노시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서사시다. 번역본의 삽화는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샌드아트(Sand art)의 거장이 만들었다.






[제목에 붙인 cyrus의 주석]



제목을 ‘간략한 안내서(평)’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 내가 모르는 헝가리 작가와 작품들이 많다. 두 번째 이유, 여성 작가를 소개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면서 헝가리 문학사를 많이 참고했는데, 이 책에 여성 작가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이 없다. 세 번째 이유, 두 명의 헝가리 시인 어디 엔드레(Ady Endre)어틸러 요제프(Attila József)를 언급하지 않았다. 두 시인의 작품은 우리말로 번역되었는데, 안 읽은 책은 소개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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