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月)이 지는 금요일 밤이면

정원에서(In the garden) 달무리가 생긴다.


정원에 뜨는 달은 우리의 참모습을 밝혀주는 책이다.

정원에 모인 독자들은 책에 둘러앉아 자신의 감상을 진솔하게 말한다.

정원에 생긴 달무리는 독서 모임이다. 







달무리

(사진 출처: 위키백과)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줄임말 ‘세속’)는 

카페 <인더가든>(In the garden)에 뜨는 달무리다.

한 달이 끝나가는 마지막 금요일에 뜨는 달무리다.




<인더가든>은 책이 있는 카페이다. 그러나 책에 눈길을 주는 손님은 없다. 카페에 있는 모든 책은 가만한 장식품이 되었다. 그러나 가만히 책장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정원의 서재’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만난 책들은 대부분 문학 작품들이다. 그리고 출간된 지 오래돼서 절판되었다. 그래서 나는 <인더가든>이 ‘문학의 정원’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정원에 희귀한 책이 있다. 한 권이 아니라 여덟 권이다. 책의 이름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전집’이다. ‘성창(成昌)출판사’에서 태어난 책이다. 판권장에 적힌 초판 발행 연도는 1990년이다. 양장본이며 책 전체를 보호하는 케이스가 있다. 







총 8권으로 구성된 헤세 전집의 정가는 5만 원이다. 1990년대 물가 수준을 생각하면 비싼 편이다. 케이스에 구김 흔적이 남아 있지만, 책 상태는 아주 좋다. 책은 나이를 먹으면 종이 색깔이 누렇게 변한다. 하지만 헤세 전집의 종이는 심하게 누렇지 않았다. 많이 펼쳐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손때도 묻지 않았다.


헤세 전집에 실린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1권 <데미안, 호반의 아틀리에>


2권 <지와 사랑>


3권 <유리알 유희 1부>


4권 <유리알 유희 2부, 싯다르타>


5권 <향수, 단편집>


6권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라디델, 일기>


7권 <사랑의 3중주, 시집>


8권 <황야의 이리, 우화집, 동화집, 수상(隨想)>
















* 헤르만 헤세, 윤순식 옮김 《로스할데》 (현대문학, 2013년)




<호반의 아틀리에>는 헤세의 네 번째 장편소설 《로스할데》(Rosshalde, 1914년)다. 소설의 주인공은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고통받지만, 창작에 몰두하는 화가다. ‘로스할데’는 화가 부부가 사는 저택 이름이다. 화가는 헤세의 분신이다. 실제로 헤세는 연상의 첫 번째 아내와 별거 생활을 하다가 이혼했다.


















* 헤르만 헤세, 임홍배 옮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2002년)


* 헤르만 헤세, 김이섭 옮김 《수레바퀴와 아래서》 (민음사, 2001년)




<지와 사랑>의 원제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1930년)다. ‘지’는 지성(知性)을 의미한다. 1967년 연수사(硏修社)라는 출판사에서 태어난 《나르찌스와 골드문트》의 부제가 ‘지성과 사랑’이다. 그 이후로 여러 출판사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국역본 제목을 ‘지와 사랑’으로 쓰기 시작했다. 나르치스가 이성과 지성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면, 골드문트는 사랑과 감정을 중시한다. 두 사람은 수도원에 입학한 학생으로 만나 친구가 되지만, 삶의 태도는 달랐다. 나르치스는 엄격한 규율이 있는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공부에 매진한다. 골드문트는 갑갑한 수도원을 떠나 방랑 생활을 한다. 골드문트는 헤세의 유년 시절이 반영된 인물이다. 헤세는 열네 살에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으나 속박된 생활을 견디지 못해 입학한 지 9개월 만에 퇴학한다. 헤세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쓰기 전에 이미 헤세는 학생의 자율적 성장을 막는 교육제도를 비판한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이 바로 《수레바퀴 아래서》(1906년)다.












 







* 헤르만 헤세, 원당희 옮김 《페터 카멘친트》 (민음사, 2017년)


* 헤르만 헤세, 황종민 옮김 《게르트루트》 (현대문학, 2013년)




<향수>의 원제는 《페터 카멘친트》(Peter Camenzind, 1904년)다. 헤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며 헤세의 초기 문학의 시작점이다. 5권의 <단편집>(Novellette)에 다섯 편의 노벨레가 수록되었다. <사랑의 3중주>의 원제는 《게르트루트》(Gertrud, 1910년)이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음악가가 주인공이다. 그가 사랑에 빠지는 소프라노 가수의 이름이 게르트루트다.
















* [eBook] 헤르만 헤세, 이민정 옮김 《라디델 허영과 체면》 (본투비, 2026년)




<라디델>(Ladidel)은 1909년에 발표된 헤세의 중편소설이다. 라디델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소설의 주인공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헤세의 초기작이다. 새로 나온 번역본은 없고, 전자책은 있다. 제목은 《라디델 허영과 체면》이다.































* 헤르만 헤세, 이노은 옮김 《크눌프》 (민음사, 2004년)


* 헤르만 헤세, 전영애 옮김 《데미안》 (민음사, 2000년)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278번째 책]

* 헤르만 헤세, 박병덕 옮김 《싯다르타》 (민음사, 2002년)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310번째 책]

* 헤르만 헤세, 김누리 옮김 《황야의 이리》 (민음사, 2002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방황과 방랑을 경험하고, ‘자기 자신(자아)에 이르는 길’을 찾게 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헤세의 소설은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Knulp, 1915년), 《데미안》(Demian, 1919년), 《싯다르타》(Siddhartha, 1922년), 《황야의 이리》(Der Steppenwolf, 1927년)이다. <라디델>은 이 다섯 편의 ‘문학적인 성과’를 맺게 해준 뿌리와 같은 소설이다. 


<라디델> 최초의 번역문은 1969년에 나온 <헤르만 헷세 전집>(대양서적) 2권에 있다. 사실 성창출판사의 헤세 전집은 대양서적(大洋書籍)의 헤세 전집을 복제한 출판물이다. 







1969년 헤세 전집 번역에 8명의 독문학자가 참여했다. 이들의 이름은 성창출판사의 헤세 전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6, 70년대에 출간된 독일 문학 작품들은 주로 독어독문학 교수들이 번역했는데, 곽복록(1922~2011) 교수가 번역한 책들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헤세 전집 수록작 중에 곽 교수가 번역한 작품은 <호반의 아틀리에> 한 편뿐이다.


성창출판사 《데미안》은 김정진 교수가 번역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Emil Sinclair)가 학교 쉬는 시간에 우연히 발견한 쪽지에 적힌 문구다. 이 쪽지를 쓴 사람은 싱클레어에게 도움을 주는 데미안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데미안》 중에서, 전영애 옮김, 123쪽)



김정진 교수는 이 명문장의 첫 구절을 이렇게 번역했다.







새는 알에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렸다. 

(107쪽)




‘알에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렸다’라는 문장을 눈으로 씹어서 읽으면 얼얼하다. 오히려 유명해진 문장이 밋밋하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혼자서 한 번에 깨기 어렵다. 알껍데기에 여러 번 부딪히는 새가 고통을 느끼지 않고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듯이 인간 역시 어떠한 일을 성취하려면 그만큼의 성장통을 참아야 한다. 바둥거리는 몸짓은 쉼 없이 노력하는 행위인 동시에 성장통을 앓는 존재의 모습이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6년 9월, 10월의 세계문학, 추천 독자: 조약돌]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411번째 책]

* 헤르만 헤세, 이영임 옮김 《유리알 유희》 (민음사, 2011년, 전 2권)


* [품절] 헤르만 헤세, 박계수 옮김 《유리알 유희》 (현대문학, 2013년)




8월 막바지부터 헤세의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세속> 9월과 10월의 세계문학 작품이 헤세 최후의 대작 《유리알 유희》이기 때문이다. 9월 25일 추석이 9월 마지막 금요일이었다. 연휴인 이날에 모임을 진행하기 어렵고, 한 달 만에 《유리알 유희》 두 권을 완독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서 모임 날짜를 10월 2일 금요일로 변경했다. 한 주 미뤄진 모임은 《유리알 유희》 1권을 읽은 독자들이 만든다. 《유리알 유희》 2권 모임 날짜는 10월 30일 금요일이다. 2권 모임 장소는 세속 독자인 ‘읽고 글을 쓰는 인간’ 성은님이 운영하는 카페 <그라디언트>다.







《유리알 유희》를 추천한 독자는 조약돌님이다. 약돌님은 《수레바퀴 아래서》와 《싯다르타》를 읽은 후로 헤세의 소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헤세 작품 중에 가장 높게 평가받는 《유리알 유희》를 같이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다음 주 모임에 약돌님을 만나면 《수레바퀴 아래서》와 《싯다르타》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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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28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알 유희는 60년대 을유문화사본으로 접했는데 9포인트 2단 세로읽기라 책 내용도 쉽지 않아서 결국 읽다가 포기한 생각이 나네요ㅜ.ㅜ

cyrus 2026-10-06 06:54   좋아요 0 | URL
과거에 출간된 <유리알 유희> 번역본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봤는데, 의외로 많이 있더라고요. ^^

서니데이 2026-09-28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추석연휴 잘 보내셨나요.
헤르만 헤세의 책은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도 여러권일 것 같아 독서모임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달무리 사진도 근사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cyrus 2026-10-06 06:57   좋아요 1 | URL
네, 추석 연휴 잘 지냈습니다. ^^ 달무리 사진은 제가 찍은 건 아니구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예쁘게 나오지 못해요.. ㅎㅎㅎ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8월의 세계문학





존 르 카레

김석희 옮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2009년



2026년 8월 28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장소: 인더가든













[북 큐레이터]

천성은(8월 세계문학 추천)

김성현



[진행, 북클럽투르기, 윤색]

최해성



[사진]

천성은

김성현

최해성







[곁두리(간식과 음료)]

인더가든

(모임이 있는 날이면 차, 커피 드립백을 넉넉히 챙겨오는) 김성현



[금요일 밤에 머무른 독자]

천성은, 김성현, 정현정, 최해성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記)


 

독서 모임 후기를 쓰는 사람


찰나에 흩어져서 사라지는

독자들의 대화를 그러모으고 메꾸는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대본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오랜만에 제가 인더가든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이날을 위해 연차 휴가를 냈어요. 아침 일찍 서울에 갔다가 모임 시작 두 시간 전에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성현 님이 두 번째로 인더가든에 도착했습니다. 성현 님은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의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지정 도서를 고르는 일을 도맡을 정도로 바지런합니다.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에게 주려고 떡과 커피 드립백을 챙겨왔습니다.

















* [절판] 존 르 카레, 김석희 · 최용준 옮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열린책들, 2017년)


* [절판] 존 르 카레, 최용준 옮김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열린책들, 2007년)



성현 님이 가지고 있는 책이 제 눈길을 잡아당겼습니다. 서점에서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책이거든요. 성현 님의 책은 절판본입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줄임말 ‘세속’) 8월의 작품으로 선정된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줄임말 ‘스파이’)와 작가의 첫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줄임말 ‘전화’)가 합친 양장본이었습니다.  《전화》는 영국 정보부(MI6) 조직원 조지 스마일리(George Smiley)가 처음으로 등장한 소설입니다. 스마일리는 《스파이》에서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양장 합본 이전에 따로 출간된 르 카레의 데뷔작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도 절판되었습니다.


성현 님이 특별한 책을 가지게 된 배경은 게임이었습니다. 성현 님은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라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콜 오브 듀티>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일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성현 님은 게임을 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20세기 세계사의 관심 폭을 넓히는 중에 르 카레의 소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절판] 톰 클랜시, 김홍래 · 안연모 옮김 《레인보우 식스》 (전 4권, 노블하우스, 2004년)



성현 님이 즐겨 했던 게임 중 하나가 <레인보우 식스>(Rainbow Six)입니다. 이 게임 역시 일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레인보우’는 다국적 대테러 부대입니다. 게임의 원작은 톰 클랜시(Tom Clancy)의 동명 소설입니다. 톰 클랜시는 군사 및 무기에 관한 지식을 수집한 ‘밀리터리 덕후’입니다. 그가 쓴 첩보 소설은 테크노 스릴러 또는 밀리터리 스릴러로 분류됩니다.








《스파이》를 추천한 성은 님의 별명은 ‘읽는 인간’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성은 님은 책 읽고 글 쓰는 인간입니다. 성은 님은 경북 칠곡군 동명에 있는 브런치 카페 <그라디언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여러 개의 독서 모임을 진행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세속>과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지정 도서의 서평을 씁니다.


현정 님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맷 데이먼(Matt Damon)입니다. 그가 나온 영화는 거의 다 봤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올 여름에 개봉한 <오디세이>도 봤습니다. 과거에 맷 데이먼은 기억을 잃은 전직 CIA 특수요원이 주인공인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제이슨 본(Jason Bourne) 3부작’입니다. 1부는 <본 아이덴티티>(2002년), 2부는 <본 슈프리머시>(2004년), 3부는 <본 얼티메이텀>(2007년)입니다.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두꺼운 책 읽기’ 지정 도서(2026년 9~10월 모임), 추천 독자 & 모임장: 김성현]

* 호메로스, 이준석 옮김 《오뒷세이아》 (아카넷, 2023년)



재미있게도 영화에 묘사된 오디세우스(Odysseus)도 완전히 기억을 잃은 상태로 칼립소(Calypso, 샤를리즈 테론 분)가 있는 섬에서 7년 동안 지냅니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살리려고 ‘로터스(lotus)’라는 약초를 먹입니다. 하지만 그 약초는 기억을 잊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요. 호메로스(Homer)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에서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 열매로 된 로터스를 먹습니다. 로터스에 중독된 부하들은 고향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려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 [절판] 로버트 러들럼, 최필원 옮김 《본 아이덴티티》 (전 2권, 문학동네, 2011년)

 

* [절판] 로버트 러들럼, 남명성 옮김 《본 슈프리머시》 (전 2권, 문학동네, 2012년)

 

* [절판] 로버트 러들럼, 조영학 옮김 《본 얼티메이텀》 (전 2권, 문학동네, 2016년)



제이슨 본 시리즈의 원작은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의 첩보 소설입니다. 영화가 유명해서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원작 소설은 1992년에 《잃어버린 얼굴》(서계인 옮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90년대 국내 출판계를 주름잡은 ‘고려원’입니다. 《잃어버린 얼굴》이 출간된 지 10년 후에 영화 <본 아이덴티티>가 개봉되었습니다. 제이슨 본 3부작 영화가 모두 개봉한 후에 원작 소설이 ‘문학동네’에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그러나 3부작 모두 현재 절판되었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우주지감> ‘이 작가의 책’ 2019년 3월 도서, 추천 독자 & 모임장: ‘읽고 쓰는 인간’ 천성은]

* [품절] 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민음사, 2012년)

 


* 제임스 우드, 설준규 · 설연지 함께 옮김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창비, 2011년)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6년 6월의 세계문학, 추천 독자: 최해성)

* 제임스 우드, 노지양 옮김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삶과 문학, 읽고 쓰기에 관한 네 번의 강의》 (아를, 2025년)



성은 님은 튀르키예의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소설 읽기 방식에 맞춰 《스파이》를 읽었습니다. 파묵은 독자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소설 속에 ‘감춰진 중심부’를 찾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소설의 모든 세부 사항’을 기억하듯이 읽습니다(《소설과 소설가》, 30~31쪽).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고, 글을 빨리 읽는 것에 익숙한 독자들은 ‘세부 사항’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읽는 방식이 힘겨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관찰의 대가입니다. 사소한 사물이나 인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톺아 봅니다.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느낀 생각들이나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파묵은 ‘소설을 만드는 모든 재료’가 소설의 중심부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비평가 제임스 우드(James Wood)는 소설의 세부 사항을 ‘즐기고 소비하고 곱씹는(《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83쪽)’ 독자입니다. 그는 문학 에세이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에서 세부 사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세부 사항을 읽는 것은 소설 읽는 독자가 여백에 주석을 다는 것과 같습니다. 독자의 흥미를 돋우는 세부 사항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소설을 쓴 작가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해석으로 자라는 새싹입니다. 절대로 무관심의 눈빛으로 밟지 마세요.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첩보원은 자신의 실체를 꼭꼭 숨기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첩보원도 빈틈이 있는 인간입니다. 작전 수행 중에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면 당황합니다. 《스파이》의 주인공인 영국 정보부 소속 첩보원 엘릭 리머스(Alec Leamas)는 자신이 국가 기밀 보안법을 위반한 수배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두려움을 느낍니다(140쪽). 저는 이 장면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세부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성은 님의 《스파이》 서평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리머스가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은 ‘인간적인 민낯’입니다. 기만술을 잘 쓰고 정신력이 강한 첩보원도 불확실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흔들립니다.

















* 존 르 카레, 이종인 옮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열린책들, 2005년)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726번째 책]

* [품절] 존 르 카레, 조영학 옮김 《스마일리의 사람들》 (RHK, 2013년)

















* [개정판] 줄리언 시먼스, 김명남 옮김 《블러디 머더: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우연한지식, 2026년)

 

* [구판, 절판] 줄리언 시먼스, 김명남 옮김 《블러디 머더: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을유문화사, 2017년)



르 카레는 스마일리가 다시 등장하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썼습니다. 《스파이》가 아주 잘 쓴 소설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영국의 추리소설가 줄리언 시먼스(Julian Symons)는 《스파이》 이후에 나온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이 실망스러웠다고 혹평합니다. 글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애매한 표현이 늘어났다고 지적합니다.
















* 믹 헤런, 권영주 옮김 《슬로 호시스》 (비채, 2026년)




냉전 시대가 끝난 이후부터 첩보 소설의 인기는 식어갔습니다. 국내에 번역된 첩보 소설과 스릴러 소설들은 소수의 마니아만 보게 되고, 판매 부수가 낮으면 조용히 절판됩니다. 한동안 잊힌 첩보 소설은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재탄생된 덕분에 다시금 대중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중은 첩보물 하면 소설보다는 영상 매체를 더 많이 떠올립니다. 


첩보 영화와 드라마가 잘 돼야 원작도 같이 주목받습니다. 2022년 OTT(Over-the-top media service) 서비스인 애플TV(Apple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슬로 호시스>(Slow Horses)는 올해로 시즌 6까지 제작 편성될 정도로 인기 있는 첩보 드라마입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은 2010년에 발표되었고, 최근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번역본 띠지에 작가 믹 헤런(Mick Herron)을 ‘우리 시대의 르 카레’라고 소개한 문구가 있습니다. 과장된 문구가 아닙니다. 실제로 믹 헤런은 르 카레의 애독자입니다. 《슬로 호시스》의 주인공 잭슨 램(Jackson Lamb)은 영국 보안국(MI5)에서 오랫동안 일한 첩보원입니다. 그는 ‘슬라우 하우스’라는 보안국의 비공식적 부서를 맡고 있습니다. 작전 수행 중에 실수를 해서 처벌받았거나 무능력하다고 평가받은 요원들은 슬라우 하우스에 발령받습니다. ‘슬로 호시스’는 ‘느린 말(馬)들’이라는 뜻입니다. 재빠르고 날쌘 첩보원과 상반되는 이미지입니다. 슬로 호시스는 슬라우 하우스에 소속된 능력 미달의 요원들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별명입니다. 








작가가 잭슨 램을 만들 때 참고한 캐릭터가 조지 스마일리입니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조지 스마일리를 연기한 배우는 게리 올드먼(Gary Oldman)입니다. 재미있게도 게리 올드먼이 드라마 <슬로 호시스>의 잭슨 램을 연기했습니다.






<독서 모임 후기 제목에 대한 주석>

















* [절판] 이언 플레밍, 권도희 옮김 《나를 사랑한 스파이》 (뿔, 2011년)



독서 모임 후기 제목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007시리즈’ 중 하나인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1962년)에서 따온 것입니다. 007(Double O seven)은 MI6 첩보원 제임스 본드(James Bond)의 코드명입니다.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1977년에 개봉되었고, 본드를 연기한 배우는 로저 무어(Roger Moore)입니다.

 

이언 플레밍이 직접 쓴 007시리즈는 장편과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발표된 작품은 총 14편입니다. 국내에 정식 번역되어 출간된 007시리즈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포함해서 여섯 권입니다. 나머지 다섯 권은 《카지노 로얄》, 《죽느냐 사느냐》, 《퀀텀 오브 솔러스》(단편 전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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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22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007 시리와는 대척되는 지점의 스파이 소설이지요.이언 플레밍이나 존 르 까레 둘 모두 대전시절 정보부 조식에 속했었지만 이후 그들이 쓴 스파이 소설은 오락용으로 스파이 소설과 리얼리티 스파이 소설로 확연히 나뉘게 됩니다.물론 초반 인기는 영화화에 성공한 007시리즈가 더 많았지만 문학사적 가치는 르 카레의 작품의 더 높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죠.
일반적으로 스파이 소설의 명작이자 르 카레의 대표작으로 추우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 전작인 죽은자에게서 온 전화를 먼저 읽어야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내용이 이해되기 쉽습니다.(사실 두 작품은 1.2부의 개념이라고 보면 됨)

하지만 한국에선 인지도가 높은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만 그간 번역했는데 실제 열린책들에서도 2006년에 추우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번역하고 2007년에서야 죽은자에게서 온 전화를 번역했을 정되까요.
대부분 열린 책들의 죽은 자에게 온 전화가 최초 번역으로 알고들 계신데 실제는 1981년 현대문예(?)에서 나온 사자에게 걸려온 전화일 겁니다.제가 이 책을 갖고 있는데 과거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읽은 후에 우연찮게 헌책방에서 이 책을 구해 읽어보니 그제서야 추운 나라 스파잉속 내용들이 어떻게 흐르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cyrus 2026-09-24 18:43   좋아요 0 | URL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된 줄리언 시먼스의 <블러디 머더> 부록에 <추운 나라에 돌아온 스파이> 번역본이 언급되어 있는데, 생각보다 많았어요. 1965년에 ‘세흥문화사’와 ‘휘문출판사’에서 나왔고, 1974년 하서출판사, 1979년 동서문화사, 1989년 해문출판사에서 출간되었어요. 카스피님이 언급하신 1981년 역본은 언급되지 않았어요. 아마도 <블러디 머더> 역자와 편집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어요. ^^

카스피 2026-09-28 09:04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살리에르 2026-09-27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대구에 좋은 독서 모임이 있네요. 참여하기는 힘들겠지만 기억해두겠습니다^^ 이번에 책들은 저도 좋아하는 책들이네요. 다 재미있는 책들입니다..^^

cyrus 2026-09-28 06:49   좋아요 0 | URL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분들 덕분에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
 











유행처럼 독서 문화도 돌고 돕니다. 이번 달 초에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호메로스(Homer)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그리스 · 로마 신화를 읽는 독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어렸을 때 봤던 ‘만화로 보는 그리스 · 로마 신화’를 다시 찾았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두꺼운 책 읽기’ 지정 도서, 추천 독자 & 모임장: 김성현]

* 호메로스, 이준석 옮김 《오뒷세이아》 (아카넷, 2023년)



《오디세이아》보다 먼저 나온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일리아스》입니다. 오디세우스가 참전한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서 《일리아스》도 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읽는 독서 모임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어요.




















* 크리스토퍼 놀란, 김은주 옮김 《오디세이 각본집》 (웅진지식하우스, 2026년)




영화 <오디세이>의 첫 장면은 음유시인(트래비스 스캇 분)이 트로이 전쟁을 축약한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됩니다.






(쿵쿵쿵!) A Face. (쿵쿵쿵쿵!) A Fleet. (쿵쿵쿵쿵!) A War.

(쿵 쿵 쿵!) A Man. (쿵쿵쿵쿵!) A Thought. (쿵 쿵 쿵 쿵!) A Trick.

 

A trick to break the walls of Troy,

and burn it screaming to the ground!

 


한 얼굴. 한 함대. 한 전쟁. 한 인간. 한 생각. 한 지략.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고 온 도시를 잿더미로 만든 지략.




음유시인이 ‘지략’을 언급할 때 해변에 반쯤 파묻힌 거대한 목마가 나옵니다. 트로이를 무너뜨린 그 유명한 목마입니다. 지략이 뛰어난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는 군인들이 숨을 수 있는 목마를 만들어 철옹성의 트로이에 잠입하는 작전을 제안합니다. 목마를 발견한 트로이 군인들은 시논(Sinon, 엘리엇 페이지 분)이라는 그리스 군인을 포획합니다. 시논은 목마가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생각한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성벽 안으로 옮깁니다.
















* 베르길리우스, 김남우 옮김 《아이네이스》 (열린책들, 2013, 2021, 2025년)

















* 베르길리우스, 천병희 옮김 《아이네이스》 (도서출판 숲, 2007년)




시논은 원작에 없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없었으면 오디세우스의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시논은 다른 고대 서사시에 나옵니다. 이 서사시가 바로 트로이 왕족 출신이었고, 훗날 로마를 건국한 아이네이아스(Aeneas)의 일대기를 그린 베르길리우스(Virgil)의 《아이네이스》입니다. 영화에 묘사된 시논은 목마 안에 오디세우스 일행이 숨어 있는 사실을 모르는 군인입니다. 반면 《아이네이스》의 시논은 목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트로이의 포로로 행세한 그리스 연합군의 첩자입니다. 그는 오디세우스의 중상모략으로 인해 그리스군에게 버림받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인 목마를 트로이 성안에 옮긴다면 신의 보호를 받아 적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시논의 거짓말에 속은 트로이 사람들은 성벽 일부를 부수면서까지 목마를 가져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8월의 세계 문학,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583번째 책]

* 존 르 카레, 김석희 옮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2009년)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8월의 세계 문학 작품은 첩보 소설(스파이 소설)의 고전으로 알려진 존 르 카레(John le Carré)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년 작, 약칭 ‘추운 나라 스파이’)입니다. 이 책을 추천한 독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들을 즐겨 읽었고, 최근에 호메로스 읽기 모임을 만든 천성은 님입니다.







성은 님은 예전에 영화감독 박찬욱의 추천 독서 목록을 우연히 알게 됐고, 그 목록에 포함된 르 카레의 소설을 처음 만났다고 했습니다.















* 존 르 카레, 조영학 옮김 《리틀 드러머 걸》 (RHK, 2014년)




박찬욱 감독은 르 카레의 애독자입니다. 2018년에 르 카레의 소설 《리틀 드러머 걸》(1983년 작)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장편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죠. 박 감독은 사춘기 시절에 《추운 나라 스파이》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혔습니다.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하는 첩자의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주]


성은 님도 유년 시절에 소설과 영화 속 스파이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중학생 때 장래 희망을 스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년 성은의 눈에 비친 스파이는 모함과 기만이 판치는 세상 한가운데에 뛰어든 모험가입니다.









  








* [절판] 제임스 그레이디, 윤철희 옮김 《콘돌의 6일》 (오픈하우스, 2016년)

 

* [절판] 제임스 그레이디, 윤철희 옮김 《콘돌의 마지막 날들》 (오픈하우스, 2017년)




성은 님은 첩보 영화도 좋아합니다. 가장 재미있게 본 첩보 영화가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출연한 <코드네임 콘돌>(Three Days of the Condor, 1975년 개봉)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개봉했을 때 붙여진 영화 제목은 ‘콘돌’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제임스 그레이디(James Grady)의 첩보 소설 《콘돌의 6일》(1974년 작)입니다. 작가가 미국 출신이라서, 소설 속 주인공은 CIA에 소속된 직원입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은 국가 간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찾기 위해 추리소설과 첩보 소설들을 즐겨 읽고 분석합니다. 주인공의 CIA 동료들이 암살당하고, 자신을 노리는 집단 세력이 CIA에 침투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보호받지 못한 주인공은 적들의 위협을 피해 6일 동안 도피를 감행합니다.


《콘돌의 6일》은 국제스릴러작가협회(International Thriller Writers)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권’ 목록에 포함된 고전입니다.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1976년에 속편 <Shadow of the Condor>가 발표되었습니다. 《콘돌의 6일》이 출간된 지 40년이나 지난 후인 2015년에 새로운 후속작인 단편 『콘돌의 다음 날』과 장편 《콘돌의 마지막 날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콘돌의 마지막 날들》 번역본에 단편 『콘돌의 다음 날』이 수록되어 있지만, 절판되었습니다. 









[주] <박찬욱, 스파이 드라마 감독이 되기까지> 

시사인, 2024년 5월 9일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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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8-25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콘돌을 재미있게 보아서 원작소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국내에 번역되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네요.공간부족으로 더 이상 추리소설을 사 모우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눈도 안좋아서 책을 읽기 힘들어 그런것 같아요.
혹 중고서점에 보이면 한번 구매해 봐야 겠네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yrus 2026-09-06 22:24   좋아요 0 | URL
1995년에 제임스 그레이디의 소설이 출간된 적이 있었어요. 제목은 <썬더>이고, 두 권짜리입니다. 절판된 추리소설을 잘 알고, 절판본을 가지고 계신 카스피님이라면 이 책을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7월의 한국 문학







위수정, 김혜진, 성혜령, 이민진, 정이현, 함윤이

《눈과 돌멩이:

2026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다산책방

2026년




2026년 7월 24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장소: 인더가든










[북 큐레이터]

정현정(7월 도서 추천)

김성현

조약돌

천성은

향기



[진행, 북클럽투르기, 윤색]

최해성



[사진]

천성은




[곁두리(간식과 음료)]

인더가든

(모임이 있는 날이면 차, 커피 드립백을 넉넉히 챙겨오는) 김성현



[금요일 밤에 머무른 독자]

정현정, 조약돌, 김성현, 천성은, 최해성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記)


 

독서 모임 후기를 쓰는 사람


찰나에 흩어져서 사라지는

독자들의 대화를 그러모으고 메꾸는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대본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세속(세계 문학 속으로)을 만드는 독자들은 저보다 한국 문학 작품을 즐겨 읽습니다.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이 작가의 책> 2026년 8월의 책, 모임장 &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 김훈 《남한산성》 (학고재, 2017년)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이 작가의 책> 2026년 7월의 책, 모임장 &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 김훈 《칼의 노래》 (문학동네, 2014년)



팔공산이 누워있는 칠곡에 ‘그라디언트(gradient)’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성은 님은 독서 모임을 여러 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이 작가의 책>이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은 매달 첫 번째 목요일에 작가의 대표작들을 한 권씩 읽는 모임입니다. 지난달부터 김훈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 작품은 《칼의 노래》였습니다. 


<이 작가의 책>은 대구 동네 책방 ‘읽다 익다’와 지금은 사라진 동네 책방 ‘서재를 탐하다(서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21년 6월, 서탐에서 진행된 <이 작가의 책>의 마지막 지정 도서가 《칼의 노래》였습니다.







이번 달에 읽은 김훈의 두 번째 소설은 《남한산성》이었습니다. 다음 달은 김훈 읽기 마지막 모임입니다. 종착지는 《하얼빈》(문학동네, 2022년)입니다.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이 작가의 책> 2026년 5월의 책, 모임장 &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 한강 《흰》 (문학동네, 2025년)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이 작가의 책> 2026년 4월의 책, 모임장 &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 한강 《채식주의자》 (창비, 2022년)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이 작가의 책> 2025년 3월의 책, 모임장 &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 한강 《희랍어 시간》 (창비, 2011년)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이 작가의 책> 2025년 2월의 책, 모임장 &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 한강 《소년이 온다》 (창비, 2014년)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이 작가의 책> 2025년 1월의 책, 모임장 &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2021년)



작년 <이 작가의 책>은 한강의 책들을 읽었습니다. 1월 《작별하지 않는다》로 시작해서 11월 《검은 사슴》(문학동네, 2017년)까지 열한 권의 책들을 만났습니다. 2024년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로 한강 독서 모임이 많이 생겼어요. 그라디언트 <이 작가의 책> 한강 읽기도 엄청난 독서 열풍이 불고 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의 책> 한강 읽기 모임은 2017년 4월부터 8월까지 ‘서탐’과 ‘읽다 익다’에서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그라디언트에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는 모임도 합니다. 세속 독자 중에 《토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고, 다른 《토지》 독서 모임에 참석할 정도로 《토지》를 애정하는 독자 한 분 있습니다. 그분이 바로 향기 님입니다.

















* 백온유, 성혜령 외 《2025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문학동네, 2025년)

 


*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문학동네, 2024년)

 


[대구 독서 모임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95번째 지정 도서 (2021년 8월), 추천 독자: cyrus]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도 갈 수 없다면》 (허블, 2019년)




성현 님과 현정 님이 속한 <고라니 울고>는 국내외 작가가 쓴 책들을 정해서 읽는 독서 모임입니다. <고라니 울고>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국내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만났습니다. 이상과 이태준의 단편 소설들, 윤동주의 시집, 어느덧 중견 작가가 된 김영하(《작별 인사》, 복복서가, 2025년), MZ 독자들이 즐겨 읽은 젊은 작가 천선란(《천 개의 파랑》, 허블, 2020년), 김초엽(《우리가 빛의 속도도 갈 수 없다면》), 김기태의 소설(《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었습니다. <고라니 울고>도 한강의 소설 세 권(《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작별하지 않는다》)을 읽었습니다.


국내 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만난 덕분에 <세속>은 ‘외국 작가의 문학 작품을 읽는 모임’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계 문학 전문 독서 모임이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을 선정하는 것에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 한 편 읽는다고 해서 ‘세계 문학’이라는 모임 고유의 색깔이 변질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을 읽는 모임이 확정되면 그날만 모임의 색깔을 연하게 할 수 있습니다. 모임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으면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외국 작가의 작품을 언급하면 됩니다.[주1]
















* 최인훈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사, 2008년)



[대구 독서 모임 <우주지감> ‘이 작가의 책’ 2021년 5월의 책, 모임장 &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 최인훈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사, 2014년)



현정 님은 우리나라 문학도 세계 문학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도 읽자고 여러 번 제안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세속 모임이 시작된 지 일 년도 안 된 시기에 현정 님은 최인훈의 《광장》을 같이 읽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 정도로 현정 님은 세속 모임에 국내 문학 작품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분입니다. 올해 세속 모임에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현정 님은 《눈과 돌멩이》를 추천했고, 7월 모임 도서는 현정 님이 추천한 《눈과 돌멩이》로 선정되었습니다.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500]

* 이미륵, 안삼환 옮김 《압록강은 흐른다》 (민음사, 2026년)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400]

* 김수영, 이영준 엮음 《시여, 침을 뱉어라》 (민음사, 2022년)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300]

* 이상, 권영민 책임 편집 《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2012년)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200]

* 허균, 김탁환 풀어 옮김, 백범영 그림 《홍길동전》 (민음사, 2009년)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100]

* 송성욱 풀어 옮김, 백범영 그림 《춘향전》 (민음사, 2004년)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출간 목록을 보면 현정 님의 견해가 옳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100번 책은 《춘향전》입니다. 200번 책은 허균의 《홍길동전》입니다. 300번 책은 《이상 소설 전집》입니다. 400번 책은 김수영의 시론(詩論)들과 기타 산문을 선별한 《시여, 침을 뱉어라》입니다. 최근에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500번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독일에서 활동한 이미륵의 자전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입니다.


















* [품절]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읽거나 말거나》 (봄날의책, 2018년)


* 김은국, 도정일 옮김 《순교자》 (문학동네, 2010년)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ława Szymborska)는 문예지에 칼럼 형식의 서평을 기고했습니다. 칼럼 제목은 ‘비 필독 도서 칼럼’입니다. 시인이 쓴 서평들을 모은 책이 국내에 번역되었는데, 제목은 《읽거나 말거나》입니다. 이 서평 모음집에 시인의 《춘향전》 서평이 실려 있습니다.


문학동네 세계 문학 전집에도 국내 작가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미작가 김은국(리처드 김, Richard Eunkook Kim)의 《순교자》입니다. 6·25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종교인의 고뇌를 그린 이 소설은 미국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썼던 세속 독서 모임 후기에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을 간간이 언급했어요. 제가 읽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속 독자들이 읽은 것들입니다. 국내 작가들의 문학 작품들을 많이 언급된 독서 모임 후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7월 독서 모임의 주인공 책은 아예 언급하지 못했네요.


원래 독서 모임 후기는 모임 지정 도서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서론입니다. 후기의 본론은 모임에 참석한 독자들의 견해입니다.

 

하지만 저는 서론을 책 소개가 아닌 세속 독자들이 다른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쓰다 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제가 봐도 잘 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다른 독서 모임의 책들을 하나하나 소개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할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독서 모임 도서에 대한 감상보다 독서 모임에 참석한 독자들이 읽은 다른 책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들이 읽은 책은 내가 예전에 읽은 것일 수 있고, 제가 읽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책이라면 언젠가는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한 번도 참석해본 적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서 참석하지 못한 다른 독서 모임 지정 도서를 얘기해도 좋습니다. 그 책이 어떤 주제이든 상관없습니다.[주2]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독자들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이 된 독자는 자신의 독서 취향과 자신이 읽은 책들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른 독자들에게 책을 추천합니다. 보통의 독자들도 북 큐레이팅할 수 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지 않아도 책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북 큐레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 날에 활동하는 북 큐레이터들을 만나면 저의 독서 취향은 풍성해집니다.


세속 독자들은 북 큐레이팅을 잘하는 독자입니다.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독서 모임을 능숙하게 진행합니다.






[주1] 





[<읽어서 세계 문학 + 향기의 미스터리 속으로> 

2025년 8월의 한국 문학]

추천 독자: 향기

* 정해연 《홍학의 자리》 (엘릭시르, 2021년)



『좋으면서 나쁜 작가들』

https://blog.aladin.co.kr/haesung/16701761






[주2]

 




[<읽어서 세계 문학> 2025년 4월의 세계 문학]

추천 독자: 정현정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년)



『빛이 성장할수록 문학은 성숙해지고』

https://blog.aladin.co.kr/haesung/16411304

 






[<읽어서 세계 문학> 2025년 2월의 세계 문학]

* 차학경, 김경년 옮김 《딕테》 (현대문학, 2024년)

 


『자신을 감추지 말라, 자신을 드러내라』

https://blog.aladin.co.kr/haesung/16270364







* 박보나 《태도가 작품이 될 때》 (바다출판사, 2019년)


[주3] 글 제목은 책 제목 《태도가 작품이 될 때》를 패러디했다.





<내가 읽은 국내 작가의 소설 서평/감상문>



* 『못생긴 사람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21년 9월 20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2958546

 

 

* 『불완전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의 고뇌』

(《남한산성》, 2017년 11월 12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9706720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흰색』

(《흰》, 2016년 6월 27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8587991

 

 

* 『한강의 모험』

(《희랍어 시간》, 2016년 6월 23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8580027

 

 

* 『벌거벗은 나무, 벌거벗은 고기』

(《채식주의자》, 2016년 4월 4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8397514

 

 

* 『명복을 빌지 마라』

(《소년이 온다》, 2015년 2월 5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7366752

 

 

* 『누가 이명준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광장 / 구운몽》, 2012년 9월 3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5832848

 

 

* 『인생의 길목을 돌아가는 방법』

(《맨발로 글목을 들다: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2011년 1월 30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4483240

 

 

* 『진짜 순교자는 없었다』

(《순교자》, 2010년 8월 3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40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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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8-1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문학상 안본지가 15년이 넘어가네요...그와중에 작가들 이름이 낯설어집니다. 이민진 작가 하나 알겠네요.. 사이러스님은 한국문학 열독하시는가 봅니다. 응원합니다!

cyrus 2026-08-12 22:31   좋아요 0 | URL
공지영이 대상을 받았던 2011년이 제가 처음으로 읽은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이었어요. 영영 안 읽을 줄 알았는데, 15년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네요. 국내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지 않아서 정이현을 제외한 다른 작가들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ㅎㅎㅎ 독서 모임 독자들을 만난 덕분에 국내의 젊은 작가들을 새로이 알게 됐어요. ^^

2026-08-21 0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8-23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구 동네서점 <책방아이> 책도깨비(독서 모임)

일요 미스터리 책방



4월의 미스터리







아오사키 유고

김은모 옮김

《지뢰 글리코》

리드비

2025년




2026년 4월 26일 일요일

저녁 6시~8시

장소: 책방아이








대구에 ‘추리소설(미스터리 소설) 읽기 모임’을 하는 서점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서점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요. 시간이 많은 주말에 서점을 만나고 싶었지만, 이 서점은 평일에만 열어 있어요. 그래도 주말에 서점의 문이 열릴 때가 있습니다. 다만 손님을 맞이하는 서점의 모습은 아니에요. 주말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만 들어올 수 있어요. 매달 마지막 일요일 저녁 6시가 되면 서점은 <일요 미스터리 책방>으로 변신합니다.













주말에 드문드문 문 여는 서점의 이름은 <책방아이>(책방i, ibooks)입니다. 2017년 율하동의 동네 공원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점의 얼굴이 공원의 나무들에 가려져 있어서 동네 주민이 아니면 찾기가 힘들 거예요. <책방아이>는 동네 주민과 후원자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 서점입니다.













이곳은 평일과 주말 독서 모임을 통틀어 ‘책도깨비’라고 부릅니다. 평일 책도깨비 이름 중 하나가 <읽어서 세계 속으로>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독서 모임 이름 같죠? 제가 참석하고 있는 독서 모임 이름이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약칭 ‘세속’)입니다. <읽어서 세계 속으로>가 <세속>보다 먼저 만들어졌어요. 저는 출근하기 전에 챙겨 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KBS 2TV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입니다. 평일 아침에 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재방송입니다. 독서 모임 이름을 세계 여행 방송 프로그램 이름을 변형해서 만들었는데요, <세속> 모임을 석 달 진행하고 난 후에 <읽어서 세계 속으로> 독서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의도치 않게 제가 <책방아이> 책도깨비 이름을 따라 하고 말았네요. 다음 모임 때 서점 대표님을 만나면 독서 모임 이름을 <세속>으로 정하게 된 계기를 밝히겠습니다.


독서 모임 있는 날이면 최대한 일찍 모임 장소에 도착하는 편이에요. 율하동은 제가 사는 동네가 아니라서 집에서 출발하여 서점에 도착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책방아이>에 일찍 도착했는데, 서점 문이 닫혀 있었어요. 남는 시간에 저녁 식사를 했고, 공원을 산책했어요. 모임 시작 30분 전에 다시 <책방아이>에 가봤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서점 주변에 한동안 헤매다가 <일요 미스터리 책방>에 꾸준히 참석하는 향기님을 만났습니다! 향기님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세속> 독자입니다. 향기님을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일요 미스터리 책방> 참석자 두 분이 오셨어요. 두 분 역시 향기님 못지않게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입니다.








아오사키 유고(青崎有吾)의 《지뢰 글리코》(地雷グリコ)는 탐정과 경찰이 등장하지 않으며 살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추리소설입니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머리가 상당히 좋고, 상대방의 심리를 잘 읽는 영악한 여고생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전부 학생들입니다. 조연으로 나오는 학생들 역시 주인공 못지않게 똑똑합니다. 









주인공 이모리야 마토는 ‘인생은 게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써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하면 승부에 강한 지능적인 플레이어(player)가 됩니다. 마토는 수재가 모인 고등학교 학생회가 만든 ‘변형 규칙’ 게임에 도전합니다.


변형 규칙 게임이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놀이에 특별한 규칙이 적용된 것을 말합니다. 소설 표제이자, 제일 먼저 나오는 ‘지뢰 글리코’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제일 먼저 계단 꼭대기에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글리코 게임’에 지뢰가 추가된 게임입니다. 두 명의 플레이어는 계단에 세 개의 지뢰를 설치합니다. 밟으면 폭발하는 지뢰는 아니지만, 상대편 플레이어가 설치한 지뢰를 밟으면 열 계단 내려가는 벌칙이 있습니다. 플레이어 본인이 설치한 지뢰를 밟으면 벌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편 플레이어에게 지뢰의 위치가 탄로 납니다.


작가는 추리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라이트노벨(Light novel) 공모전에 응모했습니다. 라이트노벨은 ‘문장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과 같습니다. 만화에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고, 라이트노벨 속 주인공은 비범한 능력이 있거나 범상치 않은 성격의 학생입니다. 라이트노벨에 주인공이나 조연 인물들의 모습이 묘사된 애니메이션풍 삽화가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라이트노벨은 만화로 만들어지고, 이 만화 역시 반응이 좋으면 TV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집니다.


《지뢰 글리코》에 교사를 포함한 어른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로 고등학생들만 나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과 추리물이 결합한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비웃는 숙녀》 (블루홀식스, 2020년)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다시 비웃는 숙녀》 (블루홀식스, 2020년)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비웃는 숙녀 두 사람》 (블루홀식스, 2022년)




향기님은 소설에 나오는 학생들이 평범하지 않아서 이질적으로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학생회 대표들은 상대방이 사소한 행동과 몸짓만 보고, 그 사람의 심리를 간파합니다. 심리전에 능숙한 학생들은 게임에 참여하면 승부사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지배해서 자신이 좀 더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기도 합니다.









향기님은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추리 소설로, 나카야마 시치리(中山七里)의 <비웃는 숙녀> 시리즈를 추천했습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가모우 미치루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종해서 나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범죄자입니다. 주인공의 악행과 주인공에게 쉽게 조종당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본 독자들의 머릿속엔 불쾌하면서도 찝찝한 뒷맛이 남습니다.


이런 유형의 추리 소설을 ‘이야미스(イヤミス)’라고 합니다. 이야미스는 ‘싫음’, ‘불쾌한 모양’을 뜻하는 일본어 いや 와 미스터리를 합친 말입니다. 이야미스는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보다는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의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암울한 결말에 이르는 이야미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의 기분은 씁쓸해집니다.


《지뢰 글리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래도 이 작품은 이야미스 소설로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 학생들은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 체계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 명문고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게임을 여러 번 치러야 합니다. 교실에서 만나면 친구이지만, 시험 기간이 되면 경쟁자가 됩니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과 성적이 저조한 친구들이 서로 만나면 어색해지고, 어울리지 못합니다. 소설에서 명문고로 묘사된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부유하면서도 머리가 좋은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의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들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임을 해야 합니다.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타산적이고 추악한 자본주의의 축소판’이자 ‘약육강식의 엘리트 양성소’입니다(214쪽).
















* [절판] 나오키 산주고, 김소연 옮김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북스피어, 2011년)




일본의 추리 · 미스터리 문학상들을 휩쓴 《지뢰 글리코》는 제171회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올랐습니다. 나오키상은 일본의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를 기리기 위해 1935년에 만들어진 문학상입니다. 나오키상은 ‘대중 문학’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데요, 나오키 산주고는 일본 대중 문학의 선구자입니다. 









추리 소설은 대중 문학에 속합니다. 나오키 산주고는 대중 문학에 과학 소설, 소년 · 소녀 소설, 탐정 소설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중 문학(문예)를 이렇게 정의를 내립니다.







 표현이 평이하고, 흥미를 중심으로 하되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또는 거기에 인생에 대한 해설과 인간 생활상의 문제를 포함하는 것.


(나오키 산주고,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중에서, 13쪽)




《지뢰 글리코》는 나오키상을 받을 만한 문학 작품입니다. 소설에 나오키 산주고가 정의한 대중 문학의 특징들이 도드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 문학의 선구자가 살아 있다면 자신이 경험한 적이 없는, 학교와 두뇌 게임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 《지뢰 글리코》를 높이 평가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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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6-06-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모임 저도 가보고 싶네요. 워낙 혼자 읽는 생활이고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더욱. 저라면 마쓰모토 세이초나 요! 이런 모임 저도 가보고 싶네요. 워낙 혼자 읽는 생활이고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더욱. 저라면 마쓰모토 세이초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갖고 가겠어요.ㅎ

cyrus 2026-06-09 07:07   좋아요 1 | URL
추리 소설 읽기 모임을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어서, 본보기로 모임 분위기를 경험하려고 일요 미스터리 책방 모임에 가입하게 됐어요. 제가 가입하기 전까지 모임 회원은 세 명이었어요. 제가 추리 소설 읽기 모임을 만든다면 저 포함한 딱 세 명만 모였으면 좋겠어요. ^^

blanca 2026-06-0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오키상이 대중소설에 주는 건지 몰랐어요. 문학성이 높은 소설에 주는 줄 알았네요. ‘이야미스‘라는 장르가 있군요. 몰랐던 사실들 많이 알아 갑니다.

cyrus 2026-06-07 19:35   좋아요 0 | URL
제가 모르는 추리 소설의 하위 장르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어렸을 때 즐겨 읽은 셜록 홈스의 그늘에 벗어나야겠어요. ^^

살리에르 2026-06-0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책방이 호젓하네요. 근데 미스터리 읽기 모임은 만나서 책 읽기만 하나요? 추리 소설은 줄거리를 말하면 김이 새기 때문에 모두 다 읽고 감상평을 나누어야겠네요^^

cyrus 2026-06-13 09:37   좋아요 0 | URL
책 이야기를 하다가 책에서 벗어난 다른 주제로 대화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삼천포를 자주 빠질 정도는 아니고, 다른 주제의 대화가 재미있어요. 추리소설은 결말이 가장 중요해서 결말을 안 읽고, 모임에 참석하면 대화에 끼지 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