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는 철학 책에 달라붙어 읽으면서 지내고 있다지난달부터 철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달과 그다음 달에 철학 책을 읽는 모임 일정이 잡혔다철학 책 모임 전부 주말에 진행된다이미 지난주 토요일에 철학 책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 철학 책 독서 모임이 있다.












[카페 스몰토크 철학 공부 모임 <니체와 레비나스> 지정 도서]

* Bettina Bergo · Jill Stauffer 엮음, <Nietzsche and Levinas: “After the Death of a Certain God”> (Columbia Univ Pr, 2008)





지난주 토요일에 시작된 철학 책 독서 모임 이름은 니체와 레비나스(Nietzsche and Levinas)’. 모임 이름은 지정 도서 제목이기도 하다. <니체와 레비나스>는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다영문으로 된 원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읽는다. AI 번역기로 한 것이라서 어색한 문장이 있지만, 그래도 읽을 만하다.





























* [품절] 프리드리히 니체, 안성찬 · 홍사현 함께 옮김, 즐거운 학문. 메시나에서의 전원시. 유고(1881년 봄-1882년 여름(책세상, 2005)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아카넷, 2025)

 

[카페 스몰토크 <니체 읽기> 모임 지정 도서 (2022)]

* 프리드리히 니체, 김인순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열린책들, 2015)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안티크리스트(아카넷, 2013)

 

* [품절] 프리드리히 니체, 백승영 옮김, 바그너의 경우.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니체 대 바그너(책세상, 2005)




책의 부제는 어떤 신의 죽음 이후(After the Death of a Certain God)’신의 죽음은 니체 철학의 핵심 용어다. 오랫동안 서양을 지탱해 온 철학의 두 기둥을 무너뜨리는 선언이다. 철학의 두 기둥은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된 형이상학적 이상주의와 그리스도교의 초월적인 신을 뜻한다. 철학의 두 기둥을 부여잡은 인간은 관념론을 쫓아다녔고, 자유와 욕망을 부정했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타락한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 철학의 두 기둥 앞에 서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도덕과 기독교 교리를 반복적으로 새겼다니체는 을 죽이려고 철학의 두 기둥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철학의 두 기둥에 해방된 인간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 줄 안다.









<니체와 레비나스> 첫 번째 시간은 레비나스 철학이 등장하기 전의 철학사를 되돌아보는 강연으로 시작했다. 강연자는 과거에 니체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철학 독서 모임을 진행했던 카페 스몰토크의 주인장 김 사장이다.

















* 플라톤, 강철웅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아카넷, 2020)

 

* 플라톤, 이기백 옮김, 크리톤(아카넷, 2020)





니체가 등장하기 전에 활동한 철학자들은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 소크라테스(Socrates)덕에 관하여 논하는 삶이야말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했다(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38a). 플라톤(Plato)의 대화편 크리톤에 묘사된 소크라테스는 사형 판결을 받은 이후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린다. 대화 상대자 크리톤(Crito)은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권유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피하려고 자신이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logos)’을 내다 버릴 수 없다면서 거부한다(플라톤, 크리톤46b). 원칙을 존중하고,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일은 윤리적인 삶이다.


















* 임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윤리형이상학 정초(아카넷, 2018, 개정 2)

 

* 임마누엘 칸트, 김석수 · 김종국 옮김 도덕형이상학 정초, 실천이성비판(한길사, 2019)

 

* 임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실천이성비판(아카넷, 2019, 개정 2)



그리스도교와 중세 기독교 철학은 금욕적인 윤리를 강조했다. 칸트(Immanuel Kant)가 지향하는 이성적인 인간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도덕 법칙을 지키면서 자율적으로 살아간다. 그 도덕 법칙은 행위의 결과와 목적에 상관없이 무조건 실행해야 하는 정언 명령이다.



















* 에마누엘 레비나스, 강영안 · 강지하 함께 옮김, 《시간과 타자》 (문예출판사, 2024년)


* 에마누엘 레비나스, 김도형 · 문성원 · 손영창 함께 옮김, 《전체성과 무한: 외재성에 대한 에세이》 (그린비, 2018년)


* 에마누엘 레비나스, 서동욱 옮김, 《존재에서 존재자로》 (민음사, 2003년)




지금까지 언급된 철학자들(그리고 강연에 언급되었으나 이 글에서 언급되지 않은 철학자들)윤리적 삶을 살아가는 주체(개인)를 이타적 존재로 상정했다. 하지만 레비나스는 이들과 다르게 타자를 위해 살아가는 이타적 존재가 되자고 제안한다왜냐하면 윤리적 주체는 타자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신의 시선과 관점으로 타인을 바라보기 때문에 주체와 타자는 동일한 존재가 된다. 아무리 개인이 이타적이라고 해도 타자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다.


















[카페 스몰토크 <에마뉘엘 레비나스 × 주디스 버틀러 읽기세 번째 지정 도서]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16번째 도서 (2019)]

주디스 버틀러윤조원 옮김 위태로운 삶애도의 힘과 폭력》 (필로소픽, 2018)




일요일에 있는 철학 모임도 정확히 일 년 전 카페 스몰토크에서 했던 <레비나스 읽기> 모임의 연장선이다. 그리고 레비나스와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를 겹쳐 읽는 모임이기도 하다. 일요일 모임은 총 5회로 구성되어 있다모임 진행자는 작년 여름에 <레비나스 읽기> 모임을 만든 창현 씨창현 씨는 헤겔(Hegel), 칸트,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라캉(Jacques Lacan) 등의 철학자들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학식이 깊은 분이다모임 참석자 중에 철학을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분들이 있다. 창현 씨는 이분들을 위해 지정 도서의 핵심 내용을 글로 요약해서 정리한다.


곧 다가오는 첫 번째 모임의 지정 도서는 작년에 완독한 시간과 타자. 두 번째 지정 도서는 존재에서 존재자로, 마지막으로 11월과 12월에 진행될 예정인 모임 지정 도서는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이다. 이 책은 예전에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지정 도서로 만나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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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5-10-09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니체 철학에서 ‘신은 죽었다‘ 는 명제가 가장 대중적이며 유명하죠. 사람들은 니체하면 니체의 그 말만 회자 시키는데 신의 죽음. 그럼 신은 왜 죽은 것일까? 무엇 때문에 죽었는 가로 바로 이어지지 못 하는 것 같아 보여요. 그저 기독교 적인 사고에서 벗어났다 라는 의미로만 보는 것 같더라구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보면 신이 죽었다는 명제 뒤에 나중에 보면 이런 말이 나왔어요. ˝신이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죽었다˝ 고 밝혀요. ˝신에게도 지옥이 있는데 인간에 대한 사랑이 신에게는 지옥이란 거지요. 즉 신의 죽음은 결국 인간 때문이란 것이지요. 기독교의 폐단을 말 하기 보단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신은 죽고 인간은 위버맨쉬 즉 초인으로 변해야 된다고 역설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낙타에서 사자의 변신 끝에 어린아이가 되는 것 그것은 동심이며 그 동심이 바로 신임을 밝히는 거지요. 즉 신은 죽되 죽지 않고 변화 한 것이 아닐까요? 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 신을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그 죽음이 바로 초인을 탄생 한 게 아닐까요? cyrus님의 신은 죽었다라는 해석이 궁금해 지네요. ㅎㅎ

cyrus 2025-10-09 16:07   좋아요 1 | URL
니체가 ‘신의 죽음’ 선언 이전에 기독교 교부 철학자와 종교인들은 성경 속 교리를 철저히 지키면서 살아가라고 강조했어요. 원죄론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죄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목사들은 신도들에게 천국에 가려면 매일 기도하고, 성경 교리를 지키고, 도덕을 지키면서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니체가 보기에는 기독교에 강조하는 도덕이 인간을 노예로 만든다고 비판해요. 니체가 죽었다고 말한 신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성경을 자의대로 읽고 해석하면서 신의 대리인으로 행동하는 기독교 성직자들을 가리킨다고 생각해요. 성직자들은 매일 사랑을 언급하고 강조하는데, 신도들은 그들의 가르침은 맹목적으로 따릅니다. 신도들은 성경과 믿고 따르는 성직자들의 말속에 갇혀서 살아가요. 이것이 니체가 비유하는 ‘노예’이자 기독교 교리는 ‘노예도덕’이에요.

낙타, 사자, 어린아이 비유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정답은 없어요. 저도 어린아이가 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니체는 자신을 디오니소스의 제자라고 표현한 글을 썼는데, 어린아이는 디오니소스와 닮은 신으로 해석하고 싶어요. 지금 이번에 나온 <차라투스트라>를 읽는 중인데, 마힐 님이 언급한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야겠어요. 생각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줄여서 세속’) 8월의 책국내 작가가 쓴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모임 날은 오늘 저녁이다. 아주 유명한 소설이라서 그런가? 현재까지 모임 참석 인원은 나를 포함한 아홉 명이다. 모임에 처음 오는 분은 한 명이다. 이 정도면 제법 많은 편이다.

















[<읽어서 세계 문학 + 향기의 미스터리 속으로> 2025년 8월의 책]

정해연 홍학의 자리》 (엘릭시르, 2021)




모임 선정 도서는 정해연홍학의 자리. 이 책을 추천한 세속 독자(모임 정회원)’추리소설 마니아 향기이다









지금처럼 무더웠던 작년 7월과 8월에 향기 님은 대구 책방 <일글책>에서 추리 문학 전문 독서 모임 <향기의 토요 미스터리 극장>을 진행했다선정 도서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단편 소설 선집이었다향기 님은 노트 형태로 된 독서 모임 자료를 직접 만들었다포를 매우 좋아한 나는 향기 님이 만든 독서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향기의 토요 미스터리 극장> 첫 번째 선정 도서, 20247~8]

* [절판] 에드거 앨런 포, 황소연 옮김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윌북, 2022)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4년 7월의 세계 문학]

에도가와 란포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 책, 2021)




<향기의 토요 미스터리 극장>이 시작된 7월에 <세속> 두 번째 모임이 진행되었다. 당시 <세속> 7월의 책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 乱歩)의 단편 선집이었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근대 추리 문학을 풍성하게 만든 작가.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만든 필명이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독서 모임에 장르문학 마니아들만 아는 란포의 소설을 과감하게 골랐다. 장르문학에 생소한 독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예상했듯이 <세속> 7월 모임에 세 명이 참석했다. , 향기, 정현정. 두 분은 <세속> 첫 번째 모임에 참석한 정회원이다.

















* 미스테리아 편집부 미스테리아 58(엘릭시르, 2025)




나는 추리 문학의 매력을 잘 아는 향기 님을 믿고, 장르문학 마니아가 아닌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때마침 지난 달에 미스터리 전문 격월간지 《미스테리아》58호가 나왔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출간된 ‘35권의 한국 미스터리 추천작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2021년에 출간된 세 권의 추천작 중 한 권이 홍학의 자리.

 



여기서, 잠깐만!




독서 모임 선정 도서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이상한 점을 느꼈는가? 세계 문학 전문 독서 모임에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세속> 모임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외국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어야 한다.


내가 독서 모임 도서를 선정한 것에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국내 작가의 책을 고를 거면 세계 문학 전문이라는 이름은 있으나 마나네요. 차라리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도 읽는 독서 모임을 진행해 보시는 게 어떤가요? 그러면 모임 참석자들을 더 모을 수 있어요.”


독서 모임의 정체성을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독서 모임의 정체성을 180도 바꾸지 않고도,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다. <세속> 선정 도서가 국내 작가가 쓴 책이라면, 이 책의 분위기가 비슷하거나 같이 읽을 수 있는 외국 작가의 책을 소개하면 된다따라서 세계 문학 전문 독서 모임에 국내 작가의 문학 작품을 선정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홍학의 자리는 첫 장면부터 범인이 나온다. 이제 막 이야기에 몰입하기 시작한 독자는 범인을 알고 있다. 형사들은 범인을 찾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수사를 벌인다. 범인을 아는 독자는 형사들이 범인을 어떻게 찾는지 궁금해한다기존의 추리소설들은 범인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결말에 범인이 공개된다. 홍학의 자리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 다르게 범인의 범행이 어떻게 발각되는지를 보여준다이러한 형식의 추리소설을 도치 서술 추리소설(inverted mystery)’이라고 한다도치(倒置)’는 순서를 바꾼다는 뜻의 단어다.


잠깐 스치듯이 묘사되었지만, 홍학의 자리를 유심히 본 독자라면 법의학에서 다룰 법한 과학 수사를 기억할 것이다. 사람의 걸음걸이로 범인을 가려내는 법보행 분석(273), 물에 빠져 죽은 시체 속에 있는 플랑크톤 분석하기(311).




















* [절판]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원은주 옮김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시공사, 2011)


*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이경아 옮김 오시리스의 눈(엘릭시르, 2013)


*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김종휘 옮김 노래하는 백골(동서문화사, 2004)




도치 서술 추리소설을 처음으로 쓴 작가는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Richard Austin Freeman)이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프리먼의 원래 직업은 의사. 프리먼이 창조한 탐정 손다이크 박사(Dr. Thorndyke)’과학 수사 기법을 이용해 범인을 밝히는 법의학자의 원형이다.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The Red Thumb Mark, 1907)은 손다이크 박사가 처음으로 등장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손다이크 박사는 지문을 채취하여 감별하는 수사 방식을 도입하는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과학 수사 기법이었다. 비공인 기록이지만,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발표되기 2년 전에 프리먼은 손다이크 박사가 나오는 단편 <31, New Inn>를 썼다. 이 단편 소설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이 1912년에 발표된 <The Mystery of 31, New Inn>(31 여인숙의 수수께끼)[주1]이다.


단편집 노래하는 백골(The Singing Bone, 1912)에 실린 오스카 브러트스키 사건(The Case of Oscar Brodski)은 도치 서술 추리소설 형식과 손다이크 박사의 과학 수사 모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프리먼의 새로운 시도는 좋았으나 그때 당시 독자들은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을 선호했다1910년대 영국 추리 문학의 대세는 프리먼과 같은 의사 출신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이 쓴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였다.




















* 조지 오웰, 강문순 옮김 책 대 담배(민음사, 2020)

 

* [절판] 조지 오웰, 하윤숙 옮김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 조지 오웰 평론집 (이론과실천, 2013)

 

* 조지 오웰, 박경서 옮김 코끼리를 쏘다(실천문학사, 2003)




문학에 조예가 깊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의외로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그는 최고 수준(명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묻히기 아까운 작품들을 소개한 글을 썼는데, 제목은 <good bad book>이다지금까지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은 세 개다. 좋으면서 나쁜 책(코끼리를 쏘다》, 실천문학사)’, ‘좋은 대중소설(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책(책 대 담배)’


오웰은 이 글에서 문학적인 수준은 떨어져도 재미있어서 읽을 만한 작품으로 셜록 홈스 시리즈와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에 속한 프리먼의 소설 오시리스의 눈(The Eye of Osiris, 1911)노래하는 백골을 언급한다.













 








 













* G. K. 체스터턴, 홍희정 옮김 결백(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1)

 

* G. K. 체스터턴, 봉명화 옮김 지혜(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2)

 

* G. K. 체스터턴, 장유미 옮김 의심(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3)

 

* G. K. 체스터턴, 김은정 옮김 비밀(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4)

 

* G. K. 체스터턴, 이수현 옮김 스캔들(북하우스, 2002, 브라운 신부 전집 5)




‘good bad book’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은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G. K. 체스터턴(G. K. Chesterton)이다그의 대표작은 가톨릭 성직자가 탐정으로 나오는 브라운 신부(Father Brown)’ 시리즈손다이크 박사가 법의학 탐정이라면 브라운 신부는 범죄심리학 탐정이다. 그는 자신을 범인으로 가정한 뒤에 범인의 감정 및 심리 상태를 이해하려고 한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5년 9월의 세계 문학]

*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25, 개정 증보판)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가들도 오웰의 펜 끝에 달린 비판의 날을 피하지 못한다. 오웰은 동료 작가들의 정치적 성향과 정치적 행보에 문제가 있으면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세속> 9월의 책인 오웰의 에세이 선집 나는 왜 쓰는가민족주의 비망록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오웰은 이 글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워 민족주의자들의 유형을 분류하고, 이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오웰은 체스터턴을 상당히 재능 있는 작가로 치켜세운다. 그러나 현실 이해력과 도덕적 감각이 떨어질 정도로 민족주의적 충심이 너무 큰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오웰이 꼬집은 체스터턴의 문제점가톨릭이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다는 종교적 견해(정치적 가톨릭주의)무솔리니(Benito Mussolini)를 찬양할 정도로 국외의 파시스트적 정세에 무지한 태도.

















조지 오웰정철 · 홍지영 함께 옮김 《손 가는 대로: 조지 오웰 시사 에세이》 (빈서재, 2025)




오웰은 트리뷴(Tribune)이라는 일간지에 칼럼을 게재한 칼럼니스트였다. 칼럼 제목은 ‘As I please(나 좋을 대로, 손 가는 대로)’이다. 오웰은 신문 칼럼에서도 가톨릭의 우월성을 입증하려는 체스터턴을 비판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부자와 권력자를 용감하게 비판한 체스터턴을 두둔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 G. K. 체스터턴, 안현주 옮김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북스피어, 2015)




체스터턴도 오웰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였다. 종교뿐만 아니라 문학과 사회를 주제로 한 비평을 많이 썼다. 오웰과 체스터턴이 활동했던 20세기 초 영국에 우생학을 지지한 지식인과 작가들이 상당히 많았다. 체스터턴은 우생학을 비판한 지식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에세이 선집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에 수록된 범죄형 머리통』(A Criminal Head, 1910년)은 머리의 형태로 범죄자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우생학을 비판한 글이다.


오웰은 반유대주의를 비판한 글도 여러 편 썼다반유대적인 견해를 드러낸 작가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판했다프리먼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꺼림칙한 진실이 있다. 그의 추리소설에 반영된 반유대주의. 프리먼은 우생학도 지지했는데, 1921년에 <Social Decay and Regeneration>(사회와 피폐와 재건)이라는 우생학 저서[주2]를 썼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가 많은데이 중 몇몇 작품을 보면 작가의 반유대적인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프리먼의 반유대주의를 비판할 때 거론되는 작품이 <Pontifex, Son and Thorndyke>(1931)이다이 소설에 나오는 악당들은 유대인이다하지만 프리먼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반론도 있다프리먼의 후기 작품들은 유대인을 긍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과연 오웰은 프리먼의 반유대주의를 알고 있었을까? 오웰이라면 좋으면서도 나쁜 작가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하다.





[1]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 노래하는 백골작품 해설(364)에 언급된 제목을 참조했다.

 

[2] 번역되지 않은 책이라서(주제와 내용을 생각하면 절대로 나오면 안 되는 책이다‥…) 정식 제목이 없다노래하는 백골작품 해설(365)을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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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놀라운 지식과 식견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네요.앞으로 좋은 미스터리 작품을 자주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cyrus 2025-09-08 06:40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과 향기님, 그리고 제가 아는 추리소설 마니아 몇몇 분들과 비교하면 저는 초급반입니다 ㅎㅎㅎ 안 읽은 추리소설들이 너무 많아요

꼬마요정 2025-08-29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너무 좋은 정보들입니다. 고맙습니다.^^
흥미로운 소설들이 많네요. 정해연은 요즘 인기 많은 작가 중 한 명이죠 ㅎㅎ 에도가와 란포는 기담집 하나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명탐정 코난에서 코난이 에도가와 코난인데 에도가와 란포에서 따왔다길래 궁금했거든요. 소년탐정 김전일은 맨날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라고 외치는데 그 할아버지가 긴다이치 코스케더라구요. 근데 저는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닥 재미가...ㅠㅠ

체스터턴의 브라운 시리즈는 책은 저는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근데 BBC에서 드라마로 방영한 건 재밌게 봤어요. 조지 오웰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요. cyrus 님 글 보면서 많은 걸 배워갑니다. 도치 서술 추리소설이 예전부터 있던 방식이군요.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의 손다이크 박사는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좋으면서도 나쁜 작가... 오묘합니다.

(토요미스터리극장 하니까 왠지 괴담이나 기담 이야기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저 옛날에 저 프로그램 진짜 좋아했는데... 토요미스테리극장...)

cyrus 2025-09-08 06:45   좋아요 1 | URL
조지 오웰의 독서 편력이 생각보다 넓더라고요. 최근에 오웰의 에세이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느끼고 있어요.

안 그래도 여름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에(이번 달이 여름의 끝자락이죠) 공포 문학 작품들을 읽고 리뷰를 쓰고 싶어요. 눈여겨 본 책들이 있는데 너무 많아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어요. ^^;;

stella.K 2025-08-29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 체스터턴 작품은 좋은데 안 좋은 꼬리표가 있다고 하던데 바로 저거였구만.
그래도 정말 작품은 어떤지 궁금하다.
너는 몇개의 독서 클럽에 가입되어 있냐? 난 얼마 전부터 <그믐>에서 하는 독서토론에 들어가곤 하는데 요즘엔 좀 지치기도하더군. 그거 하니까 읽으려고 쌓아 논 책들을 더 못 읽겠어. ㅎㅎ
그래도 재미는 있어. ㅋㅋ

cyrus 2025-09-08 06:46   좋아요 1 | URL
이번 달에 독서 모임 날이 많아요.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 모임 있어요. ^^;;
 




독서 모임에 가면 불문율이 얌전하게 앉아 있다. 모임 참석자들은 불문율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불문율이 깨지면 모임이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모임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불문율을 빤히 쳐다본다참석자의 귀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들어오지 않는다참석자의 눈빛이 불문율로 완전히 쏠려 있다. 다른 참석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모임장은 불길한 눈빛을 멈추기 위해 참석자에게 당부한다.



독서 모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일이니 불문율을 지켜주세요. 

절대로 그것을 말하면 안 됩니다.”



불문율을 지키고 싶지 않은 참석자는 모임장의 당부를 어긴다. 기어이 불문율을 건드리고 만다. 가만히 있던 불문율이 꿈틀거린다. 참석자의 입에 언급하지 말아야 할 것이 튀어나온다. 참석자는 심하게 요동치는 불문율을 깨뜨린다불문율이 깨지자, 고분고분하게 대화가 흐르던 독서 모임은 순식간에 싸움터가 된다. 참석자들은 서로의 말과 생각을 움켜잡아 싸운다.



당신의 생각은 잘못되었어요

책 좀 읽었다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흥분한 참석자들은 상대방이 틀렸다면서 야멸차게 쏘아붙인다대화 불가능한 독서 모임이 어수선하게 마무리된다.


독서 모임에 심심찮게 참석하는 불문율은 세 가지다. 첫 번째 불문율은 책과 무관한 대화를 하지 않기. 두 번째 불문율은 정치에 대해 말하지 않기, 세 번째 불문율은 종교 전도하지 않기. 이 세 가지 불문율을 하나로 모으면 완전한 성문법이 탄생한다. 독서 모임에 정치와 종교 책은 선정하지 않기.


사실 첫 번째 불문율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책 속에서만 흐르는 대화는 유익하지만, 늘 재미있는 건 아니다. 책 밖으로 이탈한 대화도 재미있다그래도 너무 멀리 나가면 곤란하다. 모임 참석자들 모두가 즐길 수 없고, 만족하지 못한 대화가 오래 지속되면 모임장은 정중하게 제지해야 한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열다섯 번째 모임(5월) 선정 도서]

* 피에르 다르도 · 크리스티앙 라발 · 피에르 소베트르 · 오 게강 함께 씀, 정기헌 옮김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원더박스, 2024)





올해 들어서 나는 두 번째 불문율을 깨뜨렸다. 5월 중순에 한 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선정 도서는 정치와 결합한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내전, 대중 혐오, 법치였다. 나를 포함한 모임 참석자들은 과거에 신자유주의 비판서를 탐독했을 정도로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 모임 분위기에 반전을 주고 싶었다. 모임 전날에 참석자들은 발제를 공개한다. 나는 발제에 정치색을 드러냈다. 나는 자유주의자이고 온건 보수주의자라고. 자유주의자로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유를 독점하고, 왜곡하는 세태를 방치하면 자유의 정의가 변질된다고 주장했다그리고 개인의 자유만 찬양하는 자유 지상주의와 비슷한 신자유주의와 정반대로다원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도 있다고 언급했다그래서 내가 언급한 자유주의 사상가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과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이었다.

















* 에드먼드 포셋, 신재성 옮김 자유주의: 어느 사상의 일생(글항아리, 202)

 

* 헬레나 로젠블랫, 김승진 옮김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글항아리, 202)

 

* 패트릭 J. 드난 , 이재형 옮김 왜 자유주의는 실패하는가(민들레, 2025)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 전에 자유와 자유주의의 정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구분하기 위해 분류된 고전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가 아닌 개인의 덕성과 공동체 결속을 위한 헌신을 강조한다. 계몽주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시작한 18세기부터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권리를 억압하는 군주정과 종교를 비판했다.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 자유주의라는 개념은 20세기가 돼서야 확립되었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자유주의의 흐름을 정리한 책을 꼽자면 스스로 좌파 자유주의자로 소개한 정치 전문 기자가 쓴 자유주의개인과 타인이 연결된 관계가 모여서 형성된 공동체를 중시했던 자유주의의 과거를 보여주는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가 있다.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개인의 덕성을 함양하기 위한 자유 학예(liberal arts)를 배우려는 고전적 자유주의를 전근대 자유주의로 분류한다. 이 책의 저자는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근대적 자유주의로 발전할수록 자유주의가 퇴보(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203월 도서]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 2018)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5년 7월 도서]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어크로스, 2018)





이번 달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선정 도서는 정치적인 책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모임이 있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약칭 ‘극단적 소수)<세속>의 정기 독자 김성현 님이 추천한 책이다. 김성현 님은 <고라니 울고>라는 독서 모임을 이끄는 모임장이다. <고라니 울고>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모임이다. 그분은 정치적인 책을 <고라니 울고> 회원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독서 모임이 회원들에게 부담감을 줄까 봐 결정을 계속 보류했다. 때마침 내가 올해 <세속> 선정 도서 후보에 비문학적인 책도 가능하다고 허용했고, 그리하여정치적인 책을 읽는 문학 모임이 만들어졌다.







정치 책을 읽는 독서 모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 참석했던 독서 모임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에 정치 책이 선정된 적이 있었다. 그 책이 바로 극단적 소수의 전작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였다. 하지만모임은 취소되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던 때였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모임이 제한되었다.
















* 조지 오웰, 이한주 옮김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25)

 

* 남태현 극우의 노래: 한국의 극우, 그들은 누구인가(오월의봄, 2025)




정치적인 책을 읽는 문학 모임’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치와 거리를 두는 문학을 경계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을 떠올린다면 문학 작품의 정치적인 독해가 가능하다오웰은 문학 작품 속에 스며든 작가의 정치색을 비평할 뿐만 아니라 파시즘과 반유대주의에 동조하는 작가들을 비판했다.







 

모임이 시작하자마자 <세속>의 정기 독자 조약돌 님이 먼저 우리나라 정치와 관련된 발제를 제시했다. 2, 30대 남성들은 왜 극우에 열광하는가? 나는 이 발제가 나올 거로 예상했고, 우리나라의 극우화 현상을 분석한 책 극우의 노래를 소개했다극우의 정치적 행보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되었다경기 침체가 길어질수록 살길이 막막한 청년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졌다. 거대 양당 정치는 청년들이 만족할 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여권 신장과 성평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주민이 증가하자 청년들은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분노한 청년들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 유튜버들을 지지한다. 보수정당은 청년들의 불만과 분노를 달래기는커녕 그들의 극우 성향을 감싸고, 정치적 의제로 삼았.












* [절판] 새 한글 성경: 신약과 시편(대한성서공회, 2021)




독서 모임 구성원에 비종교인이 많으면 종교 책이 필독서로 선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온갖 분야의 책들이 언급되는 모임 대화에 종교 책은 끼지도 못한다.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성경은 대우가 좋은 편이다. 비종교인 애서가들도 성경이 고전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비종교인 애서가가 성경을 자주 인용하는 일은 드물다왜냐하면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열여섯 번째 모임(7월) 선정 도서]

* 금정연 한밤의 읽기(스위밍꿀, 2024)




지난주 금요일은 세계 문학 모임 날이었고, 다음 날인 토요일은 <수레바퀴와 불꽃> 16번째 모임 날이었다. 모임 필독서는 금정연 서평가한밤의 읽기였다<수레바퀴와 불꽃>두 명의 애서가가 만나면서 시작된 독서 모임이다. 이중 한 분은 라캉(Jacques Lacan)과 알튀세르(Louis Althusser)에 관심이 많은 크리스천이다. 그분은 꾸준한 책 읽기를 욕망하게 한 최초의 책이 설교 비평집이라고 했다.

















* [절판] 정용섭 엮음 속 빈 설교 꽉 찬 설교(대한기독교서회, 2006)

 

* 정용섭 엮음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대한기독교서회, 2007)

 

* 정용섭 엮음 설교의 절망과 희망(대한기독교서회, 2008)




그분 바로 옆에 앉은 나는 설교 비평이 궁금해서 질문했다. 설교 비평은 목회자들의 설교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그분은 국내에 처음 설교 비평을 시도한 정용섭 목사가 쓴 책을 읽었다고 했다. 책 제목은 언급하지 않았고, 그 책이 절판되었다고 했다.







<수레바퀴와 불꽃> 모임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온 나는 설교 비평과 관련된 책을 찾아봤다. 운이 좋게도 알라딘 동성로 서점에 정용섭 목사가 엮은 설교 비평집 두 권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분이 말한 절판된 책은 정용섭 목사의 설교 비평집 시리즈의 1속 빈 설교 꽉 찬 설교.








기회가 되면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독서 모임을 만들어서 꾸리고 싶다. 문학 작품을 정치적 관점으로 읽는 모임이라든가 아니면 무신론자들을 위한 종교 책 읽기 모임이다실현 불가능한 모임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와 종교 분야의 책도 독서 모임에 언급할 가치가 있다



독서 모임에 환영받지 못한 책을 읽는 애서가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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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30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을 2개나 하시는군요. 심지어 서울까지 가는 모임이라니... 진짜 대단하세요. 이런 열정이면 범상치않은 독서모임도 꿈만은 아닐듯해요

cyrus 2025-08-05 08:14   좋아요 0 | URL
독서 모임 세 개에 참석하는 분들의 성격과 가치관이 저랑 거의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일단 독서 취향이 다르고, 독서 모임 구성원의 개성이 뚜렷해서 대화하면 흥미로워요. 제가 배울 점도 많고요. ^^

페넬로페 2025-07-3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의 세 가지 불문율!
정말 맞습니다.
전에 어떤 분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너무 착한 독서 모임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요.
좀 비틀어 책을 볼 필요도 있다면서요.
그 경계가 모호해서 어떤 선을 지킬지 어려워요^^

cyrus 2025-08-05 08:30   좋아요 2 | URL
제가 생각하는 ‘너무 착한 독서 모임’은 모임 구성원들 간의 의견 차이가 너무 없어서 서로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끝나는 모임이에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이게 익숙해지면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고요, 그러면 상대방의 생각과 닮은 사람이 되고 말아요. 저는 독서 취향이 서로 다른 애서가들이 만나면 주고받는 대화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위기의 독서 모임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

blanca 2025-07-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의 불문율,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이건 그냥 모임에서 채택해도 될 것 같은데요.

cyrus 2025-08-05 08:39   좋아요 0 | URL
다른 독서 모임들이 공개한 가입 규칙에 보면 정치적 대화를 사절하고, 정치와 종교 책을 모임 선정 도서에 제외한다는 사항이 있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모임 시작하기 전에 정치와 종교에 관해서 눈치 보지 말고 얘기하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독단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고집한다거나 상대방을 무례하게 대한다면 모임장 자격으로 대화를 제재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알고 지내는 독서 모임 참석자들은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분들이라서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다툼 없이 잘 만나고 있습니다. ^^

카스피 2025-07-3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을 하지 않아서 저런 불문율이 있는지 전혀 몰랐넨요.그런데 저 3가지 불문율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시에도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cyrus 2025-08-05 08:45   좋아요 0 | URL
네, 정치적, 종교적 신념이 강하면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유형의 사람이 독서 모임에 온다면 저는 일단 대화해보고, 더 이상 대화가 어려우면 모임에 오지 말라고 충고할 것입니다. ^^

레삭매냐 2025-07-3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설교(비평)는 특정 대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무신론을
가지신 분이 들으시면 현실과
현격한 괴리를 느끼시지 않을
까 싶습니다.

cyrus 2025-08-05 08:46   좋아요 0 | URL
네, 종교 책을 읽다가 이해가 힘든 내용이 있으면 제가 알고 지내는 종교인들과 만나서 대화해보고 싶어요. ^^

감은빛 2025-07-3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긴 시간동안 여러 독서모임들을 다녀봤었는데,
책을 주제로 여러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건 언제나 너무 좋죠.
제 기억에 제가 참여한 어느 독서모임에서도 불문율은 없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책의 어떤 내용들이 일상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책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로 넘어갈 때 모임의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유일하게 하고 있는 독서모임인,
SF 읽기 모임에서는 제가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SF의 특성상 영화나 게임 같은 영역으로도 확장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뿐 아니라 현실 상황과의 비교, 비슷한 주제나 상황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자주 연결시켜요.

저는 평생 종교를 가져 본 적이 없는 무신론자인데,
한때 종교에 관련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어요.
왜 사람들이 종교라는 발명품을 만들고, 거기에 빠져들었는지 궁금했거든요.
저는 지금도 정말로 신을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못 믿겠어요. ㅎㅎㅎㅎ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책 읽기 모임
한번 해보고 싶네요.

cyrus 2025-08-05 08:59   좋아요 0 | URL
저도 대화가 점점 확장되는 독서 모임을 좋아해요. 이런 대화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대화가 산만하고, 삼천포로 빠진다고 느끼겠죠. 당연히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독서 모임 후기를 써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해요. 모임 날 어지럽게 흩어진 대화들을 글로 정리해 보면 그날 사람들이 유익한 생각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래서 저는 대화했던 내용을 안 잊어버리려고 독서 모임 후기를 써요.

독서 모임 후기는 일종의 대화록이에요. 상대방의 대화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 모임 후기 글쓴이의 주관적인 시점이 스며든다는 한계가 있지만, 모임 후기를 쓰다가 상대방이 했던 말이 떠올리지 않으면 안 써요. 꼭 써야 할 말이라면 글쓴이의 생각이 첨가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해요. 그날 했던 말이 기억 안 나서 내가 이렇게 썼으니, 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틀렸다면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꼬마요정 2025-07-3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불문율은 독서모임 뿐만 아니라 어떤 모임에도 해당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구성원 모두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종교, 정치이념은 전쟁도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것이니까요.

cyrus 2025-08-05 09:0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자는 의미로 독서 모임에 정치와 종교를 얘기해도 된다고 말했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어요.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5월의 세계 문학





아사이 료

민경욱 옮김

정욕(正欲): 바른 욕망

리드비

2024









2025년 5월 31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35분

장소: 인더가든





<5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진행도서 추천, 발제]

향기


[보조 진행북클럽투르기윤색, 사진]

최해성


[참여]

조약돌김성현이우리이금재이문수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단어입니다. 성은 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려줍니다. 대다수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의 성을 인식하면서 살고 있어요(cisgender). 하지만 성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다양해요.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intersex). 한 개의 성을 정한 채로 평생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요(non-binary).


()(마음 심)’(날 생)’이 만나서 생긴 단어입니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 생기는 성적 끌림과 성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드러나는 성적 취향한 사람의 마음(psyche)에서 생기는 것들입니다물론 마음()에서 태어난() ()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천성(天性)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은 살아 있습니다(). 생생한 성은 호기심(psyche)을 느끼며 변화에 민감합니다. 주변 환경이나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 미처 알지 못했던 성적 취향을 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성적 만족을 느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성욕두 개의 뜻을 가진정욕입니다. 정욕(情欲)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구를 뜻한다면, 정욕(情慾)은 성적 욕망을 뜻해요. 앞서 제가 말한 마음에서 태어난 성을 떠올린다면, 정욕(情欲)과 정욕(情慾)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욕을 두 개의 뜻이 포개진정욕으로 이해하고 싶어요.


여기에 일본의 작가 아사이 료(朝井リョウ)는 성욕에 자신이 생각하는 세 번째 정욕의 뜻을 얹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세 번째 정욕바른 욕망을 뜻하는 정욕(正慾)입니다정욕(正欲)’2021년에 나온 작가의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 막스 베버, 전성우 옮김 직업으로서의 학문(나남출판, 2017)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유능한 교수라면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능한 교수는 학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리한 사실(inconvenient facts)을 인정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불리한 사실학생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견해와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리한 사실편안한 지식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도전하는 지식입니다.

 

아사이 료의 소설 정욕: 바른 욕망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주류에 반하는 소수의 의견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다양성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를 보호하는 방패와 같은 단어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때로는 착각하기 쉬운 다양성의 한계를 보여주기 위해 불리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다양성, 이 단어 속에는 축복과 비슷한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자.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더라도 당당하게 가슴을 펴자. 나답다는 데 당당해지자. 타고난 속성을 다른 이가 판단하는 건 틀렸다.

 가슴이 상쾌해질 정도로 축복이 반짝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결국, 소수자 가운데서도 주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자 말하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자신과 다른 것에만 해당하는 말입니다.

 상상을 초월한 나머지 이해하기 힘든, 직시할 수 없을 만큼 혐오스러운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것에는 단단히 뚜껑을 닫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죠.


(8~9쪽)

 



소설에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이상 성욕을 가진 인물들이 나옵니다. 수도꼭지를 틀자마자 힘차게 뿜어나오는 물에 성욕을 느끼는 남자는 수도꼭지만 떼어내 훔칩니다. 소설 주인공은 이성과의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해 불만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성관계 도중 이성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 쾌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의 정욕(성욕)과 성적 취향이 상당히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그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다양성은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고, 도덕과 상식에 완전히 벗어난 정욕을 위한 방패가 되어주질 못합니다. 소설은 다양성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에 그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편안하게 쓰는 독자들을 향해 불리한 사실을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 결국 다양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정욕은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다수가 지극히 정상적인상식(또는 도덕)에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소수(비주류)가 다수(주류)의 기준에 맞춰야 하고, 끝내 다수에 동화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 다양성은 살아 있지 않습니다.







5월 마지막 날, 5월의 마지막 금요일.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세속) 모임 날은 아사이 료의 생일이었습니다. 모임 후기 글을 쓰기 시작한 주말에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정욕: 바른 욕망을 추천한 향기 님은 네 개의 발제문을 만들었습니다향기 님은 독립 출판물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그래서 집에서 직접 팸플릿 형태의 인쇄물을 만들 수 있어요이번 모임에 참석한 <세속> 독자들을 위해 발제문이 있는 팸플릿을 만들었습니다발제문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향기 님이 발췌한 작가의 인터뷰 내용도 있습니다.


팸플릿을 유심히 잘 보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종이로 만들어진 것노란색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 있는데요, 노란색 종이는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라고 합니다.


<세속> 독자들은 정욕: 바른 욕망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어요. 소설의 주제가 성욕이라서 성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히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바른 정욕에 부합하는 성욕을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고요그리고 작가가 지적한 다양성의 한계를 보완해 줄 만한 단어가 잘 떠올리지 않았을 거예요성과 성욕에 대해 심오하면서도 묵직한 문제들을 툭 던져놓기만 하고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가의 글쓰기가 불친절하다고 느낀 <세속> 독자들도 있었어요그래도 소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독자들이 있었습니다이금재 님은 마음에 든 소설의 문장 두 개를 언급하면서 작가의 표현력이 좋았다고 했어요

 

소설 뒤표지에 보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마지막 장에 도달하는 순간, 찾아오는 혼란을 감당할 수 있는가?

그간의 가치관을 격렬하게 뒤흔드는 충격의 걸작!


 


김성현 님은 이 소설에 본인의 감정과 가치관을 크게 뒤흔들만한 커다란 반전이나 충격적인 반전이 나오지 않아서 마무리가 허전했다고 말했습니다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정욕인 소아성애바른 정욕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 [개정판] 존 스튜어트 밀, 김만권 옮김 자유론(책세상, 2025)

* [구판_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책세상, 2005)

 




향기 님의 첫 번째 발제우리에게 과연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이었어요. 성현 님은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을 비판적으로 봤습니다. 누구나 이러한 자격을 가지게 된다면 타인의 욕망 또는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에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타인의 삶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개인의 개별성은 소외되고 억압받습니다. 성현 님은 타인에게 (육체적 · 정신적 · 경제적)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개인의 정욕을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성현 님의 견해는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강조한 자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 [개정판_절판] 제러미 벤담, 신건수 옮김 《파놉티콘》 (책세상, 2019)

[구판_절판] 제러미 벤담, 신건수 옮김 《파놉티콘》 (책세상, 2007)




저도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욕망을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판단하는 일상이 익숙해지면 타인을 감시하게 됩니다.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 또한 누군가가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요. 이렇듯 서로서로 감시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욕망을 규제하고 검열하는 사회는 개인을 못살게 구는 거대한 감옥과 같아요. 이 감옥은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수많은 죄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구상한 파놉티콘(panopticon)’입니다. 벤담이 살아있을 때, 파놉티콘은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카페 스몰토크 <푸코 읽기> 모임(2023년) 두 번째 책, 모임 미참석]

* [개정 2] 미셸 푸코, 오생근 옮김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나남출판, 2020)




그렇지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감시와 처벌에서 파놉티콘 특유의 통제 방식이 사회에 정착되는 순간, ‘감옥화된 사회가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감옥화된 사회의 권력자는 힘들이지 않고, 개인을 통제합니다. 왜냐하면 피지배자인 대중, 즉 우리가 서로를 감시하고,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이죠. 파놉티콘 사회는 개인이 서로서로 감시하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향기 님은 바른 욕망의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고,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이와 관련된 세 번째 발제바른 욕망의 기준이 개인에서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사회가 만든 것인지 알아보는 질문이었어요. 이우리 님은 타인의 욕망에 대한 사적인 판단이 다수의 기득권층을 위한 법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벤담은 최대 다수의 행복을 최고로 여기는 공리주의자입니다. 이우리 님은 벤담식 공리주의에 따르는 입법자들을 비판했습니다. ‘정상도덕적 올바름에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대중은 다수를 위한 법에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에 세뇌당한 대중은 ‘다수를 위한 올바름에 맞춰가면서 살아갑니다. 그들은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에 속하고 싶어 해요.


















[서재를 탐하다 & 읽다익다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202월의 책(83번째 책)

추천자: 최해성

모임 날짜: 2020227(코로나 유행으로 취소)]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24)




소설에는 ‘올바름’에 벗어난 타인의 정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이상해’, ‘우스워(비웃음)’, ‘미쳤다라고 쉽게 내뱉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런 발언을 한 사람들은 자신이 느낀 것을 표현했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할 것입니다. 조약돌 님은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했습니다일본의 임상 심리학자가 쓴 소설의 해설 속 문장을 빌리자면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기들이 바르게 살아가고 있고, 언제나 사회는 옳다고 굳게 믿고(정욕바른 욕망》 해설, 444쪽)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성과 성적 지향을 가까이 다가가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저는 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확하다고 알려진 성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성 지식에 호기심을 느끼고, 선뜻 다가갈 수 있습니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기획 페미 스쿨(201971~1028)’ 

세미나 지정 도서]

* 오드리 로드, 주해연 · 박미선 함께 옮김 시스터 아웃사이더(후마니타스, 2018)





미국의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이자 시인인 오드르 로드(Audre Lorde)시는 사치가 아니라라는 글에서 우리 삶을 성찰하는 일에 친숙해지면, 우리를 침묵하게 만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시스터 아웃사이더》, 39쪽). 저는 성을 눈에 띄지 않게 숨기려는 침묵을 깨서, 성의 다양한 얼굴을 바라보려면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성을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한 성을 성찰하는 일성교육과 성 공부입니다. 성교육과 성 공부는 어린이와 청소년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죽을 때까지 해야 합니다.


















* [절판] 빌헬름 라이히, 윤수종 옮김 오르가즘의 기능: 도덕적 엄숙주의에 대한 오르가즘적 처방(그린비, 2005)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 을 은폐하고, 성 담론을 침묵하게 만드는 사회는 개인의 성욕과 성적 지향을 억압한다고 했습니다. 라이히는 성을 불결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인습에 사로잡힌 사람소인배(a little man)’로 비유합니다소인배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바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자신과 다른 타인을 괴롭히고, 차별하고 있습니다라이히는 변화를 거부하는 소인배들이 많아지면 민주주의가 절대로 발전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보호받는 인민대중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습득하고계속 점점 더 나은 삶의 형식들로 전진할 모든 가능성을 갖게 되는 힘들고 긴 과정이다그러므로 진정한 민주주의는 노인들이 즐겨 회상하는 영광스럽고 전투적인 과거와 같은 종결된 발전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들새로운 발견들그리고 새로운 삶 형식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씨름하는 과정이다.

 

(빌헬름 라이히오르가즘의 기능》 중에서, 30)



처음에 제가 언급한 마음에서 태어난 성이 살아 있으려면 을 종이에 적힌 글자로만 남아선 안 됩니다여전히 낯설고 두렵지만우리는 입으로 을 말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에 있는 ‘을 우리의 입말우리의 대화 속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우리의 말은 성을 숨(psyche) 쉬게 합니다.










Thanks to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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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15번째 선정 도서]




 


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트르, 오 게강

정기헌 옮김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원더박스

2024






 

   

2025517일 토요일

오전 10~오후 1

장소: 컬처플렉스 더숲(노원구 상계동)


 

 



<생각이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를 돌리고 

책에 불꽃을 피운 독자들>









 

서한용(진행, 발제, 참여, 간식)

김지용(서평)

이진범(발제, 참여)

보람(발제)

최해성(발제, 참여, 북클럽투르기 · 윤색)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자유란 무엇일까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합니다. 자유의 반대말결박구속입니다. 이 두 개의 단어는 우리의 삶을 더욱 비좁게 만듭니다. 결박은 자유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차꼬입니다. 구속은 자유를 가두는 감옥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유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자신이야말로 자유를 정말 정말,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하네요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어요. 자유를 괴롭히고 있는데 자유를 사랑한다는 자유주의자라? 다시 생각해 봐도 무언가 잘못되었어요. 그러나 자칭 자유주의자는 뻔뻔합니다. 오히려 자유를 괴롭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하네요. 자칭 자유주의자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야말로 자유를 짓밟는 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까지도 자유를 무시하는 적으로 몰아세웁니다


도대체 그들이 사랑하는 자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경제적 자유입니다. 자칭 자유주의자는 개인과 기업이 이익을 더 많이 얻으려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은 자칭 자유주의자는 기업의 자유를 더 좋아합니다. 그들이 말하길 기업이 잘 돌아가면 나라가 잘 돌아간다나 뭐라나. 거대한 자본주의 마당 안에서 기업이 알아서 돈을 벌면 모든 사람이 풍요로워지고 잘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자유는 누구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단어입니다. 자유의 의미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자칭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독차지하고 있어요. 그들은 자유를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믿는 자신의 태도가 자유를 괴롭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이 자유를 여러 번 떠들고 다닐수록 자유는 점점 더러워지는 단어가 됩니다. 자유는 이기적이고 건방지고, 오만한 단어가 되고 말았어요.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자칭 자유주의자를 가리켜 신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신자유주의자는 정직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방해하는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상식에 반하는 권력에 아부하지 않습니다. 반면 신자유주의자는 자신의 자유를 문제 삼는 타인을 굴복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합니다. 특히 기업과 친한 정부 앞에서는 아부를 잘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광장의 민주 시민들, 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기업의 경제 활동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조합. 신자유주의자가 보기에 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은 자유를 침해하는 세력들입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정부와 기업에 반하는 생각들을 결박하고 구속합니다. 심지어 그들이 더 이상 살아나지 못하도록 폭력을 쓰기도 합니다.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김이석 옮김 노예의 길(자유기업원, 2024)


* 밀턴 프리드먼 · 로저 프리드먼 함께 씀, 민병균 외 옮김 

선택할 자유(자유기업원, 2022)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 루트비히 폰 미제스 외, 전용덕 옮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 이론(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 [절판] 애덤 테블, 이화여대 통역 번역 연구소 옮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아산정책연구원, 2013)

 

* [절판] 이근식 신자유주의: 하이에크, 프리드먼, 뷰캐넌(기파랑에크리, 2009)




내전, 대중 혐오, 법치는 자유를 왜곡하면서까지 기업과 권력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신자유주의자들은 대체로 하이에크(Hayek)라는 경제학자의 신념을 따릅니다하이에크는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반공주의 지식인들이 모인 몽펠르랭 협회(Mont Pelerin Society)를 설립합니다. 여기에 모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비판하고, 시장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일명 오스트리아학파경제학자입니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와 노조의 기세가 오르면 자유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마저 무너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쓴 책 중 가장 유명한 노예의 길사회주의로 인해 자유가 억압받으면, 개인은 결국 노예가 된다고 경고한 책입니다. 하이에크의 자유 지상주의기업과 친한 보수주의 정치인들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유에 미친 하이에크는 민주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마저 자유를 반대하는 적대 세력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유주의적 독재 정권의 반민주적 정치를 눈감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신자유주의자와 보수 우파들은 나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자유를 위한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등을 지향하는 좌파와 사회 진보적인 운동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적이 됩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물불 안 가리는 분노와 뒤돌아볼 줄 모르는 폭력입니다.


































* 존 스튜어트 밀, 김만권 옮김 자유론(책세상, 2025)

 

* [구판 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책세상, 2018)

 

* [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여성의 종속(책세상, 2018)

 

* [절판] 이근식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기파랑에크리, 2006)

 

* 이사야 벌린, 박동천 옮김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아카넷, 2014)





저는 자유주의자, 온건 보수주의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유주의 사상가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입니다. 이 두 사람은 다른 생각과 사상을 존중했고, 자유주의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한 자유주의자였어요







밀은 시대를 앞서 나간 진보적인 자유주의자입니다. 지적인 동지인 아내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를 만나면서 여성의 평등을 옹호했습니다. 이사야 벌린은 한 사회 안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는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 문제를 오직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해결하려는 태도를 반대했습니다.


자유주의자인 저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만 쏙 빼놓고 민주주의를 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마다 늘 아쉬웠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더럽히진 자유를 원래의 올바른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면 자유 또한 민주주의 못지않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서한용 작가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극우마저 함부로 쓸 정도로 흔해졌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수록 경제적 평등에 초점을 맞춘 사회민주주의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권력에 아부하는 신자유주의는 정부와 자신들의 세력에 유리한 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들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진보적인 정당의 정치 행위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거나 이를 규제하는 행정 기관을 설치합니다. 결국 자기들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는 거죠. 보람 님은 작년 정부의 퇴행적인 계엄령과 탄핵 과정을 지켜본 이후로 헌법에 관심을 가져서 공부를 시작했다는데요, 본격적으로 대선 시간에 접어들수록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7월의 도서]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어크로스, 2024)





한 번 만들어진 헌법은 영원히 좋은 법으로 남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수의 극우 정치 세력들은 잘 만들어진 법을 정적을 공격하거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라는 책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헌법을 점진적으로 고치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합니다. 헌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은 헌법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헌법을 제대로 뜯어고쳐야 하는 일에 소극적입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쓴 미국 출신 두 명의 저자는 미국 헌법이 민주주의 세상에서 가장 수정이 힘든 헌법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고 봐요. 개헌 논의가 점점 미뤄지거나 잠잠해지면 미국처럼 개헌에 소극적인 여론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진범 님은 신자유주의자의 생각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지만, 왜 주변 사람들이 보수주의자로 살아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말했어요. 자유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개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진범 님이 만난 보수적인 사람들(우파 성향의 정치적 보수주의자가 아닌, 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은 개인의 이익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최대한 더 많이 누리기 위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타인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타인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개인의 이익을 제한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어 왔던 생각과 신념이 현실에 맞지 않거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 당황하게 되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위협하는 듯한 불안과 두려움이 클수록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타인의 의견을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반대하는 성향이 더 커집니다.






 












* 디디에 에리봉, 이상길 옮김 랭스로 되돌아가다(문학과지성사, 2021)


* 디디에 에리봉, 박정자 옮김 미셸 푸코, 1926~1984(그린비, 2012)




서한용 작가는 본인을 포함한 진보적인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보수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서 작가는 보수성을 무조건 숨겨야 하고 나쁘다고 봐야 할 성향이 아니라 내 안의 모순과 불일치를 인정할 수 있는 인생의 한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안의 모순복잡한 개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과 같아요. 이 거울이 불편하다고 해서 부술 순 없어요.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거울을 잘 들여다본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적 신념이 부딪힐 때 제대로 고민할 수 있어요. 







내 안의 모순을 탐사하는 일을 긍정한 서 작가는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Didier Eribon)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추천했어요. 이 책에서 디디에 에리봉은 동성애자로서의 성 정체성과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서의 사회적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내적 갈등을 분석합니다. 여담으로, 디디에 에리봉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평전을 쓴 저자로도 유명한데요, 내전, 대중 혐오, 법치푸코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술 분석에 바탕으로 만든 책이에요.


신자유주의자와 극우 과두제를 비판한 내전, 대중 혐오, 법치의 공동 저자들은 신자유주의에 제대로 저항하려면 이미 과거에 실행된 중도적인 대안 정치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의 진단에 따르면 자유주의가 조금이라도 가미된 좌파의 중도 정치는 좌파 정책을 지지하는 인민 계급들을 뒤돌아서게 했으며, 신자유주의에 날개 하나 더 달아준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이 바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좌파의 모습은 교차성(Intersection)에 초점을 맞춥니다. (), 인종, 민족 등 여러 정체성의 평등이 보장되면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좌파 안에서의 정체성 내전또는 계급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결집력이 약해집니다. 저자들은 기성 정당 중심의 사회운동이 아닌 소규모 사회운동 플랫폼, 협동조합, 노동조합 등이 서로 연결된 사회운동을 제안합니다. 김지용 님은 내전, 대중 혐오, 법치서평에서 저자들이 제시한 급진적인 대안 역시 한물간 실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신자유주의를 미워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싶은 좌파라면 꼭 읽어봐 할 책입니다. 그리고 참된 자유의 의미를 인지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에 경청하고 토론하는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독자들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신자유주의자는 기고만장한 상태입니다. 이 기세라면 온건한 보수주의자들도 신자유주의자가 일으킨 내전에 휘말릴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점진적인 개혁마저 시도하지 못하게 됩니다.


내 인생에 깊이 새겨진 단어 자유가 극우로 더럽혀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생각하고, 공부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에 똑바로 경청해야겠어요. 누구나 인정하는 진짜 자유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고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유주의자로 살아가고 싶어요신자유주의자들이 네가 생각하는 자유는 틀렸어!’라고 비난해도 개의치 않습니다틀렸으면 이를 인정하는 자유주의자. 나와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일이라면 익숙한 과거를 거부하고,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를 만들 수 있는 변화에 동참하는 자유주의자.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뇌는 굳어지고, 변화를 거부합니다. 생각을 멈춘 뇌는 자유와 반대되는 비상식적 상황에 침묵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를 보호해 주며 편안하게 해주는 폭신한 이불과 같은 권력에 복종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거대한 이불 속에 갇힌 자유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 낭독서 모임: 연기 실험실’ 5월의 희곡]

* 에드몽 로스탕 원작, 김태영 각색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제철소, 2024)

 

* [절판] 미셸 옹프레, 곽동준 옮김 바로크의 자유사상가들(인간사랑, 2011)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애편지를 잘 쓰는 낭만적인 시인으로 묘사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는 실제로 자유를 사랑했고, 자유를 억압한 권력을 비판하는 글을 쓴 바로크 시대의 지식인입니다







비록 창작물에서 나온 가상의 말이지만, 시라노의 연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다시 힘 있는 보호자를 찾아 그를 주인으로 섬겨야 합니까? 혼자 힘으로 날아오르는 대신 나무 둥지를 휘감아 돌며 껍질을 핥아대는 덩굴처럼 술수로 기어올라야 합니까? 재력가에게 찬미의 시구를 지어다 바쳐야 합니까? 아니면 어릿광대처럼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길 바라는 천박한 희망을 품어야 합니까? 매일 밥 먹듯 굴욕을 삼켜야 합니까? 허리를 더 유연하게 굽히는 연습을 해야 합니까? 아니, 그것도 나는 싫습니다


 나는‥… 노래하고, 꿈꾸고, 웃고, 지나가고, 혼자 있고, 자유를 즐기고, 똑바로 보는 눈과 떨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마음이 내킬 때 이 펠트 모자를 비스듬히 쓴 채 찬성 혹은 반대를 위해 싸우거나 시를 쓸 겁니다. 명예나 부를 위해 일하지 않고, 달라나 여행을 꿈꿀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어이, 친구. 참나무나 떡갈나무는 못 되더라도 

그에 빌붙어 사는 덩굴이 되진 말게!”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중에서,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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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5-19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투르기! 네가 붙인 직함인감? 암튼 꽤 괜찮게 들린다. 아무나 뭣할 것 같고 너 같이 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급료는 받나? ㅋㅋ

cyrus 2025-05-25 21:02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만든 직함, 직업명이에요 ㅎㅎㅎ 급료는 없지만, 독서 모임 참석자분들이 사 오는 간식과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으면 만족합니다. ^^

Comandante 2025-05-19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자유주의 통치의 무서운 점은 대다수 사람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나는 책도 많이 읽고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니 좋은 일을 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현실에 서서히 굴복하게 만들지요.
소위 3차원적 권력의 작동입니다.
시장 영역 외의 모든 영역도 하나의 이데올로기 국가기관처럼 만들면서, 충실한 복종을 저항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점, 이게 신자유주의 통치의 용서할 수 없는 점입니다.

cyrus 2025-05-25 21:09   좋아요 1 | URL
실제로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페미니스트들도 있어요. 이들 중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신자유주의가 스며든 것을 모를 수도 있고, 또 다른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신자유주의 전략을 취하기도 해요.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스트도 여성을 위한 자유를 강조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강조하는 자유는 친기업 자본주의를 위한 것이고, 여성 빈곤이나 경제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