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전망 좋은 []

 

EP. 28



그날이 오면

(2025년 4월 5일 토요일)









내 정신은 순결하므로

내 기도는 영원했으므로

전신이 토막나서 없어진다 해도

땅속 깊이깊이 묻힌다 해도

에헤라 그날이 오면 나는 되살아나겠네

불같이 타올라 아아 그 5월이 오면

한라에서 백두까지 마구 지천으로 피어나는 감자 꽃이겠네

민주의 넋이겠네

 

 

김용락

그날이 오면중에서,

 푸른 별》(창비, 1987년)에 수록





새벽 두 시에 서 씨와 헤어졌다. 되우 작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아침은 세우(細雨)에 젖어 있었다.


이번에 처음 와본 신림동을 그냥 떠나기가 아쉬웠다. 아침을 맞이한 신림동의 풍경을 보고 싶었다신림동에 도림천이라는 하천이 흐른다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천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그날이 오면>이 있는 동네까지 걸어서 갔을 것이다.
















<그날이 오면>1988년에 태어난 인문 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다. 서울대 앞 녹두거리에 있다. 카페에서 책을 보다가 10시 조금 넘었을 때 서점으로 향했다. 불이 켜진 서점을 금방 찾았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서점 자동문에 외출 알림판이 달려 있었다.








 

알림판에 연락처가 적혀 있어서 처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처의 주인은 받지 않았다. 10분 뒤에 연락처의 주인으로부터 곧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래 기다릴 수 없어서 서점에 언제 돌아오는지 바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답변이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빗방울은 굵어졌다.


더 기다려보고 11시가 되면 대학로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신림동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고, 서점 근처에 있는 버스 정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마침, 서점 문을 열기 시작한 직원을 만났다!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그날이 오면> 첫 방문이 이루어졌다.


서울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그날이 오면>에 있는 모든 책을 천천히 살펴본 후에 책을 샀을 것이다. 사야 할 책을 고르는 시간이 적어도 한 시간(!)이다. 눈동자를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책장을 주마간산으로 구경해보니, 사고 싶은 책이 5권 넘었다. 책을 너무 많이 사면 가방이 무겁다. 게다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가방 앞쪽이 젖어서 가방 안에 있는 책도 젖는다.












10분 동안 책장 전체를 다 훑어본 후에 숨어 있는 책’ 다섯 권을 골랐다. 다섯 권 모두 절판(또는 품절)된 상태다. 이 중에 한 권은 알라딘에 등록되지 않은 책이다.


신림동에서 대학로로 가는 버스를 타면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도착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것은 마치‥… 연희동에 있었던 서점으로 가는 분위기와 비슷한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5-04-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책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꼭 똥폼을 잡는단 말야. ㅎㅎ
평생 심심하진 않겠어. 우리나라 서점 다 돌아다니려면...^^

yamoo 2025-04-1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날이 오면..대학동까지 방문하셨네요! 아직도 건재하다니, 놀랍습니다. 그 옆에 길 건너 헌책방들은 다 없어졌는데...그 건물 옆에 버스 종점이 있었는데...152번인가..ㅎㅎ
 





전망 좋은 []

 

EP. 27


주책필름

(2025년 4월 4일 금요일)






44일 금요일. 용산 독재자가 파면되었다. 오전 11시 22분. 그 순간 탄핵의 날이 되었다. 소리 높여 독재자에 저항한 광장의 시민들이 이겼다.








44일 금요일서울에 갔다. 다행히 그날은 일이 일찍 마쳤다. 오후 722분. 서대구역에서 출발하여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관악구로 향했다. 그곳에 희곡 및 영화 전문 가게 <인스크립트>와 비슷한 책방이 있다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이 서점은 <인스크립트>와 다른 매력이 있다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서점이다당곡역에 내려서 골목길을 조금만 더 걸으면 늦은 밤에도 불빛이 흘러나오는 서점을 만날 수 있다. 그곳이 바로 책과 술, 그리고 영화가 있는 서점 <주책필름>이다


주책잡기(酒冊雜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술을 마시는 일)의 달인인 나는 오래전부터 <주책필름>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주책필름>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부부가 운영한다. 아내인 ()사장님은 1230분까지 <주책필름>을 운영하고, 남편인 ()사장님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작당모의>를 운영한다. <극장 작당모의>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극장 작당모의>에서 단편 독립영화들이 상영되는데, 하루에 세 편의 영화가 나온다.










<주책필름> 안에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로 가득하다. 서점의 벽에는 독립영화 포스터로 채워져 있다. 책방 한구석에 비디오테이프로 만든 탑이 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비디오테이프 영화를 볼 수 있다. <주책필름>관악구의 시네마 천국이다.










희곡 전문 서점이라면 반드시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드라마에서 펴낸 보랏빛 표지의 희곡들이 있어야 한다<주책필름>에서 지만지드라마 책을 사면 사장님이 직접 비닐 책 커버를 씌워 준다비닐 책 커버는 책 표지의 손상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손끝에 남아있는 기름기가 책 표지에 묻히는 것을 방지한다.









































* 와즈디 무아와드, 임재일 & 최준호 함께 옮김 화염(지만지드라마, 2019)

 

* 와즈디 무아와드, 임재일 옮김 연안 지대(지만지드라마, 2019)

 

* 나탈리 사로트, 이광호 & 최성연 함께 옮김 아무것도 아닌 일로(지만지드라마, 2023)

 

* 팔로마 페드레로, 박지원 옮김 변신(지만지드라마, 2023)

 

* 아리스토파네스, 이희원 옮김 리시스트라타(지만지드라마, 2024)

 

*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 김선욱 옮김 살라메아 시장(지만지드라마, 2024)

 

* 세르히오 블랑코, 박지원 옮김 테베랜드(지만지드라마, 2024)




<주책필름>에 판매하는 지만지드라마 책 중에 이미 구매한 책은 총 일곱 권이다. 이 책들의 절반은 <인스크립트>에서 샀다.







<주책필름> 한가운데에 너덧 명의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탁자가 있다. 혼자 오는 손님과 커플 손님들은 동네 풍경을 훤히 볼 수 있는 작은 탁자를 선호한다. 나는 커다란 책상에 앉아서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저녁 식사를 거르고 바로 서울로 간 나는 책벌레보다는 술고래가 되고 싶었다.







첫 번째 저녁 메뉴는 팝콘과 버터 맥주였다. 팝콘은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온다. 팝콘을 아주 좋아하거나 같이 온 손님이 있으면 큰 대접의 팝콘을 주문할 수 있다. 먹다가 남으면 봉지에 담아서 가져가도 된다. 나는 큰 대접의 팝콘을 주문했는데, 밥 한 공기와 같았다. 그 자리에서 팝콘을 다 먹었다.







여사장님은 서비스로 땅콩과 피스타치오를 주셨다. 그리고 탄핵의 날기념으로 작은 위스키 잔에 따른 달콤한 탄핵 주()’도 얻어 마셨다.









 

저녁 식사 두 번째 메뉴는 치즈와 막걸리 하이볼이었다. 하이볼을 금방 다 마셔서 아마‥… 맥주를 주문했다. ‘아마‥… 맥주는 아마겟돈 맥주의 줄임말이다.


커다란 탁자는 여사장님과 <주책필름>의 단골들이 주로 앉는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건너편에 멋진 수염을 기른 서 씨라는 청이 있었는데, <주책필름>의 단골 중 한 사람이다. , 여사장님, 청년, 우리 세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여사장님의 고향은 포항이며 서 씨는 대학생 때 경산에 생활한 적이 있었다<극장 작당모의> 영화 상영을 마무리한 남 사장님이 <주책필름>에 돌아오셨고, 운이 좋게도 <주책필름> 첫 방문에 부부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 백상현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그림으로 읽는 욕망의 윤리학(책세상, 2014)




서 씨는 프로필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주책필름>에 오면 주로 위스키를 마신다고 했다이분도 책을 좋아하는 열혈 독자. 그분이 <주책필름>에 왔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책은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이었다


<주책필름>이 끝나는 시간이 되자, 서 씨는 자신이 자주 가는 위스키 바가 있다면서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고, 우리는 걸어서 위스키 바에 갔다. 자정이 지나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갔던 <블렌더스>라는 이름의 위스키 바는 건물 지하에 있다. <블렌더스>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하며 위스키뿐만 아니라 포도주와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우리는 포도주 한 병 주문하여 함께 마시면서 대화했다. 우리는 독서 취향이 비슷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면서 경험한, 크고 작은 서글픈 순간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가슴속에 눌러앉아 있던 나의 감정들을 경청해 준 서 씨가 정말 고마웠다. 우리는 포도주 한 병을 비우고 헤어졌다. 다음에 또 <주책필름>에 오게 되면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서 씨는 토요일에 시간이 되면 관악구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그날이 오면>에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그날이 오면>1980년대에 문을 연 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서점 이름만 들으면 책을 사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은 금방 녹아서 사라진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25-04-0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년 서 씨와 위스키 바 간 거 너무 드라마 같은데요? 저는 술을 끊었지만 하이볼을 부르는 페이퍼네요.

cyrus 2025-04-09 20:03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셨어요. 낯선 곳에서 밤에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사실 무모한 일이라 조금은 두려웠어요. 다행히 크게 취하지 않아서 서 씨가 집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숙소에 무사히 돌아왔어요. ^^

stella.K 2025-04-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덕분에 눈요기한다. 나도 한때는 그랬는데 말야.ㅠ

cyrus 2025-04-09 20:04   좋아요 0 | URL
누님도 과거에 술을 좋아했었나요? ㅎㅎㅎ

stella.K 2025-04-09 21:20   좋아요 0 | URL
아니. 오히려 그 반대지. 근데 사람들이 술 잘하게 생겼대.
내가 어디 봐서...? 치! ㅎㅎ

Comandante 2025-04-0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이 오면 서점 꼭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꼭 가볼만한 곳입니다.

cyrus 2025-04-09 20:04   좋아요 0 | URL
다음 날 아침에 <그날이 오면>에 갔습니다. 역시나 좋은 서점이었습니다. ^^
 





전망 좋은 []

 

EP. 26



인스크립트






고즈넉한 동네 서대문구 연희동에 가면 애서가와 연극쟁이를 위한 놀이터 <인스크립트>(Inscript)를 만날 수 있다. <인스크립트>는 희곡 가게다. 국내외 희곡과 연극 관련 서적을 만날 수 있는 서점이다







<인스크립트>가 처음으로 문을 연 날

2023624일 토요일 오전 10시




희곡 가게는 작년 624일 오전 10시에 태어났다. 서점이 태어난 날을 잊지 못한 이유는 내가 <인스크립트>를 처음 방문한 손님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게 내부에 들어왔을 땐 이미 남자 손님이 먼저 서점 내부를 구경하고 있었. 나는 <인스크립트>에 두 번째로 방문한 손님이면서도 이곳에 처음으로 방문한 비() 서울, 지방 출신 손님이다












이 날 마신 음료는 토마토 에이드. 구매한 책 두 권 모두 희곡이다.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민음사, 2013)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해피 데이스(문학동네, 2020)사실 이 두 권을 읽고 싶어서 산 건 아니다. 아주 유명한 작가가 쓴 희곡이고, 서재에 없는 책이라서 샀다일단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합리화하면서 산 책들이 산더미다.


서점 주인장은 연극 배우로 활동 중인 젊은 부부이며 고양이 집사다. 희곡 가게는 연극 배우들을 위한 놀이터 겸 소극장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 정기적으로 희곡 낭독 모임과 낭독극 공연이 펼쳐진다배우와 연극쟁이들이 만나는 희곡 가게의 축제에 나도 함께 즐기고 싶지만, 지방에 살고 있어서 축제 소식을 멀리서 접하고 있다. 내게 희곡 가게에서 하는 모임과 공연은 하늘 위에 열리는 축제.








운이 좋게도 <인스크립트> 첫 번째 낭독극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작은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의 희곡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탈리 사로트이광호 · 최성연 옮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지만지드라마, 2023)




작년 1214일 목요일 저녁 8시 공연을 봤는데, 이날 공연은 박세인 배우문가에 배우가 진행했다. 박세인 배우는 <인스크립트>를 운영하는 주인장이며 이분의 남편 권주영 배우가 낭독극 연출을 맡았다.


공연 날의 날씨가 정말 짓궂었는데, 겨울비가 찬 바람과 같이 내리고 있었다. 권주영 배우는 저녁을 먹지 못한 나를 위해 연희 곰탕이라는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곰탕집은 희곡 가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날 처음으로 곰탕을 먹었는데, 허전한 배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었다. 여기에 잔술을 곁들어 마셨다. 연희동에 식사하게 되면 무조건 가는 곳이 곰탕집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2인극이지만, 아주 잠깐 남성 1명과 여성 인물 1이 등장한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이름이 없다. 주인공 두 명은 남자 1’남자 2’. 그 외의 인물은 남자 3’여자 1’이다. 박세인 배우와 문가에 배우는 남자 1’남자 2’를 연기했다. ‘남자 3’여자 1’ 연기는 이날 공연을 보러 온 두 명의 관객이 하게 되었는데, 나는 남자 3’을 연기했다. 낭독극 연기가 처음이라서 NG를 내고 말았다. 작은 공연장은 한순간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부끄럽구먼. 침착하게 남자 3’의 대사를 읽었다. 영혼 없는 뻣뻣한 낭독이 되지 않으려고 남자 3’이 말하면서 느꼈을 감정을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읽었다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인스크립트>을 알게 된 이후부터 희곡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외국 극작가의 희곡뿐만 아니라 국내 극작가의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희곡 가게에 가면 제일 눈에 띄는 책은 지만지 드라마.지식을 만드는 지식이라는 출판사가 펴내는 희곡 시리즈. 책의 색깔이 분홍빛이라 눈에 확 띈다. <인스크립트>에는 절판된 몇 권의 책을 제외한 지만지 드라마 시리즈가 전부 다 있다. 이곳에 가서 제일 많이 구매한 책이 지만지 드라마에서 나온 책이다. 오늘 지만지 드라마에서 나온 희곡 두 권을 구매했는데(알라딘 주문), 내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출고일을 며칠 지나서 받아야 하는 책들도 있다. 이런 책은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지 않고, <인스크립트>에 직접 가서 구매한다. 다음 주 토요일에 <인스크립트>에 가서 희곡 한 권 살 예정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9-2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비서울 지방출씬.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여간 갖다 붙이기는.ㅎㅎ
마크가 익살스럽네. 이런 가게 때문에 울나라 희곡 좀 읽게 되려나? 나부터도 희곡은 잘 안 읽으니. 책 전체를 다 낭독하나? 몇분하디? 곰탕국은 맛있었니? ㅋ

cyrus 2024-09-22 19:48   좋아요 1 | URL
제 생각인데, 극작가 욘 포세가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부터 희곡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어요. 오래전부터 희곡을 즐겨 읽은 탄탄한 독자들이 있었다면, 욘 포세가 알려지면서 희곡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새로운 독자층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지만지 드라마 출판사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출판된 희곡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어요.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 ‘연극과인간’ 출판사도 인스탄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텍스트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합니다. 아마 제가 한 대사를 모으면 1분도 안 될걸요 ㅋㅋㅋ 제 기억으로는 남자 3 대사가 세 개뿐이거든요. ^^;;

다음에 인스크립트 방문 후기를 올리면 곰탕 사진도 꼭 올리겠어요. 저는 맛있었어요. 봄에 계절 한정 메뉴로 미나리곰탕도 나와요. ^^
 




전망 좋은 []

 

EP. 25







2024년 3월 9일 토요일

수르채그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때론 나에게 새로운 책방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작년에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나침반이 서울 연희동에 있는 희곡 전문 가게 <인스크립트>를 알려줬다면, 이번에는 <수르채그>라는 책방을 가리켰다.


책방 이름이 특이하다. 발음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책방 간판을 보면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있다. ’, ‘를 합치면 이 된다. 그렇다. <수르채그>술과 책을 파는 책방이다. 읽고, 쓰고, 말하고, 마시는 곳이라고 소개된 <수르채그>대구 서구에 새로 생긴 책방이다.


<수르채그>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대구에 책을 보면서 술을 마실 수 있고, 늦게 문 닫는 심야 책방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간절히 원했던 책방이 뜻밖에도 서구에서 생겼다! 서구에서 20년을 넘게 살아온 일이 뿌듯하게 느낀 건 처음이다.


8시가 지났을 무렵에 책방으로 향했다. 책방이 있는 길에 들어서는 순간 술에 취한 남자 두 명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술을 더 마시기 위해 다른 술집을 찾으러 이동하는 것일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심야 책방에 취객들이 안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벌써 괜한 걱정을 해본다.









<수르채그>의 생일은 36일이다. 커피, 무알코올 칵테일,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판다. 위스키를 섞은 하이볼도 판다. 작년 추석 연휴에 방문한 <책 바>와 비슷하게 <수르채그>에도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는 (bar)’가 있다.

 

책방에 처음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서가를 살펴봤다. 도 좋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책이다. 내 취향이 잔뜩 묻은 책들이 생각보다 많았다서가는 가게 안에서만 볼 수 있는 비 판매용 도서구매할 수 있는 책들로 채워져 있다.

     













국내외 희곡을 전문적으로 펴내는, 보랏빛 표지가 인상적인 지만지 드라마출판사의 책, 오스트리아의 작가 토머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hard)의 책들워크룸프레스 출판사의 사무엘 베케트 선집,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책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책들이다.

 







내가 책방에 들어오기 전에 주인장은 베른하르트의 희곡 연극쟁이(연극과인간, 2021)을 읽고 있었다. 어? 이 책 처음 보는데‥…. 주인장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책들로 큐레이션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들을 소개하려는 주인장의 패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요즘 롤랑 바르트의 글에 푹 빠져 있어서 소소한 사건들(포토넷, 2014)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민음사, 2015)를 골랐다. 그리고 이번 달 초에 사서 한정판(휴머니스트, 2021)를 완독한 기념(?)으로 묵자해설서인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시대의창, 2015)를 선택했다. 주인장이 말하길, 내가 <수르채그>에서 책을 처음 산 손님이란다.











<수르채그>의 서가를 충분히 살펴보고 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술을 마셨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마셨다. 가볍게 하이볼로 시작해서 책방지기가 추천한 위스키를 맛보았고, 달짝지근한 무알코올 칵테일까지 마셨다. 사실 이곳에 오면 술 마시면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일 생각은 잠시 제쳐두고 술을 마셨다.


책방 안에 혼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쓸 수 있는 방이 무려 세 개나 있다. 주책잡기(酒冊雜記: 술 마시고, 책 읽고, 잡문을 쓰는 일)의 밤을 보내기 딱 좋은 곳이다. <수르채그>는 정오에 열어서 자정까지 연다. 평일에 내가 늦게 퇴근해도 방문할 수 있고, 가볍게 술 한 잔 마실 수도 있다. 조만간 독서 모임을 <수르채그>에서 진행해 볼 생각이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은하수 2024-03-22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곳 좋네요.
집 근처 있어서 더 좋으실 듯해요^^

cyrus 2024-03-24 20:12   좋아요 1 | URL
집에서 밥 먹고 도보로 책방에 가니까 10분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에 자주 가려고요. 걷는 것도 운동이잖아요.. ㅎㅎㅎ

은하수 2024-03-24 21:20   좋아요 0 | URL
바야흐로... 걷기의 계절이 돌아왔죠^^ 밤산책..생각만해도 낭만적이네요! 술 한잔 홀짝이며 책 보러 밤산책이라니 ... 넘흐 좋아요~~

새파랑 2024-03-22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좋은 독립서점들이 많은거 같아요. 부럽습니다~!! 술과 책이라니 환앙의 조합이네요~!!

cyrus 2024-03-24 20:13   좋아요 1 | URL
매년 대구에 책방이 한 곳 생기는 것 같아요. 다 가보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

stella.K 2024-03-2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냥 생각없이 발음하면 수그르책으로 나오는데 이름 한번 절묘하네. 늦게까지 하는 책방이 있다니 우리동네에도 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나는 막상 가게될 것 같지는 않다. 밤늦게 돌아다니는 거 안 좋아해서. 밤엔 일찍 씻고 자는 게 장땡이야. ㅋㅋ
그래도 그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될 것 같다. 희곡 전문 책방이 있다는 것도 첨 알았다. 아고, 책이 그리도 좋냐? ㅋ

cyrus 2024-03-24 20:16   좋아요 0 | URL
제가 혼자 놀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책방이에요. 편안하게 책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장소가 하나둘씩 늘어나서 좋아요. ^^

자성지 2024-03-2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가면 꼭 들를고 싶은 수르채그입니다. 가볍게 술 한 잔 마시며 이웃들과 독서 모임을 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cyrus 2024-03-24 20:17   좋아요 0 | URL
대구에 오신다면 서대구역에 내려서 수르책방으로 가는 길이 빨라요. ^^

blanca 2024-03-2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대구라니 아쉽네요. 저는 무알콜 칵테일로 하겠습니다. ^^

cyrus 2024-03-24 20:18   좋아요 0 | URL
무알콜 칵테일 마셨봤는데 달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

햇살과함께 2024-03-2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 여행을 부르는 책방입니다!

cyrus 2024-03-24 20:21   좋아요 1 | URL
공간이 쾌적해서 혼자 머물기 좋아요. 책방 안에 손님이 저 혼자 있으면 진짜 조용해요. ^^;;
 




전망 좋은 []

 

EP. 24



2023년 2월 24일 토요일

하나의 시선






밤이 되면 책은 살쪄요. 열두 시가 넘으면 책의 무게가 늘어나기 시작해요. 밤에 살찐 책을 읽으면 내 눈꺼풀이 무거워져요. 이런, 책에서 자장가가 나오네요. 그럴 땐 사탕과 초콜릿을 항상 즐겨 듣던 노래처럼 꺼내 먹어요.[주] 조용히 있던 입과 혀가 바빠져요. 새벽이면 주전부리가 심해요. 새벽만 되면 지치는 눈을 흔들어 깨우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예전부터 고민해 왔어요. 그렇다면 이번에 향수로 코를 잡아서 흔들어 볼까?


대구 앞산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 <하나의 시선>이라는 책방이 있어요. 이곳에서 평일과 주말에 책 향수를 만드는 수업이 진행됩니다. 저는 어제 1130분에 시작되는 주말 수업을 신청했어요.


<하나의 시선>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 ‘11에 문을 엽니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책방에 도착했는데, 책방 내부는 조용했습니다. 어제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오전 수업을 신청한 사람이 저 혼자였거든요.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책 향수 수업을 일등으로 신청했고, 책방지기 하나가 만든 책방에서 하는 일일(One day)’ 수업, 아로마 테라피스트 선생님과 일 대 일로 했어요제 수업을 선생님의 반려견이 간식을 먹으면서 지켜봤어요<하나의 시선>반려동물이 들어올 수 있는 책방입니다.







책 향수를 만들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향을 알아야 해요. 스무 가지 에센션오일을 하나씩 맡아 봅니다. 저는 오렌지 향, 레몬 향, 삭힌 홍어에 나는 암모니아 향을 좋아해요향을 한 번 맡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다른 향을 맡아야 합니다. 아주 잠깐 코를 쉬게 해주는 거죠. 너무 빨리 향을 맡으면 에센션오일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없어요. 스무 가지 에센션오일의 향을 다 맡으면, 코를 잠시 쉰 다음에 2차로 향을 다시 맡습니다. 처음 향을 맡았을 때 느낌과 다시 맡은 향의 느낌이 다를 수 있대요.


제가 고른 에센션오일은 레몬그라스, 페퍼민트, 유칼립투스, 시더우드(cedarwood), 프랑킨센스(Frankincense)입니다. 다섯 가지 에센션오일이 향수의 재료가 되는데, 이들을 조합하면 만족스러운 향이 나오는지 코로 확인해야 합니다. 두 가지 향을 동시에 맡아봅니다. 조합해 보니 페퍼민트 향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페퍼민트 향을 덜어내기 위해 향수를 만들 때 페퍼민트 오일을 단 두 방울만 넣었어요완성된 향수는 일주일 지난 후에 사용할 수 있어요. 일주일 동안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향이 더 좋아집니다.


집에서 향수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 선생님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선생님이 명함을 주셨는데 선생님 이름이 책방지기 이름과 비슷한 하나였어요. 세상이 이런 .







선생님이 향을 신중하게 맡고 있는 저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사진을 보는 순간 내가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에 몰입하면 엄지손가락을 살짝 지켜 드는 버릇이 있어요. 이때 손의 모습이 엄지척하는 형태와 비슷한데, 어제 수업은 엄지척을 할 정도로 만족스러웠어요.















* [구판 절판] () 미셸 투르니에, (사진) 에두아르 부바, 김화영 옮김

뒷모습(현대문학, 2002)

 

* [개정판] [예술 책 읽기 모임 두루미’ 세 번째 선정 도서] 

뒷모습(현대문학, 2020)




에두아르 부바(Edouard Boubat)라는 프랑스의 사진작가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의 뒷모습을 주목했어요. 산책하는 사람, 연인, 무희 등 여러 사람의 뒷모습만 사진에 담았어요.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는 뒷모습을 찍은 부바의 사진에 자신의 글을 곁들였어요. 두 사람의 글과 사진이 만나서 태어난 책이 뒷모습입니다투르니에는 뒷모습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뒤쪽이 진실이다.’







<두루미> 세 번째 모임 선정 도서는 뒷모습입니다. 독서 모임 도서는 제가 예전에 읽었던 것입니다. 뒷모습2002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2012년에 제가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썼어요. 그때 쓴 뒷모습서평이 이달의 당선작이었네요. 12년이 지나서 오랜만에 뒷모습을 봤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구판이에요. 구판 표지는 상반신만 탈의한 여성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었어요. 지금 나온 뒷모습앞표지는 구판과 달라요. 표지만 다를 뿐 내용은 같습니다.






 

책 속 사진과 내용은 같아도, 20대 때 읽었을 때 느낌과 30대인 지금 읽었을 때의 느낌은 달랐어요. 책에 눈으로만 맡을 수 있는 향기가 나요. 처음 책을 보면서 느낀 향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느껴지는 향은 달라요당신의 책장에 과거에 만난 책이 있으면 한 번 펼쳐보세요. 오랜만에 만난, 오래된 책이 새 책처럼 보일 거예요.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자이언티의 <꺼내 먹어요> 노랫말)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syche 2024-02-2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향수 만들기라니! 저도 배워보고 싶네요.

cyrus 2024-02-27 06:52   좋아요 0 | URL
제가 책 향수를 사용하는 법을 언급하지 않았네요. 책갈피에 뿌리면 돼요. 주말에 원데이 클래스 열리면 또 만들어 보고 싶어요. ^^

햇살과함께 2024-02-2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삭힌 홍어 향이라니 ㅎㅎㅎㅎ 상상만으로도!
저는 우디 향, 스모키 향이 좋습니다~
초집중하면 엄지척 하신다니 재밌네요! 사람마다 집중할 때 버릇이 다 있죠 ㅎ

cyrus 2024-02-27 06:56   좋아요 1 | URL
오일 향 맡느라고 저의 뒷모습을 누가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책방지기와 아로마테라피 선생님 둘 중 한 분일 거예요. 제가 집중력을 높여주는 향에 취했나 봐요. ^^;;

stella.K 2024-02-2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오늘 글은 좀 느낌이 다른 것 같아. 네가 쓴 글 맞지? ㅋ 홍어 삭힌 냄새를 좋아하는구나. 독특한데?
맞아. 뒷모습에서도 그 사람이 드러나기도 하지. 목소리나 억양에서도 그렇고. 향수에 관심 많은 줄 몰랐네.^^

cyrus 2024-02-27 07:02   좋아요 1 | URL
당연히 제가 썼죠... ㅎㅎㅎㅎ <하나의 시선> 책방지기가 제가 쓴 독서 모임 공지 글을 보더니 ‘학술적’인 느낌이 나서 쉽게 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독서 모임 공지 글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봤어요. ^^

감은빛 2024-02-2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산 근처 책방이라는 안내를 읽으니, 환경운동 판에서 저와 인연이 있던 분들이 한때 대구 앞산 개발 반대 운동을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정작 저는 한번도 앞산을 가 본 적은 없는데, 마치 잘 아는 동네 뒷산 같은 기분이 들어요.

[뒷모습] 저도 예전에 읽었던 책이예요. 지금도 책장 어느 한 구석에 있을텐데. 그렇죠. 같은 책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집중하는 지점도 다르고, 감상도 다르죠.

cyrus 2024-03-01 09:58   좋아요 0 | URL
앞산이 다른 동네에 있어서 자주 가는 산은 아니에요. 어렸을 때 한 번, 학창 시절에 소풍으로 한 번 간 적 있어요. <뒷모습>의 사진작가 에두아르 부바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데, 자료가 많지 않아요. 사진작가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은데 말이죠.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