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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미치 앨봄 지음, 유혜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 세월 마법으로 과거를 돌이키며 살던 나였지만 처음으로 그 순간 만큼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뒀어. 진정한 사랑에는 또 하나의 진실이 있었기 때문이지. 사랑이 충만할 때는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진실 말이야. -208쪽-
살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
민망한 실수를 했던 순간에, 신중하지 못한 언사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원치 않는 갈등의 순간에......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불 속에선 다시, 다시, 다시 그 상황과 순간을 돌이켜 보기도 한다.
<트와이스>는 처음부터 흥미진진했다. 주인공 알피가 카지노에서 불법으로 거액의 돈을 땄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의 능력이 그가 기록한 노트에 의해 하나씩 드러날 때. 뒷부분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경험에 한정되어 두 번을 살 수 있다니. 도덕적으로 양심에 거리끼는 일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원하는 상황으로 돌이킬 수 있다. 주인공 알피가 풀어 놓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의 재혼 앞에서, 또는 치기 어린 사랑의 순간에, 방황하며 일부러 몸을 던지는 죽음의 순간에서 그저 '다시'라고 하면 원하는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그 순간부터 살아낸다. 경험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누리고 '다시'만 외치면 된다니.
단, 누군가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 친구의 죽음을 막아보려 했지만 상황만 달라졌을 뿐 정확히 그 시간에 죽음을 맞이한다. 태어남과 죽음 만큼은 신의 영역. 그래도 얼마나 가슴 떨리는 능력인가.
나도 원하는 게 있고 너도 원하는 게 있겠지. 하지만 하느님은 그분의 뜻대로 하신단다. -196쪽-
하지만 이야기는 그 능력이 결코 그에게 축복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며 전개된다. 내 마음이 변했을 때,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되돌리면 그 사람은 다시 나를 사랑하지는 않게 된다는 사실. 알피는 진실로 사랑하는 자이나와의 우여곡절 사랑과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몇 번의 '다시'를 사용하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건 수없이 얽힌 순간들의 파편들이 가로막은 그녀와의 어그러진 관계 뿐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 회의를 느끼고 떠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십 년을 죽은 듯이 지낸다.
이야기는 결국 자이나의 사랑을 받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무한정 사랑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선택하는 알피의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진정한 사랑'이 항상 쌍방향이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반전이었다. 결국 상대가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그 욕심이 어쩌면 우리의 모든 것을 어그러뜨리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뭐기에, 사랑은 또 뭐기에 붉게 타올랐던 열정을 희끄무레한 익숙함으로 퇴색시키는 걸까? -219쪽-
어쩌면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사랑은 퇴색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사는 것이 인생 아닐까 싶다. 그것을 견디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알피는 순간을 되돌려 시간을 사고, 사랑을 지속하려 노력하는 어리석음을 오랜 시간 되풀이하지 않았을까. 그는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다.
현재 시제로 사는 삶은 확실히 다르더군.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지. 감사하는 마음과 포용력도 커지고. -214쪽-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랑을 이룬 결말. 책을 덮으며, 처음 가졌던 생각. 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수많았던 순간들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많이 사라졌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오히려 배울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이 있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부끄러운 순간을 통해 겸손해 진다. 한 번만 살 수 있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거겠지.
수 백 년 전 고전 소설들만 읽다가 오랜만에 읽은 현대 소설이었는데, 깊이 몰입해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요새 많이 나오는 설정인 타임 슬립 이야기인 것 같지만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주인공의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가 흥미진진했다.
또, 내게 주어진 한 번의 시간, 되돌릴 수 없기에 더없이 소중한 내 삶과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소중히 여겨야지. 최선을 다해야지. 하지만 실수한다 해도 받아들여야지...하는 그런 마음들.
혹시 지금 시간을 되돌려 현재를 모면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잠시 알피와 지아나의 이야기 <트와이스>를 읽어보면 좋겠다.
모든 걸 바꾸려고 애쓰지는 마. 알았지? 실수를 전부 바로잡을 필요는 없어. -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