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올 여름 그리고 사라지는 시간들..
시간, 쏜살같으면서도 너무 더뎌서 참 지루했네-_-;;

봄인가 했는데 성큼 다가온 여름 :)
여전히 한 아이의 우주를 창조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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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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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야-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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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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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5-0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기쁜 소식이 들리겠군요... ^^

아이리시스 2019-05-08 01:22   좋아요 0 | URL
cyrus님 안녕 오랜만이에요~^^
 

 

 

올해, 이제서야 독서리스트를 만든다.

이 쓰잘데기 없어보이는, 한 권 한 권에 대한 혼자만의 짧은 기록은 먼훗날 새벽 다시 읽으면 꽤나 도움된다.

"아, 그땐 그랬었지." 그러면서.

 

그리고 이 서재 방문자는 이제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들르는 분이 있다면 

인사 전합니다,

"안녕?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올해 멋지고 즐거운 일만 생기길, 바라는 모든 일이 이뤄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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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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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용서- 적개심, 아량, 정의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강동혁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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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G. 제발트 지음, 이경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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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2-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벌써 이렇게나 많이 읽었다는 건가요?
둠즈데이북은 아직 출판 전인가 본데.
어쨌든 대단한 스타트입니다.^^

아이리시스 2018-02-20 23:12   좋아요 0 | URL
둠즈데이북은 출판전이고, 이 책은 읽은 리스트가 아닙니다, 아직은.
스텔라님 반가워요! :)

cyrus 2018-02-2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 덕분에 아이리시스님의 안부 인사를 보게 되네요. 북플에서는 ‘마이리스트’를 볼 수 없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저는 컴퓨터로 ‘알라딘 서재’를 접속해서 글을 읽어요. 옛날 방식이 더 좋아요. 그런데 저와 알고 지냈던 ‘옛날 사람들’은 어디로 가셨는지... 작년에 아이리시스님 임신 소식을 듣은 것 같은데 지금쯤이면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겠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아이리시스 2018-02-20 23:1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년 가까이 북플접속만 했어요. 지난번 글 이후 거의 처음 접속하는 거 같아요, 그사이 두세번 했을 듯. 저는 작년 한 해 노트북/컴퓨터를 거의 안했어요. 그렇죠, 북플에서는 마이리스트 볼 수 없죠. 옛날 사람들이라니, cyrus님ㅎㅎㅎ 옛날 사람들 여기 있어요! 아기는 나흘 차로 해바뀌며 두 살 됐어요. 한국나이 짱짱짱! 예정일이 분명 올해였는데 급하게 나와서 두 살 형아가 됐죠. 너무 예쁩니다. 그렇게 살고 있어요. cyrus님도 다시 만나, 여전해서, 반가워요! :)

댈러웨이 2018-02-2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리스트 말한 거였네요. 앞으로의 업뎃이 기대되지만...서재 안들어오는 일인으로서 보긴 힘들 것 같다;; 왜 북풀엔 안뜨죠?

아이리시스 2018-02-24 02:06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제 다 읽고 쓰러올지 모르겠어요. 얼른 와야지. 그래서 댈러웨이님 여기로 불러야지. 룰루랄라♬ 북플은 또 북플만의 이야기가 있으니까 :)
 

 

 

 

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의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례로 한 권씩이 안 되는 편이다. 언제나 이거 펼쳤다 저거 펼치게 되고 묵히다가 다시 돌아갔다가 아님 내쳐읽다가 비로소 작별한다. 어떤 식으로든 블로그에 소감을 남겨야 진짜 작별하는 느낌이었는데 지난 시간 오래 덜어냈고 또 비워서 이제 꼭 그렇지도 않다. 가장 좋은 독서법은 여러 분야 책을 한 권씩 골라 네다섯 권을 두고 내킬 때마다 돌려읽는 것이다. 사람 기억력이 이틀을 가기가 어려워 이틀 이내 반드시 그책을 다시 잡아 한 장이라도 읽어야 한다는 철칙 아래라면 충분히 가치있는 방법이다. (추리)소설 한 권, 역사책 한 권, 사회학책 한 권, 과학책 한 권 이렇게 하고 나머지는 끌리는 책으로 한 권 더. 거의 대부분 좋아하는 분야 책만 읽다가 다른 책은 밀리고 또 밀리고 그러겠지(만). 그래서 써본다. 지난 시간 털어내기, 지난 책과 이별하기-추리소설 편. 

 

<악의 숲>은 앞선 몇 작품으로 악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프랑스 스릴러 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소설이다. 평점이 그리 높진 않은데 난 좀 의외다. 지식형과 사회고발형이 뒤섞인, 사건과 결과, 일상 속 사건이 전부가 아닌 고인류학, 심리학, 유전학, 정신의학 언어들이 담겼다.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읽으니 그 기운이 배가 되긴 했겠지만 그후로 더 흥미로운, 오싹한, 뒤가 궁금한, 얼른 끝났으면 좋겠고 되도록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스릴러가 없었다. 오롯이 혼자이던 그밤이 그리워진 거겠지, 그래도 그밤에 누군가 지금처럼 쌔근쌔근 숨소리를 내며 옆에 있어줬다면 덜 무서웠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 숲>이 가진 한계는 제법 빨리 범인이 보인다는 점이다. 스릴러에서는 멀쩡하게 제일 오래 등장하는 인물이 범인이기 마련. 스릴러 혼합형 소재로는 특이해보이는 자폐, 유전, 원시라는 키워드가 인도하는 중남미 어두운 역사를 거슬러가는 생생한 묘사는 범인 찾기보다 흥미진진하다. 예전에 읽은 스릴러가 문득 생각난 이유는 <마크드 포 라이프> 때문이다. 물론 이 소설은 <악의 숲>과는 장르가 다르고 지식형 소설도 아니며, 요즘 심각한 세계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난민이라는 훌륭한 키워드를 범죄스릴러 소재로는 흔한 마약으로 받는 결정적 실수를 하지만. 그렇게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한 작품으로 변한 데 대해선 아쉬움이 크지만 어쩐지 서글프고 불쌍한 사람들이 오래 남는다.

 

어떤 작품이든 두 번 읽으면 처음 읽을 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다시 말하면, 아, 다시 읽으니 그 정도는 아닌데 왜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지? 에 가까운 경우. 한번 좋았던 부분은 언제나 당연히 좋다. 어쩐지 한번 읽고 서랍 깊은 곳에 넣어버린 책 속 기억은 애증으로 양분되어 떠오른다. 왜.

 

 

<마크드 포 라이프>를 끝내고나서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여행중입니다>와 같은 노르웨이 작가 비외르크의 소설인 걸 알지만, 서늘한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분위기와 숲에서 여섯 살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되는 파격적 설정으로 시작하는 것 치고는 읽었다는 사실조차 희미해져버린 그리 기억에 남지 않는 작품이었다. <올빼미...>를 몇 장 넘기면서 미아와 뭉크가 생생하게 기억났다. 내가 <나는...>을 지루해했던 이유는 사건을 시리즈 등장인물들과 너무 엮어놨기 때문이다. 유난히 많은 팀원과 각자 사생활 보여주기에 할애하는 지면이 가정사나 섹스는 넣어두고 계속 사건을 물고늘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비외르크의 시리즈는 좀 약하다. 확 당기거나 밀어내지 않는다. 휘몰아치듯 썼다기보다 이렇게 쓰고 싶어 이렇게 계획해서 쓴다는 조심성이 느껴진다. 사실 스릴러 소설로선 좀 실패일지도. 상징적 제목은 좋은데 살인소재의 광기에 비해 뒤로 갈수록 실망스러워진다.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며 결말로 나아가지 않고 궁금증을 증발시켜버리는 식의 허무함이 다음 작품에서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우린 이미 북유럽이란 타이틀만으로는 추리소설을 집어들지 않은 지 오래다. 스티그 라르손과 헤닝 만켈, 요 네스뵈를 거치며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낯선 지명과 공기의 차가움, 사회고발적 날카로움, 광기와 불안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여기까지 글감이 바닥났다 여기고 등록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신기해서 여즉 제대로 읽지도 못하겠는 이름을 가진 작가의 작품이 떠올랐다. 북유럽이라는 키워드로 위 작가와 묶을 순 있겠지만 <부스러기들>과 <마지막 의식>에서는 소설적으로 설정된 시공간적 배경이 강해서인지 공간적 배경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부스러기들>의 공간은 배이고, 사건은 발견된 텅빈 배이다. <마지막 의식>의 소재는 북유럽 신화와 중세 기독교 역사로부터 나온다. 소설 전반에 중세 마녀사냥과 흑마술에 대한 지식이 깔린다.

 

뿌려진 흔적과 단서를 통해 1486년 도미니크회 수도사 요하네스 슈프랭거와 하인리히 크래머가 집필한 마녀사냥 지침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를 추적하는 데 성공하고, 이 책은 실제로 번역되어 있는 책이다. 주인공이 피해자쪽 변호를 맡은 토라라는 여자인 점은 두 작품의 공통점이지만, 두 작품의 사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이어서,

 

 

 

 

 

 

 

 

 

이 책들은 진지하게 읽기 시작해 끝을 봤지만 리뷰를 쓸 수 없는 혹은 쓰지 않을 책들이 되었다. 이제 그만 결별하자, 안녕. The END.

 

 

 

 

 

 

다음에 읽을 추리소설은 제프리 디버였다가 이언 랜킨이었다가. 시리즈 순서는 뒤죽박죽된 지 오래.

 

 

 

 

 

 

 

 

 

이미 다른 분야도 쫙 줄을 세워뒀다. 이 독서법은 즉흥이 매력일텐데 난 늘 차후에 읽을 열 권의 책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니 언제쯤 이 대기열이 식어들지 궁금할 뿐이다. 독서에는 반드시 끝이 있고, 그러나 시작도 있다. 진짜 안녕.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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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8 0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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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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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8 0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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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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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4: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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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5: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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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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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0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다 읽자마자 바로 리뷰로 기록해야 합니다. 일주일 이상 지나면 내용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서 리뷰로 기록하기 어려워요. ^^;;

아이리시스 2017-07-11 13:58   좋아요 0 | URL
다른 책도 비슷하지만 추리소설은 특히, 비슷비슷한 소재나 구성 때문에 더 휘발성이 빠르게 오는 것 같아요. 마구잡이로 읽어서 그럴지도^^;;

2017-07-11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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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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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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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7: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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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7: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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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2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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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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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2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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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열매와 체리를 먹던 지난달부터 여름은 이미 와 있었다. 이미 보름도 더 전에 복숭아와 자두를 먹기 시작했다. 여름은 이미 시작했고, 저런 제목을 쓸 필욘 없었는데, 신호탄이 필요하다. 지난 일 년 삼 개월은 노트북을 거의 켜지 않던 시간이었고 최근에서야 노트북을 켜 뭘 해보려 한다. 주로 기사 검색, 웹툰 보기, 미드 보기에서 다시 꺼지는 경우 많지만. 지난 해 늦은 봄부터 아홉 달 가까이 걸려 자격증 따고 보이는 것보다 목표한 것보다 훨씬 더 먼 꿈을 꾸었다. 좋은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삶의 인맥을 열고, 이제 몇 년 더하면 인생 절반을 함께 했다 말할 수 있을 오래 사귄 애인과 결혼하고. 그러고도 반 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안 행사에 불려다니고 원하던 시험은 문앞에서 낙방하고. 그와 동시에 평생의 분신이 될 아기가 찾아왔고, 복잡했고 어쩐지 억울했고 마음과 달리 몸은 한없이 가라앉고. 그렇게 몇 달이 더 흐르고 여전히 시간은 멈춰있고 나는 무얼 해야 할지 모른다. 시간과 삶은 나를 이끌어주지 않는다.

 

북플은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가볍고 간단한 기록이라 자주 접속했지만 책을 거의 사지 않았고 하지만 읽을 책은 손길 닿는 곳 어디에나 널려 있었으며, 정기검진을 다니기 시작하고 입덧이 시작되면서 매주 가던 도서관마저 끊었다. 이 순간에도 문자로 희망도서 도착알림을 차곡차곡 넣어주는 고마운 도서관이지만 빌려와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수많은 신간들은 유독 남달랐던 애착과 지식욕을 반영하는 물질이고, 이제 그것들로 나를 온전히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짧은 시간,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리다 집중력과 열정, 두 가지 모두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둘이라 생각했던 그러나 하나였던 어떤 일만 끝내면 돌아오겠다 생각한 알라딘 블로그에 다시는 돌아올 수가 없었다. 이유가 있었지만 실은 아무것도 없다. 7년이 넘도록 일상과 생각과 감정을 차곡차곡 쌓았던 보물창고를, 그렇게 잊었다.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욕심도 없었다. 이미 많은 것들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기록하므로. 그저 하던 일을 더 오래 버려둘 엄두가 나지 않을 뿐. 시간이 흐르고 있는 걸 자각했고, 흐르는 시간을 자유롭게 놓쳐버릴 용기가 없었을지도. 정신을 차려보니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며칠 후면 본격적인 여름과 함께 올해 하반기가 시작된다.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 말고, 이 시간의 결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기분은 착각이었을까. 지난 주말, 오랜만에 두 시간 넘게 달려 수목원을 찾았는데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거다. 여름이다, 무언가를 해야겠다, 이대로 시간이 나를 통과하도록 속수무책으로 둘 수는 없다, 는 생각을 한 것이.

 

아기가 간절한 친구는 뜨개질을 배운다며 필요한 거 만들어주겠다고 하고, 나는 비타민D 결핍으로 핀잔 들으며 먹거리 검색한다. 시간이 생기면 편하게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었는데, 일단 시작하면 성과를 내야하므로 여기서 뭘 더 저지르는 건 욕심 아닐까, 하지도 못할 거면서. 평정심과 건강을 지키며 간헐적으로 외국어 단어나 외우는 게 더 가치있는지도. 그러다보면 나는 결국 책 근처로 돌아오겠지. 몇 달 동안 빌려볼까 살까말까 하면서 망설이던 책들이 저녁에 온다. 오늘이 시작이면 좋겠다.

 

펼쳐볼 때마다 보잘 것 없는 서재에 대해 생각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고르고 읽고 사모으는데 어째서 심야 이동도서관에 꽂힌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숨고 싶어지는지. 더 잘 고르고 더 잘 읽고싶다. 이 책 좋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정말 좋은 책을 골라 들고 싶게 하니까. 아주 작은 시간도 너무나 사소한 선택도 다 기록되고 있다는 무언의 감시. 기분 좋은 간섭. 내 세상엔 책이 전부가 아니지만 책을 빼놓고는 내 세상을 논할 수 없을 것. 심야. 이토록 매력적이고 관능적인 시간에. 책.

 

 

이 책이 일종의 메타텍스트로 사용하고 있는 마르케스의 <미로 속의 장군>을 당장 읽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에 책을 읽어나가며 버거운 순간들이 있긴 했다. 심지어 마르케스의 저 작품을 실제로 읽더라도 흥미와 매력을 제대로 느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잊을 만하면 나오는 <미로 속의 장군> 줄거리와 인용문은 충분히 이 책을 덮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진지한 대만의 독서가가 들려주는 독서讀書라는 행위에 대한 깊고 폭넓은 사유가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란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얕게는 (본인이) 책을 고르는 법과 읽는 법, 감상과 글쓰기에서 깊게는 각종 사유로 뻗어나가는 내용도 그렇지만, 이 시대 독서와 책 읽기, 책이라는 자체에 대해 이토록 담담하면서도 진지하고 신랄하게 적어나가는 사람이라니, 부러웠다. 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확신을 갖고 나아가는 편이 아니라 도중에 찾는 사람이라서. 사실 확신에 차 있는 듯 보이던 사람들도 정작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자신의 견고함을 다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금 나아졌다. 무엇이. 어쩌면 영원히 원하는 확신을 쥘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행위라는 것. 그래서 조금 더 기분이 나아지는 것. 하면 행복한 일들. 되찾기를. 

 

그리고 언젠가, 읽어낸 모든 책은 버려지기를. 숨겨진, 글로 쓴 모든 순간이 지나가기를. 좋았던 추억이 슬픔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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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6-2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고.
그렇지 않아도 오늘 북풀에서 아이님 흔적보고
그 생각 잠시 했거든요. 늦었지만 축하해요.
예정일은 언젠가요? 가을쯤...?
암튼 모쪼록 건강했다가 순산하길 바래요. 힘내구요.
왠지 너무 차분합니다.ㅋ

아이리시스 2017-06-29 23:4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한테 낮에 북플 댓글 달고 이것도 쓰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나고 마음도 정리돼서 포스팅 올리고 싶던 차에 댓글이 와서 깜짝 놀랐고요. 아기는 올해를 꽉 채워야 태어납니다.마지막달에 태어날지도.. 고맙고 감사하고 또 사실 저는 그다지 오랜만 아니라서.. 뭔가 차분히 쓰고 읽고 하는 것만 오랜만이지 항상 여기 있던 느낌이라서.. 제 글은 저와 달리 언제나 차분했어요! ^__________^

cyrus 2017-06-2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활동이 너무 뜸해서 섭섭했습니다. 그래도 근황을 접하게 되니 정말 반갑고, 한편으로는 기분이 묘합니다. 아이리시스님을 처음 만났던 날에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기억도 안 나요. 아무튼 결혼, 임신 소식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셔야 되요. ^^

아이리시스 2017-06-29 23:49   좋아요 0 | URL
cyrus님도요. 한쪽이라도 늘 같은 자리에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거죠. 놀랍게도. 신기하게도. 저도 우리가 첨 만났던 날에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기억 안 나요. 첨이란 다 그런거죠. 늘 한결같은 모습, 힘이 많이 됩니다. 또 봐요, 생각보다 더 자주. :)

2017-06-29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9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6-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오랜만이다, 생각하고 왔더니 새로운 소식이 차곡차곡 많이도 쌓였네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읽고 쓰기가 다시금 찾아들어 힘을 주기를 바랍니다 :)

아이리시스 2017-06-30 00:04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에요, 다락방님. 저도 늘 변함없이 같은 자리 지켜주는 다락방님이 고마워요. 만약 제가 없을때도 이곳을 지켜준 분들이 없었다면 제가 돌아온 것도 별 의미가 없었겠죠. 제 시작도요. 어느 정도의 읽기가 뒷받침이 되어야 쓰기도 할 텐데 결심처럼 잘 될지, 많이 기록하고 또 얘기 나누고 싶어요. 더워도 힘내자구요! :)

2017-07-08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1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9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4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4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해가 됐으니 새 책을 담아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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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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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노예시대 흑인의 저항이 어떻게 끝날지 뻔히 알고있다. 대부분의 흑인노예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탈출 혹은 패배의 이야기가 되는 건 이 때문이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는 소재는 황홀했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통로였으며 이 소설의 별난점이지만 소설의 방향은 그대로였다. 서술이 좋고 문체가 빛나서 좀 더 좋은 작품이 된 것 같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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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당장 엄마를 보고싶게 했다. 엄마가 생각보다 훨씬 여리고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친절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아무리 멀리가도 결국은 엄마 곁을 맴돌게 될 거라는 걸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 그 누구의 삶보다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삶을 계획해온 날들. 그날들이 모여 나는 내가 되었다. 나를 나로 만든 건 엄마가 유일하다. 언젠가 내 엄마의 삶을 당신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그런 날이 오기를.
루시 골트 이야기
윌리엄 트레버, 정영목 / 한겨레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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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트레버의 매력을 아직까진 모르겠다. 잔잔한데 뜨거웠다, 그게 다이긴 한데, 좀 더 말해보자면, 그리움과 화해와 용서는 늦으면 소용없을지도 모른다는 확인이다. 그래 그거. 길을 잃는 것의 의미를 너무 국한시켜 살아오지 않았나 싶었다. 조금 막막하고 무섭고 또 다행이고. 팔십 년을 기다려 처음으로 돌아오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 조각으로 남는 삶. 이제 조금 알겠는데 그걸 말해주고 싶은 이는 대부분 곁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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