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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권미선 옮김 / 사람과책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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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번역서 평점


2점   ★★   C





단어가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 제목이 있다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의 원작 소설 Ardiente Paciencia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두 개의 제목이 생겼다그 제목들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소설 번역본 제목이다최근에 쓴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에 대한 네 편의 글을 다시 읽어봤다글 속에 소설 제목을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라고 쓴 부분을 몇 군데 발견했다어쩌면 지난 10월 말에 있었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책 모임에 참석한 필자는 제목을 여러 번 잘못 말했을지도 모른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나오기 전인 1996년에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가 출간되었다.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번역한 사람은 권미선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스페인어과 교수이다이사벨 아옌데(Isabel Allende)의 소설을 즐겨 읽은 독자라면 역자의 이름을 자주 봤을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는 정교수가 되기 전인 30대의 권 씨가 작업한 첫 번째 번역본이다부록으로 네루다의 시가 실려 있다


줄거리 언급은 생략하겠다. 필자는 이미 Ardiente Paciencia와 네루다를 주제로 한 글을 썼다. 작품에 대해 궁금한 분은 필자의 졸문을 참조하시길.


사실 이 글을 쓴 목적은 번역문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 위해서다. 글 쓰는 일을 노동의 개념으로 본다면, 오래된 절판본의 번역을 지적하기 위한 글을 쓰는 일은 필자에게 소득책을 구매한 사람이 그 책의 구매에 도움이 된 글 작성자에게 적립금을 주는 ‘Thanks to 적립금제도의 혜택―을 가져다주지 않는. 그래도 책을 읽었으면 그 책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 대부분 독자는 자고 일어나면 나오는 따끈따끈한 신간에 주목하고 열광한다. 이 사람들은 도서관이나 헌책방에 가야 볼 수 있는 옛날 책에 관심 없다. 절판된 책의 서평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오래된 책의 실체를 알고 싶은 누군가는 이 글을 참고할 것이다알라딘 온라인 중고시장에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만 원에 파는 판매자가 있다. 현재 구할 수 없는 책, 권 교수의 첫 번째 번역서라는 점에서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는 특별해 보인다. 그러나 정가 6,500원의 책을 만 원 주고 사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왜냐하면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는 번역이 좋은 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마리오는 주점에서 일하는 베아트리스 곤살레스를 첫눈에 보자마자 반한다. 마을에 운동장이 없어서 젊은 어부들은 주점에 설치된 테이블 축구를 즐긴다(민음사 35쪽 참조).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38쪽에 주점의 내부 광경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권 교수는 주점에 설치된 오락 기구를 핀볼 게임(pinball game)이라고 잘못 번역했다




 



 



테이블 축구와 핀볼 게임은 생김새와 작동 방식이 다른 오락 기구다. 스페인어 원서에 ‘taca-taca’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 단어는 테이블 축구를 뜻한다. 권 교수가 정말로 스페인어 원서를 참고해서 번역했다면 핀볼 게임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 없다. 아니면 그녀가 테이블 게임을 핀볼 게임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

 

필자는 스페인어를 쓰거나 말할 줄 모른다. 그래서 문장 번역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 스페인어 원문, 민음사 번역본의 문장(우석균 옮김), 그리고 권 씨가 번역한 문장만 인용하겠다. 번역에 대한 판단은 스페인어에 능숙한 독자들의 몫이다.




* 원문


 Estás húmeda como una planta. Tienes una calentura, hija, que sólo se cura con dos medicinas. Las cachas o los viajes.



húmeda: húmedo(축축한, 습한, 눅눅한)의 여성형 명사

planta: 식물, 풀

cachas: 기골이 장대하고 건장한 사람 

viajes: 여행

 

* 민음사(우석균 옮김), 65

 

 “넌 지금 풀잎처럼 촉촉해. 후끈 달아올랐을 때에는 약이 딱 두 가지밖에 없지. 교미나 여행.”

 어머니는 딸의 귓불을 놓고 침대 밑에서 가방을 꺼내 침대 위에 패대기쳤다.

 “가방 싸!”

 

* 권미선 옮김, 72~73

 

 

 “넌 지금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 열병이 난 거야, 이년아. 거기엔 딱 두 가지 약밖에 없어. 몰매를 맞든지 아니면 짐을 싸든지 둘 중에 하나야. 빨리 짐이나 싸!”





현재 외래어표기법이 시행되기 한창 전에 나온 책이라서 외국 인명 표기가 어색하다. ‘프랑수아 비용(Francois Villon: 프랑스의 시인, 민음사 83쪽 참조)’을 영어 발음에 가까운 프랑소와 빌롱(93)’으로 표기되었다. 당통(Danton: 프랑스의 정치인, 민음사 119쪽 참조)단톤(130)’으로 표기한 것도 눈에 띈다.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함께 읽어 보면 확실히 문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스페인어 원서에 있는 문장 일부를 두루뭉술하게 번역하거나 의역했다. 아마도 권 교수는 작품에 드러난 라틴아메리카의 정서 및 문화를 생소하게 여긴 90년대 독자들을 위해 직역보다는 가독성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번역을 시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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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20-12-19 2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번역 수준에 대해선 차치하더라도 제임스 조이스 책을 꾸준히 개역하는 김종건 교수의 예만 보더라도 번역서일수록 초역판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재독을 할수록 보이는 게 많은 게 책인데 하물며 번역은 더 말할 게 없죠!

cyrus님과 제가 알라딘 오는 타이밍이 잘 안 겹쳐서 그동안 격조했어요/ 하지만 책 속에서 늘 열심이실 거란 거 멀리서도 종종 생각했답니다^^

cyrus 2020-12-20 16:41   좋아요 0 | URL
초판 번역의 오류를 한 번도 고쳐본 적이 없는 역자가 다른 역자의 번역을 지적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두 달 전에 유명한 역자가 옮긴 소설을 읽었는데(이번 달에 제가 썼던 글을 보면 역자 이름과 소설 제목을 알 수 있어요), 생각보다 실망했어요. 역주도 엉망이었어요.

AgalmA님도 잘 지내셨죠? 올해는 책만 열심히 읽으면서 지냈어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글을 쓸 여력이 없었어요.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도서관이 잠깐 문 닫는 바람에 글을 쓸 의욕이 나지 않았어요. 제게 도서관은 글을 쓰기 위한 재료들이 가득한 곳이거든요. ^^

2020-12-20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20 16:42   좋아요 0 | URL
오역을 지적하기 전에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돼요. 그러면 “비록 표현이 어색해도 오역이 아닐 수 있구나”라고 깨닫게 돼요. ^^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 탄생 100주년 기념판)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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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이 고쳐지지 않은 책은 ‘잘못된 책’이며 ‘파본’이다. 민음사는 특별판 판매를 당장 중지하고, 독자들의 지갑을 털 생각을 하지 마시라. 특별판을 구입한 독자들에게 책값을 환불하라.

 

 

 

※ 민음사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의 오역 문제를 다룬 글

(2019년 3월 5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0714115

 

 

(2019년 7월 3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095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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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동물 농장 (체험판)
조지 오웰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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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체험판을 보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체험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리뷰를 남겨봅니다.

 

알라딘 검색창에 ‘체험판 동물농장’이라고 입력하면 민음사에서 나온 《동물농장》 표지가 그려진 체험판 전자책 두 권이 나옵니다. 두 권 모두 무료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출판 연도가 다르고, 2012년 11월에 나온 전자책 앞 표지에는 ‘체험판’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저는 ‘체험판’ 글자가 없는, 2012년 6월에 나온 체험판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알라딘 ebook’ 어플에 체험판이 등록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체험판에는 엉뚱한 ‘반전’이 있습니다.

 

 

 

 

 

 

 

민음사 표지는 페이크(fake)고, 내용은 시공사 판 《동물농장》입니다. 이 체험판은 《동물농장》 1장 전문과 부록인 ‘《동물농장》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부록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동물농장》 출간과 관련해서 오웰이 자신의 출판 에이전트에게 보낸 편지와 《동물농장》 출간을 거절하기 위해 오웰에게 보낸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의 편지를 엮은 것입니다.

 

 

이번에는 앞표지에 ‘체험판’ 문구가 있는 전자책을 확인해봤습니다. 이게 진짜 민음사 판이었습니다. 이 체험판은 3장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민음사 판 《동물농장》과 시공사 판 《동물농장》 중에 괜찮은 책을 고르라고 하면 저는 시공사 판을 추천합니다. 시공사 판에 있는 부록이 좋아요. 작가 서문(‘언론의 자유’)과 우크라이나 판 서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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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19-07-16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담당부서 통해 확인 후 커버 정보 수정되었고, 정확한 정보 보여 드릴수 있도룩 노력하겠습니다. 이후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부분은 나의계정>1:1고객상담으로 연락주시면 신속하게 안내 드리고 있으니 참고해주십시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UFO와 우주법칙
조지 아담스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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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확인 비행물체인 UFO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UFO가 외계인이 타고 온 최첨단 우주선이라는 주장까지 펼친다. 이와는 달리 다른 쪽에서는 UFO가 기존의 비행물체이거나 자연현상의 착각, 또는 환각, 심지어 사진조작의 결과라는 반론을 편다. 양쪽 모두 UFO의 존재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UFO의 주인공인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아닌 멀리 떨어져 있는 외부행성에 지적인 생명체가 있으려면 지구와 비슷한 조건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인간 이외의 생명체가 은하계에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1953년, 조지 아담스키(George Adamski)는 자신이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탑승한 외계인의 우주선까지 사진으로 공개했다. 그가 목격한 UFO는 둥그런 접시처럼 생긴 물체였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아담스키형 UFO’로 알려졌다. 그의 UFO 사진 공개 이후로 전 세계 곳곳에 접시 형태의 ‘아담스키형 UFO’이 나타났다. 아담스키는 시나리오 작가 데스먼드 레슬리(Desmond Leslie)와 함께 『Flying Saucers Have Landed』를 공동 집필했다. 이 책으로 아담스키는 우주인 접촉자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55년에 아담스키는 또다시 우주인을 만난 경험담을 정리한 ‘Inside the Space Ships’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이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UFO와 우주 법칙》이다.

 

 

 

 

《UFO와 우주 법칙》의 출판사는 정확히 20년 전 부도가 나서 사라져버린 ‘고려원’이다. 고려원은 8, 90년대 국내 단행본 출판업계 1위를 달렸던 ‘전설 아니고 레전드’ 출판사였다. 《UFO와 우주 법칙》은 1987년에 나왔고, 출판사가 완전히 문 닫기 일 년 전에 재출간됐다.

 

필자는 이 책을 작년 헌책방에서 구했는데, 운 좋게 아주 싼 가격으로 샀다. 내가 이 책을 고르더니 헌책방 주인은 아주 찾기 힘든 책을 골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매긴 책의 가격이 ‘2만 5천 원’이라고 했다. 정말로 2만 5천 원을 내야 했다면, 진즉에 구매를 포기했다. 헌책방 주인과 가격 흥정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말주변도 없다. 손님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가격을 깎아주는 헌책방 주인이 좋은 게 아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좋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주인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일이다. 나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정말 마음씨 착한 헌책방 주인은 헌책방 단골손님이 뭘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챙겨준다. 비싸게 파는 책을 싸게 팔수도 있다. 헌책방 주인은 2만 5천 원으로 팔 수 있는 책을 ‘2천 원’에 팔았다. 나는 주인의 배려 덕분에 아주 귀한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포함해 5권의 책도 함께 샀는데, 합산한 가격이 2만 천 원이었다.

 

 

 

 

 

《UFO와 우주 법칙》이 ‘아주 귀한 책’인 건 맞다. 아담스키의 책은 UFO 옹호론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다. 그런데 나는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이 책을 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나는 《UFO와 우주 법칙》이 ‘괴작’에 어울릴만한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담스키의 증언과 진술 대부분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담스키는 화성인, 금성인, 토성인을 만났다. 세 명의 우주인은 아담스키를 자신의 우주선으로 초대했다. 아담스키는 그곳에서 다른 우주인들이 어떻게 생겼고, 우주선 내부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거의 완벽하게 설명했다. 우주인 성자를 만나 충격적인 정보들을 접한다. 우주인 성자는 태양계의 행성이 9개(2006년에 명왕성이 행성 목록에서 공식 제외되어 현재 태양계 행성의 수는 8개)가 아니라 12개라고 말했다. 11개 행성에 지구인과 흡사한 우주인이 존재하는데, 우주인 성자의 말에 의하면 지구가 가장 뒤떨어진 문명의 별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지구에 일어나게 될 핵전쟁과 지축 변동을 지구인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UFO를 타고 지구에 나타났다. 그렇지만 지구인들은 우주인의 경고를 허무맹랑한 얘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주인은 자신들의 생각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고, 말이 잘 통하는 유일한 지구인으로 조지 아담스키를 선택한 것이다.

 

 

 

 

 

조지 아담스키는 정말 운이 좋았다. 소련이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Sputnik)는 1957년 10월에 발사됐다.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이 우주선에 몸을 실으면서 “지구는 푸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해가 1961년이다. 그 후 8년 뒤에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조지 아담스키는 미국과 소련이 하지 못한 일들을 완수했다. 그는 우주선에 탑승했고, 우주 한가운데에 있는 지구를 바라봤고, 달 표면까지 목격했다. 심지어 지구인보다 훨씬 수준 높은 우주인들을 만나 대화도 나눴다. 1950년대 사람들은 우주의 실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아담스키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의 주장은 100% 신뢰하기 어렵다. 사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UFO 연구는 유사과학에 가깝다. 확실한 검증 없이는 함부로 ‘법칙’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유사과학은 어떤 사실의 해석에서 실제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싶은 소망이나 착각에 의존한다. 1976년 바이킹 호가 화성탐사 임무를 수행한 뒤 보내온 화성의 이미지는 사람의 얼굴을 연상케 해 ‘화성인의 얼굴’이라는 이야기가 한동안 떠돌았다. 그러나 이는 화성 표면에 돌출된 바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외계 우주선이나 외계인에 대한 목격담과 경험담은 조작임이 밝혀졌다. 이 가설이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은 반증 불가능성 때문이다.

 

 

 

외계인이 온다고 하더라도 우주선을 타고 올 가능성은 약 0.01%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구와 다른 행성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도 4.2광년 떨어져 있다. 지금 로켓으로 8만 년 정도 비행해야 그 별에 도착하는 셈이다. 속도를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빛의 속도에 다가서면 질량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이런 우주선을 추진시킬 에너지는 현재로써는 우주에 없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면 우주선이 우주에 떠도는 유성이나 소행성에 부딪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우리도 갈 수 없고, 외계인도 지구에 오기 힘들다. 아담스키가 만난 우주인들은 계속 쓰고도 남을 만큼의 전자기의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으며, 방어막처럼 형성하는 전자기(電磁氣)를 뿜어내기 때문에 유성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NASA에서는 전자기 엔진으로만 추진되는 로켓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자기의 힘만으로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것은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에 어긋난다.[참고]

 

우주에 가지 않더라도 지구가 ‘푸른 행성’임을 모르는 사람이 전혀 없다. 그런데 아담스키는 자신이 우주에서 바라봤던 지구가 ‘희미한 흰빛을 내는 행성’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똑똑히 보았다. 놀랍게도 우리의 지구가 흰빛을 내고 있었다. 달빛과 매우 닮았지만, 지구에서 올려다보는 맑은 밤하늘의 달빛만큼 맑지는 못했다. 희미한 유백색(乳白色) 광채가 지구를 둥글게 싸안고 있는 것이었다. 그 크기는 아침 일찍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견줄 수 있으리라. 우리 밑의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광구(光球)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UFO와 우주 법칙》 88쪽)

 

1950년대에 나온, 과학과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의 책이 30년 뒤에 우리나라에 뒤늦게 소개됐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있는 정말 웃긴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아프리카 제3연방의 <파라뉴스>라는 언론사가 금강산에서 한국 천문학자와 화성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 특종 기사가 ‘2058년 8월 15일 자’로 되어 있다고 한다. 화성인은 2000년에 이르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한국의 젊은 박사는 총 30명에 이르며, 그밖에 의학상,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1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과학혁명에 이어 종교혁명, 이어서 ‘영혼 혁명’까지 모두 일어남으로써 세계의 모범 국가로 발전한다고 예언했다.

 

독자 여러분,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만끽하십시오. 그리고 (비)웃으십시오. 화성인은 우리나라에 ‘촛불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예언하지 못했으니까요.

 

 

 

[참고] 『연료 필요 없는 전자기 엔진, 물리법칙 허물었다』 중앙선데이, 2016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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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3-17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cyrus님 글이 저자의 책보다 재미있는것같아요. 덕분에 웃고갑니다. ㅋㅋ

cyrus 2017-03-18 16:35   좋아요 1 | URL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글의 분량이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8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노벨상은 모르겠지만, 다른 면에서는 화성인의 말이 그렇게 틀린 것 같지는 않네요.ㅋ 과학혁명 -> 창조경제, 종교혁명 -> 영세교, 영혼혁명 -> 국정교과서(혼의 정상화)로 인해서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 세계민주주의사를 새로 썼으니, 세계의 모범 국가로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ㅋㅋ 이상 화성인 변호인단이었습니다.

cyrus 2017-03-18 16:37   좋아요 1 | URL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군요. 겨울호랑이님의 탁월한 해석에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ㅎㅎㅎ

북프리쿠키 2017-03-1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이면 과학. 예술이면 예술~
글 하나 쓰는데도 전 낑낑대는데
싸이러스님의 글은 긴데도 재미있고 논리적이세요^^

cyrus 2017-03-20 15:21   좋아요 1 | URL
제 글을 잘 읽어보면, 논리적 허점이 있습니다. 북플로 제 글을 정독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비판 댓글이 많이 안 달립니다. 제 글이 잘 써서 비판 의견이 없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
 
도해 근대마술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16
하니 레이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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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魔術)을 뜻하는 영어의 ‘Magic’은 라틴어 ‘Magus’에서 유래했다. ‘Magus’가 처음에는 ‘동방박사’, ‘점성술사’라는 의미의 단어였으나 나중에 ‘마법’으로 발전했다. 마술의 역사를 논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사람이 시몬 마구스(Simon Magus)이다. 흔히 ‘마술사 시몬’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술로 사마리아인들의 병을 고치기로 소문이 난 유명인사였다. 당시 고대 세계에서는 마술이 몇 가지로 구별됐다. 첫 번째 마귀를 쫓는 마술이 있었고, 두 번째 병을 고치는 마술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는 남을 속이면서 돈을 받는 마술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공개 마술을 선보였던 시몬은 베드로로부터 성령의 능력을 매수하려고 했다. 그래서 마술은 기성 종교와 서로 대립한다. 마술의 행함이 비도덕적인 면이 많고 악령을 통해 일으키기 때문이다.

 

《도해 근대마술》은 속임수를 이용한 마술(Magic trick) 이전에 성행했던 각종 금단의 마법과 주술 그리고 관련 비밀 단체 및 종교 등을 소개한 책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하던 ‘의심스러운 책’이다. 서구의 수많은 학자가 마술을 학술적으로 규정하느라고 애를 썼으나 아직 합의된 정의가 없을 정도로 마술의 범주는 애매하고,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닌다. 공통된 것은 마술은 통상의 감각기관에 잡히지 않는 신비로운 힘들의 상호연관성을 전제하며, 과학과는 다른 작동 원리를 가진다는 주장이다. 마술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과학과는 다른 법칙을 주장하기에 허황하고 불합리하다고 비난받는다. 또 기독교가 유일신의 의지에 순종함을 주장하는 데 반해, 민간신앙에 두드러진 마술은 인간의 뜻대로 신비로운 힘을 부리려고 하기 때문에 인간적 오만함의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래서 기독교와 근대과학의 배경을 가진 서구문화에서 마술은 항상 박해를 받아왔다. 르네상스 말기와 근대 초기 유럽에서 행해진 마녀사냥의 참혹한 역사는 마술에 대한 서구문화의 적대감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과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마법, 신비주의, 심령술 등에 심취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과학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도 예외가 아니다. 말년의 에디슨(T.A. Edison) 코난 도일(Conan Doyle)은 심령술의 지지자였다. 독자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개념을 발견한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헬레나 블라바츠키(Helena Blavatsky)가 만든 신지학 협회의 회원이었다. 신지학 협회는 근세 최대의 신비주의 단체이다. 여기에 유명 인사들이 협회에 가입되었는데, 월리스뿐만 아니라 에디슨, 화가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등이 있다. 신지학(神智學)은 우주와 자연의 불가사의한 비밀, 인생 근원의 본질을 직관으로 인식하려는 학문이다. 합리성을 내세우는 서양 사상의 전통에서 신지학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신지학에는 불교, 힌두교, 심령술, 카발라(Kabbalah, 유대교의 신비주의) 심지어 진화론까지 섞여 있어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신지학 추종자들이 주장하는 진화론은 왜곡된 진화론이다. 열등 인종의 제거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이론으로 작용했다.

 

마술이 주술이나 마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도해 근대마술》은 ‘비과학적’이고 ‘악마적’인 마술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순수한 독자들을 속이기 위해 비현실적인 마술을 옹호하고 있지 않다. 저자는 서문에서 마술의 세계관을 믿는 건 독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당신이 건전한 회의주의자라면 마술의 세계를 흥밋거리 정도로 받아들여도 된다. 다만 마술이 사이비 과학으로 둔갑하면 검증해야 한다. 딱 봐도 의심이 드는 이상한 현상이나 논리를 막연하게 믿어선 안 된다.

 

이 책에 ‘심령술’ 항목의 사례로 ‘하이즈빌 사건’이 소개됐다. 하이즈빌(Hydesville)은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도시인데, 이곳에 살았던 마거릿 폭스(Magaret Fox)와 케이트 폭스(Kate Fox) 자매가 유령과의 교신에 성공하여 심령술사들 사이에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지금도 폭스 자매가 살았던 집은 그대로 보존되어 오컬트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매는 유령과의 교신이 속임수라는 것을 자백했다. 폭스 자매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심령 현상으로 믿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단골 떡밥으로 거론된다.

 

마술에 지나치게 심취하는 심리적 현상은 사회가 정서적으로 병들었을 때 현실도피와 불안감 해소 등의 기능을 하며 형성된다. 일종의 왜곡된 신앙처럼 구성원들은 무조건적인 결속력과 배타적인 집단 심리를 갖게 된다. 그리하여 사회를 교란하는 사이비 종교가 생겨난다. 그러나 이 단점만 가지고 오컬트 문화가 ‘악마 숭배’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마녀사냥식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오컬트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입장도 ‘검증’ 대상이다. 사람들을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마술의 매력이다. 마술에 흥미를 느끼는 일은 인간의 ‘상상할 자유’이다. 상상력마저 통제하면 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아갈 수 있으려나.

 

 

 

※ 《도해 근대마술》은 일본에서 발간된 책이다. 일본의 오컬트 문화는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됐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정말 의심스러운 책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심지어 오컬트 전문 잡지도 있다. 일본어 책을 우리말로 그대로 옮겨서 그런지 집시들이 점을 볼 때 사용하는 타로 카드(Tarot card)가 이 책에선 ‘타로트(タロット)’로 되어 있다. 그밖에 국내 외래어 표기법이 지켜지지 않은 외국 인명 몇 개 지적해본다.

 

 

* 98쪽 : 블가코프 → 미하일 불가코프(러시아의 소설가, 대표작이 <거장과 마르가리타>인데, 《도해 근대마술》에서는 ‘거근과 마르가리타’로 되어 있다)

 

* 117쪽 : 유이스만스 →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 (프랑스의 상징주의 작가)

 

* 128쪽 : 예츠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아일랜드의 시인, 책의 목차에 ‘예이츠’로 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편집상 실수로 생긴 오자로 추정된다)

 

* 137쪽 : 영국인 코린 윌슨

프랑스의 마녀 모니크 니키 윌슨의 남편. 이름만 봐서는 《아웃사이더》의 저자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콜린 윌슨(Colin Wilson)의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 콜린 윌슨가 오컬트에 심취하고 연구한 작가였으니까 마녀와 결혼해서 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인 코린 윌슨’은 ‘콜린 윌슨’과 전혀 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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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3-0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쪽 인물들 표기가 대거 틀린 거로 봐선 교정자가 그쪽을 잘 몰랐던 거 같다는 심증이....ㅎ; ˝거근˝은 너무하네요ㅜㅜ

cyrus 2017-03-04 16:37   좋아요 0 | URL
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편집이 책 제작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인데, 교정을 맡는 편집자가 오자를 제대로 살필지 못한 건 심각합니다.

페크(pek0501) 2017-03-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독서를 본받고 싶네요. 저도 지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그래야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분야 쪽으로 편식을 하게 됩니다.
저는 심령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믿는 편은 아니지만, 믿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모르는 어떤 게 있을 거라고 보는 거죠.
제가 확실하게 믿는 건 마음의 기적이에요. 실제로 경험한 일이 있어요.
아주 절실하고 다급할 때 초능력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ㅋ

cyrus 2017-03-04 16:40   좋아요 0 | URL
pek님의 긍정적인 마음이 pek님이 위급할 때마다 큰 도움이 돼 주는 특별한 힘인 것 같습니다. ^^

2017-03-04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05 14:18   좋아요 0 | URL
온라인 게임에서의 마법사 캐릭터가 능력치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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