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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 해적단

원작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

윤색, 연출: 이성재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저녁 8시 

골목실험극장







우리는 도덕을 저격해야 한다.” 매우 과격해 보이는 이 말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도덕을 깨부순 철학자 니체(Nietzsche). 문제의 발언은 그의 저서 우상의 황혼》(박찬국 역, 23쪽)에 나온다. 도덕만 보면 정신이 사나워지는 철학자에게 바싹 다가서기 쉽지 않다. 사실 니체는 도덕을 증오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악을 부추기는 교사(敎師)도 아니다. 니체가 저격하려는 것은 우리 삶을 구속하는 도덕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우상의 황혼(아카넷, 2015)





정신에 도덕이 달라붙은 사람은 늘 착하게 살려고 한다. 착한 사람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자책한다. 이때 도덕은 채찍으로 변한다. 도덕의 매질이 계속되는 동안 착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반성의 문신을 새긴다. ‘착하게 살자.’ 니체는 도덕에 복종하는 착한 사람을 노예로 비유한다니체가 보기에 도덕의 노예는 스스로 학대하는 병든 인간이다.













러시아의 극작가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Ljudmila Razumovskaya, 1946~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니체의 철학 조명에 비추어 보자. 그러면 커다란 질문 하나가 무대 위에 나타난다. 도덕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삶은 과연 행복한가?


희곡은 1981년에 발표되었다주인공인 소련의 수학 교사 엘레나(전소영 분)는 착한 사람이다. 그녀는 도덕으로 만들어진 집에 혼자 산다. 그녀의 생일에 졸업을 앞둔 네 명의 제자가 불쑥 도덕의 집에 찾아온다. 제자들은 생일 파티를 준비해 엘레나를 즐겁게 해준다.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 취한 엘레나. 제자들은 정신이 말랑해진 엘레나에게 어두운 본심을 드러낸다



엘레나 선생님, 잠깐만 열쇠를 빌려주시면 안 돼요?”



엘레나의 집에 있는 금고가 있다. 그 안에 제자들이 제출한 수학 시험 답안지가 있다. 수학 시험을 망친 제자들은 수학 시험 답안지를 수정하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금고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있어야 한다. 제자들은 이 열쇠 하나를 얻으려고 엘레나의 집에 온 것이다이제야 정신을 차린 엘레나는 나쁜 일을 저지르려는 제자들을 만류한다. 그녀는 도덕을 배반하면서 살게 되면 삶이 더 불행해질 수 있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제자들의 반발심은 더 커진다성적이 좋으면 명문대에 입학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직업을 고르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그래서 제자들은 가난한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


빠샤(남우희 분)는 만약 가난해지면 여자 친구인 랄랴(이연주 분)가 자신을 버릴 것으로 생각한다. 랄랴의 꿈은 돈 많은 여자가 되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라고, 부유한 여성은 부유한 남성을 만나 결혼할 수 있다. 비쨔(남준우 분)은 세 명의 친구에 비해 집안 형편이 어렵다비쨔의 아버지는 가난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었다. 비쨔는 자신도 아버지처럼 꿈(농대에 진학해서 농장을 경영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살아가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는 수학 성적을 고쳐서 가난을 대물림받는 암울한 현실에 벗어나려고 한다.


발로쟈(강대현 분)가짜 생일 파티의 주동자다. 그의 목표는 열쇠도, 부유한 삶도 아니다. 발로쟈가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이다. 권력만 있으면 이 세상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발로쟈는 권력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게임 또는 스포츠로 인식한다. 발로쟈의 진짜 목표는 도덕의 집에 있는 엘레나를 부수는 것이다. 그가 도덕을 부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는 폭력이다열쇠를 얻지 못해 불안해진 제자들은 도덕으로 외롭게 방어하는 엘레나를 계속 압박한다. 발로쟈는 웃으면서 이 상황을 관전한다. 엘레나가 끝까지 버티자, 발로쟈는 최후의 수단으로 끔찍한 최악의 행동을 감행한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김예나 옮김 쓰촨의 착한 사람(지만지드라마, 2024)


* 한국브레히트학회 엮음 브레히트 선집: 희곡 3》 (연극과인간, 2015)

※ <사천의 선인수록





엘레나의 직업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先生)이지만, 현실을 제대로 부딪히면서 경험한 선생(先生, 인생의 스승)은 아니다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희곡 사천(四川, 쓰촨)의 선인(善人, 착한 사람) 센테라면, 엘레나는 소련의 착한 선생(善生)이다. 도덕적 정신이 점점 무너져가는 엘레나의 감정에 이입된 관객은 외롭게 싸우는 그녀에게 연민을 느낄 것이다. 엘레나를 영악하게 괴롭힌 발로쟈는 관객들의 욕받이가 된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그의 이름은 시발로쟈가 된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김기선 옮김 브레히트, 연극에 대한 글들(지만지드라마, 2020)




브레히트가 관객이 돼서 이 연극을 관람했다면극중 인물을 비판하는 감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브레히트가 지향하는 연극은 관객의 비판적인 관전을 허용한다. 관객의 비판적 관전은 연극의 작품성 또는 예술성을 따지는 태도가 아니다. 비판적인 관객은 눈으로 연극을 즐기는 동시에, 머리로 극장 밖의 현실을 인식하면서 그 현실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따라서 비판적인 관객이라면 엘레나의 도덕성을 불신하는 제자들이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비판적인 관객은 도덕을 불신하게 만든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다.


도덕의 집에서만 살아온 엘레나는 자본과 개인의 이기심이 긍정적으로 과대 포장된 천민자본주의 사회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 인물이다. 결국 그녀는 도덕의 집에 탈출하는 데 실패한다비루한 세상에 저항하는 힘이 완전히 상실된 도덕을 상징한다천민자본주의에 물든 하얀 인간성은 까맣게 변한다. 도덕은 인간성을 원래의 색으로 만드는 표백제가 아니다








엘레나는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도덕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안타깝게도 천민자본주의의 과도한 빛을 받으면 도덕은 죽는다. 그녀의 집에 있는 관 형태의 책상은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무대 소품이다. 천민자본주의의 습격(제자들의 방문)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도덕의 최후를 암시한다.


도덕의 힘이 미약하더라도 무능한 도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발로쟈와 같은 권력 중독자가 도덕을 폄훼하면서 파괴하기 시작하면 도미노 패가 우르르 쓰러지듯이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도 파괴된다. 엘레나처럼 도덕이 우리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지나친 믿음 또한 경계해야 한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관객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두 개나 내준다. 하나는 도덕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다른 하나는 도덕을 위협하는 세력에 저항하기도덕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를 관객에게 주는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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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1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이 긴 청년이구만. 피아노를 쳤으면 잘 쳤을텐데... ㅋㅋ

cyrus 2025-03-18 22:01   좋아요 0 | URL
처음에 사진에 찍힌 저의 손가락 보고 말씀하신 줄 알았어요. 포스터에 그려진 검은 손가락 보고 말씀하신 거죠? ㅎㅎㅎ 제 손가락도 긴 편인 데다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쳤었거든요. ^^

stella.K 2025-03-18 22:28   좋아요 1 | URL
맞아. 카드 들고있는 네 손가락. ㅎㅎ 근데 피아노를 치긴 쳤구나. 내 눈이 좀 예리하지? ㅋㅋ
 











2월 22일 토요일.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이날에만 내가 보고 싶은 연극이 무려 세 편이나 상연된다연극 한 편은 서울에서, 두 편은 대구에서 한다공연이 시작되는 시간이 겹치는 데다가 서울과 대구를 오고 가는 시간도 부족하다결국 서울에서 하는 연극은 포기하고, 대구 연극 두 편을 관극(觀劇)하기로 했다.







내가 서울에 가서 보고 싶었던 연극은 일본 극작가의 작품이다. 매년 이맘때에 일본 극작가의 희곡 작품을 낭독극 형식으로 선보이는 현대 일본 희곡 정기 공연이 있다. 2002년 도쿄에서 시작된 정기 공연은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다.






 










*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엮음 현대일본희곡집 7(연극과인간, 2016)

* 기타무라 소, 김유빈 옮김 호기우타(지만지드라마, 2024)




이번 공연에 공개되는 극작품은 마쓰이 슈(松井周) <지하실>기타무라 소(北村想)호기우타(寿歌). 공연 장소는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이다. 낭독 공연은 어제 금요일에 시작되었고, 첫 공연작은 <지하실>이었다.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연속으로 연차를 쓰지 못하는 바람에 금요일에 상연된 <지하실>을 보지 못했다.

 















* 윤영선, 윤성호 죽음의 집(책공장 이안재, 2022)




<지하실>을 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의 연출가와 출연 배우 때문이다. <지하실>의 연출가는 윤성호. 작년에 내가 소극장에서 관극한 죽음의 집을 쓴 극작가다. 죽음의 집2007년에 세상을 떠난 극작가 겸 연출가 윤영선의 미완성 희곡이었는데, 윤성호가 완성했다.

















* 나탈리 사로트, 이광호 · 최성연 옮김 아무것도 아닌 일로(지만지드라마, 2023)




<지하실>의 출연진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박세인 배우문가에 배우다. 박세인 배우는 희곡 전문 가게 <인스크립트> 공동 대표. 202312, <인스트립트>에서 역사적인 첫 번째 낭독극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작품은 바로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2인극 아무것도 아닌 일로. 박세인 배우와 문가에 배우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공연의 페어(pair)’로 만났고, 나는 두 배우의 낭독극을 관극했다.


공교롭게도 연희동에서의 <인스크립트>의 삶은 오늘이 마지막이다<인스크립트> 시즌 2는 다음 달부터 혜화동 대학로에서 새롭게 시작된다.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2년마다 대구에서 원로 연극제가 펼쳐진다대구 경북에서 활동하는 원로 연극배우들과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연극 축제다지난주에 이미 첫 연극 작품이 무대에 올랐는데, 경주 출신 극작가 손기호<복사꽃 지면 송화꽃 날리고>지난주 토요일 저녁 공연을 봤다. 

















* [품절] 손기호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연극과인간, 2020)




<복사꽃 날리면 송화꽃 지고>2011년 서울 연극제 대상 수상작이다. 손기호의 희곡집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 수록되어 있다. 이 희곡집에 표제작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가 실려있는데, 세 극작품은 경주를 배경으로 한 경주 3부작으로 알려져 있다. <복사꽃 날리면 송화꽃 지고>는 경주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극 중 인물들은 사투리를 쓴다. <복사꽃 날리면 송화꽃 지고>노부부의 소탈하면서도 정겨운 대화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 배삼식 화전가(민음사, 2020)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셰익스피어 전집 10: 소네트. (민음사, 2016)





원로 연극제두 번째 작품은 배삼식화전가. 6·25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50년 경북 안동의 어느 시골에 환갑을 앞둔 닭실할매김 씨를 위해 두 며느리와 세 자매는 환갑 잔치 대신에 화전놀이를 준비한다. 여인들은 술을 마시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수다를 나눈다화전가는 김 씨의 막내딸 봉이가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소네트 15을 읊으면서 시작된다.








내가 예매한 <화전가> 공연은 오후 3에 시작된다. 이 작품을 다 보고 나면 달서아트센터로 이동해서 저녁 7시에 하는 중국의 고전 잡극(雜劇) <회란기>를 관극한다. <회란기>는 서울시극단 단장 고선웅이 연출했다서울에 가면 볼 수 있는 연극을, 그것도 대구에서 오늘 하루만 하는 연극을 놓친다는 건 연극쟁이로서 어리석은 일이다.

















* 이잠부, 문성재 옮김 회란기(지만지드라마, 2019)

※ 흰색 표지로 된 구판은 2012년에 출간됨, 당시 출판사는 지식을만드는지식





<회란기>원제는 포 대제가 슬기롭게 석회 동그라미로 판결을 내린 이야기라는 뜻의 <포대제지감회란기>(包待制智勘灰闌記). 포 대제는 판관 포청천으로 알려진 포증(包拯)이다. 포청천은 포증의 별명이다. <회란기>의 포 대제는 남편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친자식마저 빼앗기는 위기에 처한 여인을 구제한다


기생 출신의 장해당은 졸부 관리인 마균경의 첩이 된다. 두 사람 사이에 수랑이라는 이름의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다. 반면 마균경의 본처 마 부인은 자식이 없어서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마 부인은 남편 몰래 관청에서 일하는 조 영사(令史)와 바람을 피운다. 두 사람은 마균경을 죽이기로 모의한다.

 

마 부인과 조 영사의 계략에 걸려든 장해당은 간통녀로 오해를 받아 남편에게 학대당한다. 해당은 국 한 사발을 마균경에게 대접하는데, 마 부인은 국에 독약을 몰래 넣었다. 해당은 졸지에 남편을 독살한 과부가 되었고, 마 부인은 남편의 유산과 해당의 아들을 차지하기 위해 송사(訟事)를 신청한다. 마 부인과 조 영사는 송사에 이기기 위해 해당의 출산을 도운 산파들과 관아의 관리들을 매수한다. 궁지에 몰린 해당은 모진 고문을 받게 되고, 고문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거짓 자백을 한다.


해당은 개봉부의 사령(使令)으로 일하는 친오빠를 우연히 만난다. 개봉부는 포 대제가 근무하는 관청이다. 해당의 친오빠는 누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포 대제에게 판결을 의뢰한다. 개봉부에서 다시 만난 장해당과 마 부인. 포 대제는 석회로 바닥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 그 안에 아이를 세우게 한다. ‘하얀 동그라미는 진짜 친엄마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한 장치다.

















* 한국브레히트학회 엮음 브레히트 선집 1, 2, 3(연극과인간, 2015)

※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희곡 선집 3권에 수록됨



 

1924년 독일에 처음으로 번역된 <회란기>의 번안 제목은 하얀 동그라미.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포 대제의 재판 장면을 재해석한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썼다.








오늘 공연 관극을 위해 어젯밤부터 뜬눈으로 한국, 중국, 일본 희곡을 전부 다 읽었다. 이렇게 희곡을 몰아서 읽는 것도 흔치 않다. 게다가 놀라운 사실은 세 편의 희곡을 쓴 극작가와 연극을 만든 연출가 모두 브레히트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지하실>을 번역한 연극 전문 번역가 이홍이2015년에 상연된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번역했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의 연출가 정철원(극단 한울림 대표)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 시절인 2021년에 브레히트의 희곡 <억척 엄마와 그 자식들>을 연출했다.

 

극작가 배삼식의 데뷔작1998<하얀 동그라미>.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각색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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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연극제 대상 기념 앵콜 공연

<평화>

 

연극 저항집단 백치들

원작: 아리스토파네스

연출, 창안: 이상명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2025년 2월 1일 토요일 저녁 7시






플라톤(Plato)의 대화편 향연소크라테스(Socrates)와 그의 친구들이 술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다.


















* 플라톤, 강철웅 옮김 향연(아카넷, 2020)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2년 차]

* 플라톤, 천병희 옮김 플라톤 전집 1: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도서출판 숲, 2017)





술 잔치에 참석한 아리스토데모스(Aristodemus)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다. 날이 밝아오는 무렵에 잠에서 깨어난 그가 본 것은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었다. 요란했던 술 잔치에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소크라테스, 비극 작가 아가톤(Agathon),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였다아리스토데모스의 증언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두 사람 앞에서 비극 작가와 희극 작가는 같은 사람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향연》 223d). 지칠 대로 지친 아가톤과 아리스토파네스는 잠들어버렸고, 소크라테스는 집으로 돌아갔다. 향연은 이렇게 끝이 난다
















* 천병희 그리스 비극의 이해(문예출판사, 2002)




그리스 비극과 희극을 모두 번역한 천병희 교수향연의 결말에 나온 소크라테스의 견해를 비극과 희극을 다 쓸 줄 아는 시인으로 해석했다(그리스 비극의 이해, 16쪽).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아리스토파네스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 (도서 출판 숲, 2013)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 투키디데스천병희 옮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도서출판 숲, 2011)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작품을 현대극으로 다시 만든 <연극 저항집단 백치들>의 평화 희비극이다. 희비극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비극으로 시작해서 희극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희비극의 주인공은 비극적 파탄에 이르게 되지만, 상황이 역전되어 행복을 맞이한다.


작품의 주인공 트리가이오스(Trygaeus, 남우희 분)는 길고 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지쳐 있다. 그는 평화가 오기를 간절히 원한다


[트리가이오스]


평화를 되찾아 무너진 세상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그는 인간 세계의 전쟁을 구경만 하는 신들을 직접 만나 따지기 위해 커다랗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풍뎅이 막시무스(김학수 분, 원작은 쇠똥구리다)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기로 결심한다하지만 트리가이오스의 하인(이영찬, 강민주 분)은 그가 미쳤다면서 비웃는다.


트리가이오스는 하늘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곳에 남아 있는 유일한 신은 헤르메스(Hermes, 유지원 분)제우스(Zeus)와 다른 신들은 전쟁이 싫어서 다른 곳에 가버렸고, 전쟁(정성태 분)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전쟁이 절구통에 모든 나라를 넣고 절굿공이로 빻으면 전쟁이 일어난다. 전쟁을 따르는 두 명의 부하 혼란이(전소영 분)’절망이(성창제 분)’는 절굿공이를 들고 다닌다. 기세등등한 전쟁패거리는 평화(이연주 분)’를 구덩이에 가둔다.


트리가이오스는 평화를 구출하기 위해 헤르메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신들에게 전쟁의 위험성과 평화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전쟁을 피해 멀리 떨어져 살아온 신들(최예나, 이영찬, 강민주 분)은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남의 일이라는 이유로 외면한다. 트리가이오스는 전쟁을 방관하는 신들의 태도에 절망하지만, 다행히 평화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행복한 희극이다. 그러나 연극 평화는 희극에 가려진 현실적인 비극을 보여준다. 원작처럼 희극을 끝날 뻔한 작품이 비극으로 전환된다.


소녀(김강원 분)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인물이다. 소녀는 관객들에게 평범한 일상과 자신의 꿈을 무너뜨린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들려준다

 

 


[소녀]


당신을 알까? 당신처럼 하루를 보내고 싶다. 꿈꾸고 싶다.”

 


소녀는 원작에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소녀는 전쟁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어린이다. 소녀의 독백은 우리가 잊기 쉬운 진짜 비극이다. 원작 평화는 전쟁에 지친 어른이 평화를 찾는 이야기라면연극 평화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느낀 전쟁과 평화 이야기다.


 <백치들>은 2023년에 청소년극 햄스터 살인사건(원작 허선혜연출 이성재)를 만들었으며올해에도 청소년극을 선보일 예정이다그리고 작년에 극단은 지역을 순회하면서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연극 공연 프로그램인 신나는 예술 여행을 진행했다연극 평화는 어린이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아동극이자 청소년극이다그리고 자녀에게 평화의 가치를 가르쳐주고 싶은 부모들이 보면 좋은 작품이다연극 평화는 극단 <백치들>이 꾸준히 만들어 온 연극관(演劇觀)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다.


연극 평화는 결말이 없다. 비극과 희극이 공존한다크림반도와 가자 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아이러니하게도 비극(전쟁)과 희극(평화)을 만들 줄 아는 작가가 인간이다. 그러나 연극은 비관적이지 않다. 인간은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고생하다가 끝내 희망을 찾게 되는 희비극적인 존재다연극은 전쟁광들이 만드는 비극이 계속되어도, 평화라는 희극을 다 함께만드는 일을 절대로 멈추지 말자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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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희극을 만났다. 오늘 저녁, 단 하루만 공연되는 연극을 보기 전에 원작을 읽고 싶었다올해 첫 번째로 관람하는 연극은 아리스토파네스 원작의 평화.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아리스토파네스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 (도서 출판 숲, 2013)


아리스토파네스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2》 (도서 출판 숲, 2013)





평화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1에 있다. 이 작품을 2023년에 읽었다. 당시 나는 대명 공연 거리에 있는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의 정회원이었다.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권은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였다. 대명 공연 거리는 계명대학교 대명동 캠퍼스 근처에 있다. 이곳에 여러 개의 소극장이 모여 있고, 극단들이 공연을 하거나 공연 연습을 한다.







평화를 만들어 무대에 올린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줄여서 백치들’)은 대명 공연 거리에 활동하는 극단 중 하나다.






 







 

 





* [절판] 히라타 오리자성기웅 옮김 도쿄 노트》 (현암사, 2013)

[절판] 히라타 오리자성기웅 옮김 과학하는 마음》 (현암사, 2013)

히라타 오리자성기웅 옮김 서울 시민》 (현암사, 2013)





내가 처음으로 본 <백치들> 연극 작품은 일본의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연극 원작은 히라타 오리자 희곡집 2권인 과학하는 마음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이 절판되어서 도서관에 빌려서 읽었다. 희곡집 1도쿄 노트, 3서울 시민은 구매했는데, 오늘 1권이 절판된 사실을 확인했다.


공연 날짜는 202311월 말이었다. 연극은 낭독극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극 중 인물들은 시골에서 기생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다. 그들의 대화 중간에 생소한 기생충 이름이 언급된다이 작품을 만든 원작자와 연출가는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관객들이 마음껏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재미있게 봤다

















* 김슬기, 이오진, 허선혜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제철소, 2017)




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가 끝난 후에 <백치들>이 선보인 다음 작품은 청소년극 햄스터 살인 사건(허선혜 원작이성재 연출)이었다. 10분의 중간 휴식(인터미션)이 주어졌고이어서 햄스터 살인 사건』 공연이 시작되었다이 작품도 낭독극으로 진행되었다. 연극 원작은 청소년극 선집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에 수록되어 있다



















* 이오진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제철소, 2023)




이 희곡 선집에 이오진 극작가의 청소년극 두 편도 있다. 이오진은 페미니스트 극작가 모임 <호랑이 기운> 소속 연출가이기도 하다. 2023년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공연 부문)을 받았으며 그해 말에 본인의 첫 희곡집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를 발표했다.







연극 감상문을 작성하면 알라딘 블로그와 개인 인스타그램에 공개한다. 그런데 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감상문은 블로그에만 공개했다. 글을 공개한 지 열흘이 지난 후에 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를 만든 이상명 연출가가 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어떻게 이런 조용한 곳을 알고 찾아오셨는지 정말 신기했고 감사했다.


작년에도 <백치들> 공연 작품들을 봤는데, 이상하게도 불운한 일들(?)이 일어났다. 20244월에 처음으로 선보인 평화평일 공연이라서 예매하지 못했다. 7월에 평화두 번째 공연 날이 토요일로 정해졌는데, 공연하는 지역은 대구가 아니라 경기도 용인이었다. 두 번째 공연 역시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 [절판] 정의신 정의신 희곡집(연극과인간, 2007)




햄스터 살인 사건이성재 연출가<검은 머리 해적단>이라는 극단을 만들었다. 신진 극단의 첫 연극 작품은 재일교포 출신 극작가 정의신의 20세기 소년 소녀 창가집이었다. 나의 연차 휴가 날짜와 공연 날짜가 겹친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예매했다. 20세기 소년 소녀 창가집이 수록된 정의신 희곡집은 절판된 책인 데다가 도서관에 없는 책이다. 다행히 대구의 어느 도서관 딱 한 군데에 이 책이 있었다. 다가오는 휴가를 기다리면서 희곡을 읽었다.

 

그런데 휴가 하루 전날에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이 나에게 자신의 휴가 날짜와 바꾸자고 제안했다. 동료 직원의 휴가는 다음 주 목, 금요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족상을 당했고, 동료 직원은 장례식 준비를 위해 부득이하게 휴가를 바로 써야 했다. 내가 일하는 공장의 연차 휴가 규정에 따르면 하루에 쉴 수 있는 직원은 세 명이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직원이 이미 휴가가 확정되었기에 동료 직원은 연차를 쓸 수 없다. 하루에 직원 네 명은 쉴 수 없는 것이다. 작업반장은 내게 다가와서 동료 직원을 위해서 양보해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내 휴가는 다음 주로 미뤄졌고, 20세기 소년 소녀 창가집예매를 취소했다공연 전날에 취소한 것이라서 관람료 전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 레오노르 콩피노, 임혜경 옮김 벨기에 물고기(지만지드라마, 2019)


* 이혜빈 지금도 가슴 설렌다(걷는사람, 2018)




예매 취소 이후에 이상명 연출가의 연극 결혼벨기에 물고기를 봤다. 결혼이혜빈 극작가의 작품인데, 원작은 텍스트로 출판되지 않았다. 텍스트로 된 원작 없이 연극을 보면 감상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소득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지만, 이혜빈 극작가의 다른 극작품 지금도 가슴 설렌다희곡 가게 <인스크립트>에서 구매했다








벨기에 물고기서평은 썼지만, 연극 감상문은 쓰지 못한 희곡이다. 원작의 재미를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원작에 없는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원작에 잘 녹아들었다. 글쓰기를 미루는 바람에 감상문을 쓰지 못했다잘 만든 연극을 감상문으로 소개하지 못한 것 또한 불행한 일이다.






 













* 아리스토파네스, 이희원 옮김 리시스트라타(지만지드마라, 2024)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리시스트라타는 희극 전집 2권에 있다.





올해 공연될 예정인 <백치들> 작품들이 공개되었는데, 9월 공연작이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가 있다. 이상명 연출가의 작품이다. 아테네 여성들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쟁에 참전한 남편과의 성관계를 거부하는, 일명 (sex) 파업을 그린 작품이다인물들의 대사 곳곳에 성적 표현들이 나오는, 가장 오래된 섹스 코미디다. 이 작품도 재미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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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희곡

멀리서 보면 연극


No. 8









6회 실험극 페스티벌 in 골목 실험 극장 작가 시대

(1018~113)


<갈망>

 

창작19(일구다) & 살판협동조합

· 연출 강현욱

공연 장소: 골목 실험 극장

 

20241019일 오후 7시 공연 관람

 





열쇠가 없어서 열 수 없는 술병 진열대탄탈로스(Tantalus)’라고 한다. 탄탈로스는 그림의 떡과 비슷한 뜻의 관용어다. 열쇠를 잃어버린 술병 진열대의 주인도 탄탈로스로 변한다. 그는 진열대에 보관된 술을 꺼내서 마실 수 없다. 탄탈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다. 그는 신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술을 훔친 죄로 지옥에서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눈앞에 음식과 물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탄탈로스의 마른 입술이 음식과 물에 닿으려고 하면, 음식과 물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리거나 사라진다. 탄탈로스는 영원히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린다.








6회 실험극 페스티벌 첫 번째 참가작 <갈망> 탄탈로스의 기갈(飢渴)’과 같이 만남과 대화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인간관계를 음악, , 오브제(무대 소품)로 표현한 작품이다극은 드럼(연주 김재영)과 베이스(연주 강현욱, <갈망> 창작자 겸 연출가)에서 흘러나오는 사이키델릭(Psychedelic)풍 음악이 흐르면서 시작된다. 음악에 맞춰 무용수(하서정)가 춤을 춘다여자(양지선 분)는 우연히 만난 남자(도윤호 분)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녀는 남자와 매일 만나면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질수록 여자의 방에 남자와 관련된 물건이 하나둘씩 놓인다여자의 방은 한 남자를 위한 갤러리가 된다(이 작품의 다른 제목이 <누구의 갤러리_갈망>이다).


극은 남자와 여자가 남남에서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단순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남자는 무대 위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두 개의 텔레비전 화면에만 나온다. 여자는 텔레비전에 갇힌 남자와 대화한다. 이때 텔레비전 한 대에 남자가 말하는 영상이 나오고, 다른 텔레비전 화면은 ‘의문의 영상을 보여준다얼굴이 아닌 여성의 상체를 클로즈업한 영상남자의 말 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하얀 가면을 쓴 수수께끼 인물의 얼굴도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데,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거짓으로 꾸민 자아로 해석할 수 있다두 사람은 인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불길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갈망>에 묘사된 대화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애초부터 어긋난 채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여자의 방에 놓인 남자의 물품 중 하나인 피노키오 인형진실하지 않은 감정 또는 중독에 가까운 성적 욕망을 상징한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수록 그의 코는 커진다. 대화를 많이 해도, 남자가 여자의 방에 자주 들어와 몸으로 섹슈얼한 대화를 해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잘 모른다. 상대방을 알고 싶어서 자주 만나고 대화를 시도해 보지만, 그들은 만족하지 못한다반복된 만남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텅텅 비어 있고, 친밀감은 서늘하다.


극 중간에 관객들에게 간식과 음료를 주는 퍼포먼스가 있다. 관객들에게 제공한 음료 중에 도 있다(이 공연은 만 19세 이상 관객만 볼 수 있다). 아주 짧으면서도 달콤한 인터미션(intermission, 쉬는 시간)일 수 있겠지만, 간식과 음료에 입을 댄 관객들도 무대 밖에 있는 배우가 된다. 몇몇 관객이 간식을 먹은 후에 배가 고프군,’ ‘간식 하나 더 먹고 싶은데라고 느꼈을 수 있다. 그런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생리적인 갈망이다. 갈망의 형태는 다양하. 어떤 사람은 물질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가지며 어떤 이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했는데도 계속 성공하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인간관계가 지속되기를 갈망하는 이들도 있다하지만 갈망이 너무 커지면 원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갈망>은 관객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인간은 지옥에 가지 않고도 탄탈로스가 될 수 있다자꾸만 갈망을 부추기는 이 세상이야말로 지옥이다.







<Trivia>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연출가가 긴 글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었다. 글 위에 아래의 시를 읽어주세요라는 지시문이 있다. 시는 사라 케인(Sarah Kane)<갈망>(crave)이다. 여기서 케인의 글이 시로 소개되어 있지만, 사라 케인은 시인이 아니다. 영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다.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럴드 핀터(Harold Pinter)의 극찬을 받은 동시에, 파격적인 표현과 연출을 선보여서 논란을 일으킨 극작가다. 케인은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총 다섯 편의 희곡과 영화 한 편을 남긴 채 1999년에 자살했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28세였다. <갈망>1998년에 초연된 케인의 단막극이다. 종이에 적힌 케인의 글은 <갈망>에 나오는 ‘A’라는 인물의 독백 대사다. 사라 케인 원작의 <갈망>2012년 우리나라에 초연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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