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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기생충 - 엽기의학탐정소설
서민 지음 / 청년의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만약 세기의 명탐정들을 한 자리에 불러들여 ‘탐정 어벤저스’를 만들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일단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는 빠지면 안 된다. 탐정 어벤저스에 초대하면, 겉으론 귀찮다고 츤츤거리면서도(퉁명스러운 태도) 자신을 불러주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하지 싶다. 그다음 추천 인물은 에도가와 코난. 명석한 추리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무기 아이템(신발)까지 갖추고 있어서 든든하다. 증인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진술할 수 있도록 ‘회색 뇌세포’ 에르큘 포와로(Hercule Poirot)가 있어야 한다.

 

 

 

 

 

탐정 어벤서스 일원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바로 ‘기생충 탐정’ 마태수다. 마태수가 누구냐고? 원래 이름은 ‘마태우스’였다.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의 약자이다. ‘마태수’는 개명한 이름이다. 그는 해로운 기생충에 위협받는 인간들을 돕고, 인간에 이로운 기생충과의 공존을 꿈꾸는 ‘우리들의 탐정’이다. 나는 마태수를 탐정 어벤저스 가입에 강력히 추천한다!

 

 

 

 

 

《대통령과 기생충》은 최초이자 마지막인 ‘엽기의학탐정소설’이다. 이 특이이한 장르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기생충을 소재로 한 탐정소설이다. 2001년 서민 교수가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소설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추천사를 남겼다. 그의 추천사 마지막 문장 한 줄이 강렬하다.

 

“2백여 년 전 파블로 선생의 곤충기 이후, 최고의 ‘엽기생물문학’이 되겠다.”

 

김어준은 책이 재미있게 보이려고 추천사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 ‘엽기’라는 단어만 보고 책을 오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엽기’가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로 알려져서 그렇지, 《대통령과 기생충》을 실제로 읽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엽기’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민 교수의 발상은 ‘상상력’에 가깝다. 엽기의 진짜 매력은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상력에 있다. 《대통령과 기생충》은 기생충에 관한 상상력의 기록이다.

 

 

 

 

소설에서 기생충은 인간을 괴롭히고, 심지어 인간 목숨까지 노릴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얼핏 보기에도 독자의 속을 불편하게 하는 묘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기생충에 대한 묘사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 위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졌다. 서 교수의 상상력은 아주 건전하며, 절로 웃음이 나온다.

 

마태수는 정의로운 ‘기생충 탐정’이다. 그리고 자칭 ‘비뇨생식기 전문 탐정’이다. 기생충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는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기생충 전도사’가 된다. 기생충의 실체를 잘 모르거나 ‘기생충은 사라져야 할 해로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기생충 세계의 진실을 알려준다. 《소설 마태우스》의 주인공 ‘형사 마태우스’와 ‘기생충 탐정 마태수’, 이 두 사람을 비교해보면 《대통령과 기생충》이 《소설 마태우스》보다 작품성이 한층 더 향상된 소설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형사 마태우스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황당무계하다. 그리고 엽기적인 실수 연발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다. 이러한 설정에 억지웃음을 유발하려는 듯한 초보 작가의 안간힘이 느껴진다. 《소설 마태우스》는 ‘초보 작가’의 어설픈 면이 확연히 드러낸 작품이다. 반면 《대통령과 기생충》의 마태수는 사건 해결에 진지하게 임하며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대통령과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게 남아있는 심각한 병폐를 풍자한다. 자신의 몸과 생명에 자해하는 병역기피자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고(『입영 전야』), 정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야생동물마저 먹는 남자들의 욕심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고환이 흔들리고 있다』).

 

 

 

 

 

『신찬섭을 죽여라』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 슬립(Time slip)형 소설이다. 마태수가 유신 체제 시절로 돌아가서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가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타임 슬립 수사물’과 비슷하다. 『대통령과 기생충』은 재미를 떠나서 기생충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저자의 진실한 메시지가 함축된 소설이다. 여기서 마태수는 ‘기생충학자 서민’의 오너캐로 등장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대통령 이름이 ‘노주현’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어느 대통령을 패러디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주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근엄함을 잊고, 기생충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는다. 그의 모습을 보면 평소에 친근하면서도 성격이 소탈한 실제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그분이 지금도 살아계셔서 이 책을 보셨으면, 불쾌한 표정을 짓기보다는 재미있어서 웃었을 것이다.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곧잘 벌이는 악당들은 어쩌면 기생충의 지배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채찍을 휘두르는 선생님』 129쪽)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민간인’ 박근혜는 청와대에 머물고 있다. 오늘도 청와대에 당장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와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순순히 물러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구질구질하다. 4년간 박근혜가 보여준 행적은 국민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다.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고도 무감한 반응,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태도. 그녀는 ‘최순실’이라는 악랄한 기생충에 지배받았고, 이로 인해 그녀 인생뿐만 아니라 나라가 크게 휘청거렸다. 사익을 누릴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만 바라봤던 박근혜의 성격상 ‘기생충학’이 무얼 연구하는지 그리고 기생충학 연구가 계속 진행해야 할 이유를 잘 모를 것이다. 누가 되든 간에 차기 대통령은 기생충학 연구자들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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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3-1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좋네요. 이달의 당선작으로 추천합니다. 시의적절합니다.
나가라는데도 안 나가고 방콕하는 것을 보면

친박의 여왕에서 숙박의 여왕으로 노선을 갈아타시려는 듯 ! 아이고야, 천박하다.. 참말로.

cyrus 2017-03-11 23:43   좋아요 0 | URL
숙박근혜, 천박근혜.. 근혜는 별명이 참 많아요. ‘별명의 여왕‘입니다. ^^;;

stella.K 2017-03-1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츤츤거리다란 말이 있구나.
괜찮은 말이네.ㅎ

알라딘 초기 때 마태우스님을 알게되고 보내주신 책인데
어디엔가 잘 보관중인데 꺼내보고 싶어지네.
정말 마태님은 엉뚱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신 분이야.
요즘 다시 TV에서 뵐 수가 있는데
정통 시사 프로그램까지 접수하셨잖니.
특유의 겸손한 유머는 여전하고.ㅋㅋ

cyrus 2017-03-11 23:46   좋아요 0 | URL
겉으로 무정하지만, 내심 잘 챙겨주는 사람을 ‘츤데레‘라고 해요. 그런데 ‘츤츤‘이라는 말이 일본어라서 자주 쓰고 싶진 않아요.. ㅎㅎㅎ

《대통령과 기생충》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마태우스님이 소설을 다시 쓰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

2017-03-11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1 23:47   좋아요 0 | URL
박씨 부녀 주변에 달라붙어 권력에 기생한 사람들도 많아요. ^^;;

2017-03-12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2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3-1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일러스트가 장난이 아니네요 :>

시민 교수님 칼럼을 즐겨 읽고 있는데
예전에 나온 책들 다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7-03-15 17:30   좋아요 0 | URL
‘엽기’를 강조하려고 일러스트를 저렇게 만든 것이 아닌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
 

 

 

 

 

 

 

 

 

 

 

 

 

 

 

 

 

 

 

 

 

 

 

 

 

 

 

 

 

 

 

2016년 1월 12일 《소설 마태우스》 구입

2016년 5월 초순 《닳지 않는 칫솔》 구입

 2017년 3월 1일 《대통령과 기생충》 구입

 

 

 

 

* [마침내 잠에서 깨어난 저주의 소설] (2016년 1월 14일 작성)

 

* [서민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2016년 1월 15일 작성, 《소설 마태우스》 리뷰)

 

* [닳지 않는 서민] (2016년 5월 12일 작성, 《닳지 않는 칫솔》 리뷰)

 

 

 

 

 

《대통령과 기생충》 리뷰는 오늘 오후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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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7-03-11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갑자기 왜이러십니까ㅠㅠ 제가 잘 하겠습니다 ㅠㅠ 부디 선처를...

cyrus 2017-03-11 14:55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의 소설은 다시 나올 수 없는 겁니까? 《대통령과 기생충》은 좋았습니다. 이 재미있는 책이 절판돼서 아쉽습니다.. ^^;;
 
닳지 않는 칫솔
서민 지음 / 장문산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2016년은 특별하다. 2016년은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이다. 다시 한 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난 《돈 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근대문학의 문을 열어젖힌 두 거장을 향한 관심의 열기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우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2016년은 ‘우리의 스타’가 이 세상에 등장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의 스타’가 누구냐고? ‘마침내 태어난 우리의 스타’를 잊으셨는가? 슬프다.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으로 위대한 작가를 모르시다니. 이제부터 1996년 9월 15일을 기억하시라. 엄청난 소설이 나왔던 날이다.

 

 

 

 

 

《소설 마태우스》. 이 소설은 놀라운 힘을 가졌다. 《소설 마태우스》 3대 의혹을 아시는가. 그중 하나가 《소설 마태우스》의 저주와 관련되어 있다. 《소설 마태우스》를 읽은 사람 대부분 서민 교수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서민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소설 마태우스》의 실패, 원인을 알 수 없는 인간관계 단절, 스타를 알아보지 않는 사회에 대한 실망감. 저주 같은 나날을 보내면서 인생의 쓴맛을 본 서민 교수는 《소설 마태우스》 2권을 출간하기로 한다. 아들의 글쓰기를 응원했던 어머니가 극구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 교수는 재기를 노린다. 이때 나온 책이 바로 ‘삐삐소설’ 두 번째 이야기로 알려진 《닳지 않는 칫솔》이다.

 

 

 

 

 

 

 

 

 

《닳지 않는 칫솔》은 《소설 마태우스》보다 구하기 힘들다. 서민 교수는 《소설 마태우스》가 자신의 아들이면, 《닳지 않는 칫솔》은 둘째 아들이라고 말했다. 서민 교수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아들을 직접 만나고 싶은 독자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들을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면서 숨기려고 한다. 《닳지 않는 칫솔》은 형과 닮았다. 작가의 경험담, 재미있는 이야기, 사회 현상을 소재로 한 칼럼 그리고 소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전작보다 못한 후속작’의 저주를 《닳지 않는 칫솔》도 피하지 못했다. 《닳지 않는 칫솔》은 형보다 못한 아우다.

 

서민 교수는 소설 창작에 대한 쓰라린 실패가 두려웠던 것일까? 《닳지 않는 칫솔》에 수록된 소설의 수가 많지 않다. 고작 네 편에 불과하다. 썰렁한 개그로 무장한 ‘형사 마태우스’가 등장하는 소설도 없다. 《소설 마태우스》 2권답지 않다. 《닳지 않는 칫솔》에 삐삐소설 두 편(‘성탄절 밤의 고등어’, ‘외다리 정육점의 비밀’), 가상소설(‘올챙이의 꿈’), 음모소설(‘호랑이는 무얼 알고 있었을까?’) 한 편씩 수록되었다. 그래도 가상소설 「올챙이의 꿈」은 읽어볼 만하다. 무정자증 남자들이 증가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공상과학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정자무(精子無)’다. 정자무의 아내 이름은 ‘난소유(卵巢有)’다. 마태우스는 무정자증 치료법을 개발한 박사로 언급된다. 서민 교수는 세계 최초로 정자를 소재로 한 소설을 썼다. 소재가 황당하지만, 「올챙이의 꿈」은 남성 불임 환자가 급증하는 사회를 예언한 소설이다.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늦은 결혼과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30대 후반 남성 불임 치료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출산율이 하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무정자증 환자 급증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26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1996년 베스트셀러였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패러디한 것이다. 그런데 26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모은 편집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단 글 읽는 재미가 떨어진다. 서민 교수의 글은 간결한 분량을 유지하면서, 재치 있는 유머가 독자 앞에서 번쩍 드러날 때가 매력이 있다. 어떤 이야기는 재미있다가도, 그 다음에 나온 이야기가 생각보다 재미없을 때가 있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26가지 이야기」는 ‘재미’와 ‘노잼’을 반복하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빵 터지면서 웃다가도 진지한 내용의 글이 나오면 웃음이 싹 사라진다. 이렇다 보니 독자는 작가가 무얼 말하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책의 정체에 혼란스러워한다. 《닮지 않는 칫솔》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서민 교수는 책의 관심을 끌려고 ‘닳지 않는 칫솔’이라는 특이한 제목을 정했다고 밝혔다. 원래 제목은 ‘눈 비비다 눈 빠진 사나이’였다고 한다. ‘닳지 않는 칫솔’도 범상치 않은 제목인데, ‘눈 비비다 눈 빠진 사나이’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아무튼, 그의 의도는 성공했다. ‘닳지 않는 칫솔’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목이다. ‘닳지 않는 칫솔’의 정체가 궁금해서 이 책을 고르는 독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책의 내용에 실망한 독자가 많았다.

 

 

 

 

 

서민 교수의 글은 재미있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기생충, 더러운 화장실 내부, 방귀 등 우리가 평소 불결하게 생각하는 대상을 소재로 쓴 글이 있다. 서민 교수는 《닮지 않는 칫솔》에 ‘유령선’이라는 삐삐소설을 실을 생각이었다. 이 소설 내용 역시 독특하다. 사람이 벽을 본 채 가부좌를 튼다. 침을 몇 시간 동안 모은 뒤에 한꺼번에 삼켜 배고픔을 잊는다는 설정이다. 침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독자가 있을까 봐 아쉽게도 책에 수록되지 못했다. 서민 교수는 침과 방귀로 소재로 한 이야기를 저급 유머로 여기는 교양주의의 ‘꼰대’를 지적한다. 그의 저항심에 동의한다. 저급 유머에 눈살 찌푸리는 사람 중에 과연 내실이 청결한 이가 얼마나 될까? 여전히 우리는 편협하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대상을 판단한다. 기생충을 더럽기만 하고,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로 생각한다.

 

 

 

 

 

‘닳지 않는 칫솔’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칫솔이 뭔지 알 것 같다. ‘닳지 않는 칫솔’은 서민이다. 두 명의 아들이 쫄딱 망한 이후로 서민 교수는 긴 세월 동안 글쓰기 훈련에 매진했다. 어려운 세파에 시달렸어도 그의 마음은 약해지지 않았다. 집념과 끊임없는 노력의 세월 끝에 서민은 마침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서민은 닳지 않은 인간이었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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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6-05-1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책사냥꾼의 탄생이네요.

cyrus 2016-05-13 16:24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입니다. ^^;;

stella.K 2016-05-1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글 보는 순간 마태우스님 TV 특강 때 나와 하신 말씀이 생각나
한참 웃었다.
와, 근데 넌 어떻게 이 책을 손에 넣었냐? 부럽다!!!

cyrus 2016-05-13 16:25   좋아요 0 | URL
이 책 찾느라 매일 헌책방 사이트를 접속했어요. ^^

2016-05-12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13 16:28   좋아요 0 | URL
교수님이 대구에 강연하러 오셨을 때 뵌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소설 마태우스>를 들고 와서 사인도 받았습니다. 제가 교수님의 책의 어설픈 점을 지적했지만, 오히려 그게 이 책의 매력이었어요. 진짜 서민 교수님은 마음이 순수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마태우스 2016-05-13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cyrus님....제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시다니 ㅠㅠ 근데 전 갠적으로 이 책이 마태우스보다 좀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cyrus님은 다르게 생각하시는군요 하기야 뭐, 도토리 키재기죠 하하하하. 더 낫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덜 한심하다, 이런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걸요. 근데 이 글이 좋아요가 20개나 되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보겠군요 ㅠㅠ 으으.... 역시 바르게 살아야 하는가봐요

cyrus 2016-05-13 16:34   좋아요 1 | URL
저는 형사 마태우스가 나오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닳지 않는 칫솔>에도 나올 줄 알았는데, 마태우스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어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교수님 유머에 많이 웃었습니다. 앞으로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5-1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이 귀한 무림기서를 얻으셨군요..이로써 cyrus님의 내공이 일갑자는 더 올라가겠습니다.ㅎㅎ

cyrus 2016-05-13 16:34   좋아요 0 | URL
아직 못 찾은 서민 교수님의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이제 그 책만 찾으면 됩니다. ^^

페크(pek0501) 2016-05-13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누르겠습니다. 열 번 누르고 싶으나 물의를 일으킬 것 같아 한 번만 누르겠습니다.
마태우스 님도, cyrus님도 웃음을 주셨습니다. 웃음은 우리 삶의 활력소지요.
무엇보다 감동을 주셨습니다.

˝두 명의 아들이 쫄딱 망한 이후로 서민 교수는 긴 세월 동안 글쓰기 훈련에 매진했다.˝
- 본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저를 느낍니다. 저도 매진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cyrus 2016-05-13 16:37   좋아요 0 | URL
절판된 서민 교수님의 책을 모든 사람들이 읽지 못한다는 게 아쉽습니다. <소설 마태우스>와 <닳지 않는 칫솔>가 복간되었으면 좋겠어요. 페크님이 매진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페크님이라면 좋은 성과가 올 거라 믿습니다. ^^

yamoo 2016-05-1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사이러스 님이 마태우스 님을 제대로 디스 했네요...아, 정말 신랄한 디스입니다. ㅎㅎ 마태우스 님...어떡해요..^^;;

저도 좋아요를 누를께요. 100번 누르고 싶으나 물의를 일으킬 거 같아 한 번만 눌러써요~~ㅎㅎ

아, 사이러스 님은 도체 이런 책을 잘도 구하신다는! 진짜 <닳지 않는 치솔>은 희귀본인데 말이죠. 더군다나 1000원..OTL

cyrus 2016-05-13 16:39   좋아요 0 | URL
신랄한 디스의 대가 곰발님이 하셔야 더 재미있습니다. ㅎㅎㅎ

운이 좋았어요. 책이 없었으면 저는 진짜 재미없는 인생을 살았을 거예요. ^^

마녀고양이 2016-05-15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저도 TV 특강에서 마태우스님이 이 얘기를 하시길래
엄청 웃었는데. 그리고 경향 신문의 마태우스님 칼럼 읽으셨어요? 캬캬캬.....
그 반어법에 끝까지 머리 굴리며 낄낄 대고, 이후 댓글을 읽으면서 또 낄낄 대고.

참, 매력적인 분들이 많아요, 알라딘 동네는~

cyrus 2016-05-16 16:16   좋아요 0 | URL
칼럼이 나올 때마다 꼬박 챙겨 보고 있습니다. 평범한 소재로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는 게 교수님 칼럼의 매력입니다. ^^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환상문학전집 13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이매진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몸이 아프다며 수술을 여러 번 받는 환자가 있다. 그 환자는 제정신이 아니다. 병원에 입원할 목적으로 거짓말을 물론, 자해까지 일삼는다. 일부러 몸을 다치게 한 후 그것을 구실로 병원에 입원하려는 속셈이다. 없는 병과 상처를 일부러 만들려는 괴이한 행동. 이런 사람은 ‘뮌히하우젠 증후군(Munchhausen syndrome)’과 관련되어 있다. 병적인 거짓말을 일삼지만 매우 그럴듯해 많은 이들이 속기 쉽다. 또한 자기 역시 그 거짓말에 심취한다. 뮌히하우젠 증후군 환자는 가족을 달달 볶는다.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거짓말을 입에 달지 않으면 가시가 돋는 사람. 뻔한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마치 실제 상황처럼 말하는 사람. 뮌히하우젠은 허풍쟁이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졌다. 동화로 소개된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18세기 러시아 군대의 장교로 근무했던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실존 인물 뮌히하우젠 남작은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가 남작을 괴짜 허풍쟁이로 만들었다. 라스페는 악마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에 영국 왕립 학회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을 정도로 똑똑했다. 이런 그가 절도범, 사기꾼이 될 줄 알았을까. 돈이 필요한 라스페는 다시 펜을 잡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 나온 작품이 바로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다. 그러나 라스페가 이 작품의 저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당시 뮌히하우젠 이야기가 독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재였기 때문이다. 라스페가 돈을 벌기 위해서 유행에 편승한 것뿐이다.

 

이야기가 전부 황당하다. 계속 읽어보면 말이 안 나온다. 웃음의 핵심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라스페는 남작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이야기의 진실을 보증해주기 위해 세 명의 서명자가 등장한다. 

 

 

아래 서명자들인 우리들은, 진실로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에 다음 사실을 최대한 엄숙하게 지지합니다. 그 어떤 나라에서 벌어진 것이든 우리의 벗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든 모험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온전한 사실입니다. - 걸리버, 신드바드, 알라딘

 

 

이야기 시작하기에 앞서 벌써 ‘뻥’의 기운이 느껴진다. 어린이용 동화를 본 독자라면 가장 유명하고도 황당한 장면 몇 개를 기억할 것이다.

 

 

 

 

남작은 포탄을 타고 적진 상공을 날아간다든가 하체가 사라진 애마를 타기도 한다. 한 번은 터키군의 포로로 끌려가던 중 곰을 겨냥해 도끼를 던졌는데 이 도끼는 그대로 날아가 달에 꽂혔다. 남작은 빨리 자라기로 유명한 터키 강낭콩을 심었고 콩나무가 쑥쑥 자라 달에 도착하자마자 도끼를 가져왔다. 이 장면 하나로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공상과학소설의 원조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전체적으로 엉망진창인 괴작이다. 이 작품을 순전히 ‘어린이를 위한 모험담’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크게 실망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좋지 않은 묘사가 있다. 문제가 되는 장면 몇 가지를 들어보자. 총알을 두고 사냥을 나간 남작은 대신 버찌씨를 총에 장전해 사슴의 머리 정중앙을 맞혔다. 펄쩍 뛰어 달아난 사슴은 1년 뒤, 머리에 버찌가 주렁주렁 열린 벚나무를 뿔 대신 달고 나타났다. 유달리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들은 이 장면을 보고 따라할 수 있다. 집에 키우는 반려견 머리에 과일나무 씨앗을 심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 다음 일어나게 될 상황은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곰 사냥 이야기는 하체가 잘려나간 말 이야기보다 더 잔인하다. 남작은 부싯돌 두 개로 곰을 사냥했다. 부싯돌 한 개는 곰의 벌어진 입 속으로, 나머지 부싯돌은 곰의 항문 쪽으로 던졌다. 두 개의 부싯돌이 한 번에 부딪히면서 폭발음이 일어났고, 곰의 몸뚱어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남작의 사냥 방식은 잔인한 동물 학대에 가깝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의 ‘두 번째 모험’은 ‘첫 번째 모험’과 비교하면 많이 뒤떨어지는 형편없는 내용이다. ‘첫 번째 모험’까지 마무리 지어야 했었다. 다소 지루하고 억지스러운 장면이 진행된다. 신원 미상의 작가들이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추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뜬금없이 돈 키호테가 등장해서 남작이 가는 길을 막아서기도 한다. 돈 키호테는 남작 일행을 ‘거대한 괴물’로 여기어 공격한다. 뮌히하우젠과 돈 키호테의 만남. 제정신이 아닌 자들이 처음으로 마주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남작은 자신이 만든 허풍의 세계 속에 갇혀 있고, 라 만차의 기사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혔다. 서로 닮은 면이 있는 두 사람을 프랑스의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가 그렸다. 

 

18세기에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식민지 개척을 옹호하는 제국주의적 관점이 슬쩍 드러낸다. 라스페는 자신의 작품에 문학작품 속 인물을 등장시켜 패러디를 시도하고 있지만, 뮌히하우젠을 띄워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심지어 죽은 사람을 조롱하기도 한다. 루소와 볼테르를 뼈와 가죽만 남은 시체로 묘사하여 바알세불(Beelzebub, 사탄)과 동행하는 악령으로 만들어 놓는다. 남작은 그들을 무찔러 버림으로써 영웅이 된다. 라스페는 프랑스 혁명 이전의 구 체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소설 속 뮌히하우젠은 라스페의 ‘오너캐(작가와 작중 주인공의 동일화)’다. 라스페는 젊은 시절 재능을 낭비하고, 악마의 손아귀 속에 놀아나는 바람에 인생이 제대로 꼬였다. 돈을 만져보면서 꼬인 인생을 제대로 풀어보려고 황당한 내용의 소설을 쓰게 됐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인생을 바꿔보려고 조급하게 쓴 사기꾼의 어설픈 소설이다. 당연히 완역본이 축약본보다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축약본보다 못한 최악의 완역본도 있다.  축약본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모험담이었다. 그 즐거운 추억 때문에 완역본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 없길 바란다. 읽어보면 후회한다. 추억은 추억 그대로 남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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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6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07 20:35   좋아요 0 | URL
예전에 꾀병인 척해서 회사를 속이는 사람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은 단순히 일하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프다고 알렸을 겁니다. 그러면 뮌히하우젠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병원 링거 꽂은 손이나 병원 진료 인증하는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현상을 저는 좋게 보지 않아요. 아픈 척해서 남들에게 동정(‘좋아요’) 받으려는 관종들이 있어요.

transient-guest 2016-05-07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계림사 문고 시리즈로 본 기억이 납니다. 저는 영문본을 2-3년 전에 근처 헌책방에서 샀어요. 계산하면서 주인이 `그거 잘 골랐네. 지금 바로 다른 데 팔아도 값을 더 받을 거야`라고 말한 게 생각나네요..ㅎ

cyrus 2016-05-07 20:39   좋아요 0 | URL
이 번역본도 구하기 힘들어요. 2012년에 개인적인 일 때문에 서울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알라딘 종로점에 이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구로 돌아가기 전에 이 책을 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점에 도착하니까 다른 손님이 벌써 책을 샀더군요. 영원히 못 구할 줄 알았는데, 한 달 전에 대구점에서 샀습니다. ^^

영혼을위한삼계탕 2016-05-07 0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육이란것
어른소설을 미화하고
다듬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만들어준 국내출판사.
라스페의 그것 과 닮아있네요^^

cyrus 2016-05-07 20:41   좋아요 1 | URL
웃긴 건 아이들이 순수함과 거리가 먼 행동이나 표현을 하면, 마치 중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여기고 호들갑 떠는 어른들도 있어요. 삼계탕님 말씀을 들으니 예전에 <솔로 강아지> 논란이 생각났어요. ^^
 

 

 

 

 

 

현재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가로와 세로 길이 모두 0.75mm. 22쪽으로 이루어진 책 속에 꽃 그림과 꽃 이름이 인쇄되어 있다. 맨눈으로 책 속의 내용을 볼 수 없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올해 3월에 기네스북 공식 기록보다 더 작은 책이 공개됐다. 러시아의 미니어처 예술가가 만든 러시아 알파벳 책과 러시아 전설 모음집의 크기는 0.07~0.09mm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가장 작은 책이 궁금해서 한국 기록원(KRI)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이 있는지 찾아봤다. 검색창에 가장 작은’, ‘도서를 입력해봤지만, 가장 작은 책기록은 없었다.

 

 

 

 

 

 

 

비공식적이지만 뉴우월드 미니 영한사전은 한국에서 가장 작은 판매용 출판물 혹은 가장 작은 사전이다. 이 영한사전은 30년 전에 나왔다. 놀랍게도 이 미니 사전은 비매품이 아니다. 가격은 250. 1970년대 동전 10원이면 아주 시원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었다. 100원짜리 동전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해 주기도 하였다. 순두부 백반의 가격이 99원 이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발행처는 시사영어사. 영어교육 전문 출판사로 시작하여 어학학원을 운영하는 거대 주식회사로 성장했다. TOEIC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는 시사영어사보다 와이비엠(YBM)’이 더 익숙하다. 1961민영빈(閔泳斌) 회장이 시사영어사를 설립했다. YBM은 민영빈 회장의 영문 머리글자다. 1974년에 뉴우월드학원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학원사업을 시작했고, 1979년에 <시사 엘리트 한영대사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YBM 공식 홈페이지의 회사 연혁을 보면 미니 영한사전에 대한 기록이 없다. 작은 크기의 책을 비매품이 아닌 정식 판매용으로 선보였으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역사적인 출판물일 텐데 조금 늦게 나온 <시사 엘리트 한영대사전>보다 대접을 못 받는 실정이다.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어서 책의 가로세로 길이를 자로 재어보지 않았다. 사전 크기가 내 새끼손가락 크기에 못 미친다. 사전을 펼칠 때 손가락 힘을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 험하게 책을 펼치다가는 책등이 쉽게 망가질 수 있다. 당연히 A부터 Z까지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단어가 수록되었다. 시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맨눈으로 단어와 뜻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크기가 작다는 특징 외에는 보통 사전의 구성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사전은 잘못 만들어진 파본이다. 사전 뒤표지를 펼치면 머리말과 A로 시작하는 첫 장이 나온다. 내용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책의 앞, 뒤표지 도안 상하(上下)가 거꾸로 되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면 위 사진을 보시라. 사진은 Y로 시작하는 단어가 배열된 장을 펼친 상태이다. 사전이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바람에 앞표지 도안이 뒤에 나오고 말았다. 앞표지 도안 상하 위치가 뒤바뀐 채 나왔다. 이 미니 사전은 모든 게 다 거꾸로 되어 만들어졌다. 정말 보기 드문 가장 작은 초판 파본이다.

 

미니 사전은 선물로 받은 것이다. 지난주에 희귀도서 제본을 원하는 분에게 책을 잠시 빌려준 적이 있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남성 B 씨는 내가 예전에 썼던 희귀도서 관련 글을 보고, 메일로 그 책을 양도해달라고 제안했다. 나는 B 씨의 양도 제안을 거부하고, 책을 팔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B 씨는 제본이라도 하고 싶다면서 책을 보내달라고 다시 한 번 제안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책 빌려주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B 씨의 간절한 마음에 우편으로 책을 보냈다. 나는 B 씨의 진실함과 양심을 믿었다. B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이틀 전 그에게 빌려준 책이 집으로 돌아왔다. 고맙게도 B 씨는 상태가 안 좋았던 희귀도서를 튼튼한 상태로 제본해서 돌려줬다. 그리고 소포 봉투 안에 미니 사전이 들어 있었다. 봉투 안을 제대로 안 살펴봤으면 미니 사전이 있는 줄 모르고 쓰레기통에 버릴 뻔했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으로부터 보낸 책 선물을 받아왔지만, 이렇게 가장 작은 책선물은 이번이 처음이다. B 씨는 내 특이한 취향을 어떻게 알았을까. 가장 작고 특이한 선물인 만큼 보관을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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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8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4-09 07:33   좋아요 1 | URL
미니 사전을 만든 이유가 진짜 궁금해요.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치고는 너무 작아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저 사전 느무 귀여운데요...
근데 그 분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책 제목은 뭡니까 ? 무슨 책이관데...

cyrus 2016-04-09 07:38   좋아요 0 | URL
《세계의 요괴도감》이라는 책입니다. 일본에서 만든 요괴도감을 번역한 겁니다. 인쇄가 조악하지만, 오컬트에 관심 많은 분들은 이 책을 구하고 싶어합니다. ^^

singri 2016-04-0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런 책선물 ^^

cyrus 2016-04-09 07:39   좋아요 0 | URL
잊지 못할 특별한 선물입니다. ^^

stella.K 2016-04-0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아, 정말...! 좋겠다.
그런데 네 손이 이렇게 생겼구나. 남자 손 치고 예쁘네.
손톱도 정갈하고.ㅋㅋㅋㅋ

cyrus 2016-04-09 07:41   좋아요 0 | URL
손톱에 때가 잘 껴서... ㅋㅋㅋ  손톱 관리를 세심하게 합니다. 관리라고 해봤자 손톱 깎는 게 전부에요. ^^

해피북 2016-04-0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 손이 이렇개 예뻐도 되나요 ㅋㅋㅋ
이렇게 훈훈한 소식 참 좋네요^^

cyrus 2016-04-09 07:44   좋아요 0 | URL
어제 책을 선물한 분과 전화 통화를 했어요.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듣게 되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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