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 아카넷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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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여러분, 저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지금 제 머릿속에 텅텅 비어 있는 상자들로 가득하답니다. 그 상자의 정체는 ‘무지()’이에요. 이 무지함에 무얼 채워 넣어야 할까요? 저는 책을 삽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 눈동자는 바삐 움직여요. 무지함에 담을 만한 지식을 찾는 거죠. 그 순간 뇌도 분주해요. 눈동자를 통과한 지식을 무지함에 담을 수 있게 깎고, 자르고, 다듬어요.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비어 있는 무지함이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아요. 아무것도 없어서 새까맸던 무지함은 잘 정돈된 지식을 품은 똑똑함()’으로 변하거든요.똑똑함은 빛이 나요. 똑똑함이 많은 사람의 생각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아요.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무지함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똑똑한 사람이 타인을 만나면 제일 먼저 말을 걸어와요. 타인과 대화할 때 똑똑함의 빛으로 상대방의 말을 두드려 봅니다. 똑똑, 가벼운 말 속에 아무것도 없어요. 똑똑, 계속 두드리면 이상한 소리가 나요. 개가 짖는 소리가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 소리를 개소리라고 불러요. 개소리는 무지한 사람의 귀에 잘 들리지 않아요똑똑한 사람은 무지한 사람이 보이면 자신의 빛을 쏘아 대요. 국어사전은 이런 행위를 계몽(enlightenment)’이라고 알려주네요. 우리는 책을 많이 읽으면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누구나 선망하는 똑똑한 빛은 책을 많이 읽은 기업가의 빛일 거예요. 그들의 빛은 재물(財物)이 되니까요.


, 여러분. 여러분에게 질문할게요. 똑똑한 빛의 강도가 세면 좋은 걸까요? 책을 많이 읽으면 우리의 똑똑한 빛은 영원히 화려할까요? 책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찬찬히 검토해 봅시다.


똑똑한 사람은 무지를 경멸해요. 계몽주의자는 무지로 어두운 세상을 원하지 않아요. 본인은 똑똑하다는 자신감은 계몽을 위해 쓰이는 빛의 강도를 높여줘요. 그런데 똑똑하다고 자부했던 사람들이 왜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일까요? 앞서 제가 개소리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말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했어요. 본인의 무지함을 잘 모르는 거죠. 여러분, 똑똑함을 100개든 1,000개든 엄청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도 무지해요. 똑똑하다고 자신만만한 사람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지 못하거든요. 이를 심리학 용어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해요.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크게 부풀려서 상대방에게 보여 주려고 해요. 똑똑함의 빛이 과장되면 그 빛나던 상자는 오만함()’으로 변해요오만함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오만한 빛으로 자신의 생각과 다른 타인을 공격하며 제압하려고 해요. 오만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은 밝아지기는커녕 빛 좋은 개소리가 더 많아집니다. 겉은 화려해도 속은 칙칙한 빛이죠.


여러분, 저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도 항상 무지함 한두 개는 따로 챙겨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의 머릿속에는 똑똑한 상자뿐만 아니라 무지한 상자도 여러 개 있었을 거예요. 소크라테스는 본인은 무지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거든요. 그는 자신이 똑똑한지, 아니면 상대방이 똑똑한지 검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말을 걸었어요. 질문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소크라테스가 익숙하지 않은 아테네인들은 불만이 많았어요. 결국 멜레토스(Meletus)라는 사람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습니다. 아테네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검토 없이 사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소크라테스의 변명38a, 101)’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저는 항상 책을 검토하듯이 읽어요. 한 개의 단어가 눈동자를 지나가다가 걸리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거든요. 이때 저는 생각해요. 책에 적힌 단어의 정의가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단어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었나? 제일 먼저 의심합니다. 책 읽기를 멈추고 단어를 검토해 봅니다. 단어의 정의를 뒷받침해 주는 타당한 근거나 단어의 정의를 다르게 보는 견해를 찾기 위해 책을 또 사고, 또 읽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요리조리 보면서 검토하면 내가 무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만약 검토 없이 책을 읽는 삶을 살았더라면 나의 무지함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거예요.

 

똑똑함에 보관된 싱싱한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요. 삭은 지식은 버려야 해요. 똑똑함 속에 담긴 지식을 검토해야 해요. 그러려면 제일 먼저 내가 똑똑하다는 자신감을 덜어내야 해요. 똑똑함의 빛이 과하면 나의 무지함이 보이지 않아요. 그러면 더닝 크루거 효과와 같은 편견에 빠지게 돼요. 똑똑한 사람이 무조건 지혜로운 건 아니에요. 소크라테스는 무지한 자신이야말로 지혜롭다고 믿었어요. 만약에 자신이 방면되면 숨 쉬고 있고 할 수 있는 한 지혜를 사랑하는 일(29d, 74)’을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라고 포부를 밝혔어요.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은 데카르트(Descartes)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ōgitō ergo sum, 코기토 에르고 숨)’라고 말했어요.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더라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나는 모릅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여러분. 내 삶을 검토하기 위해서 책을 많이 사고, 글 쓰는 일이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저는 제 일이 즐거워요. 그래요, 저는 내년에도 지혜를 사랑할 예정입니다.[주] 저는 모르는 것이 많거든요.





* 函(지닐 함): 옷이나 물건 따위를 넣을 수 있도록 네모지게 만든 통



[] 어제 12월 31일에 서평을 썼다서평 제목은 변윤제의 시 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 마지막 문장 ‘그래요,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패러디했다. 이 시가 실린 시집 제목은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문학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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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01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혜를 사랑하고.
즐겁기때문에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매번 저의 무지함 상자는 1000개가 넘습니다.
더 읽어야겠어요^^

cyrus 2024-01-05 07:41   좋아요 1 | URL
올해는 읽고 쓰는 일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해야겠어요. 작년에 책도 많이 읽고, 공연도 보고,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는데 글로 쓰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저는 무지함도 많고, ‘나태함’도 많아요 ㅎㅎㅎ

서니데이 2024-01-01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오늘부터 2024년입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cyrus 2024-01-05 07:4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페크pek0501 2024-01-01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 반갑네요.
새해에도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cyrus 2024-01-05 07:42   좋아요 1 | URL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필하세요. ^^

은오 2024-01-0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의 읽기 너무 멋지고 존경스럽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정의를 의심하고 검토하고 또 읽고.... 이렇게 해야 사이러스님처럼 서평을 쓸 수 있는 거군요?! 🥹

cyrus 2024-01-05 07:46   좋아요 0 | URL
틀리더라도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보려고 해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지만, 해보면 재미있어요. 내가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책의 저자 또한 실수하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거든요. ^^

새파랑 2024-01-02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는 좀 지혜로워 졌으면 ㅡㅡ 사이러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혜 사랑이 계속되길 바라겠습니다~!!

cyrus 2024-01-05 07:47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꼬마요정 2024-01-02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있어요!! 저는 cyrus 님 글을 보며 제 무지를 깨닫습니다. 게을러서 무지함을 알지만 개선 못하는 저를 또 반성합니다. 존경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24-01-05 07:48   좋아요 1 | URL
저도 게으른 편이라 무지함 다음으로 많은 게 ‘나태함’이에요 ㅎ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얄라알라 2024-01-02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새로운 형식의 리뷰 멋져요! 완전 독창적이고 지성미 뿜뿜! 2024 리뷰 문화를 선도하실 듯한 이 예감!

cyrus 2024-01-05 07:49   좋아요 0 | URL
다양한 형식으로 글을 써보려고 해요. 철학과 과학 같은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주제의 책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답니다.. ^^;;

transient-guest 2024-01-03 0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뭔가를 남기는 독서가 너무 어려워서 그냥 읽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에서 만족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24-01-05 07:50   좋아요 1 | URL
t-guest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tella.K 2024-01-05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엽고 야무지게 썼구만. ㅋ 정말 글을 자꾸 쓰다보면 단어에 집착이 생겨. 내가 지금 이 단어를 잘 쓰고 있는지 단어가 뜻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쓰는지. 하지만 난 너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사지는 않지. 그럼 머리가 아파질 거 같아서. 그냥 무지함에 넣기로하는 거지 뭐. ㅋㅋ

cyrus 2024-01-08 06:39   좋아요 0 | URL
올해는 도서관에 책을 빌려 보기로 했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도서 지출비가 늘어나고 있어서 이제는 줄일 필요가 있어요. ^^;;
 
소크라테스
루이-앙드레 도리옹 지음, 김유석 옮김 / 소요서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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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만약 세상의 모든 철학이 장난감 블록이라면? 모든 철학자가 즐겨 쓴 철학 장난감은 무엇일까? 이 철학 장난감의 원산지는 그리스 아테네. 제조 일자는 기원전 5세기(B.C. 500~401). 제조사는 아리스토클레스(Aristocles)제조사 대표는 체격이 상당히 좋다. 특히 이마와 어깨가 넓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조사 대표를 플라톤(Plato)’이라고 부른다.[주] 플라톤은 철학 장난감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아카데미아(academia)’라는 학교를 세웠다빠르게 변하는 유행의 흐름 속에서도 아테네산 철학 장난감은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철학 장난감의 이름은 소크라테스(Socrates).


소크라테스 장난감의 주 소비층은 아테네 청년들이다아고라(agora)에 가면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청년들을 볼 수 있다철학 장난감이 큰 인기를 얻게 되자, 유사품들이 족족 나오기 시작했다군인이었던 크세노폰(Xenophon)소크라테스 X’를 만들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 회상이라는 철학 장난감 설명서를 썼다







* 루이-앙드레 도리옹, 김유석 옮김 소크라테스(소요서가, 2023)

 

* 플라톤, 강철웅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아카넷, 2020)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2년 차(2024)]

* 플라톤,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도서출판 숲, 2012년 구판)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2023)]

* 아리스토파네스, 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도서출판 숲, 2010)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는 소크라테스 장난감 열풍을 비꼰 구름이라는 작품을 썼다. 그는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당시에 유행하던 또 다른 철학 장난감 소피스트(Sophist)처럼 묘사했다소크라테스 장난감 열풍은 오래 가지 못한다.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고발하는 고소인들이 등장한다. 결국 소크라테스 장난감은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재판에 처했고, 판매 정지 처분을 받는다. 사형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 장난감 재판의 경과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 책이 바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아카데미아를 졸업한 플라톤의 후계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 장난감 제조 방식과 용도를 기억하기 위해 기록했다. 그들은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장난감과 같은 유사품들과 철저히 구분하기 위해 아리스토클레스에서 만든 장난감을 소크라테스 P’라고 붙였다. P는 제조사 대표 이름의 머리글자다. 플라톤의 후계자 중 가장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소크라테스 장난감의 단점을 보완해서 자신의 이름을 붙인 철학 장난감을 만들었다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노력 덕분에 소크라테스 P’는 믿고 쓰는 정품 철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반면 정품이 아닌 소크라테스 장난감은 쓸모없는 짝퉁으로 취급받는다소크라테스 장난감 연구자들은 정품과 짝퉁을 한데 모아 진짜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복원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실제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다시 만들기 위해 고증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른바 소크라테스의 문제에 뛰어들었다어떤 연구자는 플라톤의 생각이 반영된 소크라테스 장난감 또한 정품이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한다. 그들은 짝퉁을 선호한다


고대 철학 장난감을 연구한 루이 앙드레 도리옹(Louis-Andre Dorion)순수한 진품에 가까운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복원하는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의 문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의 저서 소크라테스는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소크라테스 장난감들의 용도와 특징을 꼼꼼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P’,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X’,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구름에 묘사된 소크라테스를 주목한다.


소크라테스한 사람만의 소크라테스’를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얼룩덜룩한 소크라테스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소크라테스 장난감은 한 사람만 소유할 수 없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자가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소크라테스 장난감은 철학자들의 생각 흔적들이 묻어 있어서 지저분하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못생겼다고 생각한다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 장난감 블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립했다그들이 많이 사용할수록 완전한 소크라테스는 점점 희미해진다니체(Nietzsche)플라톤의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망치로 두드려서 잘게 부순 철학자. 그는 소크라테스 장난감에서 나는 도덕 냄새를 매우 싫어했다.


소크라테스의 지저분함에 매력을 느낀 독자라면 다양한 종류의 소크라테스 장난감으로 재미있게 놀아 보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여러 명의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다. 젊은이의 혼을 사랑할 줄 아는 유혹의 대가 소크라테스(플라톤), 성찰의 중요성을 알기 전에 자연 탐구에 관심을 보인 소크라테스(아리스토파네스), 덕의 획득보다 신체를 돌보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 소크라테스(크세노폰)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제 골치 아픈 소크라테스의 문제’는 잊자. 소크라테스가 좋든 싫든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철학 장난감을 만져본 모두가 소크라테스의 사람들이다.





[] 아리스토클레스는 플라톤의 본명이다. 플라톤은 이마 혹은 어깨가 넓다라는 뜻이다.



<cyrus의 주석>

 

책 제일 뒤에 참고문헌 목록국내 자료_고대 문헌국내 자료_2차 문헌이 나온다. 여기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 국내 자료_고대 문헌, 189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김진성 옮김, 이제이북스, 2007.

2007년 번역본은 절판되었고, 2022 서광사에서 재출간되었다.

 

* 국내 자료_2차 문헌, 191

박규철, 소크라테스의 도덕 · 정치철학, 동과서, 2003.

정확한 제목은 플라톤이 본 소크라테스의 도덕 · 정치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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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재밌겠다. 근데 철학책답찮게 좀 얉네. 🤔

cyrus 2024-01-01 10:55   좋아요 0 | URL
분량이 얇다고 가볍게 보지 마세요... ㅎㅎㅎ 이 책에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를 따로 설명한 장이 있는데 꽤 깁니다. ^^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 - 문학적 우정을 찾아서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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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없이는 못 살아 나 혼자서는 못 살아.

헤어져서는 못 살아 떠나가면 못 살아.

 

- 패티 김 그대 없이는 못 살아(1974) 노랫말 -



금속이 단단해지려면 단련 작업을 거쳐야 한다. 불에 달구고 나서 세게 두드리면 된다. 엄청 뜨거운 색을 띤 금속을 차가운 물에 담근다. 이 과정을 담금질이라고 한다. 한 편의 글이 제대로 완성되려면 글의 구성 재료인 글쓴이의 생각이 단련되어야 한다. 생각을 단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박힌 편견이나 거짓 정보를 세게 두드리면서 빼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빼지 못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글이 완성되었다고 해서 다 끝난 건 아니다. 글을 담금질해야 한다. 글쓴이의 주관적 감정이 너무 많이 들어간 글은 매우 뜨겁다. 글이 지나치게 뜨거우면 문장이 녹아내려서 엉성한 비문(非文)으로 변질되거나 논리적 구멍이 생긴다. 이런 글은 물렁물렁하다. 매우 연약해서 잊히기 쉽다. 반면에 완성도가 단단한 글은 독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정확하고 냉철한 지성을 가진 독자는 글 속의 열기를 식혀줄 뿐만 아니라 비문과 논리적 구멍을 잘 찾는다.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글을 쓰면 뜨거워지는 여자와 뜨거운 글을 담금질하는 친구들의 우정을 주목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쓰기와 읽기가 교직 되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여성들의 우정 문학적 우정이라고 부른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뜨거운 글은 자신보다 여섯 살 어린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가 담금질했다. 울프는 맨스필드의 세심한 논평에 감탄하면서도 그녀가 글을 발표하면 자신은 더 뛰어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도 상대방이 쓴 글을 담금질하는 관계를 이어왔다. 울프와 맨스필드, 미드와 베네딕트, 이 네 사람은 글 쓰는 뜨거운 친구를 위해 믿을 만한 독자가 되어주었다. 잘 썼으면 칭찬해 주었고, 물렁물렁해진 글을 두드리는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살아있는 인간끼리 만나야만 우정이 맺어지는 건 아니다. 이미 글을 뜨겁게 쓰면서 살다 간 사람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오직 기록으로만 남은 친구를 직접 만나면서 말을 걸 수 없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은 사람을 깊이 알아가면서 느끼는 친밀감은 어느 한쪽만 치우치는 일방적인 관계로 변하지 않는다. 또한 이런 형태의 우정은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대면하는 경험이 있어야 우정과 친밀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익숙한 생각을 뒤집는다. 아렌트는 자신보다 몇 세대 먼저 태어나고 살다 간 라헬 파른하겐(Rahel Varnhagen)을 절친한 친구라고 소개한다. 아렌트는 자신처럼 유대인 여성으로 살아온 라헬에 친밀감을 느꼈다. 라헬을 만나면서 뜨거워진 아렌트는 친구를 위한 전기(傳記)를 썼다. 이때부터 그녀는 유대인으로서의 자의식을 발견했고, 유대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는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관계가 포근하면 두 사람이 함께 덮은 공감대 이불은 점점 두꺼워진다. 하지만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관계의 적당한 온기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관계의 절대 온도는 없다. 상대방의 단점과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면 공감대 이불은 얇아지고 관계의 온도는 차가워진다. 자신과 반대되는 온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시리거나 얼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믿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생기는 정신적 아픔은 성장통이 될 수 있다. 진실한 우정은 나보다 더 잘 되길 바라는 상대방의 단점이 멋진 장점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두드린다. 이런 좋은 친구를 곁에 두지 못하면 창작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면 글을 쓸 수 없다. 담금질을 거친 문학적 우정은 두 사람의 능력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 끈끈하게 엮인 우정을 먹고 자란 글은 튼튼하다.





cyrus의 주석



* 130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프랑스아 드 페늘롱의 텔레마코스의 모험에 등장하는 멘토르는 남성이다. 오뒷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나가며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 멘토르에게 부탁했고, 멘토르는 기꺼이 텔레마코스의 스승이자 친구가 되었다.

오뒷세이아의 멘토르가 성숙하고 덕망 높은 남성을 상징하는 데 반해, 텔레마코스의 모험에서 멘토르는 다른 존재로 등장한다.[]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텔레마코스를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멘토르로 변신해 텔레마코스와 함께했다는 프랑수아 드 페늘롱의 설정은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스승과 친구의 자리를 왜 그토록 오랫동안 남성들이 차지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가까이에서 아테네가 다가왔는데, 체격과 음성이 멘토르와 흡사한 여신은 그에게 날개 돋친 말을 쏘았다


- 김기영 옮김, 오뒷세이아》 (민음사, 2022년), 

2267~269행, 44쪽 -



[오뒷세이아에 묘사된 멘토르도 미네르바(그리스 신화의 아테네)가 변신한 인물이다.




* 245





제임스 조임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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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2-05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저 ˝조임스˝에서 빵 터짐요~~]

조이긴 조이는 작가네요 증맬루.

cyrus 2023-12-07 06:29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에서 <율리시스> 나왔던데 어제 바로 주문했어요.. ㅎㅎㅎㅎ

stella.K 2023-12-0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글은 혼자선 못 쓰지. 내가 여기에 낙서 같은 글이라도 올리는 건 봐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글치않아도 찜한 책이야. 나중에 혹시 중고샵에 나오면 그때나 사 볼ᆢㅋ

cyrus 2023-12-07 06:30   좋아요 1 | URL
누님과 한 지역에 살았으면 제가 책 빌려주고 싶어요. ^^

그레이스 2023-12-07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오뒷세이아>에서도 아테네가 멘토르로 변신해서 텔레마코스의 여행을 돕는데,,, 프랑스와 드 페늘롱의 특별한 설정이라고 말할만한 변주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cyrus 2023-12-07 07:05   좋아요 1 | URL
<텔레마코스의 모험>이 두 권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오뒷세이아>의 멘토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 ^^

얄라알라 2024-01-0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 고민에 대한 답이 담겨 있어서 그럴까요?
작년말부터 요즘, 최근 읽은 글 중에 가장 쏘옥 쏘옥 마음에 와서 박혔어요.
고맙습니다 cyrus님!!

cyrus 2024-01-08 06:36   좋아요 1 | URL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상대방의 글을 꼼꼼하게 읽는 사람은 많이 없어요. 사실 저 또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 속해 있어서 상대방의 글을 내 글을 보는 만큼 읽진 않아요. 그리고 글쓴이에게 글에 대해서 의견을 내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
 
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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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  ★★★★★  A+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 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 이문세 5집 수록곡 <시를 위한 >(1988) 중에서 -





책은 물건이 아니다. 책은 생명 그 자체다. 최초의 책은 미생물들의 보금자리인 흙으로 빚어져서 만들어졌다.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미생물들은 책의 일부가 되었다. 책은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이야기를 활짝 피우게 하는 토양이다인류는 기름진 책을 펜으로 경작(culture)했고, 책 위에서 자란 교양(culture)을 먹으면서 자라왔다고대 이집트인들은 갈대로 책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 갈대를 파피루스(papyrus)’라고 부른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은 파피루스 밭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건져낸다. 공주는 그 아기를 아들로 삼아 모세(Moses)’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녀는 모세의 목숨만 건지지 않았다. 갓난아기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까지 만들어지게 될 한 편의 이야기까지도 건져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려면 우선 그 이름을 빛나게 해주는 이야기가 남아 있어야 한다. 북간도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청년 윤동주는 가을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헤면서 여러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 그리고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이름까지. 동주가 언급한 소중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멀리 있다. 그렇지만 이네들의 이야기는 동주의 가슴 가까이에 있다. 불행하게도 동주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일찍 눈 감았고 바람이 되었다. 그가 원고지에 띄운 평범한 사람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었다.


갈대 속의 영원책을 애지중지해 온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기리는 책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책들은 아주 연약했고 수명이 짧은 편이었다. 자유로운 독서를 허용하지 않는 권력자에 의해 파손되거나 망각의 시간에 흠뻑 젖어버린 책들은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책들은 제목만 전해질 뿐이다. 책은 죽어서 제목만 남긴다. 다행히 운이 좋으면 내용 일부만 살아남는다. 책을 사랑한 사람들은 단순히 책만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독자로 살지 않았다. 책을 보존하는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들은 책이 사라지면 그 속에 있는 지식과 이야기도 같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집트의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3(Ptolemaeos III)는 책을 매우 좋아했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가지고 싶어 했다. 왕은 자신이 모은 책들을 보관할 수 있는 거대한 건물을 세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왕의 개인 서재는 도서관이 되었다. 하지만 튼튼하게 도서관을 지었어도 연약한 책들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도서관은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책을 사랑하지 않은 권력자는 도서관을 파괴하거나 폐허가 된 도서관을 재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책을 두려워한다. 용감한 독자는 책을 학살하는 권력자의 횡포에 맞서 싸운다. 책을 경작할 때 사용된 펜은 권력에 저항하는 무기가 된다.


알렉산드로스(Alexandros)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Achilles)가 나오는 호메로스(Homer)일리아스를 가장 좋아했다. 이 한 권의 책에 푹 빠져버린 왕은 아킬레우스처럼 영웅담의 주인공이 되길 원했다. 그의 야망은 한 권의 위대한 책이 되는 것이었다책은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류를 영원히 기억되고 완벽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다. 책 덕분에 세상을 살다가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덤으로 들어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이야기가 다 좋을 순 없다. 책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해로운 이야기를 걸러내지 못한다. 부당한 권위를 두 눈 똑바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키는 책은 영원히 덮을 수 없다. 오히려 최악의 세상 한가운데에 펼쳐져 힘차게 펄럭거린다. 반면에 진실을 짓밟고 자유를 억압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책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종이책이 아니다. 못된 권력자와 불한당 앞에서 딸랑거리는 요란한 종(bell/servant)이다.


우리의 몸과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으며 한 편의 글로 기록한다. 내 삶을 기록해야 기억할 수 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갈대 속의 영원은 책을 사랑한 사람들을 잊지 않은 책들, 만인의 사랑을 받는 책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 cyrus의 주석



* 25

 

 세상을 지배하려는 순간이 도래할 즈음,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커다란 선물로 클레오파트라를 현혹하고자 했다. 그는 금이나 보석이나 향연에는 클레오파트라가 눈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야 매일 헤프게 썼으니 말이다. 한번은 술 취한 새벽,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크기의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셔버린 적도 있었다.[주1] 그래서 그는 클레오파트라가 지루한 표정으로 무시하지 않을 만한 선물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비치할 20만 권의 책을 그녀의 발아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주1]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진주 귀걸이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일화는 과장된 전설이다. 식초에 든 진주는 녹긴 하지만, 순식간에 녹지 않는다. 진주가 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설이 사실이라면 클레오파트라는 완전히 녹지 않은 진주를 삼켜야 한다. (참고: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클레오파트라, 진주 숨은 비밀?, 200578일 작성)






* 415



 

 고대의 두루마리가 교체되면서 우리는 시, 연대기, 모험, 허구, 사상의 보물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수 세기 동안 부주의와 망각은 검열이나 광기로 인한 파괴보다 훨씬 많은 책을 파괴해갔다. 그러나 우리는 말의 유산을 구하기 위한 큰 노력을 알고 있다.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없는) 도서관은 소장한 자료를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획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하나하[2] 모두 복사하는 참을성 있는 작업에 착수했다.


[2] 하나하나의 오자. 책 한 권을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 하나하나 읽는 참을성이 있어야 오자 한 개 정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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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16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서사의 꿈이야말로
모든 닝겡들이 희망사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 그리고 보니 이스칸다르
는 자신의 위대한 페르시아
원정을 시로 표현해줄 호메
로스가 같은 이가 없음을
레알 한탄했다는 믿거나 말
거나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stella.K 2023-04-16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책 같다.
그런데 나 자신을 사랑하려면
일기도 써야한다고 생각해. ㅎㅎ
암튼 너의 리뷰도 멋지고
책도 멋질 것 같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면 꼭 읽어봐야겠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Odysseus)는 고향으로 향하는 긴 항해 중에 여러 난관을 통과한다. 우리는 어려운 고비를 난관이라고 말하지만, 이 단어에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뜻도 있다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 12권에 그 유명한 세이렌(Siren) 자매가 등장한다. 세이렌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하는 존재다. 키르케(Kirke)는 오디세우스 일행의 귀향을 돕기 위해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밀랍으로 귀를 막고 재빨리 지나칠 것. 그런데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용맹함을 부추기는 듯한 말도 한다. 그대 자신은 원한다면 (세이렌의 목소리를) 들으세요.”[주] 산전수전 겪은 오디세우스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난관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그는 아내도 자식도 잊어버리게 만든다는 세이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부하들은 귀를 막고 오디세우스 자신은 돛대에 묶은 채 귀를 열어 두도록 했다.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오디세우스의 무모한 행동이 지적 호기심또는 알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에 의해서 발현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목숨을 걸면서까지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거나 낯선 존재를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는 묘한 심리. 그것은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오디세우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오디세우스를 신에게 사랑받는 영웅이 아닌 우리와 어느 정도 비슷한 인간으로 바라보자. 우리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마르지 않는 호기심은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을 몸과 머리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원동력이다. 호기심을 충족하려면 모든 감각을 동원하면서 경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스로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감각의 박물학(작가정신, 2023)




감각의 박물학은 감각을 이용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생일대의 모험을 하면서 살다 간 과거 오디세우스들, 그리고 떠나고 없는 오디세우스들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지구에서 모험을 시작한 현재 오디세우스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쓴 이야기꾼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은 인문학과 과학을 주제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감각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레이더망이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불확실한 세상을 향해 각자만의 레이더망을 내민 채 모험하고 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우리는 난관이 산적한 세상 한가운데에 뛰어든 오디세우스요, 모험가다


후각을 선호하는 오디세우스는 향수에 관심이 많다. 미식가 오디세우스에게 식당은 그들이 꼭 거쳐야 하는 섬이다. 미식가 오디세우스는 섬과 같은 식당을 어디든지 경유한다. 대담한 미식가 오디세우스는 잘못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음식 재료를 맛보고 싶어한다. 심지어 맛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오물처럼 보이는 괴상한 음식까지도 먹는다. 그들에게는 별미가 보물이다
















* 올리버 색스, 장호연 옮김 뮤지코필리아: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알마, 2012)




호메로스가 묘사한 오디세우스의 후예들은 좋은 노래를 듣기 위해 남들보다 귀가 더 크게 여는 모험가다. 우연히 듣게 된 멜로디를 잊지 못하면 그 멜로디가 나오는 곡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더 나아가 그 곡을 부르거나 만든 가수 또는 음악가의 또 다른 곡까지 듣는다. 음악은 쉴 틈이 없는 인생 모험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수많은 오디세우스를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가 말한 대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음악을 사랑하는(Musicophilia) 본능이 있다.

 

감각은 지구에 거주하는 오디세우스들의 동반자다. 하지만 이 동반자에게도 약점이 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때론 엉뚱한 결정을 하도록 유도할 때가 있다(착시, 환청, 기억 왜곡 등). 심하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중독).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감각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 오디세우스가 된 우리는 모든 감각이 열려 있어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을 즐기듯이 모험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모험하지 않는다. 인생 모험의 궁극적 목적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성장하면서 확장하는 라는 존재를 찾기 위한 것이다. 감각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 오뒷세이아1249, 천병희 옮김,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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