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 지만지고전천줄 32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태경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엔 이 때 아닌 비극의 음모가 모두 적혀 있어요. 

만면에 웃음을 띤 인간의 얼굴이 살인의 악행을  

감춰두고 있다니 저는 경악스러울 뿐입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제2막 3장 중에서, 지만지 pp 94 -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잔인한 작품     

 

14번의 살인. 성폭행과 생매장. 신체 절단과 인육 먹기. 

잔혹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런 장면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온다고 한다면 믿어지겠는가?   

1590년대 초반에 쓴 걸로 추정되는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의 하나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무척 거칠고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점 그리고 조지 필이라는 작가와 공동으로 집필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로 인해 <타이터스>의 작품성은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타이터스>는 ‘고매한’ 셰익스피어가 썼다고 보기엔 너무 심한 잔혹한 묘사가 많다보니 T. S. 엘리엇'지금까지 나온 희곡 중 최악' 이라고 악평을 하였으며 '복수 3부작' 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잔인한 복수극' 이라고 평가했다.   

도대체 내용이 얼마나 잔인하길래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박 감독마저도 혀를 내두르는 것일까?  

  

 

  핏빛 복수가 만연한 로마

<타이터스>는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작품 제목은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이다.  

고대 로마는 제국주의 국가처럼 해외 정복을 해온 나라이다. 타이터스 앤트로니커스 장군이 국력신장을 위해 몇 십 년 동안 영토 확장을 하고 개선을 하는 데서 연극은 시작된다.  그 사이에 로마의 두 왕자 새터나이너스와 그의 동생 배셔너스가 서로 왕권 다툼을 하게 되는데 한 명은 자기가 장자니까 황제 계승권을 가져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자유로운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에는 로마의 영웅 타이터스가 왕권 대립에 중재를 하게 됨으로써 새터나이더스와 로마의 새로운 황제에 오르게 된다.  새터나이더스는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있었던 타이터스의 공을 기리기 위해서 그의 딸 러비니아를 자신의 아내로 삼지만 왕권 타툼에 밀린 동생 배셔니스는 자신이야말로 예전부터 러비니아를 사랑하고 있었으며 그녀를 탈취하고 만다.  

러비니아를 둘러썬 두 왕자의 갈등으로 인해 혼전의 양상이 빚어지게 되었지만 황제 새터나이너스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한때 적국이었으나 포로로 잡혀온 고트 족의 여왕 태모라와 결혼하게 된다.   포로이면서 적국의 여왕이 로마 황제와 결혼하게 되는 갑작스런 전개 장면은 수긍이 안 가는 장면이지만 이 때부터 본격적인 복수극 무대의 막이 오르게 된다.

태모라의 마음 속에는 타이터스로 인해 잔혹하게 희생을 당한 자신의 아들들에 대한 분노와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로마에서는 전쟁에 승리하게 되면 그들이 추앙하는 신을 기리거나 전쟁에서 희생된 동료의 원혼을 추모하는 뜻에서 적국의 포로를 희생 제물로 바치는 관습이 있다.  태모라의 아들들은 사지절단을 당하여 희생 제물이 되어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만다.  

로마의 포로에서 한순간으로 로마 제국 황제의 아내가 된 태모라는 이를 기회삼아 타이터스 가문을 복수하기로 마음 먹는다.  

비밀리에 사귀고 있었던 태모라의 인연 무어인 애런도 핏빛으로 물들이게 될 복수의 무대에 동참하게 된다.  태모라의 두 아들은 자신들의 어머니와 같은 복수심으로 배셔니스를 암살하고 러비아니를 사냥터에서 납치하여 강간하고 손도 자르고 일부러 증언을 할 수 없게 혀도 잘라내는 만행을 저지른다.  또한 태모라와 애런이 꾸민 간계에 휘말려 타이터스의 아들 두 명은 배셔니스의 암살과 관련된 모함을 쓰고 죽게 된다. 타이터스도 모함에 연루되어 자신의 손목을 자르게 된다.  

무서운 음모에 휘말려 아들들은 처형당하고 하나뿐인 고귀한 딸은 불구자가 되었다.  그리고 타이터스 자신 역시 한쪽 손목이 사라지게 되어 로마의 영웅에서 한순간에 로마 내에서 치욕적인 인물이 되고 말았다.   가문의 몰락을 두 눈으로 목격한 외팔이 타이터스는 복수의 화살을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한 새터나이너스와 태모라에게 겨낭한다.  작품 초반에는 태모라의 복수가 전개되고 있다면 작품 중, 후반에는 이를 반격하기 위한 타이터스의 복수가 시작된다.  타이터스와 태모라가 펼치는 복수극은 더욱 극단적이면서도 잔인한 결말로 치닫게 된다.   

    

    

  작가의 문학적 미성숙함을 엿볼 수 있는 <타이터스>   

<타이터스>에는 초기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미성숙함을 볼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로마와 고트 족 간의 대립은 역사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지만 1막에서 전개되는 적국의 포로를 신의 제물로 바치는 잔인한 제사 의식 장면은 작품에 드러나는 잔혹한 복수극의 특징을 부각시켜주기 위해서 셰익스피어가 비약적으로 표현한 면이 있다.   그 밖에도 러비니아와 배셔너스의 결혼을 옹호하는 자신의 아들을 고민할 여지 없이 단칼에 베어버리는 아버지 타이터스의 모습은 셰익스피어가 (혹은 공동 저자인 조지 필이) 복수극 장르에 치중한 나머지 지나치게 유혈이 낭자한 장면 설정을 삽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광대가 깜짝 출연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광대의 역할은 비극적이고 암울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코믹하고 해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간혹 사건 전개와 관련된 단초 또는 중요한 요인을 등장인물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타이터스>에서 광대는 4막에서 잠깐 등장하여 새터나이너스와 태모라에게 타이터스 가문이 보낸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훗날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광대의 역할에 비하면 이야기 전개 도중에 뜬금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굳이 광대의 등장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느끼는 대목이다.    

   

(광대 등장) 

태모라     이건 또 누구지!  내게 할 말이 있느냐? 

광대        그럼요,  아줌마가 황제라면. 

태모라     난 황후다.  저기 앉아 계신 분이 황제 폐하시지. 

광대        오, 저 사람이구만.  폐하께 신들의 축복이 있으시기를.  여기 편지 한 장과 비둘기  

              두 마리를 가져왔나이다.  

(새터나이너스, 편지를 읽는다)  

새터나이너스     이놈을 데려가서 당장 목을 매달아라! 

광대        수고비는 얼마나 주시려나? 

태모라     이놈아, 넌 교수형을 받는 거야.  

광대        교수형이라고요!   그게 내가 이 목을 달고 여기까지 온 이유였군. 

(광대, 군사들에 이끌려 퇴장) 

 

- 윌리엄 셰익스피어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제4먹 4장 중에서,  지만지 pp 164~165 -

 

새터나이너스가 읽은 편지에는 타이터스 집안이 반역을 꾸밀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광대의 무례없는 행동이 자신의 묘를 파게 된 원인이 되었지만 편지의 내용이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고해도 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 광대를 교수형으로 처하는 황제의 행위는 작품에 비중이 없는 광대마저도 복수의 분노가 만들어낸 살육의 피바람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광대의 익살스러운 행동은 살육과 광기로 가득찬 희곡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커녕 더욱 잔혹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작품 속 미친 존재감, 무어인 에런   

로마의 위대한 영웅 타이터스와 고트 족의 여왕이었던 태모나의 모습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사랑했던 자식들의 잔인한 죽음이 원인이 되어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방법으로 통해서 복수의 칼날을 휘두른다.  두 인물의 모습은 후대에 나오게 될 <햄릿><오셀로><리어 왕><맥베스>에서도 이어지는 복수로 점칠된 비극적인 환경 속에서 서서히 이성과 인간성이 파괴되는 인간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주연보다 뛰어난 조연을 뜻하는 씬 스틸러(Scene Stealer)가 있기 마련인데 <타이터스>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무어인 에런이다.  

작품 속 무어인 애런의 역할은 흡사 고대 로마판 <오셀로>의 이아고를 보고 있는 듯하다. 두 인물 다 공통적으로 개인적인 불만과 질투를 해소하기 위해서 간악한 음모를 꾸며냄으로써 작품 전반적으로 비극적인 갈등을 유발시키는 장본인들이다.   

하지만 <오셀로>의 이아고보다는 에런이야말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끝까지 복수심의 끈을 놓지 않는 집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한 때 사랑했던 태모라를 되찾기 위해서 독자적으로 새터나이너스와 타이터스 간의 갈등을 조장하게 만드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그리고 러비니아를 태모라의 두 아들들에게 강간하게 만든 것도 에런의 머리속에서 나온 또 하나의 계획된 음모 중의 일부이다.

그리고 태모라가 낳은 흑인 아기가 자신의 핏줄이라는 것을 상키시킴으로써 작품 후반부에 이를수록 권력욕에 눈이 먼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로마 황후가 흑인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죄 없는 유모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트족의 부활을 염원하게 된다.   

 

나는 고트족에게로 돌아간다.  제비처럼 빨리 날아서 말이다.  거기에 이 팔 안의 보물을 마틱고 비밀리에 황후의 옛 친구들을 규합해야지.  어서 가자, 입술이 두꺼운 아가야.  그곳으로 데려가마.  네 녀석이 이 아비의 갈 길을 바꿔버렸다.  야생의 열매와 풀뿌리로 널 먹여주고 염소의 젖을 빨게 해주마.  깊은 동굴 속에서 널 키워 떠나간 전사가 되게 하고 큰 군대를 이끌 장군으로 길러내겠다.     


  - 같은 책, 제4막 2장, 에런의 대사, pp 153 -

 

그러나 자신의 당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실행되었던 음모는 타이터스의 아들 루셔스에게 발각된다.   포박당하여 곧 죽음의 운명에 처하게 될 에런은 루셔스의 험학한 욕설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모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에런이 스스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그는 정말 작품 속에서 단언 돋보이는 '악마' 같은 존재이다.

 

악마라는 게 정말 있다면 나는 악마가 되어  

영원히 타오르는 지옥의 불 속에 살고 싶다. 

그러다가 너희가 지옥에 오게 되면 이 독 묻은 혀로  

너희에게 영원한 고통을 맛보게 할 수 있을 테니까!  

 

 - 제5막 1장 에런의 대사, pp 181  - 

 

   

  잔혹한 복수극 뒤에 남는 것은,,, 

이 글에서 최대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잔혹하거나 살육 장면의 일부를 살짝 언급했지만 <타이터스>를 직접 읽어보게 되면 셰익스피어 특유의 잔혹한 묘사를 실감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 후반부에 이를수록 잔인한 묘사는 극에 달한다. (특히 결말부에서는,,,)  이 복수극을 실제로 무대로 오르게 된다면 이전에 나왔던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에 견줄만한 복수로 시작된 유혈이 낭자한 장면들이 연출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장르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잔혹한 내용의 고전을 원한다면 셰익스피어의 <타이터스>를 강력 추천한다.  오래 전에 나온 내용치고는 읽는데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글로 묘사되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 임산부와 노약자에게는 권하고 싶지는 않다. 

    


 

프란시스코 고야 <싸움> 1820~1823

 

' 잔혹극 ' 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프랑스의 극작가 앙토냉 아르토는 잔혹함의 인식을 통해 인간성 회복과 치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극에 달한 잔혹함을 경험할 때 영혼의 정화작용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관람자는 잔혹한 장면을 통해서 인간성 상실에 대한 비애를 느끼게 된다.

<타이터스>는 줄거리보다는 잔혹한 살육 장면이 많이 부각되는 바람에 이 작품이 과연 문학적 가치와 작품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 독자들마다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잔혹함이 잔혹함만으로 그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타이터스와 태모라 그리고 에런이 연출한 잔혹한 복수극 뒤에 남는 것은 복수에 눈이 먼 나머지 인간성을 상실한 채 '악마' 가 되어야했던 그들의 비참한 최후뿐이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복수의 무대에서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복수의 광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순수한 인간성뿐만 아니라 자신 자신의 삶과 인생마저 산산히 파괴시켜버리는 무시무시한 감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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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7-17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역시나 대학생의 열렬한 방학의 탐구심은 리뷰를 읽는 내내 숙연하게 만드네요. ^^ 밑에 있는 학점 역시 숙연하게 감상했습니다. ^^ 지존이신 듯 ㅋ

마지막 줄에 있는 복수의 광기에 대한 정의가 참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렇죠. 어떤 감정이 극단까지 올라가 치우친 다는 것은 인간의 균형을 상실하게 만들죠.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극단으로 올라가면 정말 좋은 것이 없습니다.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제대로 한 권도 읽지를 못 했어요. ^^ 게다가 악인들은 모두 흑인으로 나온다는 것에 대해서 별로 호감도 가지 않구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호불호이기는 하지만요. ^^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에서 이런 셰익스피어의 시각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있었다고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때 당시 시대의 통념상 그것은 받아 들일 수 밖에는 없었겠죠.

암튼 위대한 작가인데 그다지 손이 안 가는 작가이니 저도 참 좀 극단적인 독서가에요.

비 많이 오는 데 시루스님의 집이 좀 걱정입니다. 독서에 집중하시게 비가 안 새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

cyrus 2011-07-18 15:33   좋아요 0 | URL
아직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복수에 사로잡힌
인물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해요.
특히 <햄릿>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한 번 읽어보셔요 ^^

제가 사는 대구, 특히 저희 동네는 비 걱정 안 해도 됩니다. ㅎㅎ
항상 무덥거든요. 오늘도 무척 더워요.
서울 경기도 쪽에도 이제 더워지기 시작한다죠?
열심히 일하시더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혹서기에 들어사게 되니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

양철나무꾼 2011-07-1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만지 책들 좀 좋아해서 하나 씩 사모으고 있는데,
세익스피어의 이 책은 아직이네요~ㅠ.ㅠ

오랜만에 고야의 그림을 보내요~^^

cyrus 2011-07-19 20:28   좋아요 0 | URL
저도 지만지 책을 구입해보려고 하는데,, 축약본이 좀 있는지라
왠만하면 완역본을 구입하려고 해요.

제가 읽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완역본이에요.
내용이 좀 잔인하죠? ^^;;

마녀고양이 2011-07-20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현대 사회가 더 발전된 사회일지 모른다는,
적어도 몇가지 점에서는 더욱 좋아진 사회일지 모른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특히........ 형벌 측면에서는요. 아우, 몸서리쳐져요.
갑자기 조선 시대의 사지를 찢어 죽이는 형벌이 생각나서요. ㅠ

cyrus 2011-07-21 20:47   좋아요 0 | URL
능지처참은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서양에도 유사한 형벌이 있어요.
정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예전보다 좋은건 사실인거 같아요.
 
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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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셜록 홈즈의 독설

 

 

 

1886년, 영국 포츠머스 시 교외에 위치한 작은 병원.  27세라는 젋은 나이에 개인 병원을 차렸지만 환자들이 북적거려야할 접수창고는 썰렁할 뿐이다.  병원에 환자가 별로 없다보니 젋은 의사에게는 시간이 남아 돌았지만 환자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 병원 업무만 하기에는 돈에 쪼들였다.    

의사는 남아도는 시간에 추리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결국 그가 돈을 벌기 위해서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자신이 직접 소설을 써서 출판하기로 한 것.   평생동안 시체 해부를 하면서 의학을 전공한 의사는 소설 작법을 정규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지식과 업무 시간 때마다 틈틈이 읽었던 추리소설에서 얻게 된 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훗날 세계적인 명탐정 캐릭터가 탄생되는 소설 한 편을 완성하게 된다.  

그 작품이 바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최초로 등장하게 되는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1887년 작)이다.    

추리작가이기 전에 무명의 젋은 의사에 불과했던 코난 도일이 즐겨 읽었던 추리소설은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과 오늘날에는 잊혀졌지만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뒤팽 이후로 등장한 두번째 탐정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르콕 탐정이 등장하는 프랑스의 에밀 가보리오의 소설이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탄생되기 전에는 미국의 뒤팽과 프랑스의 르콕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코난 도일은 추리소설 장르의 선배격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동경하여 셜록 홈즈라는 추리문학사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영국의 탐정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이라는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형사의 모습과 달리 아무도 풀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추고 있는 기본이며 악한들 앞에서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 강인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코난 도일 역시 세상에 첫 선을 보게 된 셜록 홈즈가 이전에 등장한 선배 작가들의 탐정 캐릭터들보다 대중들에게 더 오랫동안 각인시키길 바랬다.  좀 치졸한 방식이지만 셜록 홈즈라는 탐정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도일은 작품 속에 셜록 홈즈의 말을 빌어 선배 작가가 창조한 탐정들을 평가절하시켜버렸다.  

<주홍색 연구>에서 왓슨 박사가 홈즈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면서 그의 추리 이론과 원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장면이 있다.  왓슨 박사는 홈즈를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 나오는 뒤팽과 같다고 말하자 홈즈는 냉담하게 왓슨의 의견을 반박한다.   홈즈는 뒤팽의 추리력은 얄팍한 방법일뿐이며 뛰어난 탐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깎아내린다.   

그러자 왓슨 박사는 가보리오의 르콕이라면 명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역시 르콕 역시 홈즈의 독설을 비켜갈 수 없었다.     

 

뭐, 르콕이라고?   실수만 저질러 차마 볼 수가 없지. 단 한 가지 장점이라면 정력뿐이야.  그 책은 정말이지 답답할 만큼 따분해문제는 입을 열지 않는 피고의 신원을 알아낸다는 것이었어.  나라면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걸 루콕 선생은 반 년이나 걸리고 있지.  그 책은 탐정이 빠지기 쉬운 잘못을 나타내는 교과서라면 쓸모 있을 거야.

  

자신이 숭배하고 있던 탐정 두 명이 홈즈 한 사람에 의해 한순간에 내리깎이는 모습을 지켜본 왓슨 박사는 홈즈의 첫인상에 대해서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사나이는 머리가 매우 좋을지 모르지만, 꽤나 잘난 체하는 친구로군.

 

셜록 홈즈의 독설을 통해서 도일은 추리소설 장르의 선배격이나 다름없는 두 작가의 탐정을 잘근잘근 씹어주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있지만 냉철하면서도 런던의 차도남 홈즈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반장     

만약에 셜록 홈즈는 40여 년 뒤에 등장하게 될 프랑스 출신의 매그레 반장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매그레 반장 역시 홈즈의 독설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그의 모습과 수사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셜록 홈즈와 정반대이며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전에 홈즈가 독설을 날렸던 르콕 탐정처럼 매그레 반장의 장점이라면 110kg의 육중한 덩치에서 나오는 정력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매그레 반장의 수사 방식은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포아로처럼 천재적 두뇌를 밑바탕이되는 추리력과는 거리가 멀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여려 가지 증거와 단서를 종합하여 범인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홈즈처럼 독자나 범인을 허를 찌르게 할 정도는 아니다.  개인적인 비유를 하자면 홈즈의 추리력을 단단한 물건이라도 단칼에 싹둑 베어낼 수 있는 날카로운 검이라면 매그레 반장의 추리력, 아니 두뇌력은 조금은 날이 무딘 검이다.

매그레 반장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수상한 라트비아>는 우리의 주인공이 라트비아 출신의 국제적 사기범 피에트르라는 인물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와 관련하여 갑작스레 벌어진 살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남으로써 라트비아 인 피에르트를 둘러싼 사건의 내역을 본격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줄거리다. 

그러나 피에트르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도중에 그의 절친한 동료이자 자신이 소속된 기동 수사대원이 토랑스 요원이 살해됨으로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건은 더욱 미궁 속에 빠지게 되며 토랑스의 죽음에 매그레 반장은 정신적인 충격을 빠지기도 한다.  

 

  

 범인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아는 '바윗덩어리' 매그레 반장   

 

  


 

르네 마그리트 <보이지 않는 세계> 1954년 

매그레 반장을 미술 작품으로 표현한다면 마그리트의 그림으로 비유하고 싶다.  

그림 속에는 넓은 바다가 보이는 방 안에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놓여져 있다. 

마그리트가 이 그림을 통해서 관람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지만 

제목대로 비록 살아 움직이지 않은 무생물이라도 인간이 보지 못하는  

내면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매그레 반장은 이전의 탐정의 모습과는 다르게  

범인을 잡기 전에 범인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는 관념론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매그레 반장은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법한 범인의 마음 한 구석에도 

인간적인 면으로 상징되는 '균열' 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탐정과 형사들이 보지 못하는  

범인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 보이지 않는 세계 ' 를  

매그레 반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저 그림 속 바윗덩어리처럼...  

 

 

하지만 매그레 반장이 허점이 많고 추리력도 없는 날이 무딘 검이라고 해서 그의 수사 실력은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조르주 심농의 소설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매그레 반장을 홈즈의 독설처럼 추리력을 보유한 탐정형 인물과 거리가 먼 캐릭터라고 평가절하는 것은 금물이다.  

매그레 반장은 남의 처지가 되어보면서 입장을 바꾸어 생각을 하면서 결정적 단서보다는 미묘한 분위기와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유추해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그래서 범죄보다는 범인의 삶에 더 관심을 갖고, 범인을 잡아 자신의 공을 세우려하기보다는 범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편이다.  

그리고 동료의 죽음 때문에 잠깐 마음이 동요되는 매그레 반장의 모습만 가지고 그가 정신적으로 유약한 것은 아니다.  키 180㎝에 몸무게 110㎏의 육중한 덩치에 담배 파이프를 즐기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저돌적인 성격이다.   

 

마제스틱 호텔에서 매그레의 존재는 일종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호텔 분위기상 도무지 소화되기 어려운 하나의 바윗덩어리와도 같았다.  (중략)  

파이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꽊 다문 턱 속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장소가 마제스틱 호텔이라고 그걸 입에 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건 어쩌면 자신감이랄지, 아예 투박하기로 작정하고 취하는 태도인지도 몰랐다.   (중략)     

어쨌든 그는 주위의 시선일랑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움직임으로부터 초연한 자세였다. 지하실 댄스홀로부터 새어 나오는 재즈의 소음조차 도무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난 것처럼, 그의 몸에 부닥쳐 튕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 조르주 심농 <수상한 라트비아인> 성귀수 역, 열린책들, pp 22~23 -  

  

매그레 반장이 어떤 인물인지 정확히 묘사하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주위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에 맡은 일에 묵묵히 수행하는 그의 모습이 든든하지 않은가.  재즈의 소음뿐만 아니라 어떤 악당도 그를 공격했다간 그의 육중한 바윗덩어리 같은 몸에 힘없이 튕겨나갈 것이다.

  

 

  매그레의 균열 이론  

매그레 반장은 홈즈처럼 뛰어난 추리력과 추리 이론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도 사건 수사 방식에 관련된 자신만의 이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이름까지 정한 ' 균열 이론 ' 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균열 이론이란 모든 범죄자, 모든 악당의 내부에는 ' 인간 ' 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매그레 반장이 직접 창안한 것이다.  범죄자들은 경찰과 대면하게 되면 ' 게임 상대 ' 로 변하게 되는데 적의 모습을 취하게 되면서 경찰의 추적에 저항하게 된다.  그러나 게임 상태한테 균열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면 그 사이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드러나게 되며 매그레 반장은 범죄자의 마음 속에 생기는 균열을 통해서 체포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범죄자의 심리 속에 숨겨진 약점을 잡아내는 방식이 치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매그레 반장은 일부러 범죄자의 '균열' 을 굳이 부단히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셜록 홈즈의 사건 수사 방식이라면 독심술 쓰듯이 범죄자의 정신적 약점까지 집어내어 범인을 체포하는 올가미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그레 반장은  나쁜 죄를 지어 자신에게 체포된 범죄자라도 그가 범죄를 일으켜야만했던 이유를 이해하려는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매그레 반장  

 

아침에 마제스틱 호텔의 어느 여자 투숙객이 뇌까린 말...  <저 꼬락서니 좀 보라구!> 

세상에...!  <저 꼬락서니>라니!  계속 수작을 부릴 위험성이 다분한 악당들을 처단하기 위해, 그것도 바로 같은 호텔에서 살해당한 동료의 복수를 위해 노심초사 동분서주하는 형사한테 그게 할 말인가!  

<저 꼬락서니>라니! 영국 재단사의 솜씨로 멋지게 빚어낸 옷 한 벌 갖춰 입지 못하고, 매일 아침 손톱이나 다듬을 여유 따윈 꿈에도 기대할 수 없는 빡빡한 일정에 사흘 전부터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주인공 없는 식탁만 꼬박 지키고 있을 마누라를 둔 사내에게 그게 어디 할 소리인가!   

 - 같은 책, pp 165 -

  

홈즈도 매그레 반장의 수사 방식을 보고 있다면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드라마 속 대사처럼 ' 꼬라지하고는,, ' 이라고 하면서 혀를 찼을 것이다.    하지만 홈즈도 매그레 반장한테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상대방, 특히 여성이라면 차갑게 대하고 잘난척하는 '차도남' 홈즈보다 무뚝뚝한 면도 있지만 자신의 일에 혼자서 묵묵히 수행하고 자신의 부인, 경찰 동료들뿐만 아니라 범인의 마음까지 이해해주는 실제로는 '따도남' 인 매그레 반장이 더 친숙해보인다.         

하루종일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식사와 잠을 미루어가면서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소설 속 매그레 반장의 모습은 우리가 볼 수 없는 24시간동안 국민의 보안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경찰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언론에서 대한민국 경찰들의 허술한 면이 자주 노출되고 있는 요즘,  매그레 반장 같은 경찰이 우리나라에 많다면 범죄율도 줄어들게 되고 국민들로부터 '민중의 지팡이' 라는 좋은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중간에 사건 해결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눈 밑에 다크써클이 생기기도 하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매그레 반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보아하니 닭 튀김을 좋아하는거 같은데 몸 보신하라고 삼계탕 한 그릇 권해드리고 싶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소개될 매그레 반장의 활약상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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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메그레 경감 시리즈가 나오더니, 시루스님도 읽으셨군요.
저는 최근 나온 것은 못 읽었고, 예전 문고판에서 읽은 것 같은데...
영 깜깜하니 기억을 살리지 못 하네요. <죽음을 부르는 개>라는 책을 읽었는데, 영. ㅡㅡ;;

홈즈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군요. 어릴 때 워낙 좋아했는데
그때는 좀 순화된 이미지로 나왔잖아요. 그래서 정말 멋지다 생각했죠. 하지만
저 까만 책에서 원 이미지를 살린 홈즈는... 으, 까칠하고 마약하는데다 자폐 성향도.
여하간 편안한 이미지가 홀랑 날아간. 그렇게 생각하면 메그레 경감 쪽이 훨 낫겠네요. ^^

cyrus 2011-07-16 16:42   좋아요 0 | URL
이번에 열린책들에 나오게 될 매그레 시리즈가 심농의 아들인가,,?
여하튼 작가의 후손과 확실히 계약해서 국내에 소개된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75권의 시리즈가 발간될거라고 하는데,, 아마도 아가사 크리스티
처럼 국내에 가장 많은 시리즈가 소개된 추리작가가 될꺼 같네요.

홈즈가 까칠하고 코카인을 때때로 흡입하기도 하죠.
사실 매그레는 파이프담배를 주구창창 피워대는 거 빼고는
괜찮아요. 사건을 혼자서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이
진정 사나이답고요.. 또 한편으로는 부인을 생각하는
가정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어요. ^^

2011-07-1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6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7-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해주신 책이 눈 앞에 좀 있는데, 좀 손에 들어야겠습니다. 얘기해주신 내용도 좀 참조 해 가면서요 ^^

참 비오는데 피해는 없으실지.. 지금 사는 집이 곰팡이는 좀 피지만 달동네 비슷한 곳이서서 물이 차거나 하지 않는게 다행입니다.

cyrus 2011-07-16 16:49   좋아요 0 | URL
ㅎㅎ 리뷰까지 참조 안하셔도 되요. 항상 리뷰를 쓰면서 느끼고 있지만
저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다분히 개인적인 감정 위주로 쓰다보니
책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궁금하시는 분들에게 도리어 해가 될까봐
걱정도 들어요. 책의 내용에 대해서 정말 궁금하다면 거리낌없이
읽어보는게 상책인거 같습니다. ^^;;

여기는 심각하게 비 피해는 없고요,, 대구의 여름은 장마보다는
무더위의 고통이 크답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1-07-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메그레 경감 시리즈다.
장르소설까지 두루 섭렵하시는 님, 좀 멋지십니다~

전 하나 하나 사모으고는 있지만,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있고...^^
완결된 다음에 읽는 못된 버릇도 갖고 있어서 말이죠.

밑의 페이퍼 봤어요, 대단하세요~.
잘 지내시죠?^^

cyrus 2011-07-16 16:54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네요. 나무꾼님 ^^ (갑자기 댁에서 나무꾼으로 개명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나무꾼님도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뭐 잘 살고
있습니다. ㅎㅎ 위쪽에는 장맛비가 주말까지 계속 온다는데
비 피해 없기를 바라요.

그전부터 매그레 시리즈가 출간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한 번 읽어보고 싶었어요. 출판사가 제가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열린책들인 것도 있었고요.
하필 시험기간이랑 겹쳐서 못 읽다가 여름을 맞아 읽게 되었어요.
제가 그전에 홈즈나 괴도 루팽 시리즈를 정말 좋아해서 다른 추리작가의
시리즈에 대해서 낯설게 느껴졌는데,, 1권만 읽었지만
매그레 반장의 모습이 매력적이더군요. 나무꾼님도 꼭 한 번 읽어보셔요^^
 

 

   

  Scene #1  성적표 공개

 

오늘 1학기 성적 석차가 발표되었다.  

열심히 공부한만큼 성적은 목표를 두고 있었던 점수보다는 나오지 못했지만 다행히 학과에 소속된 2학년 학생 41명 중에 2등이라는 조금은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종합 평점은 4.08  

간신히 4점대 영역을 넘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이 점수만으로도 장학금은 물 건너 간 줄알았는데 2등 할 줄이야...   사실 등수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에 대해서 약간은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대로 시험을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특히 6과목 중에 정말로 열심히 공부한 행정학이 B학점이라는게 옥의 티이다.  아무래도 전공이 행정학이고 과목 특성상 행정학에 대한 기본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라서 이 과목만큼은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A+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복학하기 전에 미리 복학을 한 선배와 동기들에게 전공과목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S 교수님의 행정학 수업을 듣지 말 것을 권하였다.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며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점수를 잘 받아봤자 B라는 것이다.  그리고 A+은 많아야 두, 세 명 정도 줄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았다.    그리고 어떤 이는 S 교수님이 담당하는 수업 자체를 피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학년 전공과목인 행정학 수업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다. 4년 전에 S 교수님으로부터 1학기에는 행정학원론, 2학기에는 행정학각론이라는 전공기초과목을 수강했는데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분의 강의 스타일 그리고 시험문제와 과제 유형 그리고 수업시간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내용들을 날카롭게(?) 파악하는 평소의 학습 스타일을 고려해서 A+를 받기 위해서 나름 전략적으로 공부하였다.  

학습 방법은 분명히 좋았다.  주위 친구들도 내가 행정학 과목 1등 후보로 지목할 정도였다. ^^;;  

하지만 기말고사 점수가 중간고사 점수보다 낮게 나오는 바람에 상대평가 시스템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게 되었고  만점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과제 점수는 20점 만점에서 10점, 그것도 과제 점수 중 꼴찌라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성적을 받아야했다. 

기말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온 것보다는 과제 점수가 만점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 컸다.  

이번 학기 과목을 포함해서 그동안 수강했던 과목의 과제 점수가 만점이었고 비록 한 개의 과제이지만 각종 신문기사를 인용하면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건만 꼴찌나 다름없는 행정학 과목의 과제 점수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평소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나로써는 이번만큼은 과제 점수에 대해서 교수님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성적이의제기를 해봤자 성적을 올려 받아서 득을 본 학생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성적이의제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교수님에게 과제 점수의 불만에 대해 설명하는지도 몰랐던 것도 있었다.   무턱대고 낮은 점수에 대한 불만을 가진 채 이의제기를 하게 되면 자신이 왜 이런 점수를 받게 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을 못하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 학생들은 상대평가에 따라서 받게 된 점수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자신의 점수가 못마땅하게 느껴지게 되고 성적이의신청기간만 되면 평소에 말도 걸어보지도 않은 교수님에게 전화를 한다거나 이메일을 보낸다. 

나는 점수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과제 내용을 훑어봤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씩 과제 초안을 여러번 꼼꼼히 보고 있지만 이 과제 내용이 왜 10점을 받아야하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의제기를 떳떳이 할 수가 없었다.     

   

   

  Scene #2  시험 컨닝보다 더 심각해진 학점 흥정

예전에는 시험 기간만 되면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것이 대학교 시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 컨닝에 관한 것이다.  

대학교 학부생 시절을 경험해본 사람들 중에 분명 한 번은 컨닝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정 학과에서 전해내려 오고 있는 전공 교수님 시험 족보보다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기상천외한 컨닝 방법이다.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4년 전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 친분이 있는 선배에게 그 때 당시 선배가 배우고 있던 전공과목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번 1학기 때 배웠던 행정통계론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선배는 자신이 배우고 있는 과목과 교수님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 동기는 다른 선배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 선배, 대학교 시험에는 대부분 컨닝한다던데,,  교수님에게 걸리지 않는  

   컨닝하는 비결이 있나요? " 

 

그런 질문을 받은 선배는 당연하다는듯이 자신의 컨닝 노하우를 전수하였다.   컨닝 비결을 선배에게 물어본 그 동기는 지금도 시험을 치게 되면 항상 작은 컨닝 페이퍼를 손에 쥐고 있다.  그리고 후배에게 컨닝 노하우를 전수받은 선배는 졸업반 4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컨닝 페이퍼를 애용하고 있다.  

 

대학교 내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컨닝이라는 불법 행위가 너무 쉽게 용인되어서 시험 기간만 되면 시험감독이 되어야하는 교수님들이 혼자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에는 감당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제는 시험 기간이 끝나도 교수님들은 쉴 겨를이 없이 피곤하다.  성적을 종합적으로 산출하고나면 학생들이 수도 없이 교수님들에게 학점을 올려달라고 이의제기, 즉 흥정을 하기 때문이다.

 

[‘학점 흥정’에 교수들은 괴롭다]

동아일보  7월 13일자


 

 

교수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시험 컨닝, 과제 무단 도용 및 표절이다.  특히 과제(레포트) 표절은 지금도 모든 대학 교수님들이 골치 아파하는 학생들이 저지르는 심각한 문제이다.  지금도 과제를 대신 써준다거나 적은 가격으로 논문이나 과제를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운영된다. 단 몇 백원만 구입만 하면 과제는 5분만에 끝낼 수 있다.  학생들은 나름 좋은 내용의 과제를 구입하여 자신이 쓴 것처럼 이름만 살짝 바꿔 제출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성적 이의제기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인터넷에 소개될 정도이니 학점 흥정도 교수님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대학교 내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Scene #3  시험지가 도난당하게 된다면,,,?

학점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시험을 치뤄지면 부정 행위가 발생하게 되고 학생들에게는 컨닝이 좋은 성적을 쉽게 얻을 수 있는 ' 악마의 유혹 ' 이다.   

몇 년 전에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휴대폰 문자를 이용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수험생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대학수학능력은 수험생들이 다니게 될 대학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입시제도이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 시즌이 다가오게 되면 수십명의 출제위원이 한 달동안 합숙하면서 시험문제를 만들기도 하며 시험 전날에 박스로 단단히 밀봉한 시험문제지가 전국의 각 시험 고사장으로 배송될 정도로 그야말로 시험문제가 국가적 일급 기밀이다.   

예전에 수능 출제위원으로 활동했던 교사가 자신의 아들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일부러 시험문제를 알려줘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있었지만 만약에 대학수능 시험문제지가 감쪽같이 도난당하거나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자못 흥미로우면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단, 명탐정 셜록 홈즈라면 이런 사건에 대해서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은 홈즈와 왓슨 박사가 활약하는 내용을 담은 단편소설집을 남겼는데 그 중에 1905년에 발표된 <셜록 홈즈의 귀환(The Return of Sherlock Holmes)>에 수록된 총 13편의 단편 중에 [세 학생]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소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 날 치뤄지게 될 그리스어 시험문제지가 교수의 개인 연구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되면서 홈즈와 왓슨 박사가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된다.  홈즈는 교수의 증언과 사건 현장인 교수의 연구실 내부를 관찰한 결과를 종합하여 그리스어 시험문제를 훔친 용의자를 곧 그리스어 시험을 치룰 예정이었던 세 명의 학생으로 압축하게 된다.  

셜록 홈즈을 열광하는 셜록키언에게는 이 단편소설이 다른 작품보다 비중 있게 조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홈즈의 뛰어난 추리력과 관찰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에피소드이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에서 다음 날 곧 치뤄지게 될 그리스어 시험과 시험 용의자 후보로 선상에 오른 학생들의 묘사가 흥미롭다.  

특히 용의자 후보인 세 학생 중에 마일즈 맥랄렌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시험지 도난 사건과 관련되어 유력한 용의자 후보로 거론되었다. 그 이유는 과거에 컨닝 때문에 퇴학당할뻔한 좋지 않은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홈즈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기숙사에 위치한 그의 방을 방문하려고 하자 마일즈 맥랄렌은 내일 그리스어 시험이 있아서 아무도 만나기 싫다고 소리를 질러댄다.   

세 명의 용의자 후보인 학생들에게 그리스어 시험은 정말 중요하다.  이 시험에서 합격을 하게 되면 졸업할 때까지 학비 일체를 대주는 장학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명의 학생이 당연히 그리스어 시험 문제지 도난 사건과 관련하여 용의자 후보가 될 수 밖에 없었고 그 중의 한 명은 성적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나머지 충동적으로 시험지를 훔치게 된다.

 

  

  Scene #4  대학생들만의 숫자, 학점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른들은 숫자에 애정을 갖고 있다.  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하면 그들은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물어보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 말이다.  

" 그 애 목소리가 어떻든? "   . " 그 애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  . " 그 애도 나비를 수집하니?" 

오히려 이런 것들만 물어본다. 

" 나이가 몇 살이니? " , " 형제는 몇 명? " ," 그 애의 아버지는 월급을 얼마나 받니? "  

그런 것들을 알고 난 다음에야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그 사람의 가치를 내면의 정신이나 성품 그리고 노력과 같은 행위를 먼저 보는 것보다는 정확히 수치로 산출할 수 있는 결과만 따지고 평가의 잣대로 사용한다.   특히 그 사람의 재산이 얼마 가지고 있으며 그가 살고 있는 집은 몇 평이냐 따져봄으로써 그 사람이 잘 사는지 못 사는지 자가 결정한다.    

재산을 1억 넘게 보유하면 되고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100평대의 집에서 살면 상대방은 당신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면서 우러러 보게 된다.   그리고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  무조건 평점은 3.0 정도는 넘어줘야 하며 TOEIC 기본 점수는 717점이 되어야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숫자의 단위가 높으면 되며 모든 것은 숫자의 수치에 따라 그 가치가 좋으냐 안 좋으냐 판가름하게 된다.

  

오늘 예비군 훈련을 하게 되어서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대부분 나에게 건네는 첫 마디. 

 " cyrus야, 시험 평점 얼마 나왔어?   , " 너, 석차 몇 등 나왔냐? "  

남 성적 알아서 뭐 하려고,,,   학점이 잘 나오면 열심히 공부한 노력의 과정을 칭찬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학점이 못 나오면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을 못 쳤다고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 수군거리는 것이 상대방 시험 점수에 대한 그들이 느끼는 극명한 반응들이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장학금을 받아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고, 그리고 좋은 직장을 다니기 위해서 지금도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거나 또는 정성들여 컨닝 페이퍼를 작성하기도 한다.   

학점은 대한민국 학생들이 성공적인 학교 생활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되어버렸다.좋고 나쁜 과정을 선택하든간에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결국에는 상대방이 나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점은 대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평가하는 단위일뿐이다.   학점이 높다고해서 그 학생이 성공적인 학교 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여 자신이 좋아하던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였으며 앨런 그린스펀 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대학생 시절에 경제학 점수가 형편없을 정도로 교수들 사이에서는 형편없는 실력의 학생으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학점이 낮다고해서 섣부르게 인생이 끝났다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왜 자신의 학점이 낮은지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의 학습 전략에 대해서 반성하여 다음 시험에서만큼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나올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더욱 자극하여 도전 의지를 형성해줘야 한다.   그리고 정당한 노력에서 얻은 결과는 참되고 값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부를 해야하는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고 이를 영양분 삼아 좋은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적인 대학 생활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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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07-1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한학기 동안 수고하셨어요 궁디퐈오파포포퐝
이제 진짜 방학인가요?? 열심히 공부한만큼 열심히 놀아야죠 ^^

cyrus 2011-07-14 21:08   좋아요 0 | URL
대학교 방학 기간이 짧아서 이번 기회에 많이 놀려고 해요 ^^

Forgettable. 2011-07-1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대학생이셨군요. 어쩐지 대학원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ㅎㅎㅎ 페퍼를 정독안했나봐요^^;;
열심히 하신만큼 방학땐 즐겁게 지내시길!!!

cyrus 2011-07-14 21:1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Forgettable님 ^^
올해 복학한 대학생이에요. 축하 인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1-07-14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은 이런 성적표를 받아보지 못해서 신기하고 놀라워요!
그동안 열공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cyrus 2011-07-14 21:1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자녀분들 순오기님처럼 책 많이 읽으실거 같은데요 ^^

굿바이 2011-07-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짝!!!!!!
제 성적표는 아니지만 보기만해도 좋은데요^^
이제 방학인가요? 뭐든 신나고 알차게 보내세요~!

cyrus 2011-07-14 21:16   좋아요 0 | URL
네, 격하게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7-1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저런 성적표를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어요 대단!

cyrus 2011-07-14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마녀고양이님처럼 올 A+ 성적표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

다락방 2011-07-1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한 성적이네요. 저는 저런 성적표는 구경해본 적도 없어요. 제 친구들도 다 저랑 같은 성적을 받는 아이들이어서..전 대학시절 내내 A를 한번도 받아보질 못했는데 진짜 대단하시네요. 마음같아서는 제 성적표도 올려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학사경고 받았던 그때, F 다섯개 D 세개였던 바로 그때의 성적표를 말입니다.

그냥 지나갈 수 없게 하는 성적표에요.

cyrus 2011-07-14 21: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

사실은 저희 과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
다른 학과에 저 성적이라면 10등 안에 들어가지도 못할껄요.


stella.K 2011-07-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훌륭한 학생이세요.
그 와중에도 이처럼 좋은 책도 소개시켜주시고.ㅋㅋ
저 학교 땐 감히 상상도 못한 광경이어요.
어디 감히 교수님한테 학점 흥정을 합니까.ㅜ
요즘 학생들 적극적이어서 좋긴한데
그들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걸 어쩌겠습니까?
학점 안 좋으면 취직이 안 되는 걸...참 씁쓸하네요.

그래도 뭐 시루스님 2등이면 아주 잘한 거죠.
원래 1,2,3등중 2등이 가장 없어 보이는 등수라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죠. 2등도 훌륭합니다.
장학금 받을 수 있으면 된 거지.
축하해요.^^


cyrus 2011-07-14 21:23   좋아요 0 | URL
제가 1학년 때는 컨닝이 심했는데,, 요즘은 컨닝보다는
학점 흥정이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문제이더군요.
그래서 수업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교수님들이 대부분은
자신은 학점 흥정뿐만 아니라 학점 이의제기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미리 학생들에게 알려주기도 해요. 괜한 흥점 때문에
정작 이의제기마저도 허용되지 않아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7-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고생하셨어요! ^^

시루스님도 저처럼, 술수에 대한 강박이 있으군요. ㅋㅋ. 고생하시겠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다 생각합니다..) 저희 학교의 동아리 주요 과제가
인터넷으로 출제되는 퀴즈 같이 풀기랍니다. 그것때문에 저는 결국 탈퇴했잖아요.
영..... 기분이 별로인지라, 욕도 먹으면서 탈퇴를.

여하간, 멋지세요!

cyrus 2011-07-14 21:26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마고님처럼 A+ 많은 성적표 받아보고 싶었는데,,
그런 성적표 나오는게 쉽지 않네요 ^^;;

그런데 동아리 과제가 어떻길래 탈퇴하셨나요??

마녀고양이 2011-07-16 01:03   좋아요 0 | URL
저희는 사이버 대학이잖아요.
1-2주에 한번씩 퀴즈가 나오는데, 이게 성적 반영되는거거든요.
그랬더니 모여서 풀어서 만점 받기 대작전을 하더라구요.
제가 속이 좁아서, 그런건 잘 못 참거든요,, 꿍수 같은거요~ ㅎㅎ

감은빛 2011-07-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한 성적표네요!
저는 늘 선동렬 방어율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던 터라,
어떻게 하면 저런 숫자가 나오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제 목표는 오로지 학사경고를 피하는 것이었죠.
D만 받아도 좋으니, F만은 면하자. 뭐 이런거요. ^^

그나저나 요즘은 학점흥정이란 걸 한다니 충격적이네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한다니!

시루스님의 전공선택 중에 제 전공과목이 있네요. ^^

cyrus 2011-07-20 00:13   좋아요 0 | URL
예전 대학교 학점에는 D가 있었군요. 위에 다락방님도 D 받았다고
하셨던데,, ^^;; 요즘 제 또래들도 F만은 면하자는 식으로
공부를 하더군요 ㅎㅎ F 받으면 또 수업을 재수강해야되니까요.

교수님들이 수업 첫 시간 전에 학점흥정을 절대로 안 봐준다고 누누이
강조하시던데,, 얼마나 심각했으면 첫 수업부터 방어적인 자세로
나올까요? 학점흥정을 해서 성적이 올라가면 꼭 누군가는
떨어져야하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학점흥정하는 사람 보면
못마땅합니다. ^^;; 그런 사람 때문에 정작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받은 사람만 억울하게되니까요.

알로하 2011-07-2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성적 좋으시네요! 대학원생이신줄만 알았어요. 공부 잘하실 줄은 알았지만!^^ㅋ

cyrus 2011-07-26 16:3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알로하님. 닉네임이 참 이쁘시네요 ^^
올해 복학하고 이제 2학년 1학기 마쳤습니다. ㅎㅎ
 
벚꽃동산 열린책들 세계문학 22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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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님의 썰렁한 농담

예전에 어느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청취자의 재미있는 사연을 듣게 되었다.  

사연을 보낸 사람이 평범한 회사원인데 회사 과장님의 하이 개그(?)에 맞춰 억지로 웃는 게 힘들다는 것이었다.  부장님 입장에서는 회사원들에게 친숙함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거좋은 경영 분위기 형성을 위해서는 유머가 필수이다. 그래서 유머도 경영 리더들이 갖추어야하는 능력중 하나이다.  

그런데 부장님 개그가 얼마나 재미 없고 유치하길래 이런 사연까지 보내게 된 것일까?  만약에 부장님이 이 사연을 라디오로 듣고 계신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나,,,

사연 내용에 의하면 부장님의 유머가 더 이상 못 봐주겠다면서 하소연을 하였다. 과장님의 유머 실력에 대해서 상황과 분위기를 파악하지 않은채 재미있지 않은 유머를 막 던진다고 표현하였다.  대놓고 지적과 비난은 하고 싶지만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분이기에 욕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웃을 수도 없다.  정말 나라면 청취자와 같은 곤란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부장님 비위 맞추기가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최근에 어느 캔커피 광고에도 이런 유사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은가.  회사 과장이 차태현에게 ' 커피를 자주 마시면 코피 나 ' 라고 썰렁한 농담을 날려주신다.  그러자 차태현은 과장님의 어이없는 유머에 재미있다는듯이 웃어대지만 과장이 사라지자 얼마 안 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만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지금도 부장님 앞에서 억지로 웃어야 하는 회사원 청취자 말고도 현대인들도 가끔 이런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백화점이나 호텔, 레스토랑에 일하는 종업원들은 그 회사의 얼굴이기도 하다. 고객 앞에서 좋은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항상 얼굴에 웃음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만약 오늘따라 몸이 너무 안 좋다거나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하고난다면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절망적인데도 직업의 특성상 그들은 많은 고객 앞에서 밝은 웃음을 유지해야 한다.  

 

비단 서비스에 종사하는 종업원들만 힘든 것이 아니다. 요즘에는 쿨(cool) 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도 실연의 아픔에 절망하지 않고 아무 일 없다 듯이 생활하는 사람들이나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쿨하다고 말한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면 마음속으로 불편하고 힘들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상대방에게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둔다.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이 태연한 척 하는 것은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물론 방어 기제는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병이 되고 만다.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억지로 웃어야하는 ‘스마일마스크 증후군’ 으로 발전하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두통, 불면증이 나타난다. 더욱 안 좋은 것은 정신적으로는 삶에 대한 의욕감이 떨어져 결국에는 우울증에 걸리게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것이다. 
  

 

  쿨 하지 못해 미안해

체호프의 희곡에서도 정신적인 외상을 입은 인물들이 등장한다.『벚꽃동산』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막다른 골목에 있으면서도 쿨한 척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는 부유한 재력을 자랑했지만 낭비벽 때문에 궁핍해진 벚꽃동산의 지주인 라네프스까야
부인은 돈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파티를 벌이거나 구걸하는 농부에게 금화를 주는 등 허영심 가득한 생활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그녀의 오빠 가예프 역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자립심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으며 벚꽃 동산의 부가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인간이다. 상인 로빠힌이 이 동산이 경매를 통해서 소유권이 자신에게 넘어간다고 말을 하자, 가예프는 이 곳이 백과사전에도 등재된 곳이라고 내세우면서 끝까지 땅을 파는 것을 거부한다.  여동생은 오빠의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동산을 팔아넘기는 것에 반대하고 나선다. 역시 그 여동생의 그 오빠이다.  

 

두 자매에게는 벚꽃동산은 과거의 화려한 시절로 상징되는 공간이기도 하면서도 궁핍한 현실로부터 피폐된 심리 상태를 안정시켜주는 그들만의 세계다. 그러나 결국 벚꽃동산이 로빠힌의 소유로 넘어가면서 자매와 그들과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은 동산을 떠나게 된다.  

 

이들은 동산을 떠나면서도 쿨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뜨로피모프라는 인물의 대사를 보면 그가 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기 보다는 그에게 동전 한 푼이라도 주고 싶은 동정심이 들게 된다. 

 


  로빠힌  (그를 껴안는다) 잘 가시오. 여러 가지로 고마웠소.  

               필요하다면 여비를 줄 수도 있는데.

  뜨로피모프 뭐 하러? 필요 없습니다.

  로빠힌  동전 한 푼 없을 텐데.

  뜨로피모프  고맙지만, 있습니다. 번역료 받은 게 있죠. 여기 이 주머니 안에.  

                    (걱정스러운 듯) 그런데 내 덧신은 어디에 있지!  

 


  (중략) 
  

 

   로빠힌, 지갑을 꺼낸다.  

 

 

  뜨로피모프  그만두시오. 그만두라니까..... 나에게 2만 루블을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오. 나는 자유로운 인간이오. 당신들, 부유한 사람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당신들 모두가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나에게는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솜털같이 하찮을 뿐이요. 당신네들 없이도 나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네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말이오. 그렇게 나는 강하고 당당합니다. (하략)

 

  - 체호프『벚꽃동산』(구판, 미스터 노 세계문학) 4막 p 256~257 -

 

뜨로피모프는 자신의 덧신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자기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인생의 루저(loser)임에도 불구하고 처량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알량한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다.  

 

더욱 더 가관인 것은 자매의 모습이다.  동산을 팔고 난 뒤에 반응이 180도 달라진 문제투성자매들은 너무 쿨 한 나머지 희망에 고무찬 '자뻑' 에 빠지고 있다.  예전에 동산이 파는 것을 강하게 거부했던 가예프는 동산을 팔고 나자 모든 것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동생은 오빠의 말에 옆에서 장단을 맞춰 준다.  라네프스까야 부인은 이번에 동산을 팔게 됨으로써 과거에 화려했던 행복한 시절이 다시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다가 희곡이 결말에 이르게 되면 무대 위에는 '자뻑' 자매만 남게 되는데 방금 희망에 한껏 고무되었던 활기찬 모습은 사라진다.  자매는 서로 껴안고 조용히 흐느낀다.  자매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엔딩 장면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마음껏 울어보지도 못하고 겉으로는 쿨 한 성격의 스마일 맨이 되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비극배우

이 책은『벚꽃동산』이외에도 체호프의 다른 희곡 작품들도 수록되고 있다. 특히 책 속의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도『어쩔 수 없이 비극 배우』라는 짤막한 단막극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똘까초프라는 어느 가장과 그의 친구 무라슈낀이라는 두 인물만 등장한다. 똘까초프라는 사람은 관리라는 직업 생활과 가정생활에 너무 지쳐서 우울증에 걸린 나머지 미쳐버리는 인물이다. 똘까초프는 무려 5페이지에 걸쳐서 친구 무라슈낀에게 자신의 힘든 것들을 하소연한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런 비극적인 생활을 동정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똘까초프의 긴 사연을 들은 무라슈낀의 반응은 시답잖다.  똘까초프의 말에 대답해주는 말은 고작 ‘동정하네’. 단 한 마디였다.  

 

똘까초프가 진짜로 미쳐버리게 되자 겁에 질린 무라슈낀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절망적인 단막 웃음극은 막을 내린다. 일상생활이 쪼들리다가 결국엔 미쳐버린 똘까초프가 불쌍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해결해줄 거 같은 쿨 한 모습을 보이다가 마지막에 겁에 질리고 마는 무라슈낀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엔딩이다.  불행하고 슬픔에 빠진 똘까초프 코믹한 무라슈낀이나 결론은 두 명 다 어쩔 수 없이 비극배우였던 것이다.  

 

 

체호프의 희극 제목대로 어쩌면 인간은 삶이라는 커다란 연극 무대 위에서 어쩔 수 없이 정신적인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비극 배우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긴채 스마일 맨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처럼.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웃음의 가면을 벗어 던져야 한다. 이제 힘든 일에 대해서 쿨 하지 못하다고 해서 더 이상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함께 치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과 친구들이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모습도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마음의 고통을 견디면서 항상 슬퍼야만 하는 비(悲)극 배우가 되지 말자.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고 지인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면서 활기찬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희(喜)극 배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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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2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회사에서 너무 웃는 표정을 짓느라
볼 근육이 뭉쳤던게 생각나는데, 대체 제가 그렇게 웃을 일이 없을텐데 언제 그랬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 웃느라 볼 근육 뭉치는거 너무 아프잖아요.. 그때는 정말 가식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구요. ^^

제 친구는 'cool' 이라는 용어를 너무 싫어했습니다. 한국인같지 않고 인정머리 없다나 머라나 그러더군요. 우리 민족은 욱 하지만, 속내를 제대로 표현하거나 상대에게 알려주거나 이해시키지 못 하는 면이 더 강한 듯 합니다. 저만 해도, 제 속내를 너무 많이 비추면 엄청나게 창피하고 화끈하거든요, 그게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말이죠. ㅎㅎ

cyrus 2011-07-13 20:54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는 쿨하다는게 좋은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는것도바도 더 힘든게
쿨한 척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저도 왠만하면 저의 속마음을
남에게 표현하려고 고치는 중이에요. 예전에는 남에게 잘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마음속으로 쌓아두는 편이었거든요. ^^;;

비로그인 2011-07-12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싫은걸 억지로 해야 되고,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거기에 어쩔수 없이 맞춰가야 하는 사람들.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어쩌면 조금씩 그렇게 병들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런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을까요..

며칠 전, 오전 7시 40분쯤. 몸을 구부리고 어느 편의점 옆에서 빵을 급하게 먹던 한 젊은 남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에게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었음 좋겠고, 스스로 웃는 일이 많았으면 합니다. 그 남자를 보던 제 모습이 투영되어 조금은 서글픈 저녁입니다.

cyrus 2011-07-13 20:56   좋아요 0 | URL
저는 남에게 비위 맞추는게 불편하던데,, 사회생활할 때 걱정이에요.
특히 싫은 사람 비위 맞춰주고나면 나중에는 혼자서 속앓이를 하곤했어요.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한국 실업의 역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 

2주 전 금요일, 우연히 MBC에서 방송된 ' MBC 스페셜 -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 ' 편을 보게 되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청년실업이 200만 명에 달하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9급 공무원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일상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내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루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단지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두꺼운 공무원 시험 문제집 앞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서울 번화가에 위치하는 공무원 입시학원을 다니기 위해서 일부로 서울로 상경하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의지하고 있는 백수 공무원 시험 준비자도 있었다.      

일부 고시생들은 인터뷰 도중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2011년 1/4분기 청년 실업률은 8.8%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취업을 향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5만 명의 청년들이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올해 4월 9일에 치뤄진 국가직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의 응시자 경쟁률이 평균 93.3대 1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취업난의 현실을 반영해주는 씁쓸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청년 실업률 문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공부를 하는 고시생들뿐만 아니라 지금도 취업을 위해서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스펙을 쌓거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 2~3년씩 대기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대들은 ' 88만원 세대 ' 라는 암울한 명함을 달게 되었다.  

이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강구해보지만 정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일자리 고용 문제는 사회적 논쟁에서 비켜나 있다. 실업과 취업은 대개 정부 정책과 기업의 고용계획 그리고 통계 언저리에서만 맴돌뿐 정작 청년실업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 문제가 우리나라 역사에 미친 영향  

이 책에서도 강 교수는 그동안 저술활동을 하면서 선보였던 통시적 저널리즘 방식을 통해서 ' 실업 ' 이라는 특정 주제어로 꿰어내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특히 그는 수많은 언론자료 및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겪어야했던 주요 정치적 상황과 사건들의 배후에는 실업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분석을 도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52년에서 1960년까지 대학생 연평균 증가율은 14.5%였다. 이 같은 대학생의 양적 증가는 혁명을 발생하게 한 원인들 중 하나였다.  1960년에 10만명에 육박했던 대학생들의 30%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이들의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게 되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가 4.19 혁명 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강 교수는 5.16 쿠데타가 일어난 것도 실업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예편 대상 1순위로 곧 군복을 벗게 될 처지였던 박정희는 4.19 직후의 혼란상을 지켜보며 쿠데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문제는 도시화와 대졸자 수의 증가에 따라 요동쳤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된 이후 농촌을 빠져나와 도시로 집중된 인구는 만성적인 실업문제를 야기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졸업정원제 실시로 대학생 수가 크게 증가하자 고용시장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이는 또다시 좋은 직장의 전제조건으로서 명문대 입학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점점 파괴적 양상으로 치달아온 전 세대에 걸친 고용불안은 이제 손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된 것이다.

  

  

  레포트의 내용대로 이루어진 사회병리현상    

책에서 인용된 자료 중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1997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실업현상을 분석한 [실업자 1백만 명 시대의 과제]라는 이름의 레포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자료를 통해서 고실업 시대에 나타날 8가지 사회병리현상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오늘날 실업문제와 관련해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실업 급증으로 인해 사회불안감이 확산되어 사회범죄가 발생하며 계층간 위화감 증폭,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의 졸업 기피, 경영정상화를 위한 과격한 노사대립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발간한 자료 내용대로 고실업 시대에 접어든 지금,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불안정한 경기로 인한 사회양극화가 심화될수록 ' 묻지마 범죄 ' 가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되었으며 취업 시즌이 다가올수록 졸업을 연기하는 것이 예비 졸업생들의 관례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실업의 역사는 돌고 돈다 

저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처한 실업 문제를 거시적으로 깊게 보기를 권한다.  실업 문제는 그 어떤 이념도 뛰어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운영과 작동방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의 좌우 이념의 틀을 벗어나 승자독식 문화의 의식과 관행을 바꾸고 공존공생의 자세를 찾지 않으면 영원히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하지만 ' 원수와도 같이 살자 ' 는 식의 자세만 가지고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성급하게 마무리짓는듯한 저자의 결론이 통사적으로 우리나라 실업 문제를 접근한 내용에 비하면 아쉽게만 느껴진다.   강 교수의 결론은 그 이전에도 실업문제와 관련해서 경제학자나 정계 인사들이 내렸던 진부한 해결방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잘못된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과 맞물린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낸 허무주의적 관점일수도 있다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 비판하는 시늉만 ' 내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취업대란이 심각한 사회문제인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해결방안이 결론으로 제시되기를 바랐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실업 현상과 관련된 대한민국의 역사적 이력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 역사는 돌고 돈다 ' 라고 하였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법이다. 책에서 소개된 대한민국 업대란의 역사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실업현상이 야기할 새로운 문제라는 '도전' 에 '대응'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업 문제는 반짝 등장하는 일시적 유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 지속되었던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고질적인 사회문제이다.  실업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과거의 문제를 반복, 답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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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사회적 문제가 너무 넘쳐나서
이젠 감당하지 못 할 수준이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어디에서 어디까지 손을 대야, 평등과 자유를 함께 가질 수 있을까요?

비는 엄청 쏟아지고, 기분이 너무 쳐지네요. 요즘 시루스님은 어떠세요?
알바하고 책 읽고, 그러세요? 근황 이야기 요즘은 못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cyrus 2011-07-12 17: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적 문제가 도저히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여기도 오늘 비가 안 올줄 알았는데,, 오네요.
내일 예비군 훈련 있는데 내일도 비 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래야 하루 놀 수 있거든요,

학교 학과사무살에서 일하고 있어요, 땜방으로 하게된 것도 있고,,
방학이라서 힘들지 않아요, 예전에 휴학생 때 새벽 편의점 알바보다
편해서 좋아요 ^^

카스피 2011-07-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넘의 실업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cyrus 2011-07-12 17: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부가 제대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세대들에게 악영향이 이어질꺼 같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