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X-파일
이반 투르게네프 외 / 문학수첩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공포 X파일괴기 X파일1995년에 나온 책이다. 부제는 세계의 대작가가 쓴 공포 · 괴기 걸작선이다. 두 권의 책 모두 부제가 같다. 1995년에 나는 국민 학생이었다. 미국 드라마 <The X File>199410월부터 KBS에서 방영되었다.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부터 방송, 언론, 출판 모든 업계에 ‘X 파일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괴기 X파일이다. 짝을 맞추려면 공포 X파일도 있어야 하겠지만, 공포 X파일에 있는 작품 대부분은 다른 번역본에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공포 X파일을 당장 구매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내가 처음 보는 단편소설 서너 편이 공포 X파일에 포함되어 있어서 사지 않을 수가 없다.

 

 

 

 

 

 

대작가다운 기상천외한 발상, 치밀한 구성

세계 전통 호로물(...)의 진수!

 

 

 

    

 

괴기 X파일에 총 열두 편의 이야기가 있다. 이 중에서 한 편은 작가가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괴담(‘유령의 구두’)이다. 괴기 X파일수록작 중에 새로 번역되어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다.

 

    

 

* 탑 속의 방(Room in the tower, 1912)

에드워드 프레더릭 벤슨(Edward Frederic Benson)

탑 실 (뱀파이어 걸작선)

 

 

* 저주받은 일가(The Old Nurse’s Story, 1852)

엘리자베스 개스켈(Elizabeth Gaskell)

늙은 보모 이야기 (세계 호러 걸작선 2)

 

 

* 복수의 불(The Cone, 1895)

원뿔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

솔방울 (세계 호러 걸작선 2

 

 

* 이상한 인형(The Dancing Partner, 1928)

제롬 K. 제롬(Jerome Klapka Jerome)

댄싱 파트너 (세계 호러 단편 100)

 

 

* 보이지 않는 지배자 호를라(Le Horla, 1885)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오를라 (기 드 모파상: 비곗덩어리 외 62)

 

 

 

괴기 X파일의 번역자는 작품 원제와 발표 연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이러면 공포 소설을 수집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특히 우리말 제목만 보고 이 작품이 국내 초역인지 아닌지 단번에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제와 다른 우리말 제목이 붙여진 번역작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나는 새벽에 구글(Google)을 이용해서 작품 원제와 발표 연도를 확인했다. 하지만 영국 괴담 유령의 구두출처는 확인하지 못했다.

 

 

 

 

 

 

 

악마의 유혹

러시아어 원제: Pokhozhdeniya podporuchika Bubnova (1842)

The Adventures of Second Lieutenant Bubnov

Bubnoff and the Devil

이반 투르게네프(Ivan Sergeevich Turgenev)

 

 

 

국내 초역. 투르게네프의 초기 작품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악마는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익살스럽다.

 

이반 안드레비치 부브노프 중위(번역본에는 소위라고 적혀 있는데, 오역이다)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 없는 평범한 인물이다. 어느 날 부브노프는 악마를 만난다. 악마는 생긴 건 무서워도 성격이 유쾌하다. 악마는 부브노프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그 집에 악마의 할머니와 악마의 손녀가 살고 있다. 손녀의 이름은 바베비보부. 손녀는 부브노프에게 사랑한다면서 고백한다. 하지만 부브노프는 손녀의 고백을 거부한다.

 

할머니는 부브노프와 바베비보부를 결혼시키고 싶어 한다. 여기에 악마도 껴서 결혼을 부추긴다. 그 와중에 바베이보부는 부르노프를 잡아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고, 부프노프는 자신이 악마와 결혼한 이후의 일을 상상한다. 그는 한가하게 악마와 결혼해서 태어난 자녀의 사회적 신분이 어떻게 될지 생각한다. 악마에게 잡아먹을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부브노프는 속물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이제야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부브노프는 악마의 집을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덫에 걸린 먹잇감을 그냥 보내줄 악마들이 아니다. 악마들은 소위의 몸을 갈가리 찢어서 잡아먹는다.

 

다음 날 아침에 마을 사람들은 길에 누워 있는 부브노프를 발견한다. 의식을 회복한 부브노프는 악마와 만났던 일을 잊지 못한다. 그는 내가 만일 나폴레옹이라면, 악마를 모조리 없애 버리겠어!”라고 큰소리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피엔딩이지만, 소설 마지막 문장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위는 장수했지만, 죽을 때까지 그의 계급은 중위였다.

 

 

 

 

 

 

 

죽은 자의 약속

Keeping His Promise (1906)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

    

 

 

국내 초역.

 

에든버러 대학교 만년 4학년생 마리오트(Marriott)는 졸업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열심히 공부한다. 어느 날 마리오트의 하숙집에 필드(Field)라는 친구가 불쑥 찾아온다. 필드는 마리오트와 어렸을 적에 사립학교에 같이 다닌 사이였다. 마리오트는 반가운 마음에 시험공부를 제쳐두고 필드를 위해 음식을 차린다.

 

마리오트는 먼 길 오느라 피곤한 필드를 방에 재운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그런데 팔에 통증을 느낀다. 마리오트는 피곤해서 눈 좀 붙이려고 방에 들어간다. 그 순간 마리오트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방에 자고 있어야 할 필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필드가 누운 침대에서 숨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마리오트는 방 구석구석 살펴보지만, 아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은 마리오트는 흥분한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잠깐 외출한다. 마리오트가 다시 하숙집에 돌아가 보니 마리오트의 대학 친구 그린(Greene)이 있었다. 그린은 통증이 있는 마리오트의 팔을 살펴보다가 팔뚝에 난 상처를 발견한다. 마리오트는 상처와 관련된 과거의 일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에 마리오트와 그린은 우정의 서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팔뚝에 상처를 냈고, 상처에 난 피를 서로 교환했다. 그 과정이 상당히 위험한데, 마리오트가 자기 피 한 방울을 필드의 상처에 떨어뜨리고, 필드도 자신의 피 한 방울을 마리오트의 상처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린: 도대체 그런 짓은 뭣 때문에 했지?) 두 사람은 먼저 죽는 사람이 살아 있는 친구에게 나타나기로 맹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리오트는 어린 시절의 서약을 잊고 있었다.

 

마리오트는 누이에게 편지를 보내 그린의 근황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일주일 후에 마리오트는 누이의 답장을 받았다. 답장에 있는 내용에 따르면, 필드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쫓겨난다. 한순간에 무일푼 신세가 된 필드는 집을 떠나지 않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필드는 지하실에서 지내다가 굶어 죽는다. 답장을 읽은 그린은 필드가 죽은 날짜가 13일이었고, 필드가 마리오트를 만나러 온 날도 13일이었다고 말한다. (알고 보니, 13일은 금요일이었다하더라‥….)

 

 

 

 

 

 

 

노퍽에서 겪은 기이한 사건

My Adventure in Norfolk (1924)

A. J. 앨런(A. J. Alan)

    

 

 

번역본의 작가 소개에는 영국의 작가, 약력 미상이라고 달랑 아홉 글자로 된 문장이 적혀 있다.

    

본명은 레슬리 해리슨 램버트(Leslie Harrison Lambert, 1883~1941). A. J. 앨런은 필명이다. 2차 세계 대전에 해군 정보부에 근무했다. 램버트는 자신이 직접 라디오에 출연하여 완성된 단편소설을 낭독하면서 공개했다. 사후에 단편 선집 <The Best of A. J. Alan>이 출간되었으나 현재는 잊힌 작가가 되었다.

    

화자는 노퍽에 있는 별장에서 겨울 휴가를 보낸다. 별장은 너무 조용하고 외딴곳에 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밤, 자동차 한 대가 별장 근처에 선다.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시동이 멈춘 것이다. 운전자는 젊은 여자다. 그때 마침 멀리서 우유 통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화물차 운전자도 여자를 돕겠다고 나선다. 화자와 화물차 운전자는 여자의 차를 별장 차고에 넣는다. 화물차 운전자는 여자가 원한다면 화물차에 태워주겠다고 말한다.

 

날씨가 풀릴 때까지 두 남자는 별장 안에 들어가 몸을 녹이면서 위스키를 마신다. 그러나 여자는 화물차 운전사에게 얼른 가자고 재촉한다. 결국 운전사는 바깥에 나가서 시동을 건다(음주 운전을 해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화자는 여자에게 돈이 충분한지 묻는다. 여자는 문제없다고 대꾸한다.

 

두 사람이 떠나고 난 후에 화자는 여자가 탄 차를 확인한다. 화자는 차 안에 총상을 입어 죽은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는 시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옷을 뒤져보지만, 건진 건 지갑에 있는 9파운드 지폐다.

 

다음 날 아침에 화자는 차고로 들어간다. 그런데 차고에 있어야 할 여자의 차와 시체 모두 사라졌다. 화자는 경찰에 신고하고, 여자가 손댄 유리잔은 자신이 따로 챙긴다. 그는 유리잔을 가지고 지문과에 가서 유리잔에 남아 있는 지문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한다. 3분 만에 여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여자는 절도 전과가 있는 조직 폭력단의 일원이었다. 두 폭력단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여자의 남자 친구가 총에 맞았다(여자의 남자 친구도 조직 폭력단의 일원인지 아니면 폭력단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여자를 잘못 만나 억울하게 죽은 건지 소설에 상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여자는 남자 친구의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 자기 차에 실었고, 노퍽을 지나다가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여자는 차와 시체를 남의 차고에 맡겨 두고는 화물차를 타고 도망쳤다. 그러나 그녀가 탄 화물차는 사고가 났고, 운전사와 여자 모두 사망했다.

 

화자는 운전수과 여자를 만난 일이 어젯밤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자 여자의 사망 소식을 알려준 친구는 반문한다.

    

 

 어젯밤 사건? 미쳤어? 19192월에 일어난 일이야. 자네가 말하는 그 사람들은 죽은 지가 벌써 수십 년은 된다고!”

  “뭐라고?”

  그럼 지갑에 들었던 9파운드 지폐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백지 명함의 비밀

 

The Most Maddening Story in the World (1920)

랠프 스트라우스(Ralph Straus)

 

    

 

 

번역본에 사망 연도가 ‘?’로 되어 있다. 랠프 스트라우스는 1882년에 태어나 1950년에 사망했다. 그는 1928년에 찰스 디킨스 전기를 발표했다.

 

 

 

 

 

 

 

 

 

야수

The Brute (1906)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

 

 

유령 우편마차

The Ghosts of the Mail (1837)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두 편 모두 국내 초역이다. 글의 분량이 길어지는 관계로 줄거리 요약을 생략한다.

 

조셉 콘래드는 항해와 창작 활동을 병행한 바다 사나이. 야수에 나오는 인물들도 항해와 관련된 일을 한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을 안 읽은 지 오래됐고(유일하게 읽은 그의 소설이 암흑의 핵심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모른다. 나중에 콘래드의 소설을 읽는 날이 오면 좀 더 자세하게 야수를 다시 소개하겠다.

 

찰스 디킨스는 ‘GALA’에 포함될 후보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단편으로 된 디킨스의 유령 소설과 공포 소설들(국내에 번역된 것)을 한 번에 모아서 소개할 예정이다.

 

 

 

 

 

Trivia

 

작가 소개E. F. 벤슨을 캔터베리 대주교 아서 크리스토퍼 벤슨의 동생이라고 잘못 언급된 내용이 있다. 아버지 E. W. 벤슨이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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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6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16 22:01   좋아요 0 | URL
노스트라다무스... 추억의 이름이네요. 옛날에 나온 문제집 이름이 노스트라다무스였어요. ^^;;

카스피 2020-03-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옛날에 본 기억이 나는 책인데 아마 시골집 박스 어딘가에 있을것 같군요^^;;;

cyrus 2020-03-16 22:02   좋아요 0 | URL
구하기도 힘들고, 찾기도 힘든 책이네요. ㅎㅎㅎ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러두기

    

 

* GBLA(Good Bad Literature Archive)

영국의 작가 G. K. 체스터턴(Gilbert Keith Chesterton)문학성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읽어볼 만한 재미있는 책을 가리켜 좋으면서 나쁜 책(good bad book)이라는 표현을 썼다. 나는 세계문학(고전)의 주류에 속하지 않지만, 읽어 보면 재미있는 공포 문학좋으면서 나쁜 문학(good bad literature)이라 부르고 싶다(다만, 모든 공포 문학 작품이 다 재미있는 건 아니다). 내 목표는 국내에 번역되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공포 문학 작품을 정리한 온라인 아카이브(Archive, 기록 보관소)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 아카이브 이름을 ‘GBLA(Good Bad Literature Archive)로 정했다.

    

 

 

* 작품 평가 기준

엘러리 퀸(Ellery Queen)은 탐정소설을 평가할 때 세 가지 기준을 사용했다. 나도 공포 소설을 평가할 때 이 평가 기준을 사용하겠다.

 

1. H: 역사적 중요성(Historical Significance)

이 작품이 문학사적으로 중요한가?, 문학사적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2. Q: 작품의 우수성(Quality)

이 작품이 문학적으로 우수한가?

 

3. R: 초판본의 희소가치(Rarity)

GBLA에서는 번역본의 희소가치를 뜻한다. 번역된 횟수가 적은 작품 또는 번역본이 절판되는 바람에 해당 작품을 보기 어려울 경우 R를 부여한다.

 

 

 

 

 

 

 

 

 

E. F. 벤슨은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 에드워드 화이트 벤슨(Edward White Benson, 1829~1896)의 아들이다. 그녀의 어머니 메리 시지윅(Mary Sidgwick, 1841~1918)은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였다. 영국 총리 글래드스턴(Gladstone)은 그녀를 유럽에서 가장 영리한 여성(cleverest woman in Europe)이라고 평가했다.

 

E. W. 벤슨과 메리 시지윅 사이에 6남매가 태어났다. 장남 마틴 벤슨(Martin Benson)은 6남매 중 가장 영리해서 촉망받는 인물이었으나 18세에 요절했다. 차남 아서 크리스토퍼 벤슨(Arthur Christopher Benson, 1862~1925)은 시인 겸 수필가다. 그는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가 작곡한 <Land of Hope and Glory>의 노랫말을 썼다. 지금도 이 곡은 영국의 제2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랑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알려졌다(이 곡은 총 다섯 곡으로 구성된 관현악곡집이다. 이 다섯 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1번 곡 선율이 바로 ‘Land of Hope and Glory’이다).

 

6남매 중에 세 번째로 태어난 마거릿 벤슨(Margaret Benson, 1865~1916)은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한 최초의 여학생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되어 이집트에서 유물을 발굴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 활동으로 마거릿 벤슨은 이집트 정부로부터 유물 발굴 허가를 받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그러나 말년은 좋지 못했는데 1907년부터 정신병원에서 생활했다.

 

오늘 소개할 E. F. 벤슨은 네 번째로 태어난 삼남이다. 다섯 번째로 태어난 넬리 벤슨(Nellie Benson, 성별을 확인하지 못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 넬리 벤슨의 삶을 소개한 항목이 없다. 장남 마틴도 별도의 위키피디아 항목이 없는 벤슨 가 사람이다)은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채 26세에 요절했다. 막내 로버트 휴 벤슨(Robert Hugh Benson, 1871~1914)은 가끔 소설을 쓰는 가톨릭 신부였다.  

 

E. F. 벤슨 역시 고고학자로 활동하여 5년 동안 그리스와 이집트에서 살았다. 고고학 발굴 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영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지내며 글을 썼다. 그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썼는데, 그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벤슨의 글은 공포 소설과 유령 소설이다. E. F. 벤슨은 운동 신경이 매우 뛰어나서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했으며 영국 대표로 세계 대회에 출전했다.

 

 

 

 

 

 

 

버스 차장

The Bus-Conductor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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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 옮김 세계 호러 단편 100(책세상, 2005)

 

 

 

어느 날 휴 그레인저(Hugh Grainger)의 집 앞에 검은색 마차 한 대가 선다. 그는 창문으로 마차를 내려다본다. 그런데 마차꾼의 옷차림이 이상하다. 그는 검은색 외투에 밀짚모자를 쓰고 있다. 마차꾼은 자신을 관찰하고 있던 휴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안에 딱 한 자리 남았습니다. 선생님(Just room for one inside, sir)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불쾌해진 휴는 창문 블라인드를 내린다. 정확히 한 달 후에 휴는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린다. 그의 앞에 버스 한 대가 서는데, 버스 차장의 모습이 예전에 봤던 마차꾼과 닮았다. 버스 차장은 휴에게 안에 딱 한 자리 남았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 휴는 버스를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이 소설이 수록된 세계 호러 단편 100(책세상) 233오역 문장이 있다.

 

 

 내 방은 삼층 정면에 있어.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방으로, 평소에는 자네가 사용하던 곳일 거라고 짐작했지.”

 

 You had put me in the front room, on the third floor, overlooking the street, a room which I thought you generally occupied yourself.

 

 

영국과 미국 층수의 개념이 다르다. 예전에 이 내용을 표로 만들어 정리한 적이 있다. 미국인들은 1층을 ‘First floor’라고 쓰지만, 영국인들은 ‘Ground Floor’로 쓴다. 미국에서 2층을 의미하는 ‘Second floor’가 영국에서 사용하면 3층에 해당한다. 미국의 ‘third floor’는 삼층이지만, 영국에서는 사층이다. 벤슨은 영국 작가이다. 그러므로 층수의 의미를 우리말로 옮길 때 영국식으로 쓰는 게 맞다.

 

 

 

 

 

 

 

쐐기벌레

Caterpillars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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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 옮김 세계 호러 걸작선(책세상, 2004)

* [절판] 윤효송 옮김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자유문학사, 2004)

 

    

 

화자는 예전에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카스카나 별장(Villa Cascana)이 헐린다는 소식을 접한다. 별장이 헐린 그 자리에 공장이 들어선다. 그는 사라진 별장과 관련된 불쾌한 추억을 떠올린다.

 

그는 별장에서 괴상한 형태의 벌레를 목격한다. 다음 인용문은 화자가 벌레를 묘사한 내용이다.

 

 

 방 안의 희끄무레한 빛이 침대에서,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침대 위의 어떤 것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길이가 삼십 센티미터가 넘는 거대한 쐐기벌레들이 침대를 뒤덮은 채 기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쐐기벌레들은 희미하게 빛을 발했으며 침실 쪽으로 내 시선을 끈 것도 그 빛이었다. 보통의 쐐기벌레의 배다리 대신에 게처럼 집게발이 달려서 그것으로 표면을 움켜잡으며 움직거리다 앞쪽으로 몸을 미끄러뜨렸다. 그 오싹한 곤충은 노르스름한 회색빛에, 울퉁불퉁한 혹과 종기로 뒤덮여 있었다 (세계 호러 걸작선374)

 

 

별장에서 지내고 있던 화가 아서 잉글리스(Arthur Inglis)는 쐐기벌레에 흥미를 느낀다. 그는 집게발을 뜻하는 라틴어 ‘Cancer’와 자신의 성()을 합쳐 쐐기벌레의 이름을 지어준다. 이름은 캔서 잉글리센시스(Cancer Inglisensis).

 

쐐기벌레는 벤슨의 대표작이다. 내용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과 찝찝한 여운을 주는 매력적인 공포소설이다.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자유문학사)에도 수록되었는데 제목이 유충이다. 제목부터 오역이다‥…. ‘쐐기벌레가 맞다.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세계 호러 걸작선(책세상)2004년에 나온 책이다. 그런데 두 권 모두 오역 문장이 있다.

 

 

 이윽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일 년 전에 그 빈 방에서 치명적인 종양이 발견되었다 (세계 호러 걸작선380)

 

 

  스탠리 부인은 그때 처음으로 나에게 그 방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1년 전쯤, 그 침실을 암 환자가 잠시 사용했다고 한다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235)

 

 

  Then she told me. In the unoccupied bedroom a year before there had been a fatal case of cancer.

 

 

소설의 결말에 해당하는 문장이다. 그래도 번역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스포일러가 있더라도 인용하겠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라.

 

사실 원문의 ‘a fatal case of cancer’는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표현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case’환자 또는 상자로 해석할 수 있다. ‘상자로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소설 중반부에 아서 잉그리스가 쐐기벌레를 담은 상자를 화자에게 보여준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상자가 맥거핀이 아니라면 아서가 들고 있던 상자가 쐐기벌레의 개체 수를 늘리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환자’로 해석해도 문장이 어색하지 않다. ‘a fatal case of cancer’ 앞에 있는 ‘had been’‘have been(방문하다)의 과거형이라면 치명적인 암에 걸린 환자가 침실에 잠시 들렀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종양’인데 과연 ‘a fatal case of cancer’종양으로 해석이 가능한가. 원문과 다른 표현이긴 한데 오역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겠. ‘종양’이 개체 수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뭉쳐진 채 서식하는 쐐기벌레들을 묘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어쨌든 ‘a fatal case of cancer’의 의미가 모호해서 결말을 본 독자들은 찝찝한 여운을 느끼게 된다.

 

 

 

 

 

 

 

탑 실

Room in the tower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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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 옮김 뱀파이어 걸작선(책세상, 2006)

* [절판, No Image] 이동진 옮김 괴기 X-파일(문학수첩, 1995)

 

 

 

화자는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꿈을 자주 꾼다. 그는 열여섯 살에 처음으로 일정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꿈에 붉은 벽돌의 저택이 나오고, 저택의 정원에 친구 잭 스톤(Jack Stone)과 그의 가족들(잭 스톤의 부모와 두 누이)이 모여 있다. 스톤 부인(Mrs. Stone)은 매번 꿈에 나올 때마다 화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잭이 네 방을 안내해줄 거야. 탑 실을 골라두었단다.”(Jack will show you your room. I have given you the room in the tower)

 

화자는 잭의 안내를 받으면서 탑 실에 간다. 탑 실 안에 들어간 화자는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이런 악몽을 화자는 반복적으로 꾼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꿈이 되풀이될수록 꿈속의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면서 꿈속에 나타나는 잭 스톤 가족의 외형은 나이를 먹으면서 변한다.

 

꿈을 꾼 당시에 화자는 잭 스톤을 만나지 않았고, 꿈에 나온 저택과 비슷한 건물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친구 존 클린턴(John Clinton)과 함께 숲속에 있는 어느 저택에 지내게 되는데, 그곳은 화자의 꿈에 보던 저택과 흡사하다. 그리고 두 사람을 맞이하는 저택의 주인은 꿈속에서 본 스톤 부인의 모습과 닮았다. 드디어 화자는 악몽에서만 보던 탑 실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탑 실은 탑과 집 실()과 합쳐진 단어다. 탑 속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탑 실과 다음에 소개할 앰워스 부인뱀파이어(Vampire)가 나오는 벤슨의 소설이다. 그래서 탑 실은 뱀파이어 소설의 역사를 논할 때 꼭 언급되는 작품이다.

 

탑 실이 수록된 뱀파이어 걸작선(책세상)정진영 씨가 번역했다. 이미 오역을 지적하면서 언급한 세계 호러 걸작선세계 호러 단편 100의 역자도 정진영 씨다. 이분 때문에 내 글의 분량이 길어졌다. 여러분, 글이 길다고 해서 나를 탓하지 마시라.

 

 

 지난주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려 이층으로 향할 때였다. 자주 그래왔듯 우편배달부의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다시 아래층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때부터 꿈에 환상이 섞여들었고, 편지를 뜯어보니 최상품 다이아몬드와 함께 아주 익숙한 필체가 나타났다. 편지 내용은 이랬다.

  “이걸 안전하게 보관해주게. 이탈리아에서 이걸 지니고 있는 건 위험하니까.”  (155~156)

 

  One night last week I dreamed that as I was going upstairs to dress for dinner I heard, as I often heard, the sound of the postman’s knock on my front door, and diverted my direction downstairs instead. There, among other correspondence, was a letter from him. Thereafter the fantastic entered, for on opening it I found inside the ace of diamonds, and scribbled across it in his well-known handwriting, “I am sending you this for safe custody, as you know it is running an unreasonable risk to keep aces in Italy.”

 

 

‘ace of diamonds’다이아몬드가 그려진 트럼프 카드를 뜻한다.

 

 

 

 

 

 

 

 

사형수의 고백

The Confession of Charles Linkworth (1922)

 

 

R

    

 

 

 

 

 

 

 

 

 

 

 

 

 

 

 

* 안길환 옮김 영국의 괴담(명문당, 2000)

 

 

 

약간 감동을 주는 결말이 있는 유령소설이다.

 

티스데일(Dr. Teesdale)은 처형 직전의 사형수를 1주에 한두 번씩 진찰하는 의사다. 그의 취미는 심령술 연구이다. 티스데일이 만난 사형수 찰스 링크워스(Charles Linkworth)는 문방구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부채 때문에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찰스 링크워스는 돈을 차지하기 위해 어머니를 교살하고 시체를 유기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티스데일은 찰스 링크워스의 교수형을 참관한다. 그는 찰스가 즉사했음을 확인한다. 그 순간 티스데일은 찰스의 영혼이 자신 옆에 있는 듯한 오싹한 기분을 느낀다. 찰스가 죽은 지 한 시간 지난 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찰스를 사형할 때 사용한 밧줄이 사라진 것이다.

 

티스데일의 방에 전화기가 있다. 저녁에 전화벨이 울리고, 티스데일은 수화기를 든다. 하지만 수화기에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그는 전화 교환국에 가서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건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전화번호의 위치는 교도소였다. 그러나 교도소의 당직 근무자는 티스데일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말한다. 티스데일은 교도소에 떠도는 찰스의 영혼이 자신에게 무언가 얘기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고 생각한다.

 

티스데일의 예상대로 다음 날 저녁에도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에 흐느끼는 찰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티스데일에게 교화사(敎化師)와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티스데일은 영혼의 요구를 들어준다.

 

원제에 있는 ‘Confession’고해성사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앰워스 부인

Mrs. Amworth (1922)

 

 

R

    

 

 

 

 

 

 

 

 

 

 

 

 

 

 

 

 

*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1(한즈미디어, 2014)

* [품절] 이수현 옮김 세계 공포문학 걸작선: 고전 편(황금가지, 2003)

 

 

 

서섹스(Sussex) 주 고지대에 있는 마을 맥슬리(Maxley).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지만, 삼백 년 전에 뱀파이어가 창궐했던  곳이다. 심리학 교수 프랜시스 어컴브(Francis Urcombe)는 지금도 맥슬리에 뱀파이어가 있다고 주장한다. 맥슬리의 유명 인사는 미망인 앰워스 부인이다. 인도에 파견된 남편과 함께 살다가 남편이 죽자 그녀는 영국으로 돌아와 맥슬리에 정착한다. 맥슬리는 부인의 조상이 살고 있던 곳이다. 부인은 마을 주민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그러나 프랜시스 어컴브는 부인의 정체를 의심한다.

    

사실 앰워스 부인은 추리소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프랜시스 어컴브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와 단서들을 가지고 앰워스 부인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런데 그 단서라는 것들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만약 작가가 앰워스 부인을 쓰면서 독자를 속일 수 있는 정교한 트릭을 설정했다면 코난 도일(Conan Doyle)서섹스의 뱀파이어에 견줄 만한 추리소설이 되었을 거로 생각한다. 서섹스의 뱀파이어에서 셜록 홈스(Sherlock Holmes)는 뱀파이어로 잘못 알려진 부인의 이상 행동을 추리하여 부인의 억울한 오해를 풀어준다.

 

 

 

 

Trivia

 

* 세계 호러 단편 100아서 크리스토퍼 벤슨의 막힌 창로버트 휴 벤슨의 감시자가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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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리고 죽은 자가 말했다 Mystr 컬렉션 140
에드워드 프레더릭 벤슨 / 위즈덤커넥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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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은 과학을 연구하는 대학생이다. 그는 창조물(creature)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해 묘지에서 시체를 도굴한다. 자만심에 빠진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서 창조물을 만든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과학을 악용하는 이런 인물을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라 부른다.

 

영국의 작가 에드워드 프레더릭 벤슨(Edward Frederick Benson)그리고 죽은 자가 말했다(And The Dead Speak)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등장하는 공포소설이다. 제임스 호튼 경(Sir James Horton)은 매일 실험실에서 생활하는 물리학자다. 그는 인간의 두뇌에 모든 기억이 저장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죽은 지 얼마 안 된 두뇌 조직에 축음기 바늘을 꽂아 그 뇌에 저장된 기억을 읽어내는 실험을 한다. 이 소설의 화자는 친구 호튼 경의 괴상한 실험을 지켜본 증인이다. 놀랍게도 축음기에 죽은 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호튼 경은 그 목소리가 살아있을 때 죽은 자의 뇌에 저장된 기억이라고 확신한다.

 

실험이 성공하자 호튼 경은 축음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매진한다. 그는 다음 실험 대상으로 가정부 가브리엘 부인(Mrs. Gabriel)을 주시한다. 가브리엘 부인은 6개월 전에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한때 언론에서 주목받은 인물이었다. 호튼 경이 특이한 이력이 있는 여성을 가정부로 고용한 이유가 있다. 그는 그녀의 뇌에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마침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온다. 가브리엘 부인은 간질을 앓고 있는데 발작 증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계단에서 넘어진다. 호튼 경은 다친 부인을 병원이 아닌 실험실에 데려간다. 그는 부인의 이마에 난 상처에 축음기 바늘을 넣는다. 화자는 부인이 죽지 않았다면서 호튼 경을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인간의 오만이 하늘을 찌르면, 나중에 그 오만이 인간을 찌르는 결과가 나온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최후는 늘 이렇다. 그런데 호튼 경이 최후를 맞는 과정이 허무하다.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한 결말이 무척 아쉽다.

 

그리고 죽은 자가 말했다와 비교할 수 있는 소설이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Herbert WestReanimator). 확인해 보니 두 편의 소설 모두 같은 해(1922)에 나왔다. 허버트 웨스트는 호튼 경이 오히려 점잖게 보여질 정도로 광기가 심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의대생 허버트 웨스트는 죽은 생물을 되살리는 실험을 한다. 이 소설의 설정과 구성이 그리고 죽은 자가 말했다와 비슷하다. 두 소설의 화자 모두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친구다. 그들은 제정신이 아닌 친구의 실험을 목격한 증인이며 끔찍한 실험에 간접적으로 동참한다. 그렇지만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의 결말이 벤슨의 소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의 결말은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묘사되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두 편의 소설을 꼭 읽어보시라. 그러면 내가 결말을 지적한 이유를 알 것이다.

 

 

 

 

 

 

 

Trivia

 

 

* 7

     

 

 

 I well remember his coming in to see me on the evening of the 4th of August, 1914.

  “So the war has broken out,” he said, “and the streets are impassable with excited crowds. Odd, isn’t it? Just as if each of us already was not a far more murderous battlefield than any which can be conceived between warring nations.”

  “How’s that?” said I.

 

 

거리가 흥분한 군중으로 꽉 막혀 있었다라는 문장은 화자의 말이 아니라 호튼 경이 한 말의 일부다. 그리고 내가 형광펜 색으로 줄을 친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서 계속 봐도 이상하다. 오히려 내가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역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 13

    

 

 

 

작음작은의 오식이다.

 

    

 

 

* 22

 

 

 

티페레리의 노래오역이다. 티페레리(Tipperary, 티퍼레리)는 아일랜드 남부에 있는 도시 지명이다. 제목과 가사에 티페레리가 들어간 노래가 여러 곡이 있는데, ‘티페레리의 노래라는 제목의 곡은 없다. 이 소설 본문에 언급된 티페레리의 노래’의 정체1907년에 나온 <Tipperary>.

 

    

 

 

*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알라딘에 그리고 죽은 자가 말했다를 검색하면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Book Lover’라는 닉네임의 아마존(Amazon) 회원이 남긴 추천평이 인용되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글에 어이없는 내용이 보인다.

 

 이 작품은 샬롯 브론테를 포함한 많은 작가들과 비평가들이 자신의 수필집과 자서전 등에서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ë)19세기에 활동한 작가다. 그녀는 벤슨이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 샬롯이 1922년에 나온 그리고 죽은 자가 말했다를 읽었을 리가 없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Book Lover)이 치명적인 실언을 하다니‥…. 그리고 벤슨의 소설은 고딕 공포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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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괴담
안길환 옮겨 엮음 / 명문당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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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당 출판사에서 나온 괴담 시리즈는 총 여덟 권이다. 20004월에 영국의 괴담, 중국의 괴담, 한국의 괴담이 나왔고, 그해 석 달 뒤에 프랑스의 괴담, 미국의 괴담이 나왔다. 다음 달에 러시아의 괴담이 나오고, 뒤이어 독일의 괴담, 일본의 괴담이 나왔다. 이 모든 책이 2000년 한 해에 출간되었다. 9년 뒤에 일본의 괴담이 새로 출간되었는데 2000년에 나온 구판과 다른 점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개정판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영국의 괴담이다. ‘괴담시리즈 전부 절판되기 전에 사 모을 생각이다. 명문당은 동양고전을 주로 펴내는 출판사다. 이런 출판사가 괴담 시리즈를 펴냈다니 출판 의도가 궁금하다. 구전 설화나 민담을 수록한 한국의 괴담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권의 책은 동서양 작가들의 공포 단편소설 선집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제목에 있는 괴담때문에 세계의 괴담을 모아 놓은 책으로 오해할 수 있겠다.

 

알라딘에 여덟 권의 책의 목차가 모두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작품명만 나와 있다. 작품을 쓴 작가를 알려면 이 책을 사서 봐야 한다. 무려 20년 전에 나온 책이 공공도서관의 터주 대감으로 있을 것 같지 않다. 책 뒤에 원 작품명과 작가목록이 있다. 그런데 이 목록도 문제가 있는데 작품 발표 연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원 작품명과 작가 이름, 그리고 발표 연도가 있는 목차를 써봤다.

    

 

 

* 판사의 집(The Judge’s House, 1891)

브람 스토커(Bram Stoker)

 

* 해리와 크리스(Harry, 1955)

로즈메리 팀펄리(Rosemary Timperley)

 

* 누구의 도움일까?(Special Delivery, 1912)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

 

* 오솔길 따라서 간 여인(Ahoy, Sailor Boy!, 1933)

A. E. 코퍼드(A. E. Coppard)

 

* 지상에서 못 이룬 사랑

(The Tale of Harry & Rowena, 1928) [1]

M. P. (M. P. Shiel)

      

* 떠나 버린 에드워드(The Passing of Edward, 1912)

리처드 미들턴(Richard Middleton)

 

* 상단(上段) 침대(The Upper Berth, 1885)

프랜시스 매리언 크로퍼드(Francis Marion Crawford)

 

* 피리를 불면 내가 가지(“Oh, Whistle, and I’ll Come to you, My Lad”, 1904)

몬터규 로즈 제임스(M. R. James)

 

* 망령 난동 사건(The Story of the Spaniards, Hammersmith, 1898)

E. 헤론 & H. 헤론(E. Heron & H. Heron)

 

* 사형수의 고백(The Confession of Charles Linkworth, 1912)

에드워드 프레더릭 벤슨(Edward Frederic Benson)

 

* 저주의 붉은 방(The Red Room, 1896) [2]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 유언의 저주(Squire Toby’s Will, 1868)

조지프 토마스 세리든 레 파누(Joseph Thomas Sheridan Le Fanu)

 

* 공포 속의 빈 집(The Empty House, 1906)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

 

 

 

번역문에 한문으로 된 단어가 너무 많다. 고전 공포 소설을 읽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나는 동양고전의 문장 하나하나 독해하는 것처럼 읽고 있었다. 그렇게 한자어를 힘겹게 읽다가 핸섬하다라는 콩글리시가 있는 문장을 만났는데, 그거 보는 순간 실소했다. 20년 전에 나온 이 책의 번역도 핸섬하지 않다.

 

 

 동생 이상으로 떠들썩한 형 스클루프 매스튼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그는 야외 스포츠에도, 전원생활의 즐거움에도 관심이 없었다. 스포츠맨도 아니었고 핸섬하지도 않았다.

 

(유언의 저주, 261)    

 

 

[1] 원제에 ‘Rewana’로 잘못 표기된 오식이 있.

 

[2] ‘The Empty Room’이라는 잘못된 원제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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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 13
로다 브로턴 / 올푸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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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에 웨일스에서 태어난 로다 브로턴(Rhoda Broughton)은 유명 작가인 친척 레 파누(Le Panu)로부터 인정받아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던 도서 대여점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영국에 정착한 브로턴은 결혼하지 않고, 말년에 자매와 함께 살다가 1920년에 세상을 떠났다.

 

1868년에 발표된 브로턴의 단편소설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원제: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서간체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두 명의 여성이 주고받은 편지글로 이루어진, 보기 드문 형식의 공포 소설이다.

 

이 이야기는 엘리자베스 드윈트세실리아 몬트레서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세실리아는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남편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하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직접 발품을 팔아(불볕 아래 런던 절반을 돌아다녔고, 수십 명 이상의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났다고 한다) 세실리아와 남편이 살 집을 구한다. (우와! 정말 멋진 친구다)

 

엘리자베스는 메이페어 XX32번지에 있는 좋은 집을 발견한다. 그녀는 자신이 살 집을 구하는 것처럼 집 내부를 꼼꼼하게 살핀다. (우와! 정말 멋진 친구다X2) 엘리자베스는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지만, 전세금이 상당히 비쌀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 알아 보니 생각보다 전세금은 비싸지 않았다. 그녀는 이 집에 거주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어서 전세금이 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 관리인은 집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이 집을 사기로 한다.

 

세실리아와 남편은 좋은 친구 덕분에 메이페어 XX32번지에 정착한다. 그러나 세실리아는 엘리자베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끔찍한 집’을 얼른 가고 싶다고 말한다. 세실리아의 하녀는 집에 무서운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을 세실리아에게 알린다. 귀신의 존재를 믿는 세실리아는 불안에 떨지만, 그녀의 남편은 유령은 없다면서 코웃음을 친다. 세실리아는 자신의 집에 찾아온 아델라(이 여성이 누군지 본문에 언급되지 않았다. 아델라를 언급하는 내용의 문장에 ‘본가라는 단어가 있는 거로 봐서는 세실리아의 여동생인 것 같다)를 위해 방 하나를 준비한다. 그런데 어린 하녀는 아델라가 쓸 방에서 귀신을 목격해 의식을 잃는다. 그녀는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이상한 말들을 쏟아낸다. 이상한 소동을 알린 세실리아의 편지를 본 엘리자베스는 세실리아에게 답장을 보낸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도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2주가 지나서 엘리자베스는 세실리아가 보낸 편지를 받는다. 세실리아는 끔찍한 집을 떠나게 되었다면서 근황을 알린다그러면서 그 집에서 또 일어난 무서운 소동을 들려준다.

 

소설은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작가가 살았던 19세기 영국에 실화 같은 무서운 이야기가 유행했다. 특히 어떤 집에서 귀신을 목격했던 사람이 미쳤다거나 죽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았다. 이런 이야기는 작가가 꾸며낸 것이다. 그래도 이 허구의 이야기를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실리아라는 여성이 편지로 무서운 경험담을 들려주는 방식은 독자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작가는 집에 나타난 귀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끝내 밝히지 않는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묘사를 생략한 작가의 의도적인 글쓰기는 실체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러한 공포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자 반응이다.

 

 

    

 

 

Trivia

 

 

* 4

 

 

 

하늘하하늘하늘하늘의 오식이다. ‘하늘하늘은 조금 힘없이 늘어져 가볍게 잇따라 흔들리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 32

    

 

 

 

이 소설에 랠프 고든이라는 남성이 나온다. 세실리아의 묘사에 따르면 그는 잘생긴 청년이다. 랠프 고든은 집에 나오는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면서 오늘 밤 그 문제의 방에 혼자서 지내겠다고 말한다. 자신감 넘치는 이 청년이 그 방에 들어간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랠프 고든은 방에 들어가기 전에 아델라에게 장난으로 유언을 남긴다(복선). 이 남자는 조지 G. 바이런(George G. Byron)의 시구를 읊으면서 허세를 부린다. 고든이 읊은 시구(“그대여 안녕히, 만약에 영원이 있다면 그때엔 영원히 안녕히”)그대여 안녕히(Fare Thee Well)의 시구를 살짝 바꾼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지 G. 바이런의 가운데 이름 ‘G’는 고든(Gordon)의 첫 글자. 랠프 고든이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구를 읊는 모습은 작가가 설정한 재미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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