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빈민가의 낡은 주택에서 마약중독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 현장에는 이상한 의식을 치른 흔적이 남아 있다. 

사건을 담당한 존 리버스 경위는 제보자인 트레이시를 통해

사건 피해자와 사건 경위를 나름 파악하자 홈스 경장을 불러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는데...  

 

'페이스 오프'에서 '인 더 닉 오브 타임'으로 짧은 첫만남을 가졌던

이언 랜킨의 대표적인 시리즈라는 존 리버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이 책은

에든버러에서 발생한 마약중독자의 사망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 큰 영향을 받았는지 

각 챕터마다 그의 작품 구절을 인용하고 있는데 작품 속에서도 하이드란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존 리버스의 파트너가 홈스인 점이나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을 듣는 등

여러 가지로 친숙한 설정들이 많아 그리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월요일에 시작해서 토요일까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괴이한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해내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홈스를 왓슨처럼 조수로 부리는 존 리버스는(왓슨은 존의 상급자로 등장한다)

그동안 만나봤던 여러 범죄스릴러 속 형사들과 유사한 듯 하면서도 나름의 개성이 있었는데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압력이나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파고드는 모습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형사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존 리버스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또 다른 사람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는데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규모의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도시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났음에도 뭔가 시원한 해결이 되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존 리버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온 몸을 던져 사건해결에 나섰기 때문에 도시의 치부가 조금이나마 처리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에겐 비교적 낯선 에든버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 조금 낯선 느낌도 들었지만

영국 범죄소설 전체에서 10%이 비중이나 차지한다는 존 리버스 시리즈와 만남은 나름 즐거웠다.

이 책 한 권만으로는 솔직히 그 진가를 잘 모르겠지만 시리즈라는 게 시간이 갈수록 내용과 깊이가

한결 높아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후속작품들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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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격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크리스마스 이브에 인쇄업자인 크레이그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받은 엘러리 퀸은 친구인 존

서배스천이 1월 6일에 자신의 인생에서 네 가지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는 깜짝 발표를 듣는다.

존이 태어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죽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스물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물려받게 되고 자신의 첫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하는 러스티와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인데 마지막 네 번째는 비밀로 숨긴다.

별자리가 모두 다른 12명의 손님이 모인 가운데 크리스마스에 정체불명의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존에게 이상한 선물과 편지를 남기고 다음 날 아침 누군지 알 수 없는 시체가 발견되는데...

 

엘러리 퀸 형제가 사실상 마지막으로 공동 작업한 작품이라고 해서 놓칠 수 없는 작품이었는데

여러 가지 흥미로운 설정으로 본격 미스터리 거장의 명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12월 25일부터 1월 6일 밤까지 12번의 밤 동안 계속 의문의 선물과 편지가 이어지고

각자 다른 별자리를 가진 12명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12에 엄청난 의미가 숨겨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는데, 사실 25년 전 존의 출생의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여서

뻔한 얘기가 전개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처럼 계속 의문의 밤은 계속됐다.

특히 매일 밤 등장하는 선물과 편지는 도대체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는데

드디어 마지막 날에 존의 쌍둥이 동생이 단검에 찔린 채로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엘러리 퀸은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해내지 못하고 미결인 채로

27년이 지난 1957년이 되어서야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사실 진실을 알게 되면 단서들 속에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평범한 사람은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엘러리 퀸이 다룬 수많은 사건들 중에

가장 힘겨웠던 사건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격의 거장답게 나름 다양한 장치들을 배치해서 작품의 재미를 높였는데

12명의 손님과 12번의 밤을 보낸 의미가 예상보단 부각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 책으로 엘러리 퀸의 사실상의 작품활동이 끝났다고 하니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

그들이 남긴 작품들은 미스터리 장르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음이 분명하지 않을까 싶다.

앞 표지의 띠지 뒷 면을 보면 아마 6편의 작품이 더 나올 것 같은데 아직 읽을 수 있는 엘러리 퀸의

작품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면서 그 작품들과 만날 날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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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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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월 7일 오후 7시에 추리소설가 사카이 마사오가 본인의 집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청산가리 중독으로 죽자 출판사 편집자인 나카다 아키코와

주간지에 글을 기고하던 쓰쿠마 신스케는 그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다.

사카이 마사오가 쓰고 있던 소설 제목이 묘하게도 자신이 죽은 시간과 동일한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이고 오랜만에 만족스런 작품이 나왔다고 좋아하던 그가

느닷없이 자살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각자 그의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분쿄도 서점에서 복간 희망도서로 선정되어 다시 빛을 보게 된 전설적인 미스터리라고 해서

과연 어떤 내용이기에 이런 극찬을 하는지 궁금했다.

서술트릭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또 어떤 장난을 쳤을까 하며 속아넘어가지 않으려고

나름 주의를 하면서 봤지만 역시나 쉽지는 않았다.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장래가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이후 제대로 된 후속작을 내놓지 못하고

계속 퇴짜만 맞던 사카이 마사오가 회심의 작품을 완성하지만

유명 작가 세가와 고타로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편 사카이 마사오와 연인 사이였던 나카다 아키코는 그의 집에

도가노 리쓰코라는 미모의 여자가 다녀가고 나서 거액의 돈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도가노 리쓰코에게 뭔가 단서가 있을 거라 짐작한다.

이렇게 나카다 아키코와 쓰쿠마 신스케는 각자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고 서서히 두 사람은 접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서술트릭을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데 트릭의 실체를 알고 나면

뭔가 황당하면서도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파헤치는 두 남녀를 따라가면서 왠지 모를 어색함 내지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진실이 드러나니 역시나 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의 서술 트릭이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조금만 방심해도

작가의 의도에 그대로 낚이고 만다는 서술트릭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도 연상시킨 작품이었는데, 서술트릭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두 사람이 각자 진실을 추적하는 가운데 알리바이 트릭 등 독자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괜히 환상의 명작이란 애칭이 붙은 게 아님을 제대로 보여줬다.

아쉬운 점은 작가 나카마치 신이 이미 고인이 되어 더 이상의 작품을 만나볼 수 없다는 점인데

국내에는 이번에 이 책을 비롯한 '살의 시리즈'가 소개되어 뒤늦게나마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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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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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표 복수극은 역시 다르다. 스티븐 킹식 현란한 복수와 응징을 담아낸 중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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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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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첫 탐정소설이라는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여운이 아직 가시기도 전에

스티븐 킹의 중편집이라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역시나 이야기의 제왕이라는 그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혹부리 영감이 노래주머니(?)를 달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주머니 같은 걸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 책에서도 복수와 응징이라는 화두를 소재로 한 특유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먼저 '1922'는 황량한 시골 농장에서 살던 남자가 땅을 팔고 이사가는 문제로 아내와 다투다가

아들을 꼬셔 아내를 살해하는 얘기를 그린다.

과연 그 정도 일로 아내를 죽여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기 내면의 '음흉한 남자'가 시키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처참한 아내의 시체를 우물에 빠뜨려 처리를 하지만

끔찍한 짓을 저지른 대가를 아들과 함께 조금씩 치르기 시작한다.

특히 아내가 보낸(?) 쥐새끼들의 공격에 시달리다가

서서히 맛이 가는 모습은 인과응보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빅 드라이버'는 북클럽 초청 강연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끔찍한 일을 당하는 여성 작가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초청자가 가르쳐준 지름길로 갔다가 날벼락이라 할 수 있는 봉변을 당하는 작가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자들을 찾아내 처절한 응징을 하는데

그녀가 살아남아 복수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과연 실현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예상보다 너무 손쉽게 처리를 해서 통쾌하지만 뭔지 모를 뒤끝도 남았다.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얼마나 우리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아찔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그나마 소설에서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기라도 해서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가장 분량이 적은 단편이라 할 수 있는 '공정한 거래'는

'파우스트' 등 악마와의 거래를 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남자에게 자신의 암덩이를 누군가에게 옮겨 15년을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를 뺏어간 불알친구를 선택한다.

그 결과 일어나는 일들은 좀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두 사람은 말만 불알친구였지

그 어떤 원수에 못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나 씁쓸함을 자아냈다.

남이 잘 되는 건 배 아픈 무늬만 친구인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폭로가

잘 드러난 작품이었는데 과연 공정하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작품인 '행복한 결혼 생활'은 얼마 전에 읽은 '허즈번드 시크릿'을 연상시켰는데

여기선 한 발 더 나아가 자상했던 남편이 연쇄살인범임을 우연히 알게 된 아내의 얘기가 펼쳐진다.

'허즈번드 시크릿'에서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아내는 고통과 절망 속에 살아야했는데

수십 년을 함께 산 남편이 연쇄살인마라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지만 자식들도 생각해야 하는 아내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나름의 최선의 선택을 한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작가의 말대로 정말 독하다.

그동안 스티븐 킹의 작품들 중에 안 독한 작품이 드물긴 했지만 인간의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면에선 제목 그대로 별도 하나 없는 깜깜한 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본성을 끄집어내는 재주에선 스티븐 킹을 따라갈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데 그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는지를

마지막에 소개하고 있어 한층 실감났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얘기 자체는 소름끼칠 때가 많지만 어느 순간 얘기 속에 빠져드는 걸

느끼게 되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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