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스릴러를 즐겨 읽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 속 매력적 주인공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한 작품에서 활약하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곤 했다.

예전에 모리스 르블랑이 자신의 캐릭터인 아르센 뤼팽과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를 한 작품에 등장시켜

색다른 재미를 준 적이 있지만 보통은 자기 작품 속 캐릭터를 자기 자식처럼 여기는 작가들이

다른 작가와 공동 작업을 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왠걸 스릴러의 슈퍼스타 작가들이 자신의 대표 캐릭터를 내세워 공동 작업을 한

이 책을 만나니 이게 정말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반가운 맘이 들었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로 화려한 막을 연 이 책엔

22명의 작가가 두 명씩 공동 작업을 한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스릴러 장르로 베스트 셀러 작가들이 총출동했다고 하는데 예상보다 아는 작가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 제프리 디버, 리 차일드 정도 외엔 제대로 아는 작가가 없다시피 해서

무늬만 스릴러 팬임이 탄로나고 말았다.ㅎ 유일하게 두 주인공 모두를 잘 아는 첫 작품 '야간 비행'은

LA를 지키는 해리 보슈가 보스턴으로 출장 가서 패트릭 켄지를 만나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해리 보슈의 스타일을 익히 봐 왔고 패트릭 켄지가 활약한 작품도 몇 편 봤기 때문에

과연 둘이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고집불통이라 할 정도로 자신만의 뚜렷한 소신과 스타일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라

사사건건 부딪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고

나름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사건을 잘 해결해냈다.

또 한 명의 좋아하는 커플 링컨 라임과 애멀리아 색스는 루카스 데븐포트와 릴리 로텐부르크와 호흡을 맞췄는데 심리학적 프로파일링과 과학수사의 절묘한 결합이라 할 수 있었다.

무뚝뚝한 터프가이 잭 리처가 레드삭스의 홈 그라운드에서 양키스를 응원하는 마지막 작품

'대단한 배려'도 앙숙인 두 팀의 흥미진진한 대결만큼이나 즐거움을 주었다.

이 책에 실려 11편의 작품 모두 쉽게 만날 수 없는 스타 작가들의 인기 주인공들이 짝을 이뤄

그들의 만남 자체가 정말 신기할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바쁜 일정의 작가들이 짬을 내어

이벤트성 단편을 쓰다 보니 풍성한 얘기들을 담아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상당수 작가와 주인공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다 보니

그들의 매력과 진가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해서 안타까웠는데 그들의 유명작품들을 나중에 따로

찾아보면 그들이 얼마나 어려운 발걸음을 했는지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암튼 이런 엄청난 시도를 계획하고 실천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였는데

슈퍼스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본 스릴러 소설의 어벤저스라 할 수 있는 멋진 단편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