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역사 - 마음과 세계는 어떻게 태어나고 어디로 진화하는가
켄 윌버 지음, 조효남 옮김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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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과학을 중심으로 한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봤다면 이 책은 좀 더 철학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인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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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 죽은 자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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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인 시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이 유력한 강호성 후보의 아내가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사망하고

그의 어머니도 자택에서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된다.

일단 정황상 강호성의 아내 주미란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장옥란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사를 맡은 서동현 팀장과 지신우 경장은 비보를 듣고 달려온 강호성에게서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들을 발견하고 강호성을 의심하게 되는데...

 

국내 장르소설 시장도 여러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직전에 읽은 '가토의 검'도 나름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도

왠지 어디선가 본 드라마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친근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내용을 선보였다.

촉망받는 정치인의 집에서 발생한 비극에서 시작한 이 책은

정말 악마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괴물을 등장시켜 초반부터 분위기를 압도한다.

범인이 누군지, 어떤 방법을 썼는지, 동기가 뭔지 하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형식에서 벗어나

시작부터 범인을 대놓고 보여주면서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독자들이 몰입하게 만들어주었는데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악랄한 범죄를

대한민국 사회가 과연 처벌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강호성은 인간쓰레기를 넘어선 그야말로 끔찍한 괴물이었다.

마치 깨끗하고 신선한 정치인인양 포장하지만 실상은 썩어빠진 걸 넘어서

살인마, 아동강간범에 지나지 않는 희대의 악마였다.

그동안 영화나 소설, 드라마 등에서 무수한 괴물들을 만나봤지만

이 책의 강호성도 그 어떤 악마들에 못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그가 저지른 짓들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에게서 얻어 먹을 수 있는 떡고물에 넘어가 악행에 동조하는 인간들도 많고 

언론과 권력을 제 입맛대로 가지고 노는 탓에 진실을 밝혀내기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경찰 고위층에 압력을 넣어 수사를 중단하게 하자 서동현 팀장과 지신우 경장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지만 가장 협조가 필요했던 가정부 서산댁이 배신을 하자 망연자실한 상태가 된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를 하지 않고 증거를 악착같이 찾으려고 하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강호성을 노리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책을 보니 비록 픽션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권력 앞에선

속수무책이란 참담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강호성이란 전도유망한 정치인이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들을 밝히기 위해

피해자인 아내나 평범한 경찰, 가정부, 기자 등은 아무리 발악을 해도

오히려 보복만 당할 뿐 그를 단죄하지 못한다.

법으로는 결코 옭아맬 수 없다는 강호성의 아내 주미란의 피 맺힌 절규가

권력과 돈으로 무장한 악당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현실을 잘 대변했는데,

어떻게든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돈과 권력으로 자신들의 범죄를 무마하는 자들을 무수히

봐 왔기에 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강호성을 단죄하려 시도하는 걸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한 강호성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의 씁쓸한 현실의 단면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마와 그를 쫓는 경찰의 숨가쁜 대결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책을 넘기기 시작하자 금방 빠져들었던 책이었는데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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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의 검 소설NEW 3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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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출입기자 김영민은 곽 형사라는 남자로부터 형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형은 귀가 잘린 채 살해당해 영안실에 누워 있었다.

인천 세관 공무원이었던 형이 창고에서 뭔가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감사를 받고 있던 중임을 알게 된

김영민은 형의 죽음에 형의 승진에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던 국회의원 보좌관 양창선이 관련되어 있음을

곽 형사가 보여준 사진을 통해 직감한 후 독자적으로 양창선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책 제목부터 왠지 무협물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국내 작가의 작품이라 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 했지만

평이 나름 좋아서 보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었다.

김영민의 형이 죽은 사건의 배후에 있던 사라진 '가토의 검'은 임진왜란때 조선을 침략하는 데 앞장선

가토 기요마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하사받은 칼이었다.

이 칼을 둘러싸고 형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김영민과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한 양 보좌관,

수사를 담당하는 곽 형사 등 여러 인물들이 얽히면서 흥미진진한 얘기가 펼쳐진다. 

먼저 주인공격인 김영민이란 인물이 보통 사람이 아니었는데 술주정뱅이에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재혼한 계모와 동갑내기인 형으로 이뤄진 불우한 가정 속에서 성장하다 보니 아무래도 비뚤어지기 쉬웠다.

그래도 기자까지 되었으니 나름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다지 애정이 없던 형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파고드는 그의 집념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집요했다.

보통 스릴러물에 등장하는 정의의 사도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자기 욕망에만 충실한 김영민은

기자 특유의 노련한 감각으로 양보좌관과 형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알아내고 

형이 좋아하던 술집 아가씨 진이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확인한다.

후배 기자인 아영과 함께 사건을 추적하면서 로맨스까지 할 것 다하던 김영민에게

곽 형사는 형을 죽인 범인으로 퍽치기를 하던 동네 불량 청소년들을 체포했음을 알려주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스릴러의 정석과 같이 능수능란한 사건 전개와 마지막 충격전인 반전까지

신인급 작가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이력을 보니 현직 국회 입법조사관이라는데 자신의 직업을 소설 속에 잘 녹아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나 도진기 판사처럼 자기 본업이 있음에도 이런 작품들을 내놓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부럽기 짝이 없다. 가토의 검이란 유물에서 착안하여 한 작품에 여러 가지 얘기를 담아내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는데 이 책이 그의 첫 장편이라니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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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4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4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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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e 시리즈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다른 분야들을 테마로 한 후속 시리즈들이 계속 나왔는데

그 중에서 역사e 시리즈는 한국 역사 속에서 부각되지 못한 부분들을 발굴해내어

우리 역사 속의 몰랐던 얘기들을 들려주는 역할을 했다. 

나도 시리즈의 1권과 2권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역사 속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어

나름 의미가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4권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잊혀지다', '지켜내다', '기록하다'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나라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국보의 지정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국보 제1호 재지정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는데 현재 국보의 순번은

가치 순서가 아닌 단순히 일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물관리상 번호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었다.

이런 일들도 애초에 심사숙고해서 정했으면 좋았을 건데 행정안일주의에 빠져

일제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 영토였지만 이젠 러시아 영토가 되어 우리에겐 잊혀진 녹둔도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일제의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군함도는

과거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우리의 무기력한 현재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백성에겐 독약과 같았던 감귤진상제도의 폐해나 금수저를 물고 나와 갑질을 해대던

조선의 양반들의 변천사, 천대받던 판소리와 광대들의 우리 고유의 예술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담겨졌다.

 

'지켜내다'에선 일제 침탈로 망가진 경복궁의 복원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청계천 복원에

관한 얘기로 시작한다. 청계천과 관련해선 영조가 홍수로 인한 범람을 막기 위해 대규모 국책사업인

준천(하천 준설) 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무려 7년간 백성들의 의견수렴 등 소통의 기간을 가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요즘 치적용으로 졸속으로 이뤄져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각종 국책사업들을 시행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좀 본받아야 할 것 같았다.

비에 그의 청백함을 새삼스레 새긴다는 게 오히려 누가 된다고 해서 백비를 세워준

조선의 대표 청백리 박수량이나 최초의 태극기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노론의 1당독재에 맞서 영남 유생들의 의견을 표출한 만인소 등 대략은 알고 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역사속의 얘기들과 만나볼 수 있었다.

몽골인들에게도 존경받는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이태준 선생이나

우리나라 어린이의 대부 방정환 선생의 얘기는 가슴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기록하다'에선 조선의 신문으로 시작하는데

오늘날의 관보와 유사한 조보에 얽힌 얘기들을 처음 알 수 있었다.

국모인 왕비가 되면 가문의 영광이라 쉽게 생각하겠지만 예상 외로 대부분의 양반가 집안에선

간택 준비에 드는 높은 경제적 부담과 외척이란 이유로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어서 금혼령에도 불구하고 딸의 나이를 속이거나 몰래 결혼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개항 무렵 조선의 지도나 초급 교육기관인 서당, 태아때부터 인간으로 존중한 태교문화,

여성을 위한 조리서와 생활백과서를 한글로 저술한 장계향과 이빙허각, 조선왕조실록의 바탕이

된 승정원일기까지 이 책엔 교과서에선 만나기 어려운 흥미로운 역사적 얘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전편들처럼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던 역사는 너무 단편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조들의 애환이나 삶의 지혜 등 역사 속에는 그야말로 보물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음에도 그동안 관심을 제대로 가지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책이 대중들이 좀 더 역사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은데

벌써 다음 편에는 어떤 알찬 내용이 담겨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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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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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나치가 2차대전 중에 저지른 홀로코스트는 수많은 희생자들을 남긴 비극이라

이후 많은 문화 컨텐츠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골 소재로 등장하였다.

최근에 읽은 요 네스뵈의 '레드 브레스트'나 넬레 노이하우스의 '깊은 상처' 등의

미스터리 스릴러에서도 2차대전의 상처가 중요한 소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는데

스릴러의 거장이라 불리는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얀 제거스의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사용되었다.

 

12살에 독일을 떠나 다시는 독일 땅을 밟지 않은 유대인 호프만씨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봉투 속에 오페라의 거장 오펜바흐의 미출간 악보가 담겨 있는 걸 알게 된다.

호프만씨를 대신해 저작권계약을 위해 방송기자 발레리가 약속장소인 선상 레스토랑으로 가지만

그곳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나서 5명이 사망하고 발레리는 실종된다.

사건을 맡은 강력계 팀장 마탈러는 현장에 남겨진 단서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조사하지만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고가의 악보를 노리고 저지른 범행이라는 추측을 하기 쉽지만

역시나 범행의 배후에는 엄청난 음모와 사연이 담겨 있었다.

이런 책을 보면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처절한 반성과 전범들에 대한 단죄를 했던 독일에서도

아직까지 홀로코스트의 악몽이 끝나지 않았음을 절감하게 되는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일본과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뿐이다.

간신히 협상 타결은 했다지만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이 없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아 한심하고 답답할 뿐인데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독일의 끝나지 않는 과거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넬레 노이하우스의 '깊은 상처'와 유사한 느낌이

들었는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고도 신분 세탁을 해서 멀쩡하게 살아가는 자들이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자신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악행을 계속하는 걸 보면

정말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책을 통해 얀 제스거와 그의 분신 마탈러와 첫 만남을 가졌는데

왠지 독일 미스터리 특유의 묵직한 느낌이 느껴졌다.

한 겨울에 더욱 어울리는 서늘한 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줄 그의 다른 작품들과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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