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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ㅣ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히틀러의 나치가 2차대전 중에 저지른 홀로코스트는 수많은 희생자들을 남긴 비극이라
이후 많은 문화 컨텐츠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골 소재로 등장하였다.
최근에 읽은 요 네스뵈의 '레드 브레스트'나 넬레 노이하우스의 '깊은 상처' 등의
미스터리 스릴러에서도 2차대전의 상처가 중요한 소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는데
스릴러의 거장이라 불리는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얀 제거스의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사용되었다.
12살에 독일을 떠나 다시는 독일 땅을 밟지 않은 유대인 호프만씨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봉투 속에 오페라의 거장 오펜바흐의 미출간 악보가 담겨 있는 걸 알게 된다.
호프만씨를 대신해 저작권계약을 위해 방송기자 발레리가 약속장소인 선상 레스토랑으로 가지만
그곳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나서 5명이 사망하고 발레리는 실종된다.
사건을 맡은 강력계 팀장 마탈러는 현장에 남겨진 단서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조사하지만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고가의 악보를 노리고 저지른 범행이라는 추측을 하기 쉽지만
역시나 범행의 배후에는 엄청난 음모와 사연이 담겨 있었다.
이런 책을 보면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처절한 반성과 전범들에 대한 단죄를 했던 독일에서도
아직까지 홀로코스트의 악몽이 끝나지 않았음을 절감하게 되는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일본과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뿐이다.
간신히 협상 타결은 했다지만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이 없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아 한심하고 답답할 뿐인데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독일의 끝나지 않는 과거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넬레 노이하우스의 '깊은 상처'와 유사한 느낌이
들었는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고도 신분 세탁을 해서 멀쩡하게 살아가는 자들이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자신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악행을 계속하는 걸 보면
정말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얀 제스거와 그의 분신 마탈러와 첫 만남을 가졌는데
왠지 독일 미스터리 특유의 묵직한 느낌이 느껴졌다.
한 겨울에 더욱 어울리는 서늘한 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줄 그의 다른 작품들과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