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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ㅣ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역사e' 1권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2권에서도 우리가 잊고 지냈거나 역사의 조연으로만 취급했던 민중들의 얘기를 담아내고 있다.
늘 왕을 비롯한 역사 속 주연들의 얘기만 가르치고 기억하다 보니 대다수의 민중들의 삶은
역사 속에서 소외되고 가볍게 다뤄지기 쉬운데 이 책에선 그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책쾌라는 서적중개상으로 지식이 곧 권력인 세상에
걸어다니는 책방으로 지식을 보급하던 사람들이었다.
조선시대에 책은 소수의 양반들이나 독점하던 귀한 물건으로 지배층들은 책을 통해
지식이 전파되는 것을 극도로 통제했기 때문에 책쾌도 처벌을 무릅쓰고 은밀히 활동하곤 했는데
그들이 활약했기에 통제된 사회에 지식이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노비출신의 나무꾼인 정초부의 얘기를 통해 양반 못지 않은 민초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고,
'조선 최대 갑부 역관'을 통해서 좀 알게 되었던 역관이 얼마나 큰 활약을 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최초의 여의사 박 에스더나 왕자의 유모로 왕자가 왕이 되면 종1품의 봉보부인에 봉해졌던
유모들의 얘기는 조선시대 차별받고 소외된 여성들이 나름의 역할을 했음을 잘 보여주었다.
홍길동에 등장했던 활빈당이 실제 조선후기에 의적을 시작으로 의병으로 맹활약한 사실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조선시대 장애인에 대한 처우가 오늘날보다 훨씬 좋았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고사하고 그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여러 제도들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 꼭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조선시대 최고의 실용서이자 백과사전을 편찬한 서유구나 이 책에서 유일하게 두 장에 걸쳐 다뤄지는
정약용이 남긴 503권의 책은 역경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엄청난 업적이라 할 수 있었다.
돼지고기와 술, 그리고 수의만 혼수로 준비했던 고구려 시대의 풍습은
허영과 사치로 가득한 오늘날의 혼수문화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며칠 전에 아베 총리의 참배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선
A급 전범이 합사되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정체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어진 도쿄의 전범재판에서도 우리는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강대국들의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일왕을 비롯한 수많은 전범들에게 면죄부를 줘
아직까지도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도시락 폭탄으로 기억되는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사실 물통 폭탄을 던져 암살을 했고
도시락 폭탄은 자살용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평생을 파락호라는 멍에를 썼지만 사실 전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자금을 댔던 김용환, 10대 여학생, 기생 등 이름 없던 6264명의 잊혀진 독립운동가들까지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수많은 인물들의 생생한 얘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오늘날이 있기까지 묵묵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살았던 수많은 민중들의
애환과 나라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앞으로 '역사e' 시리즈가 우리 역사의 숨겨진 보석들을 계속 발굴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