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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네메시스' 이후 오랜 만에 해리 홀레 시리즈와 다시 만났다.
얼마 전에 요 네스뵈의 스탠드 얼론인 '아들'을 통해 잠시 잊고 지냈던 요 네스뵈의 매력을
되살린 김에 이미 읽었어야 했던 오슬로 3부작의 시작인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는데
두툼한 부피답게 노르웨이의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역사를 담아내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 경호에 차출되었다가 본의 아니게 사고를 친 해리 홀레는
사건을 수습하려던 정부에 의해 오히려 경위로 승진하고 국가정보국에서 근무하게 된다.
노르웨이 독립 기념일에 소동을 일으키려 하는 신나치주의자의 동태를 살피던 중
매르클린 라이플이라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총이 불법으로 밀수된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총은 누군가를 암살하려는 노인이 몰래 구한 것이었는데 사연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독일군과 소련군이 맞서던 동부전선에 노르웨이의 청년들이 독일군에 자진입대해 목숨을 걸고 싸우던
상황에서 참호에서 폭발한 수류탄에 부상을 당한 구드브란은 빈의 루돌프 2세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곳에서 간호사 헬레나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시도하지만
닥터 브록하르트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헬레나의 어머니를 볼모로 한 협박에 굴복하고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하게 되는데...
2차대전이 한창이던 과거와 독립 기념일 퍼레이드를 앞두고 있는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이 책은 2차대전 중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 사건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실 2차 세계대전은 양대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영국, 프랑스 등의 연합군과 독일을 비롯한 추축국의
대결로만 흔히 알고 있는데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어떤 식으로 관련되었는지는
이 책을 읽기 전엔 제대로 몰랐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스탈린의 공산주의 세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공산주의보단
나치가 낫다는 판단 하에 독일 측을 선택하여 독일군으로 참전하게 된다.
이 책에서 2차 대전 부분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구드브란, 아니 우리아도 독일군에 가담해
동부전선에서 소련군에 맞서 싸우며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되는데 그 와중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지만 가진 자들의 횡포로 인해 결국은 이별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여기서 그의 이름이 우리아란 사실이 정말 의미심장한데 다윗왕이 유부녀인 밧세바를 차지하기 위해
사지로 몰아넣은 밧세바의 남편이 바로 우리아여서 딱 적절한 상징적인 이름이었다.
권력을 이용해 남의 여자를 뺏는 추악한 행동은 현재에도 여전해서 해리 홀레와 사귀게 되는 라켈의
아들의 양육권을 두고 그녀에게 압력을 가해 라켈과 성관계를 가지려는 파렴치한 고위 공직자가
등장한다. 결국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되지만 약자를 괴롭히며 소위 갑질을 해대는 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상 갑질논란은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편에 섰던 사람들은 종전 이후 반역자로 내몰려 처벌을 받게 된다.
나름의 애국적인 선택의 결과였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다 할 수 있었는데
우유부단하게 있었던 자들이나 눈치만 보다가 마지막에 레지스탕스에 잠깐 몸을 담그고 영웅
대접을 받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좀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노르웨이는 나름 과거사를 청산했다고 할 수 있는데 친일세력 청산을 하지 못해 여전히
과거사 논쟁에 발목이 잡혀 있는 우리에 비하면 양호한 상태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범인도 자신들은 나름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자신들에게 돌아온 건 반역자란
낙인밖에 없었기에 그 복수심에 범행을 시도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해할 여지가 어느 정도 있었다.
이 책에선 후속작인 '네메시스'에서 언급되었던 엘렌의 죽음의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
그녀를 죽게 만든 내부의 범인이 어떻게 처벌받게 될 것인지 등을 확인하려면 '네메시스'를 다시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데 역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노르웨이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얼마나
요동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역동적인 얘기를 만들어내는
요 네스뵈의 힘을 다시 한 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동료를 악당들에게 잃은 해리 홀레가 과연 어떻게 그들을 응징할지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