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어떻게 미술이 되었을까? - 그림으로 읽는 한 점의 인문학 사고뭉치 12
공주형 지음 / 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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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문명을 시작한 이래 미술은 늘 인류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뭔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자연스레 미술로 승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미술은 당대 사회의 시각과 인식을 반영하는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시대별로 대표적인 미술 양식을 소개하면서

그 시대와 미술이 어떠한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먼저 인류 최초의 미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 알타미라나 라스코의 동굴 벽화들은

인간의 우월한 지위를 확인하고 맹수에 대한 공포심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본다. 결핍과 불안의 시대를 살면서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던 당시 인류에겐

미술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었다.

고대 4대 문명의 발생지 중 하나인 이집트에선 사후 세계에 관심을 두고 영혼불멸의 세계를 

미술에 담아내려 했는데 '사자의 서'나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 등이 대표적인 유물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오면서 좀 더 인간을 둘러싼 사물들과 우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는데,

조화와 균형을 통해 외부 세계를 이상적으로 모방하고자 하는 미술작품들이 등장했다. 

좀 더 사실적이고도 실용적인 이 시대의 미술 사조는 이후 인본주의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서구 미술의 근간을 확립하게 되었다.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중세 시대에는 미술도 성경의

주요 사건을 시각화하고 교회를 장식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중세 미술은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의 세 시기로 나뉘는데, 비잔틴 미술이 서양의 규모와 동양의

신비로움이 어우러진 모자이크로 대표된다면 로마네스크 미술은 프레스코화로,

고딕 미술은 스테인드글라스로 대표된다. 표현 양식은 각기 달랐지만 이 시대에는 신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기에

인간이 주연이었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동경하는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세계관이 대두되면서 소위 3대 천재라 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등장하여 르네상스 미술은 화려한 절정을 맞이하는데

이들을 후원한 메디치가나 프랑스 왕실 등의 역할도 상당했다.

이후 종교개혁으로 권위가 땅에 떨어진 가톨릭은 미술로 이를 회복하고자 했는데,

루벤스로 대표되는 종교화가들이 맹활약했고, 스페인 왕실의 펠리페 4세 등 절대 군주들도

자신들의 권력과 위엄을 드러내고자 궁정화가를 고용하는데

스페인 왕실의 벨라스케스가 고용주의 의도를 잘 실현했다.

독립을 이룬 네덜란드에서는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초상화, 정물화 등 실용적인 미술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렘브란트, 페르메이르(베르메르) 등이 대표적인 화가였다.

현실 세계의 행복을 추구했던 쾌락적인 귀족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로코코 미술과

혁명의 시대를 맞아 로코코 미술의 지나친 향락주의를 거부하고 혁명과 현실을 이상적으로 표현한

신고전주의 미술, 계몽주의에 반발하여 인간의 감성과 주관적 표현에 초점을 맞춘 낭만주의 미술,

산업혁명의 시대의 고단한 현실을 그대로 담고자 한 사실주의 미술,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가속화된 시점에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포착하려 했던 인상주의 미술, 마지막으로 산업화, 도시화의 심화로 인간 소외도 심화되던 시대를 표현했던 후기 인상주의 미술까지

세상의 변화에 따라 이를 담아낸 미술 사조의 변화를 차근차근 잘 설명했다.

물론 이 책으로 미술사의 큰 흐름을 모두 완벽하게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술이 그 시대의 얼굴임을 시대의 흐름과 함께 미술의 변천사를 정리하여

암기식으로만 공부하던 미술 사조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미술은 천재 화가의 고립된 독백이 아닌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와의 소통이란 저자의 메시지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 사조와 작품들과 함께 압축적으로 잘 정리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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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6-04-2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unny 2016-04-24 00:04   좋아요 0 | URL
네. 시대별 미술 사조를 잘 정리한 책입니다. 아마 청소년용인 것 같긴 한데 성인이 봐도 충분히 괜찮은 책입니다.^^
 
처음 읽는 셰익스피어
오다시마 유시 지음, 송태욱 옮김 / 푸른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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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속 명대사들을 모은 '셰익스피어, 인생의 문장들'이란 책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의 명작들을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전에 그의 대표적인 작품 9편을

간략하게 요약한 이 책을 에피타이저로 해서 미리 식욕을 돋굴 기회를 얻게 되었다.

며칠 전에 읽은 책의 저자가 지은 책이라서 기본적인 번역과 스타일이 비슷했는데

명대사들이 거의 대부분 그대로 실려 있어 다시 복습하는 느낌도 들었다.

저자의 선택을 받은 9편의 작품에는 4대 비극인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는 물론

가장 대중적인 인기작인 '로미오와 줄리엣'를 비롯해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줄리어스

시저', '십이야'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다.

 

먼저 영화로 더욱 친숙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수 집안의 남녀가 만나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러브스토리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랑에 빠진 어린 연인이 나누는 대사들은 좀 느끼한 면도

없진 않았지만 여전히 사랑의 교본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서로 엇갈린 사랑에

힘들어하는 두 쌍의 남녀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흥미를 주는 작품이었는데 요정의 실수로 원래

좋아하던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베니스의 상인'은 사악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게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 남자가 현명한 여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를 벗어나는 얘긴데 악독한 유대인에 대한 풍자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줄리어스 시저'는 시저의 총애를 받던 브루투스가 시저를 배신하고 그의 암살에 가담했다가

안토니의 연설을 듣고 성난 로마 시민들에 쫓기다가 결국 후회하며 죽어가는 얘기를 담고 있는데,

브루투스가 시저에 대한 사적인 애정과 로마 공화정에 대한 공적인 대의 사이에 갈등했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십이야'는 난파당한 배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쌍둥이 남매가 서로의

생존사실을 모른 채 여동생이 남자로 변장하면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아기자기하게 담아냈다.

4대 비극 중 '햄릿'은 비교적 최근에 완역본을 읽어서 낯설지 않았는데 나머지 세 작품은 어릴 때 아동용으로 읽고 오랜만에 읽어봐서 그런지 느낌이 새로웠다. 사악한 부하의 계략에 빠져

아내를 의심하다 결국 불행을 자초한 '오셀로'나 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왕국을 물려주고 찬밥

신세가 되어 광인이 되어 버린 '리어 왕', 마녀들의 예언에 왕을 암살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똑같은 운명을 맞게 된 '맥베스'까지 대략의 줄거리만 알았던 작품들의 진가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되었다. 비록 9편의 대표작들의 핵심만을 만나봤지만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매력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는데 완역본을 통해 한 구절도 놓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볼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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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생의 문장들
오다시마 유시 지음, 송태욱 옮김 / 푸른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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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아서 그런지

누구나 아는 작품 속 명문장들도 적지 않다.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비롯해 주옥같은 문장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데

이 책은 일본 최고의 영문학자이자 셰익스피어 연구 일인자인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28편 중에서 직접 선별한 100가지 명대사를 수록하고 있다.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 '남과 여', '미덕의 가르침', '악덕의 속삭임', '슬픔의 전율',

'사물을 보는 방식', '영혼의 외침', '인간의 진실', '인간의 저편'까지 총 10개의 챕터로 나눠서

다양한 명대사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오오, 로미오, 로미오, 그대는 왜 로미오인가요?'로 포문을 연다. 명대사마다 3페이지에 걸쳐 해당 문장이 등장하는 작품과 해당 부분을

간략하게 언급하면서 이와 관련된 저자 본인의 사연을 소개하는데, 저자의 해설과 함께 대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좋았지만 저자의 사연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치고 첫눈에 반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좋으실 대로), '어느 정도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랑은 천한 거요'(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대사라면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사랑의 길이 순탄했던 적은 없다'(한여름 밤의 꿈),

'사랑은 그림자 같아서 쫓아가면 달아난다네, 쫓아가면 달아나고 달아나면 쫓아온다네'(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상처의 고통을 모르는 자만이 타인의 상흔을 비웃는 법이지'(로미오와 줄리엣) 등은

사랑의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슬픔을 담아내는 대사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속에는 삶의 정곡을 찌르는 비유들로 수놓은 대사들이 가득한데, 

'사람이 태어날 때 우는 건, 이 바보들의 무대에 끌려나온 것이 슬퍼서야'(리어 왕), 

'슬픔은 혼자 오지 않소, 반드시 한패를 데리고 오지. 그 슬픔의 뒤를 잇는 한패를 말이오'(리처드 2세),

'불행은, 견디는 힘이 약하다는 걸 간파하면 더욱더 무겁게 내리누른다'(리처르 2세),

'눈앞의 공포는 상상력이 낳는 공포에 비하면 무섭지 않다'(맥베스), 

'겁쟁이는 죽을 때까지 몇 번이고 죽는 생각을 하지만, 용감한 삶이 죽음을 맛보는 것은 한 번뿐이오'

(줄리어스 시저) 등 인상적인 대사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저자는 '이대로 있어도 될까, 안 될까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번역을 했는데,

운명에 맞설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하는 두 갈래 길에 선 햄릿의 고민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 같았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완역본으로 제대로 본 게 거의 없어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대사들 중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것들이 적지 않았다. 이 책만으로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진수를 모두 맛보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진가는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한 권 한 권 꼭꼭 씹어 음미하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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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김시천 지음 / 더퀘스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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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논어를 다시 한 번 읽었지만 논어 속에는 주연이라 할 수 있는 공자 외에도

조연인 공자들의 제자들과 과거나 당대의 여러 인물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상당수는 이름마저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흥미롭게도 공자의 제자들에 초점을 맞춰 논어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자로, 안회, 자공, 재아, 염구, 증삼(증자), 자하, 자장, 민자건, 중궁, 원헌까지

주요 제자들을 총망라해서 그들의 삶과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의 위치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자왈/공자왈로 시작하는 문장의 수나 인물별 등장횟수 논어에 대한 여러 통계자료를 제시하는데

자로, 자공, 안회 순으로 등장횟수가 많았다. 먼저 공자의 제자 중에서 삶의 변화가 가장 컸던 자로는

다혈질 성격에 거칠기만 했던 인물이었다가 공자의 제자가 된 후 공자를 따라 배우고자 애쓰는 인물로

변모한다. 공자와의 나이 차이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로는 공자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그의 유일한 벗이라 할 수 있었는데, 천하를 주유했지만 결국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공자가 한탄을

늘어놓을 때마다 이를 들어준 인물이 바로 자로였다. 

공자의 수제자로 불리는 안회는 31살의 나이에 요절해서 공자의 탄식을 자아냈는데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직접 대화의 상대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논어의 기록자들이 출사하기를 거부한 안회가 직접 한 얘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안회가 공자를 특히 잘 따랐고 공자 역시 안회를 총애했는데,

신분도 낮고 나이도 한참 어린 안회가 공자가 시키는 대로 했고 공자의 인척이라 더욱

공자를 거스르기 어려웠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애정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자공은 이 책에서 유가의 진정한 설계자라고 평가한다. 자공이 유가를 세웠고 실질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적 후원을 했으며, 그것이 후대에 유가라는 사상적 집단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점, 공자 사후 공자를 성인화했으며 다른 제자들이 보통 3년간 했던 시묘살이를 6년간이나

했다는 점에서 자공이 논어라는 책이 편찬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제자로 평가되어 왔던 재아에 대해선 천도사상의 선구자로

공자와는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 보고, 공자학단에서 파문당해 쫓겨난 염구에 대해선

매우 현실적이며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사람이라 공자의 예약에 의한 통치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증삼은 증자로 불리며 논어 편찬의 주역으로 여겨졌는데 아내를 내치고 비겁하게 행동했으며

전전긍긍하는 유학자의 길을 걸었다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통 논어는 공자의 사상을 담은 책이거나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선 논어가 그 자체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였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흔히 유가와 도가는 완전히 다른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회와 원헌을 거쳐 장자로 이어지는 한 뿌리라고 주장한다.

'논어'와 '장자'는 현실이 개판이라는 공통의 문제의식에서 전자는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한

반면, 후자는 현실을 부정하고 독야청청하자며 서로 노선을 달리한 것으로 '장자'는 '논어' 내부의

좌파라는 기존에 대중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새로운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논어를 몇 번 읽었음에도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역시나 고전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서 봐야 그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는데

주연인 공자가 아닌 공자의 제자들에 주목하여 논어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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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풀어쓴 도덕경 - 도는 늘 무위이지만 하지 못 할 일이 없다
노자 지음, 전재동 엮음 / 북허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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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의 창시자로 공자의 유교와 더불어 중국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사상가인 노자는

도덕경이라는 책을 통해 그의 사상을 오늘날에도 만나볼 수 있다.

전에 읽은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이란 책을 통해 기존에 막연하게 알고 있던 노자의 사상을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원전을 제대로 읽어봐야 그 의미를 알 것 같아

얼마 전에 읽었던 '시로 풀어쓴 논어'의 저자가 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총81장으로 구성된 도덕경은 유가를 대표하는 논어보다 좀 더 추상적인 내용이 많았다.

논어에서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설교하는 형식으로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꼭 지켜야 할 도리 등을

가르친다면, 도덕경에서는 논어와 같은 대화체로 되어 있지 않아 좀 더 쉽게 와닿지 않았다.

논어가 인간 세상에서의 행동 원칙을 주로 얘기한다면, 도덕경은 보다 고차원적인 세상의 원리를

논하다 보니 왠지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저자가 나름 쉽게 풀어서 쓰려고 했지만 그 깊은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에는 솔직히 역부족이었는데,

그나마 전에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통해 노자의 사상의 큰 줄기나마 어렴풋이 익혀서

노자가 도덕경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뭔지는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유가에서 인의 등을 강조하지만 도가에서는 이런 인위적인 것을 배격한다.

가장 높은 도와 덕을 무위라고 얘기하는데 도와 덕이 유가에서 강조하는 인, 의, 예보다

한 차원 높은 가치임을 강조하면서 도와 덕의 기본 원리와 이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풀어낸다. 유가에서는 분별을 중시해 가치론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도가에서는 가치판단에 앞서 있는 그대로에 반응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이 책 전반에서

느낄 수 있었고 아무래도 논어보다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과 대답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도덕경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관련 서적도 봐야할 듯 하다.

좀 아쉬운 점은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저자가 기독교인이다 보니 도덕경의 해석에도

기독교적 관점을 너무 갖다대어 좀 억지스런 부분이 없지 않았다.

물론 어떤 텍스트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는 학문의 자유로서 권장할 만한 사항이지만

왠지 도덕경과 기독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게 개인적인 느낌이다.

도덕경을 읽기 전엔 도가에 대해 속세에서 벗어난 현실도피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인위적인 게 아닌 인간 본연의 자연스런 자신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도덕경을 통해 노자의 사상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는데

'장자'도 원전을 읽어 보면 좀 더 도가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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