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김시천 지음 / 더퀘스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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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논어를 다시 한 번 읽었지만 논어 속에는 주연이라 할 수 있는 공자 외에도

조연인 공자들의 제자들과 과거나 당대의 여러 인물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상당수는 이름마저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흥미롭게도 공자의 제자들에 초점을 맞춰 논어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자로, 안회, 자공, 재아, 염구, 증삼(증자), 자하, 자장, 민자건, 중궁, 원헌까지

주요 제자들을 총망라해서 그들의 삶과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의 위치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자왈/공자왈로 시작하는 문장의 수나 인물별 등장횟수 논어에 대한 여러 통계자료를 제시하는데

자로, 자공, 안회 순으로 등장횟수가 많았다. 먼저 공자의 제자 중에서 삶의 변화가 가장 컸던 자로는

다혈질 성격에 거칠기만 했던 인물이었다가 공자의 제자가 된 후 공자를 따라 배우고자 애쓰는 인물로

변모한다. 공자와의 나이 차이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로는 공자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그의 유일한 벗이라 할 수 있었는데, 천하를 주유했지만 결국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공자가 한탄을

늘어놓을 때마다 이를 들어준 인물이 바로 자로였다. 

공자의 수제자로 불리는 안회는 31살의 나이에 요절해서 공자의 탄식을 자아냈는데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직접 대화의 상대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논어의 기록자들이 출사하기를 거부한 안회가 직접 한 얘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안회가 공자를 특히 잘 따랐고 공자 역시 안회를 총애했는데,

신분도 낮고 나이도 한참 어린 안회가 공자가 시키는 대로 했고 공자의 인척이라 더욱

공자를 거스르기 어려웠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애정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자공은 이 책에서 유가의 진정한 설계자라고 평가한다. 자공이 유가를 세웠고 실질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적 후원을 했으며, 그것이 후대에 유가라는 사상적 집단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점, 공자 사후 공자를 성인화했으며 다른 제자들이 보통 3년간 했던 시묘살이를 6년간이나

했다는 점에서 자공이 논어라는 책이 편찬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제자로 평가되어 왔던 재아에 대해선 천도사상의 선구자로

공자와는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 보고, 공자학단에서 파문당해 쫓겨난 염구에 대해선

매우 현실적이며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사람이라 공자의 예약에 의한 통치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증삼은 증자로 불리며 논어 편찬의 주역으로 여겨졌는데 아내를 내치고 비겁하게 행동했으며

전전긍긍하는 유학자의 길을 걸었다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통 논어는 공자의 사상을 담은 책이거나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선 논어가 그 자체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였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흔히 유가와 도가는 완전히 다른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회와 원헌을 거쳐 장자로 이어지는 한 뿌리라고 주장한다.

'논어'와 '장자'는 현실이 개판이라는 공통의 문제의식에서 전자는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한

반면, 후자는 현실을 부정하고 독야청청하자며 서로 노선을 달리한 것으로 '장자'는 '논어' 내부의

좌파라는 기존에 대중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새로운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논어를 몇 번 읽었음에도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역시나 고전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서 봐야 그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는데

주연인 공자가 아닌 공자의 제자들에 주목하여 논어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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