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결정 - 세상을 바꾼 34인의 고뇌 속 선택들
앨런 액설로드 지음, 강봉재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살아가면서 항상 결정의 순간에 맞닥뜨리곤 한다. 대학 진학, 취업, 결혼 등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결정들도 있는 반면 매일 점심으로 뭘 먹을지 하는 소소한 결정 등도 있다.

과거에는 본인이 아닌 부모나 다른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본인이 직접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선택지가 많다 보니 결정장애로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개인도 매순간 자신의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데 역사의 한 순간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던 인물들의 얘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은 인류 역사 속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34명의

얘기를 들려주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기로 한 것은 고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이어서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가 필요했는데, 이런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의지를 이 책에서는 '루비콘 요소'라

부르면서 역사 속의 위대한 결정의 특징으로 커다란 위험이 수반되는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로서 반드시 내려야 하는 피할 수 없는 것임을 들고 있다.

이 책에선 이런 역사 속의 위대한 결정들과 그 결정들을 내린 사람들을 찾아 나서며, 결정을 가능케 하고

그 결정에 따른 행동을 촉구하는 통찰과 결단력의 원천인 루비콘 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모험을 위한 결정, 양심의 결정, 위기 속에 내린 결정, 위험을 무릅쓴 결정, 내일을 위한 결정의

다섯 챕터로 나눠서 역사 속 인물들의 결단을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이 있는가 하면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신대륙을 발견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콜럼버스로

포문을 여는데 미지의 세계를  찾아 항해를 떠나겠다고 결심하고 후원자를 찾아나선 그의 결정과

행동력은 대항해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양심의 결정으론 노예해방으로 유명한 링컨의 얘기가 나오는데, 전에 읽은 '나쁜 세계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링컨은 노예해방보다는 연방을 유지하는 데 더 의미를 두었다.

물론 노예제도에 대해 양심상 거부감을 갖고 있었지만 연방제 유지와 노예해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름의 최선의 선택과 결단을 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타이레놀을 복용한 후 사망한 사람이 나오자 전량 회수 및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생산을 하지 않는

초강수를 두었던 제임스 버크의 결단은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는데

삼성의 갤럭시노트 리콜사태는 이에 비교하면 뭔가 좀 아쉬운 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결단을 내린 엘리자베스 1세나 존 F. 케네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 에드먼드 힐러리, 흑인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는 투쟁에 나선 로사 팍스나 재키 로빈슨 등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여러 가지 힘든 여건 속에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결정을 했고 이런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여러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일 때가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역사 속 인물들의

다양한 결단의 순간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인생의 결단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주로 미스터리 계열 취향인지라 SF나 판타지, 과학소설 등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편이다. 어릴 때는 무작정 또래 아이들처럼 과학자를 꿈꾸다 보니 SF 내지 과학소설을

가끔 읽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선 거의 읽은 기억이 없는데 이 책은 워낙 수상도 많이 하고

평도 너무 좋아서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런 대접을 받는지 궁금증이 저절로 생겨났다.

이 책에는 테드 창이 발표한 여덟 편의 주옥같은 과학 단편소설들이 실려 있는데

역시나 그동안 읽어왔던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바빌론의 탑'으로 시작하는데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의 얘기를 소재로

완전히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성서에선 바벨탑을 신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던

인간들이 오늘날처럼 각기 다른 언어를 쓰게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데

이 책에선 바벨탑을 쌓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훨씬 더 현실적인 얘기가 나온다.

벽돌 하나를 꼭대기까지 가지고 올라가려면 무려 네 달이나 걸리는 상황에서 탑으로 올라가던 도중에 

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와 마지막의 반전까지 익숙한 듯 하면서도 다른 버전의 흥미로운 얘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바빌론의 탑'으로 작가의 스타일을 조금 파악하고 나니 '이해'라는 작품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치료를 위해 호르몬 K 요법을 받다가 지능이 극도로 높아진 남자가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몰래 살아가려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자와 한판 대결을 펼치는 영화같은 애기가 펼쳐진다.

'0으로 나누면'은 제목부터 수학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는데 수학적 명제를 증명하기 위한 수학자들의

치열한 공방과 갈등이 그려지고,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네 인생의 이야기'는 SF가 즐겨 다루는

외계인 얘기가 나오는데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흥미로운 과정을 보여준다.

수많은 영화를 통해 인간이 외계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들에게 대처하는지를 보아왔지만 인간의

관점이 아닌 외계인의 관점에 바라보는 것도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는데 딸의 인생의 얘기와

섞이면서 묘한 느낌을 주었다. '일흔 두 글자'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라는 기존의 생식방법을

벗어난 단성생식과 명명학의 관점에서 이름이 주는 강력한 의미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인류 과학의 진화'는 메타인류 과학을 다룬 단 두 장밖에 안 되는 초단편이었다.

'지옥은 신의 부재'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길 때 신이란 존재에 의지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을 잘 담아냈고,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선호를

인위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는데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싶으면서도 그만큼 외모지상주의가 심각함을 잘 보여줬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기존에 쉽게 접하던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름을 새삼 실감했다.

과학적인 소재들을 다루다 보니 종종 난해한 부분들과 만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런 얘기들도

소설로서 충분히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특정 장르에만 치우친 편식하는 습관을

가졌던 나에게 과학소설 내지 SF 장르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단편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수 이야기 -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밀수라고 하면 마약이나 무기 등 소지 자체가 불법인 물건이나 명품 또는 각종 귀중품을

정상적인 유통경로가 아닌 몰래 들여오는 것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범죄라 할 수 있는 행동인데

다른 범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죄의식이 약한 행동이라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밀수의 역사를 본격적인 밀수가 세계적으로 벌어진 대항해시대 이후부터 차근차근

살피고 있는데 밀수의 개념 자체를 우리가 흔히 아는 밀수보다는 훨씬 폭넓게 잡고 있다.

교역이 금지된 품목이면 과학기술이나 문화는 물론 사람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밀수로 접근하다 보니

쉽게 연상되는 밀수 외에도 다양한 방면의 밀수를 총망라하고 있다.

밀수 행위가 세계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고, 빈번히 반역과 연관되어 있으며 대부분 낭만적인 일화를

담고 있다는 기본 전제에서, 1부에서는 15세기에서 16세기 대항해 시대 때 신흥 식민지 개척 세력에

의해 밀수와 탐험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가는 과정과 그 이후 2세기 동안 이뤄진 폭넓은 밀수 문화의

발전 과정을 다루고, 2부에서는 19세기 밀수의 양상 변화와 제국의 관한에 관한 이야기를,

3부에서는 각기 다른 규모의 밀수에 대해 설명하면서, 밀수가 정치적, 경제적 권력과 범위를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수가 세계 역사를 바꾸기 시작한 본격적인 시점은

아마 대항해시대라 할 수 있다. 향신료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노린 밀수 행위는 국가의 첨병 또는

선발대 역할을 했는데, 스페인을 비롯한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이 카리브해, 남중국해 등 세계 곳곳으로

진출해 현지의 각종 특산물들을 닥치는 대로 밀수하지만 이는 불법적인 약탈이라기보단

오히려 각국에서 권장하는 무역의 일환이었다. 그러다 보니 밀수꾼들이 애국자 내지 영웅으로

대접받는 요즘의 시선에서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렇게 밀수는 상당 기간 동안

단순히 개인이나 집단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밀수의 성격과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했다. 미국이 영국의 산업혁명의 기술을 밀수한 점을

보면 밀수를 하는 쪽에선 밀수가 항상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문익점이 목화씨를

밀수(?)한 것도 그 진위 여부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입장에선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준 거라 할

수 있다. 문화의 밀수도 어떻게 보면 밀수한 나라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풍성하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해서 유럽의 국가들이 과거 제국주의 시절에 약탈한 문화재를 보란 듯이 박물관에

전시하고 돌려주지 않는 현실을 보면 밀수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품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줬다. 밀수품 중 가장 뜻밖이었던 인간 밀수는 흔히 범죄자가 밀항 등으로 도피하는 경우를

말했는데 나치가 아르헨티나 등으로 도망간 사례 등이 소개되었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밀수보다는 훨씬 큰 개념으로 밀수의 흥미로운 역사를 망라하고 있는 이 책은 밀수가 단순한

범죄행위가 아닌 역사의 흐름을 바꾼 기폭제 역할을 하였음을 알게 해주었는데 보통 관심을 가지기

힘든 밀수라는 주제와 관련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얘기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 조선탐정 박명준
허수정 지음 / 신아출판사(SINA)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국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을 '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을 낸 허수정 작가의 책은 '망령들의 귀환'(개정판은 '백안소녀 살인사건'임)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 작가가 일본을 주 배경으로 하는 역사 팩션을 쓴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색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

'망령들의 귀환'에 나왔던 조선인 박명준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이 작품은 임진왜란 이후

에도 막부 시대에 오사카에서 벌어진 집단 참살사건에서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사실 일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인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인 에도 시리즈도

'맏물 이야기'밖에 읽지 않을 정도로 일본의 시대물은 그리 좋아하진 않는 편인데

과연 국내 작가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역사 팩션을 얼마나 실감나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예상 외로 일본 작가 못지 않은 탄탄한 얘기를 만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도당들 사이의

패싸움으로 보였던 참극에서 살아남은 소녀가 필사적으로 품에 끼고 있던 '히데요시 모노가타리'라는

책이 사건 수사의 실마리가 되었는데 막부가 금서로 지정할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반 이후에 책 속에 책이라 할 수 있는 '히데요시 모노가타리'의 내용이 실려 있는데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자리를 노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당대의 최고 실력자들 사이에 추가 파병을 놓고 벌어진 첨예한 갈등을 그려내고 있었다.

자신의 사후에 늦둥이 아들 히데요리를 위협할 실력자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백만 대공세를

계획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이런 계략을 저지하기 위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음모를 담은

'히데요시 모노가타리'를 보면 히데요시가 병사했다는 기존의 역사를 완전히 뒤집기 때문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후손들이 쇼군으로 정권을 차지하고 있는 막부에선 당연히 이를 금서로 지정하는데

이 책이 집단 참극과 요시와라 최고의 유녀인 다유 중 한 명인 노가제와 관계를 가지다 복상사한

미즈노 간부조교의 죽음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명준과 바쇼는 노가제가

사건의 핵심 인물임을 알고 추궁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스스로 자결하고 만다.

이후 밝혀지는 진실들은 전혀 예상하기 어려웠는데 솔직히 살인사건의 해결도 흥미로웠지만

역사 팩션이라 그런지 히데요시의 죽음에 얽힌 엄청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더 흥미진진했다. 허수정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1605년 6월 17일 실려 있는 짧은 내용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는데 정말 작가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대한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잘 녹여낸 것 같았다.

일본 에도 시대가 배경이라 내용상 낯선 부분들이 적지 않았지만 히데요시의 죽음과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연결시킨 허수정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선영 작가의 책은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 '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 '십자관의 살인'까지

세 권을 봤는데 모두 미스터리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작품들이라

항상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었는데 이번엔 판 자체를 뒤흔드는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기존의 작품들이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첩보 스릴러라 할 수 있었는데 

한국, 중국, 일본, 미국까지 주변국들을 넘나들며 방대한 스케일과 엄청난 음모론을 담아내고 있다.

사실 이 책에 손이 간 건 일본침몰이라는 자극적인 책 소개에 눈길이 저절로 갔기 때문이다.

일본 열도가 지질학적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매체에서 가끔씩 접하는 내용이라

새삼 새로울 것은 없는데 이 책에선 엄청난 세월이 걸릴 그 일을 인위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려는

정말 엄청난 음모가 진행된다. 이게 실제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구의 지각 판 자체를 움직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말 황당할 정도로 기발하다고 할 수 있었다.

'판의 파멸', '판의 미로', '판의 퍼즐', '판의 조립'의 네 단계를 거쳐 펼쳐지는 네 나라의 첩보전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 여러 나라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한국의 국정원 4국을 비롯해 각국의 실제 존재하지 않는,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첩보부서들을

등장시켜서 다양한 작전들을 수행하는데 각국마다의 첩보스타일도 각양각색이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등장인물도 많아 헷갈리고 너무 많은 얘기들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시공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다

보니 스토리에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각종 음모론을 비롯해 여러 얘기들을 하나로 녹여낸

손선영 작가의 능력은 충분히 인정할 만했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네 나라가 동시에 관련된

국제적인 첩보스릴러가 토종 작가의 손으로 쓰여졌다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판들을 하나로 엮어내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장르소설 전문작가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장르소설 내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쓰는

작가를 찾기는 정말 하늘에 별 따기라 할 수 있는데 항상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들고 나오는

손선영 작가의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음에는 과연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