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 조선탐정 박명준
허수정 지음 / 신아출판사(SINA)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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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을 '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을 낸 허수정 작가의 책은 '망령들의 귀환'(개정판은 '백안소녀 살인사건'임)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 작가가 일본을 주 배경으로 하는 역사 팩션을 쓴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색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

'망령들의 귀환'에 나왔던 조선인 박명준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이 작품은 임진왜란 이후

에도 막부 시대에 오사카에서 벌어진 집단 참살사건에서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사실 일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인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인 에도 시리즈도

'맏물 이야기'밖에 읽지 않을 정도로 일본의 시대물은 그리 좋아하진 않는 편인데

과연 국내 작가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역사 팩션을 얼마나 실감나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예상 외로 일본 작가 못지 않은 탄탄한 얘기를 만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도당들 사이의

패싸움으로 보였던 참극에서 살아남은 소녀가 필사적으로 품에 끼고 있던 '히데요시 모노가타리'라는

책이 사건 수사의 실마리가 되었는데 막부가 금서로 지정할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반 이후에 책 속에 책이라 할 수 있는 '히데요시 모노가타리'의 내용이 실려 있는데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자리를 노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당대의 최고 실력자들 사이에 추가 파병을 놓고 벌어진 첨예한 갈등을 그려내고 있었다.

자신의 사후에 늦둥이 아들 히데요리를 위협할 실력자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백만 대공세를

계획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이런 계략을 저지하기 위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음모를 담은

'히데요시 모노가타리'를 보면 히데요시가 병사했다는 기존의 역사를 완전히 뒤집기 때문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후손들이 쇼군으로 정권을 차지하고 있는 막부에선 당연히 이를 금서로 지정하는데

이 책이 집단 참극과 요시와라 최고의 유녀인 다유 중 한 명인 노가제와 관계를 가지다 복상사한

미즈노 간부조교의 죽음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명준과 바쇼는 노가제가

사건의 핵심 인물임을 알고 추궁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스스로 자결하고 만다.

이후 밝혀지는 진실들은 전혀 예상하기 어려웠는데 솔직히 살인사건의 해결도 흥미로웠지만

역사 팩션이라 그런지 히데요시의 죽음에 얽힌 엄청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더 흥미진진했다. 허수정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1605년 6월 17일 실려 있는 짧은 내용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는데 정말 작가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대한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잘 녹여낸 것 같았다.

일본 에도 시대가 배경이라 내용상 낯선 부분들이 적지 않았지만 히데요시의 죽음과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연결시킨 허수정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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