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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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영 작가의 책은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 '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 '십자관의 살인'까지

세 권을 봤는데 모두 미스터리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작품들이라

항상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었는데 이번엔 판 자체를 뒤흔드는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기존의 작품들이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첩보 스릴러라 할 수 있었는데 

한국, 중국, 일본, 미국까지 주변국들을 넘나들며 방대한 스케일과 엄청난 음모론을 담아내고 있다.

사실 이 책에 손이 간 건 일본침몰이라는 자극적인 책 소개에 눈길이 저절로 갔기 때문이다.

일본 열도가 지질학적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매체에서 가끔씩 접하는 내용이라

새삼 새로울 것은 없는데 이 책에선 엄청난 세월이 걸릴 그 일을 인위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려는

정말 엄청난 음모가 진행된다. 이게 실제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구의 지각 판 자체를 움직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말 황당할 정도로 기발하다고 할 수 있었다.

'판의 파멸', '판의 미로', '판의 퍼즐', '판의 조립'의 네 단계를 거쳐 펼쳐지는 네 나라의 첩보전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 여러 나라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한국의 국정원 4국을 비롯해 각국의 실제 존재하지 않는,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첩보부서들을

등장시켜서 다양한 작전들을 수행하는데 각국마다의 첩보스타일도 각양각색이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등장인물도 많아 헷갈리고 너무 많은 얘기들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시공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다

보니 스토리에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각종 음모론을 비롯해 여러 얘기들을 하나로 녹여낸

손선영 작가의 능력은 충분히 인정할 만했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네 나라가 동시에 관련된

국제적인 첩보스릴러가 토종 작가의 손으로 쓰여졌다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판들을 하나로 엮어내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장르소설 전문작가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장르소설 내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쓰는

작가를 찾기는 정말 하늘에 별 따기라 할 수 있는데 항상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들고 나오는

손선영 작가의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음에는 과연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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