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미술관 -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문하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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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분아인데 나름 미술 관련한

책들을 종종 보다 보니 확실히 문외한이던 시절은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미술을 다룬

책들이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관심이 가곤 하는데 이 책도 제목부터 친근하게 다락방을

언급하고 있어 어릴 때 살던 다락방 있던 집도 생각나면서 과연 어떤 화가와 작품들을 다뤘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에선 15~17세기인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 19세기 근대미술인 사실주의, 자연주의, 인상주의,

20세기 현대미술인 야수파, 입체파,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그 밖의 현대미술의 총 4부로 시대와 사조를

기준으로 대표적인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미술 관련 전공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눈높이가 비슷해서 그런지 몰라도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들이 친근하면서도 술술 읽혔다.

총 27명을 이 책에서 다루는데 친숙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예상 외로 낯선 인물들도 적지가 않았다.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폴 세잔, 반 고흐 등 미술사에서 빼놓으면 서러워할 인물들도 당연히 등장했지만

첫 번째 타자로 등장한 젠틸레스키를 비롯해서 베르트 모리조, 메리 카사트, 레빈 등 잘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등장해 소개팅을 나간 듯한 설렘도 맛보았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여성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홀대받은 여성 화가들을 대거 소개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싶었다. 첫 번째 주자로 등장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도 그림을 가르쳐주겠다고 접근한 아버지 친구에게 강간을 당하는 등 여성

화가로서 우여곡절을 겪은 인물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성경이나 역사상 여성 영웅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자신의 악몽을 치유했다. 매 화가들의 사연들을 소개한 후에 마무리는 그들의 그림이 있는 대표적인

미술관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들이 총출동했다. 작년에 독일과 벨기에에 있는 미술관들을 나름 열심히 다녀서 내가 갔던

곳이 최소한 한 곳이라도 나올 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한 곳도 없어서 더 열심히 미술관 나들이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나마 조반니 벨리니 소개 때 우정(?) 출연했던 대 피터르 브뤼헬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직접 본 작품이라 반가웠는데 사진을 찍어오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에두아르 마네의 연인이었던 베르트 모리조와 드가와 인연을 맺었던 메리 카사트, 남성을 누드

모델로 세운 최초의 여성 화가인 수잔 발라동, 작년에 갔던 쾰른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했던 케테

슈미츠 콜비츠 등 어떻게 보면 미술사에서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들을 총망라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유일한 한국인으로 나혜석을 등장시켜 여성미술사를 제대로 정리한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름 왠만한 화가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음을 절감했다.

그동안 조금 미술관을 다니고 미술책을 봤다고 자만했던 점을 반성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는데 특히

잘 몰랐던 여성 화가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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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인들의 성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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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한 권으로 읽는 왕조실록' 시리즈로 각 왕조의 단권화(?)에

일가견을 보인 박영규의 책은 조선왕조뿐만 아니라 고려신라왕조까지는 봤다. 나머지 왕조들의

책들과는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책은 조선의 숨겨진(?) 에로틱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유교사상 아래 겉으로는 고상한 척 엄청 체면을 내세우지만

뒤로는 호박씨 까기에 급급한 이중적인 모습의 조선사회에서 실제 성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이 책은

여러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에로틱 심벌이 된 여인들', '춘화와 육담의 에로티시즘', '조선의 섹슈얼리티와 스캔들'의

3부로 나눠져 있는데 먼저 '에로틱 심벌이 된 여인들'에서는 조선시대 남자들의 성적 대상으로 일방적

피해자인 경우가 많았던 여자들의 한 많은 사연을 기생, 궁녀, 의녀, 첩으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다.

성을 상품화한 대표적인 에로틱 심벌인 기생들은 흔히 만인의 연인이자 풍류의 동반자로 여겨졌는데

기생은 천인 신분으로 관청에 소속되어 나라의 재산인 관리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황진이나 장녹수 등

유명 기생뿐만 아니라 기생을 둘러싼 쟁탈전이나 각종 스캔들까지 실제 실록에 있는 얘기들을 수록해서

흥미로운 사연들이 많이 등장했다. 오직 왕만 바라봐야 했던 궁녀는 궁중에서 머물며 일정한 지위를

가지고 봉급을 받는 왕조 시대의 여성 공무원이라 할 수 있었다. 관리들이 품계가 있듯이 궁녀들도

종9품부터 정5품까지 10단계로 나눠지고 상궁, 나인, 비자, 무수리 등 다양한 지위의 궁녀들이

존재했다. 궁궐 밖에서 출퇴근하고 혼인도 할 수 있는 무수리도 있는 등 그동안 사극으로 익숙했던

궁녀들의 몰랐던 면모를 잘 알 수 있었다.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의녀는 정말 제대로 몰랐었는데

의료와 관련된 일만 한 게 아니라 여성 경관 역할도 했으며 조선 양반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첩의

대상이기도 했다. 눈치 백 단 눈물 백 근의 서러운 삶을 살았던 첩은 자의로 첩이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자들의 성욕의 대상이자 노리개 거리로 강제 내지 마지못해 첩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종첩은 주인집 남자들이 언제든지 차지할 수 있는 물건이나 다름없다 보니 주인집 남자에겐

강간당하고 그 부인에겐 갖은 학대를 당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2부인 춘화와 육담의 에로티시즘에서는 적나라한 성행위 장면을 그린 춘화와 요즘으로 하면 야설이라

할  수 있는 육담의 향연이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조선시대 풍속화의 양대 산맥이 김홍도와 신윤복이

그린 그림들 중에도 춘화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기대(?) 이상의 높은 수위여서 조선에서도 춘화와

육담이 인기(?)를 끌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인간의 본능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음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대부분 남성의 일방적인 성욕 만족을 위해 여성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이다.

3부에선 실록에 수록된 성 관련 각종 스캔들과 범죄 사건들을 보여주는데 같은 스캔들이나 범죄라도

신분의 고하 등에 따라 처벌이 달랐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성

관련 문제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성욕은 인간의 본능인지라 무작정 통제한다고 통제될 수도

없는 것인데 유교라는 위선의 탈을 쓰고 뒤로는 강간의 왕국을 만든 게 바로 조선시대 양반이라는

자들의 행태였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좀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하여

조선시대의 성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잘 정리해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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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 블록체인부터 죽음까지, 그림 인문학
임상빈 지음 / 박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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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각자의 시각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보느냐가

중요한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자기의 프레임만으로 세상을 보면 편협한 사고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 게 꼭 필요한데 이 책은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보통 사람들은 예술가의 눈을 가지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데 이 책에선 예술가들만 할 수 있는

거창한 시각이 아닌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마인드'를

통해 '예술의 색안경'을 쓰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얘기한다.

 

이 책에선 기술, 과학, 예술, 사람의 총 4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술

분야에선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기술들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첫 번째로 블록체인이 등장한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와 관련지어 소개되곤 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다른 책에서도 많이 봤지만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상호 신뢰와 책임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는데 각 챕터마다

하나씩의 기술을 간략하게 소개해주면서 관련된 미술 작품도 싣고 있어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선 투기의 대상의 전락해버린 암호화폐도

가상화폐의 한 종류임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전에 봤던 책들은 기술 관련해서 좀 더

전문적인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설명해주는 것처럼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역시 예술가의 시선으로 풀어내어 설명을 하니 내용이 쏙쏙 머리에 들어왔다.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로

고대의 4원소설을 필두로 해서 최근의 초끈 이론이나 블랙홀이론까지 그 분야 자체에서 접근하는 게

아닌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서 바라보니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측면을 알 수 있게 되면서 저자가

처음에 의도한 대로 각 분야를 입체적, 다층적, 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예술과 사람까지 총 50개의 주제를 다루면서 관련된 미술작품까지 감상하는 호강을 누렸는데

역시나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절감하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을 곱씹어보면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다채로워지고 폭이 깊고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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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독일 동화 여행 - 독일 메르헨 가도를 가다
정유선 지음 / 뮤진트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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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독일 여행을 갔다 와서 그런지 독일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 책도 표지 사진이 작년에 갔던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이라 더욱 반가웠는데 이 책의 주된

여행 일정은 내가 가보지 못한 메르헨 가도여서 과연 어떤 도시들을 여행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엄마와 여자 아이가 함께 그림 형제의 동화들을 따라 떠나는 메르헨 가도 여행은 사실 메르헨 가도의 출발점인 하나우가 아닌 퓌센에서 시작한다. 이 여행의 컨셉이 동화 여행이다 보니 애니메이션의 대표

주자인 월트 디즈니의 로고로 사용된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부터 둘러보고 메르헨 가도의 대장정을

출발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운 것 같다. 퓌센이 첫 방문지인 걸 보면 왠지 작년에 내가 갔던 일정과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루프트한자 직항편을 타고 뮌헨으로 가서 뮌헨에서 2시간

정도 거리인 퓌센을 당일치기로 갔다 오는 코스가 아닐까 싶었더니 다음 도시인 하나우를 뮌헨에서

출발해서 가는 걸 보면 역시나 내 짐작이 맞은 것 같았다. 암튼 작년 일정 중에 강한 인상을 남겼던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에 가는 모녀의 여정을 보니 작년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본격적인 

메르헨 가도 여행은 그림 형제가 태어난 도시라는 하나우에서 시작된다. 그림 형제와 그들의 작품들과

연관된 도시들을 쭉 따라올라가는 동안 엄마와 딸의 여행은 역시 이런저런 우여곡절로 점철된다.

각 도시마다 끝에 관련된 그림 형제의 동화를 압축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전에 읽었던 '뼈들이 노래한다'

에서도 75편의 그림 형제들의 동화들의 핵심을 조각으로 표현해서 인상에 깊이 남아 있다. '뼈들이

노래한다'에서는 그림 형제들의 동화를 너무 간략하게 압축해놓아 그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는데

이 책에선 그래도 2~3페이지로 요약해서 그나마 이 책의 컨셉인 그림 형제들의 동화들을 핵심은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마다 딸인 지안이의 일기가 대부분 수록되어 있는데 본문에서

엄마가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들과는 달리 소녀의 감성으로 동화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작년 독일 여행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독일은 소도시들이 발달해 있어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한 유명

관광지보다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간직한 소도시들이 많은데 이 책에 등장하는 메르헨 가도의 주요

도시들이 딱 거기에 해당했다. 엄마와 딸이 여행을 다니면서 티격태격하기도 하며 점점 모녀간의

정이 돈독해지는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서 모녀가 다녔던 여정을 

따라 메르헨 가도 동화 여행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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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의 집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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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숨은 걸작인 이 책이 정식 계약본으로 다시 번역되어 나왔네요. 국명 시리즈에서 사용된 독자에 대한 도전 등 엘러리 퀸의 역량이 고스란히 담겨진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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