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4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4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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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시리즈가 이제 스테디 셀러가 되면서 벌써 8권이 나온 상태다.

나도 1권, 2권, 3권을 이미 읽었지만 나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잊고 지내는 소재들을 골라내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4권에서는 '일상의 테두리 밖에서', '세상의 결을 따라',

 

'다시 삶이 테두리 속으로'라는 세 파트로 나누어 세상과 우리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루이 필립을 배로 풍자해 감옥을 들락거렸던 샤를 필리봉의 얘기로 시작한 이 책은

 

흥미로운 얘기를 많이 들려준다.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인 약 4피트 9인치에 맞춰

 

유럽의 표준도로가 설계된 후 마차, 기차는 물론 우주왕복선의 추진로켓까지

 

말 두 마리 엉덩이 폭에 맞춰 설계되었다는 사실은 한 번 정해져 익숙해진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었다.

 

세계지도를 거꾸로(?) 그린 스튜어트 맥아더의 사례는 유럽을 중심에 둔 세계지도에 길들여진

우리의 그릇된 사고를 일깨워줬고, 역사상 유명한 세 개의 사과(이브, 뉴턴, 세잔) 외에

 

수학천재였지만 동성애자로 백설공주의 독사과를 먹어야 했던 비극의 주인공

 

앨런 튜링의 네 번째 사과는 애플의 로고관련된 흥미로운 비화를 들려주었다.

일본과는 너무 다른 행보를 보여준 독일의 모습은 용서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는데,

 

1965년 3억 달러에 역사를 팔아먹은 한심스런 한일협정이 큰 일조를 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영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무책임한 약속으로 비극의 공간이 되어 버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쉽게 끝나지 않을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그 밖에 대형마트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구멍가게나 기륭전자

사건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비정규직들의 고단한 현실, 경자유전의 원칙을 망각한 가진자들의

 

횡포를 잘 보여준 쌀직불금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드러내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사실 EBS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정리한 책이라 방송을 직접 봤다면 좀 더 인상적인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아무래도 EBS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관계로)

 

영상적인 측면에 대한 입체적인 느낌은 거의 없고 책으로 접하는 조금은 단순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 책에는 부록 형식으로 방송에서 사용된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방송을 봤다면

 

음악까지 더불어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짧은 글 속에 많은 시사점을 듬뿍 담아내어 바쁜 현대인들이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한 점은 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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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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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아니 우주의 역사를 단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이 책은 놀랍게도 137억 년의 역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아내고 있다.

전에 읽었던 '우주 속으로 걷다'에서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간결하게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이 세상이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세상의 기원에서 출발하는 이 책에서 중요한 관점은 복잡성의 증가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복잡한 것들이 출현하는 빅뱅(137억 년 전), 별의 출현(135억 년 전),

새로운 원소의 출현(135억 년 전), 태양계와 지구(45억 년 전), 지구 상의 생명(38억 년 전),

 

집단학습(20만 년 전), 농경(1만 천 년 전), 근대 혁명(250년 전)의 8가지 임계국면을 통해

 

우주의 역사를 살펴본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어떤 주장의 신뢰성 판단기준으로

 

직관, 권위, 논리, 증거를 제시하는데, 어떤 주장을 판단하는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여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내용들을 판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 책에서도 우주의 기원을 빅뱅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우주가 팽창한다는 허블의 증거와 우주배경복사가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제시한다.

빅뱅 이후 2억 년 후에 물질이 많고, 중력이 작용하며 아주 작은 차이로 물질의 분포가

 

균질적이지 않아야 하는 골디락스 조건(임계국면이 나타나기에 알맞은 조건)을 충족하여

 

별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별은 수소, 헬륨 외의 여러 원소들을 만들어냈고 원소들의 결합은 태양계와 지구를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사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이뤄진 일들이라 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생명의 탄생은 늘 신비로운 주제인데, 이 책에서는 생명의 네 가지 특성으로

 

물질대사, 향상성, 생식, 적응을 제시한다. 생명이 탄생하는 골디락스 조건으로

 

유기체 생명에 필요한 원소들을 가지고 있고, 적절한 에너지가 있으며, 물이 존재해야 하는데

 

초기 지구가 바로 이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에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

기초 세포에 유기 분자들이 나타난 이후 광합성, 진핵생물의 등장, 다세포 유기체 출현, 뇌의 발달,

 

육상 생물의 등장, 포유류의 등장의 여섯 가지 임계국면을 거쳐 인간의 출현에 이르게 된다.

생존하고 있는 모든 생물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라는 루카로부터 40억 년이 지난 지금 화석 기록,

 

유전학적 연대측정, 영장류 사회의 현대적 연구 등의 결정적인 증거로 진화론이 대세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 책은 인간을 유인원과 구별되게 하는 특성으로 집단학습을 제시한다.

그리고 인류의 삶을 바꾸어준 농경생활의 시작과 커뮤니케이션과 운송 기술의 향상은

 

오늘날의 문명의 기초를 낳았는데, 이 책에선 세계를 아프로유라시아, 아메리카, 오스트랄라시아,

 

태평양의 네 개의 권역으로 구분하여 좀 색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글로벌 교환 네트워크, 경쟁적인 시장, 에너지 사용의 확대가 인류의 혁신속도를 가속시켜

 

현대의 복잡다단한 세상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우주의 역사가 한 순간에 파노라마 펼쳐지듯이 압축되어 전개된 느낌이 들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주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를 깔끔하게 요약한 기분이 들었는데,

요즘 대세라 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통섭'을 통해 '빅 히스토리'라는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닌 이 책의 내용을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데,

각 챕터의 끝에 '더 깊이 생각하기'란 부분을 두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고찰하도록 돕고 있다.

물론 137억 년의 우주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통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지만

이 책이 큰 흐름을 제대로 짚어주면서 중요한 포인트를 제시해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광활한 역사를 타임머신을 타고

 

흥미로운 시간여행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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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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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과의 출동로 지구의 종말이 예정된 가운데 콩코드 경찰서의 헨리 팔라스 형사는

맥도날드에서 목에 달아 죽은 보험사 직원의 사건을 맡게 된다.

정황상 자살로 추정되는 가운데 헨리 팔라스 형사만 살인사건이라 생각하며

그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는데...

2013년 에드거상 수상에 빛나는 작품이라 기대가 되었는데 낯설지 않은 지구의 종말이 예정된

상황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수행하는 경찰의 얘기가 그려진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위기는 영화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를 통해 익숙한 상태지만

이 책에선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맞서 싸우는 영웅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의 말을 실천하는 한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들 지구 종말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을 앞에 두고 제정신이 아닌 가운데

자기 일을 소신껏 해나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퇴직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헨리 팔라스 형사는 모두가 자살이라 단정지은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데

자신의 심증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단서를 포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유일한 친구이자 용의자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그를 공격하다 사살되고 마는데...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한 분위기가 가득함을 느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무기력과 나태함, 좌절감 속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에도

끈질기게 사건을 수사하는 헨리 팔라스 형사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한가하게(?) 일이나 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지 못할 것 같은데,

남들이 모두 자살이라며 손을 뗀 사건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진실을 밝혀낸 그의 모습은 사명감의 화신이라 칭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헨리 팔라스 형사가 기어이 밝혀낸 진실은 전혀 예상밖이라 할 수 있었다.

극한 상황에서도 자기 자식들을 위해 범죄를 서슴지 않는 삐뚤어진 애정이 비극을 낳았는데

인간의 탐욕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면

헛되고 부질없는 욕망의 노예인 인간 존재가 참 한심할 따름이었다.

마침 이 책에서의 D-DAY인 10월 3일에 이 책을 읽다 보니 더 남다른 느낌이었는데,

지구의 종말을 몇 달 남겨 두지 않고도 아등바등거리는 인간들의 모습과는 대비되게

초연하게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주인공에게 저절로 경의를 표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제목 그대로 '마지막 경찰'의 표본을 보여준 주인공이 활약하는 시리즈가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데

점점 더 절망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경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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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고칠 수 없는 병은 없다 - EBS 의학 다큐 [명의] 완결판
EBS <명의> 제작진 지음 / 홍익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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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이 늘어나 백 세 시대가 되자 누구나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명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인간들은 수많은 질병들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치료하는 의학기술이 날로 발달하고 있음에도

인간을 질병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해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의 제목은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정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EBS에서 방송된 의학다큐멘터리 '명의'의 내용을 정리한 이 책은 10대 암은 물론 각종 성인병과

아토피 피부염 일상생활에서 말 못할 고통을 안겨주는 질병들까지 총망라하여

한국 최고 명의들의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한국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10대암으로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 자궁경부암, 방광암의 치료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다양한 수술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암을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자세히 보여주었다.

사실 병원에 갈 때마다 환자와 가족들은 아는 게 없다 보니 의사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답답한 입장인데 이런 책이 그런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아직 암과는 거리가 있다 보니(착각인가?) 이 책의 내용이 와닿지는 않았지만

암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치료법만큼이나 예방에도 비중을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암보다는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을 다룬 성인병 부분이 더 관심이 갔다.

회사에서 격년으로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혈압이 높은 편으로 나와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상태인 데다,

집에 어른이 갑자기 편찮으셔서 크게 혼이 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질환들인데

이들 질환들은 일단 한 번 걸리면 평생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라 할 수 있었다.

그 밖에 담석, 결석, 만성신부전 등 한국인의 만성질환과 탈모, 변비, 수면장애, 요실금 등

당사자에겐 정말 심각한 질병들까지 거의 모든 질병들을 총망라하여 질병백과사전을 방불케했다.

각 질병들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 분야 명의들의 그 질병에 대한 짧은 한 마디를 싣고 있는데,

'방광암은 밀당이다', '고혈압은 잔소리가 심한 와이프다', '담석증은 휴화산이다'

질병의 핵심을 찌르는 말들이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각종 질환예방이 최선이지만 조기에 발견한다면 어떤 질환도 치료할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는데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계기도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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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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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을 즐겨 읽다 보니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책들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명작은 그 명성만큼이나 범접하기가 어렵고 손에 들어도 쉽게 진도가 안 나가며

 

이해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집에 있어도 그냥 고히 모셔 둘 때가 많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며 노벨상 수상에 빛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도 바로 그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명작으로 꼽아 언젠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도 쉽게 엄두를 못 내다가

 

드디어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한바탕 마법에 걸렸다 풀려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부엔디아 집안 사람들의 100년 동안의 흥망성쇠를 그려낸 이 작품에는

 

항상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마술과 리얼리즘은 서로 상반되는 단어라 두 단어를 결합한 이 말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의미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초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귀신이 나오고 사람이 나비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등

 

사실성이 떨어지는 내용들이 중간중간에 계속 나와 혼란스러우면서도

 

완전히 말도 안 되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책 속에 배여 있었다.

 

또 다른 혼란의 근원은 부엔디아 집안 사람들의 이름 때문이었다.

 

책 제일 앞에 가계도가 나와 있지만 이 집안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자기 집안 선조들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 주거나 섞어서 작명을 하는 바람에 도대체 누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호세, 아우렐리아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은 남자들에게 항상 사용되었고,

여자들도 레메디오스 등의 이름이 붙어 같은 이름을 가진 어른들의 삶을 반복하는 느낌을 주었다.

 

서양에서도 똑같은 이름을 자식들에게 물려줘서 '주니어'를 붙이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호세 아르카디오에서 시작해 아르카디오,

 

아우렐리아노 호세,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 아우렐리아노 세군도 등 비슷한 이름을 남발하며

 

혼란을 부추켰는데 이런 이름들은 부엔디아 집안 사람들 간에 얽히고 설킨 관계를 잘 대변해주었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성의식은 근친상간도 마다 하지 않아 부적절한 관계들이 무수히 발생했는데

결국은 이모와 조카가 관계를 가져 돼지꼬리 달린 아이를 낳는 지경에 이르지만 꼬리야 자르면 된다는

 

쿨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부엔디아 집안은 이미 정해진 운명대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파란만장한 부엔디아 집안의 역사는 라틴 아메리카의 굴곡진 역사를 대변해준다고 할 수 있었다.

 

마콘도란 마을을 개척해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것도 잠시 미국의 바나나 회사가

 

마콘도에 공장을 지으면서 자본주의의 바람이 마콘도에도 불어닥친다.

 

그리고 바나나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는 그들의 저항으로 이어지지만

 

자본과 권력은 무자비한 학살로 맞서고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음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자본과 권력의 횡포가 여실히 그려졌다.

 

한편 자유파와 보수파의 극한 대결은 마치 해방 직후의 한반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는데,

 

아우렐리아노 대령은 마치 체 게바라처럼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지만

 

결국은 보수파와의 타협으로 현실의 높은 벽에 주저앉고 만다.

 

바람 잘 날 없는 마콘도의 역사를 보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는데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도

 

힘없는 민중들이 자본과 권력에 짓밟히는 처절한 역사였음을 잘 보여주었다.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져 이제 백 세 시대란 말이 자연스러워졌는데,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한 사람이 평생동안 고독했다는 그런 얘기인가 싶었다.

 

사실 이 책에선 백 살을 가뿐하게 넘겨 사는 사람이 많지만

 

부엔디아 집안 사람들을 필두로 정말 고독한 사람들이 많았다.

원래 인간의 삶이란 게 아무리 가족, 친구들이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외로운 인간군상들이 많았다.

 

고독을 이기기 위해 몸부림치는 게 우리의 일생이라면

 

이 책은 그런 삶의 면모를 다채롭고 환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소설이라는 마술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멋들어지게 그려낸 위대한 마술사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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