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실직한 남편 댄의 비위를 맞추며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영상의학과 촬영기사 로라는

영상의학과 학술대회에 참석하러 갔던 보스턴에서 우연히 만난 보험세일즈맨 코플랜드를 만나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랑의 감정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불행한 결혼생활에 자포자기하는 삶을 살던 이들 두 사람은 사랑과 행복에 다시 눈 뜨게 되고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약속하지만...

 

'빅 픽처'를 시작으로 더글라스 케네디와의 인연은

얼마 전에 읽은 '더 잡'을 거쳐 이 책에까지 이르렀다.

어느새 국내에서도 나름의 인지도와 고정팬을 확보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무엇보다 술술 읽히는 그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나름 다양한 소설들을 읽는 편이지만 잘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당최 무슨 내용인지 잘 입력이 되지 않는 책들도 있다.

특히 외국 소설들은 번역자의 능력에 따라 그 맛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데

이 책은 작가나 번역자나 모두 글맛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로라는 전형적인 중년의 여자다. 남편과의 관계는 시들하다 못해 거의 회복불능이고

자식들만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그런 상황인데

그런 그녀의 텅 빈 마음을 채워줄 뭔가가 필요하지만 자포자기한 채로 살아가던 그녀는

오랜만에 일상에서 탈출할 기회를 맞게 되는데 그곳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된다.

사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 사람들이 사랑이란 환상에 빠져 결혼을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사람인 경우는 드물다.

뒤늦게 맞춰 살아보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고 그냥 삐걱대는 관계를 체념한 상태로

마지못해 살아가는 부부가 상당수인 게 슬픈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런 허전한 마음에 통하는 남자가 나타나자 로라는 다시는 안 올 것 같은 사랑의 예감에 당황한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도 들지만 그보단 훨씬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결코 거부할 수 없던 로라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하고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한 주말을 코플랜드와 보낸다.

이렇게 다시 사랑과 행복을 찾아 새출발을 꿈꾸던 로라는 갑작스런 코플랜드의 변심에 절망하는데... 

 

이 책의 기본 줄거리는 사실 우리가 수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 등에서 접한 내용이다.

삭막하던 결혼생활에서 일탈(?)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은

그다지 낯선 내용은 아닌데 솔직히 현실에서 이게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권태로운 삶에서 벗어나 한때의 불장난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실제 그런 사람을 만난다 해도 그 사람이 현재의 배우자처럼 되지 않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래서 순전히 갑갑하고 메마른 일상의 단비와 같은 외도에 그칠 가능성이 월등히 높은데

이 책에선 과감히 새로운 사랑을 선택한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한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무늬만 부부이고 오래 전부터 남보다 못한 관계가 그런 결심을 하게 만드는데

상당수의 부부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게 씁쓸한 현실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난리쳤던 사이도 결혼이란 현실과 세월의 흐름 앞에선 무뎌지게 마련인데

그런 걸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부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결혼생활이 지나면 부부관계보다는 자식 위주로 가정이 움직여

부부는 오로지 자식을 키우는 공동협력체에 지나지 않게 된다.

상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고 그저 부부라는 틀 안에서 자식들 키우는데

정신이 없다가 자식들이 성장해 독립할 때가 되면 이혼을 생각하는 게 바로 오늘날 부부들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로라는 정말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과 비슷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사랑보다는 결국 현실의 가정을 선택하는데 비해

로라는 남편과의 결별을 선택하고 그동안 누리지 못한 자신의 삶을 살기로 한다.

코플랜드의 갑작스런 돌변에 좀 황당했지만

이미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로 다짐한 로라를 막을 수 없었다.

아내와 엄마로서가 아닌 한 여자로서의 삶도 포기하지 않는 게

자신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임을 잘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삶은 그 사람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선

안 좋은 것임을 깨닫게 되는데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게 아닌가 싶다.

막 폭풍이 몰아치듯이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다가 갑자기 폭풍이 휩쓸고 간 허전함에

어쩔 줄을 모르게 된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역시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스토리텔링의 힘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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