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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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인사이트밀', '부러진 용골', '왕과 서커스', 

'야경', '흑뢰성'까지 내가 읽은 책들은 다들 만족스러운 작품들이었는데 최근 회사에서 빌려 본 '빙과'에

이어 좀 나온 지 오래된 이 책도 과연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다.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이 책은

알고 보니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작품이었다.


다섯 편 모두 지방의 유력 가문과 관련된 젊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근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첫 작품인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는 탄잔 가문의 후계자인 후키코 아가씨를 유우히란 하녀의 수기와

후키코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에 비밀 책장을 매개로 한 후키코와 유우히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각종 콘텐츠에서 종종 보게 되는 풍경이었는데 무엇보다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들이 거론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내가 오래 전에 읽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 산책'도 등장해 반가웠다. 탄잔

가문에선 연이어 참극이 일어나고 혹시나 했던 직감이 역시나 들어맞았다. '북관의 죄인'도 무츠나 

가문의 첩의 딸인 아마리가 본가를 찾아가 당주인 코지의 형인 소타로가 사실상 감금상태로 있는 북관에

살게 되는 얘기인데 그곳에서도 역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소타로가 그린 그림이 이를 증명했다.

'산장비문'에서도 비계관이란 외딴 곳에 있는 아름다운 별장을 배경으로 별장지기인 모리코란 여자가

겨울 산행 중 절벽에서 떨어진 남자를 구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는

첫 번째 작품과 비슷하게 오구리 가문의 외동딸이던 스미카와 그녀의 전속 하녀 이스즈의 묘한 관계를

다루는데 데릴사위였던 아버지의 형이 살인사건을 저지르며 쫓겨나자 스미카도 후계자의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천대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반전을 보여준다. 책의 제목과 동명의 마지막

작품은 약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데 특별한 요리를 내놓는 요리사의 비밀을 활용한

뒷맛이 묘한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다섯 편의 작품은 부제로도 사용된 대학 독서 동아리인 '바벨의

모임'이란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뭔가 느슨하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도 연상되었는데 무엇보다 많은 책들이

언급되고 있어 요네자와 호노부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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