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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평점 :
후루가미 가문의 야치요가 난데없이 꼽추화가 하치야를 총으로 쏜 후
야치요는 하치야와 결혼하겠다며 그를 자기 집으로 초대한다.
후루가미 가문과 묘하게 얽힌 센고쿠 가문의 나오키와 그의 친구이자
삼류추리소설가인 야시로도 후루가미 가문에 초대를 받아 가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머리가 잘려 죽는 끔찍한 연쇄살인인데...
매년 한 권씩 여름에 출간되어 팬들을 감질나게 만들었던 시공사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올핸 뜻밖에 겨울에도 찾아왔다.
내년 여름까지 기다리다간 목이 빠질 팬들을 배려(?)한 시공사의
신속한 후속작 출간에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 없다. ㅋ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혼진 살인사건까지 이제 겨우 7권이 출간
되었는데 매년 2권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하면 총 77권인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모두 만나기 위해선 앞으로 35년이 더 걸린다. ㅜ.ㅜ
(그때까지 살아있으려면 건강관리를 해야겠다. ㅋㅋ)
이 작품은 그 동안 만났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준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긴 하지만 작품 내내 뒷북만 치며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주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중간에 등장해 날카로운(?) 추리로 사건을 쉽게 해결해버린다.
(팔묘촌에서도 그다지 큰 비중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책에선 그나마 사건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추리소설가인 야시로가 화자여서 더욱 긴다이치 코스케의 존재는
주연이라기 보다는 조연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두 개의 가문이 등장하고
그 가문들간에 얽히코 설킨 인간관계가 사건에 중요한 배경이 된다.
배다른 형제로 자란 야치요와 그녀의 오빠 모리에.
하지만 야치요의 친부는 나오키의 아버지인 데쓰노신으로 추정될 정도로
야치요의 어머니인 류와 데쓰노신은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
한 마디로 두 가문은 완전히 콩가루 집안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이런 복잡한 집안환경이 끔찍한 연쇄살인을 부르는 계기가 된다.
추리소설이란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상당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이다.
시간, 피해자 등에 대한 여러 가지 트릭이 사용되어 흥미를 주기도 하지만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킬 설정
(어떤 유명 작품과 유사한 설정)으로 본격 추리소설로서는 좀 한계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코미조 세이시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꼽추나 몽유병 등의 설정)에
거의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추악한 인간관계, 그 사이에 펼쳐지는 끔찍한 살인의 향연이
요코미조 세이시의 팬에겐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