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숫자들 -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사너 블라우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숫자에는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 수학을 잘 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상당 부분이

숫자와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숫자를 무시하고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수학과 관련한 책들을 무리해서

라도 보곤 했는데, '대량살상수학무기',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수학의 쓸모',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등은 수학이 결코 어렵기만한 게 아닌 흥미롭고 

실생활과 밀접한 유용한 분야임을 새삼스레 알게 해주었다. 이 책은 온통 숫자로 뒤덮힌 수의 팬데믹 

시대에 무조건 숫자를 신뢰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알려주는데 숫자도 그걸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사용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매일 먼저 접하는 게 전일 확진자수를 비롯한 다양한 숫자들이 등장하는

정보다. 대체로 신뢰를 할 수 있는 숫자들이겠지만 확진자를 대거 누락한 적도 있고 특정 지표들만 

강조해 정확한 실상을 왜곡하는 일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이 책에도 머리말 제목을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로 해서 숫자를 가지고 얼마든지 장난질을 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숫자에 열광하게 된 

최초의 계기로는 '백의의 천사'로 간호사의 대명사인 나이팅게일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 당시 군대 의료 체계 개선이 필요함을 숫자와 도표 등을 잘 활용해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했다.

숫자를 대규모로 사용하기 위해선 표준화, 수집, 분석이 필요한데 요즘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숫자만능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숫자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지표를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객관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 지능검사를

통한 IQ나 GDP(국내총생산) 등은 측정하는 대상이 만들어낸 실체이고, 측정치는 가치판단에 바탕을

두며, 셀 수 있는 것만 측정하고, 그게 숫자화되며 우리가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을 측정하는 데 지나지

않아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의 일부분만을 알 수 있을 뿐인데 이러한 수치에 과대평가를

하곤 한다. 선거철 등에 늘 논란의 대상이 되는 여론조사도 어설픈 질문, 특정 집단 배제, 너무 작은 

표본, 무응답이라는 네 가지 이유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담배회사들은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분명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이를 희석시킬 다양한 

실험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우연이라거나, 한 요인이 빠져 있다거나 거꾸로 된 인과관계가 

있다는 등 통계로 거짓말을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인공지능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객관적이라고 믿기 쉬운 알고리즘도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 그러면 이렇게 숫자에 쉽게 현혹되는 걸 어떻게 막을 것이냐가 문젠데,

저자는 '한 번 더 살펴보라', '불확실성 인정하기', '상충하는 이해관계가 있는지 살펴보자'라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록으로 숫자를 의심하는 체크리스트(전달자가 누구인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표준화된 수치인가,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었는가, 데이터가 어떻게 분석되었는가,

숫자를 어떻게 제시했는가)까지 알려준다. 자기한테 유리한 숫자만 가지고 진실을 왜곡하는 자들에게

맞서 제대로 된 진실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준 책이었는데 숫자라고 무조건 진실이

담겨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됨을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